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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앗아간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 최저임금 대폭인상, 물가-임금 연동제 쟁취가 기후정의다

기사입력 2024.06.03 18:55 | 조회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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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끼 식대 2,700원, 쪼그라든 밥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

     

    2024년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의 화두는 ‘식대인상’이다. 청소, 주차, 경비 등 대학에 간접고용된 노동자들로 구성된 14개 노동조합은 현행 식대 월 12만원을 월 14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벽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일과를 고려할 때 식대 월 12만원은 한 끼에 약 2,700원 수준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식대를 14만원으로 인상해도 한 끼에 고작 3,100원이 보장될 뿐이다. 당장 대학 학생식당이 5,000원부터 시작하는 현실. 식대 2,700원으로는 어떤 음식도 사 먹을 수 없고, 청소노동자들은 당장 도시락 반찬부터 줄여나가는 형국이다.

     

    대학 청소노동자 조직화 초창기에 식대 문제는 핵심적인 생존권 요구였다. 2009년 고려대에서는 식대를 지급하지 않는 고려대 당국에 맞서 이른바 ‘폐지투쟁’이 전개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수거하여 식대를 충당했던 것을 학교가 트집 잡으며 시작된 투쟁은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월 2만5천원의 식대를 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10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 당시에는 청소노동자들이 한 끼 300원 수준의 식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010년대 초 집단교섭 투쟁이 본격화된 이래 식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10여년 만에 다시 대학 청소노동자 투쟁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저임금·불안정노동자의 생존권 위기가 현재진형형임을 의미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의 물가폭등-식대인상 요구 피케팅. 왼쪽부터 문유례(연세대분회), 김지민(홍익대분회), 이애경(이화여대분회) 출처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최근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자. 5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6% 감소한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 8천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급격한 물가상승을 임금 상승분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식료품 소비지출은 7.2% 증가했으며, 과일(18.7%), 채소(10.1%), 유제품(9.0%) 지출은 급증했다. 소비자의 구입빈도 및 지출비중이 높으며 가격변동에 민감한 품목에 대한 가격 추이를 가리키는 4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하였다. 이 중 신선식품지수는 19.1% 상승하였는데, 신선과실 품목이 38.7%, 신선채소는 12.9% 상승하며 인상폭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밥상물가 폭등, 생존권 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캠퍼스 안팎에서 식대인상 투쟁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기후플레이션

     

    한국 노동자 민중을 고통에 빠트리는 밥상물가 폭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1)는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연속 상승(2월 117.4, 3월 118.8, 4월 119.1)했다. 밀(소맥), 커피, 옥수수 등 주요 8개 농산물 선물 가격으로 산출하는 ‘블룸버그 농업 하위지수’는 5월 24일에 1월 24일 연고점(61.98)을 넘겨 62.32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농산물 가격상승의 배경에는 ‘기후플레이션’이 존재한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극한 기후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1)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하여,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 발표(2014-2016년 평균=100)

     

    기후변화가 농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진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걸친 흑토지대에는 5월 초에 서리가 내리며 밀 재배지가 큰 피해를 입었고, 현재는 강수량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다. 같은 시기 남미 팜파스 평원에 위치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선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며 밀과 대두, 옥수수 등 경작지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브라질 밀 생산량이 올해보다 4%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말 미국 소맥 선물은 부셸당 전월 대비 11% 상승해 6.97달러에 거래되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곡물 핵심 생산지가 기후변화로 같은 시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식량작물 수확시기가 서로 정반대임을 이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영구적 글로벌 서머타임’(PGST, Permanent Global Summertime)의 붕괴를 가리킨다.

     

    5월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 발생한 폭우로 침수된 경작지를 촬영한 항공사진 출처 : Wikimedia, PR Ricardo Stuckert

     

    올리브유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4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4.7% 상승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는 스페인이 최근 2년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며 많은 올리브 나무가 고사했기 때문이다. 2022~2023년 올리브 생산량은 66만t으로 평균 생산량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리브 생산량 감소에 따른 타격은 국내 유통망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5월 중순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동원F&B 모두 이달 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넘게 인상하여 대형마트에서는 올리브유 900ml 한 병이 2만 6천원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소매점에서 도난 사건이 계속되자 올리브유와 매대를 쇠사슬로 묶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커피, 주스 등 기호품 원가도 급등 추세다.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주산지 베트남의 불규칙한 날씨와 건조해진 토양으로 작년부터 작황이 나빠졌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의 런던 선물거래소 가격은 지난달 t당 4,338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1년 전 최고가의 약 두 배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3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2배 넘게 올랐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60%가 서아프리카의 가나,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되는데, 해당 지역에 수개월에 걸쳐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결과다. 지난해 여름에 수확기를 앞두고 최근 30년간 평균 강수량의 2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평균온도 36도, 최고기온 40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폭염이 해당 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2월 29일,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보다 10.9% 줄어든 449만9,000t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주, 미국 플로리다주는 가뭄, 황룡병 등에 시달리며 오렌지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브라질 오렌지 생산자 단체 ‘푼데시트루스’는 올해 브라질 오렌지 수확량이 전년보다 24% 감소해 3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가격은 24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파운드당 4.76달러에 마감해 연초보다 50% 가까이 폭등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사과·배 산지를 중심으로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는데,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감염된 사과나 배나무가 화상 증세를 보이다 말라 죽는 병으로, 기온이 높을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감염된 나무를 뿌리째 뽑아 매몰하거나 과수원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방제법상의 이유로 과수화상병 감염은 직접적인 생산량과 생산면적 축소로 이어진다. 과수화상병은 5월 13일 충주 사과 과수원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7일까지 충북·충남·경기·강원·전북의 13개 시·군 사과와 배 농가 51곳에서 발생이 확인되었으며 피해면적은 약 30㏊에 달한다. 5월 30일에는 경북 안동에서도 과수화상병 발생이 확인되었다. 올 초 겨울부터 지속된 온난한 날씨가 확산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5월 29일 서울 가락시장 가격정보를 보면, 사과 상품 10㎏ 평균값이 8만 3,976원으로 1년 전보다 155.5% 올랐고, 배 10㎏ 평균가격은 12만 14원으로 1년 전보다 278.4%나 올랐다.

     

    5월 31일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과수원 전체를 폐쇄하고 매몰 작업을 벌이는 강원 홍천군의 한 배 재배농가 출처 : 연합뉴스

     

    전 세계적 기후플레이션은 식량자급률이 2022년 기준 49.3%에 불과한 한국경제에 매우 치명적이다. 5월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지수는 3월보다 3.9% 오르며 143.68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2022년 11월(147.92) 이후 최고치다. 기후위기는 지난 총선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파값 875원’ 소동에 앞서 이미 한국 노동자 민중의 밥상 앞으로 찾아왔다.

     

    가공식품, 외식물가로까지 퍼져나가는 생존권 위기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과 정부가 사태를 방관하는 동안, 농산물을 원재료로 삼는 공산품과 외식가격도 줄지어 인상되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정부와 함께 중점관리품목 등을 반영해 우유/라면/밀가루/달걀/설탕 등 주요 생필품 7종의 가격을 집중 감시하고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인상되지 않도록 실태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집중 감시 품목에 든 생필품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폭등해 방침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식용유(100㎖) 가격은 지난 1월 957원에서 4월 1,020원으로 6.6% 올랐다. 우유(100㎖) 가격은 1월 394원에서 4월 420원으로 6.5% 비싸졌고, 설탕(2.2%)과 밀가루(0.9%)도 올랐다.

     

    5월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4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를 79.28로 집계했다. 이는 팬데믹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2분기(85.56)보다 낮은 수치이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경기 호전과 침체를 나누는데, 올해 1분기도 어김없이 100 아래로 집계되며 ‘외식물가 정상화’라는 기대를 깨부순 것이다. 4월 외식물가 상승률을 살펴 보면 노동자의 ‘밥 먹을 권리’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식품 종류 39개 중 19개가 전체 물가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떡볶이(5.9%),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 대중적인 메뉴 전반이 4% 이상 상승했다. 전년보다 물가가 하락한 품목은 아예 없었다.

     

    5월 8일 공공운수노조 최저임금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중, 한 발언자는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5,468명에게 물었더니 지출을 줄이는 항목 1위가 식료품, 의류비 등 생활비였고 2위가 외식비였다”고 발언했다.

     

    최저임금 대폭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 식품·유통기업 초과이윤 몰수

    -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을 확대하자

     

    살인적인 기후재난, 물가폭등, 실질임금 삭감 등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허물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당사자거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기후위기의 피해당사국인 남반구(글로벌사우스) 민중에게 이 위기는 더더욱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약 59개 국가와 지역에서 기후위기와 전쟁위기로 약 2억 8,200만 명이 심각한 식량위기(acute hunger)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 식량의 생산과 유통을 틀어쥔 식품·유통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삼아 전례 없는 폭리를 취한다. 세계 곡물시장의 약 80%를 장악해 사실상의 곡물 공급 통제권을 쥔 4대 곡물 대기업 ABCD(미국기업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지Bunge, 카길Cargill, 그리고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LDC의 이름을 딴 용어)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의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촉발되고 심화해온 식량위기가 이들에게는 이윤을 쓸어담을 기회인 것이다.

     

    전 세계 곡물시장 40%를 차지하고 있는 ‘카길’의 2023년 매출은 1,770억 달러(약 245조원)로, 2021년보다 32.6% 늘었다. 2022년 카길의 대주주2) 제임스 카길, 오스틴 카길, 마리안 리브만은 지분가치 상승만으로 세계 500대 부자 명단에 등극했다.

    2) 카길은 미국 내 가장 큰 비상장사 중 하나로 창업자인 카길과 맥밀런 가문의 자손 20여 명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

     

    ‘ADM’의 2023년도 영업이익은 75억 1,300만 달러로 2021년보다 25% 늘었다. ‘번지’의 2023년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44% 늘어난 48억 4,500만 달러에 달한다. ‘LDC’ 역시 2023년 영업이익으로 2021년보다 45% 증가한 101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들 4대 곡물기업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인애플, 바나나 등 과일·채소류를 주로 취급하는 다국적 식품기업 Dole 역시 2023년 영업이익으로 2021년의 2배가 넘는 6억 9,417만 달러를 거두어들였다.

     

    식품·유통자본의 폭리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의 2024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3,759억원과 4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7%, 14.8%씩 증가했다. 6월 중 초콜릿제품 가격인상을 예고한 롯데웰푸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6% 증가했다. 3월 13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SPC, 삼양, 오뚜기 등 19개 주요 식품기업을 소집해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한 식품가격이 지속하는 걸 보고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식품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을 질책하고 물가 완화를 권고했다. 그러나 식품가격 조정은 소폭 하락 수준이거나 일시적인 생색내기에 그쳤다. 반면, 대외적 불확실성, 즉 기후위기와 전쟁위기에 따른 원자재 상승을 빌미로 할당관세3) 품목·수량 확대, 부가가치세 면제 등 식품·유통자본 이윤 보장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가 이어지고 있다.

    3) 수입가격이 급등한 물품 등에 대해, 일정 수량에 한정해 기본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

     

    5월 3일 한훈 농림부 차관 주재 하에 식품기업 17개사, 외식업체 10개사가 참여한 '물가 안정을 위한 식품·외식업계 간담회'

    출처 : 연합뉴스

     

    자본이 만들어낸 기후위기가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조차 앗아가는 지금,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를 주요 요구로 삼은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은 기후정의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지금의 기후플레이션 앞에 무용한 논리임이 드러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빌미로 기업이 상품가격을 급격히 인상하고 원재료 가격하락에도 높은 상품가격을 유지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이 2023년 주요 경제용어로 등극한 사실은 생존권 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이윤추구에 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자본가언론은 밥상물가, 외식물가 상승의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며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매도하고 있다.

     

    작년, 민주노총은 2024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2,210원을 요구했다. 이를 월 환산하면,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 상 평균가구원 2.48명, 평균취업자 1.424명,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한 가구생계비 302만원의 84.4%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은 9,860원 (월 2,060,740원)으로, 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구생계비 예상치 304만원의 68%에 불과하다. 2.5%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는 저소득층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6년,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내건지 8년이 지난 지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와 함께 사회적 차원으로 물가-임금 연동제를 제기해야 한다. 명목임금을 일정히 인상해도 고물가가 지속되는 한 실질임금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절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은 단위사업장에서 높은 임금인상을 따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사회적 차원의 물가-임금 연동제, 즉 임금협약에 의한 임금인상에 더해 물가가 인상되는 만큼 임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임금체계가 관철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의 노동자들이 물가-임금 연동제를 새롭게 쟁취하고 있다. 캐나다 휘슬러 대중교통 운수노조,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반노조와 병원노조, 미국의 농기계 제조회사 존디어, 켈로그 등이 물가-임금연동제를 투쟁으로 쟁취했다. 벨기에에서는 민간부문 노동자 98%가 물가-임금 연동제를 보장받아 202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2%까지 치솟을 때도 노동자 100만명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11.59%에 달했다. 벨기에의 '임금-물가 지수'가 2023년 1월 1일 11.08%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5개월 간의 파업으로 2022년 9월 물가상승률+10%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는 9월 15일 역사상 최초로 빅3(포드, GM, 스텔란티스) 세 공장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해 한 달간 투쟁을 전개하며 차별임금제의 상당 부분을 폐지하고 물가-임금연동제를 되찾았다. 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전체 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싸운다면 국가적 차원의 물가-임금 연동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는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요구다. 물가폭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줌 착취자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 노동자계급이 희생당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현 식량위기의 책임은 이윤을 위한 생산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해온 자본에 있다.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기아와 고통을 대가로 전례 없는 폭리를 취한 식품·유통자본의 초과이윤을 몰수하고 이를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임금연동제 보장 재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자본의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은 단지 노동운동의 과제가 아니라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와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을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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