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토요일, 울산대공원 정문 앞 시위에 이목이 쏠렸다. 가족 단위로 공원을 찾은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집회를 하고,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선전물도 잘 받았다. 내용을 주의 깊게 읽거나 듣고서 ‘노조탄압이네’, ‘응원해요’, ‘화이팅’을 말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행진할 때는 박수 치는 사람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주먹을 뻗어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릭·덕스어학원은 영어를 가르치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모두 해고했다. 가족관계인 두 학원의 자본가는 계약기간 종료를 구실로 삼았으나, 전에는 강의와 재계약에 문제가 없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한 다음에 괴롭힘과 해고를 당했다. 사측은 시위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바디캠으로 몰래 찍어 SNS에 공개하며, 주위 학원장들에게 이들을 보란 듯 알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주로 울산과 부산에서 온 노동자들이었다. 빨간색 조끼를 입은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동지들, 서울지역과 부산, 울산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주노동자들,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해고자 동지들, 민주연합노조 우성환경 해고자들과 울산동지들,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와 부경울열사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울산이주민센터,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민주노총울산본부, 전교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집회에 문선 공연으로 연대한 영남지역 노동자문선대,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노동당, 정의당, 노동자혁명당(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 총 1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
첫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외국어교육지회 지회장은 “수년 동안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로잡기 위해 개별적으로 노력하다가 노조를 만든” 것이라며 뿌리 깊은 학원 사용자들의 횡포를 짚었다. “부당해고는 단지 덕스어학원과 워릭프랭클린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어 교육 이주노동자를 임시적이고,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구조적 문제의 일부”며 “오늘날 한국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는 누군가의 선의로 주어진 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가 싸워온 오랜 투쟁의 결과다. 오늘 우리가 평등한 대우를 요구함으로써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 탐욕스러운 사용자들이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해고해 우리의 권리에 침을 뱉었다. 이대로 가만있지 않는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우리에게는 권리가 있다!” 부당해고 당사자이며 연대하는 정주노동자의 이름을 전부 외우는 노동자가 이 투쟁의 정당성을 날카롭게 외쳤다. 그는 이어서 “우리의 동료 한국인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착취당하거나 부당해고를 당할 때, 우리가 나서자! 자신의 권리를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부당하게 이용당할 때,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위해 투쟁에 나선 정신을 선명히 밝혔다. 한국인 영어강사들에게 어용노조를 만들게 하여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워릭·덕스 사용자는 이러한 노동자의 계급적 정신을 티끌만큼도 깨뜨릴 수 없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많이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 워릭, 덕스어학원 해고 동지들이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팔레스타인 평화행동 등 울산지역 여러 투쟁사업장에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동지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연대를 표했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장은 “오는 6월 10일 워릭프랭클린, 덕스어학원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심문회의가 열린다. 6월 8일이면 동지들이 거리에서 투쟁한 지 100일이 된다”며 연대와 단결을 호소했다. 그리고 “넷플릭스보다 노동조합이 재밌다”는 노조간부 이야기를 소개하며 “민주노조가 인종과 국적, 사업장을 넘어 서로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전태일 열사와 류기혁 열사를 떠오르게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56년 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외치며 온몸으로 항거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법을 지켜라.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외국어교육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이 전태일 열사의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다. 22년 전 이곳 울산에서 원할 때 연차를 쓰고 싶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었다. 그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고 해고되었다. 류기혁 열사다. 마음대로 연차를 쓰고 싶어 노동조합에 가입한 외국어교육지회 이주노동자들로부터 류기혁 열사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며 노동자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차별 속에 권리를 유린당하는 노동자의 오늘을 드러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2년 이상 계속 일해도 정규직도, 무기계약직도 될 수 없다. 정주 노동자라면 이런 차별적 구조를 용납할 수 있겠나? 국적이 다르다고 당연시되는 이런 구조적 차별과 억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어서 “이주노동자들은 의사소통도 어렵고, 가족도 지역 기반도 없다. 그러나 이 길이 옳다고 믿기에, 해고와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지금까지 싸워왔다”며 “이 투쟁은 한국에 있는 13,000여 명의 외국어교육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이자,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맞서 한국 사회를 깨우는 투쟁”이므로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승리하자고 외쳤다. 만약 ‘나’라면, 이주노동자로 일할 때 정의와 권리를 위해 탄압과 가난, 추방의 공포를 무릅쓸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용기를 존경한다.
울산대공원에서 출발한 행진대오는 워릭어학원 앞에서 잠시 멈춰 영어로 항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워릭, 덕스, 우리도 사람이다(We are people, too)! 워릭, 덕스, 법을 준수하라(Follow the law)! 워릭, 덕스, 우리를 복직시켜라(Take us back)! 투쟁!”
공업탑을 돌아갈 때는 2005년 플랜트노동자들이 공업탑을 둘러싸고 노조탄압에 항의했던 투쟁이 떠올랐다. 대오는 이른 무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다시 옥동 방향 덕스어학원으로 향했다.
노동조합 만드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일터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덕스에 이르러 5월 1일 국제노동절날, 덕스어학원에서 해고당한 워릭·덕스 분회장이 연설을 시작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가 해고당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불의를 넘어, 우리 공동체 전체에 대한 가해 행위다”, “노동자의 존엄한 권리는 결코 사치가 아니라, 공정하고 민주적 사회로 나아가게 만드는 뼈대다”, “이러한 권리는 밑바닥에서부터 우리 손으로 쟁취해 나가는 것이다”, “진실은 우리 노동자가 결코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연대할 때, 우리는 그 어떤 협박보다 강하다. 우리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그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정의로운 권리로 당당히 요구할 때, 모든 후세 노동자를 위한 노동의 미래를 새롭게 써 내려갈 수 있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했다.
길을 지나는 시민과 어린이들의 박수와 응원 속에 워릭·덕스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불법행위가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하자. 존엄을 선택하자. 공정을 선택하자. ‘연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엄중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주노동자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