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8일, 강한 햇살이 내리쬐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는 현대자동차를 원청으로 둔 금속노동자들이 한데 모였다. 노조법에 의거하여 원청인 현대자동차에게 교섭 공문을 발송했으나 교섭을 거부당한 현대자동차 남양·아산·울산 전주비정규직지회와 현대그린푸드 경기·울산·전주지회, 자동차판매연대 서울과 부산양산지회, 보안지회[1] 그리고 현대글로비스 광주·전주·울산지회[2]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노동자들이 ‘원청교섭 불응 현대차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인도에는 현대글로비스, 차도에는 현대자동차가 원청인 노동자들
약 700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인도는 현대글로비스를 실질적 사장으로 둔 글로비스 3개 지회 노동자들이 앉았다. 차도 쪽에는 현대차를 원청으로 둔 10개 지회가 자리했다. 하청노동자와 현대자동차 정규직, 민주노총 법률원, 울산지역 활동가, 외국어교육지회 이주노동자 등도 함께하며 2026년 원청교섭 투쟁의 열기를 올렸다.
정부와 자본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 리스크가 커졌다’고 큰소린데, 현대차의 59년 역사는 진짜 사장으로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몸집을 키우며 수많은 노동자의 고혈을 짜낸 역사다. 하청, 비정규직노동자의 투쟁으로 이제야 법적으로도 진짜 사장을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하청 뒤에 숨지 말고, 진짜 사장 직접 나와”, “금속노조 단결투쟁 원청교섭 쟁취하자”를 외쳤다.
이수기업 하청노동자 600일 거리에 내몬 사장님
사전 발언은 현대차 정문 앞 천막의 주인, 해고 600일을 넘기고 6월 2일 복직결의대회를 준비하는 이수기업 노동자들이었다. 안미숙 대표는 “6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차에게 정리해고를 책임지라고 요구해왔지만, 현대차는 단 한 번도 책임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대신 ‘취업 알선’ 따위를 운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대공장 재벌의 부당노동행위를 눈감아주기에만 급급하다. 이것이 현대차 자본과 정권의 민낯이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우리는 “현대차 자본을 움직이는 부속품이 아니라, 현대차를 지탱하는 당당한 노동자”라며 “저들의 오만을 꺾는 방법은 노동자의 강철 같은 총단결”임을 강조했다. “진짜 원청사용자성을 쟁취하자. 이수기업 해고 동지들도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며 해고노동자로서 다부진 결의를 밝혔다.
7월 총파업의 결의를 보여주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한 전체 2만 1천 명의 조합원 중 무려 1만 6천 명이 현대차그룹사 소속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원청교섭 쟁취를 요구 전면에 세우고 위원장의 명운을 걸겠다. 7월 15일 총파업 한 번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8월 총파업, 9월 총파업까지, 원청교섭을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최용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작년 기준 사내 유보금이 189조면 그린푸드, 보안지회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심지어 2년짜리 청년노동자들 전부 다 정규직화시켜야 한다”며 “현대차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은 죄가 커서 줘야 할 게 너무 많으니 교섭에 못 나온다”, “7월 15일 원하청 파업을 반드시 성사시켜 그동안 하청노동자가 당했던 걸 모두 되갚아주자”고 강조했다.
샤워기 1대부터 수수료 책정까지 결정은 현대차
배윤자 현대그린푸드지회장은 “원청에서는 식당 개선공사 시 식당노동자의 동선, 작업환경 등에 관한 의견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결과, 창문을 모두 없애 여름에 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가 공사 전보다 훨씬 많아졌”음을 알렸다. “명촌식당은 여성 노동자가 십여 명인데 샤워기가 한 개밖에 없다. 몇 년 동안 샤워실 공사를 요구하는데 현대그린푸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수수방관하고, 원청은 모른 척”하는 현장을 고발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김선영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은 ‘현대차를 팔고, 입사부터 임금인 수수료, 퇴사까지 현대자동차가 직접 지배하고 결정하는데 특수고용노동자’인 문제를 지적했다. “정몽구부터 정의선까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유린했고, 지금도 교섭을 거부하면서 조롱하듯 법을 무시하는 건 법을 지키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현대자동차 정의선을 엄중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공장 내 금연구역 미준수에 출입을 금지시키는 현대차의 행태, 현대자동차보안지회장은 원청교섭 관련 지노위 심문회의에서 현대차의 어이없는 발뺌을 짚으며 규탄했다.
원청교섭 쟁취와 총고용 사수 투쟁이 향할 곳
김미옥 현대글로비스지회장은 “현대차 자본은 내년에 1공장과 42라인을 재건축이 실제 전 공장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며 현대차의 현 상황에서 원청교섭 투쟁의 의미를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 7개 분회도 아이템 축소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현대차 자본의 계획은 “디에프(DF, Dark Factory)247,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추진임이 드러났다”며 이는 “현대차 공장 내 모든 비정규직, 서열과 부품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정규직 일자리까지 축소해 노동자가 거의 없는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임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한 돈을 투자해서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짓밟겠다는 자본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서 “현재도 많은 노조가 현대차 원청으로부터 부당한 정리해고, 아이템 축소, 일상적 구조조정, 노조 탄압으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로봇 공장을 확대해서 노동자를 다 죽이려는 현대차 자본에 맞서려면, 원하청 노동자와 부품서열 노동자들이 공동투쟁·공동파업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7월 총파업과 원청교섭 사업장 공동파업의 힘으로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를 교섭 자리에 앉히자” 또한 “원청자본이 교섭에서 모든 노동자의 생존권과 총고용을 책임지도록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현대글로비스 울산, 전주, 광주지회 노동자들은 조합원 약 1/3이 집회에 참여해 원청교섭 쟁취와 총고용 보장 투쟁의 의지를 드러내며 전체 금속노조 파업 시동의 기세를 높였다.
금속노조 7월 총파업, 확실한 시동
이날 금속노조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진짜 사장 현대차에 대한 울분과 결의를 쏟아내며 7월 총파업 시동을 확실히 걸었다. 같은 날, 한국지엠하청 노동자들도 실질적 사용자인 한국지엠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는 오랜만에 투쟁의 기세를 모으고 있다. 화물연대 CU투쟁에 이어 금속노조가 원청교섭 파업을 준비하며 진짜 사장 아래 신음하는 더 많은 이주·정주·플랫폼·특수노동자의 노동권 쟁취에 앞장서도록 분투하자.
[각주]
[1] 10개 지회, 1,675명이 현대차에 원청교섭을 요구했으나, 현대차 자본이 거부했다. 4차례 교섭을 열었으나, 사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2] 현대글로비스 3개 지회 1,292명은 현대글로비스에 원청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3차례 교섭을 열었으나, 이 역시 사측은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