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정말 많은 주체들이, ‘돌봄’이란 단어를 자기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선거 공약집만 보더라도 돌봄과 관련한 말들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 기관이 주축이 된 시스템이, 복합적 요구를 가진 대상자를 위한 통합적 사례 관리 역량을 저하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돌봄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의 굴레로 내모는 것은 물론이다. 누구에게나 돌봄은 필요하다지만,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고 국가가 돌봄 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않는 현실은 개인, 특히 여성에게 헌신을 강요하거나 이를 포기하도록 선택을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공적 돌봄 시스템을 확충하기는커녕,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등 기존의 공적 기관마저 해산시켰다. 그 결과, 돌봄 서비스의 공급·품질 관리·공공성 확보·현장 전문성 강화·민관 협력 조정 등에서 발생한 공백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일했던 공적 돌봄 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방문 노인 요양, 어린이집 등 아이 보육, 장애인활동지원 등에 대해 공적 돌봄을 제공하던 서사원이 2024년 강제 해산되었다. 4월 26일,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대한 조례” 폐지를 의결했고, 5월 22일 서사원 이사회는 해산을 의결했다. 서사원 소속 수백 명의 돌봄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해고자가 되었다. 해산 과정까지 서울시와 의회는 집요했다. 그들이 얘기하는 방만 경영의 핵심은 “월급제 노동자들이 병가를 자주 쓴다.”였다. 2022년 3월, 서사원 사측은 병가 사용을 문제 삼는 보도 자료를 냈다. 황정일 당시 대표는 “병가를 사용해도 60일까지 평균임금 100%가 보장되니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70%로 삭감한 안을 강요했다. 서울시의회는 2023년, 서사원 운영 출연금 100억 원을 삭감했다. 월급제와 정규직이 문제라며 성과급제 도입과 기관 수탁운영 종료 등이 포함된 ‘혁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적 기관의 돌봄 사례를 단순히 '1등급' 기준으로만 축소 집계하여 서사원 노동자들의 실적이 적다는 논리를 들이밀기도 했다. 민간 기관이 기피하는 사각지대의 수요자들을 돌봐야 했던 현장의 맥락은 그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돌봄 기관의 95% 이상이 수익과 이윤을 최우선으로 삼는 민간 기관이라는 사실은, 2인 1조 팀 근무는 물론 이들 기관이 돌봄 제공을 회피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게 만들고 있다. 김가희 외(2021)[1]는 공공부문 사회서비스원이 민간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종사자 전문성 증진을 위한 체계화된 교육 제공 및 서비스 표준화, 중증 고난 이용자 대상 양질의 집중 돌봄 제공(1대 다 방식의 팀제 운영) 등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적 돌봄을 제공했던 서사원의 역할도 이러한 특징을 띄고 있는데, 도전적 행동이나 일부 최중증 치매, 코로나19 감염 등 민간이 회피하는 경우 센터 차원으로 적극 개입해 왔던 게 그 예시였다. 공적 돌봄의 이름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현장의 실제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현장직을 배제하고 진행된 사측의 위험성 평가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안전보건 매뉴얼이 돌봄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한’ 공적 기관이었기에, 서사원이 담당했던 돌봄 영역은 매우 협소했다.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1,838개소 중 서사원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2023년 12월 기준 고작 6개소, 0.3%에 불과했다. 서사원에서 일하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2023년 해고당한 한 요양보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아프면 해고될까 두려워하지 않고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프면 다른 요양보호사가 대신 나와 주었습니다,”[2]라며 서사원에서 일했던 시기를 회고했다. 동시에 그녀는, 서사원을 “로또 같은 일자리”라고도 말하며, 공적 돌봄이 여전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사원 노동조합 및 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사원 해산을 막기 위해 싸웠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서사원 강재 해산 이후 공대위는 서사원 재설립과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했다. 윤석열 퇴진 국면 열린 광장에서, 서사원 해산 과정 규탄 및 돌봄의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는 서울시민 5,000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3] 돌봄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과 간담회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서사원 강제 해산 2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앞에서 “5.23 공공돌봄 선언대회”를 조직했다.
기관 복원만으로 그칠 수 없는 공적 돌봄 확보 투쟁
2026년 5월 23일, 서사원 해고 노동자, 돌봄 유관 노동자, 단체 활동가 등 150여 명이 모였다. 모여서 돌봄은 상품이 아니라고, 돌봄 노동자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공공돌봄 확충하고 서울시가 책임져라고 외쳤다. 서사원에서 해고된 후 민간 기관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한 노동자의 집회 발언을 일부 발췌한다.
“서사원 문 닫고 지난 2년 동안, 민간 요양기관에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민간 시장은 더 좋아진 것도 없이, 그야말로 지옥 같았습니다. 월급제가 아니라 시급제로 일하니까, 돌보던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시면 당장 제 생계가 끊깁니다. 요양보호사 일하러 갔는데 이용자가 아닌 가족들의 일을 시키질 않나, 온 집안 대청소를 시키질 않나, 업무 범위를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해도 참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하며 서비스를 끊어버립니다. 2~3개월 동안 험한 꼴 당하며 잘린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기는 합니까? 그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 취급하고 고충이 있어도 해결이 안되는 게 지금의 민간 돌봄 현실입니다.
더 가슴 아픈 건 어르신들입니다. 민간 기관들은 돈 안 되고 서비스를 하기에 힘들고 어려운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안 가려고 난리입니다. 서비스 선별 수용이니 돈이 안되거나, 혼자서 책임지기 어려운 고강도 악성 이용자라 거부니 하면서 차별당하는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그분들이 지금도 서사원을 목 놓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돌봄은 이렇게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나이 들고 아프면 국가가, 사회가 책임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멀쩡한 서사원 없애고 어르신들과 우리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몬 서울시의 행태는 시민을 향한 폭력이었습니다.”[4]
6월 3일 지방선거 국면, 공대위는 정책 요구안을 토론하고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냈다.[5] 핵심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서사원을 통합돌봄지원법에 따른 서울시의 '전문지원기관'으로 지정, 시군구별 돌봄 정책을 조정·지원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상 강화 △돌봄 노동자의 완전 월급제 및 정규직화 △ 돌봄 노동자의 유급병가 확보 및 대체인력 지원,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치 강화 △서울시가 위탁기관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원청교섭에 나설 것 △서사원 재설립 및 체계 구축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
여전히 과제가 많다. 서사원 재설립의 기미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재설립되더라도, 민주당 정권은 그 위상을 축소하는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 역시 크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축소시킨 전례가 있다. 그들은 사회서비스원법 입법 과정에서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 설치 의무 규정을 삭제했을 뿐 아니라, 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 위수탁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삭제한 바 있다. 서사원 복원은 단순히 한 공공기관의 회복만으로 그칠 수 없다. 공적 돌봄이 필요한 수많은 수요자에게 가닿고,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에 맞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들은 기관 사측이 아니라 진짜 사장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서사원 해산 과정,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결정 사항을 그저 읊어대는 서사원 사측과 무의미한 교섭을 지속해야 했다.
이러한 선례를 반복할 순 없다. 공적 돌봄 확충을 위한 우리의 절실하고 필요한 요구가 힘을 얻기 위해선, 돌봄 노동자 주체의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조직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적 돌봄의 요구를 내건 돌봄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 서울시와 국가를 끌어앉힐 수 있는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하지만 차분하게, 꾸준히 조직화를 이어가자. 공적 돌봄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정착해 가는 주체로서 노동자들을 만나며, 공적 돌봄의 깃발을 꽂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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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가희, 이상우, 강은나.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탐색적 연구. 공공정책연구 제38권 3호. 2021
[2] 2024년 3.8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지금, 여기,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묻다.” 2024
[3] 서울시는 질질 끌다가 공청회를 진행했는데, 그들이 낸 계획에선 공공 돌봄 확대를 위한 계획과 전망은 없었다.
[4] 5.23 공공돌봄 선언대회 보도자료 중
https://docs.google.com/document/d/1bzEX2BtHLa31P8-D_0JTf_kPKPPE_LQiwoUG03zzLUM/edit?tab=t.0
[5] 정의당을 제외하고 답변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