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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다시 비정규직 철폐의 깃발을 들자

이환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6.01.12 11:39 | 조회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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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26일 고용노동부 금속노조 결의대회 사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2025년 12월 26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와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을 상대로 신청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위원회는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30여 년 비정규직 투쟁에서 굵은 획을 그은 결정이라 할만하다.  

     

    지나온 길

     

    2021년 5월 이후 현대제철 자본은 불법파견 판결에 대응하고자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같은 해 7월경,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이 비정규직지회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행위를 교섭 거부로 규정하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넣었다. 11월경 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비정규직지회는 이에 불복하여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2022년 3월경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현대제철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하며,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지노위 초심판정을 취소했다. 현대제철은 중노위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재심판정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지회가 대화상대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제철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는 현대제철’이라고 판결했다. 노동조합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없는 사용자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적 근로계약 유무와 상관없이 현대제철이 비정규직지회의 단체교섭 당사자라고 했다. 나아가 다면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여 경영상 이득을 취하는 현대제철이 복수의 하청노조와도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2025년 8월 27일 대검찰청 사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2025년 9월 9일 국회에서 노조법 2·3조가 개정됐다. 개정 노조법은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사용자단체는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며 반발했으나, 자본가들의 엄살과 달리 개정된 노조법 2·3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여전히 제약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이루어졌음은 분명하나, 개정안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는 '사용자 개념 확대'를 쟁취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원청'을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은 빠졌고, 원청은 자신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임을 부인하고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지 못했다. 즉,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노동자로 보는 '노동자 추정조항' 명문화에ᅠ실패했다. 노동자 추정조항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었던 화물노동자, 학습지교사, 택배노동자, 배달라이더, 대리운전노동자 등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를 '일단 원청이 고용한 노동자로 보고, 자본이 노동자성을 부정할 경우 이를 증명할 책임을 자본에 지우자'는 요구였다. 이 조항이 빠짐에 따라, '나는 원청 자본에 고용된 노동자'임을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남았다.

     

    고용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대 원청 교섭의제 제한 시행령으로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을 봉쇄하며 노조법 2·3조 개정 취지마저 짓밟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진행되던 차, 2025년 12월 15일,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중노위에 2025년 단체교섭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12월 22일, 24일, 26일까지 3차례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현대제철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크고, 사용자의 교섭거부 책임이 존재한다며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안에서 일하는 모든 하청노동자의 진짜사장이 현대제철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중노위는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비정규직지회는 어떤 사안이든 현대제철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2025년 12월 26일 고용노동부 금속노조 결의대회 사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으로 끌어내야

     

    그간 법원 판단,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위원회 결정은 현대제철에 비정규직지회와 교섭할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교섭 자리에 순순히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고 단골 메뉴인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 것이 뻔하다.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받기까지 빨라야 3~4년 걸린다. 심지어 대법원이 교섭하라고 판결해도 그대로 따를 현대제철이 아니다. 그간 현대제철 자본은 노동위원회 판정문이나 법원 판결문을 한낱 종이 쪼가리로 여겨왔다.

     

    결국 현대제철을 교섭 자리로 끌어내는 힘은 비정규직지회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망 구축에 달렸다. 후퇴하는 민주노조운동에 비정규직지회가 다시 불을 붙인다는 각오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투쟁 요구에 걸맞은 결의가 있어야 한다. 집회나 파업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단결력이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어떻게 싸워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모든 조합원과 토론하며 노동자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과정 속에서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주인이 된다.

     

    법원에 대한 환상을 지우자. 법은 가진 자들의 지배 수단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문제가 크건 작건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법에 의존하게 되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지금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불파소송이다.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노동자 전원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1심과 달리, 2025년 11월 26일 2심은 불법파견 판단을 공정별로 쪼개 △운송 △정비 △고로집진수·환경수처리 노동자를 ‘합법 도급’으로 규정하는 후퇴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2심 판결에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2025년 11월의 후퇴한 2심 판결 이후 다시 중노위 결정이 나왔다. 현장을 다잡을 중요한 계기다. ‘비정규직 없는 현대제철’이라는 목표를 다시 확인하며 현대제철 자본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확대하자. 정규직 전환 여부를 법원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사납게 달려드는 적을 맨몸으로 맞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법원이 정규직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하청노동자의 수많은 투쟁이 있었기에 법원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을 뿐이다.

     

    비정규직지회의 단호한 투쟁으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연대와 지원을 끌어내자. 분명한 것은 주체가 투쟁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이 과감하고 단호할수록 연대망도 넓고 깊게 확장할 수 있다. 세상의 시선을 비정규직 투쟁에 쏠리게 하자. 투쟁이 있다면 현대제철은 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긴다.

     

    사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향해, 다시 목표를 곧게 세우자

     

    교섭은 투쟁과 한 몸이다. 투쟁력이 곧 교섭력이다. 보통 투쟁 없는 교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현대제철을 교섭 자리에 끌어냈다고 해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비록 끌려 나와도 노동자들을 갈라치며 가능한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별도직군, 자회사 등의 꼼수는 그들의 전매특허다. 따라서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는 현대제철의 그런 꼼수를 제압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대제철 내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걸자.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의 목표는 당진제철소를 비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다음은 공장 담벼락을 넘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모든 노동자와 어깨 걸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사라져가는 목표를 다시 불러내 곧게 세우자. 그리고 그 요구를 절대 포기하지 말자. ‘모든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단단히 움켜쥐지 못하여 쪼그라들었던 많은 비정규직 투쟁을 곱씹자. 비정규직 철폐의 깃발을 움켜쥐고 다른 세상을 향해 전진해 나가자.

     

    사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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