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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네팔: 부패에 맞선 한 세대의 반란

수십 년간 이행되지 않은 약속과 노골적인 부패에 분노한 민중들이 역사적인 의회 건물을 포함해 주요 정당 본부들을 불태웠다.

기사입력 2025.09.11 16:36 | 조회 5,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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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제 사회주의 매체인 La izquierda Diario(일간좌파) 국제 편집부가 9월 9일 작성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카트만두, 2025년 9월. 최근 네팔 역사에서 보기 드문 열기로 거리가 들끓고 있다: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많은 이들이 교복 차림에 목이 쉬도록 외치며, 시내 중심가 마이티가르 만달라를 가득 메우고 의회로 행진하고 있다. 연기와 재 냄새가 평소 네팔 수도 공기를 가득 채우던 향과 향신료 냄새를 압도한다.

     

    평화 시위로 시작된 행진은 경찰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분노의 밤으로 변했다. 수십 년간 이행되지 않은 약속과 노골적인 부패에 분노한 민중들이 역사적인 의회 건물을 포함해 주요 정당 본부들을 불태웠다.

     

    불길은 밤을 밝히며 가구와 문서뿐만 아니라, 이미 취약한 정치 계급의 정당성마저 집어삼켰다. 그들은 민중의 고통과는 동떨어진 계급(Caste, 카스트)으로 여겨졌다. 유명한 정치 지도자들의 자택이 포위당하는 가운데, 경찰은 “더 이상은 그만!”(“Enough is enough”, “basta”)이라고 외치는 세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 심지어 실탄까지 동원해 대응했다.

     

    그날 최소 19명이 사망했고, 이후 며칠간 이어진 시위까지 총 22명 사망했다.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병원은 포화 상태였고, 무차별 사격은 물론 심지어 병원과 가정 내에서의 경찰 폭력 사례가 보고되었다. 인플루언서, 유명인사, 심지어 ‘2022 미스 네팔 어스’까지도 이 학살과 인권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규탄했다. 그러나 공식 대응은 언제나 그랬듯 같았다: 국민에게는 총알, 정치인에게는 피난처.

     

    폭동의 직접적 계기는 정부가 8월 말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한 결정이었다. 이는 인터넷 ‘남용’ 방지를 명분으로 했으나, 실상은 소셜미디어에서 고조되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함이었다. 인구의 90%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며 활발한 온라인 생활을 하는 국가에서 이는 치명적 공격이었다. 현지 규정을 준수한 틱톡만 예외로 허용되면서, 베이징(중국)과의 정치적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에서 생활하고 스스로를 조직하는 세대에게, 디지털 검열은 분노를 폭발시키게 한 최후의 결정타였다. 그러나 불만은 훨씬 오래전부터 쌓여왔다.

     

    시위는 특정 정당이나 가시적인 지도자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된 분노의 유기적 폭발로, 이른바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에게 실업과 강제 이주, 그리고 탐욕스러운 엘리트에 의해 미래가 빼앗겼다는 확신만을 제공한 민주주의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이다. 그들의 전투 구호인 “부패에 맞서자”는 단순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학생, 전문직 종사자, 일반 시민을 단결시키며, 내전 종식 이후 네팔을 지배해 온 기득권에게 전례 없는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힌두 왕조에서 취약한 민주주의로
    현재의 좌절감이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6년까지 네팔은 세계 최후의 힌두 왕국으로, 수십 년간 모든 반대를 억압한 절대군주제가 통치했다. 군주제와 마오주의 반군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1996-2006)은 17,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의회군주제 수립으로 급진적 변화의 길을 여는 듯 했다. 그러나 1990년대의 내전도, 가짜 민주주의도 부패와 족벌주의 관행을 끊어내지 못했다. 2008년 군주제가 폐지되고 네팔은 연방 민주 공화국을 선포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시대가 시작된 듯했다. 2015년 새 헌법이 제정되고 세속 체제가 확립되며 평화와 번영, 포용의 시대가 약속되었다. 그 이후로 이 나라는 열 명 이상의 총리를 거쳤는데, 거의 모두가 자본주의 체제와 부패에 적응한 ‘공산’당 출신이었다. 권력을 분배하기는 커녕, 새 정권은 권력을 새로운 엘리트 집단—네팔 의회당, 네팔 공산당(UML), 그리고 전 마오주의자—의 지도자들에게 집중시켰다.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K.P. 샤르마 올리, 푸슈파 카말 다할 “프라찬다” 같은 동일한 인물들이 지난 17년간 권력을 번갈아 가며 장악해 왔으며, 국가가 정체되는 동안 각 정부부처와 특권을 서로 간에 분배해 왔다. “정치체제 전환”(Regime change, cambio de régimen)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결국 특정 세력들을 위한 특권 생산 공장이 되어버렸다.

     

    체계적 부패와 사회적 심연
    이 정당들이 구축한 체제는 후원과 뿌리 깊은 부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정부와 국영 기업 직위는 능력에 따라서가 아니라, 충성하는 자들 사이에서 분배된다. 중국이나 인도로부터의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비용 초과와 끝없는 지연으로 얼룩져, 정치인과 계약자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반면 미완성 고속도로와 유령 공항만을 남긴다.

     

    정치 계급이 부유해지는 동안, 일반 시민들의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실업과 불완전고용은 특히 젊은 층에서 만연하다. 추정치에 따르면 실업률은 20~30%에 달한다. 정규 경제는 매년 졸업하는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흡수할 능력이 없다. 수백만 네팔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이주이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카타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인도 등에서 종종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는 친척들이 보내는 송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재능과 젊은 에너지의 지속적인 유출이다. 지난해만 해도, 약 74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국외로 떠났다.

     

    현대 국가의 기둥이라 여겨지는 교육과 보건은 많은 이들에게 접근 불가능한 사치품이다. 공교육이 열악한 탓에 가족들은 질 좋은 사립교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진다. 공공 의료 서비스는 불충분하며, 의료 비상사태는 가정을 영원히 파산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현실은 정치 계급과 그 추종자들의 사치스러운 삶과 극명히 대비된다. 여기서 네포베이비(영어로 ‘nepo-baby’, 즉 '친인척 우대주의의 산물(Nepotism)'이라는 용어에서 차용)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네팔에서는 특히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명백한 능력 없이도 의회 의석, 정당 지도부 자리, 국가 계약, 대사관 직위를 물려받는 권력 정치인의 자녀들을 가리킨다. 평범한 청년이 도하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기 위해 이민을 가야 하는 반면, 네포베이비들은 혈통만으로 특권과 권력의 삶을 누리며, 옛 체제 못지않게 특궈적인 현대적 정치 카스트 체제를 영속화한다.

     

    자연발생적 반란인가, 지정학적 게임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동되고, 포섭되거나 체포될 수 있는 명확한 지도부가 없는 수평적·분산적 시위 양상은 이를 자연발생적 반란으로 보는 주된 근거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기존 정당과의 어떠한 연계도 공개적으로 거부한다. 그들의 분노는 실생활에서 겪은 실망에서 비롯된 진정성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분석이 날카롭게 지적하듯, 네팔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의 국가에서는 누구도 결코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 네팔은 역사적으로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이웃국가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잡아왔다. 뉴델리는 전통적으로 네팔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베이징은 신실크로드 계획 하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한편 워싱턴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자국의 이해관계권 내 국가로 간주하는 네팔의 불안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외부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권 교체'를 추진하기 위해 정당한 불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첩보 기관들이 그림자 속에서 시위를 조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으며, 대중의 분노는 외부 조작의 산물이라기엔 지나치게 진정성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불신과 간섭 가능성은 네팔의 모든 위기에 항상 드리워진 유령이다.

     

    올리 전 총리 자신도 “불순한 세력”이 시위를 납치했다고 비난했으며, CIA가 배후인지, 중국이 틱톡 보호를 위해 움직이는지 등 외부 간섭에 관한 다양한 이론이 유포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외국 세력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 체제에) 신물이 난 청년들의 모습이다.

     

    투쟁은 계속된다: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체제
    탄압, 그리고 엘리트 계층의 주택과 건물에 대한 방화로 완성된 올리의 몰락은 민중의 승리라고 환호받았다. 정부는 통신망 차단 조치를 해제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권력층의 부패와 경멸을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근본적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네팔은 의존적 자본주의의 실험장으로, 민주주의는 오직 부유층을 위해 작동하며 청년과 노동계급은 자신들의 몫만 챙기려는 기존 정당이나 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을 조직하는 길 밖에 없다. 네팔 Z세대의 반란은 본질적으로 전 세계 남반구 국가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분노가 조직화되면 검열도 총알도 이를 막을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네팔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정치 권력의 상징을 불태우는 행위는 무분별한 파괴 행위가 아니다. 실패한 정화 의식이며, 과거를 불태워 새로운 시작을 강요하려는 절박한 시도다. 네팔의 Z세대는 단순히 정권 교체(change of government, cambio de gobierno)를 넘어 체제 변화(Change of system, cambio de sistema)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들은 면책 특권의 종식, 외국 여권에 의존하지 않는 미래, '네포베이비'와 부패 정치인들이란 부담 없이 조국을 건설할 기회를 요구한다. 그들의 성공 또는 실패는 네팔의 미래를 재정의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의 이행되지 않은 약속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모든 국가에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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