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주거 문제, 지대추구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한다

기사입력 2025.08.27 17:54 | 조회 3,599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사진: MBC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두 달

     

    6월 27일, 정부 금융위원회는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제출했다. 해당 조치는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한도로 제한하고 △대출로 주택 매입 시 6개월 내 전입의무를 신설하고 △비대면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단하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포괄했다. 한국은행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2월 99포인트에서 6월 120포인트로 치솟는 집값 상승에 대응해, 이재명 정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실제로 주택가격 및 소득과 상관없는 대출규제는 역대 최초였다. 7월 10일 한국은행 역시, 지속되는 경기침체에도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며 수도권 주택가격 제어를 우선시했다.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고 한국은행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6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인 8월, 지수는 다시 111로 반등했다. 즉, 단기적으로 거래가 위축되었을 뿐 시장은 여전히 상승을 점치고 있다. 사실 7월 지수 역시 100을 초과하며 집값 상승 전망을 드러냈고 장기평균 107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단기 추이가 어떻게 되건, 이미 다수 대중에게 ‘내집 마련’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다.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은 노동자의 소득으로 넘볼 수 없을 만큼 치솟은 상태다. 경실련이 집계한 정권별 비강남 아파트 30평형 시세는 다음과 같다.

     

     

    주택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따라 더 심화하고 있다. 이제 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구 감소에 따라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엥겔스는 19세기 자본주의 도시화 과정에서 극심해진 주택 문제를 논하며, ‘산업화로 농촌 주민이 대거 도시로 유입되는데, 정작 도시는 기존의 낡은 주거지 철거, 도로 확장, 상업지구 개발 등으로 저렴한 노동자 주택이 줄어들어 만성적 주택 부족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형태로 이러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

     

    지주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융합

     

    고전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 원리』에서 “지주는 잠자는 동안에도 더 부유해진다”며, 지대 증가분을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주들은 일하지도 않고,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고, 절약하지도 않으면서, 말하자면 잠자는 동안에도 더 부유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의 증가에 대해, 일반적인 사회정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지주들이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만약 사회가 애초부터 지대의 자연적 증가분을 과세할 권리를 보유하여 재정적 필요에 따른 한도까지 세금을 징수해 왔다면, 지주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맑스는 『철학의 빈곤』, 그리고 『자본론』 3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밀, 셰르뷸리에, 힐디치 등과 같은 경제학자들이 지대를 국가에 귀속시켜 세금으로 쓰자고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것은 산업자본가가 지주에 대해 품은 증오의 솔직한 표현이다. 산업자본가들에게 지주는, 부르주아 생산체제 전체에 붙은 기생적 덩어리처럼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토지소유는 일정한 발전수준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필요하고 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소유와 구별된다.“

     

    지주계급의 기생성에 대한 밀의 적대감이 드러내듯, 지주계급은 애초 산업자본가들과 적대했던 계급이다. 오늘날에는 자본가계급과 지주계급이 긴밀히 결합해있지만, 자본주의 초기만해도 ‘생산적’ 자본가계급은 ‘비생산적’ 지주계급을 증오하며 이들과 투쟁했다. 부동산 소유에서 나오는 지대, 즉 임대소득은 생산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며 지대 수취는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산활동에서 나오는 이윤 일부를 수취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하나로 융합된 지주-자본가 집단은 집값 상승을 추동하며 사회 전체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물론 양자가 하나로 결합해있다고 해도, 토지소유에서 나오는 지대가 산업생산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이 토지 보유를 확대하는 이유는 산업생산에서 나오는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에 그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하는 지대추구는, 생산 활동을 통한 부의 축적이 둔화된 사회에서 확대된다. 이런 점에서 지대추구 확대, 지주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융합은 자본주의체제 전반의 구조적인 이윤율 저하를 표현하는 중요한 징후다. 오늘날 노동자 민중이 겪는 주거 문제는 대중을 수탈하지 않고서는 연명할 수 없는 퇴행적 자본주의 그 자체의 산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이후 15년간 한국에서 실현된 자산 양도차익(불로소득) 총액은 1,375조 원에 달하며, 이 중 83.3%인 1,145조 원이 부동산 자산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대 수취’라는 이름의 수탈을 통한 부의 축적, 자산 소유를 통한 부의 이전이 전면화하는 양상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쇠퇴하는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다주택자와 주택 보유층은 집값 상승으로 막대한 평가차익과 양도차익을 거머쥐지만, 무주택 노동자 민중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지주에게 상납해야 한다.

     

    말 그대로 “자는 중에도 부유해지는” 지주-자본가 계급의 존재는 노동자계급의 재생산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감소하는 실질임금 중 더 큰 몫을 임차료와 대출이자로 상납하고 있고, 극심한 저출생은 그 결과다. 저출생,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노동자 민중의 멸족을 멈추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와 싸워야 한다.

     

     

    ‘월가 집주인’ - 거대 금융자본의 주택임대시장 진출 가속화

     

    대자본의 주택임대시장 진출 흐름은 국제적이며,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와 함께 만들어진 신조어가 ‘월가 집주인’(Wall Street Landlords), 혹은 ‘기업형 집주인’(Corporate Landlords)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거대 금융자본들은 주택임대시장으로 급격히 진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수백만 명의 주택이 압류당했고,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 거대 금융자본은 압류주택 수십만채를 헐값에 사들였다(그 선봉은 사모펀드 대기업인 블랙스톤이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상장 부동산회사(REOCs) 같은 금융수단을 활용한 이 흐름은, 임대주택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주주들에게 임대료 대부분을 배당하거나 재투자하는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런 흐름은 세입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금융-부동산자본의 임대주택시장 장악은 임차료 상승과 주거 불안정, 세입자 퇴거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캔자스시티 기업형 임대주택 실태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지역 아파트 80%는 기업 소유로 개인 집주인보다 훨씬 많고, 기업형 집주인은 개인 집주인보다 3.7배 더 많은 퇴거 소송을 제기하고, 1.6배 더 많은 법규 위반을 저지른다. 즉, 기업형 집주인은 더 많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그 주택은 세입자에게 더 위험하며, 퇴거 위험도 크다.

     

    2025년 6월 부동산 분석업체 코탤리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 단독주택 매입의 30%를 차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 메트라이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미국 임대용 단독주택의 5%, 70만 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그 비중은 40%, 760만 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입증된 주택임대시장 수익 모델은 국제적으로 확장되었고, 마침내 ‘전세제도’라는 특유의 제도적 장벽이 흔들리는 틈을 타고 한국으로까지 진출했다.

     

    한국 주택임대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국내외 대자본

     

    최근 대자본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택임대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말부터 해외자본의 한국 임대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미국 투자회사 인베스코, 하인즈, 영국 부동산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 캐나다 연기금 등 해외 대자본이 한국 임대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방식은 대규모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 개발, 기존 임대주택 매입, 상업용 부동산 매입 후 임대주택으로의 전환 등 다양하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자본도 임대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임대주택 브랜드를 내세워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으며, 시중은행·보험사 계열 부동산신탁사들도 임대주택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도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통한 대자본의 임대주택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

     

    대자본이 주목하는 것은 급속히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화’다. 전세사기 등 여파로, 2022년 이후 월세 거래량은 급격히 늘어 2025년 현재 전체 임대시장 중 전월세 비중은 월세 63%, 전세 37% 상황이다. 월세 전환 확대와 대자본의 시장 진출 확대에 따라, 주거비 인상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공산이 높다.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커녕, 주택 시장에 임대주택 공급을 의탁했다. 무주택 민중의 주거 수요는 다주택자의 ‘갭투기’와 맞물렸고, 국가는 이를 용인하며 부동산 시장을 부양했다. 그리고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자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했다. 전세사기 사태 이전에도 이후에도, 국가책임 임대주택 공급은 없었다. 그리고 불안한 민중이 월세로 방향을 틀자, 이제 대자본이 주택임대시장을 노리고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제 내가 사는 집의 주인은 유수의 금융자본, 거대 부동산자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지주-자본가계급의 수탈 강화와 함께, 노동자 민중의 지주-자본가계급에 대한 저항을 결집하고 확대하는 효과 또한 가지게 될 공산이 높다. 임대자본이라는 ‘적’이 이전보다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도이체보넨 몰수 국유화 운동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베를린 '도이체보넨' 몰수 국유화 운동의 의미와 한계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상상이나 이론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대자본이 주도한 임차료 폭등에 맞서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도이체보넨 및 기타 부동산기업 몰수운동(Deutsche Wohnen & Co Enteignen, DWE)’이다. 이 운동은 거대 부동산기업들이 소유한 대규모 임대주택을 도시가 인수해 공영화하자는 요구로, 2018년 시민캠페인으로 출발해 2021년 주민투표로 절정에 달했다. 주민투표 질문은 ‘베를린 시내에 주택 3,000채 이상을 소유한 부동산기업의 주택 자산을 베를린 주정부가 매입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부동산기업은 12곳, 대상 주택은 약 24만 3천 가구로, 베를린 전체 150만 임대주택의 16%에 이르렀다. 12개 부동산기업 중에는 이 운동의 이름이 된 ‘도이체보넨과’ 독일 최대 임대회사 ‘보노비아(Vonovia)’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021년 9월 26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찬성 56.4%(약 103만 6천표), 반대는 39%에 불과했다. 베를린 민중 다수가 대형 임대자본이 소유한 주택을 공적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물론 유상몰수 임에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그러나 투표 이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투표가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였음에도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분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한 사민당과 좌파당·녹색당의 연정으로 만들어진 주정부는 몰수를 유보하며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신중한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민당은 명시적으로 몰수에 반대했고, 좌파당과 녹색당은 겉으로는 몰수를 지지했으나 사민당과 연정을 유지함으로써 몰수운동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2022년 초 12인 전문가 위원회가 출범하여 주택 사회화의 법적 타당성1)과 재정적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연전술에 불과했고,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측은 주민투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2023년 6월, 전문가 위원회는 15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행하며 “헌법 15조에 따라 대규모 주택 소유자를 사회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보상금은 시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1) 독일 기본법 15조 사회화 조항 적용 가능 여부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다음과 같다.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공유재산 또는 공동관리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그 보상에는 제14조 제3항 제3문 및 제4문을 준용한다.” 해당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미 주민투표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자본과 국유화 반대 진영은 몰수를 저지하고자 총력을 다했다. 이에 더해 2023년 2월 베를린주 재선거(기존 선거 부정으로 재실시) 결과로 기독민주당(CDU)이 주도하는 보수대연정이 등장했다. 이에 도이체보넨 몰수운동 진영은 2023년 9월 26일, 즉 첫 주민투표 2주년 기념일에 두 번째 주민투표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주민 발의 입법투표로 몰수를 강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 주민투표 시행까지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베를린 임대자본 몰수운동은 아직 진행 중인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린 운동 사례는 극심한 임대료 상승 속에서, 대중이 분노하고 있음을, 또한 급진적 대안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록 유상몰수이기는 하나,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몰수’가 다수의 동의를 얻은 것은, 주택가격 폭등과 주거 양극화로 고통받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히 확인되었다. 주민투표로 임대자본에 대한 거대한 분노가 확인되었으나, 투표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베를린 주정부는 민중적 의지를 짓밟으며 자본가들의 소유권 보호를 위해 작동했다. 대중의 분노를 식히고자 ‘전문가’들이 소집되었으며, 이들이 1년 뒤 발행한 보고서의 결론은 독일 기본법 15조를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다수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표명해도, 그 요구가 지배계급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국가는 지배계급을 위해 대중의 요구를 제한하고, 요구 이행을 지연하며, 끝내 무력화한다. 제도를 넘어서는 위력적인 대중행동이 필요하다는 현지 활동가의 다음 평가를 보자.

     

    2023년 9월 26일, 투표 2주년을 맞아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은 두 번째 국민투표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다시 2만 명, 그리고 17만 명의 서명을 모아야 한다. … 우리는 이미 기파이(2021년 당선한 사민당 소속 베를린 시장)의 “전문가 위원회”라는 희극을 겪었다. 이 위원회는 1년이나 걸려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그렇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공공 소유로 이전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는 것이었다. 구글 검색 몇 분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말이다. 베를린은 건물들을 끊임없이 몰수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모두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이 그토록 좋아하는 아우토반 건설을 위해서였다. 왜 집세를 낮추는 몰수는 상상조차 안 되는 것일까? … 몰수는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베를린 시민 대다수는 세입자이며, 우리에게도 주거에 대한 통제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빈집 점거, 임차료 파업 같은 행동도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대자본 몰수’가 필요하다는 집단적 의지는 투표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지의 실현은 투표만으로 불가능하다.

     

    "주택 대기업을 몰수하라!" 사진: klasse gegen klasse 

     

    노동자 민중에게 닥친 총체적 위기 앞에, 몰수국유화는 필요하고 가능하다

     

    자본가-지주계급은 임대소득이라는 비생산적인 부의 축적을 전면화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노동자들의 자가 소유를 촉진해야 할까? 아니다. 주택을 개인 소유 대상으로 두는 한, 집은 끊임없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노동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대출과 빚에 묶여 살아야 한다. 역대 정부는 대동소이하게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펴왔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도 무늬만 임대주택일뿐 실상은 분양 전환형 주택 공급이 중심이었고, 이재명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7월 10일, 정부는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을 제시했고, 8월에는 지분적립형 공공주택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일명 ‘적금 주택’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 분양가격 일부(10~25%)만 내고 지분으로 얻어 입주한 다음 20~30년간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은 이름만 '공공'일 뿐,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게 장기간 분납을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이 제도는 주거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주거의 시장 종속을 심화시킨다.2)

    2) 자본주의가 주택 문제에 대해 내놓는 이런저런 자가 소유 촉진책의 역사는 길다. 엥겔스는 자가 소유 촉진책이 오히려 임대자본을 배불려왔다고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프루동은 주택 임차인을 분할 지불에 의한 구매자로 전화시키고 매년 지불하는 집세를 주택의 가치에 대한 상각금으로 계산하여 임차인이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이 주택의 소유자가 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프루동이 가히 혁명적이라고 생각한 이 방법을 오늘날 모든 나라에서 투기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은 이렇게 하여 집세를 인상함으로써 집의 2배 내지 3배의 가치를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주택문제」

     

    필요한 것은 토지와 주택을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기반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공공임대 대폭 확충, 1가구 1주택 초과 주택에 대한 몰수 조치가 필요하다. 대출과 월세에 생애를 저당잡힌 노동자 민중의 출산 포기가 일반화된 지금, 자본주의체제가 강요하는 한계를 넘어 나아가야 한다. 이미 독일 노동자 민중이 임대자본 몰수운동으로 증명해낸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

     

    2023년 기준 한국 주택보급률은 102.5%에 달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하는데도 집이 부족한 이유는,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 다주택 소유로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소유자들을 수탈하여, 집 없는 노동자들이나 지금 과밀 주택들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이 가옥에 이주시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된 도시 노동자계급의 비참한 삶과 주거 문제에 대해, 엥겔스는 당시 사회개혁론자들의 ‘자가 소유’ 추진이라는 미봉책을 비판하며, 주택문제의 근본 해법은 혁명이라는 점, 다만 즉각적 조치로 “대도시에는 현재 이미 주택이 충분히 있으므로 이 건물들을 합리적으로 이용”해 주택난을 즉각 완화할 수 있다고 논했다.

     

    대도시에는 현재 이미 주택이 충분히 있으므로 이 건물들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실제적인 ‘주택난’을 당장 완화할 수 있으리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소유자들을 수탈하여, 집 없는 노동자들이나 지금 과밀 주택들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이 가옥에 이주시키는 방법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가 정권을 쟁취하자마자 공공복지의 명령에 따른 이러한 방책은 현존 국가에 의한 기타의 수탈 및 주택점유와 마찬가지로 아주 쉽게 실현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주택문제」

     

    엥겔스가 지적했듯, 필요한 것은 지금 존재하는 주택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조치, 노동자 민중을 수탈해온 지주-자본가계급을 사회적 필요에 따라 수탈하는 조치다. 공공임대의 대폭 확대, 나아가 임대자본과 1가구 1주택 초과분에 대한 몰수만이 무주택 대중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베를린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이 보여주었듯, 다수 대중은 이미 급진적 대안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집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권리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주거체제를 넘어, 주거를 기본권으로 되찾는 투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