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피땀어린 투쟁으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이 만든 다단계 하청구조를 뚫고 실제 원청에 맞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투쟁에 달려있다.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이 땅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켜켜이 쌓인 분노도, 오랜 탄압 속에서 쌓인 체념도 있다. 바로 지금,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실천이다.
3월 6일, 차별철폐! 원청교섭 쟁취! 민주노총 울산본부 결의대회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여전히 투쟁 없이는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지난 해 8월 24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개정되었고,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되었다. 30여년에 걸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결과로, 부족하게나마 법이 개정되었다.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을 2025년 12월 24일 발표했다. 그간 민주노조운동은 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진짜사장 원청 자본과 교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은 기업별 교섭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원청과 하청 노조 사이에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포함해 사실상 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조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노와 항의가 반영되어, 지난 2026년 2월 24일 2차 시행령이 발표되었다. 해당 안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사이의 교섭창구 단일화는 삭제되었다.
노동자 단결로 교섭창구단일화 시행령 폐기하고 비정규직노동자 교섭권 쟁취하자!
발표한 시행령에 따라 하청노조 사이에서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며, 이는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그토록 요구해왔던 독자 교섭을 가로막는다. 여러 하청노조가 있을 경우, 공동교섭단 구성에 실패하면 다수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소수노조는 노조로서 교섭할 권리를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하고 투쟁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교섭창구단일화를 폐기해야 한다.
돌이켜보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민주당 자본가 정부는 교섭창구단일화 법안으로 교섭할 자유를 가로막았고, 소수노조는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아무런 권리가 없는 노조로 전락했다. 이렇듯 자본가들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민주노총 소속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폐기해야 할 교섭창구단일화를 비정규직·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하청노동자들에게까지 적용하려 한다. 교섭창구단일화 시행령은 민주노총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 대상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새롭게 원청교섭 전망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비정규직·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런 만큼 전체 노동자들이 교섭창구단일화 시행령 폐기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하청노동자가 요구한 교섭 의제에서 사용자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노사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교섭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청노동자들이 진짜 사장,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이재명 정부는 역시나 자본 편에 섰다. 하청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는 사업장에서 원청 자본은,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래서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하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 역시 2003년 노조 건설 이후 업체 폐업, 조합원 해고 등 수없이 많은 탄압을 받아왔다. 이런 탄압 속에서 하청노동자들 역시 노조 가입은 곧 업체 폐업과 해고를 뜻한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당해왔다.
그래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노조가입은 ‘결단’이 필요한 대단히 어려운 것이 되어왔다. 이런 조건은 노조법 2·3조가 바뀌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처럼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본이 교섭을 회피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된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조건의 변화는 과거처럼 노조 가입했다고 업체를 폐업할 수 없다는 점, 하청업체를 내세워 조합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를 알려 대대적인 조합 가입으로 조직화하는 것이다.
한화오션 자본이 ‘하청노동자 연말 성과금 정규직과 동일비율 지급’을 발표했고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고 수준’을 약속했다. 그리고 실제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보다 조금 많은 연말 성과금을 받았다. 이런 자본의 대응은 양날의 칼이다. 많은 하청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중공업 원청이 과거 보다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뭔가를 배풀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런 하청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해 함께 싸우자고 안내하고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싸우지 않으면 원청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현재 보이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양보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두려워하고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행보일 뿐, ‘원청이 알아서 주겠지’라는 기대는 결국 허상임을 호소하고 조직하는 길이다. 3월 10일,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3차 원청 교섭 공문을 보냈고 현대중공업 원청은 3월 13일 교섭요구 공문을 그 거대한 공장에 달랑 3장 붙였다. 그리고 20일까지 교섭을 요구하는 다른 노조가 없어, 3월 21일 현대중공업 사측은 3월 13일 교섭요구 공문을 게시한 곳에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붙였다. 이런 현실을 대대적으로 알려, 오랜 세월 억눌려왔던 하청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당차게 일어설 수 있도록 조직하자.
2월 26일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다방’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7월 15일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자!
원청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 희망은 억눌려 있던 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대적 진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 선배 노동자들이 들불처럼 일어섰듯, 하청노동자들도 억눌린 분노를 폭발시킬 수도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조직하자.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한 7월 15일 총파업 투쟁에,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물론, 미조직 노동자들 또한 총파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직하자.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하청·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연대해 투쟁에 나설 때, 자본이 다단계 하청구조로 박탈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는 길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