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23살 경기도 이천 자갈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청년노동자 뚜안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었다. 2인 1조 작업은 고사하고, 방호울이나 방호덮개도 없고, 긴급 정지 스위치도 없었다. 2월 24일부터 3월 13일까지 확인된 것만 최소 6명의 이주노동자가 죽었다. 이에 3월 18일(화),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뚜안 유족 대리인과 경기이주평등연대 주최로 ‘이천(중앙산업)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소금꽃나무 활동가 장혜진 노무사의 발언, 그리고 2018년 12월 10일 유사한 산재사고로 故김용균 노동자를 떠나보낸 김미숙 김용균재단 활동가의 발언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사진=경기이주평등연대
사진=경기이주평등연대
[장혜진 노무사_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여전히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세상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돈으로 사람을 조롱하고 기만하는 세상입니다. 머나먼 타향에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23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뚜안님의 사망 앞에서도 살인기업 중앙산업은 탐욕을 멈추지 않고 뚜안씨를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3월 11일 대표이사와 공장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여러차례 고개를 숙였습니다. 2인 1조 근무 수칙도 지키지 않고 혼자 점검하란 지시를 내렸다는 것도 인정했습니다. 컨베이어 가동 중에 점검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3월 13일 한국 10대 로펌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데리고 온 날부터는 태도가 확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뚜안씨 아빠, 엄마의 서명이 담긴 변호사와 노무사의 선임서를 보여줬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한 서류를 준비했다고 하자,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유족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공증을 받은 위임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위임장은 베트남 관공서를 거쳐야 하기에 빨라야 2주, 늦으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제가 피해자의 대리인이 아니라 가해자의 대리인이 된 것 같습니다. 중앙산업과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고인과 유족, 대리인들을 기만하고 모욕했습니다. 피해자의 대리인을 대하는 태도는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 죽음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당신들이 진짜 대리인이 맞냐고 따지는 저들의 태도에 정말 분노가 치밉니다.
사실 그 태도가 저는 낯설지 않습니다. 제가 노무사로서 노동청에 가면 목소리 높이고 큰 소리로 호통치는 사람은 대부분 사용자들입니다. 주눅 들어서 죄인처럼 조사받는 노동자를 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더합니다.
작년 바로 이곳 경기지방노동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임금을 못 받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근로감독관이 보는 앞에서 경찰 수갑에 채워져 잡혀 갔습니다. 사장이 신고했고, 사장이 경찰을 불렀으며, 근로감독관들은 눈뜨고 지켜만 봤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수없이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작년 8월 3일 경기 화성에 있는 미정화학에서 네팔 이주노동자 디와즈 타망씨가 플라스틱 압축 롤러 기계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노동부는 관리감독을, 처벌을, 재발방지대책을 세운단 말입니까?
산재 감축에 직을 걸겠다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 이주노동자 사고, 사망은 산재가 아닙니까? 감축 못 시켰으면 물러나야 합니다. 아니 우리가 사퇴시켜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와 노동부의 화려한 말잔치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수없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싸워야 합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처벌, 제대로 된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 만들어내야 합니다. 너무나 죽음이 많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죽어나갈 것입니다. 관성적으로 투쟁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다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살리는 길이 모든 노동자를 살리는 길입니다. 이주노동자와의 단결 없이 정주 노동자들의 단결도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며 죽어나가는 이주노동자를 외면하는 노동운동에서 어떤 희망이 있겠습니까?
국적이 아닌 계급으로 단결하여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체제를 갈아 엎어야 합니다. 유족의 대리인으로서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잊지 말아 주십시오. 장례가 끝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가도 이 투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끝날 수 없습니다. 동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연대를 호소합니다.
사진=경기이주평등연대
[김미숙_김용균재단 활동가]
엊그제 뚜안님 빈소를 다녀왔습니다. 용균이 사고와 흡사하다고 문상가기 전에 얘기를 들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멀리서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와 직접 현장에서 대면할 때는 감정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빈소에 놓인 사진은 저의 아들처럼 앳되고 잘생긴 청년이었고 23살 어린 나이에 스러지기엔 짧은 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소를 지켰던 동지가 사건의 전말과 진행 상태를 얘기하는데 듣기조차 거북했습니다. 당장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제대로 알아야해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이른 새벽에 혼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일하다 신체가 두 동강이 날 정도로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것도, 회전체에 위험을 막아줄 안전 커버도 없었던 것도, 위험을 감수하고 가동 중에 이물질을 제거해야 했던 것도, 사고 날 때 기계를 멈출 동료도 없던 것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없었던 것까지 어쩜 그렇게 아들의 사고와 똑같은 판박이 일 수 있습니까? 저는 아들 사고 때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안전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지만 무엇하나 바뀌지 않은 현장을. 뚜안 사고로 목격하며 너무도 참담한 심정입니다. 특히 유족이 되면 똑같은 사고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들의 사고 트라우마도 아직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같은 사고를 거듭 봐야하는 유족에게 사고는, 당시 아픔을 상기시키며 애써 다독이던 속을 다시 헤집어 놓기 때문입니다.
발언문을 쓰며 눈감고 뚜안과 부모님을 생각해봤습니다.
다섯명의 어린 동생들과 아픈 몸이라 돈벌이도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 먼 나라 한국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지만 한 집에 가장으로서 얼마나 책임감이 무거웠을 것이며 월급의 대부분을 부모님께 부치며 뿌듯해 했을 뚜안님의 노고와 미소가 그려집니다. 부모님도 그런 아들이 얼마나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든든했을지 매일 전화통화 했던 것만으로도 짐작이 갔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며 사귄 많은 친구들이 빈소를 지키며 애통해 했던 것만 보더라도 뚜안이 얼마나 좋은 인성으로 사람들과 잘 지냈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이국땅에서 일하러 간 아들이 하루아침에 죽었다는 소식에 얼마나 정신이 까마득하고 망연자실로 몸부림을 칠 뚜안 부모님을 생각하면 차마 어떠한 말로도 위로를 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아까운 뚜안님을 누가 죽였습니까?
돌아가신 뚜안님의 인생을 보면 우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주는 안전 때문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난 것을 알고는 있습니까? 그런데도 저 살자고 책임만 회피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고 싶습니까? 서로 존중하는 기본적 자세를 가져야만이 사람인것입니다.
그런데 뚜안을 죽인 회사는 모든 책임을 인정했던 처음과는 정반대로 대형로펌까지 선임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인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적 예우와 유족에 대한 사과와 반성조차 없다보니 그런 몰상식한 태도로 나오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의 산재사망사고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사람을 본인과 같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잣대가 가장 가식적인 태도라는것을 보여줍니다. 혐오의 칼날로 서로를 헤치는 게 가장 무서운 결과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함에 우리가 뚜안의 부당한 죽음을 알고도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고용노동부는 뚜안의 중대재해 구조적 죽임에 대해 피해자의 관점에서 제대로 파헤쳐 수사하고 대응하길 촉구합니다.
국적 차별없이 철저한 조사, 유족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해야만이 멀리 계시는 부모님과 베트남 국민들을 비롯해 지켜보고 있는 고향 주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이 될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뚜안의 의문의 죽음이 진상규명 될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음을 고용노동부는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