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발전소 내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이 본격화했다. 예고된 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사측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단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더 손쉬운 해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수 관료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폐쇄 일정과 대체 건설 계획에는 발전소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안고, 한전KPS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아래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한전KPS 하청노동자 전원 직접고용을 포함한 3가지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은 합의안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 김충현 투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다음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김충현 협의체에서 3가지 합의안이 도출되었습니다.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전KPS 하청노동자 650여 명 전원을 직접고용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한 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에서부터 한전KPS, 정부와 싸운 결과기도 하고요. 현재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의 하청업체는 1년짜리 쪼개기 계약을 이어오는 인력파견업체나 다름없어요. 노동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역량도 없죠. 한전KPS가 일을 시키면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한전KPS는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와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왔죠. 하청업체 역시 사고가 났을 때도 산재 처리 안 하고 숨겨왔고요. 안전과 직접고용이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도, 실질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원청의 업무 및 안전관리 시스템에 하청노동자들이 포함되어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업무가 한전KPS 노동자들의 업무와 동일하기에, 한전KPS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일반직 4직급으로 직접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을 합의문에 명시하고자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처우는 노사전협의체로 이월하게 되었습니다. 한전KPS는 별정직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거 같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합의문 두 번째 내용,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전·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점은 직접고용에 비해 그 정도가 낮다고 생각해요. 발전소 폐쇄가 심각한 문제잖아요.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의 경쟁 상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텐데, 일단 논의 테이블이라도 만들자 정도인 거죠. 저희를 포함해 많은 현장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내걸고 투쟁해왔죠. 하지만 의제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더 많은 투쟁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민간 경상정비 하청업체의 재공영화도 구호로는 많이 얘기했는데, 현장에서까지 전파되어 자기 요구로 내걸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합의 내용은 연료 환경 운전 분야의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노무비를 전용 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것입니다. 2차 하청노동자들도 합의 대상으로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이번에 조직화 사업하면서 여러 협력업체 노동자를 만나 직접노무비가 잘 지급되고 있는지 물어봤어요. 관련 내용을 잘 모르시더라고요. 임금산출내역서를 실제로 봤는데, 서인천처럼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요.
합의하고자 했으나 안 된 부분도 있어요. 한전KPS가 불법파견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시정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협의체에서 항소하지 말라는 권고를 시도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한국자유총연맹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의 주식을 한국전력이 매입하여 한전산업개발을 재공영화하려는 정책이 추진되다가 중단된 상태인데요, 협의체 차원에서 이를 완전히 철회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한계와 아쉬움이 많은 합의지만, 정부 합의안을 끌어냈던 것에는 노숙농성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어떻게 동력을 유지하셨나요?
용산과 청와대 앞 노숙 농성, 타지역 한전KPS 하청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저는 서울에 계속 머물러야 했어요. 그럴 때 태안 등 현장과 소통체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였어요. 농성을 시작하면서 조합원 간담회를 원래는 한 주에 한 번씩은 하자고 했지만 잘 안 되었어요.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내려가서 얘기하고 결정을 받아오긴 했는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현장과 아예 분리된 채 투쟁할 수는 없잖아요. 소통 역할을 정철희 분회장과 조유상 사무장이 주로 해주셨어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한전KPS랑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고 있기도 했는데, 두 분이 현장 의견들을 청취하고 대응했던 과정들이 있었죠. 국현웅 동지도 농성장에 붙박이로 계시면서 역할을 해주셨고요.
물론 투쟁을 조직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까지 매번 서울 올라가서 집회하고 투쟁하는 걸 조합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고, 불만도 있었죠.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별정직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지금 상태에서 관철하지 않으면 예전이랑 똑같을 거라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가 돼서 싸웠던 것 같아요.
사진: 김충현 대책위
김충현 투쟁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이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장례식장에 있을 때는 충격도 컸고 머리가 비어 있었어요. 그런 상태로 있다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상황을 인지했던 것 같아요. 이거 큰 사건이 되겠구나, 직접적으로 삶과 연결이 되는 일이겠구나.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랐어요. 저도 조합원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까 좀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노동조합과 단체들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현장 사람들이 이제는 싸우는 방법이라든지 이런 것들 이제는 좀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셨죠. 수개월 동안 아예 밖에 나와서 투쟁한 거잖아요. 그래도 그때 많이 깨달으신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머리로만 알았다가, 이제 진짜 우리가 스스로 나서지 않는 이상은 쫓겨날 수도 있겠단 점을 체감한 거죠.
조직화 사업 등 투쟁의 결과로 여러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조직되는 성과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물리적으로도 다 떨어져 있다 보니까 연락도 잘 안 되었고, 누가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죠. 이번에 협의체 면접조사나 설명회 같은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 번씩 다 만나고 다녔잖아요.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어떤 고심을 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되게 뜻깊었었던 것 같아요.
한전KPS와의 계약 내용이 이상하거나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도 하청노동자들이 목소리를 사실상 못 냈거든요. 그런데 이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과도기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되게 뜻깊은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 노동자들도 투쟁을 통해 조직되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알려졌고요.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다른 사업소에도 차츰차츰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한전KPS비정규직지회
2월 말, 전국의 발전소를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합의내용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나, 기억에 남는 사례를 공유해 주신다면?
최근에 쫓겨나신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한전KPS가 하청노동자를 해고했던 사례들을 협의체 진행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거죠. 미리 알았더라면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커버하지 못했던 게 스스로도 많이 한심스러웠고요. 설명회를 했던 첫 번째 이유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합의 내용을 알리는 거였어요. 현재 이런 상황이고 한전KPS가 강제적으로 뭔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했을 때 알려주시라, 그래야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자 했어요.
하청노동자 스스로 앞으로를 준비할 시간, 노조 가입도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시간을 확보하자는 게 두 번째였어요. 저희도 노조 만들기 전에도 자료 모아서 노동청에 신고도 하고 막 그랬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되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조합은 대신 싸워주는 데가 아니잖아요. 스스로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투쟁하는 곳이니까 한편으로는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뭘 들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니까 이런 자료들을 준비해서 들고 싸워야 한다는 거를 얘기하고자 했죠.
저는 제주, 남제주, 일산, 분당, 서울, 안동, 삼척 이렇게 갔다 왔는데요, 삼척 사례가 기억에 남아요. 앞에 안동 설명회가 끝나고 삼척으로 넘어가면서 준비 잘 되고 있냐고 발전소 쪽에 물어봤고, 오면 된다고 해서 갔죠. 그런데 가서 보니까 출입부터 협조가 안 되었어요, 출입 담당자도 나오지 않았고요. 들어보니까 옛날 발전사 부사장이 방문해서 순회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우리가 눈에 거슬리니까 못 들어가게 했던 거였죠. 한전KPS도 담당자를 뺑뺑이 돌리고 있었고요. 하청노동자들은 저희가 온 걸 아예 몰랐대요. 한전KPS 선에서 차단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우리는 설명회를 듣고 싶으니 나가겠다 하셨고, 입구에서 저희가 들어오는 걸 도와주려 하셨죠. 그런데 그분들도 발전소 출입 권한이 없어요. 발전소 본사에서 출입을 허가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결국 편의점 노상에서 설명회를 했어요.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바람도 불고 추웠는데, 거기서라도 하겠다고 해서 1시간가량 설명하고 왔어요.
하동발전소의 경우 한전KPS가 2024년 7월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단기 노무원으로 바꿨던 사례가 있는데요,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하동화력발전소의 한전KPS 하청노동자들이 예전에는 27명이었어요. 여기도 태안처럼 곧 폐쇄를 앞둔 발전소인데, 그 과정에서 한전KPS가 하청업체를 떨궈내려 했던 거 같아요. 2024년, 한전KPS는 하청노동자들한테 상황이 어려우니 한전KPS의 단기 노무원으로 가는 것을 제안했고, 일부는 수용했고 일부는 거부했어요. 현재는 20여 명이 9개월짜리 단기 노무원으로 계세요. 9개월짜리 단기 노무원하고 3개월 퇴직급여 받으시고 다시 9개월 하고 이렇게 계약을 이어오다가, 하동 발전소가 26년에 폐쇄가 되니까 12월까지만 계약을 유지하고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말을 사측이 했나 봐요. 노동자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시죠. 소송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할 거 다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정도 얘기하고 있어요. 발전소 폐쇄를 대비하는 사측의 자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협의체 합의문 중에 직접고용이 완료될 때까지 한전KPS는 하청노동자와의 계약을 계속 연장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관련해서 노사전 협의체에서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싸움도 많이 해야겠죠. 그냥 되는 건 아니니까요.
사진: 김충현 대책위
직접고용을 다룰 노사전협의체가 난항이 예상됩니다.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한전KPS와 발전 5사를 상대로 투쟁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이를 위해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이라 보시나요?
협의체 합의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의 경우 3월 31일까지 노사전협의체 회의를 완료해야 하는데, 사측에서는 노사전협의체 위원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전협의체 테이블로 풀 수 있는게 맞나는 고민도 들고요. 정규직 내부 반발도 심한 것 같습니다. 발전소 설명회 할 때 한 협력업체 사무실에 방문했었는데요, 사무실 옆에 한전KPS 사내 게시판이 있었는데, 한전KPS 노동조합이 ‘공정’ 운운하면서 정규직화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붙어있더라고요.
김충현 중대재해 이전에도 발전소 폐쇄는 계속해서 이슈였습니다. 폐쇄 과정에서 민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하청노동자를 계속 규합해서 운동을 확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2라운드로 넘어가는 상황인 거 같아요. 합의 이후 저희 하청노동자들이 몇 주 투쟁을 쉬었죠. 다시 싸울 때가 된 것 같아요. 일단 직접고용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매체를 통해 한전KPS와 정부의 행태도 더 알려야 할 거 같고요. 원자력발전소 쪽에도 한전KPS 하청노동자들이 민주일반연맹 소속으로 조직되어 있는데, 소통을 잘해서 공동전선을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