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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윤석열 퇴진 광장 이후 퀴어가 다시 연 무지개 광장

기사입력 2025.06.21 08:44 |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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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지난 6월 대전 도심에서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이하 ‘대전퀴퍼’)가 열렸다. ‘사랑이쥬 – 광장에 나와 너’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작년보다 많은 43개의 단체와 퀴어당사자와 엘라이들의 참여 속에 치러졌으며, 축제 당일에는 약 2,000명의 참가자가 도심을 행진했다. 오전 11시부터 부스 행사가 시작됐고, 오후 1시 개막식, 오후 4시 행진까지 일정이 이어졌다.

     

    올해 퀴퍼는 기존 단체 중심의 참여를 넘어서 개인 조직위원들의 기획과 참여 돋보였다. 또한 기업이나 대사관 등의 자본과 제국주의 침략에 책임이 있는 외부 후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조직위원회 성원들은 “내가 사는 도시에서 퀴퍼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전퀴퍼를 또 다시 준비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도심을 따라 이어진 행진 대오에는 무지개 현수막과 함께 “퀴어는 여기 있다”, “차별에 저항하자”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스스로의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드러내며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의 광장에 나온 것에 기쁨을 표현했다. 누가 그들을 숨기라 했던가? 누가 살아도 되는 몸과 그렇지 못한 몸을 나눴던가? 광장은 우리의 것이자 모두의 공간이다. 오래도록 감춰져 왔던 퀴어들은 이제 광장에서 서로를 만나 함께 투쟁한다. 퀴어가 광장으로 나오는 것은 단지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집단적 존재의 선언이다.

     

    출처: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시 낭독과 함께 울려퍼진 팔레스타인 해방

     

    축제에서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억압당하고 차별받는 존재들의 연결이었다.

    연대발언 중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주드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시인 레파트 알리라르의 시를 낭독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당신은 살아남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다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내 이야기가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그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기를.”

     

    주드는 이 시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성소수자의 현실은 외면당한 존재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학살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1948년 나크바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방위산업 수출과 정치권의 침묵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성소수자이자 트랜스젠더로서,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은 끝나야 한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차별금지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못한 현실, 그리고 최근 정보통신법에서 ‘성적 지향’이 삭제된 상황을 지적하며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의 인권이 보장되느냐”고 물었다.

     

    발언 마지막에는 “퀴어로 산다는 것,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산다는 것, 누군가에겐 죽어도 되는 존재로 분류된다는 것—모두 같은 구조의 문제”라고 말하며 다음 구호로 마무리했다.

     

    “우리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출처: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행사 하루 전인 6월 6일, 대전퀴퍼조직위는 대전현충원 앞에서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 하사의 순직이 공식 인정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퀴어 당사자이자 개인 조직위원으로 참여한 상이는 대전퀴퍼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전했다.

     

    “우리는 땅에 존재하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살아갈 권리를 부정당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올라 이야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끝내 웃으며 사라지지 맙시다.

    혐오와 차별 대신 사랑과 연대로 새로운 혁명의 시대에 함께 존재하자고 약속합시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대전퀴어문화축제는 무지갯빛 춤과 웃음이 가득한 축제였지만, 동시에 퀴어의 존재를 지우려는 사회, 팔레스타인의 죽음을 ‘뉴스 한 줄’로 흘려보내는 사회, 존재할 권리를 선별하는 사회에 맞선 투쟁이기도 했다.

     

    또한 고공농성중인 옵티칼지회 노동자들의 청문회 서명운동, 외압을 견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 노동자들의 자발적 부스운영,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활동한 기수들의 참여 등은 이번 대전퀴퍼가 여러 사회운동의 교차점이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된 노동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퀴어 존재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갈아엎기 위해선 노동자운동이 퀴어운동과 어깨를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전퀴퍼의 외침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퀴어 해방의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아가야 한다.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의 광장은 마무리되었으나 우리는 계속해서 광장에 나올 것이다. 우리의 존재로, 우리의 목소리로, 그리고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우리는 계속 연결될 것이다.

     

    출처: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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