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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선언하다
7월 5일 오후 2시,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철회! 임금삭감 철회! 차별처우 중단!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1000명 넘게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울산이주민센터,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에서 집회를 주최했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HD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지난 몇 년간 공제해온 식비(1인당 약 700만원)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참석한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나쁜 계약’ 철회를 위해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 밝히고, 노동조합 가입을 결의했다.
대회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은 분주했다.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서 천막을 치고 참여자들에게 나눠줄 생수와 피켓을 조달해 진열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현수막도 정문 앞 도로 양 쪽에 가득히 설치했다. 현중지부와 사내하청지회를 비롯해, 여러 노동조합에서 게시한 현수막에는 “HD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 성과금을 차별마라(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 HD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 재계약을 보장하라(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HD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철회하라(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울산이주민센터는 지난 6월 26일에 이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나라별 서명판을 준비해 진열했다. 현장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이 새롭게 제시한 ‘나쁜 계약서’에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명했음을 밝히는 서명지였다. 이 서명지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서명한 것이 아님을 밝히는 증거자료로서, 추후 투쟁을 위해 사용될 것이었다.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동지들도 울산이주민센터 동지들을 도와 짐을 날랐다.
대회를 30분 앞두고 여러 지역에서 출발한 버스가 하나둘 도착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울산 외 아홉 지역에서 버스가 조직됐다. 정주민 중심의 시민단체, 노동조합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도 여럿 타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특히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버스를 타고왔다.
한편 대회를 시작하는 날 아침, 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지난 몇 년간 공제해온 식비를 모두 돌려주겠다(1인당 약 700여만원)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주 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쟁취해낸 승리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기본급을 삭감하는 신규계약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은 이날 현장대표의 발언을 통해, 나쁜 계약을 완전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투쟁이 현대중공업을 흔들고 있단 사실을 확인하며, 기세좋게 대회가 시작됐다. 제일 먼저 발언대에 오른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저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그 동료는 저하고 똑같은 일을 합니다. 근데 그 한국 분한테는 보너스를 주고 같은 일을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주고, 빈손으로 제가 집에 갑니다”라는 이주노동자의 말이, 23년 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만들 때 했던 말(“현대자동차에서 소나타를 만들 때 정규직은 오른쪽 바퀴를 달고 비정규직은 왼쪽 바퀴를 단다. 그런데 왜 우리는 차별받아야 하는가?”)과 똑같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3년 전 처음 노동조합 결성의 물결로 인간선언을 하였듯, 이주노동자들도 인간선언을 하고 있다.’ ‘공장을 저임금, 불안정 이주노동자와 AI로봇으로 채우겠다는 자본의 착취 전략에 파열구를 내자’고 밝혔다.
김형수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자본이 1980년대 후반, 3D 업종에 이주노동자들을 처음 고용하기 시작했던 역사를 언급했다. 그리고 산업연수생제도에 이어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권리는 규제하고 의무는 강제’하는 정책임을 지적하고, 이 투쟁이 현대중공업의 임금삭감에 맞서 시작되었지만, 이를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향한 투쟁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스리랑카 민중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통령궁을 점거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처럼, 2025년 네팔의 민중이 부패한 정부를 무너뜨리고 기득권에 철퇴를 가한 것처럼, 2026년 한국의 노동현장에서도 차별과 죽음, 비인간적인 대우와 고통에 맞서 싸우자’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부 노래마당은 모든 것이 돈으로 환원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우리 투쟁의 근원임을 역설하는 노래 ‘이 길의 전부’(꽃다지), 그리고 단결과 연대를 조직해 투쟁하는 과정을 마치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에 비유한 ‘돛을 올려라’(좋은 친구들)라는 노래를 통해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표현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없이는 조선업을 비롯해 수많은 산업현장이 굴러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현재 투쟁중인 E-7-3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민간송출업체로부터 피해를 당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일하러 오기 위해 송출업체에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온다. 따라서 현재 현대중공업이 하는 것처럼 ‘내년에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에서 내쫒을 것이다’라고 협박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어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브래드 동지는 같은 이주노동자로서 먼저 투쟁해온 과정을 설명했다. ‘외국어교육지회는 2024년 비자상태나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보호와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철학으로 설립했다.’며, 그간의 투쟁을 통해 울산의 덕스(Dux), 워릭(Worwick) 학원을 포함한 여러 학원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부산의 한 학원과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아직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이고, 투쟁에 나선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에게 큰 용기를 북돋아주는 내용이었다.
문화선동대 몸짓패 ‘선언’은 금속노조 문화국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위해 제작한 노래 ‘Free Job Change’, 그리고 전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노래 ‘인터내셔널가’에 맞춰 몸짓 공연을 선보였다.
오세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그간 지회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며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고 찾기 위해선 노동조합으로 함께해야한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해 함께 싸울 것을 역설했다.
이어 직접고용 E-7-3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하여, 차리타 동지가 싱할라어로 발언했다. 성서공단지역지회 차민다 동지가 현장에서 한국어로 통역해주었는데, 이를 참고로 윤문하여 발언을 전한다.
안녕하십니까. 우리들끼리 이 투쟁을 하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 투쟁을 위해서 전국 곳곳에서 와주신 모든 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엔 우리가 싸우려고 결의할 때, 우리 옆에 한국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정주조합원들과 함께 싸우고 있고, 매우 큰 힘이 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통역해준 차민다 동지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들어올 때 많은 꿈을 갖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단지 일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길도 만들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투쟁하러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나쁜 회사가 우리를 협박하면서 한 일들 때문에, 우리는 투쟁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금 투쟁하게 된 걸 생각하면, 오히려 이 회사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투쟁을 시작한지 이제 한달 정도 됐는데요, 중간에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 한 한국인 동료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사는 힘이 많아” “그러니 이런거 하지말고, 회사가 시키는대로 해라”
그 때 제가 그 한국인 동료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회사에게 어떤 힘이 있습니까? 회사의 힘은 무엇입니까? 회사의 힘은 이 건물입니까? 아닙니다. 이 회사 안에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간 회사가 우리에게 많은 나쁜 일을 했지만, 우리는 참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힘이 없는 약자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큰 힘이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회사는 우리 월급을 삭감해왔습니다. 끝까지 이 회사는 우리를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우리 앞으로 노예처럼 일할 것입니까? (아니오!)
같이 일하는 관리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우리 상여금을 우리에게 안줍니까? 왜 우리 회사에서는 월급을 깎습니까?” 관리자는 “회사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투쟁을 지켜보면서, 회사가 조금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 아직 회사가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나쁜 계약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동지들,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까?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일어나서, 끝까지 쟁취할 때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식을 전해준 방송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동지들, 이 투쟁 승리할 때까지 함께 싸웁시다. 투쟁!
차리타 동지의 발언이 끝난 뒤, 차민다 동지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우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해 파업권을 갖고, 현대중공업 안에서 집회를 하고 투쟁하자”고 말했고,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서를 돌렸다.
이어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원서현 동지가 베트남어로 발언했다. 원서현 동지는 이번에 투쟁의 도화선이 된 밥값차별과 임금삭감 문제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을 밟기 전부터 당하는 무수한 차별과 착취를 낱낱이 폭로했다. 당일 QR코드를 통해 각국 언어로 집회발언이 배포되었는데, 이를 참고해 원서현 동지의 발언을 인용해 전한다.
동료 노동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한국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한국의 수많은 조선소 현장에서,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품고 이 땅에 왔습니다.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베트남에서 언어를 배우고 신체검사를 받으며 1,500만 원 이상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수많은 동료가 고리의 사채까지 써 가며 빚을 지고 왔습니다. 한국에서 피땀 흘려 일하면 빚을 갚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어떻습니까? 고난과 고통의 연속뿐이었습니다!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만든 E-7-3 비자는 우리를 가혹한 노동 환경에 묶어두는 쇠사슬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현대중공업의 거대한 선박 내부, 먼지와 유독가스가 가득하고 숨조차 쉬기 힘든 좁은 밀폐 공간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온종일 쪼그려 앉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꺾은 채 똑같은 자세로 버텨야 합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서른도 안 된 젊은 노동자들이 목, 어깨, 허리, 무릎이 다 망가져 만성 통증을 달고 삽니다. 평생 쓸 건강을 이 조선소 바닥에 통째로 갈아 넣고 있는 것입니다! 더 분노스러운 것은 아파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작업 중에 눈에 쇳가루가 박히는 산재를 당해도, 회사는 단 한 푼의 치료비도 주지 않습니다. 내 연차를 쓰고, 내 돈을 들여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심지어 현장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도, 겨우 며칠 쉬게 하더니 통증이 가시지도 않은 노동자를 다시 사지로 등 떠밀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인간 대접입니까? 회사의 갑질은 끝이 없습니다.
오후 3시에 강제로 건강검진을 가게 해 놓고선 조기 퇴근이라며 연차 휴가에서 2시간을 깎아 버립니다.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아침 회의부터 작업 시간 내내 통역을 시켜 먹으면서, 수당 한 푼 주지 않고 부려 먹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보호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목숨 걸고 일하는 우리에게 밥값은 전액 부과하고 있습니다. 중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영양가 없는 부실한 식단을 주면서 돈은 꼬박꼬박 뜯어갑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우리를 속이고 법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달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냈음에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회사는 고용센터에 우리가 자진 퇴사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합니다. 법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 당연히 받아야 할 실업급여마저 가로채고 있는 것입니다! 성과급과 상여금 차별까지 더해져 동료들 사이에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조장하고, 현장을 불신으로 가득 차게 만들고 있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을, 똑같이 가혹한 현장에서 회사를 위해 피땀 흘렸다면, 마땅히 공정하게 대우받고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비극은 개인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겪고 있는 피눈물 나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가혹한 차별과 억압이 성실했던 노동자들을 미등록 체류자로 내모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우리는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 조선업의 인력 부족을 메우고, 선박을 만들어내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당당한 노동자입니다! 우리의 노동이 당당한 만큼, 우리의 건강을 보호받고 법이 정한 노동 권익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임금 삭감과 식비 공제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노동자들에게 강요해 체결한 독소 조항 가득한 근로계약서를 즉각 철회하고 폐기하십시오! 차별을 멈추고 현장을 개선하여 우리도 안전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일하게 하십시오!
동료 노동자 여러분!
우리 중 몇몇만 숨어서 울고, 몇몇만 소리친다면 이 거대한 장벽을 깨부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약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손을 잡으면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이제 우리는 하나로 단결해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한국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인권단체, 그리고 정의로운 한국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법도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이 이 거대한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연대가 너무나도 절실합니다. 우리의 이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국경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이 부당한 차별을 끝장내고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연대하여 싸워 주십시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하고, 노동권리 쟁취하자!
부당한 계약 강요 중단하고, 산재 은폐 처벌하라!
우리는 하나다. 단결해서 투쟁하자!
이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국장 라셰드 동지가 방글라데시어로 발언했다. 라셰드 동지는 “E-7-3, E-7-4, E-8, E-9, E-10 모두 비슷하게 사업장 변경 제한, 착취와 차별,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여기서 죽기 위해 온 것이 아니며, 모욕을 견디기 위해 온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동, 능력 그리고 땀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후 행진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출발한 대오는 현대중공업 서부문까지 행진했다가, U턴을 해 다시 정문으로 돌아왔다. 전체 대오는 얼핏 잡아도 1,000명이 넘었다. 서부문에서 행진대오가 U턴을 할 때 행진의 선두와 후미가 양쪽을 바라보며 만나자 구호를 외치며 서로에게 화답했다. 대오 뒤쪽에 위치해 방송차 음향이 잘 들리지 않았던 스리랑카 노동자들 사이에서 싱할라어와 한국어로 자발적인 구호선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정문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도 구호선동은 멈추지 않았는데, 길을 안내하던 경찰의 얼굴에서 기세에 눌린듯한 표정을 보기도 했다.
끝으로 김동하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연단에 올라, ‘이 문제는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늘 결의대회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평등을 지키기 위한 자리’이며, ‘같은 생산직 노동자인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성과차등임금제라는 차별적 임금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팀장이 계약서 서명을 압박하고, 재계약·취업불이익 협박을 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와 국적,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초과착취에 시달려왔다. 이주노동자 도입은 조직된 노동자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자본의 필승카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자본이 만든 인위적인 분열의 경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전력으로 엄호하자. 이미 지난 한달 간의 투쟁 끝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E-7-3 이주노동자들의 활동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훨씬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다. 7월 5일 집회에 참여한 한 조직노동자는 십몇년 전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 때가 다시 생각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투쟁이 커져갈수록, 억압적인 비자제도와 고용허가제로 극심하게 억눌려온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의 마음 속에도, 조합주의적 관행 속에 잠들어있던 조직노동자들의 마음 속에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의 마음속에도 불을 지필 것이다. 현대중공업 E-7-3 이주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빼앗긴 임금을 되찾고 나쁜 계약을 철회시킨다면, 이는 이 땅 노동자계급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