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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든 공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조직하자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간담회 후기

기사입력 2023.11.06 19:58 | 조회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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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초대 손님인 시마, 하마드 두 동지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 요르단으로 옮겨간 팔레스타인인 집안 출신이었다. 팔레스타인 동지로부터 직접 듣는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은 국내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보다 훨씬 심각했다. 시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발견하기도 어려워 언론에서 나오는 사망자 통계보다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고, 1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이미 10월 16일부터 가자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사라진 지 3주가 되었고, 10월 27일부터는 모든 통신이 끊겨서 가자지구 내에서도 주민들이 서로 연락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구호 물품 트럭 역시 이스라엘이 극심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실상 구호 물품을 거의 지원받지 못해 생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된 관심이 가자지구에 쏠려있는 터라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인 노동자와 서안지구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안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출신 노동자들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탄압과 폭력적인 강제추방 조치는 다른 자리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또 현재 가자지구 못지않게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학살이 자행되고 있고, 서안지구에서 꾸준히 이스라엘의 학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강조하였다. 이러한 지점들은 현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단순히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에서의 무력 분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시마와 하마드 두 동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 상황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설명하며 소위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의 무단 점령을 인정하자는 주장이기에 동의할 수 없고, 하나의 팔레스타인 국가만이 대안임을 역설했다. 세계 각국이 휴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휴전’보다 중요한 것은 ‘해방’이고 이를 함께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의 주요 뉴스와 서방 국가 정부들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 정보와 날조로 가득 차 있는지 알려주며 이에 대한 폭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모든 유대인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비백인 유대계를 배제하면서 만들어졌음을 이야기하며, 이스라엘 국가는 존재 자체로 인종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지금의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그 배경이 일맥상통함을 설명하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동지들의 여러 질문에 대한 팔레스타인 동지들의 답변도 이어졌다. ‘한 국가’의 상과 유대인과의 공존, 이스라엘 민중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성심성의껏 답변하면서 고민과 복잡한 심경도 밝혔다. 우선 ‘두 국가’가 아닌 ‘한 국가’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국가의 모습과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완전한 탈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사는 국가”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정착 행위 중단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원래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귀환할 권리를 포함해야 하고, 유대인들과의 공존 문제에 대해서는 어차피 이스라엘 건국 전에는 서로 함께 살아가지 않았었냐고 답했다. 이와 함께 많지는 않지만, 이스라엘 노조 중에서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연대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노동자계급과 팔레스타인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연대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민중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한 동지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정착해 온 과정 자체가 곧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해 온 과정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원래의 땅으로 돌아가는 게 자신들의 요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동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면서, 이스라엘의 정착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75년이 흘렀고, 그들을 다 쫓아내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비록 모든 이스라엘인이 시온주의자는 아닐지라도 모두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 인종청소 실행과 정착 행위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민중과 정부를 완전히 구분해서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입영을 거부하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뒤풀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국가권력과 이스라엘 민중을 쉽게 나눠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대인과의 공존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 활동가 중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지 군사 점령 문제가 아니라 식민주의와 인종주의 문제로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한 동지가 있었다. 덧붙여서 BDS운동(Boycott Divestment Sanctions Movement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운동)에 동참하고 조직된 연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결성되고 두 차례 서울 도심 집회를 진행했으나, 아직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미약하고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팔레스타인 연대는 생소한 영역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연대하는 것, 이것이 지금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맞선 가장 중요한 투쟁이다.

     

    지금부터라도 각자 자신이 속한 지역, 현장, 영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투쟁을 조직하자.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각종 인종차별 범죄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 국제연대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함께 해나간다면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집단학살을 막아내는 것도 지난 수십 년간 자행된 이스라엘의 압제로부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쟁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 그리고 이스라엘을 앞세워 중동을 통제하려는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으로 밀어넣고, 추방했으며, 학살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팔레스타인 연대가 절실하다. 한국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계급이 그 투쟁에 앞장서자.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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