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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와 일강 이주노동자의 연대10월 4일 금속노조는 전북지부 일강지회 노조탄압과 이주노동자 조합원 부당해고를 막기 위한 ‘이주노동자 부당노동행위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제도 개선!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울산지역 동지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과 함께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현대중공업지부와 전북지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는 전북지역 금속노동자와 지역활동가뿐 아니라 이주노동조합, 성서공단지회와 사람이왔다 소속 동지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국적으로는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한국 노동자 등이 한데 모였다. 주 80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과 강압적 통제, 반복된 산업재해를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김제지평선일반산업단지 내에서 처음으로 금속노조 깃발을 꽂자, 자본은 복수노조를 활용해 민주노조를 공격했다. 그리고는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둔갑시켜 재계약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해고하고 있다. 지회 농성과 지역집회 등 투쟁에도 불구하고 일강 자본은 ‘금속노조 위원장이 와야 만나주겠다’며 뻔뻔하게 노동삼권을 유린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재계약과 비자는 삶의 문제다. 일강 이주노동자의 일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를 지키고자 연대한 노동자들은 “표적해고 철회하고 이주인권 보장하라”고 힘차게 외치며 집회와 행진, 음식이 있는 문화제를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 현장에 일강 투쟁을 알리며 참여한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연대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주노동자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정부24 외국인서비스’ 홈페이지에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안내한다.[1]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며, 그렇기에 이주노동자는 사용주가 시키는 대로 꼼짝없이 일해야 한다. 이렇듯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일종의 강제노동제도다. 일강 자본은 이러한 차별 구조 아래 이주노동자를 실컷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더 가혹히 착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평가 대상’으로 취급했다.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단결권을 행사하자, 일강 자본은 재계약 심사·평가제도를 통해 2026년 5월부터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삼권을 보장한다는 한국 법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강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삼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았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싱할라어·베트남어·태국어로 제공한 자료를 통해 일강지회 상황을 접했다. 같은 처지였다. 일강도 HD현중도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HD현중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저항과 노동조합 가입을 막고 ‘집에 보내 버린다’며 노동조합 탈퇴를 협박한다. ‘나쁜 계약’의 핵심은 평가해고제다. HD현대중공업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시키는 일은 전부 해내야 하는 기계이자 ‘평가 대상’으로 취급하며 임금을 차별했고, ‘쉬운 해고’를 강제 도입했다. 아직 평가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같은 탄압이 벌어지는 일강에서는 이미 표적해고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중사내하청지회가 예산 등의 여건으로 버스 신청을 일찍 마감하였는데도 이주노동자들은 전날까지 연대버스를 탈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연대집회에 참여한 비조합원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일강 연대투쟁 조합원 선전물 함께 싸운다는 마음으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자본이 자행한 탄압에도 분노했다. 특히 고국에 있는 아내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이주노동자가 신청한 연차휴가마저 일강 자본이 ‘일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사장은 사람도 아니다”, “사장은 나쁘다”, “사장 아내가 죽었어도 그럴 것이냐.” 일강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연대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니 힘차게 연대하자”, “일강지회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이제 함께 힘을 모아 투쟁에 승리하기를 바란다”, “모든 노동자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과 함께 일강 노동자들이 겪는 불의에 맞서 함께 싸우자.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등을 말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프리 잡 체인지’ 노래를 배우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김제에 도착하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붉은 머리띠를 이마에 묶었다. 지회가 노조 가입 당시 나눠준 머리띠를 저마다 챙겨온 것이다. 집회 장소는 공단 한복판에 있는 공원 옆이었다. 공원 맞은편에는 일강 공장이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회의 농성장을 찾았다. 공장 안 화장실을 이용하며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어느 나라 이주노동자들이 있는지, 왜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지를 물으며 집회를 준비했다. 일강지회 농성장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집회는 양범식 금속노조 전북지부 미조직전략부장 동지의 사회로 시작했다. 공단에 울려 퍼지는 노동자들의 함성은 그날 가을 햇살보다 뜨거웠다. 금속노조 김형수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피해자로서, 을로서 모인 게 아니라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국가를 넘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집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주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사측이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주노동자도 노조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일강지회 조합원 라지즈는 “그동안 우리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 연차 사용 제한 등 수많은 문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노조에 가입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름 없는 존재로 취급되던 우리가 이제는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노동시간도 준수되며 임금 또한 크게 인상되었다”며 노동조합이 만든 변화를 증언했다. 이어 일강 자본의 탄압을 규탄하면서 “일강지회 투쟁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싸움이다. 회사가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부당한 구조를 깨뜨리자. 우리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인간다운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만 바꿀 수 있다”고 단결 투쟁을 강조했다. 대오는 행진하며 사회자가 선창하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다. “표적해고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나쁜계약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노예가 아니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이내 대오가 일강 공장 정문에 도열했다. 대오가 내지른 함성은 우렁찼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HD현중 이주노동자들은 행진 중간에 노래가 나올 때도 이따금 구호를 외쳤다. “재계약을 보장하라!” 힘이 넘쳤다. 행진을 마치고는 성서공단지회의 몸짓에 맞춰 모두가 ‘프리 잡 체인지’를 온몸으로 노래했다. 사진: 사람이 왔다 각국 음식을 나누며 진행된 문화제에서 여러 이주노동자의 발언과 노래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파산은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 자신들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맞서 노동조합과 함께 싸웠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하려는 건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짚었다. HD현대중공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는 세계 어디에 있든 민족과 종교, 피부색으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일강지회 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베트남에서 온 성서공단지회 노동자 원서현은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을 때,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회사에 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두 가지 선택만을 제시했다.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사업장을 옮겨라.”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차별과 착취의 일터는 그를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서게 했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다.” 그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라서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은 모습과 언어도, 부르는 노래도 달랐지만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하나가 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샤킬의 마지막 발언은 이날 집회와 단결의 의미를 선명히 제시해주었다. “일강지회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현장에서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땀 흘리고, 똑같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리도 똑같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도 도움만 받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조합원이 되고 싶다. 차별 없는 현장!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노동자의 권리는 국적보다 강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여 투쟁하라!” 일강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자본과 정부의 노동권 탄압에 맞서며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섰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일강지회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며 노동자계급으로서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 수많은 일터에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음에도, 이주노동자와의 단결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미흡한 오늘날의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자. 민주노조운동은 일강 공장이 소재한 공단 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현장과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추동해야 한다. 울산으로 돌아오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연대하자고 결의했다. “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겠다”, “연대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 “우리는 일강 노동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투쟁!” 일강지회 샤킬 노동자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단결은 국적이라는 장벽보다 강하다. 차별 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자. 참가자들은 금속노조 결의대회 현수막에 일강 투쟁 응원 메시지를 빼곡히 적었다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 본문 각주 번호: 작게, 우상단으로 */ .footnote-ref { font-size: 0.7em; vertical-align: super; line-height: 0;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각주] [1]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고용주가 합법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근로자는 인권 보호를 기반으로 내국인과 동등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
[번역] 프랑스: 고등학생·공공부문 노조·소방관들이 학교 봉쇄 투쟁으로 결집하다더 나은 교육환경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시위로 시작된 투쟁이 노란 조끼 운동 이후 볼 수 없었던 대중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학생, 교육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과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미래에 맞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 프랑스에서 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9월 29일 화요일에는 300곳이 넘는 학교에서, 10월 2일 금요일에는 500곳이 넘는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전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악화하는 교육환경과 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으며, 운동 시작 이래 이어지는 경찰의 강경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후 학생들은 교사, 소방관, 의료노동자 및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마크롱 정부의 긴축정책에 맞서고 있다. 이들이 직면한 조건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세계에서 성장하는 청년들 앞에 놓인 것은 과밀 학급, 자원 부족, 악화하는 공공서비스, 그리고 불안정한 미래이다. 9월 21일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투쟁은 빠르게 파리를 아우르는 중심 지역인 일드프랑스로 퍼져 나갔다. 노동자 밀집지역 학생들은 자신들이 겪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정부의 광범위한 예산 삭감과 공공서비스 공격의 결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위는 파리, 릴,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등 13개가 넘는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400곳이 넘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확대되는 학생운동 운동이 성장하면서 극도로 인기 없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폭넓어지고 있다. 이번 투쟁은 마크롱 정부에, 또한 노동자와 청년들이 교육·의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삭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정부의 발상에 도전한다. 학생들이 겪는 “용납할 수 없는 교육환경”에는 교사 부족(일부 지역은 교사 한 명이 35명의 학생을 맡는 수준에 이른다), 제대로 된 책상과 의자의 부족,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빠듯한 하루 10시간의 학교 일과, 학교 안의 쥐와 바퀴벌레, 그리고 섭씨 35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교실 등이 포함된다. 청소년들은 영리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조건과 마크롱 정부의 위선적이고 반동적인 정책 사이의 연관을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은 정부가 학교 개선보다 히잡과 아바야 같은 전통적인 무슬림 복장을 범죄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확대되는 군사화와, 학교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경찰 예산을 늘리겠다는 정부 결정을 규탄한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파시즘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선별” 법령과 등록금 인상에 맞서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강화되는 정부의 탄압 정부는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인 생드니에서 대규모 경찰 탄압으로 대응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에 중무장한 병력을 동원했고, 최루가스를 사용하며 체포와 구타를 자행했다. 경찰은 고작 14세에 불과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곤봉과 최루가스, 고무탄 발사기를 사용하여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한 청소년은 근거리에서 발사된 최루탄에 맞아 치아 여러 개를 잃었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비살상” 진압무기에 맞아 한쪽 눈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체포된 사람은 약 2,000명에 이른다. 9월 30일 하루에만 625명의 학생이 체포됐다. 다음 날 법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36명의 검사장을 소집해 운동을 꺾을 방안을 논의하며, 학생들에 대한 체포와 기소를 정당화했다. 정부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본보기로 삼아 겁주려 한다. 이는 2023년 알제리계 17세 청년 나엘이 경찰에 살해된 뒤, 경찰 폭력에 맞서 정의를 요구하며 일어난 운동이 당한 인종차별적 탄압을 떠올리게 한다. 학생·교육노동자·노동자들의 연대 9월 29일 학교 봉쇄 투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단결이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마크롱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 학생들은 교육노동자, 소방관, 의료노동자 및 다른 공무원들과 함께 놀라운 연대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학생들의 요구는 파업에 나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와 맞닿아 있었다. 소방관들은 갈수록 심각한 화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원 부족과 악화하는 노동조건에 항의했다. 의료노동자들은 수년간 이어진 예산 삭감과 인력 부족, 공공병원의 노후화를 규탄했다. 여러 학교에서는 교사와 교육노동자들이 학교 봉쇄 투쟁에 동참하여 학생들을 경찰의 탄압으로부터 방어했다. 이는 학생들의 투쟁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서로를 강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투쟁들이 하나로 결집하면서 정부의 예산안과 긴축정책에 맞선 더 광범위한 운동이 형성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날의 연대는 학생과 노동자가 각자의 투쟁에 고립되지 않고 긴축과 공공서비스 삭감,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에 대한 마크롱 정부의 공격, 나아가 제국주의적 재무장과 군사화에 함께 맞서 싸우며 단결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적인데다 갈수록 우경화하는 프랑스 정부에 맞선 이 운동을 국제주의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세계 곳곳의 학생들은 교육예산 삭감, 잔혹한 전쟁, 불확실한 생태적·경제적 미래 속에서 더욱 심각한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이번 학생운동은 청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고 긴축정책 강화와 극우의 부상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전략적 필수조건임을 일깨운다. 2026년 10월 4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글을 번역함 글쓴이: Adrien Masson and Emma Lee 번역: 곽소현 -
“제가 겪었던 일을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지난 8월 말 거제 한화오션 사내하청 우즈베키스탄 여성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생긴 정신적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2011년에서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인정된 한국 사회이기에, 언론은 이중삼중의 차별에 노출된 이주여성 노동자가 얻어낸 이번 산재 인정 판정을 비중 있게 보도[1]했다. 구조적 젠더차별 사회에서 남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이자 ‘사장님’에게 삶이 묶인 이주노동자가, 일터의 성희롱과 괴롭힘에 맞서는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부당해고로 ‘적응장애’라는 큰 병을 얻었지만, 자신의 일터를 지켰고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의 용기와 힘겨웠을 투쟁에 존경을 표한다. 사용자의 손에 이주노동자의 고용과 생계가 달린 고용허가제 이주여성 노동자가, 재직 중 성희롱 피해를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이 투쟁에 함께한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김정열 사무국장은 “그 업체와 관리자 문제만이 아니라 고용허가제도가 이렇게 해도 되게끔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실상 이주노동자 고용이 원청의 필요에 의한 것이니 한화오션 측도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문제를 짚었다. 성희롱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번에 산재를 인정받은 이주여성 노동자는 2018년부터 고용허가제(E-9)로 일하고 있는 용접사다. 한화오션 사내하청에서 잔업도 특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2025년 8월, 직속 상급자인 반장이 가한 성희롱을 거부하면서 그는 웃음을 잃게 되었다. 관리자는 성희롱, 야간 전화, 사생활 추궁 등 성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에게 큰 충격과 공포,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가 성희롱에 맞서자, 관리자는 위계적 괴롭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욕설, 공개적 모욕, 지속적 부당지시, 장비 은폐와 반환 거부, 금전 요구, 절도 유도, 블랙리스트 협박, 일자리와 비자 협박 등 괴롭힘이 3개월 넘게 지속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소장, 부장, 대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도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용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12월 엄동설한에 사측이 내린 결론은 ‘해고’였다. 사측은 그가 사용자의 조치를 기다리다 지쳐 외부기관에서 상담받은 일조차 해고 사유로 들었다. 성희롱도 모자라 해고까지, 이는 해당 사내하청 업체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많은 일터에 만연한 구조적 폭력이다. 해당 사건 진정서 일부 고통과 용기 “직업환경의학과 초진 기록지에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노출 기록, 근로계약 해지 등으로 실신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은 사실”[2]. 그는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받고 실신하고 말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적응장애’라는 질환은 그동안 이주여성 노동자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불면, 우울, 어지럼, 구토, 실신, 안면마비, 오른쪽 편마비 등 그의 고통은 온몸으로 발현됐다. “더욱이 피해자는 E-9 비자를 취득한 여성 이주노동자로서,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리는 고용허가제로 인하여 체류 자격·사업장 변경·고용 유지 전반이 사용자에게 종속된 구조적 약자의 지위를 감안하였을 때, 평균적인 사람보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3] ” -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로, 여성노동자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로 켜켜이 쌓인 차별 위에서 존엄을 짓밟힌 고통은 배가된다. 이 폭력의 책임은 가해자, 하청업체, 원청 한화오션, 정부뿐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젠더차별과 인종, 고용형태, 장애 등 갖가지 기준으로 분열시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한 동지를 통해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과 연결된 후 외롭게 버티던 그의 저항은 ‘불의’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진정서 접수를 결심했다. 올해 2월 적응장애를 진단받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사장 손아귀에 고용과 생계가 저당잡힌 고용허가제와 비자제도의 문제로 노동부 진정은 취하했지만, 그는 복직해서 당당히 용접기를 잡았다. 산재 판정이 났을 때 그의 심경은 어땠을까? “산재가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정말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가장 기뻤던 것은 돈이 아니라,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고 제가 겪은 일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고,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처음부터 저를 믿고 곁에서 도와주신 노조오빠의 응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산재가 승인된 날, 제 마음속에는 ‘드디어 내 말을 믿어주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제 몸과 마음은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산재 승인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제 진실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였습니다.” ‘노조오빠’로 불린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사무국장 김정열 동지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고강도·저임금 노동착취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대거 부르는 한국 사회다. 조선소 현장에서 이주여성 노동자가 젠더폭력을 산재라고 인정받고서야 ‘진실을 인정받아서 기쁘다’고 말하며 안도하는 현실은 노동자운동에 많은 과제를 안겨준다. '노조오빠'와 이주여성노동자가 2026년 7월 5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나란히 행진하고 있다. 정의로, 연대로 산재 판정이 나기까지 치료받으며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측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 연대의 힘을 배운 그는 7월 5일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제1차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에 참여해 HD현대중공업의 이주노동자 차별을 규탄했다. 다른 우즈베키스탄 여성 노동자가 겪는 직장 내 성희롱을 어떻게 도울지도 상의했다. 9월 13일에는 거제지역 노동자들과 서울로 향했다. 청와대로 행진한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프리 잡 체인지(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노동자 노동권, 인권 보장’을 힘차게 외쳤다. 이주노동자 2백만 시대에 이주여성 노동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 노동자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등 젠더폭력과 차별 실태에 관한 변변한 통계조차 없다.[4] 그가 이주여성 노동자로서 투쟁한 모습은 다른 이주여성 노동자뿐 아니라 많은 이주·정주 노동자에게 일터의 차별과 폭력, 불의에 맞설 용기와 단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는 오는 10월 18일 3차 전국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를 앞둔 울산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겪었던 일을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혼자 참고 침묵하지 마세요. 서로를 지켜주세요. 함께해 주세요. 우리는 낯선 나라에 와서 살고 있지만,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투쟁!” 그의 용기와 연대를 배운다. 정부와 자본의 차별과 착취에 함께 맞서자! 서로를 지키자, 투쟁!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 본문 각주 번호: 작게, 우상단으로 */ .footnote-ref { font-size: 0.8em; vertical-align: super; line-height: 0;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1] 경향신문은 영어판 기사도 발행했다. https://www.khan.co.kr/en/article/202609070742017 [2]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상질병판정서’ [3] 2025년 12월 9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진정인 : 거제노동안전활동가모임 사무국장 김정열) [4] 국제노동기구(ILO)는 ‘직장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경험: 첫 번째 세계적 조사’ 보고서(2022년)에서 전 세계 노동자 5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과 괴롭힘을 경험했고 특히 청년, 이민자, 여성, 임금노동자 등의 피해가 더 두드러진다고 발표했다. -
‘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독일 극우의 부상독일 좌파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주의회에서 제1당이 됐다. 심화하는 생존권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진보적 대안에 대한 기대가 뉴욕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된 결과다. 하지만 좌파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자본주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 온 기층의 요구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전국적 약진까지 고려하면, 현 상황은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좌파당의 약진, 그리고 AfD의 약진 지난 20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좌파당은 25.7%를 기록하며 제1당이 됐다. 좌파당은 18.0%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를 크게 앞섰으며, AfD는 16.3%로 3위를, 녹색당과 사민당(SPD)은 각각 14.3%와 12.1%를 얻었다.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 AfD의 보루로 자신을 내세우며 부상하는 극우의 ‘방어벽’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CDU 출신의 현 메르츠 총리나 베를린 전 시장의 반대자로서 역할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기업 국유화, 임대료 인하, 저렴한 대중교통 등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베를린에서는 좌파당이 선전했지만, 나머지 2개 주의회 선거에서는 Af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과거 동독 지역으로 폴란드와 국경을 맞닿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AfD가 38.2%를 득표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35.5%), 좌파당(6.5%), 녹색당(5.7%)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 앞서 독일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AfD)이 43.8%를 득표했다. 예상을 뒤엎고 주 의회에 진출한 독일사회당(BSW, 바겐크네히트 동맹)을 제외하면, 작센안할트에서 독일대안당이 획득한 의석수는 39석으로 기민/기사당·사민당·녹색당·좌파당 4개 정당이 득한 의석수와 같다. 사실 AfD는 작센안할트 주뿐만 아니라 독일의 여러 주에서 자체 최고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작센안할트 주에서 기록한 43.8%는 1990년 이후 어떤 정당도 기록하지 못한 최고 득표율이기도 하다. AfD는 2013년 창당 후 2019년까지 독일 동부에서는 약 20%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는 5%를 넘어섰다. 그러나 AfD의 성장이 줄곧 이어진 것은 아니다. AfD가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2017년 뒤에는 다소 하락세였고, 2020년 함부르크 주 선거부터 2022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까지, 9번의 주 선거에서 연속으로 직전 선거보다 득표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니더작센 주 선거에서 11%를 득표하며 약진한 후, AfD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제 Afd는 독일 동부에서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도 20% 가량의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동서부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이제 AfD의 세력 확대는 동부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AfD는 이제 독일 여러 주에서 AfD를 배제한 주 연립정부 구성을 어렵게 만들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우 키워낸 자본주의 체제 이러한 AfD의 부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독일은 1990년대 말 사민당과 녹색당 연립정부를 이끈 슈뢰더 시절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서처럼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떨어뜨렸고, 특히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구동독 지역에서 이 영향은 더욱 심각했다. 2024년 기준 구동독 지역 전일제 노동자 임금은, 2024년 구서독 지역보다 17% 낮았다. 선거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센안할트 주 독일대안당(AfD) 지지자 중 89%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우려한다고 답했다. 2021년 이후 식료품 가격은 34.7% 상승한 반면, 임금은 14.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독일 내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5년 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폭등은 실질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더해 독일 재무장을 위한 급격한 군비 증강에 따른 사회복지비 지출 축소는 교육예산 삭감, 어린이·고령자 지원금 삭감 등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인내심은 기후위기에 바닥을 드러난 라인강처럼 말라붙었다. 독일 극우세력은 이 분노를 생활고를 낳은 정부와 자본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에게 돌리며 몸집을 불려왔다. 또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 조장을 통한 극우의 세력 확대는 독일만의 상황도 아니다. 2016년 미국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토대로 집권한 트럼프, 이탈리아 멜로니에 이어 202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국 개혁당, 그리고 프랑스 국민연합까지 이주민에 대한 탄압은 극우의 공통 전략이었다. 2026년 7월 말 스페인령 세우타 난민 입국 사건에 대해서도,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는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이주민 혐오를 부추겼다. 각국 극우가 이주민을 짓밟으며 진격하는 사이, 극우세력 확대의 토대를 만든 자본은 극우를 전폭 지원하며 노동자 민중의 허리띠를 더욱 죄고 있다. 주지하듯,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에 이어 각국 극우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부동산 자본으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AfD나 암호화폐 자본가에게 수천만 파운드를 받은 영국 개혁당처럼 거대 자본과 억만장자들이 각국 극우를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에 맞선 계급투쟁을 미국에서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선전이나 독일 좌파당의 부상은 진보적 대안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드러낸다. 그러나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 의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극우와 자본에 맞선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적 계급투쟁이다. 바로 몇 년 전 독일 좌파당이 집권했던 튀링엔주의 사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2019년 튀링엔 주 선거에서 좌파당이 3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보도 라멜로프를 주지사로 세우며 사민당·녹색당과 함께 ‘적적녹 연립정부’를 구성한 좌파당의 2024년 득표는 13.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AfD의 득표율은 23.4%에서 32.8%로 상승하며 강력한 정당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연립정부는 AfD의 성장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AfD 약진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극우 부상에 관해, 최근 나오미 클라인과 아스트라 테일러는 《종말론적 파시즘과 살아있는 세계를 위한 투쟁》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 속에서 부유한 엘리트와 극우세력이 인류의 미래를 포기한 채 소수만의 생존을 도모한다고 진단하며, 이런 정치를 ‘종말론적 파시즘’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만이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가 어떻게 가능한가다. ‘파시즘’이 자본주의를 지키려는 힘이라면, 그에 맞서는 힘은 결국 계급투쟁이다. 대안은 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촉발하는 계급투쟁과 이를 체제 자체의 변혁으로 이끌기 위한 운동에 있다. -
[정세집담회]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사회적 교섭'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자료집은 아래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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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3년째 피 흘리는 팔레스타인, 이제는 계급투쟁으로 학살과 전쟁을 끝내야 한다우리는 팔레스타인 대량학살이라는 역사적 범죄의 지속을 만 3년째 목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폭격과 봉쇄, 강제이주를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식민지배를 영구화하고자 대량학살을 자행해왔다. 2023년 10월 7일부터 2026년 9월 17일까지, 가자에서만 최소 7만 3,821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죽고, 17만 4,897명이 다쳤다.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팔레스타인에 평화는 없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을 끝장내지 않는 한,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 패권 유지를 위한 야욕을 끝장내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에 평화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평화를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를 보란 듯이 짓밟고 있다. 2025년 10월 10일 소위 '휴전' 발표 이후 2026년 9월 2일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 민중은 1,334명에 이른다. 지난 3년은 이 끔찍한 대량학살이 중동 전역의 전쟁으로 확대된 시간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에 그치지 않고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을 공격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을 공습했고, 2026년 2월부터는 이란에 대한 전면적 침략에 나섰다. 이 전쟁이 이미 사우디와 후티를 포함한 중동지역 교전국 확대로 이어진 지금, 호르무즈해협과 홍해 항로 보호를 명분으로 역외 국가들이 군사개입을 단행할 경우 그 결과는 확전의 악순환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자본은 팔레스타인 학살과 전쟁을 이윤축적 기회로 삼아왔다.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팔레스타인 가스전 개발 사업에 뛰어들며 이스라엘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원을 수탈해 이윤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최근 드러난 국민연금의 집단학살 공모 역시 마찬가지다. 2025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이스라엘 국채는 약 404억 원이며, 이 가운데 약 328억 원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발행된 '전쟁 국채'다. 이스라엘 기업 주식과 회사채를 합친 전체 투자액은 7,698억 원에 이르며, 그 태반이 이스라엘 전쟁산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추진은 이러한 연계를 한층 노골화하는 조치다. 이재명 정부는 제국주의 열강투쟁의 격화에 따른 전쟁의 확대와 전 세계적 군비증강을 한국 자본주의의 도약 기회로 삼아왔고, 호르무즈 파병은 이러한 공모를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강화하는 조치다. 자본은 전쟁과 학살로부터 이윤을 쌓고, 그 전쟁과 학살의 비용과 위험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된다. 바로 지금, 팔레스타인 노동자 민중과의 연대는 인도적 호소를 넘어, 학살과 침략전쟁을 이윤축적 기회로 삼는 한국 정부와 자본에 맞선 계급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살에 맞서 확대되어온 투쟁이 바로 그 토대다. 지난 3년, 학살과 전쟁에 맞선 국제적 투쟁은 국경을 넘어 확대되어 왔다.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에 맞선 연대투쟁이 벌어졌다.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점령된 땅에 기후정의는 없다'는 슬로건으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규탄했다. 가자 봉쇄에 맞선 국제적 항해가 조직되었고, 한국 활동가들 역시 배에 올랐다. 세계 각국 노동자들은 학살 물류 선적을 거부하며 항구를 멈춰 세웠다. 2024년 10월 그리스 피레우스항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탄약 선적을 저지했고, 2025년 6월 프랑스 포스쉬르메르항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용물품 선적을 거부했다. 2025년 9월,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팔레스타인 학살 규탄 연대총파업을 벌였고, 10월에도 이스라엘의 구호선단 나포에 맞서 다시 총파업에 나섰다. 스페인 노동자들도 같은 달 팔레스타인 연대파업을 전개했다. 2026년 2월 유럽·지중해 각국 21개 항만 노동자들은, "항만 노동자는 전쟁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구호와 함께 전쟁과 항만 군사화에 반대하는 국제 연대파업을 전개했다. 오는 10월 30일, 항만 노동자들은 유럽·지중해 40여 개 항구에서 두 번째 국제 공동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간 각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전쟁을 위한 생산과 물류를 멈춰 세울 수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한국 노동자운동 역시 국제적 경험을 자산으로 전쟁과 학살에 맞선 계급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살 공모가 국제적이라면, 노동자 민중의 투쟁 역시 국경을 넘어 조직되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반대와 학살 지원 중단 요구를 가능한 모든 노동현장에서 굳건히 세우고, 가능한 모든 민주노조운동의 공간에서 현장토론을 조직하자. 이미 행동에 나선 세계 각국 노동자들과의 공동행동을 확대하며 반제반전 정치총파업의 힘을 모으자.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을 향한 투쟁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파병에 맞선 투쟁을 연결하자. 팔레스타인 학살 3년, 이제는 계급투쟁으로 학살과 전쟁을 끝낼 때다.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을 끝내라!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추진을 중단하라! 학살을 지원하는 투자와 협력을 중단하라! 노동자 국제연대와 반제반전 정치총파업으로 학살과 전쟁을 끝내자! 2026년 9월 29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어용노조 세워 민주노조 파괴에 나선 워릭·덕스 자본에 맞선 노동자의 연대를!지난 9월 16일 울산시 남구청 앞에서는 워릭플랭클린과 덕스어학원에 세워진 어용노조 설립신고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영어강사 노동자들이 워릭·덕스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복수노조를 빙자한 어용노조 설립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부원장이 노조위원장, 사측 관리자들이 조합원인 노동조합? 2025년 12월 11일,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강사지회 워릭덕스분회 이주노동자들은 연차 쓸 권리 보장, 공짜 노동시간 유급 인정 등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은 기존 사측 교섭위원 외에 관리자들이 대거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며 결렬되었다. 바로 다음 날인 12일, 워릭에서도, 덕스에서도 다른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민주노조 소속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되었다. 이후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다. 소위 ‘워릭노조’ 위원장은 인사를 총괄하는 부원장이었다. ‘덕스노조’ 조합원은 전원 사측 교섭위원이었다. 어용노조 설립신고 취소하라 이 사실이 밝혀지자,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는 울산남구청에 공문을 보내 즉각 두 어용노조의 적법성을 조사하여 설립신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해고자, 공공연대노조, 연대자 피린, 담당 노무사, 울산이주민센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은 "사용자는 어용노조를 통한 민주노조 파괴를 중단하라!", "울산남구청은 가짜노조 설립신고 취소하라"고 외쳤다. 어용노조, 단지 복수노조 설립이 아니라 노동3권 파괴 워릭·덕스 두 학원을 오가며 영어를 가르치다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줄리아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한 복수노조 설립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설립신고서 한 장으로 만들어지는 조직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실질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주적으로 만드는 조직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들이 노동조합의 외피를 쓰는 일은, 원어민 강사의 가입을 막으면서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빼앗는 일은 노동3권의 보장이 아니라 노동3권의 파괴다." 돌아보자. 사측 주도로 어용노조를 세우고 관리직을 조합원으로 둔갑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노조파괴 공작은 유성기업·갑을오토텍·SJM·삼성에버랜드·대양판지 등에서 행해졌고, 그 악랄함은 이 땅 모든 노동자의 공분을 자아냈다. 지금 워릭·덕스어학원 사측이 자행하는 어용노조 설립 공작이 성공한다면, 이는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 탄압을 강화함은 물론, 정주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까지 제약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다분하다. 노조한다고 이주노동자 해고한 일강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해고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이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비정규직 구조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 비자 및 체류 기간 제한 등으로 겹겹이 봉쇄되고 있다. 작년에 잇단 중대재해로 열악한 노동현실이 잘 알려진 자동차 부품사 일강 자본은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재계약을 거부하고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1년 계약 종료일에 맞춰 해고하고 있다. 이미 9월까지, 이주노동자 78명 중 17명이 쫓겨났다. 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이주노동자 2백여 명이 가입했는데, HD현대중공업 현장 곳곳에서 재계약 거부 방침이 확인되고 있다. 작은 사업장이 밀집한 공단에서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해온 성서공단지회도 이주노동자 탄압과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다. ᅠ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워릭·덕스 노동자들은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똑같이 체류권 사각지대에 있지만 매주 선전전과 집회를 한다. 주위 영어강사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연대투쟁에도 힘쓴다. 울산 이수기업 집회,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선전전과 집회, 이주노동자 전국 집회 등에 참여하며 '노동자는 하나'임을 실천하고 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는 "이주노동자에게 비자 연장과 재계약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일자리와 생계, 가족의 삶, 한국에서 살아갈 권리가 걸린 생존권의 문제"라며 노조탄압과 이주노동자 해고에 맞서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사내 농성, 인권위 진정, 지역 집회를 열며 단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성서공단지회,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그리고 다양한 지역과 사업장에서 이주·정주노동자의 크고 작은 단결이 움트며 계급적 운동의 가능성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가능성이 성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처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한 때가 2005년이다. 그로부터 10년을 싸운 2015년, 이주노동조합(MTU, Migrant's Trade Union)은 마침내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받아냈다. 오랜 기간 많은 이주단체와 노동사회단체,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싸우며 획득한 경험과 자신감이 오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단결 이주노동자들은 해고에 굴하지 않고 노동3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 절박한 투쟁에 함께하는 정주노동자의 단결은, 그 자체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전진이다. 또한, 국적과 고용형태, 성별을 이유로 노동자를 갈라놓는 차별을 허물어뜨릴 힘이기도 하다. 먼저 투쟁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의 깃발은, 이 땅 150만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으로 뭉쳐 싸울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고 있다. 정주노동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워릭·덕스 자본이 세운 어용노조 해체와 해고자 복직, 일강 자본의 이주노동자 재계약 거부 철회,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재계약 보장을 민주노조운동의 공동 요구로 세우고, 현장과 지역에서 연대를 확대하자. 이주노동자는 노동력 시장의 맨 아래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로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쟁취하자! -
신당역 젠더폭력 살해사건 후 4년, 일터 내 괴롭힘과 폭력을 뿌리 뽑으려면신당역 여성 노동자 살해 사건 4주기 추모 문화제 모습 2022년 9월 14일 저녁, 서울지하철 신당역에서 근무 중이던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했다. 가해자는 같은 직장 사람이었고, 범행 장소는 피해자가 순찰 업무를 수행하던 역사 내 화장실이었다. 가해자는 수년 전부터 피해자를 스토킹했고, 공사는 2021년 10월에야 그를 직위해제했다. 가해자는 직위가 해제된 후에도 내부 전산망으로 피해자 개인정보에 접근해 범죄에 활용했다. 공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기했고, 노동자의 안전을 사법 절차에 위탁했다. 사건 이전, 그리고 사건 당시 사측과 노동조합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조치는 작동하지 못했다.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일터에선 여전히 많은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신당역 젠더폭력 살해사건 이후 4년 – 여전히 미진한 조직적 해결 신당역 여성노동자 살해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제도를 일부 보완했다. 다른 직원의 주소지 등 개인정보 검색을 차단했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및 사건처리 매뉴얼이 개정되었다. 사측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 징계와 전 직원 특별 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직장 내 젠더폭력을 조직 구조, 문화나 관습 등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지는 않는다. 사건은 가해자 개인의 예외적 행위로 다뤄지고, 이는 사용자의 책임을 축소하며 젠더폭력에 대한 조직적 논의와 개입을 가로막는다. 사건 이후 2인 1조가 주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사건 직후 “2인 1조 순찰 시스템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2인 1조 근무제는 미완이다. 노동조합이 인력충원을 강하게 요구하여 2023년 말 역무인력 232명이 채용됐고, 2026년 4월에는 해당 인력이 정원에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도별 정년퇴직자 증가, 휴직과 퇴사 등으로 장기 결원이 누적되고 있다. 2026년 8월 기준, 현재 2인 근무조는 214개로, 전체 1,064조의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2인 1조 근무를 확충하기는커녕 ‘혁신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총 2,212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른 2026년 감축 대상은 1,500명이나 된다. 과제는 2인 1조 근무 정착만이 아니다. 업무조 배치 및 역할에 관한 문제, 휴게실·샤워실 등 시설 구비 문제, 일터의 조직문화 문제 등이 그렇다. 일터의 위험은 ‘늦은 밤의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으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위험이라고 느끼고 말해온 것을 위험으로 셈하지 않는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력과 괴롭힘을 일터에서 예방해야 할 위험으로 다루어야 한다. ILO 190호 협약은 그 대응 기준을 제시한다. ILO 190호 협약이 말하는 것 – 피·가해 행위를 넘어, 젠더 기반 폭력을 일터의 유해위험요인으로 2019년, ILO 총회는 노동 세계(world of work)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 근절에 관한 190호 협약을 채택한다. 여기서 ‘노동 세계’는 물리적 일터뿐만이 아니라 출퇴근, 출장, 업무상 연락 등 일과 관련된 공간과 상황을 포괄한다. 폭력과 괴롭힘이 사업장 밖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보호 문제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협약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젠더 기반 폭력을 사업주가 관리, 감축해야 할 유해위험요인으로 설정할 것 - 이를 위해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체계에 괴롭힘과 폭력이 주요 의제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관리, 감축할 것 - 관련한 모든 조치의 개발, 점검 등 일련의 과정에 노동자(특히 여성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 - 규제의 출발점을 피해자의 사후 신고에서 사용자의 사전 예방 의무로 이동할 것 - 구체적인 피·가해 행위를 넘어 특정 성·젠더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까지 포괄할 것 - 고용 형태를 불문할 것. 출퇴근·숙소 등 장소를 포괄할 것 - ‘일터’뿐 아니라 가정폭력을 포함할 것. 피해자에게 노동시간 단축이나 조건 악화 없는 근무지 조정 등의 지원 조치를 시행할 것 이처럼 ILO 협약은 노동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괴롭힘을 방지하고 대처하려면, 이들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대응을 산업안전관리 체계 안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때 산업안전관리 체계는 크게 세 가지의 기본적 권리, 즉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토대로 한다. 또한 노동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괴롭힘이 사업장에서 관리·개선될 수 있는 ‘일터의 유해·위험 요인’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이를 드러내고 바꿔내는 과정에 노동자들이 실제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제시한다. 한편, 한국에서 노동자 안전보건과 관련한 권리는 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법에 따른 권리를 활용해 폭력과 괴롭힘에 대응하기에 현 산안법은 그 내용도, 적용 범위도 매우 협소하고 부족하다. 특히 한국처럼 특수고용·다단계 하도급·플랫폼·프리랜서·5인 미만 사업장 등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에 따라 권리가 분절·제약된 노동자가 많은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고용형태나 노동자 수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노동안전보건 권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내용적으로도 추가·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례로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 의무는 38조(안전조치)와 39조(보건조치)에서 포괄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해당 조문은 위험의 유형, 존재 장소, 건강장해의 원인을 종류별로 열거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장시간 또는 야간노동, 휴식이 충분하지 않거나 강도 높은 노동, 직무스트레스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노동 세계에서 발생한 폭력과 괴롭힘이 유발하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사업주가 취해야 하는 보건조치 의무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장시간 노동,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등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인한 건강장해”, “업무 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등을 추가해야 한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을 다루는 산안법 41조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조항 역시 ‘근로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으며, ‘고객의 괴롭힘’만을 다룬다. 한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72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는 일부 특수고용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안법 제41조 제1항에 규정된 고객의 폭언 등에 관한 대응지침을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유형에 따라 적용 내용이 다르며, 같은 조항 제2항의 조치(업무의 일시적 전환, 휴게시간 연장 등)는 아예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할 경우 휴식시간을 부여하거나 연장하고, 그 비용을 사업주가 책임지게 하거나, 필요할 경우 2인 1조 등을 위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함께 가야 할 과제 - 남성의 얼굴을 한 성과평가 폐기하기, 조직 안에서 (정신) 질환 다루기 권리를 법에 명시함은 물론, 노동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노동조건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 세계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과 괴롭힘은 조직적 문제다. 기저의 조직문화, 노동강도, 노동시간, 노무관계, 성희롱/성차별, 불안정한 고용구조, 실적 압박 등이 괴롭힘과 폭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동 세계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이야기할 때, 성과 압박 폐기투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고객 폭언) 그 말을 듣고 나서 바로 실장한테 전화를 했죠. 저 여기 도저히 이거 지금 작업이 안 될 것 같으니 업무 작업 중지하겠다고 그러면 거기서 작업 중지를 해줬으면 더 이상 크게 문제는 안 났을 거예요. (…) ‘내가 갈 테니까 우선 작업하고 계세요’ 하는 거예요. 작업을 중지시켜도 모자랄 판에. 그 말 듣고 진짜 아파트인데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었어요.” (방문 노동자 인터뷰 중)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은 고객 등으로 인해 위협을 겪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을 활용하지 못했는데, 이는 실적과 연동된 고객만족도 평가를 잘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리자의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실적평가 구조는,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받아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긍정어’, ‘쿠션어’ 등을 사용하여 고객 기분을 해치지 않고 정중하게 거절하라고 교육받고 있었다. 고객만족도 평가점수는 노동자 개인/팀 실적과 밀접하게 연동되는데, 경쟁적인 실적 압박은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한 증권사 노동자 인터뷰를 보자. “실적 체크를 하고. 나는 진짜 죽어라고 노력해도 실적이 당장 안 나오는데, 너는 노력도 안 하고 허구한 날 앉아 있고 밥은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는 식으로 하고. 지점에서 먹지 말고 밖에 나가서라도 먹어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아침마다 그렇게들 거의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게 되게 그런 거죠.” 이 사업장 노동자들은 매일 자신이 속한 지점의 등수를 확인해야 했고, 상사는 ‘영업 독려’라는 명분으로 모멸감을 유발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마케팅 활성화’, ‘영업 추진’, ‘동기 부여’ 등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강압적인 캠페인으로 판매를 닦달했고,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 몫이었다. 해당 연구는 이러한 성과 압박이 ‘죽자 살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시하고, 생애주기 등으로 그럴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각오’ 혹은 ‘포기’를 요구하거나, 아예 배제했다는 점에서 남성중심적이라고 짚는다. 성과평가는 외견상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중립적 잣대를 표방한다. 그러나 진정 중립적인가? 당장 성별에 따라 임신과 육아, 가사와 돌봄노동 등의 무게는 엄연히 다르다. 등급별 인원이 미리 정해진 상대평가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낮은 등급을 받아야 하고,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죽자 살자' 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성과 압박이 남성중심적인 이유다. 여성 영업직 노동자들은 “나 여자는 안 하려고 그랬는데”, “네가 여잔데 뭘 알아”라며 ‘증권맨’이 아닌 여성 영업직을 못 미더워하는 고객과, “치마 입은 새끼들”은 앞으로 안 뽑겠다는 회사 둘 다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성과를 올리기 위해 애써야 했다. 또한 임신·출산·육아 등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는 성과 압박에 ‘각오’나 ‘포기’의 대응을 취하기도 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시장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에, 임신·출산기 여성 노동자는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력충원, 그리고 성과평가 폐기가 괴롭힘과 폭력의 근절을 위해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성과평가가 노동 세계에서의 폭력 및 괴롭힘의 토대가 될 수 있기에, 단협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 등을 통해 이를 폐기해 나가야 한다. 한편, 많은 경우 노동 세계의 폭력과 괴롭힘은 사건 조사, 피해자의 치유와 복귀, 가해자에 대한 조치 위주로 다뤄진다. 물론 그조차 되지 않는 사업장도 많다. 하지만 앞에서 짚은 것처럼, 노동 세계의 폭력과 괴롭힘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개인적/집단적 (정신)질환은 그 결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일의 세계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정신)질환은, 문제를 조직적으로 다룰 필요를 함의한다. 현재의 업무 구조를 돌아보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노동자 한 명의 정신적 불건강 상태는 다른 동료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살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크다. 위험성평가 등으로 정기 실태파악이 필요하고, 특히 자살 관련 고위험군에 대한 파악과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업무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조치가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제도를 넘어 -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위험을 드러내고, 바꾸어 나가자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표준’의 준수를 정언명령으로 삼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 수많은 일터는 ‘표준, 정상성’이라는 기준을 노동자에게 강요한다. 이는 대체로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 청장년층, 주류 민족 등을 상정한다. 그렇게 고착화된 성별 분업과 저임금 구조 속에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을 비롯한 '비표준'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은 저평가되고 가려져왔다. 그 결과, 이들이 경험하는 다른 노동의 양태와 그 안에 존재하는 위험은 사회적으로 뒤늦게 조명되거나 저평가되었다. 이런 위험은 △반복작업에 의한 근골격계질환 △과도한 감정노동 △실적 압박으로 인한 정신질환 △돌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 △비표준 중량물 등 폭넓게 존재한다. 그리고 여성 및 소수자의 차이를 무시하는 노동환경은 일하는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간과되고 비가시화된 위험을 ‘일터의 위험’으로 드러내고, 그 개선과 관리를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 이때 모든 현장 활동이 그렇듯, 현장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위험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그동안 배제되어 온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들은 폭력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동시에, 차별이나 폭력 등을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획·준비·실행·개선 등 모든 단계에 적극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현장권력’이라고 부르건, ‘일터 민주주의’라고 부르건, 노동자의 집단적 힘이 존재해야 비로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그 집단적 힘은 여성과 소수자 노동자가 자신의 위험을 말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 때 온전히 발휘된다. 물론 여성과 소수자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를 위해 목소리 내는 과정은 여전히 힘들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건강권 요구가 마치 남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인 양 여겨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젠더 관점으로 노동, 재해, 그리고 위험을 조명하는 일은,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기존의 ‘표준’에서 벗어난 모든 몸을 위한 일터의 대안을 노동운동이 제시하고, 이를 강조하며 싸워야 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조합은 여성과 소수자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싸움이 곧 모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싸움이라는 관점으로 요구를 조직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
[기고] 경계를 넘어 - 2026 청년학생 순회투쟁 후기7월 28일부터 31일까지, <2026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 KEC지회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 성서공단지역지회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 동희오토분회 ·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방문해 연대활동을 진행했다. 이 글은 순회투쟁의 소회를 담은 후기다. 운동이란 무엇일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름 '학생 활동가'로 자부하던 나였으나,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순회투쟁을 접하게 되었다. 직접 현장에 가서 노동운동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홀로 고민한들 어떤 발전이 있으랴. 그렇게 나는 울산으로 출발했다. 울산에 도착하자 한 학생 동지가 내게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 온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울산의 첫인상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공장들과 크레인,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노동자들, 거리 곳곳에 걸린 노동조합 현수막들... 서울, 그 안에서도 대학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던 내게 공장이라는 현장은 그동안 너무나 멀리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투쟁 사업장에 연대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 속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 활동해 오신 노동자들로부터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의 이야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그에 맞선 투쟁 이야기 등등...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이야기들을 책이 아닌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서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모든 과거의 이야기들이 종결된 역사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이어져가고 있는 역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 충실한 동시에, 그 너머를 바라보고 계시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첫날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간담회에서 한 동지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사회주의자라 밝히며 노동자 주인되는 세상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일선에서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이들이 주도할 투쟁이 단순히 다가올 미래의 것이 아닌 이미 도래한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는 갈수록 늘고 있고, 그만큼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에 전체 노동운동에서의 비중도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한 예측이다. 허나 솔직한 심정으로,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며 ‘과연 그런 미래가 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피상적 생각들이기는 했으나, 이주노동자들의 노조조직률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운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구조적 어려움이 너무 많다는 생각과, 그러한 조건 아래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며 그 운동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나의 세계가 한없이 작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그들은 당당한 주체로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 뜨겁게 투쟁하고 있었다. HD현대 이주노동자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열정은 한여름의 열기 따위는 시원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현장에서는 적기가 휘날렸고,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뜻으로 같은 구호를 외쳤다. 각자의 언어가 달라 발언문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으나, '투쟁!' 한 단어만은 모두 함께 외칠 수 있었다. 국경도, 현장도, 노학의 경계도 넘어 계급은 하나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성서공단지회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 동지들과 간담회를 할 기회가 있었다. 동지들이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들을 겪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의 시각이 일면 시혜적인 부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동자 국제주의를 가슴 깊게 느낄 수 있었으며 전체 운동의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운동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을 갖고 순회투쟁에 참여한 나에게 가장 깊이 남았던 순간은 KEC 지회와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과의 간담회였다. 간담회는 내게 '조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동지들의 투쟁담과 역사를 듣고 나니, 운동은 개인 몇 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몇몇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운동에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몇몇 개인이 그릇된 판단을 한다고 하여 운동이 후퇴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의 힘과 결정이 운동의 향방과 투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물론 개인이 조직에 짓눌려 오로지 따라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강한 조직은 분명 민주적인 조직이며, 구성원 각각이 주체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조직은 구성원이 성장하고 활동을 지속할 기반을 제공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조직도 한 명 한 명에게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현장에서건 많은 이들이 여러 이유로 운동을 떠난다. 운동에 뛰어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건 조직과 함께하는 동지들뿐 아닐까. 내가 떠올린 조직에 대한 상은 대략 그러하다. 옳은 생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더 많은 공부와 실천이 필요할 것 같다. 순회투쟁을 통해 정말 살아있는 운동을 마주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고민과 실천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국경도, 현장도, 노학의 경계도 넘어, 노동해방의 그날까지! 투쟁! -
[성명] 침략전쟁 파병 정권!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정권!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총력투쟁으로 맞서야 한다!고용노동부는 9월 14일 민주노총의 새로운 사회적 교섭 요구에 대해 '문제 인식과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경사노위에서 참가 주체 간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날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메가특구특별법 노동특례에 대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9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가 아닌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를 이재명 정부에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명칭과 의결구조를 개편하여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교섭기구를 추진하려고 한다. 충분한 숙의 토론을 보장하는 합의제 운영 방식과 산별노조가 직접 참여하는 체계를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들의 거대한 양보를 강제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1998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정리해고법과 파견제법 즉시 시행 합의를 강요당했다. 2006년에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했는데, 민주노총이 노동개악을 반대하자 정부와 자본가단체,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등을 합의했다. 2020년에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야합을 추진하다가 대의원대회에서 야합안이 부결되어 사퇴했다. 야합안은 상병수당 도입, 해고금지는 사라진 채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 감액, 조업 단축에 협력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사회적 대화는 그 형식과 명칭이 무엇이든 자본가들과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투쟁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사회적 대화의 과정과 결과가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민주노총은 매번 조직적 혼란을 겪었을 뿐이다. 더구나 현 정세는 ‘대화’ 운운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 파병은 미국, 이스라엘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란, 팔레스타인, 중동 침략 학살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다. 이란이 경고하듯이 어떤 형식이든 파병이 이뤄진다면 이는 직접적인 교전 당사자국이 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쟁 확대를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방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치켜세우고, 트럼프 정부가 해군력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규정했다. 세계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를 배경으로, 군수·조선·반도체 산업 등의 이윤축적을 확대하고, 이를 한국 자본주의 도약 기회로 삼겠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호르무즈 파병 검토는 그 기조의 군사적 표현이다. 또 이재명 정부는 물과 토지, 전기를 비롯한 막대한 공적자원을 재벌에게 헌납하며 기후파괴를 가속하는 메가프로젝트를 '전격전'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메가특구특별법에는 파견 업종 확대, 기간제 4년으로 연장, 52시간 규제 완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등이 담겨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노동쟁의 대상을 축소하는 노동부 지침도 발표됐다. 긴박한 정세다. 사회적 교섭 운운할 때가 아니다. 파병 정권, 노동개악 정권에 맞서 총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 정세에 정권과의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는 행위는 침략전쟁에 맞선 투쟁의 예봉을 꺾고, '지역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환상에 휘말려 메가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사회적 교섭 추진을 중단하자! 침략 전쟁 가담하는 호르무즈 파병 반대, 기후위기 가속하며 노동권을 파괴하는 메가프로젝트 중단, 메가특구법 노동개악 중단을 걸고 총파업 총력투쟁을 조직하자! 2026년 9월 16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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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천 명의 함성, “이주노동자의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c) 사람이왔다 비가 오던 날씨가 갰다. 2026년 9월 13일 2026년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지방노동청 주위에는 14시 대회 시작 전부터 전세버스와 승합차들이 줄지어 도착했다. HD현대중공업 정문에서 버스로 출발한 울산의 이주노동자들은 일찌감치 대회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200개 정도의 의자가 한꺼번에 채워졌다. ‘강제노동 철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완전 보장!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노동권 보장! 2026년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약 1,000명의 이주·정주노동자가 참여했다.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와 소수지만 전보다 숫자가 늘어난 정주노동자, 전국에서 온 이주 단위 활동가들과 연대 동지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무대에 오른 현장 이주노동자들은 다양한 비자로 여러 산업에서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받는 차별과 착취를, 그리고 분노와 투쟁을 증언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외쳤다.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완전 보장하라! △임금 체불, 산재 사망 근절 대책 마련하라! △위험의 이주화 중단하고, 노동안전 보장하라! △계절노동, 어선원, 기능인력 등 브로커 착취 근절과 송출 공공성 실현하라! △미등록 이주민 강제 단속 추방 중단하고 체류권 부여 정책 실시하라! △여성 이주노동자 성차별 성폭력 근절하고, 여성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HD현대중공업 나쁜 계약 및 차별 처우 철회하라! △이주노동자 표적 해고 중단하고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이주노동 제도 관할 노동부로 일원화하고 인권 중심 로드맵 마련하라!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구가 없었다. 이날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는 지금까지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는 한국 사회에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며 투쟁하는 노동자도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올해 6월부터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이 시작되며 이주노동자 운동은 소수의 투쟁에서 대중적 투쟁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일천 명의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외친 이번 집회는 규모 있는 이주노동자의 주체적 투쟁과 더불어 작지만 소중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c) 민주노총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서울지방노동청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9월 13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노동조합으로 가입한 이주노동자의 참여를 조직해 왔다. 직접 고용 간접 고용 가릴 것 없이 HD 현장에 이주노동자가 겪고 있는 차별과 착취가 존재할 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주노동자가 이중 삼중의 차별받는 현실 앞에 함께 목소리를 내며 같이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울산이주민센터도 별도의 조직화에 나선 결과, 13일 대회에 현중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울산 지역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를 포함해 약 200명이 참가했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정문 건너편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대절한 전세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자 HD 경비대가 분주했다.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휴대폰에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면서 버스가 떠날 때까지 여러 명이 사찰에 열중했다. 버스에 오른 노동자들은 설레고 즐거웠다. 현중사내하청지회 간부들과 울산이주민센터 활동가들이 인솔한 차량은 서울로 향하며 서로가 참가 소감을 나누고, 구호와 노래를 배웠다. 이주노동자 20여 년 전 투쟁 영상, 최근 HD 이주노동자 투쟁 영상을 보며 울산 대오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식사는 종교와 취향에 따라 다른 음식이 제공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울산의 이주노동자 투쟁은 HD현대중공업의 ‘나쁜 계약·임금 삭감·차별 처우 중단’으로 대표됐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생산직에서 이주노동자 비율은 사내하청의 경우 전체 2만 5천 명 중 8천~1만 명으로 40%에 이르고 생산직 직접 고용은 약 20%로 생산에 막대하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원하청 사측의 통제와 다양한 차별 강요로 저임금 고강도 착취를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울산에서 경주에 이르는 부품 벨트에서 최저임금과 3D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 이렇게 모든 자본이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착취하는 상황에서 ‘나쁜 계약·임금 삭감·차별 처우 중단’은 서로 다른 사업장 조건에서도 울산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로 이어졌다. 가족 단위로 버스에 몸을 실은 이주노동자들도 있었다. 여러 나라 국적의 노동자들이 모이다 보니 언어 장벽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이라는 말을 배웠다. 대회의 주요 구호를 배우고 따라서 외쳤다. Free Job Change,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같이 부르고 이주노동자의 투쟁 영상을 보며 그동안 겪은 설움과 분노를 맘껏 소리칠 준비를 했다. 수많은 현장 이주노동자의 목소리 흐린 서울 하늘, 투쟁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깃대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같이 달았다. 대회사와 투쟁사, 성서공단지회 연대 율동패 공연에 이어 현장 이주노동자들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소속의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차리타가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는 회사에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며 일어섰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나쁜 계약 철회, 기본급 삭감 문제, 그리고 정주노동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회사에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법에 어긋나고 회사가 잘못한 것이라면, 왜 법을 집행해야 할 정부 부처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법을 집행하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미 증거와 함께 큰 도둑을 여러분 앞에 지목해 놓았습니다. 누가 법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노동자로서 부당함에 맞서 일어설 것입니다.” 차리타 노동자는 현중사내하청지회를 대표해 자본과 정부, 도둑들을 꾸짖으며 노동자가 법과 제도에 기대는 게 아니라 투쟁으로 권리를 쟁취할 것임을 선언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조합원 우즈베키스탄 출신 라지즈 노동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 이주노동자는 여권을 압수당하고, 임금을 차별당하며,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가족이 사망해도 연차를 반려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함께 현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는 우리를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주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왜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숙련된 노동자를 버리고 또다시 다른 이주노동자로 채우면서 사측은 노조 탄압을 하고 있는 겁니까? 또한 문제는 같은 계열사인 대승이나 일강 평택 공장에서 어용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은 비자 연장 및 재계약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꼭 승리하여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싸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전북 일강지회 이주노동자들은 비자와 재계약을 악용한 자본의 민주노조 탄압을 온몸으로 겪으며 투사로 일어섰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해미시는 보라색 단결투쟁 머리띠를 묶고 올라섰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부당하고 폭력적인 고용주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만 해도 비자 체류 자격을 위협받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지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현실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덕스와 워릭의 조합원들은 부당 해고에 맞서 지금까지 힘겹고 고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압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일자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공격받을 때 우리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연대하고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연대와 끈질긴 투쟁을 통해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렛 시낫 지구인의 정류장, 캄보디아 농업노동자가 마이크를 이어 잡았다. “저는 2026년 5월에 노동부의 알선을 받아 그 농장에 취업했습니다. 숙소는 작은 비닐하우스 숙소였습니다. 사장은, 오전 6시에 저를 '바질, 참나물' 등을 심어 놓은 10km쯤 떨어져 있는, 여러 곳의 비닐하우스 밭에 차로 데려다 놓고 혼자서 야채들을 수확하게 했습니다. 화장실도, 그늘도 없었습니다. 점심 식사도 혼자 비닐하우스 안에서 싸 간 도시락을 먹습니다. 혼자 뜨거운 곳에서 휴식 없이 일하는 것도 너무 위험하고, 사장이 월급도 주지 않아서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저는 전의 직장과 같이 위험하고, 임금도 체불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노동부는 제게 나쁜 직장을 소개하지 마세요! 노동법을 지키는 직장을 소개해 주세요! 한국 노동부는 사장들이 농업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도록 잘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렛 시낫은 캄보디아 여성노동자로서 당당히 정부와 지자체, 농업 자본의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를 비판했다. 계절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농업노동자 하산은 이주노동자 도입에 고착화한 브로커 구조와 자본, 무책임한 정부들로부터 받은 피해를 호소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방글라데시에 있을 때, 저희는 계약 내용을 읽거나 검토할 기회도 없이 고용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 정부 파견기관인 BOESL로부터) 고용주에 대해 어떠한 불만도 제기할 수 없었으며, 계약 만료 후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강요받았습니다. 두 명의 보증인에게 각각 BDT(방글라데시 화폐 다카) 500,000씩, 총 BDT 1,000,000에 달하는 은행 수표를 보증금으로 압수했습니다. 이 금액은 한국 돈 1,100만 원 이상에 해당합니다. 매일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12~13시간 동안 농사일을 하고 하루에 8만~9만 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이는 한국의 최저임금 기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었습니다. 숙박비, 전기세, 교통비, 쓰레기 처리비 명목으로 임금에서 과도한 금액이 공제되었습니다. 계약 갱신 수수료로 각자 30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라는 요구도 받았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 파견기관인 BOESL, 한국의 중개업체 NDN, 그리고 피터 리(Peter Lee)라는 방글라데시계 한국인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지 방글라데시 한 이주노동자의 불운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차별과 착취, 폭력과 괴롭힘, 무권리 강제노동이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재명 정부가 외국인력 통합 지원 로드맵 발표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우리의 요구에 아주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변경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 로드맵을 반대”하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자유 완전히 보장하고 인권•노동권 보장하는 대안적인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현장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발언은 이주, 정주노동자가 국경을 넘어 노동자의 이름으로 단결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에도 발언에 귀 기울이고 투쟁으로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와 지자체,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 숫자 확대에만 치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을 철폐하고 노동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며, “국경을 넘어 이주, 정주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투쟁으로 인권과 노동권을 쟁취”하자고 결의했다. (c) 사람이왔다 대오에는 한화오션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정신질환을 얻고 최근 이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우즈베키스탄 여성노동자도 있었다. 그는 일터를 떠나지 않고 싸워 산재를 인정받았다. 아마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직장을 바꾸지 않고 젠더 폭력 피해 산업재해를 받은 사례는 처음이 아닐지. 사업장 변경 시 사업주의 허락이 필요한 고용허가제(E-9) 구조에서 젠더 폭력 피해에 대해 싸운 투쟁도 무대에서 전해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가자, 청와대로 투쟁결의문이 한국어, 영어, 싱할라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벵골어로 낭독된 후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자의 안내가 있기도 전에 의자를 치우기 시작했다. 손피켓도 잘 챙겼다. 바닥에는 쓰레기 하나 남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현수막도 깃발도 피켓도 높이 치켜들고 도로로 나갔다. 생수 한 병 제공되지 않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청와대 사랑채까지 2.5km 거리를 힘차게 행진했다. 대회 현수막, 단위별 현수막과 다양한 깃발이 도심에 나부꼈다. “We are not machine!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We are not slave!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어쩌면 현장에서 수없이 속으로 되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진하는 동안 한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가며 마음껏 소리칠 수 있었다. “We are not machine!”, “We are not slave! 해방감을 느꼈으리라.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 분수대 방향으로 들어서서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대통령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게 할 작정인지 지친 기색 전혀 없이 더 우렁찬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HD 나쁜 계약 철회하라!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차별 처우 중단하라! 여성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표적 해고, 부당노동행위 중단하라! 인권 중심 로드맵 즉각 마련하라! Free Job Change! Don’t Kill Anymore! Stop Crackdown! 울산 대오 맨 앞에선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팔뚝을 더 높이 치켜들었다. 뒤이은 여러 나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노동자가 뒤로 펼쳐 든 ‘만국이 노동자여, 단결하라’ 구호의 현수막은 마치 커다란 날개를 펼친 듯했다. 울산 지역에서 참가한 어느 청년 이주노동자는 행진하는 동안 현대중공업지부 깃발과 사내하청지회 깃발을 번갈아 들며 높이 펄럭였다. 마치 윤석열 탄핵 광화문 광장의 깃발춤 같았다. 단결한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에 날린 청와대를 향해 달린 손피켓 종이비행기는 비록 가닿지 못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 투쟁으로 쟁취될 것이다. 울산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소감을 나누었다. ‘오늘의 투쟁을 통해 힘을 얻었다. 앞으로 더 힘차게 투쟁해서 이기자’, ‘서울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이주노동자의 차별과 억압에 반대해 함께 뭉치고 힘을 모으는 투쟁이 중요하다’, ‘더 많은 노동자와 함께하자’ 등 결의가 이어졌다. 울산에 도착했을 때 창밖에 보이는 공장과 조선소 풍경은 아침이면 다시 마주할 현장의 답답함보다는 어제와 다른 노동자로 당당히 노동하고 투쟁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듯했다. 2026년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환호와 ‘투쟁’ 화답 소리가 가장 컸던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의 발언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주노동자 없이 한국의 산업은 지탱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오로지 자본과 기업의 편에 서서 이주노동자들을 사실상 노예로 내몰고 있습니다. E-7 노동자뿐 아니라 E-2 외국어 교육 노동자, E-9 고용허가제 노동자, E-8 계절노동자, E-10 선원노동자, G-1, F...비자로 이주노동자들을 찢어 놓았습니다. 그 비자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제도적, 구조적 차별로 억압당하고 착취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이 일어섰습니다. 39년 전인 19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떨쳐 일어선 것처럼 말입니다. 150만 이주노동자 동지 여러분! 이제 함께 일어섭시다. 나는 한 명의 노동자지만, 우리는 이 사회를 뒤흔들 거대한 힘을 가진 노동자계급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해 투쟁!(투쟁!) 투쟁!(투쟁!) 투쟁!(투쟁!)” -
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제도를 폐지하다!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7월 18일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같은 나라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자 자신들의 인신매매 강제노동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각서와 계약서 조항으로 HD현대중공업에 입사 후 당국의 허락 없이 어떠한 이유로도 사업장을 바꿀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2026년, 글로벌 1위라는 HD현대중공업에서 드러난 인신매매 강제노동 사태라니, 경악스럽기 짝이 없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단위가 목소리를 보태어 대응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8월 27일, 벌금제도와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약조항이 폐지되었다. 우즈베키스탄 행정당국은 9월 4일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25년부터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을 괴롭힌 족쇄는 한 달여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끊어졌다. 20대 청년의 죽음이 드러난 거대한 인신매매 사슬 7월 18일 토요일 오후 16시 40분경, HD현대중공업 건조3부 8도크 선체 벽면에서 곤돌라에 탑승하여 사상 작업을 하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목이 끼여 숨지는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자본의 안전 조치 미준수 등이 빚은 명백한 기업 살인이었다. 숨진 노동자는 2025년부터 울산시가 우즈베키스탄과 연계해 현지에서 조선소에서 일할 이주노동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입사한 20대 노동자였다. 우즈베키스탄 동료들은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로 달려갔고 모이고 또 모였다. 그리고 알려진 사실이 있다. 숨진 노동자가 일하다가 여러 번 다친 적이 있고 현장에 위험이 매우 커서 사업장을 바꾸고 싶어 했으나, 월급보다 많은 매월 2천 달러 벌금제도로 그럴 수 없어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에 통탄하며 노동자들의 모임과 사업장 변경이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길 시 벌금 2천 달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7월 20일 월요일 아침, 중대재해 사망 사고 현장 주변에서 열린 추모제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숨진 동료를 애도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에게 책임을 묻자고 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대외이민청이 저녁에 현대중공업내 한 기숙사를 찾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하루 전날인 19일,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인신매매 벌금 조항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신을 전달했고, 그로 인해 열리는 자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간부들이 현장을 찾았다. 300명이 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모였고, 누르마트존 코밀로프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장이 노동자들 앞에 불려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김성훈 대의원은 인신매매 사태를 처음 보도한 프레시안에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분노를 쏟아 냈다”, “억울하게 벌금을 물고 있다는 피해 호소도 터져 나왔다. 10명 정도가 더 있다 하더라”, “하청업체가 내보낸 사람도 대외노동청이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냥 울산 현대중공업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일할 게 아니면 우즈벡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동료의 죽음 앞에 일어선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이 얼마나 악랄하게 조선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지 똑똑히 증명해주었다. HD현대중공업-한국 정부와 울산시-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연결 사슬 이 기막힌 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나? 조선업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을 강요해왔다. 그 바람에 인력수급이 어려워지자 자본은 값싼 이주노동자를 찾았고,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22년부터 E-7-3 등 여러 비자제도와 인력 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한 발 더 나가 2024년 우즈베키스탄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도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울산시가 세금 10억 원을 내서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 2025년 3월 18일 ‘울산 글로벌 인력 양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최초로 울산형 E-9 고용허가제(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를, 법무부가 광역형 E-7-3 비자를 발급해 조선소에서 최저임금만 주고 일을 시킬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도장, 사상, 발판, 전기, 보온 5개의 조선소 업무는 HD현대중공업이 직접 강사진을 구성해 가르쳤다. 2025년 7월부터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의 대부분은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각서와 계약서에 반드시 서명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7월 사망한 오00 노동자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현대중공업에 입사했고, 7개월 만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각서. 본인은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 “본인은 이에 관한 각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보증은 역시 이에 서명한다”, “본 각서는 5부 작성되었으며, 1부는 대외노동청, 1부는 근로자, 1부는 보증인, 1부는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 주민 모임, 또 1부는 대한민국 내 고용주에게 전달된다” “계약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각서 5부를 나눠 갖는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는? ‘대한민국 내 고용주’는? 애초부터 HD현대중공업-한국 정부와 울산시-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연결 사슬 속에 설계된 비자와 취업이었다. 그러나 인신매매 사태가 드러난 후 여러 기자의 질문에 ‘고용노동부’와 ‘울산시’, ‘HD현대중공업’은 모두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사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한국에 올 때 써야했던 각서] [사진: 계약서.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4.2.3 각서 및 사용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하고, 이주노동청 한국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직장을 이탈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불법체류 상태가 되지 않을 것. 4.2.6. 대한민국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비준 국가다. 한국에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인신매매방지법)」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인신매매 방지법 (О противодействии торговле людьми)」이 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에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데에는 법도 사회적 기준도 필요 없었다. 단결 투쟁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는 앞장서서 인신매매 사태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폐를 외쳤다. 7월 29일 문현관 기숙사(글로벌하우스) 근처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투쟁대회에 이어 8월 16일 서울 청와대 주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에서 부당한 우즈베키스탄 벌금제도를 규탄했다. 특히 8월 16일 대회에서는 인신매매 벌금제도 폐지 현수막을 머리 높이 들고 보신각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노동조합 소식지 1면에 벌금제도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현 사태를 규탄하는 기사도 실었다. 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가 함께 발행하는 12개 언어의 이주노동자 선전물에도 소식을 담고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인신매매 제도를 함께 없애자고 이야기했다. 금속노조는 7월 2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성 각서가 웬 말이냐”, “울산시와 고용노동부는 울산형 고용허가제 설계자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현대중공업은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방지 대책을 내놓아라”고 촉구했다. 현중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8월 13일 울산시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정부는 수습을 서둘렀다. 먼저 인신매매 주무부서인 성평등가족부가 8월 3일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 유관 부서에 공문을 보내 “우즈베키스탄 인력 송출 과정에서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8월 8일 “최근 언론 기사 등을 통해서 인지하게 되었”다며 “이주노동자 “이직 위약금” 관련 우즈벡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주노동자 투쟁이 시작된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일어서자 정부와 자본은 투쟁이 확산하는 걸 막는 게 필요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경제제재 등 파장이 큰 ‘인신매매-강제노동’ 사안이다 보니 정부와 자본이 서둘러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요구와 성과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이 면담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울산이주민센터, 현중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는 △벌금 각서를 통한 인신매매 행위에 관한 대외노동청의 공개 사과 △벌금 각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지 △관련 소송의 전면적인 중단과 이미 낸 벌금액(소송비 포함)의 전액 반환 △한국 법률이 보장하는 파업권, 노동조합을 할 권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전면 금지 등을 요구했다. 8월 27일 우즈베키스탄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노동청은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 각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 벌금 각서 폐지, 2) 소송 중인 경우 소송 중단, 3) 소송 확정시 재소송 통해 벌금 환급될 수 있게 하겠다, 4) 이주노동자들의 노조가입권 및 파업권 등 한국의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 4일에는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 앞에 용기를 냈을 때, 6월부터 일어난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의 대중적 투쟁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자국 정부가 묶어둔 벌금제도를 철폐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쉽게 갖지 못했을 수 있지만, 정주노동자가 함께 나서면서 사회적 공분과 여론을 형성하고 투쟁의 요구로 내세우며 마침내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벌금 각서와 함께 계약서의 독소조항이었던 노동기본권 침해를 없앤 성과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통제조항이 이주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면서 의식 성장을 차단하고 권리를 포기하도록 길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여러 나라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와 자본은 우즈베키스탄 관할 당국에게,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부서 담당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진짜 몸통을 드러내지 못한 점은 한계다. 하지만 7월 초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불법 밥값 공제 반환에 이은 이번 벌금제도 폐지 승리는 HD이주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필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어가야 할 투쟁 매월 2천 달러 벌금제도는 HD현대중공업과 조선소가 인신매매 수법을 써야 노동자의 이직을 막을 수 있는 현장임을 보여준 셈이다. 인신매매와 같은 사슬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쟁취해야 한다. 차별과 착취의 현장을 바꿔야 한다. 특히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우회하여 조선소 자본가들이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묶어놓고 마구잡이로 착취할 수 있는 조선업 E-7-3 비자의 허들을 계속 낮춰주고 있다. 조선소 자본가들이(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직접 관장을 허용하나 것도 모자라 더 싼 값에,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쓰도록 해주다 보니 해당 비자 노동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인력수급 방식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연계하고 있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앞두고 HD는 중남미지역에 있는 페루까지 착취의 손을 뻗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 자본가들에 의한 이주노동자 착취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인신매매, 강제노동이 우즈베키스탄 월 2천 달러 벌금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묶어두고, 사업장 이동이 자유를 제한하고,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을 강요하는 비자 제도들 역시 이미 ‘현대판 노예제’, ‘인신매매’, ‘강제노동’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주노동자는 ‘도구’가 아니다. 이번 승리의 바통을 이어 이러한 차별과 착취와 함께 강제노동 제도를 없애는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6월부터 대중투쟁으로 이주노동자 투쟁을 진일보시킨 HD현대중공업 이주·정주노동자가 책임있게 이러한 방향으로 투쟁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자본에 맞서 모든 이주노동자가 노동권, 체류권, 인권을 빼앗기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단결하자.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과 착취가 없는 세상, 만국의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고 승리하자는 포부로 분투하자. -
[지혜복 교사 복직 입장발표 기자회견문] 마침내 학교로 돌아갑니다마침내 지혜복 교사가 학교로 돌아간다. 지혜복 교사는 2023년 5월 학내 성폭력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A학교 관리자들은 성폭력 피해학생들의 신원을 유출시켰고, 피해학생들은 극심한 2차가해에 시달렸다. 지혜복 교사는 교육당국에 이를 제보하며 해결을 촉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부당한 전보라는 인사보복이었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2024년 9월 27일 결국 해임되었다.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노동탄압은 가혹했다. 조희연 교육감도, 정근식 교육감도 지혜복 교사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고 인사보복을 철회하기는커녕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혜복 교사의 투쟁을 음해하고 탄압했다. 오랜 투쟁으로 진실이 밝혀졌다. 2026년 1월 29일 사법부는 지혜복 교사에 대한 전보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서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2026년 7월 24일에는 부당한 전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해임 또한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처음부터 명백했던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우리는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혜복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또 한 번의 ‘A학교 사건’을 막기 위해, 지혜복 교사와 공대위는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과 양육자, 지혜복 교사, 교육당국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다 끌려가고 다친 연대자들에 대한 정근식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피해학생에 대한 회복 지원과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 성폭력 사건 처리절차 개선과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요구했다. A학교 성폭력 사안을 축소·은폐하고 지혜복 교사 노동탄압을 주도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개선과 공익신고자 탄압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요구했다. 그 오랜 투쟁 끝에, 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이제, 지혜복 교사는 자신을 쫓아낸 A학교로 다시 돌아간다. 지난 3년, A학교 투쟁은 단지 한 교육노동자가 당한 인사보복 철회를 위한 투쟁, 지혜복 교사 개인의 노동권 회복을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A학교 투쟁은 성폭력 피해학생의 온전한 회복과 학교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투쟁이자, 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다. A학교 투쟁은 학교와 사회를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든 노동자, 학생, 여성, 소수자들의 싸움이었다. 바로 그랬기에, 지혜복 교사는 홀로 싸우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수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 내란에 맞서 싸운 노동자 민중이 지혜복 교사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싸웠다. 그렇게 오늘, 우리는 다시 A학교 교문을 연다. 그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동시에 오늘의 복직이 끝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을 동원해 집단연행한 피해자들에 대한 회복지원을 쟁취해야 한다. A학교 성폭력 문제를 축소 은폐하고 지혜복 교사 노동탄압을 주도한 당사자들을 엄중 징계해야 한다. 그리고 공익신고자 탄압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쟁취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합의가 종이에 쓰인 글자에 머물지 않기 위해 싸울 것이다. 성폭력을 말한 피해자가 고립되고, 이를 제보한 노동자가 쫓겨나는 ‘A학교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교육현장을 바꾸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지혜복이 옳다! 우리가 지혜복이다! 2026년 9월 9일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대위 -
[성명] 자본가들을 위한 파병을 즉각 중단하라!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실질적 기여와 군사적 기여, 전투와 비전투를 구분하는 말장난으로 파병이라는 본질을 흐리고 있으나, 그 어떤 이름을 붙이건 이재명 정부가 준비하는 것은 침략전쟁 참전이다. 이번 파병 추진은 이재명 정부의 갑작스러운 일탈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도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에 따른 세계적 군비증강을 한국 자본주의 도약 기회로 삼겠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했고, 호르무즈 파병은 그 기조의 군사적 표현일 따름이다. 세계 각지에서 확대되는 전쟁을 토대로, 이재명 정부는 한국 자본의 이윤축적을 가속하고자 했다. 한국 자본주의가 구축해 온 반도체·조선·군수산업 등 강력한 제조업 공급망이 그 지렛대였다. 2026년 초 이재명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을 열거하며 한미동맹을 ‘경제 부흥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전쟁 확대를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방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트럼프 정부가 해군력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메가프로젝트는 이미 군비경쟁의 일환이 된 AI산업에서 떨어지는 이윤을 쌓고자 제국주의 열강투쟁 한복판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를 배경으로, 방산·조선·반도체 등 한국 자본은 막대한 이윤을 쌓아왔고 이재명 정부는 그 든든한 뒷배였다. 이번 파병 추진은 이러한 연계를 한 단계 더 밀어붙이는 조치다. 미국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에 직접 참전해 미국 주도 군사·산업 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를 다시 한국 자본의 이윤축적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즉, 이번 파병 추진은 한미동맹을 ‘경제 부흥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전략과 직결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의 파병 준비로 한반도는 더욱 위험한 공간이 되었다. 전쟁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을 취하면서, 그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공급망이 진영화·군사화 되어가는 위기의 시대다. 한국 자본주의가 미국 주도 공급망에 더 깊이 편입될수록 한국의 군사적 역할 또한 확대될 것이며,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전쟁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은 자본이 차지하고, 전쟁의 위험과 비용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된다. 한국 노동자가 이란 노동자와 싸워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미국의 노동자도 이란 노동자와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 노동자는 미국 지배계급의 침략전쟁에 맞서야 하고, 한국 노동자는 한국 정부의 파병과 전쟁산업 확대에 맞서야 한다. 이란 노동자 역시 자신의 지배계급과 독립적으로 제국주의와 전쟁에 맞서야 한다. 국회에 파병동의안이 제출된 뒤 대응을 논의한다면 이미 늦다. 이재명 정부의 파병 추진에 맞선 투쟁에 나서자. 현 상황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역할은 막중하다. 즉각 ‘사회적 대화’라는 환상을 걷어치우고, 가능한 모든 사업장에서 파병 반대 결의를 조직하자. 이번 파병의 성격을 토론하며, 지역과 현장에서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건설하자. 생산과 물류를 멈출 수 있는 힘이 바로 파병을 막을 수 있는 힘이다.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자본가들을 위한 파병을 철회시키겠다는 결의로, 반제반전 정치총파업을 조직하자! 2026년 9월 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AI 국유화 논쟁과 노동자 통제의 국제주의버니 샌더스가 6월 18일에 ‘미국 AI 국부펀드법’을 내놓은 뒤로, “AI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각 지역에서 AI를 두고 다투는 방식은 그 지역이 전 지구적인 AI 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최신 모델을 가진 미국에서는 소유가, 모델이 없는 유럽에서는 주권이, 데이터와 노동을 공급하는 남반구에서는 수탈이, 칩과 메모리를 만드는 동아시아에서는 계획이 문제시된다. 사회주의의 답은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보다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소유, 주권, 수탈, 계획 샌더스의 제안은 연매출 2억 달러가 넘는 AI 기업이 주식의 50%를 일회성 세금으로 납부하게 하여 약 7조 달러의 기금을 만들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일곱 명의 위원이 기금을 운용하여 매년 5%를 배당하자는 것이다. 69%의 미국인이 찬성했으며, 미국 좌파들은 (1) AI 모델 학습 데이터가 우리 모두에게서 추출되었으므로 집단적 소유를 주장할 도덕적 권리가 성립한다는 근거로 법안을 옹호하거나 (2) 소유가 곧 통제는 아니며 전 세계의 데이터와 노동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한 국가의 기금에 귀속시키는 것은 민족주의적 함정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3) 노동자의 지식을 값싸게 대체해 교섭력을 무너뜨리도록 설계된 “위로부터의 계급 전쟁 무기”인 AI 자체에 반대하는 주장 등을 내놓았다. 국가를 누가 쥐고 있는지 묻지 않는 국유화는 노동자의 요구가 될 수 없으며, 국부펀드는 자신을 먹여 살리는 산업의 이윤 논리에 묶인다. 이 같은 진단에서 AI를 몰아낸다는 처방으로 비약하는 것 또한 오류다. 양쪽 모두 ‘누가 무엇을 위해 기계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략한다. 덧붙여, ‘AI 타도’라는 구호는 이미 모델을 가진 나라에서만 가능한 사치다. 유럽에는 국유화할 자국 AI 기업이 없다. 따라서 쟁점은 주권이다. 영국의 ‘소버린 AI 펀드’는 5억 파운드 규모의 벤처 펀드이며,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술 주권 결의안과 집행위원회의 기술 주권 패키지 역시 전략적 의존 축소, 역외 관할권 배제, 규제 완화를 축으로 삼는다. 이 문서들에서 노동자는 장차 공급이 부족할 생산 요소로만 등장한다. 샌더스 이전부터 펼쳐진 유럽의 이론적 논의를 일부 살펴보면 (1) 부채와 순환 금융으로 과열된 거품이 꺼지면 가치가 사라진 칩과 희토류를 찾아 나서는 제국주의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 (2) AI에 기인한 생산성 향상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하고 빅테크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요구, (3) AI와 디스토피아를 불가분의 관계로 여기고 무력한 도덕화에 빠진 좌파를 향한 비판 등이 있다. 세 번째 주장이 상기시키듯, 러다이트의 동기도 기술 적대가 아니라 자동화 앞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사회적 요구였으며, 실제 노동조건 개선은 생산 수단 폐지가 아니라 전유와 사회화를 내건 조직 노동 운동으로 쟁취되었다. 8시간 노동도 주 5일제도 자연 법칙이 아니었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샌더스의 제안에 대한 태도는 갈리며, 그 분기는 어떤 계급이 어떤 투쟁으로 요구를 관철하는가 하는 물음 앞에서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남반구는 수탈당한다. 대응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하나는 발전주의적 주권이다. 룰라 정부가 브라질 인공지능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23억 헤알 규모의 패키지는 브라질에서 발생하는 AI 연산의 60%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뒤집겠다는 기획이다. 그러나 기술 이전, 현지 노동자 5천 명 훈련 등의 입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공급자는 현재 엔비디아뿐이다. 같은 패키지의 두 번째 슈퍼컴퓨터는 화웨이·아이플라이텍과의 협력으로 리우에 세워진다. 주권 선언의 실체는 두 의존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다른 갈래는 조직화다. 케냐가 AI 외주의 중심이 된 것은 높은 실업률, 고학력 청년층, 영어 사용 인구가 겹친 결과였고, 참수 영상과 아동 학대 영상을 검수한 대가는 시간당 2달러 남짓이었다. 아프리카 AI 노동자 150명이 세운 콘텐츠 검수자 노조는 2023년 메타에 정신의학적 처치를 명령한 판결을 얻어냈고, 나이로비 고등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는 메타의 항소를 기각하고 180명이 넘는 검수자와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의 소송을 심리하게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틱톡 검수 노동자의 실태가 폭로된 뒤 외주업체 텔레퍼포먼스가 4만 명의 노조 결성권을 인정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나이로비·라고스·요하네스버그의 디지털 노동자들은 범아프리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디지털 식민주의에 맞서고 있다. 동아시아의 현재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소유 문제가 이미 풀렸다고 전제한다. 전체 인민이 국유 자산을 보유하므로 남은 것은 배당의 설계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형편없다. 2026년 3월 지능산력 총규모가 1,882엑사플롭스에 이르렀지만 GPU 평균 가동률은 30%에 못 미친다. 100위안을 투자하면 70위안이 헛도는, 과잉 투자의 국가판이다. 한국에서 국가는 이미 최대의 AI 투자자다.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AI에 6조 원을 배정하고 기업 증자에 지분으로 참여하지만, 전략위원회 출범식의 전면에 나선 이들은 금융위원장, 셀트리온 회장, 미래에셋 회장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2,136억 원을 들여 15개 팀 가운데 다섯을 골라 데이터와 인재와 GPU를 몰아준다. 국가가 어떤 자본이 살아남을지 고른다는 점에서 이는 시장보다 계획에 가깝다. 다만 그 목표는 국가 안보와 전략 자산이고, 노동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참여도 이미 설계되어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6,000억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펀드를 따로 두어 개인 투자자를 모집하고 손실의 20%까지 정부가 후순위로 보전하며 장기 투자에는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얹는다. 샌더스가 제안한 배당의 축소판이 한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셈이다. 다만 여기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자리는 주주다. 배당을 받을 권리는 있으나 무엇을 만들지 정할 권리는 없다. 인간 지성의 사적 전유 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자를 압도하고 쓸모없게 만드는 경쟁자이자 적대적 힘이라고 말했지만, 노동자들이 기계와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을 구별하기까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고도 썼다. 화면 낭독기와 실시간 자막에 의존해서 일하고 배우는 장애인에게 “AI 몰아내자” 같은 구호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는 격차를 줄이는 AI를 상상해야 한다. 그록의 자동화된 성폭력에 맞서는 페미니즘의 요구도 생성 모델을 폐지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의 사용을 금지하고 처벌할 권력을 쟁취해서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일반 지성의 사적 전유다.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는 동물도 광물도 식물도 아닌 인간 지식 자체를 원료로 삼아 변형하며, 모델 훈련 데이터 수탈은 공유지 인클로저의 21세기판이다. 공유지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국가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시민 수백 명의 집을 수용한다. 그렇다면 답은 사적 전유를 끝내는 것이지, 부르주아 국가의 지분 절반도 아니고 기계 파괴도 아니다. 연방준비제도를 본뜬 샌더스의 위원회에 노동자의 자리는 없고, 기금의 배당금은 노동자를 해고하여 끌어올리는 주가에 종속된다. 대기업 회장들이 둘러앉은 한국의 전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공적 지분의 목적은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쥔 계급이 결정한다. 사슬 전체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우리의 요구는 네 가지다. 첫째, 어떤 공적 지분이든, 미국의 국부펀드건 한국의 국민성장펀드건, 의결권은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나 재벌 회장이 아니라 AI 노동자·데이터 노동자·이용자·관련 산업 노동조합의 대표가 행사해야 한다. 해고로 만든 배당은 필요 없다. 둘째, 알 권리, 설명 책임, 노동권을 훼손하는 AI 도입에 대한 거부권을 모든 단체 협약의 표준 요구로 삼아야 한다. 개정 노조법이 연 교섭의 문으로 AI 도입 결정을 끌어들여야 한다. 셋째, 생산성 이득은 배당이 아니라 시간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AI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주장하는 모든 작업장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넷째, AI 데이터 사슬에 대한 구속력 있는 국제 노동 기준을 케냐 노동자들의 요구 그대로 지지하고, 나이로비와 마닐라의 데이터 노동자, 신주와 평택과 이천의 반도체 노동자, 빅테크의 노동조합,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지역운동을 잇는 AI 사슬 국제 총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노동의 산물을 한 나라 국민에게 배당하는 기금은 구조적으로 제국의 임대료 징수이며, 국유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앞에 ‘국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
공지/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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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열사 정신 계승, 곧 죽은 자의 뒤를 산자가 따른다는 말은 이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는 것2026-03-13 | 조회 5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