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는 이들에게 "반유대주의"를 덮어씌우는 이스라엘의 궤변을 단 한 순간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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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는 이들에게 "반유대주의"를 덮어씌우는 이스라엘의 궤변을 단 한 순간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유대계 미국인 유재익 님의 발언

  • 양동민
  • 등록 2023.11.21 12:10
  • 조회수 958

 

 

*사후보도자료에 담긴 유재익 님의 발언전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오늘 집회의 기획 및 주최를 담당하는, 플렛폼씨를 비롯한 시민 단체들과, 오늘 시간을 내어 함께 하게 되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한국에 체류하는 유대계 미국인 유재익이라고 합니다. 물론, 본명은 “유재익”이 아니지만, 한국에서 동물권 활동을 하면서 한국 이름을 만들기로 했고, 유태인이라는 저의 소중한 정체성을 담아 “유”씨 성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고조부모님 세대는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셨고, 증조부모님 세대, 조부모님 세대에 이어 모두 다 유태인이신 저희 부모님께서 저를 유태인 초등학교, 유태인 중학교에 보내셨습니다. 거기서 저는 구약 성경과 유대교의 율법을 공부하면서 현대 히브리어, 즉 이스라엘 히브리어를 제2 언어로 배웠습니다.

 

지난 번의 팔레스타인 연대 긴급행동에 참여했을 때, 다음에 또 참여할 계획은 있었지만,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까지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평소 정말 좋아하는 한국인 인기 유튜버의 한 영상을 보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 발언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목도하는 여러 나라의 반응을, 거의 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설명하면서, 미국 사회가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으로 나뉘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마다 수십, 수백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시사뉴스 전문 유튜버조차도 그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은 유태인, 비판하는 자는 모두 비유태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팽배하겠습니까?

 

저는 그 유튜버가 많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유태인”과 “시온주의”의 차이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모르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 정부가 의도하고 공격적으로 선전해 온 지점입니다. 여러분, 시온주의라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존재와 존엄성에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그들이 살던 땅에 유태인의 국가를 건국하여, 전쟁과 점령으로 그 나라를 확장하는 것을 주장해 온 민족주의 사상입니다. 19세기 말에 시온주의가 탄생했을 때부터, 그러한 사상에 대한 유태인들의 견해는 팽팽히 대립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시온주의를 규탄하는 유태인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시온주의자가 곧 유태인인 것 마냥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생각해봅시다. 서양에서 나치 독일이 자행했던 홀로코스트의 역사 때문에, 반유대 혐오가 매우 진지하게 문제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지지 세력은 이것을 이용해, “시온주의”가 곧 “유태인”이라 명명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적 점령과 전쟁 추진을 비판하는 것을 마치 유태인에 대한 혐오 발언인 양 포장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휴전을 요구하는 언론사와 일반 시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데, 꽤나 유용한 수사적 도구로, 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행동을 좌시할 수 없겠다며 “Not in our name”, 즉 “우리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는 문구의 셔츠를 입고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인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점거하여 휴전을 요구한 수 천명의 유대계 미국인 시민 불복종자들은 반유대 세력입니까? 이스라엘의 건국을 “인종청소”라고 고발한,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 일란 파페 박사님과, 현재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가자 공격을 “제노사이드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성명한 홀로코스트 연구자 라즈 시걸 교수님을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와 시온주의를 비판하는 이스라엘 인권 운동가와 수많은 유태인 학자들은 반유대 세력입니까? 오히려, 반유대 혐오와 폭력으로 가득찬 저희 유태인 조상님들의 괴로운 역사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억압받는 이들과 연대하여 모두의 자유, 모두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유태인으로 살면서 가져야 하는 진정한 가치관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치 홀로코스트 때,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 참여한 이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마이다네크 강제수용소에 갇혀 나치에 의해 일가족을 잃게 된 부모 슬하에서 자란 미국 정치학자, 노먼 핑켈슈타인 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바로 그 이유로, 일가의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홀로코스트 아래 박멸당한 부모님께서 저에게 주신 바로 그 가르침 때문에 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범죄를 저지를 때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전적으로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덮어씌워지는 “이스라엘 정부가 대표하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하겠습니다. 저는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가하는 봉쇄와 폭격 전범을 규탄하겠습니다. 저는 전적으로 자유를 간절히 바라며 지옥 속에서 존엄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이스라엘의 억압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유태인은 적지 않으니, 제가 한 말이 “반유대 혐오”라고 누명을 씌우려는 세력들의 궤변을 단 한 순간도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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