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행진'부터 '소속기관 쟁취의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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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오체투지행진'부터 '소속기관 쟁취의 날'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해고 없는 정규직 전환, 국회, 정부, 고용노동부, 건보공단이 책임져라!“

  • 남정아
  • 등록 2024.03.06 15:27
  • 조회수 561

 

2월 26일 오전 10시,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와 대통령은 들어라!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3일 간의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전환 쟁취! 원주본사 천막농성’ 투쟁이 118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2년 전 약속했던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연한 약속, 다짐,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 사회, 그 부당하고 부정한, 자본이 지배하는 현실을 알리고 깨기 위해 조합원들은 다시 한 번 오체투지 행진으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강력하게 표출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1,091가지가 넘는 자격, 부과, 징수, 급여, 노인장기요양 등의 건강보험공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재산, 소득, 자동차, 가족관계, 심지어 출입국 기록, 시설수용 등 개인의 1,500여 가지 민감정보를 다루며 상담을 통해 안내한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공적 상담의 공공성 확보와 직결된다.

 

하지만 3년이 다 되도록 “단 한 명”의 상담사도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민간위탁으로 남아 있다. 공단은 청년일자리를 위해,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에게는 공개경쟁채용을 하겠다고 한다. 2019년 이후 입사한 상담사는 707명이나 되며, 2019년 입사자는 올해로 경력 6년차 상담사가 된다.

 

국민건강고객센터 이은영 지부장은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의 공개경쟁채용은 전환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며, 6년 경력 상담사에게 다시 검증을 받으라는 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6년을 일한 공단 정규직 직원은 부서를 옮긴다고 다시 시험을 보지 않는다. 더구나 상담사는 부서를 옮기는 것도 아니고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공개경쟁채용 고집은 현재 일하고 있는 상담사의 41%가 넘는 인원을 탈락시키겠다는 의도이기에, “공공성을 더욱 확보하기 어렵다”고 거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 상담노동자와 시민사회는 ‘빨리 끊고 많이 받아’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고객센터가 아니라, 제대로 충분히 안내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가 되기를 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쟁채용을 요구하면 국민이 원하는 종합적인 상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설립 시 원했던 ‘원스톱 통합 상담’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체투지 행진단은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날마다 100여 명 대오를 유지하며 여의도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힘겹지만 보람찬 걸음을 이어갔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민복을 입고 두 손 모아 천천히 낮추어 절하는 노동자, 피켓을 들고 함께 걸어가는 노동자들, 단결과 연대로 길게 늘어선 장엄한 오체투지행진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규직을 놓고 동료와 경쟁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동료를 해고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3일 동안 방송차 확성기를 통해 경쟁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질기게 투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가슴깊이 파고드는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여현옥 대구지회장은 ”사람을 사람으로,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하지 않는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비정규직 철폐 정책이 실종되고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를 핑계로 건보공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또한 수수방관하며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라며 정부기관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는 없고 책임전가하기 바쁜 사회에서 노동자만 생존을 내걸고 시름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오체투지행진단은 락앤락 사무실 앞에서 투쟁하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락앤락지부 조합원들과 우연히 만났다. 오체투지를 하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고배당으로 대주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며,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쫓은 락앤락 자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저지!‘, ’고용보장 쟁취!‘를 함께 외치며,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정리해고와 외주화’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오체투지행진단은 2월 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고 방영환 열사 영결식에 참여하여 열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열사를 폭행, 협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택시완전월급제를 시행하라’며 함께 울고 함께 외쳤다.

 

모든 투쟁은 연결되어 있고 노동자는 하나임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반면, 둘째 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차도, 인도, 고용노동청 건물을 바리케이트로 3중 차단, 오체투지 행렬을 차도 한 쪽으로 고립시켰다. 경찰의 과도한 분리에 한 시간 넘게 항의하며 연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셋째 날 숭례문 앞에서는 교차로에서 절을 하지 말고 밀착해서 빨리 지나가라고 과하게 요구하는 경찰에 항의하며 다시 그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첫째, 둘째 날 모든 교차로에서 오체투지를 멈추지 않고 진행했었는데, 경찰은 제멋대로인 기준으로 방해했고, 한 시간이 넘게 방해를 받고서야 오체투지 행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집회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집회참여자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경찰대오가 나왔다. 집회방식에 대한 경찰의 고무줄 참견과 과잉대응에 오체투지행진단은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갈라놓은 양쪽 길에서는 고객센터지부 문선대가 ‘또다시 앞으로’ 투쟁가에 맞춰 절도있고 힘있게 몸짓을 선보이며 참가자들을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 어떤 억압에도 지치지 않고 당당하고 단결된 모습으로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행위’는 분명 쉽지 않은 고행이다. 몸을 낮추고 바닥을 기는 듯한 겸손한 몸짓은 사측을 향한 비열한 조아림, 읍소가 아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인간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출이다. 오체투지는 차별, 착취, 탄압, 억압, 죽음이 판치는 노동의 현실과, 이윤만 쫓아 불안정노동을 만들어내는 자본의 세상을 향한 경고와 항의이자,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를 소망하는 간절함이었다.

 

 

3월 1일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원주) 앞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나와 우리의 내일을 위해 공공성을 살리고 차별을 철폐하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해고 없는 소속기관 쟁취의 날’을 선포하며 많은 연대자와 함께 공공성 강화와 차별 철폐를 위한 건보공단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펼쳤던 ‘오체투지행진’에 이어 더 가열찬 투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합원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 공공성 강화, 직고용 쟁취 바람을 담은 현수막을 만들었고 수백명 집회참여자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몸짓도 따라하며 공단거리를 신나게, 힘차게, 뜨겁게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는 함성으로 물들였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이은영 지부장은 “우리 지부는 어떤 역경도 반드시 이겨내고 한 명도 빠짐없이 소속기관으로 전환되어 자부심 가지고 당당하게 일할 것이다. 우린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건강보험공단은 잘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승리를 거두는 날 모든 상담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며 건강보험공단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부산지회 이영림 조합원은 ”처음엔 노조가 생기고 개선되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이니 이대로 처우와 임금이 개선된다면 힘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울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관리하는 한 상담사의 처우는 바뀔 수가 없다는 걸 투쟁하며 알게 되었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소속기관 전환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당장 책임있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

 

 

연대자로 함께한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은 ”정리해고되고 나서야 우리 조합원들은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콜센터가 비정규직인 것을 알았다. 우리의 소중한 국민건강보험이 민간위탁업체에 맡겨져 콜수 경쟁을 한다는 것과 상담사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의지도 노력도 없음을 비판했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김경미 활동가는 ”2022년 여성 임금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 수준에 그친다. 같은 해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30.6%인데 반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0%라고 한다”며 여성가족부 조사를 인용해 더 많은 여성 노동자가 불안정한 일터에서 임금 차별, 처우 차별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여성해방을 위한 여성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차별에 반대하는 구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공개채용, 시험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동안 수년 동안 일해온 콜센터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노력을 부정하는 차별적인 것임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상담사 노동의 시간을 문제 몇 개로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라며 공개채용 핑계를 대지 말고 상담노동자들의 노동을 인정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서울지회 송수진 조합원은 “제가 배운 노동조합의 정신은 ‘함께 단결하면 승리한다’이다. 여성으로 이뤄진 사업장이다 보니, 집회를 할 때마다 겁도 났었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도 부족하여 매번 경찰과 공단직원들과 맞서게 되면 그들의 무력진압으로 주눅 들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연대와 단결로 주눅들었던 사기가 다시금 솟아났고 뭐든 이뤄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며 승리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힘차게 다짐했다.

 

‘오체투지행진’부터 ‘소속기관 전환 쟁취의 날 선포’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한결같은 외침 속에서 상담노동자의 직접고용 쟁취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외침은 너무나 올바른 노동자의 대의이다. 그 대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

 

 

*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전환 약속을 이행하라!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 고용안정을 보장하라!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져라!

*시간끌기 이제 그만! 건보공단은 조속히 전환을 완료하라!

 

※3월 7일 저녁 7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3.8 여성의 날 정신계승 파업전야 투쟁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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