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파업 선언문]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여성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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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파업 선언문]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여성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오늘 우리는 엄마도, 딸도, 며느리도, 아줌마도, 아가씨도 아닌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우리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 삭제와 노동개악에 맞서,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여성을 짓밟은 채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정치세력에 맞서, 이 세상을 생산하고 재생산해 온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3.8 국제여성의날, 우리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내가, 나의 어머니가, 나의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이 그런 삶을 거쳐 왔습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무시도 차별도 감수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삶 전체를 희생해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혹은 폭력과 학대도 견디는 순종적인 ‘아내’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여성성’이었기에 그랬습니다. 그렇게 여성 노동자는 불완전한 노동자로 전락하여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이 매겨졌습니다. 남성의 3배에 달하는 가사돌봄 노동을 떠맡아야 했습니다. 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5명 중 2명이 직장에서 성희롱당했습니다. 매년 수만 건의 성폭력과 가정폭력, 교제폭력에, 매일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았습니다. 여전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페미’로 보인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장애나 질병이 있는 이들의 노동권은 거부됐습니다. ‘저출산’ 대책은 손에 잡히기는커녕 쿠팡 같은 대기업도 여전히 육아휴직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남성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연금액에 오늘도 끼니를 걱정하는 고령여성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선, 내 동료를 짓밟으라고 합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삶과 일터와 미래를 빼앗긴 채 쫓겨 온 이주 여성 노동자들과 경쟁하라고 합니다. 전쟁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체제는 수많은 여성을 비롯한 민중을 살육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팔레스타인 학살을 외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을 원합니다.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허리띠는 졸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부단히 이 세상을 생산하고 재생산해 온 노동자들입니다. 우리의 촘촘한 노동이 일터와, 가족을, 이 사회를 지탱해 왔습니다. 그런 우리를 당신들은 2개월마다, 6개월마다, 2년마다 쓰고 버리지만, 우리는 단 한명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춥니다. 우리의 노동이 가지는 힘을, 우리의 연대가 가지는 힘을 세상에 보여줍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과 가난 속에 죽거나 사라지는 여성들이 없도록, 우리의 노동이 지워지거나, 우리의 투쟁의 역사가 삭제되지 않도록 이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바꾸어냅시다!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 생산과 재생산 노동을 중단합니다. 역행하는 시대를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잃을 것은 우리를 결박해 온 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여성해방입니다. 가자 3.8 여성파업, 쟁취하자! 여성해방!

 

하나.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하나. 돌봄 공공성 강화하라!

하나.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하라!

하나.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하고, 유산유도제 도입하라!

하나. 최저임금 인상하라!

 

2024. 3. 8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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