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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최저임금 투쟁주체,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기사입력 2023.06.26 19:39 | 조회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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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최저임금 제도의 위력은 보편성에 있다. 성별‧직종‧고용형태‧국적을 불문하고 어떤 노동자라도 동일한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는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계급단결의식을 북돋운다. 자본가들이 틈만 나면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을 부르짖는 이유가 이것이다. 저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보편성을 허물어뜨림으로써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 든다. 노동자들의 분열이야말로 자본의 천년왕국을 건설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거대한 위력은 오로지 단결에서 나온다. 전체 노동자들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전면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싸우는 것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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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참여와 혁신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

     

    현행 최저임금법은 시간급(時間給)을 기본으로 정해져 있는데,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이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같잖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그런 것처럼, 노동시간이 아니라 작업 성과물의 개수나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또는 도급제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임금 지급 형태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성과급제또는 도급제는 임금이 노동자들의 개별적 능력 차이에 따른 것처럼 보이게 해 노동자들의 경쟁을 촉진하고, 그 결과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임금을 인하하는 지렛대 구실을 한다. 그러나 사업장 전체로 보면 개인적 차이는 상쇄되고 평균적으로 일정한 노동시간에 일정한 노동생산물이 산출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과급제또는 도급제는 언제든지 시급제로 환산 가능한 임금 지급 방식이다.

     

    근로기준법 제47(도급 근로자)사용자는 도급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또 최저임금법 제5조제3항이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해 둔 이유가 이것이다.

     

    이미 최저임금위원회는 2021년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해, 플랫폼 노동자의 평균 수입 125.2만원(택배노동자 198.2만원, 가사서비스노동자 17.6만원, 음식배달노동자 160.4만원, 대리운전기사 39.9만원)을 평균 노동시간으로 나눠 산정한 평균 시급이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임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미적거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즉각 노동시간에 따른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해야 하며, 이때 플랫폼 앱에 로그인한 시간부터 로그아웃한 시간 전체를 노동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 노동자가 시간에 대한 자기 통제권을 상실한 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놓여있는 대기시간은 본래 노동시간이기 때문이다(근로기준법 제50조제3). 나아가 실노동시간 측정이 어렵거나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전체 작업량에 대한 평균적 노동시간을 측정하여 단위 작업량에 대한 최저 보수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실습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최저임금을 지급하라

     

    사업 운영에 필요한 노동자의 숙련 향상을 위한 교육 책임은 당연히 자본에 있다. 근로기준법 제77(기능 습득자의 보호)조차 사용자는 양성공, 수습, 그 밖의 명칭을 불문하고 기능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혹사…시키지 못한다고 정해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직업교육 훈련이라는 허울 아래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못한 채 합법적으로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자들이다.

     

    영화 다음 소희의 모티브가 된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같은 해 제주 음료공장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2021년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등 잇따른 산재사망 사고가 보여주듯, 이들은 명목상으로만 직업교육훈련생신분일 뿐 여타 노동자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임금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에게는 기초적인 노동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현장실습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휴게시간 등 일부 규정과 산재보험법 정도만 적용되고 있다. (그나마 영화 다음 소희의 영향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10월부터 추가 적용하도록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개정됐으나,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은 여전히 미적용된다.) 최저임금 역시 적용되지 않아 한 달 치 수당으로 고작 50만 원을 받는 현장실습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마저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수당을 떼이고도 노동청에 신고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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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 터무니없는 야만적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겠는가? 현장실습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적용은 한마디로 국가폭력에 불과하다. 직업교육이라는 허울 아래 무제한적 착취를 허용하는 현행 현장실습생 제도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물론 이것은 현장실습생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조직하고 자주적으로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즉시 현장실습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을 포함한 모든 노동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유해‧위험작업, 야간노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현장실습생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자들은 다음 세대의 노동자운동을 이끌어갈 주역들이기도 하다. 현장실습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전면 적용, 노조할 권리 등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은 현장실습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성장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현장실습 노동자 초과착취에 맞서는 조직노동운동의 실천이 중요하다. 현장실습 노동자들이 사업장에 채용될 경우, 노동조합과 활동가조직은 현장실습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면밀하게 살피고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고위험 업무와 야간노동 금지, 사업장 단체협약이 명시한 노동조건 동일 적용, 현장실습 이후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하자.

     

    연장시급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 법 개악 이후 정기 상여금이 월 최저임금에 녹아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연장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정해지는 데 비해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해석에 따라 그 범위가 정해진다. 즉 현재 법률적으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개념이 통일돼 있지 않아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쳐도 위법이 아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9,620원이더라도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통상임금은 8,000원으로 맞춰두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기본급 1,672,000, 보전수당 338,580원으로 월 2,010,580원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있다 치자. 이때 최저임금은 9,620(=2,010,580÷209시간)이다. 그런데 보전수당은 임금 지급일에 재직하는 노동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여두면, 보전수당 338,580원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즉 통상임금은 8,000(=1,672,000÷209시간)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56조제1항에 따라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할 때 50% 가산분으로 4,810(=9,620×50%)이 아니라 4,000(=8,000×50%)를 지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본가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시간급 통상임금이 시간급 최저임금보다 낮더라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100%) 및 가산수당(50%)을 산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위의 예에서, 8시간 이내 노동에 대해서는 9,620원의 시급을 받던 노동자가 8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게 되면 기본 시급으로 8,000원만 받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2023년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 더원테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본가 정부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개념을 일치시켜야 할 기본적 의무조차 유기한 채, 자본가들의 최저임금 위반을 묵인하고 조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한 시간의 노동에 대해 무조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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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모든 노동자들의 연대로 최저임금 30% 인상 쟁취하자

     

    이 밖에도 최저임금 제도가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노동자성 자체가 부정되는 프리랜서 노동자, 노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22~27%만 받는 장애인 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받으면서도 최저임금의 15~20%를 갈취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다.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해도 허울뿐인 경우도 허다하다. 2018~20228월까지 5년 동안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으로 적발한 12,907건의 최저임금 위반 건수 중에 사법처리 비율은 고작 0.6%, 72건에 그쳤던 것처럼 말이다.

     

    물가 폭등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 확대되는 소득 불평등 앞에서 최저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은 최저임금 투쟁주체를 확대하며 모든 노동자의 연대총파업을 조직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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