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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왜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가?

기사입력 2023.06.10 16:47 | 조회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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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자기 노동력을 매일 판매해야 생존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나 홀로 자본의 독재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입바른 소리를 내는 순간 자본가들은 즉각적으로 해고를 단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취업과 실업에 독재권을 행사하는 자본가들에 맞서자면,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집단으로서 사용자에 맞서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조합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본능적으로 만들어낸 단결의 무기이며, 자본의 전횡에서 노동자들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의 구심이다.

     

    물론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지 않았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다른 노동자와 결합하거나 파업에 나서면 3개월의 징역 또는 2개월의 중노동형에 처했던 단결금지법을 1824년 폐지시킨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지키기 위해 고귀한 피를 흘렸다.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앞선 노동자들이 피로써 쟁취한 노동조합의 권리는 결코 반석 위에 놓인 탄탄한 권리가 아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훼손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계속해왔다. 오늘날 한국에서 그것은 ① 하청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봉쇄, ② 민사상 손배 가압류를 통한 노조 파괴로 구체화 되어있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은 노동조합을 분쇄하려는 자본의 공격에 맞서 노동조합을 방어하고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로 나아가려는 투쟁이다.


    노조법 2조 – 하청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법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일체를 결정하는 자는 원청 자본가다.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이윤의 부스러기를 나눠 먹을 뿐인 하청 바지사장들이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누가 정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원청 자본가가 용역계약, 도급계약이라는 명목으로 하청 바지사장과 체결한 계약의 인건비 총액을 노동자 숫자로 나눈 것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누가 통제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하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원청의 생산일정과 작업물량에 맞춰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하청 노동자들의 해고는 누가 결정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물량이 줄어들었다거나 노조가 생겼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에서 진짜 사장인 원청 자본가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상 책임을 단 하나라도 부담하는가?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 자본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나설 수 있는가? 모두 아니다. 원청 자본가는 자신은 하청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니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뻗댈 뿐이다.

     

    이 터무니없는 간접고용 구조의 모순 앞에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의 책임을 요구하며 온몸을 내던졌다. 자본가 정부의 법원조차 “하청 근로자의 노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보유하는 원청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의 범위는 원청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서울행법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을 내놓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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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 사업주 CJ대한통운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해석하는 것이 노조법 입법 목적, 정의와 형평에 부합.' 사진: 전국택배노조 

     

    그러나 판결은 판결일 뿐이다. 원청 자본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 앞에서도 자본가들은 넘치는 돈을 소송 비용으로 쏟아부으며 시간 끌기로 일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 ‘노동자의 노동조건, 수행업무 또는 노동조합 활동에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를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상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대법원이 수차례에 걸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음에도 자본가들은 귀를 틀어막는다.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수년이 소요되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오라며 버티기 일쑤다. 스스로를 노동자로 호명하고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는 사실만큼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을 확증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해서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즉각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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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노조법 3조 – 노조 파괴 금지법


    파업으로 자본 이윤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말은, 평상시 자본의 이윤이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으로 창출된다는 진실을 뒤집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파업은 세상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거들먹거리던 자본가들이 실상은 한 줌 기생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명백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자본가들은 파업권을 무늬뿐인 권리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른바 ‘합법’ 파업의 범위를 좁혀 ‘불법’ 딱지를 붙인 다음, 천문학적인 민사상 손해배상을 걸어 노조를 파괴해온 수법이 그것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보자.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최저임금 인상 또는 물가 억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인상, 단체협약의 인정 및 경제정책의 변화(물가억제, 실업해소)를 요구하는 총파업은 정당하며 노동조합 단결체의 통상적인 활동 범위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이 점에 관해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명시적으로 “원청과의 단체교섭 성사를 위해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는 목적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이 아니며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ILO협약 위반”이라는 권고를 내렸음에도 자본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또 구조조정에 반대하거나 노동법‧단체협약 위반에 항의하는 파업이 불법인 것도 마찬가지다.

     

    저들 마음대로 ‘불법’ 딱지를 붙이고 난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이어지는가? 노동자들이 한평생 구경할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했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5명에게 원청 대우조선 자본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야만적 현실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노동자 5명이 평생 벌어들일 임금을 모두 모아도 470억 원 배상이 가능하겠는가? 손배 청구의 목적은 노조 깨기에 불과하다.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에게만 선택적 손배 취하를 해온 자본가들의 관행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노조법 3조 개정은 툭하면 ‘불법’ 딱지를 붙이며 손배 가압류를 통해 노조를 깨려는 자본가들의 범죄적 시도를 박살내기 위한 것이다. 자본가들이 저들 맘대로 필요에 따라 갖다 붙이는 ‘합법’과 ‘불법’의 잣대를 집어치우고 ‘모든 파업권을 보장하라! 모든 손배 가압류를 금지하라!’는 요구를 현실화하는 투쟁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해 이윤을 얻어온 자본가가 ‘너희가 일하지 않아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떠드는 것 이상으로 뻔뻔한 일이 또 있을까? 쟁의행위의 정당성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손배 가압류를 통해 노조를 깨려는 시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노조법 3조를 개정해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은 단순한 법 개정 투쟁이 아니다. 노동3권을 빼앗겨왔던 하청 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함으로써 실질적인 노동계급 총단결 투쟁의 토대를 건설하는 투쟁이다. 살인적 손배 가압류로 노동조합을 분쇄해 온 자본가들의 범죄 행위를 중단시키고 파업할 권리가 모든 노동자의 정당한 무기임을 선언하는 투쟁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은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치세력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장 칸막이를 뛰어넘은 노동자 단결과 총파업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 총파업의 성과로 제대로 개정된 노조법 2‧3조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더 전면적인 계급적 연대를 촉진하는 유용한 무기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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