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없는 세상에서는 직접고용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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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윤석열이 없는 세상에서는 직접고용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옳다’ 투쟁 잇는 톨게이트지부 용인서울지회 인터뷰

  • 정은희
  • 등록 2024.12.14 11:04
  • 조회수 135

[필자 주]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실패했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로막은 것은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 중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용인서울지회 동지들을 만났다. 

 

△용인서울지회 출근 선전전 모습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용인서울지회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하얀 입김을 불며 피켓을 든다.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1시간씩 노동자 둘 셋이 모여 선전전을 한다. 조합원 1인당 일주일에 한 번꼴로 피켓을 든 게 벌써 7개월째다. 그 사이 조합원 수는 두 배로 불었다. 

 

앞서 2019년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1,500명을 집단해고했다. 노동자들은 “우리가 옳다”를 외치며 서울요금소 캐노피 고공농성, 청와대 앞 노숙농성,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 점거농성을 비롯한 치열한 투쟁 끝에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자회사로 전환된 한국노총 소속 등 노동자 5,100명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고, 민자도로인 경수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곳에는 노조 자체가 없었다. 

 

경수고속도로는 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도지사로 있던 시절 건설된 수익성 민자 도로다. 최대 주주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이며, 이들은 국내 첫 민자 건설사업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통해 2020년까지만 해도 최소 4조 원의 요금 수익을 챙긴 외국 자본이다. 정부 고속도로에 비해 2.28배나 비싼 통행료 받고도 잘못된 수요예측을 제출해 혈세까지 챙긴 결과였다. 이런 맥쿼리는 전국에 걸쳐 6개의 민자고속도로와 2개의 대교를 비롯해 터널과 항만 등 수많은 민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지난해에만 3천2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투기자본이다. 지하철 9호선에도 손을 댔다가 수백억 원의 매매 차익을 올리고 ‘먹튀한’ 기업이기도 하다. 비상계엄 후 맥쿼리증권은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을 정도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도 있다.

 

그런 맥쿼리는 국내 인프라산업을 통해 매년 수천억을 뽑아내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푼돈밖에 쥐여 주지 않는다. 경수고속도로만 해도 노동자들이 매일 수천 대가 뿜어내는 매연을 마시며 일하고 있건만, 그들은 노동자들이 궂은일을 하건 말건 상관이 없다. 더구나 용역업체 관리자들은 모욕과 횡포를 일삼으며 노동자들의 피를 말린다. 결국 더는 밀려 날 곳이 없던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세우기로 했다.

 

“그때부터 열이 받더라고요”

 

△용인서울지회

 

처음 발단은 업무용 차량 사고였다. 

 

“제 업무도 아니었어요. 회사가 하라고 해서 통근차를 몰다 조금 긁어먹었는데, 저보고 모두 부담하라고 하는 거예요. 이제까지 다 그랬다고. 자부담할 거 아니면, 보험처리를 할 테니 30만 원을 내라고 했어요. 지금처럼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였고, 밤에는 가로등도 없어 위험했는데, 귀갓길에 차량을 사용하지도 못하게 했죠. 그때부터 열이 받더라고요. 그래서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받아들이더라고요.” - 양정화 지회장

 

양정화 지회장은 당시까지만 해도 입사 2년 차 새내기 노동자였다. 회사에 있던 한국노총 조합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던 양지회장은 물러서지 않았고, 그러자 결국 회사는 그를 포함해 이제까지 자부담으로 회사차를 고친 노동자 3명 중 2명에게 비용을 환불해 줬다. 그게 양지회장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진 계기였다. 

 

“그때가 2022년이었는데, 노조의 노자도 모르던 때였죠. 하지만 노조를 해야겠다, 생각되더라고요. 그래도 한국노총에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민주노총 톨게이트지부의 박순향, 도명화 동지를 찾아갔죠. 그런데 교섭분리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3~4개월이나 걸린다고 해서, 빨리 노조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결국 한국노총으로 갔어요.” - 양정화 지회장

 

하지만 한국노총은 노조로서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다. 

 

“당시 회사가 하이패스를 들여오면서 노조원부터 감축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러자 조합원 70명 중 40명 정도가 바로 탈퇴를 해버렸어요. 더구나 남은 30명이 위원장에게 교섭을 잡아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연락 자체가 안됐죠.” - 양정화 지회장

 

그래도 남은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을 계속하려고 했다. 

 

“어느 날 회사에 차로 청소 업무가 수납원 업무가 맞는지, 안전기준은 있는지 물었어요. 청소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도 요구했죠. 하지만 회사는 오히려 그전까지 보장된 약 1시간가량의 조기퇴근을 없애 사무실에서 대기하다 퇴근하도록 했고, 휴게시간을 축소했죠.” - 양정화 지회장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측 때문에 회사 내 분위기는 술렁였고, 그 속에서 회사는 노조를 뭉개려는 속셈으로 마지막 탄압을 가했다. 

 

양정화 지회장이 출근하자마자 당한 집단린치가 그것이었다. 회사 편에 선 노동자 20여 명은 양지회장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나타나자마자 집단 폭언을 가했다. 근무가 없던 직원까지 모여, “당신 때문에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휴게시간은 줄어들게 생겼으니, 당신이 보상하라”라고 했다. 그런 다음엔 “양정화가 늘어난 근무시간에 대한 임금을 대신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만들어 서명을 받았다. 뒤에서는 노조를 해산하면 이를 무마해 주겠다는 말이 돌았다. 10년 이상 무급으로 과외 업무를 한 상황에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을 뿐인데 회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짓밟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움직이지 않았다. 고소·고발을 했다고 했는데 접수조차 돼 있지 않았다. 노조위원장에게 참다 참다 항의를 하니 마지막에야 노조원들 보고 직접 선택하라고 했다. “나가든가 투쟁을 하든가.”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조합원은 8명이었고, 이들은 민주노조 깃발을 세우기로 했다. 

 

“한 분 한 분 만나 다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지회장은 당시 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민주노총이면 무조건 가겠다고 했죠.” - 양정화 지회장 

 

“흩어져도 죽고, 흔들려도 죽는다는 게 우리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올 6월 6일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7월 12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번의 집회를 개최했다. 지부에서 연대 동지들을 조직해 주어, 집회는 100명 이상의 적지 않은 규모로 진행될 수 있었다. 또 집회와 함께 사내 선전전을 진행하고도 있다. 아침 7시부터 17시까지 10시간 동안 근무 없는 노동자들 중심으로 조를 짜 일정을 맞췄다. 조합원들은 평화롭게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은 경찰까지 동원해 하루 종일 감시한다. 10월 중순부터는 식당에서도 중식 선전전을 시작했다.

 

“처음에 힘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어요. 매우 간절했죠. 흩어져도 죽고, 흔들려도 죽는다는 게 우리 마음이었어요.” - 양정화 지회장

 

7개월 간의 투쟁으로 회사에는 이미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한국노총에 있을 때는 노조 혐오가 너무 심했고, 멸시 천대를 당했지만, 그에 비하면 노조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요구사항도 5가지를 제기해 왔는데, 그중 4개는 이뤄졌다. 첫째는 출퇴근 시간 원상 복귀, 둘째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었다. 연차를 15일 전에 신청해야 했고, 2명 이상 몰리면 1명은 사용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근무시간 연장 현황을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사측이 말 잘 듣는 직원의 근무시간만 연장해 주어 이걸로 노동자를 차별하고 통제했기 때문이다. 넷째는 자유로운 휴대전화 사용, 다섯째는 청소 업무 강요 금지였다. 이 중 세 번째인 근무시간 연장 현황 공개 외에는 모두 쟁취했다.

원청에는 3대 요구 사항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그들은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뻔뻔하게도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3대 요구사항 첫째는 직접 고용이며, 둘째는 비리와 유령직원 논란을 빚어 온 위탁업체 맥서브와의 계약 파기, 셋째는 관리자 교체다. 단협에서는 월 2시간의 노조 교육시간 보장, 노조 사무실 지급, 4명까지 타임오프 500시간 보장, 상급단체 자유 출입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 회사가 상급단체 동지가 방문할 때면 1주 전에 보고하라고 해서 지금까지 늘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박순향 동지께 싸우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어요. 기가 막히게 알려주셨죠. 지부장님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 지부장님 말씀이라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딱딱했어요. 그래서 회사는 지부장님만 보면 기함을 해요. 맨날 외부인이라고 하고, 식당 앞, 원청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 놨죠.” - 양정화 지회장, 유정희 금토 부지회장

 

“여자만의 조직으로 뭉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톨게이트 노동자 대부분은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까지의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3분의 2가 넘는다. 중년 여성이 일을 하면 반찬값 벌러 다닌다고들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노조원부터 정리해고하겠다고 으르렁거렸을 때, 우수수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대부분 전업주부였다가 이혼이나 사별해 아득바득 사는 노동자들이 많다. 경력이 단절돼 갈 데 없는 여성들이 그나마 손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데가 톨게이트, 마트다. 일과 가정을 같이 해서 좋기도 하지만, 워낙 쥐꼬리만 한 임금이어서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이런 사정을 조합원끼리는 속 얘기를 해서 알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사실 사는 건 대부분 빤하다.

 

“저부터도 4대 보험 받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요. 1년만 다녀야겠다고 했는데, 새로 취업하기도 그랬고…. 그런데 사람들이 소장만 들어오면 자세를 다시 잡더라고요. 그게 젤 먼저 눈에 들어왔죠.” - 양정화 지회장

 

“영어학원을 운영했고 보험설계사도 해봤고, 콜센터도 오래 다녔어요. 처음 톨게이트 일을 시작했을 때 보니, 노동자들이 이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되게 크더라고요. 영어학원보다 이게 훨씬 낫다, 그랬어요. 그만큼 여성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적은 거예요.” - 유정희 금토부지회장

 

월급은 206만 원. 최저시급 중에서도 바닥이다. 포괄임금제 때문에 야간 수당도 20만 원으로 고정돼 있다. 4대 보험 말고는 보너스, 교통비, 수당 아무것도 없다. 둘이 벌어도 힘든 시긴데 그 돈으로 식구가 한 달을 산다. 아니 못 산다. 그래서 취업규칙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적혀 있지만, 쿠팡 알바나 조그만 가게를 하며 ‘투잡’ 뛰는 노동자도 있다. 그러니 빚이 없는 사람이 없다. 한국도로공사 자회사는 좀 낫지만, 여기는 민자여서 조건이 더 안 좋다. 근속수당도 만 5년에 1만 원이고 최대 6만 원이어서 미미하다. 

 

“여자만의 조직으로 뭉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조합비를 내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고, 기대치도 없었죠. 아등바등 사는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힘을 모아서 급여와 복지를 올리는 것보다는 연장 하나 더 따내는 것이 소중했죠. 연장 하나면, 10여만 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데, 이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거든요. 또 ‘노조에 가입했을 때 불이익을 받으면 어떡하나’란 걱정도 들고, 늘 가정이 문제였죠. 그래서 노조에 집중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적었어요.” - 김경자 조합원 

 

하지만 이미 너무나 당해 온 상황이었다. 원래는 비조합원들의 불평과 불만이 더 많았지만, 노조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조합원들은 정의를 안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노조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었다. 괴롭힘인지도, 차별인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살아왔는데, 권리를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머릿수만 채워주려고 했는데, 나중에 지회장이 집단린치를 당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낸 조합원도 있었다.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집안일 다 작파하고,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나섰다”. 

 

△용인서울지회

 

“땅바닥에 떨어진 천 원짜리 같았어요”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이 “그동안 너무나 당해 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소장은 조회 시간에 들어와서 반말은 일상이고, 여성 비하 발언을 수시로 했다. 요전에 소장이 여성 노동자에게 인사하는 걸 ‘목격한’ 노동자가 있었는데, 입사 10년 만에 처음 본 장면이라고 했다. 

 

소장은 “너희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있냐? 월급 따박 따박 나오고 얼마나 편한 자리냐” 그랬다. 실제로 원서 쓰면 받아주는 데가 없는 경력단절 여성 노동자들에게 모멸감을 줘 더 쥐어짜려고 하는 말들이었다. ‘본사 놈’들도 그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식에 가면 성추행, 성희롱을 했다. 강제로 간 야유회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한 노동자도 있다. 민자도로여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다니라고 했는데, 밉보였다가 그해 61세로 “정년을 당한” 노동자도 있었다. 

 

“차 부스에 귤을 하나 들고 들어갔다고 체벌로 1주일 동안 부스 옆에서 1시간씩 인사를 시킨 적도 있어요. 3교대여서 밥시간이 일정치 않아 먹을 걸 조금 갖고 들어간 건데, 기계에 떨어진다고 그런 거예요.” - 김경자 조합원

 

“또 가짜 핸드폰을 냈다가 시말서를 쓴 적도 있어요. 아이들 때문에 핸드폰을 놓을 수가 없어서 그랬던 건데, 전화를 걸어서 일일이 다 확인했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시말서만 쓰라고 했는데, 그다음에는 하루에 2,500대가 지나가는 도로 위 부스에 2주일 동안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법적으로도 이중 처벌은 없다’고 하면서 절대 못 한다고 했죠. 원청 쫓아간다고 했더니 1주일로 축소해 주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 없던 말로 했어요. 시급 4천 원 받을 때 일이죠. 그러면서 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죠.” - 김경자 조합원

 

“첫 직장이니까 부당한 건지도 모르고 괴롭힘인지도 몰랐어요. 돈이 남았다든가, 지각이라든가 하면 확인서를 써야 하는데, ‘잘못했다’는 문구를 꼭 쓰게 했어요. 쓰면서도 너무 기분이 나빴죠. 실수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시말서도 아닌데. 부족분은 물어내야 했어요. 다행히 민주노총이 이 문구는 빼라고 해서 빠졌죠.” - 김경자 조합원

 

하지만 여성 노동자를 멸시하는 것은 회사만이 아니다. 고객 중에도 여성 노동자를 밑바닥 취급하는 인간들이 있다. 

 

“돈을 던지는 고객들이 있어요. 특히 택시 아저씨들. 그걸 못 받을 때가 있는데 너무 모멸스럽죠. 어떨 때는 집어 던지고 가요. 그러면 돈이 떨어지는데, 나 자신이 땅바닥에 떨어진 천 원짜리 같았죠. 모욕적이고 모멸스러워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해요.” - 양정화 지회장

 

“일하면서 대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상식적인 대우는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정도, 일도 쉽지 않아요.” - 김상회 서수지 부지회장

 

△용인서울지회

 

“회사에서 엄청 좋아하겠네, 소장 00이는 복도 많아요”

 

노동자들은 윤석열 비상계엄 후 처음 처단한다는 문구를 봤을 때, 지부장님 걱정부터 들었다고 한다. 또 ‘회사에서 엄청 좋아하겠네, 소장 00이는 복도 많아’란 생각이 들면서 현실이 암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탄핵이 노조와 크게 상관이 있을까 생각이 되긴 했다고 한다. 대통령 꼴 보기 싫다는 문제 외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생각됐다. 복지에 조금 신경 쓰는 정도? 박근혜 탄핵 때도 자신의 계급적 입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노동자들은 더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죠”

 

그래서 우리는 이 시국이 끝나고 어떤 세상이 오면 좋겠는지 상상해 보기로 했다. 
 
“저는 직고용돼 50만 원만 더 받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맥서브가 광주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여기보다 월급이 평균 50만 원 더 많다고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돈과 시간이잖아요. 일단 돈이 그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 유정희 금토 부지회장 

 

“나는 기대를 안 해요. 단순노무자라도 최소한의 권리를 가질 수 있으려면 월급이 최소 300만 원은 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것도 보장해주지 않잖아요. 사실 우리도 이 일에 있어서는 전문간데 말예요. 그리고 용역을 왜 만들어요. 용역업체만 배 불리게 하는 거잖아요. 그 수수료를 우리한테만 줬어도 그렇지. 그리고 이 사회는 남성이 지배하잖아요. 그 체제도 변화해야 한다고 봐요.” - 김상회 서수지 부지회장

 

“사실 우리 서민이나 노동자를 위해 걔네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직접고용되면 좋겠어요. 가장 불안한 게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그런 거 같아요. 또 조합원 수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의식이 많이 깨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고용이 안정되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으신 조합원들이 계셔서 지금 정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해요. 정년도 늘어나면 좋죠. 교섭할 때 1년은 늘리겠다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연금도 쥐꼬리만 하고, 퇴직금은 3천만 원밖에 안되거든요. 그래도 3교대는 정말 힘들어요. 집안일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힘이 드네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일을 계속해도 이 일은 안 하고 싶어요.” - 김경자 조합원

 

“비정규직 철폐요. 용역을 만들어서 용역만 배부르게 하고 있어요. 사회구조가 그렇게 생기었죠. 그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전상녀 조합원

 

“우리가 투쟁하다 보니 겨울이더라고요. 여름보다 더 뜨겁게 투쟁해 왔죠. 현장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우리가 이뤄놓은 게 정말 많더라고요. 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룬 것도 많구나…. 벅차게 따라 오신 노조원들에게 감사해요. 다만 더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죠. 윤석열 퇴진 투쟁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 양정화 지회장

 

지금 50만 원 오르는 게 다른 세상이라는 말도, 윤석열이 없는 세상에서는 직접고용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바로 옆에서 “정년이라고 해 언니”라고 말하는데도 “비정규직 철폐”라고 하신 15년 차 최고참 전상녀 조합원의 말도 모두 정답 같다. 다만 양정화 지회장의 말처럼, 노동자는 더 가야 할 길이 먼 세상이다. 

 

△용인서울지회 피켓들

 

△용인서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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