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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희 이대로 못 가요!”_해고 1년, 평택 니토옵티칼 앞 절박한 해고노동자

이훈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4.02.02 23:16 | 조회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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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니토옵티칼, 첫 금속 집회

     

    2024년 2월 1일,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열렸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였다. 2022년 11월 4일 구미 옵티칼은 공장 청산 선언을 했고 약 210명의 노동자를 모두 희망퇴직시키려 했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11명의 노동자는 고용승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구미 공장과 ‘쌍둥이’ 회사인 평택 회사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1월 8일, 두 여성 조합원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제공: 김건희

     

    손꼽아 기다렸고 기를 쓰고 싸웠다

     

    옵티칼지회의 이지영 사무장은 약 열흘 전부터 이 집회를 기다렸다. 담을 넘어서라도 니토옵티칼의 책임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고된 지 1년, 고공농성 25일 차, 조합원 모두의 마음은 비슷했다. 오늘은 조합원들의 결의와 의지를 모두 보여주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조합원들은 상황에 따라 연행도 각오할 마음이었다. 이 사무장은 ‘어쩌면 유치장에 갈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14시, 집회가 시작됐고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발언과 투쟁 열기를 더하는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15시 무렵, 면담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대오 전체가 정문으로 향했다. 이 사무장도 맨 앞에서 경찰과 격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간절함이었다. 이 사무장은 꼭 경찰을 뚫고 회사로 들어가서 책임자를 만나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 사무장은 ‘아, 내가 좀만 더 키가 크고 힘이 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뒤에서 힘을 쓰니, 몸이 점점 위로 떴고 발이 땅에 안 닿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계속 경찰에게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사진제공: 김건희

     

    절박함에 공감해주길

     

    약 20분쯤 싸웠을 무렵, 사회자는 일단 뒤로 빠져서 대오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 사무장은 대오가 집회 장소로 돌아옴에 따라 경찰이 펜스 전체로 흩어지는 걸 봤다. 곧 펜스 한쪽이 부서져서 진입할 뻔했으나 이미 막고 있던 경찰이 가로막았다. 진입 실패 후 사회자는 마이크를 잡았다.

     

    “동지들, 오늘 투쟁이 끝이 아닙니다.”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사무장은 당황해서 주변을 살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부와 최현환 옵티칼 지회장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었다. 최 지회장은 흥분한 상태로 찢어진 면담요청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만하면 안 됩니다. 더 해야 합니다!”라고 최 지회장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사무장은 중앙집행부에게 여기서 돌아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끼어들었다가 금속 체계가 있고 중집 결정이라며 거부당할까 망설였다. 그때 누군가 “사무장님, 저기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듣자마자 바로 달렸다.

     

    “저희 이대로 못 가요!”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에게 절박하게 말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이 투쟁이 절박하고 필요했다. 물론 금속노조 전체가 당사자 11명과 똑같이 절박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절박함에 공감해주길 바랐다. 중앙집행부가 고공농성자의 간절함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2차 면담 투쟁이 시작됐다.

     

    후회가 남았으나, 그건 이미 과거

     

    이미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를 듣고 전체 대오의 약 30%는 사라졌다. 경찰은 남은 대오 사이로 끼어들어 오면서 인원을 조각냈다. 장창열 위원장에게 ‘위원장님 이제 종결하시죠’라며 다소 비아냥대듯 말을 걸기도 했다. 경찰에게 음향 장비도 빼앗겼다. 그러나 이 사무장은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집회 장소를 벗어났습니다’, ‘해산 명령을 하겠습니다.’라고 경고해도 “시끄럽다! 꺼져라!”고 소리를 질렀다. 공장 오전조 퇴근 시간이 17시쯤일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6시 40분경, 금속노조는 전체 참가자에게 이제 해산하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 자꾸 고개가 떨어졌다. 후회가 남았다. ‘내가 더 싸웠어야 했는데’, ‘내가 아까 더 세게 말했어야 했는데’하고 자책이 들었다. “만약 다시 그날로 돌아가면 다르게 하실 거 같으세요?”라는 질문에 이 사무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갈 거예요. 들어간 다음에 강제로 끌려 나와도. 우리 조합원들만 소수로 들어가게 되더라도. 반드시 들어갈 거예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지금도 후회되긴 하는데 뭐 이미 지났으니까요. 앞으로 잘해야죠”라며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마치 옷에 묻은 먼지 털 듯, 이 사무장은 후회와 미련을 툭툭 털고 있었다. “한번 해봤으니까. 이제 2월 16일엔 정말로 잘 싸워야죠”라고 했다.

     

    2월 16일 오전 10시, 법원은 가처분 강제 집행을 위해 찾아올 예정이다. ‘노동조합 사무실 인도’를 하기 위해 온다. 사무실 집기를 모두 가져가고 조합원을 강제로 끌어낼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을 사측에게 넘길 것이다. 어쩌면 고공농성자도 제압해서 끌어낼지 모른다. 그걸 막아야 한다. 이 거친 투쟁을 이지영 사무장은 담담하게 기다린다. 전국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줄 많은 시민과 함께 막아낼 것을 기대하며.

     

    사진제공: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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