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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권리의 전진과 후퇴, 2023년에 벌어진 일들

기사입력 2024.01.03 07:32 | 조회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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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노조 자긍심 파업. 출처: 레프트보이스

     

    자본가계급은 경제위기와 사회 재생산 위기에 대응하며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계급 분열책을 구사한다. 그중 하나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며 성소수자의 권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자본은 세계 곳곳에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노골화하거나, 때로는 대중적 저항에 부딪혀 ‘핑크워싱’을 구사하기도 했다. 인간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며, 자본 자신이 나눈 성별 이분법, 정상 가족 잣대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야만적 탄압이다. 이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분열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민주적 권리를 위해 투쟁할 때만 강해질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2023년 한해 성소수자의 권리 쟁취를 위한 세계 곳곳의 싸움을 돌아보고자 한다.

     

    미국, 500개가 넘는 성소수자 LGBTQ+ 권리 공격 법안

     

    2023년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에 맞선 가장 심각한 전투가 벌어진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보고에 따르면, 발의된 反(반) 성소수자 법안은 무려 508개다. ‘트랜스 입법 추적기(tracktranslegislation.com)’에 따르면 49개 주에서 589개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집계됐다.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미주리, 텍사스주 등에서는 LGBTQ+,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더 억압적인 법안 중에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법안에 따라 경찰 체포 위협을 받음), 트랜스 여성의 '여성 전용' 공간 출입을 금지하는 법안, 미성년자에 대한 성별확정 치료(호르몬 치료)를 금지하는 13개 이상의 주 법안 등이 있다.

     

    미국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성소수자와 그 커뮤니티를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삼는 소위 ‘무지개 자본주의’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리고 현재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 우파는 트럼프 당선 시 백인 노동자와 유색인종 노동자를 분열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의 권리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공격하며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민주적 권리를 후퇴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이슈를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이에 맞선 최전선에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며 싸우는 노동자 민중이 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의 의회, 학교, 거리 등 곳곳에서 투쟁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커밍아웃을 했고, 특히 Z세대(19세~26세)에서 많이 증가했다. 특히 ‘U세대(유니온 세대)’ 대표주자 중 하나인 스타벅스노조(SBWU)는 성소수자 지지 장식물 금지에 맞서, 또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자긍심 파업(Strike with Pride)’을 벌여 150여 매장을 멈췄다. 이 파업은 자본의 이윤을 타격했을 뿐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세력과 독립적으로 노동자계급 단결을 강화할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곳곳에서 매주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노동자들과 많은 성소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성애 비범죄화와 가족구성권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나라인 모리셔스(Mauritius)와 남태평양 쿡 제도(Cook Islands) 정부는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비범죄화했다. 모리셔스는 과거 식민지 시대 영국이 도입한 법에 따라 동성 간 애정관계를 범죄로 규정,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스리랑카 대법원도 지난 5월 동성애 비범죄화를 승인했다. 나미비아 대법원도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반면 우간다 무세베니 정부는 동성애 금지법안을 제정하고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활동가들은 시위를 이어가고, 일명 ‘게이살해법’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67개국은 여전히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다.

     

    안도라(Andorra)가 동성 결합을 합법화하면서 수백만 명이 평등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에스토니아에서는 혼인평등 법안이 통과되어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도 대법원은 동성결혼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며, 관련 법을 만드는 것은 의회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도 성소수자들과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은 평등을 위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일본은 동성결혼을 여전히 합법화하지 않음으로써 성소수자에게 혼인평등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G7 국가로 남았다.

     

    태국은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담은 혼인평등법이 12월 22일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출석 의원 371명 중 360명)으로 통과되어 제정을 눈앞에 두었다. 네팔에서는 LGBTQ+ 커플이 남아시아 최초로 합법적으로 결혼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우파 정부는 아이를 직접 출산하지 않은 레즈비언 엄마들의 존재를 자녀의 출생증명서에서 완전히 삭제시키려 한다. 정부는 임신중지권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백래시에 이탈리아 민중은 거리로 나와 저항하고 있다. 미스 이탈리아 선발대회 출전자격이 태어난 성별(지정성별)이 여성인 사람으로만 제한되자, 항의의 표시로 트랜스남성 100여 명이 출전을 신청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성소수자(LGBTQ+) 활동의 자유

     

    스페인, 독일, 핀란드, 키프로스와 아이슬란드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소위 ‘전환 요법’ 포괄적 금지조치가 시행되었다. 영국 정부는 성소수자 권리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5년 전 약속한 전환치료 금지 입장을 연말에도 내지 않았다. 보수당과 노동당 역시 트랜스젠더 권리 보장에 관한 모든 약속을 내던져버렸다. 그러는 사이 우익 언론들은 혐오 조장을 강화하고 특히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립시키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응답자 중 거의 3명 중 2명(60%)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소셜 플랫폼 활동을 접었다고 답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활동 자체를 ‘극단주의’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따라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개인과 단체 모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튀르키예에서는 정부의 자긍심 행진(Pride Parade) 금지령과 경찰의 연행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권리를 요구하는 행진을 펼쳤다. 독일 의회가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처음으로 퀴어 희생자를 추모했다.

     

    칠레 정부는 동성 부모의 육아휴직에 대한 평등한 접근, 간성 자녀에 대한 불필요한 수술 금지, 전환치료를 수행하는 의료전문가 금지 등을 도입했다. 브라질 정부는 전환치료를 금지하지 않았지만, 의료종사자들에 의해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에서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과 증오범죄는 여전히 심각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배척해 온 기준을 뒤집고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하고 재판비용 2,860만 원도 청구했다. 동성 부부가 처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는 판결도 있었다. 대구시장은 퀴어 퍼레이드에 행정대집행을 발동했고 서울시장은 광장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성소수자와 그 권리를 옹호하는 노동자 민중의 행진은 2023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2024년에는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차별받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더욱 단결하여 전진하는 노동자계급의 걸음을 내디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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