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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가자지구 여성: “수면은 우리에게 결코 누릴 수 없는 사치”

11월 25일은 세계 젠더기반폭력 추방의 날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조직과 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글로벌 페미니스트 행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서진숙, 양동민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3.11.29 09:52 | 조회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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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의 눈물, 2023”(팔레스타인 예술가 라완 아나니Rawan Anani)

     

    UN에 따르면 가자지역 여성, 소녀, 소년 788,800명이 집을 잃었고; 여성 2,056명이 남편을 잃고 가족의 유일한 생계부양자가 되었으며; 소녀, 소년, 청소년 7,401명은 부모 모두를 잃었다; 여성 50,000명은 임신 중이며, 이 중 5,522명은 한 달 내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점령과 최근의 폭격, 강제이주는 이미 가부장적 특성이 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운동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사회, 문화, 그리고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분리주의의 그 가혹한 상황에 저항하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오늘날 상황은 재앙적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아다미어(Addameer)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 약 1만 명의 여성이 체포, 억류되었다. 그리고 그 대다수는 모욕, 위협, 굴욕적인 신체 수색, 심지어 성적 학대나 다른 형태의 고문 등 젠더와 관련된 특정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상황에 처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금은 “행정적 구금”으로 처리됐다. 이 행정적 구금을 통해 이스라엘 군대는 기소나 재판 없이 이들을 비밀리에 무한정 구금할 수 있다. 이러한 구금 상태는 6개월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체포를 무한 갱신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시위, 2019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시오: 식민지배자의 손에 의해 비인간화된 개인적 이야기

     

    끔찍함은 숫자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개인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자지구의 밤은 끝없는 악몽이 되었습니다. 수면은 사치이고 사방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라고 ‘팔레스타인 지역 시민권을 위한 청년 포럼’에 참가한 누르한은 말했다. 변호사인 그녀는 올해 29살이며 폭격으로 주변의 모든 집이 파괴될 때까지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님 집을 피난처를 찾았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는 공습이 한창인 밤중에 온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나야 했다. 누르한은 "생존은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멈춘 후에도 전쟁의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을 확신한다.

     

    누르한의 이야기는 가자지구의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더 끔찍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르한은 시오니스트 국가가 양심의 가책 없이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것에 맞서기 위해, 재구성하고 상상하고 전파해야 할 얼굴과 이름, 개인적인 일화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더 많은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점령지, 식민지배를 당한 사람들, 전투에서 패배한 사람들, 추방된 사람들, 제거된 사람들, 침묵한 사람들, 이스라엘 국가의 건국 역사에서 존재할 권리조차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무엇일까? 이 기억들은 거리에서, 디아스포라 가족들 사이에서, 생존자와 난민들 사이에서, 심지어 시에서 대대로 보존되고 회자되는 기억이다.
     

    1929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최초의 여성대회.
     

    추방당하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시인들이 자유를 노래하다

     

    =2011년 런던에서 스포큰워드 공연을 하는 라피프 지아다(Rafeef Ziadah).(출처: 위키피디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유튜브에서 라피프 지아다의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공연을 한글자막과 함께 볼 수 있다.

     

    레바논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시인 라피프 지아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세번째 세대다. 천막과 집을 수리해온
    여행가방과 열쇠를 집어들고 다시 시작하는
    포위망이 우리 위로 다가오고 항상 우릴 덮치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저장하는
    공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출입국 관리소의 질문과 지도를 외우는

    I am three generations of mending tents and homes.
    Of picking up and starting again. Suitcases and keys.
    To save the leftovers because the siege looms over us and always arrives.
    To sleep on airport floors.
    To memorize the Immigration questions and the maps.

     

    하이파와 자파 출신인 그녀의 가족은 1948년 나크바 때 학살당하고 난민이 되었다. 레바논의 난민이었던 그들은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다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라피프는 지중해 지역의 여러 곳에서 살다가 미국과 캐나다에 정착했다. 현재는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분명히 다른 이름을 가진 수천 명의 라피프가 비슷한 삶의 이야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1948년 나크바로 530여 개의 마을이 파괴되고, 라피프의 가족처럼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중이 강제이주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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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시인 데린 타투어. 사진: Danielle Alma Ravitzki

     

    시인 역시 고문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5년 10월, 시인이자 활동가인 데린 타투어는 입소문이 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투옥되었다. 그녀는 2018년까지 가택 연금 상태로 지냈고, 그 후 "폭력 선동"으로 징역 5개월에 보호관찰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루살렘에서 나는 상처를 입고, 나의 고통을 흡입한다
    이 팔레스타인 아랍의 영혼을 내 손바닥에 실었다
    나는 이른바 "평화적 해결책"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땅에서 그들을 몰아 낼 때까지
    그들은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저항하자, 민중들이여, 우리는 그들에게 저항해야 한다

    In Jerusalem, I dressed in my wounds and inhaled my own pain,
    I carried the soul of this Palestinian Arab in the palm of my hand.
    I will not succumb to the supposed “peaceful solution”
    I will not abandon this fight
    until I drive them out of my land.
    They will have no escape.
    Resist, my people, we have to resis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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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작가 헤바 아부의 초상화. 그림: Maitane Azurmendi

     

    팔레스타인 페미니스트 작가 헤바 아부는 이번 가자지구에서의 사태악화 이후 발생한 첫 번째 폭격으로 사망했다. 10월 21일 그녀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올렸다: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는 만족스럽고 확고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리고 세상에 알려주세요, 우리의 이름으로. 우리가는 진실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었음을". 같은 날, 그녀의 살해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그녀는 마지막 시를 썼다:
     

    도시의 밤은 어둡다
    미사일의 불빛을 제외하고는
    고요하다
    폭격 소리를 제외하고는
    공포스럽다
    불안감을 달래주는 기도의 약속을 제외하고는
    검은색이다
    순교자들의 불빛을 제외하고는
    잘 자거라

    The night in the city is dark
    except for the glow of missiles
    silent,
    except for the sound of bombing
    terrifying,
    except for the reassuring promise of prayer
    black,
    except for the light of the martyrs.
    Good night.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에 그려진 레일라 칼리드의 초상화.
     

    여러 전선에서 싸우는 여성 운동


    벨푸어 선언(역주: 1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의 협력을 얻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하겠다는 영국의 약속)이 작성된 지 3년 후인 1920년에, 이슬람, 기독교, 세속주의 여성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이 조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929년에는 팔레스타인 아랍 여성 회의를 개최했다.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기 전부터, 그들은 반군에게 무기와 물자를 전달하는 비밀 조직을 설립했다. 1936년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주도한 영국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새로운 세대가 무장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이 팔레스타인 청년들 중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레일라 칼리드(Leila Khaled)로, 1969년 로마에서 텔아비브로 향하던 비행기를 납치하여 다마스쿠스로 우회한 후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폭파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1년 후, 외모를 바꾸기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그녀는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좌절된 또 다른 유사한 작전에 참여했다. (역주: 유튜브에서 레일라 칼리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3년 전 줌(ZOOM)에서 레일라 칼리드의 웨비나를 무단취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80년대 여성 운동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은 ‘시민권과 성평등을 위해 싸울 것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식민주의 정책의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설 것인가' 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실천 속에서 해결되었다. 첫 번째 인티파다 기간 동안 여성들은 후방에 참여하여 이스라엘 군대에 맞서 싸웠다. 어떤 의미에서 국가적 억압에 맞선 투쟁은 가부장적 억압에 직면한 이들에게 자유의 공간이 된다. (투쟁과정에서) 여성 운동은 더 많은 가시성을 얻고, 여성들 고유의 요구를 위한 집회가 조직되고, 여성에게 유리한 입법 제안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티파다가 10년을 지날 무렵 이슬람 근본주의의 강화는 여성 운동 발전의 중단을 나타냈다. 두 번째 인티파다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감소했다. 이스라엘은 투사들을 압박하고 민중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많은 팔레스타인 남성을 구금했고, 이는 결국 보호를 핑계로 가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의 #니우나메노스(#NiUnaMenos) 운동부터 스페인의 #요시테크레오(#YoSíTeCreo)까지(역주: 요시테크레오('나는 당신을 믿습니다')는 2018년 스페인에서 등장한 페미니즘 슬로건으로, 강간 및 성폭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운동의 주요 슬로건이 되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성차별적 폭력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에서 팔레스타인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젊은 여성 이스라 그라예브에 대한 잔인한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들의 저항의 물결을 촉발시켰다.(각주: 이스라는 인스타그램에 다음날 결혼할 파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구타하려는 오빠를 피하다 집 2층에서 떨어졌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녀는 입원했던 병원에서 다시 소셜 네트워크에 "나는 강하고 살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가족 중 몇몇 남성이 부상으로 인해 입원한 그녀를 다시 구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다른 아랍 국가 여성들이 거리에서 "여성 해방 없이는 해방된 조국도 없다", "우리는 모두 이스라이다"라고 외치며 억압적인 문화적 요구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가자지구의 대량학살 종식은 페미니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며 자본주의, 가부장제, 인종차별, 식민주의의 잔혹성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확신하는 우리들은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의 대량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외부자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표명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반인권, 보수 및 극우 세력으로부터 모욕, 불만 및 위협을 받는다. 이들은 대개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해 매우 반동적인 일부 무장 조직과 신정주의 정당으로만 축소되는 한 민족의 투쟁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면 조롱한다. 또한 시오니즘은 검열과 명예훼손 캠페인부터 재판, 경찰 탄압, 체포를 통해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는 모든 표현을 박해하고 범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수백만 명의 유대인 및 비유대인들이 "내 이름으로 (학살)하지 마라", "지금 당장 휴전하라",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멈추라"고 외치며 팔레스타인을 포용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수백만 명 중,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11월 25일에 우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길 원한다. 집단학살은 여성에 대한 가장 잔인한 형태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자궁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북미 제국주의의 힘으로 완전무장하고, 유럽연합의 후원을 받은 이스라엘 식민주의 국가의 잔인한 무력에 의해 제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강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땅이 다시 자유로워질 때까지 "텐트와 집을 수리"할 새로운 세대를 계속 낳을 것이다.

     

    오늘, 잠을 잘 여유가 있는 우리들은, 전 세계 모든 도시의 거리에서 모든 힘을 깨워 말하고 싶다. “이제그만!” (“Enough!”)

     

    *일간좌파에 실린 안드레아 다트리의 기사를 이사벨 로즈 로페즈가 번역해 레프트보이스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함.
    레프트보이스(영어): Women in Gaza: "Sleep Is a Luxury We Cannot Afford" - Left Voice
    일간좌파(스페인어): Mujeres en Gaza: "Dormir es un lujo que no podemos permitirnos" - laizquierdadiar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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