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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반유대주의로부터 보호하는가?

서방 정부들은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온주의 국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팔레스타인의 식민지화는 유대인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열망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사입력 2023.11.16 13:47 | 조회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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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면서 이미 8,000명 이상(*글이 작성된 10월 31일 기준)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많은 서방 정부들이 이러한 전쟁 범죄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공표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비난하며, 근본적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차별, 대학살, 집단 학살 이후 유대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스라엘 국가뿐이라고 주장한다. 창시자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이 주창한 시온주의의 핵심 주장은 오직 유대 국가만이 탄압받는 사람들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이스라엘은 최근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유대인 학살을 겪었다. 최근 하마스가 기습한 10월 7일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지속적인 대학살의 현장이었다. 올해 9월까지 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되었다. 현재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안전”하다면, 그것은 방공호와 핵무기들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오는 수십 억 달러에 기반한 안전이다. 또한 3년 동안의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점령군 병사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 많은 젊은이가 제공하는 “안전”이기도 하다. 이것이 유대인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미래인가?

     

    사진=한국에 거주중인 유대계 미국인 유재익 씨가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시온주의자들과 반유대주의자들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는 자신의 집무실에 윈스턴 처칠의 초상화와 흉상을 보관하고 있다. 처칠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널리 잘 알려져 있다. 처칠은 1920년에 쓴 유명한 소론[역주: <Zionism Versus Bolshevism(시오니즘 대 볼셰비즘)>]에서 러시아 내전 당시 유대인의 피로 바다를 만든 반혁명 장군 안톤 데니킨을 칭찬하면서 혁명을 퍼뜨리는 “국제 유대인”에 대해 경고했다. 그런 처칠의 초상화와 흉상을 두고 있는 것은 네타냐후의 실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는 항상 빅토르 오르반,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같은 반유대주의자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시온주의 운동은 그 기원부터 반유대주의자들과 협력하려고 노력했다. 테오도르 헤르츨은 끔찍한 반유대 학살을 계획한 차르 러시아의 내무장관 뱌체슬라프 폰 플레베(Vyacheslav von Plehve)를 만나 간단한 제안을 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유대인들이 러시아를 떠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바로 그것과 관련한 제안이었다. 독일 황제와 심지어 나치에게도 비슷한 제안이 제시되었다. 1930년대, 전 세계 유대인들이 나치 정부에 대한 보이콧을 조직하고 있을 때, 시온주의자들은 제3제국(역주: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몹시 필요로 하던 외화를 제공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흔히 이스라엘의 건국은 홀로코스트의 결과로 제시되지만, 시온주의자들은 파시즘의 부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했다. 다비드 벤 구리온(David Ben-Gurion)은 1938년에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어린이들을 철수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만일 독일의 어린이를 영국으로 옮길 경우 모두를 구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으로 옮길 경우 절반을 구할 수 있다면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모든 것과 맞바꾼 국가(A State at Any Cost)》라는 벤 구리온의 전기는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난민의 탈출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국가를 건설하는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시온주의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반유대주의를 지지할 이유를 찾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에서 좌파와 세속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1980년대 후반, 하마스를 지원했다. 최근 2019년에도 네타냐후는 하마스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해 리쿠르당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좌절시키려면 하마스를 강화하고 하마스에 돈을 보내는 것을 지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과 고립시키는 것이 우리 전략의 일부다.”라고 했다.

     

    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 없이는 이념적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Golda Meir)가 1970년에 이렇게 말했다. “과도한 반유대주의는 대량 학살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반유대주의가 전혀 없다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스라엘로의] 이주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건한 반유대주의입니다.”[원주: Quoted in: MIchael Warschawski, On the Border(London: Pluto Press, 2005), 154.]

     

    시온주의자와 제국주의자들

     

    헤르츨 시대부터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제국주의 세력, 특히 대영제국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영국의 목표는 유대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굳건하게 하는 데 있었다. 직접 점령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예루살렘의 한 영국 식민 총독의 말에 따르면, 목표는 “적대적인 아랍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충성스러운 유대인 얼스터(역주: 영국이 아일랜드에 구축한 영국인 정착지역)”였다. 영국인들이 아일랜드 북부에 개신교 정착민들로 적대적인 주민들 사이에서 충성스러운 식민지를 만들어 낸 것처럼, 그들은 시온주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허용했다. 이들 유대인 식민지 개척자들은 이웃에 대한 외부의 적대적인 이웃들에게 갇히게 될 것이며, 결국 영원히 제국주의 후원자들에게 의존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즉, 제국주의 열강들은 유대인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들은 총알받이로서 유대인을 원했다.

     

    1956년 이후 미제국주의는 경쟁자 영국으로부터 이스라엘 국가의 주요 후원자 역할을 넘겨 받았다. 1949년 이후 미국은 첨단 무기와 정착촌 지원 비용으로 2,600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 이것은 워싱턴의 일부 강력한 “유대인 로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국가가 계속해서 이 지역의 제국주의적 이익에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이스라엘인들을 팔레스타인 이웃 국가들과 대결시킨다. 동시에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을 잔인한 민족주의 프로젝트에 복무하는 병사로 징집함으로써 유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약 700만 명의 유대인이 이 지역의 4억 명이 넘는 아랍인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도록 몰아넣는다.

     

    이스라엘 건국 전후의 반시온주의 유대인들은 이 지역 유대인의 삶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려면 영구적인 전쟁, 점령,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인들은 조만간 독립 후 강제 이주를 당했던 알제리의 프랑스 정착민인 피에누아르의 운명을 똑같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다른 정착민들과 달리 많은 유대인 이스라엘인들은 돌아갈 고국이 없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정부와 제국주의 후원자들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국주의가 중동의 민중과 부를 계속해서 착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꺼이 유대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더 중요하게는 수백만의 유대인을 점령군에 징집함으로써 야수로 만들 의향이 있다.

     

    시온주의자들과 트로츠키주의자들

     

    만약 시온주의자들이 나치즘에 맞선 유대인의 투쟁을 조직하기를 거부했다면, 누가 이 임무를 맡았을까? 그 답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전 세계에서, 제4인터내셔널은 노동자들을 결집하여 파시즘에 대항하고, 나치가 점령한 유럽에서 난민들에게 모든 국경이 열리도록 요구했다. 시온주의자들은 신중하게 선택된 식민지주의자들을 팔레스타인으로 보내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이를 명백히 거부했다. 이것이 1930년대 많은 젊은 시온주의자들이 트로츠키주의 운동에 참여한 이유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벨기에 시온주의 학생연맹의 수장이었던 아브라함 레온(Abraham Leon)이었다. 그는 유대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 연구를 집필하면서, 반유대주의가 계급 사회의 산물이며, 나치가 모든 유대인을 말살하려 한 것은 자본주의의 쇠퇴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레온은 “악은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는 억제될 수 없다”라고 썼다. 또한 “그러나 시온주의는 유대인 고통의 주요 원인인 자본주의를 파괴하지 않고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라고 기술했다.

     

    이후 레온은 트로츠키주의 지하조직에 합류하여 독일 점령에 반대하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조직했다. 그의 동지들은 독일 점령군과 우애를 나누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실 그들 역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에서 강제로 싸워야 했던 노동자계급의 자녀인 경우가 많았다. 레온은 1944년 26세의 나이로 나치에 의해 체포되어 살해되었다.

     

    캐나다 지식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자신의 책 《도플갱어(Doppelganger)》에서 레온의 저작을 “특히 우리의 역사적 순간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인종을 초월한 노동자들 사이의 계급 연대가 나치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 경쟁자이자 위협이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고 했다.[원주: Naomi Klein, Doppelganger: A Trip into the Mirror Worl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2023)] 클라인과 같은 좌파 유명인사가 트로츠키주의 책인 《유대인 문제: 마르크스주의 해석(The Jewish Question: A Marxist Interpretation)》을 추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클라인이 그 책에서 끌어내는 결론은 다소 단순하다. 클라인은 레온의 유산을 두고 “언어와 분석 및 연구는 중요했다. 그것들은 여전히 사악한 주문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온의 저작은 단지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 아이디어를 대중 행동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제4인터내셔널이라는 물질적인 힘을 구축하는 문제를 다뤘다.

     

    자본주의는 반유대주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자본은 자신이 초래하는 모든 불행의 탓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유대인의 조국”도 반유대주의를 뿌리부터 제거할 수 없다. 이제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의 이름으로 전쟁 범죄를 자행하며 전 세계에 새로운 반유대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시온주의자와 반유대주의자 모두가 공유하는 신화, 즉 자본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세계의 모든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신화에 반대함으로써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운다. 정반대다. 전 세계의 많은 유대인 활동가들은 거대한 용기와 국제주의 정신을 가지고 가자지구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 세계의 이러한 연대 시위는 우리가 어떻게 반유대주의와 어떤 종류의 억압이나 편견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희미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인 및 모든 국적의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는 것을 본다. 그들은 대량 학살, 군국주의, 제국주의에 반대하여 단결한다. 유대인 시위대와 함께 행진하는 사람 중 누구도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악한 도당의 일부라고 믿지 않는다.

     

    역사를 통틀어 반유대주의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항상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 속에서 모든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강력한 노동계급 운동이었다.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를 분쇄하면 유대인과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안전이 만들어질 것이다.

     

    글쓴이: 너대니얼 플레킨(Nathaniel Flakin)(2023년 10월 31일)

    원문: https://www.leftvoice.org/does-the-state-of-israel-protect-jews-from-antisemi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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