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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가자, 여성파업!”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현장

정서영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
기사입력 2023.11.04 11:32 | 조회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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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행하는 시대, 여성파업으로 돌파하자! 투쟁!”


    지난 11월 1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 피켓과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한목소리로 외치는 힘찬 구호에 바삐 걷던 행인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본다. 그 고개 너머, 마이크를 붙든 발언자들의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진다.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 현장이다.


    앞선 9월 초, 2024 여성파업 준비를 위한 초동모임이 꾸려졌다. 이후 10월 1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1차 모집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모인 조직위는 단체 20개, 개인 7명으로, 곧 2차 모집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1차 조직위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2024 여성파업이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지는 기념적인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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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은희 동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2024 여성파업 진행 경과 및 향후 계획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를 맡은 빵과장미 정서영 동지는 9월 초동모임 결성부터 10월 조직위 발족까지 경과를 보고한 후 향후 계획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11월부터 여성파업 참여노조 및 단체 워크샵과 ‘찾아가는 여성파업’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서영 동지는 “워크샵은 여성파업 참여 당사자로서 여성파업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며,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여성 다수 사업장의 노조 혹은 단체에 직접 찾아가서 여성파업을 설명하고 조직하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2월 6일에는 여성파업의 취지와 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여성파업 대토론회’가 열리며, 12월부터 2월까지는 여성 노동자가 직접 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픈마이크도 진행된다. 여러 조직사업을 디딤돌 삼아 2024년 3.8 여성의 날, 마침내 여성파업 본대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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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후에는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오름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활동가는 현 정부의 고용평등상담실 일방적 폐지를 고발하며, 여성파업으로 함께 힘을 합치자고 외쳤다. 그는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비롯해 성폭력피해자·청소년·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2024년도 예산을 폐기 및 대폭 삭감했다”며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법인세·종부세 등 ‘부자 절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목을 죄며 우리 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공공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97년 외환위기 당시 여성차별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2000년 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여성임금, 2018년 미투 정국 직장 내 성희롱 고발 폭발적 증가 등의 여성노동 현실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이런 역할을 하는 상담실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부가 여성노동의 현실을 외면하고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고, 2024년 정부 예산 및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에 나선 정부에 여성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3.8 여성파업으로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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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원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올해 3월 8일 있었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소개하며 단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지부 조합원들과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 동지는 지난겨울 덕성여대에 있었다”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엔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로 모여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덕성여대 투쟁을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모였다. 성별화된 착취, 차별, 폭력을 이야기하고 맞서 싸우기 위해서다. 더 많은 동지,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내년 여성의 날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다. 덕성에서 함께 투쟁한 것처럼, 우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도 꼭 함께 싸우겠다”고 투쟁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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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여성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수십 년간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며 KEC의 승급 성차별 사례를 고발했다. 그는 “나는 반도체 구미공단 KEC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부터 차별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급이 되지 않았다”라며 “KEC는 생산직 직급이 J1, J2, J3, S4, S5 순으로 직급이 높아지며, 그에 따라 임금도 높아진다. 여성은 입사의 직급이 J1부터 시작하며 남성은 J2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근속 30년이 되어도 승급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잘해도,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J3에서 멈춰 있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넣기 전인 2019년까지 수십 년간 S등급으로 승격이 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분노스러운 현실을 전했다. 이어서 “평균적으로 남성은 5년 정도면 승급되고, 여성들은 10년이 넘어도 승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도 크게 나게 된다. 연봉은 수천만 원 차이가 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에는 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에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임금에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렇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제는 우리 여성들이 일어나서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후세대도 우리같이 억울하게 차별받지 않고 조금이나마 평등한 나라에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 그는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행동 없이 어떤 것도 변화 없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 여성들 스스로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용기를 내어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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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4년 전 사회서비스원에 합격했던 요양보호사의 사례를 통해 돌봄노동의 열악한 처우 및 사회서비스원 축소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84%가 재가 노동자이고, 이들 대부분은 영세한 민간센터에 고용되어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시급제로 일하고 있어 매달 수입이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이용자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바로 해고자 신세가 된다. 그래서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나 성희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은 좀 달랐다. 완전월급제에 이용자가 자신을 해고한다고 실업자 신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서비스원 입사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그 꿈의 직장을 다니던 김춘심 님이 올해 6월 사실상 해고인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왜일까. 황정일 대표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월급을 받고, 병가도 자주 쓰고 있다며 예산을 142억 원 삭감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월급제가 아닌 기본급과 성과급제로 바꿔야 하고, 병가도 제한을 두겠다고 한다. 모든 게 역행이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를 만들고 지탱해온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이 파업으로 함께하길 바란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장애인활동지원사뿐 아니라 엄마·아내·딸의 이름으로 가족 안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면서, 노동에 대한 인정도 받지 못하고 감정노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할 장도 없이 혼자 골병드는 여성들 말이다. 노동을 하지만 노동이라고 존중받지 못하고, 파업권은커녕 최소한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여성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을 통해 가족과 사회와 세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여성들이 2024년 3월 8일 함께 노동을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며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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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성대리기사가 겪는 성차별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여성대리기사들과 함께 대리기사업계 성차별을 어떻게 없앨까 고민하고 있다”며 “대리기사들은 여러 이유로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기사가 운전한다고 하면 바꾸길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 또는 노골적으로 대리운전 연결업체에서 ‘남성전용 콜’을 만들어 손님과 연결되는 것조차 막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여성들은 운전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갇힌 분들이 있다. 운전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다”며 “대리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라 건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남성전용 콜이 있으면 일거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에서의 성차별이다. 이렇듯 성차별은 여성의 노동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고정관념이 여성 노동권 침해의 원인이 됨을 말했다. 또한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성희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희롱을 예방하기보단 사전에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기사를 아예 안 쓰기도 한다. 이른바 펜스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얼마 전 여성대리기사모임에서 아이슬란드의 1975년 여성파업과 최근 다시 개최된 여성파업을 공부했다”며 “우리는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성평등을 요구하며 ‘24시간 파업’에 90%가 참여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여성들은 일터에 나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사·돌봄 노동도 거부하고 함께 거리에 모였다. 하루 동안 일하고 밥하고 아이 돌보는 걸 거부한 결과 여성의 임금 등 노동조건은 나아졌고, OECD국가 중 성평등이 1위인 나라가 되었다. 여성대리기사들 모두 열광하며 한국에도 그러한 여성파업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여성파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체제의 효과적인 노동착취를 위해 가부장제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많은 여성이 보고 겪었다. 상위 1%를 위한 자본주의적 체제는 가부장체제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어떤 방해와 공격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을 멈추고 함께 여성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멈춤으로써 이 체제가 누구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다. 함께 실천하겠다”고 발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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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발언을 맡은 학생사회주의자연대 이정현 동지는 사회주의자 학생의 관점으로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고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처음 자취 시작 후 느낀 청소의 곤란함을 이야기하면서 “이건 물론 가사노동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경험에서 느낀 바는 이제까지 저를 돌봐주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 같은 것보다 더욱 나아간다”며 “이것은 이제까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가정 내의 여성에게 사회의 한 기능을 전적으로 할당하고 은폐했다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나는 나 혼자서 더러운 집에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여성 임금노동자분들은 어떠한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은 통계적으로 더욱 많은 가사노동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 급여노동자와 여성 가사노동자의 역할을 나누고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했다. 남성 급여노동자의 노동량이 많아지는 데 비례해서 가사노동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되고,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장기적인 노동력 생산과 생활 수준을 보장할 의무를 여성들에게 전가했다”고 말하는 한편,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역할 분담마저 무너지고 여성에게는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두 가지 부담이 함께 씌워진다는 비판을 가했다. 그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여전히 여성의 모든 노동을 부정하기 위해 철저하게 결탁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임금노동을 일시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청소업 등의 분야를 비숙련 노동이라며 임금을 깎으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까지 무급으로 부과한다”며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노동은 자본주의적 논리를 통해 평가절하되어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여성을 다시 가정에 귀속시킨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서로가 서로에게 체제를 유지할 동력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다. 우리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모두에 맞서 착취의 결합을 깨트리고 각각을 깨부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함께 여성파업에 나서야 함을 외쳤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는 결의에 찬 단단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이 목소리에 대한 메아리가, 2024년 3월 8일, 광장을 가득 채운 여성들의 함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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