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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Q&A: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폭력이 동일시될 수 있는가?

기사입력 2023.10.21 09:19 | 조회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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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Class vs. Class - Q&A: Can the violence of the Israeli military and the Palestinians be equated? (klassegegenklasse.org)


    편집자 주: 한국에서 주류언론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에 대해 조선일보와 같이 노골적으로 친 이스라엘적 입장을 내세우거나, 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의 책임을 ‘균형감있게’ 다뤄야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익숙치 않은 평범한 노동자 민중의 시각에서, 이스라엘의 지배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의 권리를 방어해야한다는 입장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아래 기사는 혁명적 사회주의 경향인 FT-CI 그룹의 독일 온라인신문인 ‘계급대계급’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 직후 발행된 기사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파생하는 주요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고 있기에,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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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소셜 미디어와 공론장에서 매우 반동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첨예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자 합니다.


    1) 현재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내 지역을 공격한 침략자가 아닌가요?


    현재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 국가의 수십년간의 억압의 맥락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20세기 초에 영국에 의해 점령되었으며, 영국은 유럽의 부르주아 시온주의 운동과 함께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국가적 고향"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소수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온주의 운동이 "유대인들만의 순수한 팔레스타인 땅"의 건설을 촉구하면서, 팔레스타인으로의 유대인 이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량 추방과 인종 청소를 통해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었습니다.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체계적인 추방으로 인해 지금까지 72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가자지구로, 다른 일부는 레바논과 시리아로 피난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국경 내에 거주하는 66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475만 명은 투표권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는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이 어린이입니다. 이들은 14년 넘게 이스라엘의 봉쇄 아래 살아왔습니다. 가자지구 인구의 95%는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없으며 56%는 생명을 위협하는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라엘 군의 공습이나 총격으로 3,62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103,207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은 수십 년에 걸친 조직적인 인종 청소, 추방, 살인에 대한 대응입니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현재 싸우고 있는 영토는 '외국 땅'이 아니라, 그들이 폭력적으로 쫓겨난 땅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은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그들의 행동은 점령에 대한 반발일 뿐입니다.


    이 분쟁에서 ‘침략자’는 지구상의 마지막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입니다.


    2) "아파르트헤이트"란 무슨 뜻인가요?


    국제법의 정의에 따르면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는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제도적 시스템"입니다. 이는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앰네스티 보고서, 2022년 2월 1일)

    이에 따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나,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브트셀렘(B'tselem), 예쉬 딘(Yesh Din)에 이어 국제앰네스티도 이스라엘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 혐의를 채택했습니다.


    2년간의 연구와 법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토지와 재산을 대량 몰수하고, 불법적으로 살해하고, 강제 이주시키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팔레스타인인의 여권을 거부하는 등 조직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며 팔레스타인인을 제도적으로 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흑인 인구를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인종에 따라 법적으로 분리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있었습니다.


    3)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대해서는요? 팔레스타인의 행위는 이스라엘 군의 행위만큼이나 나쁘지 않나요.


    "테러"라는 용어는 통치자들이 반대 세력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범죄화하기 위한 국제 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사용됩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제국주의 열강이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야만적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사가 되었습니다. 튀르키예와 북부 쿠르디스탄에서는 반대파 청년, 노동자, 학자, 정치인들이 에르도안 정권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7세 소년 나헬 살해 사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분노를 표출했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배 질서의 관점에서 너무 위험해질 때, 억압받는 민중과 노동자계급의 모든 활동은 테러리즘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억압받는 자의 폭력을 억압하는 자의 폭력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에는 여러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공군과 핵폭탄까지 갖춘 고도로 기술적이고 잘 무장된 전문 군대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가자지구에서 사방이 포위된 채 노천 감옥에 갇혀 조직적인 공중폭격을 받는 민중이 있습니다.


    노예를 사슬에 묶어두는 노예 주인은 구조적 폭력을 당하는 노예와 동일한 보편적 도덕의 기준으로 고려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처음 폭력을 접했을 때 모든 면에서 이를 비난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중이 점령과 식민지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현상 유지, 식민 통치,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추방과 살인이 계속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의 폭력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식민지배와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는 것입니다. 억압이 존재하는 한 저항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폭력을 억압에 맞선 방어를 위해서 그리고 해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과, 식민지 지배자들처럼 억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4)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곧 하마스와 직접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는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과 연대하는 것이지, 그것을 주도하는 조직과 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운동에는 이슬람운동 단체 외에도 파타(Fatah),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LFP) 등 다양한 세력이 존재합니다. 현재 하마스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운동의 좌파 및 사회주의 (스탈린주의) 세력이 이전에 점령, 그리고 ‘2국가 해법’과 같은 시온주의 앞에서 기권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하마스도 두 국가 해법을 옹호합니다.

    (*편집자 주: 알자지라 기사에 따르면(기사보기) 하마스가 2017년에 새로 내놓은 입장은 다음과 같은 두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따라 (즉 온전한 예루살렘+서안지구+가자지구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데 동의한다.

    둘째,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추진한 ‘두 국가 해법’이란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분리 독립’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인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맞을 듯하고, 그런 점에서 하마스의 입장은 ‘두 국가 해법’에 대응하는 전술적 입장이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동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2017년 하마스의 새 입장에서 ‘이스라엘 국가 인정’을 거부한 부분은 장차 이스라엘이 차지한 영토도 팔레스타인 영토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사 막바지에 Palestinian National Initiative 리더가 “1967년 경계를 따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수용하는 것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수용을 뜻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객관적 성격 규정이라기보다는 그의 ‘(이제 하마스도 두 국가 해법에 동의했으니 더 이상 이스라엘이 핑계 댈 게 없고 두 국가 해법 실현에 임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희망을 담은 해석’으로 보인다.)


    우리는 저항 세력의 현존하는 지도부가 사라지길 바랄 수는 없으며, 우리의 전술과 제안은 현실 상황에 근거해야 합니다. 오늘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중 가장 큰 조직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팔레스타인 좌파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스라엘과 국제적 차원에서 좌파의 수동성에 있습니다.


    하마스의 종교적인 종파성과 반동적 리더십은 무슬림 형제단 및 튀르키예의 정의개발당(AKP)과의 정치적 근접성으로 드러납니다. 이 경향은 반퀴어, 반여성적이고, 민영화에 대한 광신자이며, 노동자의 생계를 공격하고 불안정화로 밀어 붙입니다. 또한 부패와 외국 자본과의 협력으로도 유명합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대가로 외국 자본에 경제 및 정치 프로그램을 개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운동이 공산주의자들을 사냥하고 고문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계급대계급"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보충설명을 받았다: “하마스의 자본주의적 성격은 무슬림형제단 및 그 후원자인 카타르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은 항상 사유 재산을 보호해 왔습니다. 하마스는 2006년부터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모든 종류의 시민 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마스 경찰이 열악한 생활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를 해산하는 장면을 보도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평화 운동가들을 투옥하고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자 지구에서 탄압할 공산주의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하마스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세속주의 및 좌파 조직을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공격했습니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원래 그들을 지원한 이유입니다.”)


    팔레스타인이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는,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과 사회주의 사회를 위해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을 결합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해방을 위한 올바른 방법은 대중적 봉기인데, 하마스는 자신들의 종파적 전략에 반하기 때문에 이를 조직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마스의 반동적 지도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패배에 찬성합니다. 이스라엘의 패배는 이스라엘과 모든 제국주의 동맹국을 극도로 약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투쟁 조건을 크게 개선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패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예비-혁명적 상황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5) 저항 운동과의 연대는 민간인 희생에 대한 승인을 의미하나요?


    우리는 양측 모두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은, 시오니스트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그리고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대규모의 일상적 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유일한 관점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식민지배와 권리박탈을 종식시키는 것입니다. 식민주의 하에서 비폭력 사회나 비폭력 저항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연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방 운동의 최전선에 있는 하마스 같은 조직과는 다른 전략과 방법을 추구합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질문 6) 참조).


    우리는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투쟁에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노동자계급 내에서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노동계급이 이 투쟁에서 할 역할이 있으며, 자국 정부에 맞서고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해 싸우며 시오니즘과 단절할 책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거부합니다. 이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전략적 동맹인 이스라엘 노동자들로부터 고립시킵니다. 이스라엘 노동자들은 자국에 대한 투쟁과 평화 공존에 대한 신념을 향해 반드시 획득돼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기반의 자유로운 다민족 팔레스타인이라는 일국가 해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재 이스라엘 영토의 남부 지역에는 나크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마을, 도시, 키부츠는 파괴된 팔레스타인 마을 바로 옆에 지어졌습니다. 키부츠 운동의 임무 중 하나는 점점 더 많은 시오니스트 전초기지를 통해 국경을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키부츠의 주민들은 많은 경우 이러한 원초적인 폭력 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군이 발표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75년간의 억압, 추방, 토지 절도, 살인, 포위 상태를 잊게 하려는 부르주아 언론이 민간인 사상자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공습과 총격으로 사망한 3,000명의 팔레스타인인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사망자들도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6) 사회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안하나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민족 자결권, 그리고 1948년 시온주의 국가 헌법으로 시작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항하는 투쟁을 옹호합니다. 이 권리는 제국주의와 시오니즘에 의해 거부되었습니다. 우리는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지배 조건 하에서 ‘두 국가 해법’이 지속적인 억압을 의미하며 실제로 불가능한 유토피아란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식민지화, 이스라엘의 군사적 확장, 해결되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탈출, 추방, 집과 마을 약탈 문제는 이 ‘해결책’이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이 평화와 자매형제애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하게 가능한 해결책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이스라엘 식민국가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이 투쟁은 이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중동사회주의공화국연맹을 향한 한 걸음으로, 우리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 전체에서의 사회주의, 세속주의, 다민족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관점을 옹호합니다.


    점령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에 연대를 보여줍시다. 독일에서는 독일 연방 정부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배후를 감싸고 있는 대기업에 맞서 싸우고, 노동계급의 수단인 대중 시위, 파업, 점거를 통해 투쟁합시다.

     

      양동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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