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기고]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 빵과장미 - ‘빵빵하고 짱짱한’ 연대투쟁의 현장으로!

정서영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
기사입력 2023.10.09 11:58 | 조회 312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photo_2023-10-09 12.08.47.jpeg

     

    불에 탄 구미 공장을 두고 재건이 아닌 도망을 택한 일본 기업 닛토덴코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화재 이후 곧장 공장 철거를 꾀하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외투자본의 ‘먹튀’ 행태와, 이를 적극 돕는 정부·지자체의 무책임은 이윤이 전부인 자본주의의 민낯이겠지요. 암담함에 숨이 턱 막힙니다. 


    하지만 구미 공장에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옵티칼지회) 동지들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13명의 노동자가 공장 재건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의 침탈 시도와 손배가압류 폭탄 등의 위협 속에서도 공장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깜깜한 현실을 등대처럼 비추는 구미 공장의 불빛. 체제에 맞서 나아가야 할 곳을 생생히 일러주는 그 빛을 따라, 많은 동지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10월 3일,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도 구미로 향했습니다. 서울, 강릉, 울산, 김해 각지에서 달려간 빵과장미 동지들과, 환대로 응답한 옵티칼지회 동지들의 만남. 그 ‘빵빵하고 짱짱한’ 연대투쟁의 현장을 담아봅니다.


    연대, 서로를 지탱하는 힘


    “빵과장미의 에너지가 굉장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에너지예요. 반갑습니다.”


    옵티칼지회 동지들은 빵과장미가 보내온 빼곡한 연대투쟁 계획표에서부터 빵과장미의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다고 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가열 찼던 일일 연대는 간담회와 문화제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날 일정에는 빵과장미와 옵티칼지회 동지들 외에도, 옵티칼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민주노총 경북본부 배태선 동지, 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의 양동민, 이훈 동지, 구미 KEC지회 김성훈 동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오연홍, 이청우 동지도 함께했다.


    간담회 첫 순은 자기소개였다. 소개와 반가움을 나눈 동지들의 눈빛은 서로를 알아가는 설렘으로 빛났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빵과장미 이영미 동지는 빵과장미 소개와 함께 연대를 기획한 이유를 전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아래에서 노동해방은 어렵다는 생각으로, 빵과장미는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을 함께 외칩니다. 빵과장미로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실천은 이번 연대투쟁이 처음입니다. 노동자계급이 진정한 단결을 이뤄갈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photo_2023-10-09 12.08.52.jpeg

     

    빵과장미 소개가 끝난 후엔 옵티칼지회 투쟁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일이면 화재가 발생한 지 딱 1년 되는 날”이라며 말문을 연 최현환 지회장은 옵티칼지회 투쟁의 시작부터 현재 상황,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들려줬다.


    “8월 3일 이후로 공장 집중 철농을 시작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KEC지회 동지들이 많이 연대투쟁해줬어요. 또 여러 사회단체, 학생단체에서도 많이 와 주셨죠. 8월 이후에 집회나 결의대회 같은 곳에 가면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이고 서로 인사도 해요. 이것이 연대이고 투쟁이라는 걸 알아가는 중입니다.”


    치열한 투쟁과 끈끈한 연대로 공장을 지켜온 옵티칼지회는 앞으로도 그 열기를 더해가려 한다. 10월 9일에는 본사가 있는 일본으로 원정 투쟁을 떠났고, 10월 말에는 일본대사관 앞 ‘희망원정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닛토덴코라는 하나의 자본을 넘어, 일본 정부에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투쟁이다. 옵티칼의 투쟁은 옵티칼만의 투쟁이 아닌, 외투자본이 벌여온 ‘먹튀’ 행각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에 대한 투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본주의 세계경제 체제에 억압받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투쟁일 테다.


    “13명의 동지들이 손배가압류에도 개의치 않고 고비를 넘겼듯이, 앞으로도 계속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가려 합니다.”


    photo_2023-10-09 12.08.50.jpeg

     

    노동자가 이긴다


    간담회 후 동지들은 공장 한편의 운동장에서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사무실에 둘러앉아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빵과장미 이소연 동지의 말처럼 “불에 탄 공장이 쓸쓸해 보이지만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서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다.


    “연대의 힘으로 옵티칼 투쟁 승리하자!”


    힘찬 구호로 시작된 2부 문화제는 빵과장미의 편지 낭독, ‘인터내셔널가’ 노랫말 맞추기, 노래 ‘우리는 가지요’ 몸짓 배우기 등 다양하게 꾸려졌다. 노래 부르고 춤추며 피어난 열기가 서로의 사이를 채운다. 어색함 대신 하나됨의 감각이 모두를 휘감는 순간이다. 바깥은 흐려도 안은 추위를 느낄 새 없다. 눈을 맞추고, 웃음을 나누며 한바탕 뛰고 나니 어느새 마지막 순서에 다다랐다. 물론 아쉽지만, 그보다는 활기찬 에너지가 기운을 북돋는다.


    “서로 ‘잘한다’ 하면서 기운을 주시니 좋았습니다. 저희도 힘을 받아서 즐겁게 투쟁해보겠습니다.”


    한나절을 같이하며 기억의 일부를 공유한 동지들. 연대를 하는 자, 연대를 받는 자 구분 없이 힘을 얻고 가는 듯했다. ‘단결’, 두 글자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날의 장면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다. 단결한 우리는 함께 투쟁할 것이고 함께함으로써 승리할 것이다. 단결한 노동자는, 반드시 이긴다.

     

    photo_2023-10-09 12.08.55.jpeg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