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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기후붕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주 잘 작동한 결과입니다

정은경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전교조 유천초분회)
기사입력 2023.09.26 16:51 | 조회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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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3 기후정의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923기후정의행진 학생참가단과 함께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위한 923 사전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전교조 유천초분회 정은경 동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살고 있는 교육노동자 정은경입니다. 저는 작년 9월 23일 금요일, 글로벌 기후파업이 있던 날 연가를 내고 청소년 기후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나와 그 자리에 섰던 것은 더 이상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학생들과 학교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며 '텀블러를 사용해요'와 같은 말로 마무리할 때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기후붕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주 잘 작동한 결과입니다. 자본주의는 자연환경·비인간동물·여성·청소년·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수탈로 성장합니다. 자본주의는 생명 간 협력과 공존의 시스템을 깨버리고 생명들을 경쟁과 죽임의 굴레로 몰고 갔습니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능력주의와 입시경쟁으로 학교 구성원들을 몰고가며 자본주의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9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남긴 학생의 죽음과 2023년 '업무폭탄과 학생난리로 버겁다'는 말을 남긴 교사의 죽음은 모두 자본주의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입니다. 교육을 경쟁으로 옥죄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버린 자본주의가 불러온 죽음입니다. 일제고사, 성과급제, 비정규일자리 등 학교 안으로 들어온 자본의 논리가 불러온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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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성적이라는 틀에 가둬져 자본의 성장에 알맞은 부품이 되어야 했습니다. 교사와 보호자는 학생에게 성적을 압박하는 한편, 마찬가지로 자본의 성과라는 틀에 가둬져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학교 안 노동자 정원은 계속 줄어들고 남은 노동자에게 업무가 가중됩니다. 늘어난 업무는 학교 안 약한 고리, 여성 저경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밀려옵니다. 자본이 사회의 약한 고리로 재난을 떠미는 것처럼 말입니다.


    업무폭탄으로 힘들어하는 동료 노동자, 불안정한 일자리로 생계를 걱정하는 동료 노동자, 악성 민원전화에 상처받는 동료 노동자, 폐암으로 고통받는 동료 노동자가 같은 학교 안에 있지만 어려움은 각자의 몫일 뿐입니다.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조립라인을 도입하여 생산성만 강조하면서 노동의 의미를 해체했던 것처럼 교육노동도 분업화되고 파편화되었고 학교민주주의는 무너졌습니다. 동료와 경쟁해서 동료를 밀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놓고 누구도 죽지 않길 바라는 건 모순 아닌가요? 


    매 순간 우리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기후재난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붕괴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는 성장과 경쟁을 강요하며, 나의 생존을 위해 동료를 밀어버리라고 합니다. 진짜 우리를 죽음으로 밀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요?

    정부와 기업은 기후붕괴를 가속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고 신공항을 짓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의 자본가가 더 많은 부를 갖고 더 많은 편리함을 누리며 '성장'하기 위해 우리의 수많은 동료들이 생존의 위기 앞에 내몰려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육은 더 이상 자본주의식 성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경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구성원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여건과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동료를 신뢰하며 협력하고 연대하는 공동체,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학교여야 하고 우리 사회여야 합니다. 


    끊임없이 착취하고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살 수 없습니다. 거대하고 막막해 보이는 벽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는, 동지들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각자의 공간 밖으로 나와 동지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함께 외치는 것입니다. 죽음의 구조를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동료와 더 많은 인권과 더 많은 민주주의입니다.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세 번 따라 외쳐주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경쟁 성장 자본주의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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