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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기후재앙 속 통신노동자들은 2중 3중의 고통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통신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해야 합니다

정범채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기사입력 2023.09.26 13:14 | 조회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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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3 기후정의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923기후정의행진 학생참가단과 함께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위한 923 사전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정범채 동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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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드립니다. 저는 SK브로드밴드의 하청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강남지회장 정범채입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왔습니다. 저처럼 밖에서 일하는 통신회사 노동자들은 올여름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동료 중에는 작업복을 여러 벌 챙겨 땀이나 비로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일하기도 합니다. 어떤 동료는 무더운 날 갑자기 숨이 가쁘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서 119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도 무더위와 위험작업을 피해서 쉬라고, 노사 간 단체협약에도 관련 내용이 있으니 걱정 말고 쉬라고 합니다. 의외겠지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조가 없을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하라고 다그쳤지만, 지금은 ‘폭염이 예상되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쉴 때는 그늘에서 쉬라’고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하면, ‘여러분에게는 작업중지권이 있으니 위험한 상황에서는 모든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현장관리자나 본사 안전보건지원팀이 친절히 안내해줍니다. 


    그런데 폭염이나 폭우에, 태풍에 일을 안 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습니다. 특별히 일을 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꾸역꾸역 일을 합니다. 노조가 없을 때나 있을 때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다들 회사에 충성스러운 노예들이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통신회사에 만연한 실적급 임금체계가 노동자를 위험 속에서도 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본급은 적고 작업량에 따른 실적급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 노동자들은 폭염에도 태풍에도 폭설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매년 노사가 임금교섭을 하고 노동조합에서 고정급 월급제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끝끝내 자본은 실적급제를 고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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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조합은 월급제를 핵심 요구로 했습니다. 월급제를 관철하기 위해 5년 만에 파업도 불사할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집중교섭을 하더니 실적급제는 그대로 두는 잠정합의안을 가져왔습니다. SK자본은 절대 실적급제를 포기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는 정면승부를 포기했습니다. 


    어떻게 우리 통신산업 노동자들이 날씨 걱정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이 고정급으로 지급되어야 합니다. SK를 비롯한 거대 통신자본은 전 국민을 상대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립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실적급의 노예로 살고 있습니다. 이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전 지구적 기후재앙 속에서 통신노동자들은 2중 3중의 고통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통신산업 노동자들이 완전월급제 공동요구로 단결해 자본의 착취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실적에 의한 임금체계를 없애야 노동자들이 ‘위험은 피해야 한다’, ‘더울 때 추울 때는 쉬어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 국민을 호갱으로 여기고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통신자본을 공영화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통신산업을 국유화해서, 민중의 고혈을 빠는 통신요금을 우리 손으로 통제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의 참여로 통신요금을 결정해 부담을 줄이고, 통신서비스를 오지 산간 취약지구로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도 더 보람을 갖고 일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자본의 탐욕을 끝장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제대로된 기후정의 실현이라 생각합니다. 지구에 자본이 있는 한, 노동자들은 병들고 다칠 것이고 지구도 죽어갈 것입니다. 자본을 끝장내고 노동자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에 동지들 힘차게 힘차게 투쟁합시다. 투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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