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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천구청장 면담 요구하다 연행된 양천문화재단분회 사서 노동자들

“정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건데, 이렇게 불합리하게 사람을 끌고 가는 게 말이 되나요?”

기사입력 2023.09.18 19:15 | 조회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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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문화재단은 양천구의 출연기관으로, 공공도서관, 문화시설 등을 위탁 운영하고 양천구민들에게 공공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양천문화재단의 노동자들은 2022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2년 가까이 처우개선을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양천문화재단과 양천구청의 무책임으로 교섭이 끝내 결렬되었고, 노동쟁의조정도 중지되어 투쟁에 돌입했다. 양천문화재단분회는 지난 8월 9일, 8월 19~20일, 9월 13~14일 경고파업부터 전면파업까지 여러 차례 파업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노조의 최종 수정안에 대해 불수용 외에 그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양천문화재단은 ‘서울특별시 양천구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설립되었고, 예산은 양천구의 출연금으로 조성되며, 매 해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구청장에게 승인받아야 하고, 이를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재단의 이사장을 구청장이 임명하며, 현재 재단의 경영, 인사를 담당하는 본부장과 경영팀장은 구청에서 파견한 공무원이다. 따라서 양천구는 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인사, 보수, 정원 등 사실상 노동조건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교섭에서 양천문화재단 사용자는 “구청과의 협의 또는 승인 없이는 결정할 수 없다”라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그래서 양천문화재단분회는 구청장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구청은 노사간 협의할 사항이라며 성의 없는 답장만 보내왔고, 8월 2일 이후로는 면담을 요구한 날에 찾아가니 구청 문을 모두 폐쇄하고, 구청에 출입하려는 조합원들을 저지했다. 8월 9일 파업결의대회에서는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조합원 및 노동자들과 구청 공무원, 경찰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고, 9월 13일 두 번째 집회에서는 급기야 10명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9월 13일 14시 40분경, 경찰은 양천구청 1층 로비에서 평화롭게 연좌하여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 9명을 15분 만에 기습 연행했다. 그 과정에서 남성경찰이 여성을 연행하기까지 하며, 팔을 비틀고, 발목을 짓밟는 폭력행위가 있었다. 부상당한 여성노동자들이 병원 이송을 요청하자 경찰은 수갑을 차지 않고서는 병원에 갈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양천경찰서 정보과의 주선 및 양천구 행정지원국장의 추진으로 제안된 실무협의(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이성균 서울지부 지부장을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이 기습 연행하여 대화조차 무산되었다. 경찰이 주선한 교섭을 위해 이동하던 교섭위원을 경찰이 불법적으로 연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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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연행으로 조합원 팔에 상처가 났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 와중에 이기재 구청장은 양천구청에서 벌어진 이러한 폭력사태는 묵과한 채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요구를 불법으로 몰며, 근거 없는 주장과 노조혐오를 담은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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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페이스북에 노조의 요구를 '불법행위', '떼쓰기'라 규정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9월 13일 저녁, 양천문화재단분회 조합원들은 양천구청 앞에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양천문화재단 도서관 운영팀의 임현아, 김선형, 정지숙 조합원을 만나 도서관 사서 노동자들의 노동과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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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양천문화재단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임현아: 양천문화재단분회 조합원 대부분이 양천구 구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을 받는 일부터, 책과 관련된 각종 문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 정도이고, 그 외에 이용자들을 응대하며 서비스직으로서의 업무도 하게 되죠. 또 도서관들이 다 너무 작다 보니까, 본래 저희는 사서직이라 책을 다루는 게 직무이지만, 필요에 의해 시설관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물 새는 데 있는지 체크하고, 화장실 변기도 청소하고, 그런 일까지 같이하고 있고요. 되게 복합적으로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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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사서의 일반적인 노동조건이 어떤가요?

     

    임현아: 저희는 책을 다루는 나름 전문적인 직종인데, 인원이 너무 부족해서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다 맡아서 해야 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또 워낙 책들이 무겁기 때문에, 무거운 책들을 많이 옮기다 보면 손목 질환이나 허리 디스크가 생기기도 합니다.

     

    김선형: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몸이 상하는데요. 일단 비염, 손목건초염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책을 나르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최저시급만도 못한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합니다. 여성이 많은 직종이라 그런지 수당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그런데도 저희에게 배당되는 업무량은 항상 늘어납니다. 문화 프로그램 기획에서 시작해, 데스크업무, 화장실 청소까지 업무가 배당되는데, 명절/근속수당도 못 받아가며 일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서 직무에 해당하는 일뿐 아니라 시설관리나 청소도 함께 맡아서 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공공도서관에는 시설관리나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없나요?

     

    정지숙: 보통 사서라 하면 일반적으로 책 속에 파묻혀 사는 모습을 생각하시지만, 저희가 그렇지를 못해요. 저희는 책과 관련된,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저희의 직무라고 알고,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사서직을 택한 건데, 그 일에 집중하질 못해요. 예컨대 시설관리부터 청소하는 것까지, 도서관에 필요한 일을 저희가 다 그냥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지난 정부까지는 솔직히 노인 일자리라든가 그런 공공근로 등이 많이 지원됐었어요. 근데 정부가 바뀌면서, 좀 엉뚱하게 느껴지는 규정들을 만들어서 (공공근로를) 청소 인력으로 활용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놓았어요. 그 인력을 다른 쪽으로 보충해 주는 것도 아닌데, 청소는 해야 하니 결국에는 사서들이 청소까지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해맞이 역사도서관 같은 경우는 단독 건물이어서 시설관리 일자리가 있었어요. 있었는데…그 자리에 시설에 특화된 기술이 있는 분이 아니고 그냥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해 온 구청장 낙하산을 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있어도 무의미한 자리가 돼 버렸어요. 그래서 현재는 만능으로, 빈 업무들을 채워나가야 되는 게 사서의 직무가 돼버렸습니다.

     

    Q. 이용자들과 늘 대면하는 업무이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현아: 사서들이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성희롱을 겪는 경우도 있고, 여성이라고 얕잡아보는지 이용자가 말을 막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사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좀 심한 경우에는 민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가위를 꺼내 찌르려 하는 시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사람을 계속 상대하니까 감정노동은 기본이고, 도서관이 늦게까지 운영하다 보니 당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선형: 대면업무를 하다 보니 이용자의 악성 민원에 굉장히 취약한 편입니다. 이용자 폭언으로 인한 공황장애 등 대면 업무로 발생하는 정신적 피해는 거의 다 받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용자의 뒤에서 구청 등의 집단들이 부당한 요구를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성인지 감수성 도서들을 구청에서 일괄적으로 조사해 ‘빼라’고 지시하고, 다른 구에서는 도서관장이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어요. (관련기사 링크) 다른 시에서 학부모 단체들이 ‘이 책을 빼라’고 사서들에게 지속적으로 악성민원을 넣었고, 구청에서는 “이용자들 말을 들어줘야지” 라면서 사서들을 압박했습니다. 우리를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없는 느낌이에요.

     

    저희는 어떤 책이건 다 소장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이용 가치가 있는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책을 빼버리라 하며 도서관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마비시켜버리는 게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개개인 사서들에게 굉장히 우울감을 주기도 하고, 공황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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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악성민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요

     

    정지숙: 양천구에 온갖 민원들이 들어오잖아요. ‘구청장에게 바란다’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솔직히 그런 게시판에 들어온 도서관 관련 민원들은 결국 다 사서한테 와요. 구청장이 대답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어요.

     

    이용자 중에는 “너희 세금 받아먹으면서 이런 것도 못 하냐” 그러며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희는 그래도 전혀 보호받지 못해요. ‘양천구청 직원이니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구청이 우리를 좀 보호해 주겠지’라는 믿음이 처음에는 있었는데, 몇 해 전 프로그램 관련 악성민원인 때문에 저는 감사과까지 갔었거든요. 그렇게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처우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과중한 업무를 해야 하는 게 자괴감이 드는 부분이죠. 이게 양천구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제가 감사과까지 가야 했던 게, 제가 기획한 문화 프로그램에 대해, “저 초청강사는 대학교수가 아니다” “도서관 환경이 지저분하다” “이것은 인문학 강의가 아니다” 등의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한 사람이 있었어요. 한 가지 민원에 대해 답변을 드리면 다른 쟁점을 잡아 다시 민원을 넣고, 그에 대해 다시 답변을 드리면 다시 앞의 쟁점으로 돌아와 또 반복민원을 넣으셨어요. 결국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임 선에서 해결이 안 돼서 총괄을 맡았던 저도 감사까지 가고 별별 일이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 담당하셨던 주임님도 그것 때문에 약간 처벌을 받으셨을 거예요. 프로그램 한번 잘해보려고 운영했다가, 억지스러운 반복민원이 제기되는데 이로부터 사서를 보호해주기는커녕 감사과까지 가야한다는 점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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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임현아: 저는 올해 2월에 입사했는데, 양천문화재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입사할 때부터 ‘노동조합에 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저희가 노동자로서 목소리를 낼 방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양천문화재단에 들어오자마자 다른 선생님들에게 노동조합이 있는지 물어보고,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가입했습니다.

     

    이전에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근무했었는데, 그때는 계약직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거기도 양천문화재단처럼 비슷하게 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상황이었는데요. 도서관 위탁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승계 문제가 생겼고, 거기서 일하시던 분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파업을 하면서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를 봤거든요. 또 제 주변에서 노동조합이 있으나마나 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얘기도 들었고,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 있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지숙: 저는 양천문화재단이 위탁업무를 시작한 2019년 10월부터 근무한 1기 멤버였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생기자마자 가입했습니다. 노조 활동에 깊이 있게 관여하거나 운영위원회를 열심히 도왔다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요즘은 집회를 하면 할수록 ‘단합이 더 필요한 투쟁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자라고 있는 상황이에요.

     

    김선형: 저는 올해 4월 입사로 (조합원 중에) 가장 최근에 입사한 편이에요. 저는 노원문화재단 도서관에서 5년 가까이 일을 했었는데요, 양천문화재단에는 현재 명절수당이 없는데, 노원문화재단에서는 연 120% 명절수당을 받았어요. 하지만 명절수당을 받았다고 해도, 사서라는 직군 자체가 처우가 되게 안 좋아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은 했었어요. 당시 ‘도서관을 바꾸는 토끼들’이라는 서울시 TF에도 참여했었는데, 그래도 사서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직접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7월에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정지숙: 김선형 조합원과 달리 저는 근속년수는 오래됐지만, 사서로서 일한 기간은 비슷해요. 대학에서 사서 관련 전공을 했지만, 졸업 후에는 IT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뒤늦게 전공을 살려서 사서 일을 시작한 케이스인데요.

     

    졸업 후에 사서 일을 바로 하지 않았던 이유가, 사서라는 조직이 좀 답답하고 발전도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30대 후반에 뒤늦게 다시 사서 일을 하게 됐는데, 제가 20대에 대학 졸업할 당시에 느꼈던 사서 조직과 지금의 조직이 ‘정말 하나도 변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선배 사서들의 잘못이 아닐까’, ‘뭔가 변화를 주고,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똑같은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노조가 만들어져서 가입했고, 열심히 동참은 못 해도 협조를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선배 사서로서 우리가 먼저 만들어내지 못한 것들을 후배들이 열심히 해주니 우리가 박수 쳐주고 이끌어주고 그게 우리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부채감이 있어요.

     

    저는 오로지 양천구에서만 근무했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친구들이 올 때마다 물어봐요. “다른 구 사서 조직도 이러니?” 물어보면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양천구가 정말 최악이고, 그래서 저희가 투쟁하지 않을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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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현재 노동조합에서 ‘장기근속수당’과 ‘명절수당’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임현아: 일단은 그 두 부분이 제일 주된 문제예요. 지금 임금협상이 잘 안되고 있어서, 그 부분에 집중해서 말씀드리는 것도 있어요. 장기근속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승진제도가 거의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 저희 팀에서는 과장 1명, 대리 1명, 나머지 50여 명은 다 똑같은 주임급 팀원이에요. 과장과 대리 2명 빼고는 몇 년이 됐든 간에 다 직급이 똑같아요. 그런 부분이 좀 문제가 있죠.

     

    김선형: 명절수당도 못 받아가며 일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노원문화재단에서 연 120% 명절수당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기관이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도 명절수당 받으면 부모님에게 선물을 해드리려고 계획을 짜뒀는데, 불효자식이 됐어요.

     

    그리고 장기근속수당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가장 늦게 입사했는데, 먼저 일하신 분들이 저와 월급을 똑같이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더 많이 하셨고, 그동안의 노고가 있는데 그 노고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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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그래서 오늘 낮에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러 왔는데, 조합원들을 포함해 10명이나 연행이 되었잖아요. 이 상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임현아: 명절수당은 원래는 아예 얘기가 없었는데 계속 저희가 선전전을 하고, 파업도 몇 번 하고 해서 지금 그나마 (교섭에서) 얘기가 나온 거예요. 저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그 얘기조차도 나오지 않았을 거라서, 오늘 여기 현장에 나온 것도, 당연하다 해야 하나, 감사하다 해야 하나,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희 집회 시작한 지 30분 만에 (조합원들이) 연행되셨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엄청 막 격렬한 몸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연행했다고 하더라고요. 연행하는 영상을 공유해줘서 봤는데, 6명밖에 안 되는데 정말 많은 인원이 둘러싸고서 발로 막 밟고, 거칠게 연행해서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어요. 조합원들이 괜찮으실지 걱정도 되고…저희 지부장님도 중간에 교섭을 다시 한다는 얘기를 하고서 교섭을 하러 나가시다가 이 자리에서(양천구청 정문 앞) 연행이 되셨고요.

     

    김선형: 경찰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우리는 지금 교섭하러 가게 됐으니 ‘잘 다녀올게’ 하고 가다가 여기서 바로 연행됐어요. 경찰들도 그 말을 다 들었으니 당연히 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잡아가 버렸어요.

     

    임현아: 그냥 너무 어이가 없었죠.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는 정당하게 저희 목소리를 내는 건데, 이렇게 불합리하게 사람을 끌고 가고 이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습니다.

     

    김선형: 저희가 들어오면 같이 얘기하려고 먼저 들어가 계셨던 운영위원들이 있었거든요. 그분들은 정말 그 안에서 그냥 앉아서 기다린 것밖에 안 했는데, 갑자기 30분 만에…안 끌려나가려고 서로 이렇게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거를 풀겠다고 발로 밟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로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이 “공권력, 행정력 낭비다”라는 말을 해요. 저희 같은 일선 사서들은 이용자들 대면 업무하면서 이렇게까지 갈려나가는데, 여기 나오는 경찰들은 구청에서 내리는 지시 하나 때문에 다른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에 동원되지 못하고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모습이 ‘행정력 낭비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죠. 다 비슷비슷한 월급 받으면서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다른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참 안타깝기도 해요.

     

    정지숙: 아마 솔직히 지금 인터뷰하시면서도 느끼겠지만, 저희가 서투를 거예요. 저 같은 경우도 솔직히 예전에 대학 때 최루탄 연기까지 맡아본 세대이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당사자가 되어서 투쟁한 건 처음이기 때문에, ‘노조 활동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는 거야’ ‘법이 어떻고’ ‘이게 불법이고’ 하는 그런 말들이 다 의아해요. 솔직히 뭐가 뭔지도 하나도 모르겠고 근데 이 상황이 좀 불합리하다는 건 그냥 잘 몰라도 느껴져요. 사서들이 정말 대대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왜 도서관협회는 사서 노조를 못 만들까요? 이게 왜 안 될까요?

     

    Q. 명절수당, 장기근속수당에 멈추지 않고 노동조합에서 바꿔나갈 것이 많을 것 같은데요. 또 어떤 현장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선형: 지금 재단에 계시는 팀장님이나 본부장님 같은 경우에는 구청에서 오신 분들이라 사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없고, 저희가 왜 이런 투쟁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으신 것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분들 대신에, 진짜 도서관이나 문화재단과 관련 있는 사람,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교체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단 업무가 공연문화팀, 도서관운영팀, 경영관리팀 세 가지인데요. 이 세 가지에 대한 직무 이해도를 충분히 갖고있는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대문구 같은 경우에는 노조 활동을 통해서 비정규직 선생님들이 다 정규직화됐대요. 저희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크거든요. 서대문구도 정규직화까지 2년 걸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정규직이어야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면서 좀 더 이 도서관에 애착이 생기고 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정규직 전환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정지숙: 김선형 조합원이 중요한 말을 다 해주었는데요. 솔직히 문화재단이라고 하나로 묶기에는 공연문화와 도서관이 굉장히 성격이 다른 분야이기도 해요. 근데 (대표들이) 너무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만 멋져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고요. 도서관이나 책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텐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행정을 해가는 게…도서관 사서까지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솔직히 정말 크게는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부터 바로 서야 되잖아요. 그 기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가 도서관일 수도 있는데 그걸 너무 경시하는 것 같아요. 특히 양천구의 상황이 더 안타까워요.

     

    저희 이사장님이 와서 취임사로 하신 말씀 중에 “나는 도서관을 한 번인가 두 번밖에 안 가봤다, 나는 딴따라다”라고 얘기했어요. 취임사였나 첫 식사자리에서 직접 한 말이에요. ‘도서관에 제대로 안 가봤다’라는 말을, 도서관 직원이 대부분인 재단에 와서 부끄럽지도 않게 한다는 것이, 굉장히 좀…’왜 저런 사람이 이사장으로 왔지’란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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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13일 양천문화재단 투쟁을 취재해 스튜디오 알에 보도한 영상을 함께 소개한다.

     

    이날 연행된 노동자들은 48시간 동안 경찰서에 구금됐다. 또한 경찰은, 폭력 연행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차지 않으면 병원에 갈 수 없다며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양천문화재단분회는 이기재 양천구청장에게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은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을 자행한 양천경찰, 양천구청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9.15(금) 오전 11시에 진행하였고, 9월 19일(화) 15시부터 집중집회와 필리버스터, 문화공연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양천구청의 노동자 폭력 진압 규탄 집회]

    일시 및 장소 : 9월 19일(화) 15시부터, 양천구청 정문

    1부 : 집중집회(15시~16시), 구청장 면담(16시), 필리버스터 : 16시~17시 30분 

    2부 : 투쟁문화제(19시부터 쭈욱~) / 문화 공연 : 이해규 문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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