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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수요일마다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집회하는 까닭은?

‘유천초 수요 선전전’ 후기

기사입력 2023.09.14 14:45 | 조회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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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윤_김경미.JPG

     

    직업 면에서 흔히 떠올리는 교사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이는 여느 직장과 다르게 방학도 있고, 어른이 아닌 아이를 상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을 터라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노동 환경과 실태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게도, 아니 처참하게도 최근 이어지는 교사들의 죽음으로 불거지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수요일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집회하는 선생님들


    교사인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은 한데 모아 ‘김남윤’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에 강원도특별자치도교육청(이하 강원도교육청)에 가면 집회를 하는 김남윤을 만날 수 있다.  


    김남윤은 강릉에 위치한 유천초등학교(이하 유천초)에서 교사로 일했다. 유천초는 2020년 3월, ‘강원도형 혁신학교’로 개교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지정이 취소됐다. 김남윤은 누구보다 유천초를 혁신학교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애를 썼다. 하지만 겉으로만 ‘혁신’을 부르짖을 뿐 변화가 필요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직원들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혁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강원도교육청은 오히려 김남윤을 표적 징계, 부당 징계했다. 


    이후 김남윤은 재판을 통해 부당한 처분을 바로잡으려 했고, 집회를 이어가는가 하면, 200일이 훨씬 넘는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남윤이 싸우는 동안 강원도교육감이 임기 만료로 민병희 교육감에서 신경호 교육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두 교육감 모두 면담 요청조차 꺼리고, 모르쇠 태세를 보이며, 스스로 김남윤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김남윤과 전교조 강원지부 유천초분회, 유천초공대위, 학부모, 노동자들은 함께 싸워 2020년 7월 1일 강원도교육청과 부당 징계와 전보에 대한 회복 조치 합의를 이끌었다. 그리고 김나혜와 윤용숙은 2023년 6월 13일, 행정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지금까지도 교사들의 복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은 ‘종합’대책


    김남윤이 매주 이어가고 있는 수요 선전전이 있던 9월 13일 오전,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크게 △교육활동 침해 예방 △공정한 사안처리 및 교원 법률지원 강화 △피해교원과 침해 학생의 정상적인 학교 복귀 세 분야의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수요 선전전 발언 시간에 이청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발표된 종합대책으로 현재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하나라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종합대책이 교육 주체들의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여전히 극단적인 경쟁에만 내몰면서 온라인 소통 시스템을 갖추고 녹음기 및 변호사를 지원하는 게 종합대책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 역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학교가 전쟁터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마음 넉넉했던 수요 선전전


    매주 수요일마다 김남윤은 강원도교육청 앞을 지키며 선전전을 계속한다. 어떤 날은 함께하는 연대자들이 많지만 또 어떤 날은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9월 13일 선전전에는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대자들이 함께했다. 교육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 저축은행콜센터중앙회 노동자, 자동차판매연대지회 노동자, 세종호텔지부 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세월호 학부모 유족 등 연대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김남윤 역시 다른 사업장, 다른 노동자들의 싸움에 열성을 다해 함께하기 때문이다. 한 연대자는 발언 시간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하나다!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많은 비로 기온이 부쩍 떨어진 날이었지만 수요 선전전을 함께한 모든 이들의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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