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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자회사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투쟁으로 나아가자

기사입력 2023.06.29 18:54 | 조회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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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는 덩치 큰 용역회사에 불과하다. 사진: 매일노동뉴스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허구 


    자회사는 계열사 중 종속기업에 해당한다. 자기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해 51%를 넘기면 대주주로 확정돼 경영권을 갖는다. 형식적으로는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인 회사이지만, 사실은 모회사에 완전히 종속된 기업이다. 


    자회사 설립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최근 가장 흔한 유형은 기존의 용역·하청업체를 자회사로 만들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특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불법파견’이 불거지면, 현행 법률 아래에서는 원청이 정규직화 의무를 피하기 어렵다. 자본이 이런 법률적 제약을 무력화하며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는 제도적 꼼수가 바로 자회사 설립이다. 기존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아니라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합법적 외양을 취하는 것이다. 그 뒤 자회사 전환에 응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해,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싹을 자르는 것이다.  


    이런 꼼수의 길을 연 것은 역설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였다. 소위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공공기관 중 70% 이상이 자회사로 전환한 유형이었고, 전환대상자가 1천 명 이상인 경우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가령 덩치 큰 용역업체에 불과한 자회사를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 집단해고를 조장했다. 자회사 전환 카드를 동원해 가스공사나 건강보험 자본의 정규직 전환 거부와 노조파괴를 부추기기도 했다. 


    자본가 정부가 앞장서자, 민간 대자본도 적극 가담했다. SK브로드밴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수리·상담 업무를 하던 하청노동자들은 2014년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를 결성했다. 노조 출범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SK 책임으로 직접고용·정규직 전환!’을 줄기차게 외치며 싸워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7월, SK브로드밴드는 직고용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분 100%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만들었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속을 자회사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민간기업 최초의 자회사 전환이었다. 수년간 원청의 사용자 책임과 직접고용을 요구한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에게, 자회사 행이 강요됐다. 이후 자회사 꼼수는 전면화되었다.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통합계열사’란 명목으로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였다. 가증스럽게도 현대모비스는 자회사 설립 목적이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에 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현대제철 자회사 추진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2021년 7월 6일, 현대제철 자본은 ‘현대ITC’ 설립을 발표하고 채용공고를 냈다. 채용조건은 불법파견 소송 취하와 부제소동의서 제출이었다. 동시에 현대제철은 14개 업체 ‘도급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자회사 채용공고에 응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 결국 자회사 설립 이유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에 대한 탄압임이 드러났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0일 넘게 파업투쟁을 벌였지만, 현대제철 자본은 자회사를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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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자회사 반대!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원청 대체근로, 국가가 장려하는 하청노동자 파업 파괴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자회사 전환의 본질과 함께, 자회사 전환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무력화하는 악법도 드러냈다. 그중 핵심이 바로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원청 대체근로 허용이다. 현행법상 파업대체인력 투입은 분명 불법이다. 그러나 노동부 행정해석은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노조 파업에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한다. 이것은 하청노조 파업을 무력화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고, 결국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승리하지 못한 채 종료해야만 했다. 이는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이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투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일이다. 


    현재 수많은 하청노조와 자회사 노조가 대규모 사업장에서 핵심 공정들을 담당하고 있고, 파업의 위력은 강력하다. 이를 무력화해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을 차단하는 장치가 바로 원청 대체근로 허용이다.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노조법이 원청 대체근로를 존속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자회사 꼼수를 박살 내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는 핵심 수단이다. 


    원청자본에 맞선 투쟁 없이, 그 어떤 개선도 없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사업장들에서 자회사 제도는 덩치만 큰 하청회사임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원청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계약조건은 자회사가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임금과 노동조건 모두를 규정한다. 자회사 경영권을 틀어쥔 원청에게 자회사와의 값싼 계약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이렇게, 원청은 자회사 노동자들을 기존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와 하등 다르지 않게 합법적으로 초과 착취한다. 자회사 전환을 수용케 하는 미끼로 잠시 작은 당근을 준 뒤, 끊이지 않는 착취 강화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자회사는 법적 고용관계와 실질적인 사용관계를 분리해 간접고용을 은폐하는 장치일 뿐이다. 자회사로 전환된 사업장에서도 원청자본과의 투쟁 없이는 아무런 개선도 일어날 수 없는 이유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원청 대체근로 금지’는 덩치 큰 하청회사에 지나지 않는 자회사 체제를 박살 내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기 위한 핵심 무기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이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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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217일 파업을 전개한 톨게이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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