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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물가-임금연동제로 자본가들에게 물가폭등의 책임을 묻고, 모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자!

기사입력 2023.05.04 13:52 | 조회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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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임금연동제 요구는 한국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낯설다. 하지만 요즘처럼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는 상황에서, 물가-임금연동제는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치켜들어야 하는 절실한 요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5.0% 상승했다. 2009년 2월(5.2%) 이후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그 뒤 유가가 진정되면서 약간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7%, 근원물가상승률은 4.6%에 달한다. 정부가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물가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표면적인 물가인상률에 더해, 최근의 물가 상승을 공공요금 인상이 이끌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가난한 노동계급에게는 전체 생계비 중에서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 필수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점에서, 물가인상이 노동계급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물가 폭등, 노동자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

     

    이처럼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삶은 더욱 빈곤해진다. 물가 인상에 따라 명목임금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서, 실질임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명목임금이 3% 오르더라도, 물가인상률이 4% 이상이면 실질임금은 1% 이상 하락한다. 이것은 부당하다. 물가 폭등은 노동자들이 일으킨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천문학적 화폐공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이 초래한 공급망 위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독점자본가들의 상품가격 인상 조치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처럼 물가 폭등은 바로 자본가계급과 자본가 정부, 즉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것이다. 그 책임은 자본가계급이 져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그 책임을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2022년 상반기 유가가 폭등하자, 국내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1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였다. 이제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야 한다. 물가-임금연동제 요구는 바로 그런 필요 속에서 세계 노동자운동이 치켜든 요구였다. 


    물가-임금연동제를 둘러싼 투쟁


    물가-임금연동제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가인상률만큼 자동으로 임금이 인상되게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임금투쟁으로 획득한 성과를 물가가 인상돼도 지켜낼 수 있게 한다. 가령 협약임금인상률이 5%인데 물가가 5% 오른다면, 물가-임금연동제를 적용해 5%를 추가로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인상 투쟁의 성과를 온전히 지켜내면서, 임금을 실질적으로 인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세계의 노동자들은 물가인상 시기에 물가-임금연동제 요구를 내걸고 투쟁했고, 노동자 생존권을 지켜냈다. 1952년에 도입해 놓은 물가-임금연동제 덕분에, 1970년대부터 시작된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1968-1983년 사이 최저임금의 구매력은 130% 증가했고, 프랑스 노동자 평균임금도 50% 높아졌다. 신자유주의 대공세 시절, 프랑스 자본가계급이 제일 먼저 물가-임금연동제를 폐지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지금도 물가-임금 연동제는 보기 힘든 것이 아니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물가폭등 상황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물가-임금 연동제를 쟁취하고 있다. 작년 6월 캐나다 휘슬러 대중교통 운수노조는 물가 연동 임금제 도입을 관철하며 파업을 종료했다. 10월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반노조(BCGEU)와 병원노조(Hospital Employees’ Union)가 일반 임금 인상과 함께 물가 연동 생활비 인상안을 포함해 임단협을 체결했다. 미국에서는 농기계 제조회사 존 디어가 3개월마다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임금을 자동으로 높이기로 했다. 1921년 12월에는 켈로그 노동자들도 생활비연동조정(COLA) 규정이 포함된 단체협상안을 마련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5개월 동안 파업으로 2022년 9월 ‘물가상승률+10%’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2022년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90%에 이르렀지만, 임금이 100% 인상됨으로써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다면, 한국의 노동자들도 할 수 있다!


    물가-임금연동제와 전체 노동자계급 총단결


    물가-임금연동제를 시행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적 적용이다. 노동자는 물가-임금연동제의 국가적 시행을 강제해야 한다. 그래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기업 노동자든 중소기업 노동자든, 조직된 노동자든 미조직 노동자든 모든 노동자가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 특히 민주노조운동이 계급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미조직 노동자들과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 모두를 포괄해,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임금투쟁으로 전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저임금 30% 인상 요구와 함께, 물가-임금연동제 요구는 물가 폭등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 생존권을 지켜내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거머쥐기 위한 핵심 요구인 것이다.  


    물가-임금연동제 요구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단결해 투쟁하면 얼마든지 쟁취할 수 있다. 이미 세계의 많은 노동자가 물가-임금연동제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리조나, 콜로라도, 메인, 미네소타, 몬태나, 오하이오 등의 주가 최저임금을 물가에 연동해 자동으로 올리고 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당수 국가도 연금이나 최저임금을 물가와 연동해 자동으로 인상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은 물가인상률에 자동으로 연동되게 설계돼 있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등에서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물가-임금연동제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이 5개월 동안 파업으로 2022년 9월 ‘물가상승률+10%’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2022년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90%에 이르렀지만, 임금이 자동으로 100% 인상됨으로써 아르헨티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다면, 한국의 노동자들도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함께 대변하겠다는 결의로 단호하게 투쟁한다면, 물가-임금연동제의 국가적 시행을 충분히 강제할 수 있다! 


    물가-임금연동제가 자본가계급의 부담을 높이는 조치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 한 줌 착취자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계급이 희생당할 이유가 없다. 유일하게 정당한 요구는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최저임금 30% 인상과 함께, 물가-임금연동제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실현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확대 과세로 공공요금 안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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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9월 물가-임금연동제를 쟁취한 아르헨티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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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말 물가-임금연동제를 쟁취한 미국 켈로그(왼쪽), 존 디어(오른쪽)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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