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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 진짜 사장과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다

김요한, 백종성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3.04.21 10:58 | 조회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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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인상은 정말 일자리를 감소시키는가?


    매년 최저임금 결정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선전이 되풀이된다. 2022년에도 전경련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최대 16.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고양이 쥐 걱정한다더니, 자본가들은 실업보다는 저임금 일자리가 노동자들에게 더 낫다며 훈장질이다. 


    그러나 저들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일자리는 이미 한참 전에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실상은 다르다. 2018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에도 당시 고용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없었거나 오히려 일자리가 늘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수두룩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효과로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비중)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자본가들은 틈만 나면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폭을 감당하지 못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늘어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의 최저임금 미만율 하락은 역설적으로 자본의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충분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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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노동자와 알바노동자, ‘진짜 사장’의 임금인상 책임을 요구하자 


    한국 독점자본은 수직계열화된 원하청 구조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쌓는다. 독점자본은 납품단가 인하(CR, Cost Reduction) 등으로 하청노동자에 대한 최대한의 착취를 구조화한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하청노동자의 피땀이 원청 대자본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다. 진짜 사장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하도급 계약서 등 원하청 거래 관련 자료 일체가 공개되어야 하고,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자본가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 


    매출 80.5%를 본사로 재흡수, 편의점 산업이 드러내는 원청 대자본의 수탈


    ‘진짜 사장’, 즉 원청 대자본의 책임을 묻는 과제는 금속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최저임금 업종인 편의점을 살펴보자. 산자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중 편의점 실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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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총 매출은 1인 가구 증가 등 요인에 따라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편의점 수가 더 급격하게 늘었으며(인구 1억 2천만 명에 달하는 일본 편의점 개수가 약 5만 5천개다), 편의점 유통자본의 약탈적 이윤축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의점 자본은 매월 점포 매출 약 70%를 상품원가 명목으로 흡수하며, 판매이익 약 35%를 본사로 흡수한다. 편의점당 매출을 약 5천만원이라고 할 때 무려 4,025만원(80.5%)이 본사로 빨려가는 구조다. 자영업자는 남은 975만원으로 임차료, 인건비, 전기료 등을 충당한다. 이런 약탈적 이윤축적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때문에 영세자영업자가 망한다는 주장은 파렴치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편의점 원청 대자본이 편의점 노동자 임금 절반을 지불해도 매출 6%에 불과 


    편의점 업계를 지배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2022년 영업이익은 도합 5,041억원에 달한다. 진짜 사장, 편의점 대자본의 이윤을 줄여야 한다. 상상해 보자. 만일 편의점 대자본이 편의점 노동자 임금 50%를 지불한다면 어떨까? 작년 6월 30일 편의점주협의회의 입장에 따르면, 2023년 최저임금으로 평일 2명, 주말 3명을 고용할 때 인건비는 591만원이라고 한다. 과장된 수치이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도 약 1,300억원에 불과하다. 월 2조 2천억원, 연간 26조원을 넘는 편의점 매출의 6% 남짓이다. 이제, 진짜 사장 책임을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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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영화 <카트>

     

    한계기업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한가?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자본가들의 엄살은 2023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실제로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은 2017년 3,111개에서 2021년 3,572개로 15% 급증했다. 얼핏 보면 이런 기업들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경제위기 국면에는 저임금 노동자 스스로가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는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정당하다. 인간으로서 생활조건을 방어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동원해 자본가 살리기에 나섰다. IMF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이자비용 79조원 포함 248조원에 달한다. 이것이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제 노동자 살리기에 나서라고, 그 재원은 독점자본의 초과이윤과 불로소득자 소득을 징발해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한계기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써야 한다. 또한 보건의료, 노인요양, 보육, 장애인 활동지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남는 게 없다’는 자본가들에게, ‘모든 기업에서 회계장부를 포함한 전체 영업비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2021년 기준 858,566개에 이르는 영리법인 중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는 외부감사대상 법인은 고작 33,250개, 3.8%에 불과하다. 또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라 하더라도 편법 상속, 심지어 노동자해고를 위한 회계 조작은 비일비재하다. 최저임금 수십, 수백 배를 챙기는 경영진 급여를 제한함은 물론 업무추진비, 접대비, 기밀비 명목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빼돌리는 자본가들의 기만을 드러내자. 


    역설적으로 경제위기는 모든 모순을 집약해 보여준다. 즉 자본의 이윤이 우선인가, 아니면 노동자들의 삶이 우선인가 하는 것 말이다. 사회는 충분한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지 이윤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사회적 노동생산물이 폐기된다. 이것이 경제위기의 실체다. 이 모순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살기 위한 요구가 자본의 질서와 양립할 수 없다면, 자본의 질서를 정면에서 공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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