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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모임 이재백 동지

"모든 발전소 원하청 노동자가 하나의 힘으로 싸워야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다"

기사입력 2023.04.13 15:23 |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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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모임(이하 정태모)’은 2022년 9월 기후정의행동 시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을 계기로 출범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태모 이재백 동지를 만나 그간 활동, 에너지 요금인상을 둘러싼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 내 논쟁, 발전산업 통합국유화를 주장하는 이유와 정의로운 전환을 보는 시각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태모는 2022년 9월 기후정의행동 당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노동자 공동선언’ 활동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태모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2022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설명해 달라.


    석탄발전소 폐쇄가 예정되어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 진정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폐쇄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력용 집회가 아니라 발전소 노동자의 힘을 현장에서부터 끌어내고 넓혀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전소 내 모든 노동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정태모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출범 후 2주에 한 번 점심시간에 모여 기후위기에 관한 학습을 하고 실천과제를 토론했다. 또 매월 1회 정태모 소식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동자의 목소리 - 발전노동자>를 발행하고 출근선전전을 실천했다. 2월 초에는 태안화력노동자를 대상으로 토론회를 조직했고 24명의 동지가 참여해서 향후 활동에 대해 진지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3월 17일에는 태안 군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했다. 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고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군민 대상 설문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조파괴로 민주노총 발전산업노조가 소수노조가 된 이후, 활동가들은 현장 활동을 거의 전개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태모의 활동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정태모 내에는 여러 경향이 존재하며 추구하는 세부 목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단일한 지향을 가지는 활동가 모임이 아니라 원하청 노조별로 간부들이 모인 연대체 성격이다 보니, 서로의 입장과 방향 차이를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태모의 발전에 있어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초기인 만큼 발전 전망에 관해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414 기후정의 파업 조직위 내에서 전기 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을 통한 수요 감축론, 공기업 적자에 대한 입장차도 확인되었다. 이에 대한 정태모의 입장, 그리고 발전노동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


    정태모 소식지 4호에서 밝힌 것처럼, 전기는 필수재 성격이다. 노동자 민중이 요금이 비싸서 냉난방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전의 적자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한다면, 이는 값싼 산업용 전기와 에너지 위기로 폭리를 쌓는 민간 발전자본 등 전기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어야 한다. 재벌과 민간발전이 누리는 부당한 혜택을 바로 잡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 인상을 논해서는 안 된다. 


    기후정의운동은 일부 선각자들의 운동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기후정의운동이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하는 대중운동을 지향한다면, 자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중에게 책임을 묻는 대책은 떠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


    발전노조는 발전소 통합국유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에 관한 구체적 사업과 논의 내용이 있는가?


    5개 발전공기업 통합 혹은 한전으로의 재통합은 2001년 발전사가 한전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한 임단협 요구다. 


    이를 제기하는 이유는 첫째로 발전소 재통합이 민영화, 그리고 ‘은밀한 민영화’에 저항하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발전소 매각 방침에 맞선 노동자 파업으로, 우리는 발전소가 통째로 팔리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국가와 자본은 발전산업을 서서히 잠식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소위 스텔스 민영화다. 겉으로는 공공부문 발전소인데, 속을 뜯어보면 민간자본이 발전소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분할된 발전공기업들은 발전소간 경쟁체제 속에서 이윤을 늘리기 위해 공정을 민간 자본에 외주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공기업은 껍데기만 남고, 사실상 민간 발전자본이 발전소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맞서 싸우자는 요구가 발전소 통합국유화다.  


    둘째, 현재와 같은 각 발전소 경쟁체제가 일터를 더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위에서 언급한 은밀한 민영화와 직결되어 있다. 김용균이 속했던 태안화력 외주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최대 주주는 ‘칼리스타’라는 사모펀드 회사였다. 태안화력 1~8호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최대 주주는 ‘한국자유총연맹’이었다. 외주 자본은 당연히 최대의 이윤을 올리려고 한다. 필연적으로 발전소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작업환경은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발전소를 조각조각 쪼갰고,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했다. 발전산업 경쟁체제 속에 각 발전공기업들에게는 단기 이윤이 지상목표가 된 결과 발전소는 더 위험한 곳이 된 것이다. 


    셋째로 발전소들이 쪼개지면서 정부 말처럼 산업이 ‘효율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낭비적 지출만 커졌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본사 관리인력이 늘었고 석탄 구매 등에 있어 한전 당시의 일괄 구매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한다. 5개 발전사가 경쟁해 구매하다 보니 석탄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입해야할 비용, 국가책임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할 자원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분할 매각이 노동자 파업과 전 민중적 반대로 중단된 후, 노동자들은 통합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일부 정권 차원의 논의로까지 검토된 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투쟁으로 쟁취해야할 목표이다. 


    나_김용균은_화력발전소에서_석탄설비를_운전하는_비정규직_노동자입니다.jpg

     

    운동진영 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경영참여와 민관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흐름이 상대적 다수인 것으로 보이며,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가 준비하는 법안 역시 이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거버넌스는 갈등이 우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노사민정이 제도적 틀 내에서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해결하자는 것인데, 지금 노동자가 어떤 것을 양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당장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을 보면, 정말 노골적으로 자본을 위한 산업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정부와 자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자는 것보다는 나으니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장노동자의 힘이 없는 상태로 노동자 대표가 참여한다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물론 때로 아주 부분적인 문제에 대해 자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조금 나은 결정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정권과 자본은 산업전환을 둘러싼 노동자 투쟁 전체를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협상 자리가 필요하다고 치자. 그런 협상 자리는 투쟁에 따라 얼마건 만들어진다. 투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완강한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면 제발 좀 보자고 갖가지 경로로 협상을 요청하는 것이 정부와 자본이다. 


    심지어 거버넌스 구성 자체도 노동자에게 불리하다. 노동자는 여러 부문의 대표 중 일부로 참여할 것이고 노동자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 속출할 것이다. 노동자는 거버너스 참여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 정부와 직접 교섭을 강제하여야 한다. 


    2022년 9월 당시 공동선언을 조직했다. 이번 414 기후정의파업 관련 정태모가 진행한 사업을 설명해달라.


    발전노동자 414기후정의파업 참가선언을 했다. 3월 31일 기후정의동맹 집행부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414기후정의파업 참가 선언서를 작성했다. 4월 11일에는 발전노동자 414기후정의파업 참가선언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기자회견 당일 40여 명의 정태모 동지가 참여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고 마이크도 고장 나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힘 있게 414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이외에도 정태모와 같은 흐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소개 바란다.


    2월 9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태안화력노동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여러 제안을 했고 그중 하나가 정태모와 같은 조직을 다른 발전소로 확산하자는 것이었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야 하는 만큼 전국 모든 발전소 원하청 노동자가 하나의 힘으로 싸워야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보령화력과 당진화력 등 태안 인근의 발전소부터 제안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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