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인터뷰] 여성은 불혹이 되면 비정규직이 됩니다 - 덕성여대분회 홍미라 사무장

[덕성여대분회 청소노동자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3.03.29 10:44 | 조회 273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편집자] 

    시급 400원 인상 투쟁을 1년 가까이 지속해온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며 새봄을 맞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봄 선전전을 시작해 10월 4일부터는 대학본부 점거농성과 파업, 집회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 3.8 국제 여성의 날에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와 최저임금 30% 인상을 걸고 여성파업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며 졸업생들은 물론 700명이 넘는 페미니스트들이 지지 연서명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겨우 1년여 만에 대화의 창구가 열렸지만, 총장이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총장은 학교 재정이 어렵다고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면서도 자신의 업무추진비는 700만 원이나 증액한 인물이다. 업무추진비도 아니고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시급 400원(하루 3,200원, 월 83,600원) 인상안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액(44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총장이 시급 인상을 거부한 결과는 덕성뿐 아니라 집단교섭 중인 13개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해당 학교 중에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는 시급 400원 인상이 왜 덕성여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절박한 요구인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접 들었다.

     


    홍미라.jpg

     

    여성 청소노동자, 홍미라


    “숙였다 폈다 하니까 오른쪽 어깨와 허리가 늘 아파요. 그러다 보통 일 년에 한 번씩은 어깨나 허리 통증 치료를 받죠. 시술을 받은 적도 있고, 체외충격파라고 물리치료를 받는데 한 번 가면 나을 때까지 다녀요. 그러고 나면 20~30여 만 원이 나가죠. 다행히 실손보험에 들어있어서 이걸로 충당하지만, 실손만 한 달에 약 9만 원이 나가니까 적은 액수는 아니죠. 하지만 더 많이 내는 사람도 있어요. 고지혈증 약을 복용한 지 몇 년 됐고, 무릎 관절 건강보조식품도 먹어요.”


    올해로 10년째 청소노동을 하는 홍미라 덕성여대분회 사무장. 그는 35명의 조합원을 이끄는 집행부 중 한 명이다. 청소노동은 세월과 함께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훤해졌지만, 해가 갈수록 쑤시고 절린 마디마디에도 배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최저임금 수준인 임금뿐이다. 그런 그의 생애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가 겪는 모순을 증거한다.


    홍미라 사무장은 올해로 61세 환갑이다. 하지만 그의 하루는 늘 깜깜한 새벽부터 시작한다. 출근 시간은 8시지만, 최소 30분은 일찍 출근해 미리 준비를 해둬야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식구들 아침까지 챙기려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도 그는 평균 64.7세인 조합원들에 비하면 젊은 축이다. 


    그런 홍미라 사무장은 중고령 여성 노동자의 삶을 대표한다. 실제로 지난해 60~64세 여성 고용률은 62.6%로 5명 중 3명이 직장에서 일했다. 60세 이상 노동자가 10년 새 2배 증가했으니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밑바닥 수준이다. 2021년 60세 이상 여성 월 임금총액은 1,986,000원으로 최저임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월 임금총액에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더구나 60세 이상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79.5%(전체 평균 71.3%)이다. 고령자 1인당 진료비 본인부담금은 약 110만 원(2020년 기준)인데, 그 역시 비슷한 비용을 지출한다. 


    임금과 노동조건이 형편없어도 그의 노동이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 5시까지 매주 40시간 동안 계속되는 그의 노동에는 자부심과 애정이 서려 있다. 먼지를 훔치고 거미줄을 없애거나 유리창이나 건물 바닥을 닦고 쓸 때는 힘이 들어도 해치우고나면 썩 만족스럽다. 청소노동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체육관은 학생이 많지 않지만, 강의실이 많은 곳은 화장실만 해도 손이 많이 간다. 수시로 세면대나 바닥의 물기를 닦고 쓰레기를 치워야 하니까. 개강하면 하루에도 학생들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몇 차례씩 휴지통을 비워준다. 실내는 기름걸레로 밀고도 마포걸레로 또 닦는다. 한 사람이 평균 703평을 청소하니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대청소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집중적으로 일을 할 때는 허리보호대를 착용할 때가 많다. 언제 무거운 것을 들지 모르니까 늘 허리보호대를 차고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경력단절과 비정규직


    홍미라 사무장 역시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요즘에도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전체 여성 노동자의 43.2%나 되지만, 그의 경력단절의 사유도 육아였다. 면사포를 머리에 이면 직장을 떠나야 하던 시절이었고, 그 역시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 회사에서 50대에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 역시 일자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니까 돈도 더 필요했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일자리는 결혼 전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많은 여성처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이 된 것이다. 이를테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기준 경력단절 후 첫 번째 일자리의 종사상 지위 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상용 근로자(정규직) 규모는 83.4%에서 경력단절 후 55.0%로 떨어졌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월 임금은 191만 5천 원으로 이전 임금(218만 5천 원)의 87.6% 수준에 그쳤다. 


    홍미라 사무장도 그렇게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맴돌았다. 외국계 속옷회사 물류창고에서 검품을 1년 반 정도 했고, 정수기 회사에서 영업 판매도 한 8년 했다. 영업이 제일 힘들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보험보다는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까 결국 성과 압박 때문에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가정에서도 육아와 가사로 쉼 없이 일했는데, 그 결과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만 하다. 덕성여대에서 들어온 건 청소노동을 하던 친구의 소개를 받은 2013년 9월이었다. 


    노동조합 활동


    그렇게 시작된 청소노동을 10년째 해나가며 홍미라 사무장은 노동조합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됐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청소노동이 제일 밑바닥 취급을 받고, 전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지만, 노조가 있어서 권리를 말할 수 있고, 소리 낼 수 있고, 그래서 당당해졌다고 생각한다. 남편도 집회에 왜 나가냐고 하지 않는다. 그 역시 명예퇴직한 뒤에는 비정규직이어서 그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은 늘 쉽지 않았다. 시급 400원 인상 투쟁을 하면서도 앞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되게 힘들었다. 이렇게 긴 투쟁은 처음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이렇게 낮은지도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의 말처럼, 2022년 기준 노동조합 가입률은 12.8%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의 경우에는 5.5%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없다면, 사장이 제왕적 권한을 누리는 종속관계 속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사무장은 모든 일터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노조가 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시급 400원 인상 투쟁,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


    홍미라 사무장에게 시급 400원 인상은 당연한 문제다. 그런 그는 난방비만 30% 이상 오르지 않았냐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콩나물, 파, 라면 안 오른 것이 없다. 정말이지 월급만 그대로다. 그런 그에게 시급 400원 인상은 최소한의 권리다. 더구나 덕성여대 직원의 호봉은 올라가는데 청소노동자들 임금만 제자리인 게 불만이다. 지금 그는 한 달에 185만 원 정도를 버는데 그나마 남편과 함께 둘이 같이 버니까 버틸 수 있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그저 막연하다고 한다. 


    홍미라 사무장이 보기에 가사노동과 청소노동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는 옛날부터 여성이 집에서 하는 가사노동은 인정을 받지 못했지 않느냐고 말한다. 더 많은 노동을 여성이 하지만 사회의 편견 때문에 제대로 된 값어치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임금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말이다. 집안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청소 노동도 그래서 저임금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노동자가 없으면 깨끗하게 생활할 권리를 다 침해받는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청소노동자들이 더욱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학생들에게는 파업을 하면서 불편을 끼쳐 미안했지만, 학생들도 나가면 다 노동자가 되니까 노동자들이 왜 파업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런 홍미라 사무장은 오늘도 조합원들과 함께 400원 시급 인상 투쟁 승리를 꿈꾼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청소노동자의 가치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한 싸움이기에 힘들더라도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길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티는 총장을 넘어서지 못하면 후퇴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둘레길을 같이 조합원들과 걸었죠. 시급 400원 인상 투쟁도 청소 노동자이자 여성인 우리가 함께 걷는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발걸음이 계속 이어져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노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을 고대하며 계속 꿋꿋이 걸어갈 겁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