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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2·3조개정 현장기고] 다시,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향한 투쟁을 시작하자

김형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장)
기사입력 2023.03.17 19:03 | 조회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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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여름, 그 뜨겁던 날들과 억눌려 왔던 하청노동자들의 분노 섞인 외침들이 아직도 귓가에 들린다. 임금 30% 인상, 아니 빼앗긴 임금을 되돌려 달라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 임금 30%를 빼앗는 것은 가능하지만 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현실. 그것이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이고 세상을 바꾸자고 말하는 이유이다. 


    51일간의 가열찬 파업에 대한 지지와 응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합의했다. 지지만으로 긴 투쟁을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다. 너무나 부족한 잠정합의안으로 조합원 투표를 하던 그날의 수치스러움도, 눈물 흘리던 조합원들의 얼굴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부족한 합의마저 이행되지 않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 참담함은 내게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품게 했다. 


    모든 집회와 회의록에는 우리가 외쳤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구호가 기록되고 외쳐졌지만, 그 모든 집회를 보면서 나는 이대로라면 ‘이대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합의이행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거쳐, 9월 14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거통고 투쟁이 만든 사회적 공분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모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실행되지 않았다. 추운 겨울 우리는 국회 앞에서 배고픔을 참는 투쟁을 넘어 현장과 지역으로 싸움을 확장시키지 못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운동본부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청원까지 했다. 그러나 2월 15일 개정안이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되자마자 민주노총을 시작으로 전선이 흔들리고 말았다. “수모를 잊지 말자”고 외쳤지만, 그 수모는 배제되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수모였지 모든 노동자의 수모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부 비판을 제외하면, 누구 하나 원통하게 눈물 흘리는 사람 없이 개정의 의미와 성과를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률적 성취보다 한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온전한 법 개정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손배가압류 철폐가 아니라, 조합원별 책임에 따라 부담액을 정하도록 하는 법률을 ‘개정안’이라고 부르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내려지는 손배가압류의 고통 또한 더 커질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낸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정세에서, 온전한 법 개정을 쟁취해내지 못한다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한층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적과 손 맞잡으며 환하게 웃는 거간꾼들의 얼굴에 침을 뱉고, 적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상태를 냉철하고 가감 없이 인정하며, 다시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향해 나서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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