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웰리브지회 여성 노동자들의 사이와 간격을 잇는 연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옷 나누기 바자회”를 돌아보며

김정열(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3.02.27 12:06 | 조회 386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3·8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인 웰리브지회의 뜻 깊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월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웰리브지회는 대우조선 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옷 나누기 바자회”를 진행했다. 


    먼저, 웰리브지회는 대우조선의 모든 복지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며 전체의 약 70%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 사업장 대부분이 그러하듯, 웰리브 노동자들 또한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탄압받고 착취당해왔다. 급식, 작업복 세탁, 샤워실과 건물 청소 등 세분된 업무로 단결하기 어려운 조건, ‘고객만족’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착취는 웰리브 노동자들을 유령처럼 숨죽여 살아가게 만들었다.


    그러던 2018년 5월 27일, 웰리브 노동자들이 인간해방을 외치며 금속노조 깃발을 세웠다. 4개월 뒤에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파업가를 부르며 급식파업을 전개해 대우조선 생산에 타격을 가했다. 필자 또한 역사적인 투쟁에 연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웰리브파업.jpeg

    ▲ 18년 9월 11일, 16일 웰리브지회 총파업    출처: 김정열


    그러나 역사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반격에 조직력은 무너졌다. 분노를 모아내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를 유지하고 나아갈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2022년 7월, 건강권 보장활동을 기점으로 길어진 침체기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노동자 계급성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했다. 문제는 직종이 너무 광범위해 전체 조합원 교육을 배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웰리브지회 지회장 동지의 고민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옷 나누기 바자회”는 조합원 참여를 이끌고, 계급적 연대를 확대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었다. 실제 사업은 단순했다. 옷, 가방, 액세서리 등 조합원 동지들의 물품을 기부받아 대우조선 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1천원에 판매하고 수익금을 관내 장애인 및 미혼모 시설에 지원하는 연대사업이다. 이에 지회장 동지는 현장을 순회하며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했고, 2주 동안 2천 점이 넘는 물품이 기부될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뒤따랐다.

     

    공존프로젝트.jpeg

     

    23년 1월 14일(토), 행사 일자가 정해지고 번역 작업, 플래카드 및 홍보물 부착 등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행사 전날에는 지회장 동지와 사내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방문해 홍보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바자회 내용을 알고 있었다. 


    플래카드.png

    ▲ 대우조선 이주노동자 기숙사 앞 플래카드 

     

    연대사업으로 고용허가제 폐지, 미얀마 민중항쟁 지지 캠페인을 같이 준비했다. 이는 10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 친구들과 계급적 연대를 고민한 결과이자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간접 교육이기도 했다. 

     

    행사장사진.jpeg

    ▲ 23년 1월 14일 바자회 행사장 사진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대우조선 내 이주노동자 약 7백 명 중 4백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연대 사진 찍기, 권리 찾기 명함 배포 등 연대활동을 진행했고, 바자회 또한 덤으로 준 물품이 많았음에도 약 7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한 정도로 많은 이주노동자가 함께했다. 수익금은 조금 더 보태어 장애인과 미혼모 보호시설에 지원 했는데, 노동조합의 사회적 연대에 정말 고맙다는 답변을 받고 부끄러웠다는 지회장 동지의 소회다.


    이처럼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옷 나누기 바자회”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 지역사회 연대,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혐오에 저항하는 투쟁이라는 내용이 한데 함축된 사업이다. 물론 어느 하나 깊이 다루고 연속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작게나마 조합주의를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파업가’ 가사처럼, 다시 거제에서 구로까지! 임단협 투쟁에 매몰되지 않고 계급적 투쟁을 고민한 웰리브지회의 연대, 그 중심에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