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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 심의과정에서 폐기됐다. 극우 대통령의 등장에 위축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간 노동자·민중이 거둔 첫 승리다. (참고: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옴니버스 법안, 빈껍데기로 전락하자 자진 철회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곧바로 일련의 ‘충격요법’ 조치들을 단행했다. 12월 12일에는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이 담긴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했다. 12월 20일에는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면서 옴니버스 법안의 절반 정도를 포기하고 300여 개 조항으로 추려냈다. 2월 2일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찬반투표가 가결됐을 때, 밀레이 정부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2월 6일 옴니버스 법안의 각 조항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공기업 사유화 등 핵심 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면서 옴니버스 법안은 빈껍데기가 되어갔다. 결국 집권 자유진보당(Libertad Avanza)이 법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이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게 이해될 때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옴니버스 법안이 폐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정부가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의 압력으로 하원의원 다수가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밀레이의 패배는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개혁을 하나의 거대 법안에 담아내려 했던 게 실패 요인’이며 ‘밀레이 정부가 정치 전략을 재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을 해외 언론들에 전했다. JP 모건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페레이라는 “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전례 없는 사건인데, 정부가 첫 번째 입법을 거부당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우 대통령에 맞선 첫 전투 -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그런데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가한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 직후부터 ‘충격요법’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취임 10일 차인 12월 20일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발동을 건 것은 노동조합총연맹 공식 지도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가 ‘공세를 완화하기 위한 교섭테이블 모색’이나 ‘다음 선거를 통한 심판’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등 좌파전선(FIT-U)에 결집한 혁명적 좌파 정치세력이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를 추동해 2만 명의 도심 시위를 조직해 내면서 투쟁의 물꼬를 텄다. 아래로부터 촉발된 도심 시위는 밀레이 정부의 도로점거 시위 금지령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매일 같이 이어졌다. 밤에는 각 지역마다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벌이면서 2001년 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총파업을 소집하라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밀려오자, 마침내 12월 28일 최대 노총 CGT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24일 3대 노총이 주도하고 150만 명이 참여한 위력적인 총파업이 전개됐다. 총파업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여성조직, 문화단체, 사회단체, 은퇴자 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연일 폭염 속에서도 의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난사하고 때때로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밤에는 다시 각 지역마다 집회를 열고 카세롤라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상당수 지역 집회는 참가자들이 민주적 토론을 진행하는 자발적 총회 형식을 띠었다. 노동조합총연맹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결정타를 날릴 잠재적 가능성으로 밀레이 정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좌파전선 소속 하원의원 다섯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들은 매일 가두시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면서, 가두시위가 가하는 압력을 의회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시위대 맨 앞에서 최루탄을 뒤집어쓴 뒤 의회로 달려가 “누가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지 대중 앞에 다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257명의 하원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중투쟁과 그 압력을 의회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좌파전선 의원단의 활약은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다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밀레이 정부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 (PTS, 좌파전선 소속)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은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치른 첫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경제위기가 잦은가? 2024년 1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월 대비 20.6%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4.2% 상승이다. 물가가 공식 수치로 5%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250%를 훌쩍 넘겨 버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가가 ‘아르헨티나’ 얘기라고 하면 으레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냐?’ 하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졌고 그래서 한때는 선진국 소리까지 들었다지만 포퓰리즘의 퍼주는 정치를 하다가 경제가 망해버린 대표적인 나라.’ 그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이미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이 보인다. 경제가 그렇게 망가졌다는데도 그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였고, 뒤이은 비정규직화였다. 그렇게 해서 구축된 고강도 초과착취 시스템 덕분에 삼성·현대·SK·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그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노동귀족’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약진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또 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언제까지고 약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 있다면, 바로 ‘불균등발전의 법칙’이다. 어떤 기업, 어떤 국가도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다시 어떻게 될까? ‘노동귀족’ 소리를 듣던 정규직의 삶은?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은? 2001년 아르헨티나는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거대한 규모의 민중항쟁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고, 그 뒤로 들어선 임시대통령이 2주일 사이에 세 명이나 줄줄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결국 자본가 정치세력들 가운데 가장 덜 공격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페론주의 좌파,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키르치네르주의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대다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에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종속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라는 걸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수준을 대폭 강화해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 조성된 계급역관계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에 지친 대중은 누군가 어떤 마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우인사 밀레이를 선택했다. 밀레이가 부리려는 마법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에서 밀레이는 패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밀레이를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는 옴니버스 법안을 비롯한 그의 ‘충격요법’을 실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밀레이를 지지한다고 한다. 밀레이가 마법을 부려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마법이 나의 권리를 박탈하는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이겠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노동자·민중에게도 아주 고통스럽다. 자본의 위기 전가를 어느 정도 막아낼 힘은 있지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힘은 아직 없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 의원단을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의원단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이 수만 명의 대중투쟁을 직접 주도해 나갈 정도의 힘은 있지만, 아직 거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력은 페론주의 세력에게 강고하게 장악돼 있다. 어쨌든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그저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막아낼 정도의 힘을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나라다. 또 하나.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여성파업을 조직해 낸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는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라는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기괴한 극우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별난 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밀어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던지는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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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1월 24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참여하는 12시간 총파업이 전개됐다. 대선 과정에서 온갖 기괴한 공약들을 내세웠던 극우 인사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45일 만이었다. 노동자총동맹(CGT), 자치노동자연합(CTA-A), 노동자연합(CTA-T) 등 3대 노총이 주도한 이날 총파업에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대중경제노동자연합(UTEP), 사회운동 단체들, 문화단체들, 스포츠단체들, 좌파 정당 및 정치조직들까지 광범하게 참여했다. 우파 정권 시절인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다시 조직된 이날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 정책들을 철회하라는 것, 특히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극우 정권의 초긴축 공격에 맞서 100년 넘게 투쟁으로 쌓아 올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1월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총파업 시위대 (사진:CTA-A) 밀레이 극우정권의 출범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은 물가상승률이 150~180%에 이르러 임금의 실질 구매력이 턱도 없이 깎여나가고 빈곤율이 40%를 넘어서는 파국적 상황에서 펼쳐졌다. 밀레이는 자국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겠다는 허황된 물가안정 대책과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 발린 약속으로,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상당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특권층’의 한 축인 전통적인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은 밀레이는 강력한 우파 세력을 품에 안은 극우정권을 탄생시켰다.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우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을 치안부·재무부·국방부 등 요직 장관에 임명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1차 투표 때 3위를 했던 빠뜨리샤 불리치가 치안부 장관이 됐다. 동시에 18개 부처 가운데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사회개발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 9개를 폐지했다. 밀레이는 자신의 초긴축 정책이 불러올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겨냥해서 취임 연설에서부터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에게는 사회보조금 수령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협박했다. 치안부 장관은 시위 주최 단체에게 경찰의 진압 경비를 부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12일, 밀레이는 ‘경제비상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GDP 5% 수준인 재정적자를 0%로 만들겠다며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의 나머지 모든 항목 동결을 발표했다. 또한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자국 페소화를 달러화 대비 54% 평가절하했다.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12월 20일, 밀레이는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한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12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메가 대통령령’은 노동권 관련해서 △미등록 고용에 대한 벌금·처벌 폐지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필수부문(의료·교육·수도·가스·전기·항공·통신 등)은 파업시 75% 업무유지 △중요부문(운송·식품가공·물류·광산·우편 등)은 파업시 50% 업무유지 △파업 도중 작업장점거·출입봉쇄·기물파손하면 해고 △사업장 단위 조합비 자동공제를 개별 동의로 변경 △기존에 노조가 운영하던 조합원 의료보험에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임대차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시행돼 오던 임대차 기간 3년 보장과 임대료 인상 제한 폐지 △미국 달러로 임대료 납부 요구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도 폐지했다. 리튬채굴 등을 위한 외국인 토지매입도 전면 허용했다. ‘메가 대통령령’은 1994년부터 실행돼 온 헌법상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인데, 그동안 하나의 대통령령으로 이렇게 수많은 법률을 무력화하고 정책을 변경한 경우는 없었다. ‘메가 대통령령’은 상하 양원 모두 거부하거나 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는 한 효력이 유지된다. 현재까지 1월 3일 연방노동항소법원이 △수습 기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해고시 보상 삭감 △출산휴가 축소 등에 대해서만 시행 중단을 판결한 상태다. 공화당을 포함한 밀레이 세력은 하원의 경우 257석 가운데 79석만을 갖고 있지만 상원의 경우 72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만 본다면 ‘메가 대통령령’의 대부분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27일, 밀레이는 광범한 영역에 걸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워낙 그 내용이 많아 현지에서도 온전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에는 △국내외 미신고 자산 등록시 중과세 면제 △비례대표제 폐지와 소선거구제 도입 △치안부 장관에게 시위제한 명령권 부여 △‘불법’ 시위에 대한 징역형 대폭 상향 △법률에서 ‘젠더 폭력’ 표현을 ‘가족 간 폭력’으로 대체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을 2025년까지 대통령에게 이양 등이 포함돼 있다.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메가 대통령령’과 결합된 ‘옴니버스 법안’을 “노동자계급이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과 성과들을 다 쓸어버리려는 공격”이자 “시위와 파업의 권리마저 제한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충격요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려는 듯, 밀레이는 연말을 맞으며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 5천 명의 계약연장을 거부하여 전격 해고했다. 초긴축 정책의 계급적 본질 밀레이는 획기적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지만, 그의 취임 이후 오히려 물가가 더욱 급등했다.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페소화 평가절하,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 폐지 등 물가의 고삐를 푸는 조치들을 줄줄이 취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취임 이후 며칠 만에 휘발유 가격이 60%, 식료품 가격이 50% 급등했다. 12월 물가가 전월 대비 25.5% 치솟으면서 2023년 전체 물가상승률이 211.4%를 기록했다. 교통보조금 삭감이 적용되는 1월부터는 대중교통 요금이 3배로 폭등했다. 12월 20일 ‘메가 대통령령’과 함께 가격통제가 사라지자, 바로 다음날 보험사들의 의료보험료가 일괄 40% 인상됐고, 30일 만에 식품·의약품·연료 가격이 100% 상승했다. 그 사이 임금의 구매력은 2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에게서 자본가계급에게로 그만큼의 소득이전이 발생했음을 뜻했다. 밀레이는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그의 정권은 ‘특권층’을 중추로 하여 구성됐고, 그의 ‘충격요법’ 정책들은 자본가계급에게 보내는 선물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제 금융자본과 광산·석유 대자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리튬 자원에 눈독을 들여 온 일론 머스크는 마음껏 리튬을 채굴해 갈 기회가 열리려 하자 밀레이를 크게 칭송하고 있다. 밀레이는 가자지구 학살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수시로 이스라엘 국기를 자기 몸에 휘두르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학살정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권과, 2019년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권의 뒤를 따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도 공언한다. 반면 자신이 ‘공산주의’로 규정해 온 중국과 브라질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는 가입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밀레이가 보여준 일련의 정책들에 흡족해 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10일 아르헨티나에 47억 달러 추가대출을 결정했다. 이는 2018년 아르헨티나와 체결했던 총 440억 달러 대출프로그램의 일환인데, 한동안 동결돼 있던 추가대출을 재개하면서 일부 조기대출까지 덧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출금에는 2024년 말까지 GDP 2% 수준의 재정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가혹한 조건이 붙어 있다. 밀레이 정권은 △한시적 수출입세 인상 △에너지·교통보조금 축소 △주 정부와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사회기반시설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와 같은 대출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피땀을 갈아 넣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저항의 물꼬를 트다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쟁이 시작된 날은 12월 20일이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 그리고 ‘좌파전선’1)이 함께 주최하는 시위가 열려 2만 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이 도로점거 시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엄벌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이날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며 차도로 나아간 뒤 대통령궁 앞에 위치한 ‘5월 광장’을 장악하고 새벽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밀레이가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5월 광장과 의회 앞으로 몰려나와 새벽까지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전개했다. 비슷한 상황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여러 지역과 지방 대도시들에서도 전개됐다. 경찰은 어떻게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1) ‘좌파전선’(FIT-U)은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노동자당(PO),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 등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로 구성된 공동 선거기구이자 공동 투쟁체이다. ‘좌파전선’은 혁명적 강령과 대중투쟁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섯 명의 하원 의원을 갖고 있다. 의회에서 혁명적 입장을 제기하는 이 의원들은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받고 나머지 급여를 투쟁기금으로 내며, 투쟁현장에서 최선두에 선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들을 의회에서 제거하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좌파전선’은 2023년 하반기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2.7%와 3.3%를 득표했다. 이후 매일같이 간호사, 타이어산업 노동자, 실업자, 공무원 등이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최대 노총 CGT와 좀 더 전투적인 CTA에게 총파업에 나서라는 호소와 압력이 빗발쳤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을 발표한 12월 27일 CGT 주최로 시위가 열렸다. 원래 CGT 지도부는 ‘메가 대통령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을 향해 인도로 행진하는 작은 시위를 계획했는데, 2만 명이 몰려나와 법원 앞 광장과 차도를 가득 메워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밀린 CGT는 결국 다음날 다른 노총들과 함께 1월 24일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파업 계획이 발표되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 정부 취임 18일 만에 ‘역사상 가장 빠른 반정부 파업’을 발표했다”면서 비판에 나섰다. 자본가단체들은 “밀레이 정권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레이 정권은 “나는 파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총파업을 좌절시키려는 캠페인에 나섰다. 반면 좌파전선과 전투적인 노조들은 모든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 속에서,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총파업을 조직해 나가자고 결의하고 호소했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보여준 총파업 150만 명이 참여한 1월 24일의 총파업은 누가 이 세상이 굴러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노동자들은 수도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도로점거 시위를 엄벌하겠다는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의 엄포를 묵사발 냈다. 밀레이 정권의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을 반드시 분쇄하겠다는 요구를 앞세우고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지역조직들, 좌파조직들이 함께 행진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노동조합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 등으로 구성된 10만 명 이상의 군중이 의회 광장 주변으로 운집하면서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는 조종사들을 필두로 항공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300편이 넘는 비행편이 모두 취소됐다. 항공노동자들은 밀레이가 추진하는 국영항공사의 사유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 트럭기사, 인쇄, 은행 부문도 파업에 강하게 동참했다. 버스와 지하철은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수도를 둘러싼 광역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에서는 제조업 파업이 힘차게 펼쳐졌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파업이 매우 강력했다. 90초마다 차량을 생산하던 도요타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다. 포드에서도 생산이 마비됐다. 폭스바겐은 휴가 중이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금속부문과 식료부문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7시간을 추가해 19시간 파업을 벌였다. 통신사 건물도 거의 텅 비었고, 병원은 응급실만 운영됐다. 그러나 이날 총파업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이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나서면서 파업의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버스와 지하철이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갔다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위 규모도 훨씬 늘릴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 안에서 계급투쟁 노선 활동가들이 더 강력한 파업을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전개했지만, 파업 시점을 바꿔내지 못했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 노조 지도부가 보여준 이러한 어정쩡한 자세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일부였다. 페론주의(키르치네르주의) 세력과 노조관료들 아르헨티나는 공식 경제에 포괄된 노동자들의 40% 정도가 조직돼 있을 정도로 노동조합의 규모가 큰 나라다. 1930년에 결성된 최대 노총 CGT의 조합원 수는 오늘날 700만에 이른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이끄는 노조관료들은 1940년대 페론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그 한 축을 구성해 왔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페론주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흔히 비난받는데, 임금 인상, 단체교섭권 보호, 주택 개량, 사회보험 시행 등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개량적 조치들을 취하긴 했지만, 엄연히 자본주의 착취·억압 체제를 수호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었다. 페론주의의 일부가 된 노조관료들은 정권으로부터 약간의 개량을 얻어오는 대가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을 억눌렀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친 뒤, 1990년대에 정권을 잡은 페론주의 우파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을 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의료보험과 연금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유화와 노동유연화를 수용했다. 그러나 점점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생존권이 파탄나자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수십 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결국 2001년 거대한 경제위기가 터졌고, 강력하게 성장한 실업자운동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민중항쟁이 폭발하면서 2주일 사이에 네 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이후 자본가권력의 통치위기 상황을 수습한 뒤 최근까지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한 게 페론주의 좌파에 해당하는 키르치네르주의였다.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다시금 키르치네르주의를 떠받치는 하위 파트너로 역할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이 전임 우파 정권의 대규모 임금·연금 개악을 복원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도, 노조관료들은 한 번도 총파업을 조직하지 않았다. 키르치네르주의는 개량을 안겨줄 것 같은 언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어정쩡한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거짓말과 모순으로 점철된 정치적 위선,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깊이 빠져든 부패, 물가폭등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에 대한 광범한 실망과 분노가 2023년 대선을 앞두고 폭발했다. 극우인사 밀레이가 깜짝 부상하고 집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키르치네르주의가 계속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분명히 그들 또한 IMF와 협력하며 긴축 정책을 실시했을 것이다. 물론 좀 더 유연하게, 특히 노조관료들과 협상하는 방식을 취했겠지만, 그 본질은 밀레이 정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1월 24일 총파업이 벌어질 때까지,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에 대해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의 실세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침묵했다. 대선후보였던 세르히오 마사는 밀레이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키르치네르주의 정치인들은 총파업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밀레이의 초긴축 정책이 총파업과 거리시위 같은 대중투쟁에 의해 분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본가정부의 정책을 대중투쟁으로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 원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물꼬를 의회와 법원에서의 말다툼으로 돌리는 것이고, 차악으로서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며, 결국 4년 뒤 선거에서 재집권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과 방식으로 총파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문제는 총파업을 공식적으로 이끄는 노조관료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페론주의에 빠져 있고 키르치네르주의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했지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밀레이 정권에 맞서 전면전에 나설 생각이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망은 의회와 법원이 대신해서 밀레이 정권의 독주를 막아주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만큼만 투쟁하면 된다는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의 본심은 버스와 지하철의 어정쩡한 파업으로도 나타났지만, 1월 24일 총파업 이후 투쟁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아래로부터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그러한 노조관료들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을 비롯한 좌파전선은 총파업 계획이 발표된 이후 노조관료들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노조관료들이 의식적으로 토론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좌파전선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장들과 전투적인 노동조합들 속에서 대중적 토론을 제기하고 조직해 나갔다. 나아가 지역 단위로 조합원, 미조직 노동자, 특수고용, 실업자, 여성, 학생, 그밖에 공세에 맞닥뜨린 모든 민중을 포괄하여 토론 모임을 갖고 카세롤라조와 집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중회의’라는 지역조직들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필두로 여러 지역에서 건설해 나가고 있다. 좌파전선은 일회성 총파업을 넘어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을 완전 분쇄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방향을 제기했다. 또한 △자본의 위기전가 반대 △IMF와의 합의 거부 △고용·임금·연금의 방어 △살인적인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연금과 특수고용소득의 긴급 인상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등 모든 긴축정책의 즉각 폐기 △모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폐쇄·정리해고 공장에 대한 노동자 자주관리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에 대한 가격통제 △식료품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모든 기업의 몰수와 노동자통제 등과 같은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강령을 모든 모임과 집회에서 제기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의 명확한 전망을 내걸고 아래로부터 건설되는 자주적인 투쟁역량이 얼마나 강력하게 성장하는가, 그래서 이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노조관료들을 압박해 내고 나아가 압도해 내는가야말로 향후 투쟁의 전망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과 노동자의 반격 1월 17일, 밀레이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기조의 연설을 하고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는 “서방 세계가 집단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 잔인할 정도의 환경 보호 등 사회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에 사로잡혀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자유시장경제만이 기아와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핏대를 올렸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과 환대는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이 오늘날 세계 계급투쟁에서 갖는 의미를 함축해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칠레에서 1973년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는 칠레를 세계 최초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칠레에서 실현가능성이 입증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후 19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본격화했고, 199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얼핏 보기에,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200%가 넘어가는 ‘예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나온 ‘예외적인’ 정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오늘날 세계경제 전반이 통제 불가능한 금융대공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서 먼저 불거져 나온 전조증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레이의 언행은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오늘날 그 못지않게 기괴하고 극단적인 극우인사들이 줄줄이 집권하는 상황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같은 자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밀레이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인도의 모디, 이탈리아의 멜로니,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같은 자들도 그 실질적 면모에서는 그리 밀리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맹렬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 극우정권이 밀레이 정권만큼 극단적인 초긴축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을 침몰시켜 나간다면, 지금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를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일 수 있지 않을까? 지구를 덮치게 된 기후재난이 파키스탄의 홍수에서 그칠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휘감게 된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파탄과 극우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결코 아르헨티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선 아르헨티나 노동자계급의 투쟁 또한 그만큼 세계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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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전미자동차노조의 큰 승리: 미국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편집자 주) 2023년 11월 12일 자로 레프트보이스에 실린 제임스 데니스 호프의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uaw-won-big-what-does-it-mean-for-the-u-s-labor-movement/ 완성차업체 빅쓰리(지엠·포드·스텔란티스)에 맞선 전미자동차노조(이하 UAW) 파업은 자동차 노동자들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승리였다. 10월 25일, UAW는 41일간의 피켓 시위 끝에 포드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나흘 뒤에 GM과 스텔란티스도 거의 동일한 임금인상, 보너스, 복리후생 패키지에 합의함으로써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하고 역동적이며 주목받았던 자동차 파업이 사실상 종결되었다. UAW 조합원들은 여전히 잠정합의안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하고 있으며, 목표했던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실제로 미시간주 플린트 지엠공장의 잠정합의 부결이 보여주었듯이, 평조합원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잠정합의는 자동차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따낸 이번 잠정합의는 지난 15년 동안 빅쓰리에 양보한 임금과 복리후생의 상당한 회복을 의미한다. 노조는 4년 6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25%의 임금 인상(첫해 11%)과 타결 성과금 5,000달러를 확보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임금을 보호할 수 있는 생활비 조정제도(물가임금연동제)를 되찾았으며, 자동차 3사 모두에서 이중임금제 폐지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처럼 임금 문제에서 승리한 것 외에도, 노조는 파업을 통해 세 자동차 회사 모두 대규모 투자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노조로 조직할 경로를 보장하게 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와 임금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조립 공장의 재가동과 오하이오주 워런에 있는 울티움 셀 배터리 공장에서 기본 협약에 따라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공장폐쇄에 맞선 파업권을 포함시킨 것이다. 향후 정리해고가 현실화할 경우 파업으로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중대한 승리라 할 수 있다. UAW 파업은 단지 자동차 노동자들만의 승리가 아니다. 이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주목해 온 전체 노동자계급의 승리이기도 하다. 파업에 나선 5만 명 이상의 UAW 조합원과 이들을 지지한 다른 모든 사람이 이루어낸 이번 합의의 성과는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연대할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이번 파업은 모든 노동자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 가운데 많은 노동자들이 피켓 시위에 나와 UAW 편에 섰으며, 미국에서 한창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상당한 열기를 더했다. 이번 파업의 교훈을 배움으로써 노조들의 (나아가 새로운 노동운동 전반의) 힘과 전투성을 강화하는 것은 특히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경찰이 면책특권을 갖고 살인을 계속하고, 성전환자와 여성들이 민주적 권리를 계속 박탈당하며, 미국이 자신의 힘을 해외에 강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세금과 수많은 생명을 낭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폭탄이 가자지구에 계속 떨어지고 있는 지금, 착취만이 아니라 억압과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노조를 건설하는 건 관건적인 과제다. 전체 계급을 위한 역사적인 파업 UAW 파업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노동자투쟁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파업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자계급의 의식과 노동자투쟁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8년에 시작된 교사파업 물결부터 경찰폭력에 맞선 2020년 봉기, 팬데믹 이후 신규 노동자 조직화의 폭발적 증가, 2023년의 대규모 파업들(약 20만 명의 배우와 작가 포함)에 이르기까지 미국 노동자계급은 지난 40년간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공세에 빼앗겼던 전투성을 서서히 재건해 왔다. 이러한 새로운 전투성과 계급의식 상승은 UAW 파업의 길을 열었고, 이 파업은 다시 새로운 노동운동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는 파업 초기에 포드, 스텔란티스, 지엠에서 12,000명 이상의 UAW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나섰을 때, 수천 명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합류하고, 곳곳에서 여러분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이라고 행동으로 말하는 노동조합, 조합원, 노동자들의 연대가 넘쳐나면서부터 분명해졌다. 실제로 파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8%가 빅쓰리에 맞선 UAW를 지지한다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트럼프나 바이든의 지지율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었다. 그 후 UAW와 동맹세력들은 몇 주에 걸쳐 투쟁을 전개했고, 결국 UAW 조합원 3명 가운데 1명이 파업에 참여할 정도로 파업 규모가 커졌다. 다른 조합원들이 일을 계속하며 정규 임금을 받는 동안에도, 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부름에 호응하여 자신의 생계를 희생하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추위와 비를 무릅쓰고 정문 앞에서 행진을 벌임으로써 트럭과 배달 차량을 막아섰으며, 파업을 깨뜨리려는 관리자와 대체인력에 맞서 강고하게 피켓라인을 유지했다. 파업 참가자들이 사업장 입구를 막는 것을 금지하는 반노조법을 무시함으로써, 피켓라인은 노동자들이 사장의 권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권력과도 맞서는 전쟁의 학교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투 정신과 하루라도 더 싸우겠다는 헌신이 있었기에 UAW는 처음에는 바이든이, 다음에는 트럼프가, 그리고 나중에는 업계 전체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 수 있었다. 2007년 이후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연금 제공이 빠졌다는 이유로 잠정합의를 부결시킨 미시간주 플린트 지엠 공장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노력 또한 UAW 평조합원들의 전투성과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평조합원들의 전투성과 힘, 그리고 UAW의 새 지도자 숀 페인의 전투적인 수사는 이번 파업이 공격적인 파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사실 이번 잠정합의는 이전 합의들에서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오는 성격을 가졌다. 이번 파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UAW는 거의 20년 동안 뒷걸음질을 거듭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을 때, UAW 지도부는 회사에 좋은 것이 곧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일련의 거대한 양보에 동의했다. 이러한 노사협조주의(business union approach)는 2023년 초 페인이 집권할 때까지 UAW의 지배적인 활동 원칙이었으며, 수십 년 동안 전투성과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연히 빅쓰리는 이 기회와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수십억 달러를 이용해 기록적인 이익을 축적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2019년 마침내 UAW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한 회사에서 파업을 벌여 전형을 만들려는 구태의연한 모델을 따랐다. 이는 앞서 11년간의 손실을 되돌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저조한 임금 인상만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공장폐쇄와 대량 정리해고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상처를 남긴 실패작이 되었다. UAW의 새 지도부는, 양보한 것들을 되찾고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파업을 조직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합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대담한 요구를 제시하고, 세 완성차업체를 동시에 공격하며, 무엇보다도 전체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구축해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게 지도부가 한 일이었다. 계급투쟁과 연대의 수사가 동반된 전례 없는 대담한 요구들을 공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UAW는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으로 간주하면서 주목하는 파업을 건설할 수 있었다. 페인과 UAW는, 빅쓰리의 CEO와 경영진을 포함한 슈퍼리치에 대한 정기적이고 일관된 비난을 통해, 자동차 노동자들의 생활수준과 복지에 대한 공격이 전체 노동자에 대한 더 큰 공격의 일부라는 점을 주목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노조 지지자가 알고 있는 사실, 즉 노조원들이 거두는 성과는 모든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포드가 제시안을 낸 지 며칠 후, 도요타와 혼다는 UAW의 조직화 시도를 막고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시장에서 빅쓰리와 경쟁하기 위해 생산직 노동자 임금을 각각 9%와 11% 인상했다. 페인은 연설할 때마다 파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용해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상으로 불평등, 착취, 노동의 존엄성, 연대의 힘과 파업이라는 무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6만 명 이상의 청중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정기적인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기업들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 안에서나 국제적으로나 노동조합 간 연대와 노동조합과 미조직 노동자 간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11월 9일 일리노이주 벨비디어에서 열린 집회에서 페인은 일터로 돌아갈 UAW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이 점을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경제를 운영한다. 그리고 만일 경제가 노동자계급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경제를 중단시킬 힘이 있다.” 이러한 계급적 분노와 연대의 표출은 외국의 노동자들, 때로는 심지어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까지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 노동조합운동 내 노사협조주의와 노동국수주의 정치와 정면으로 상충한다. 실제로 페인은 다른 자동차 회사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의 UAW 조합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직접 말하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사측의 시도를 약화시켰다. 또한 그는 극심한 착취에 맞선 멕시코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주 언급하며, 사측이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 위협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이 국제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대신 전 세계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좋은 합의를 따내거나 빅쓰리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이 파업은 활력을 되찾고 투쟁하는 UAW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전투였다. 페인을 비롯한 새로운 지도부는 UAW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뻗어가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파업의 모멘텀을 활용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UAW는 도요타, 현대자동차, 테슬라 등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조직화에 나설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이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의 노동자들은 UAW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UAW는 빅쓰리와의 단체협약 만료일을 모두 4월 30일로 설정하여, 향후 파업이 5월 1일 메이데이에 맞춰 시작될 수 있도록 했으며, 전국의 다른 모든 노조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여 함께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하자고 촉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현실화한다면 연대파업을 금지한 태프트-하틀리 법에 대한 도전이며 이를 크게 약화시킴으로써 노조의 정치적 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다. 진정한 계급투쟁 노동운동을 구축하려면 자기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번 파업과 이를 통해 얻은 상당한 성과는 이전 UAW 지도자들의 실패한 노사협조주의 전략에서 벗어난 전환의 결과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지만 거의 4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UAW 같은 거대한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위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페인의 큰 야망과 계급투쟁적 수사, 전투적인 전 위원장 월터 루써에 대한 존경에도 불구하고, UAW는 여전히 관료적 지도부에 의해 통제당하고 제한돼 있으며, 그 결과 조합원들의 자기조직화가 계속 방해받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 민주당에 여전히 묶인 상태로 있다. 예를 들어, “억만장자 계급”에 대한 페인의 비판은 대부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0년 예비 선거 캠페인 때 했던 수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또한 페인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과 점점 더 친밀한 관계를 가져가는 것은 하향식 관료주의 노조 모델에 내재된 모순을 보여준다. 최근 페인이 바이든을 비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절정에 달한 민주당과의 관계는 UAW와 노조 운동에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제기한다. 민주당은 노조가 자신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노조 지도부를 더 가깝게 묶어 내려고 국가가 사용하는 도구다. 이번 파업에서도 우리는 바이든이 어떻게 파업에 대한 “지지”를 활용하여 빠른 합의를 압박하려고 시도하는지, 또한 어떻게 자신을 노동자계급의 관심사에 신경 쓰는 진보적 인사로 이미지 개선하려고 시도하는지를 보았다. 이러한 모순은 파업 캠페인 내내 고스란히 드러났다. 파업 전술로서 스탠드업 파업(노조가 지정하는 공장만 파업에 돌입하는 전술 -옮긴이)은 사측이 매번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종종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교란 방법이었다. UAW는 매주 새로 파업에 추가되는 공장을 발표함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고 파업을 주요한 화젯거리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술은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UAW 조합원의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엔진, 차축, 변속기 공장 등 가장 중요한 생산현장 대부분은 계속 가동되었기 때문에, 빅쓰리 기업들은 대부분의 생산을 중단 없이 계속할 수 있었다. 이는 파업의 모든 힘이 발휘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GM에서의 전면적인 연금 원상회복 등 노조가 더 많은 요구를 쟁취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또한 파업이 대부분 위로부터 억제되고 통제되었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UAW 조합원들은 파업 시작 시기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또한 잠정합의들이 논의되는 동안 업무에 복귀하는 것도 사전에 평조합원들 사이에서 어떤 논의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 좋은 단체협약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고 노조에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노동운동과 평조합원의 자기조직화는 사측과 자본의 횡포에, 즉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목적으로 한 줌 소수가 생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실제로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구축하는 데서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업이 각 사업장의 파업위원회에 의해 아래로부터 주도되어야 한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파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조합원들의 공개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내려져야 한다. 교섭 과정 내내 모든 협상이 조합원들에게 공지되고 공개돼야 한다. 이를 루이지 모리스와 나는 작년에 이렇게 설명했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노조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장의 모든 조합원들이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논쟁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회의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교섭을 의미하며, 현장대표자 및 교섭위원을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고 언제든 소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언제든 소환될 수 있으며, 평균임금 이하를 받는 지역 및 전국 단위 노조 지도자들을 현장으로부터 직접 선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언제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인지는 단지 지도부와 교섭팀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라는 점이다. 페인은 포드에서의 업무 복귀가 아직 잠정합의에 이르지 않은 다른 자동차 회사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전술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더 많은 것을 위해 계속 싸울 수도 있었던 노조의 입지를 약화시켰으며, 또한 전체 노동자가 결정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UAW는 억압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UAW와 미국 노동운동의 가장 큰 맹점은 아마도 국가 억압에 대한 지속적인 침묵과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지지, 그리고 때로는 공모일 것이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만노조(ILWU)의 지속적인 옹호 활동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노조는 임금, 복리후생, 노동조건 등 소위 먹고사는 투쟁에만 집중하면서 정치 문제를 둘러싼 국가와의 대립을 피해 왔다. 노동조합이 정치에 개입하는 경우는 대개 노동자 권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안에 관한 것이고, 아니면 단순히 선언문만 내는 수준이다. 이러한 소심함은 부분적으로 국가와 민주당이 노동조합을 역사적으로 포섭한 산물이다. 노동조합이 평화를 유지하고 이념적으로 순응하는 대가로 국가와 민주당은 노동조합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제한된 보호를 제공했다. 그 결과 노동운동은 상당히 위축되었고, 남은 노동운동 또한 점점 더 관료화되고 정치적으로 약화되었다. 더 이상 모든 노동자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게 된 노동조합은 반세기 이상 계급투쟁 전략에서 계급화해 전략으로 후퇴해 왔다. 노동을 국가의 이해관계와 화해시키려는 이 프로젝트는 노동조합, 특히 미국 노동조합의 이해관계가 국가의 성쇠와는 직결돼 있지만 국내외의 광범위한 억압과 착취 문제와는 별개인 것으로 보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낳았으며, 또한 이 관점에 의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억만장자 계급”을 비판하는 페인과 같은 진보적인 지도자들이 성조기로 장식된 무대에 당당히 서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민주주의의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 무기 제작에 기여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거나 미국 대통령과 함께 행복한 셀카 동영상을 찍을 때, 그들은 광범위한 노동자계급 투쟁에 대한 국가의 탄압을 감추고 미국 노동자들과 미 제국주의 폭력의 피해자인 노동자들 사이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 확대와 가자지구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제공한 무기로 자행된 11,000명 이상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UAW가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이러한 사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노동의 힘을 이용해 잔학 행위의 가해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노동조합의 영역 밖이라는 주장은 노동자계급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 즉 이미 잘 조직되어 있고 정의를 위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잠재력을 가진 작업장에서 노동자계급을 더욱 분열시킬 뿐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의 안녕과 삶을 위협하는 위기와 전쟁의 시기에, 노조가 민주당과 국가의 이념적, 구조적 사슬에서 벗어나 노동의 힘을 이용해 전체 계급을 위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UAW 파업이 거둔 의미 있는 승리와 그 덕분에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노동운동은 민주당에 대항하는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대안을 구축할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구세주가 우리를 위해 이 일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투쟁과 자기조직화를 통해 우리 스스로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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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사진: 10월 14일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을 받은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캠프 현장 / 출처: Mohammed Saber/EPA-EFE/Shutterstock 편집자 주 -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 간담회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과 온라인을 병행해 진행했다. 이날 초대손님이었던 시마(Sima) 동지의 발제 요지를 번역해 소개한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이 공격으로 3,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9,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20,0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잔해가 많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14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 인구의 51% 이상이 집이 없는 상태입니다.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식량, 연료, 기타 생필품 등 필수 물품의 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는 이미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가자지구 주민의 63% 이상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0월 12일, 이스라엘 공군은 엿새 동안 가자지구에 약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무게가 4,000톤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10월 13일,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검문소를 반복적으로 폭격한 지 이틀 뒤였는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하는 민간인 1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게 24시간 이내에 대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당시 가자지구 북부에는 17만 명 이상의 주민이 유엔 구호기구 학교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이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린 후 이스라엘 점령군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폭격했습니다. 10월 16일까지 가자지구에는 이미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져 가자 주민들은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우물을 파거나 하수와 바닷물로 오염된 짠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공격 이전에도 가자지구의 물 공급량은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인당 하루 물 소비량 최소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자지구의 주요 담수화 시설 세 곳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전력 제한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10월 27일 저녁 6시, 가자지구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의 연락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연락도 모두 끊겼습니다.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구급차 출동, 병원 통신, 구조 작전 등이 서로 소통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 각지에 있는 가족들은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락도 서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계속되었습니다. 10월 31일에 이어 11월 1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직후인 11월 2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난민 캠프(알 부레이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지난 4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구급차, 빵집에 대한 폭격, 도시에 스며든 죽음의 악취,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한 전염병의 위험, 소독제나 마취제 없이 바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가 겪은 공격 중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기는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이후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이전에 가자지구에 대해 네 차례의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시작된 군사 공격은 매번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무차별 표적으로 삼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말씀드린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들을 이스라엘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스라엘 점령군이 물, 연료, 전기, 소비재, 통신, 건설 자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평상시'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국경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습니다. 가자지구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가자지구 주민은 약 18,500명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든, 서안지구든, 가자지구 밖에서 일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노동자들은 허가증을 빼앗겼고, 수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불과 이틀 전에는 약 4,500명의 노동자가 이스라엘에 구금되어 4주 동안 고문을 당한 후 걸어서 가자지구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가족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난민이 되었는지, 부상을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전쟁터로 들어가기 위해 6km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각국 정부가 방관하는 가운데 매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genocide)임을 입증하기 위해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가자지구만 공격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제닌 난민 캠프에 대한 공격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어 10월 7일 이후 최소 115명이 사망했습니다. 거의 천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을 잃었고, 서안지구와 1948년 점령 지역에서 어린이와 언론인을 포함한 수천 명에 이르는 대규모 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살해, 이주, 대량 체포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 이러한 종류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며,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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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중단하라!’ 이스라엘 규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세계 곳곳에서 분출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무차별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며 “연료, 전기, 물, 식량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0일 현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137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70%가 어린이, 여성, 노인이다.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했는데, 이는 15분마다 1명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지켜보며 아랍 민중들 사이에 거대한 분노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17일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500여 명의 사망자를 내자, 서안지구, 레바논, 요르단, 예멘,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튀니지 등 아랍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나왔다. 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로마, 파리, 브뤼셀, 베를린, 뉴욕, 워싱턴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국가들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8일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으로 만나본다. 아라비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예멘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려 크고 작은 팔레스타인 깃발들을 휘두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렸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는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8만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피범벅이 된 인형을 들고 나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는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튀르키예의 미군기지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막는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 튀니지에서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 수천 명이 모여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무조건적 지지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암살자다!”, “프랑스 대사는 꺼져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흰 천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상징물로 집단학살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서안지구 점령을 반대하는 유대계 미국인들 수백 명은 18일 “유대인으로서 말한다. 지금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미국 의사당을 점거했다가 300여 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16일에는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17일 이스라엘이 병원을 공습하고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하자 시위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이다. 16일 런던에서는 15만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리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주말에는 이집트와 캐나다 등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예고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22일 오후 2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춰라!’는 제목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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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UAW 파업지금 벌어지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노동자투쟁 가운데서 가장 야심차고 전투적인 투쟁 가운데 하나다. 이 파업은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노동자계급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니얼 알폰소 (2023년 10월 2일) 이번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파업이다. 완성차업체 빅3(지엠, 포드, 스텔란티스) 모두를 상대로 한 파업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일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계급을 중심 무대에 세웠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향후 양당 지배체제와 계급투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파업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파업의 정치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 체제의 위기 미국은 2008년의 경제 붕괴와 연관된 “유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의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중대하게 실패할 때 유기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을 뜻했다. 대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대기업과 은행을 구제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은 집을 잃고 위기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오바마 정부는 노조를 공격하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대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했다. 경제가 공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헤게모니 위기와 추가 경제위기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여러 부문은 서로 다른 방식과 리듬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출생지 시비 운동(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자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티파티(오바마 정부의 확장재정을 반대하는 보수주의 운동)는 위기에 대한 첫 번째 대응들이었다. 2014년에는 마이클 브라운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응하여 수천 명의 시위대가 미주리주 퍼거슨의 거리로 나가 브라운을 위한 정의를 요구했다. 퍼거슨 시위로 표출된 엄청난 분노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가 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는 미국 정치를 격렬한 시기로 밀어넣었다.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불도저처럼 돌진하며 상대 후보들을 무너뜨렸다. 트럼프의 인기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직면한 위기의 표현이었다. 트럼프는 생활여건 악화로 화가 난 중간계급과 노동자계급의 폐부를 찌르면서 이민자와 정치권을 비난했다. 동시에 버니 샌더스는 “억만장자 계급”을 비난하고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옹호하는 한편,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고 공립대학을 무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신자유주의 지지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보여준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좌절감과 맞물리면서,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둘러싼 열기가 너무 강렬하고 광범위하였기 때문에, 민주당은 예비선거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거대한 조직을 움직여야 했다. 클린턴은 러스트벨트 주들에서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번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도 그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수십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와 그에 따른 탈산업화 때문에 좌절한 사람들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공화당을 뒤집어 놓았다. 트럼프주의는 신자유주의 위기의 책임을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돌리기 위해 자본가계급, 중간계급, 노동자계급 일부의 편견을 활용했으며, 금융자본을 옹호하면서 우익 무장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 모든 과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제국주의와 양당 지배체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중국을 미국 제국주의의 주요 위협으로 부상시켰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주요 은행들이 도산하는 등 불안정한 서구의 단면을 보여준 반면, 중국 GDP는 매년 7~8%씩 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 대한 정책을 더욱 야심차게 전개할 수 있었고,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칩과 리튬 배터리 제조와 같은 중요한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와 매파적인 대중국 외교 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일환으로 미국의 친환경 전환과 재산업화를 주도하는 반면, 트럼프는 화석연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빅3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친환경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파업은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로의 산업전환이라는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전환으로 노동자계급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중국에 대응한다면서 잔인한 노동조건을 정당화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자들의 관행에 적응할 수도 있다. 또는 영구적인 방어 전략에 입각한 협상을 목표로 산업전환을 둘러싼 교섭 테이블에 앉기 위해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방법도 있다. 노동자계급이 생산수단을 직접 장악하고서 지구와 노동자계급, 그리고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조율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은 양당 지배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의사당 습격 이후 공화당 의원 147명은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6일 뒤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약 절반이 바이든이 선거를 도둑질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지배체제의 대응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부터 마이크 펜스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양당 지배체제는 몇 달 동안 미국의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중기적으로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대가를 치렀다. 사법부의 “보나파르트화”가 강력한 예이다. 항상 자본가계급의 기관이었던 사법부는 이제 노골적으로 민주당 또는 공화당의 편을 들면서 훨씬 더 명백하게 당파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한 정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당파적인 역할을 시도하면서 양당 지배체제 속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체제 속에서의 계급투쟁 2008년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격렬했던 계급투쟁의 순간은 2020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었다. 수백만 명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경찰 폐지 등 여러 요구를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계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자신의 일터에서 운동의 요구를 함께 내걸고 동참했다. 이를테면 항만 노동자들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했다. 당연히 2020년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투쟁의 중심은 거리였고, 작업장과의 명확한 연결이나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조직화로부터 움터 나오는 힘은 없었다. 운동의 대다수 참여자에게 그러한 문제들은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단점만 보고 “빵과 버터” 요구를 내세우지 않는 운동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흑인이 주도한 억압에 맞선 투쟁은 (역사적 순간마다 전 세계에서 터져 나왔던 모든 종류의 계급투쟁들과 함께) 노동자운동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팬데믹이 야기한 의식의 변화가 더해져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노동자운동이 만들어졌다. 노동자계급은 미국의 정치에서 점점 더 큰 존재감을 갖는 주체가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파업의 증가를 볼 수 있었다: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아리조나 등 공화당 지지 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교사파업 물결과 2019년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부터 2021년 10월의 파업물결이 만들어낸 신조어 스타라이크토버(Striketober), 새로운 노동자 세대의 출현, 아마존 노조 조직화 투쟁, 스타벅스 노조 조직화 투쟁까지. 올해 우리는 계급투쟁의 강풍이 휘몰아친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이제 가을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전히 파업 중인 가운데, 148일 동안 지속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임금 인상, (드라마가 히트할 경우) 추가보상금 26% 인상, (매우 중요하게도) 인공지능이 작가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쟁취했다. 한편, UPS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임금 인상, 다중등급제(tiers, 비정규직제) 폐지 등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현장을 조직했다. 화물운송노조 UPS지부의 잠정합의는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었고, 물류창고 노동자와 배달운전 노동자 사이의 깊은 분열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계약보다는 훨씬 나은 계약이었으며, UPS 노동자들이 압력을 조직한 결과였다.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 현장조직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하라’(UAWD: Unite All Workers for Democracy)의 회원이자 지도자 중 한 명인 숀 페인은 자동차 노동자들의 높은 기대와 지난 시기의 양보에 대한 분노의 결과로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노동자들은 ‘집행부 간부회의’(AC: Administration Caucus)가 수십 년 동안 노조지도부를 장악하고서 양보를 거듭해 온 것에 질렸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1인 1표 직선제(미국에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방식)로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또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시직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다중등급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지도부를 원했다. 페인은 이러한 현장 노동자들의 압력에 부응하면서 UAWD를 자동차 노동자들의 선명한 지도부로 세울 수 있었고, 또한 미국 전역의 선진노동자들에게 모범사례로, 노동자계급의 다른 부문들에 대한 잠재적인 지도부로 위치 지울 수 있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내건 요구들은 매우 진보적이다. 여기에는 단체협약 기간 4년 동안 40% 임금 인상(지난 4년 동안 경영진 보수인상률과 동일 수치), 다중등급제 폐지,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공장폐쇄에 파업으로 맞설 권리 보장 등이 포함된다. 40% 임금인상은 출발점이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노조는 30%대 중반의 임금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요구는 아마도 가장 야심 찬 것으로 노동자들의 높은 열망을 표현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다른 노동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워라밸)을 화두로 던져주었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추가 공격 말고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번 파업은 바로 그 점을 노동자들이 보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는 바이든은 무노조 저임금 전기차 공장 건설을 위해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이 문을 닫아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은 자동차 제조업에서의 노동조건을 위한 투쟁에서 첫 번째 전투이다. 이번 파업의 정치적, 이념적 배경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의 뒤집어 놓은 거울과도 같다. 파업 첫날인 9월 15일, 모든 뉴스 네트워크가 페인의 연설을 다뤘는데, 이 연설은 뉴스의 분위기를 결정지었다. 현재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는 한 영상에서, CNN의 한 기자가 지엠의 CEO에게 경영진의 보수는 40%가 인상된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에게 제시한 인상액이 공정한지 물었다. 할 말이 없었던 CEO는 초점을 흐리면서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페인은 노조가 경제를 방해하는 게 아니다,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 즉 “억만장자 계급”의 경제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에서 이 새로운 순간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단순히 더 나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2012년 시카고 교사 파업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떠오르는 더 넓은 지평을 가진 노동자운동의 분명한 선구자였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적 잠재력을 열어나가는 변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파업에서 나타난 다중등급제에 대한 공격, 2012년 시카고와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에서 교사들이 벌인 “공동선”을 위한 투쟁 등이 전형적이다. 신자유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협상과 파업이 대부분 더 나은 임금에 그리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양보 수준의 조정에 국한돼 있었다. 누구보다 바로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 지금까지 파업의 역학 관계 9월 15일에 시작된 파업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 공장 모두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빅3에서 각각 한 공장씩 세 개의 공장을 멈추는 것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노조는 파업의 리듬을 통제할 수 있었다.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반복적으로 획득되어야 한다. 이 전술은 회사들이 파업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또한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주민 모두가 파업이 확대될지 또 어디로 확대될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하게 만들면서 파업이 매주 전국 뉴스에 오르내리도록 만든다. 파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 후, 노조는 지엠과 스텔란티스의 38개 공장과 배송센터로 파업을 확대하여 총 18,000명이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에는 포드와 협상이 진전된 상태였다. 포드를 남겨두고 지엠과 스텔란티스에만 파업을 확대한 것은 노조가 더 나은 안을 제시하는 회사에 보상을 하겠다는 신호였다. 지난 29일에는 포드와 지엠에서 파업이 확대되어 7,000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파업에 참여했다. 페인은 라이브 스트림에서 이번에는 스텔란티스가 진전된 안을 내놨기 때문에 포드 대신 스텔란티스가 파업확대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 전략의 가장 영리한 측면 중 하나는 강력하고 진보적인 요구와 빅3가 거둔 이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어적 입장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지난 15~20년 동안 회사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동안 노동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만일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이러한 방어적 입장에만 머물렀다면 파업은 약화되었을 것이다. 노조의 전략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장들은 파업 첫날부터 수천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현장에서 괴롭힘을 강화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사기가 여전히 높고 특히 파업이 확대된 이후 더욱 그렇지만, 하향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의 특성상 사기가 저하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파업 초기에 노동자들은 어느 공장이 왜 파업에 들어가는지 알지 못해 불만을 표출했다. 파업의 확대는 주로 회사의 보복과 파업의 지리적 확대로 인해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이 정도 규모의 파업을 조정하려면 다양한 층위의 자동차 노동자를 통합하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 노력을 펼치면서 광범위한 지역사회 및 전국 수준에서 대중적 지지를 조직해야 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레프트보이스가 말해 왔듯이, 이번 파업은 아래로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평조합원들이야말로 지역사회를 설득하고 파업에 참여시키는 방법, 공장 내 세력 관계(파업을 지지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노동자들이 파업을 어디까지 할 의향이 있는지, 파업의 단점이 무엇인지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측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노조는 현장 및 지역에서 파업위원회를 조직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파업위원회에는 해고노동자들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며, 파업위원회를 통해 노동자들은 파업에 대해 그리고 다음 단계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업위원회는 10년 이상 빅3의 부품을 조립해 온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자동차 생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파업을 다른 공장으로 확대하고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조직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파업위원회는 지역 파업위원회에 파견할 대표를 선출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파업을 더욱 조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평조합원들과 긴밀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맺는 전국 파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평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국 파업위원회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현상: 전투적이고 개량적인 노조관료주의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에 의해 추동되면서, 또한 전통적인 노조 관료주의가 이에 대응하고 적응하려는 도전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UPS에서 “파업 준비” 캠페인을 조직한 사라 넬슨과 숀 오브라이언 같은 인물이 포함된다. 현재로서는 숀 페인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UAWD가 가장 첨예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는 진보적인 요구와 능숙한 전술을 갖춘 전투적인 리더십으로, 노동자계급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인 노사협조주의(business unionism)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노사협조주의가 오로지 계급 화해에 몰두하는 반면 페인은 자주 계급적 노선을 강조한다. CEO와 악수하며 교섭하는 대신, 페인은 노동자와 악수했다. 노동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그는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아니라 억만장자의 경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관료주의다. 이번 파업은 그 준비부터 일상적인 업무, 파업 확대 여부, 장소와 시기 등 모든 것이 노동자의 의미 있는 참여 없이 위에서 조직되고 결정된다. 비록 페인 역시 오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결정사항이나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이는 평조합원들의 참여나 의견 수렴에 입각해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평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총회, 토론, 의사결정 같은 조직적 측면의 문제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이것은 양당 지배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어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평을 그 안에 가둬두려는 보다 광범위한 전략과 관련이 있다. 이 새로운 노조관료주의는 민주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16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노동자계급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페인은 지금까지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26일 바이든이 피켓라인에 함께 한 것을 칭찬했다. 이것은 그가 지난주 트럼프의 파업 관련 발언과 27일 비노조 공장 방문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노조는 바이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선거 때와는 뚜렷하게 다르게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그렇게 하려고 한다. 파업과 재편성 양당 지배체제는 최근 계급투쟁 속에서 직접 행동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의회는 철도 노동자들이 잠정합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올해 바이든 정부는 UPS 협상에 직접 관여했지만, 바이든은 개인적으로 가능한 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불가능했다. 바이든은 노동자들이 “공정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고, 빅3에 대해서는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파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파업에 직접 관여하도록 파견되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27일 또 다른 당내경선 예비 토론을 건너뛰고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자들에게 연설하기로 결정하자, 바이든은 26일 피켓라인에 동참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유기적 위기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트럼프가 노동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바이든이 피켓라인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두 후보가 전기차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는 모습, 파업을 지지하며 주먹을 치켜든 노동자들의 모습이 몽타주처럼 찍힐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2024년 대선의 승자는 많은 부분 지금 결정되고 있다. 내년 11월에 누가 승리하든 결정적인 주에서 승리하는 자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계급이 미국 정치의 중심 무대에 서는 또 다른 방법이다. 재편성(realignment, 혹은 재정렬)은 부분적으로 주민의 광범한 부분이 하나 또는 일련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한 결과로 일어난다. 1930년대에 민주당은 체제 내 세력관계를 유리하게 만들어 뉴딜정책을 통과시키고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새롭게 떠오르던 산별노조의 관료제와 연합했다. 루즈벨트의 당은 노동자계급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 준비는 민주당과 노조관료제를 더욱 단결시켰다. (주별 권리를 강조했던) 딕시크래트 세력은 민권운동이 민주당을 변화시키자 민주당을 떠나 악명 높은 “남부전략” 속에서 공화당에 결합했다. 이 모든 것이 “재편성”의 과정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당은 노동자계급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점점 더 교외 중산층 표심에 집중했다. 빅3에게 구제자금을 제공하는 등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러한 탈편성(dealignment, 혹은 탈정렬)을 활용하여 공화당의 이전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공화당과 노동자계급의 관계를 설정했다. 2016년 트럼프의 승리는 격전지 주에서 노동자들의 불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2016년 이후 세력을 확장한 자코뱅과 DSA는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의 방향을 노동자계급 쪽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해 왔으며, 이는 당이 빵과 버터 같은 “범계급적인” 요구에만 집중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좌파 노조관료제의 출현과 발전은 이러한 전략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계급 행동주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투적 언어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며, 이는 이미 자코뱅의 페이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보다 전투적인 개량주의(즉 사회민주주의 스타일의 “사회주의”) 시기에 들어선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전반적인 전략적 목표는 노동자들의 좌절감과 전투성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여 민주당이 “사회주의”(일명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어줄 사회민주주의적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정치의 문제는 이게 공상에 입각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잘 알다시피, 민주당은 금융자본의 정당이며, 미국 자본가계급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 썩어빠진 양당 지배체제의 주춧돌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승리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즉 파업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노동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아직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데 사용된다면, 노동자계급은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신 이번 파업이 양당 지배체제에 믿음을 두지 않고 평조합원들을 자기 운명의 주체로 조직해 낸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조직적 독립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나 트럼프주의와의 동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정치적 창의력을 발휘해 계급투쟁으로 단결하는 데 달려 있다.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uaw-strike-is-the-most-important-strike-in-dec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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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FT그룹 성명: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그룹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면서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2023년 10월 10일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조직 하마스가 이끄는 민병대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 영토 침공을 단행했다. 약 5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수백 명의 대원들이 가자지구 인근 마을을 공격했다. 이 군사 작전으로 1백 명 이상의 인질이 납치되었고, 음악 축제에 참석한 젊은이, 키부츠에 거주하는 가족, 군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약 1천 명이 사망했다. 10월 8일, 극우파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번 공격에 대응하여 “길고 어려운 전쟁”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자지구 접경 마을에 대한 군사적 퇴거를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2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연료, 각종 생필품 공급을 차단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으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은 네타냐후가 말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한이나 중단 없이 계속될 공격 단계”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군대가 “모든 힘”을 사용해 가자지구를 “잔해더미”로 만들어버릴 거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의 모든 건물과 의료시설을 폭격했다. 하마스 민병대의 작전 중심지로 추정하는 다른 지점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단행한 첫 48시간 동안 이미 최소 7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다. 새로운 공격 단계에는 더 치명적인 새로운 공격이 포함될 것이며,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제 레바논으로 확산되었고, 미 제국주의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의 행동은 이슬람 지하드나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같은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과 같이 수행됐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병대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행동에 기초한 “알 아크사 폭풍” 작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에게 굴욕감을 안겼으며, 정보보안 기구의 위기와 취약성을 드러냈다. 네타냐후는 즉각 “전시 상태” 선포로 대응했다. 또한 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결속을 강화하도록, 그럼으로써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던 자신의 정부에 대한 반동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지지를 재건하도록 강요했다. 여러 부패 혐의에 직면한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간신히 버티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행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 정부의 극우 정당과 종교 정당들의 지지만을 받고 있으며, 군과 예비군의 고위층들로부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외부의 적에 맞서 “국가적 단결”을 재건함으로써 그는 당분간 결속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그의 정부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감안할 때 이 단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동맹인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의 정책에 부분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던 미국과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가장 가혹한 피해를 겪을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유럽연합의 주요 제국주의 국가인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포함한 모든 부르주아 정당이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철저한 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1948년 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바탕으로 설립된 이래, 이스라엘은 전쟁과 전쟁을 거듭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영토 대부분을 빼앗았으며, 이들을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둘러싸인 두 개의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서 잔인하게 억압해 왔다. 2014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거대한 절벽” 작전을 전개하여 2,31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계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네타냐후 정부가 날마다 저지르는 살인과 고문, 그리고 온갖 학대에 눈을 감고 있다. 이른바 이 세계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억압에 대해 언급할 때, 억압받는 사람들의 폭력을 억압하는 자들의 폭력과 동일시한다. 진정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은 75년 동안 자신들의 영토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말살하려는 정책을 겪어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새로운 학살을 승인하고 있다. 혼란에 빠진 세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격화는 세계가 거대한 긴장과 지정학적 변화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주 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계정상화 합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에 의해 추진돼 왔는데,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정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어떤 중대한 양보도 포함하지 않은 이 합의는, 2020년 트럼프가 추진했던 “아브라함 협정”에서처럼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지위의 전환점을 의미했을 것이다.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지난해 뉴욕에서 이 협정에 대해 함께 연설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왕정 간의 잠재적 관계 완화는 중국이 추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잠재적 관계 복원 발표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제 사우디 왕정과의 합의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로 인해 크게 복잡해졌다. 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맞서는 주요 강국인 이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최근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하여” 일요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자 미 국방부는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대한 비판을 보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대규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포함한 함정과 군용기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의 무제한 지원 계획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예산에 대한 논의,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논의의 결과로 정부가 마비될 수도 있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기의 여파로 이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가 자기 당 의원들의 발의로 하원의장직에서 축출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와 분쟁의 지역적 확대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나토 대 러시아·중국 간의 긴장 고조로 인해 이미 발작적인 국제 정세에 불안정을 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하마스의 전략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는 오랫동안 종말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세는 압바스를 더욱 부적합한 위치로 내몰았고 점령군과 협력하는 그의 정책을 폭로했다.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등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의 행동은 이스라엘 우파연합 정부와 시온주의자 정착민들의 탄압과 도발 강화에 대한 반발로 팔레스타인의 “제3 인티파다”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제기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당한 영토에서 매일 같이 암살, 탄압, 가옥 철거, 자의적 체포,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영구적인 2등 시민의 지위로 내몰려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축하받았다. 억압자에 맞선 저항,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거하고 싶어 하는 저항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무장 침투는 이스라엘 국가라는 “골리앗”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라는 “다윗”에 의해 약화된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동 전역의 아랍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들 또한 제국주의 세력의 억압에 고통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학살적인 이스라엘 국가의 공격에 저항할 권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의 점령에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테러주의로 비난하는 위선을 규탄한다. 그러나 군 시설과 민간인을 모두 공격한 하마스 민병대의 행동은 네타냐후와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쟁 선포를 쉽게 정당화할 수 있도록 활용되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도록 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거부한다. 우리는 투쟁에서 필수적인 팔레스타인 주민들, 이스라엘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 그리고 시온주의 및 그 범죄적 정책에 반대하는 유대인 노동자계급 부문 간의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그리고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차별정책에 대한 규탄을 중심으로 구축돼야 할) 단결을 방해하는 하마스의 방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스라엘 영토 전역에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의 강령과 전략을 공유하지 않는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가 추진한 “두 국가” 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입증된 만큼이나 하마스의 제안 역시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타도하라! 아랍인과 유대인이 함께 사는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는 숨길 수 없으며, 오랫동안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비난받아 왔다. 유대인 역사가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국가가 “점증하는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스라엘 점령지 인권정보센터(B'Tselem)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군대 또는 경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약 5,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갇혀 있다. 네타냐후와 극우 정부 아래서 이러한 범죄는 새로운 규모에 이르렀는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점령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을 상대로도 저질러지고 있다. 극우 정부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추방하고 서안지구를 합병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70년 이상 계속해서 싸워온 식민지 억압이다. 이를 바탕으로 BDS(보이콧과 투자 철회 그리고 제재)와 같은 국제적인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를 거부하는 유대인 출신 단체와 개인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의 실패와 이스라엘 극우파의 새로운 공세에 직면한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유대인 노동자계급과 함께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의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운동처럼) 최근 몇 년간 제국주의와 자국 정부에 맞서 독자적인 투쟁을 시작한 중동 전역의 청년운동, 노동자운동, 페미니스트운동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 힘은 이스라엘 경찰국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국주의 세력에 능히 맞설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온주의 국가를 해체해야만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며, 중동 사회주의 연방으로 나아갈 전망을 가진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는 제국주의를 포함해 모든 억압과 착취의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가만이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과 아랍인·유대인의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임무는 이 지역 전체의 노동자계급과 농민들에 의해 수행돼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대중과 (그 정부가 시온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정상화했거나 정상화하려고 하는) 아랍 대중 간의 단결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에 대한 모든 비난을 억누르기 위한 “반유대주의”라는 거짓 비난에 맞서, 우리는 네타냐후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여 시위할 권리를 옹호한다.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에 속한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지지하기 위해 단결된 행동과 시위를 조직하자고 호소한다. 폭격과 이스라엘의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더 깊은 불행에 빠뜨리는 모든 제재, 봉쇄, 대량 보복 조치를 중단하라!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라! 이스라엘과의 모든 정치적·군사적 협정을 파기하라!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declaration-stop-israels-airstrikes-and-military-intervention-against-the-palestinian-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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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 아프리카에서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터지는가?서부 아프리카에 니제르(Niger)라는 나라가 있다. 한국의 열세 배 면적에 2천 4백만 인구를 가진 나라다. 국토의 북쪽은 사하라 사막이고, 나머지는 사헬(Sahel) 지대, 즉 사하라 사막과 사바나(열대초원) 사이에 자리한 건조지대다. 사람이 아예 살 수 없는 사하라 사막과 달리, 사헬에서는 어느 정도 거주와 경작이 가능하다. 지난 7월 26일 니제르에서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 대통령 경호대가 대통령을 감금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이 새로운 지도자를 자처하며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에 취임했다. 헌법의 정지와 모든 헌법기관의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니제르에서 쿠데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쿠데타가 잦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니제르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2021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7번 이상의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 그런데 이번 쿠데타는 세계의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이 쿠데타가 몰고 올 국제적 파장 때문이다. 특히 니제르와 주변 국가들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발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쿠데타 직후부터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7월 30일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프랑스 대사관 출입문에 불을 지르고 프랑스 국기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프랑스는 떠나라!”는 구호와 함께 “러시아 만세”, “푸틴 만세”를 외쳤다. 7월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에 나선 시민들. “니제르 만세, 러시아 만세!”, “프랑스는 떠나라!”, “외국 군대 철수하라!” (출처:Reuters) 니제르 민중들이 반프랑스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간명하다. 니제르는 주변 나라들과 함께 1891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겪었는데,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수탈이 계속됐다. 니제르의 자연환경은 척박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데, 특히 우라늄은 세계 매장량의 7%, 채굴량의 5%를 차지한다. 프랑스가 핵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의 15%, 유럽연합 전체가 사용하는 우라늄의 20%를 니제르가 공급한다. 그런데 프랑스 기업들이 니제르 정부의 협조 아래 대량의 우라늄을 헐값에 채굴해 가는 동안 니제르는 여전히 전기공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세계 최빈국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니제르 민중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을 프랑스의 ‘부패한 허수아비들’로 보는 건 너무 자연스럽다. ‘프랑스는 떠나라’는 외침도,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군대 철수하라’는 외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여기에 러시아와 푸틴이 등장하는가? 그 실마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아프리카도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비슷하게 한동안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주로 무기수출 분야에 집중됐고, 2020년 아프리카에 48억 달러의 무기를 수출하며 40%라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주로 해외직접투자(FDI)에 집중됐고, 2021년 133억 달러를 투자하며 16%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영향력 퇴조와 맞물리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국주의 세력관계가 재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오랜 시간 프랑스와 영국 등 미국과 결탁한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수탈당해 온 아프리카 민중들은 이러한 세력관계 재편이 불러온 힘의 공백을 활용해서 ‘서방 제국주의 축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니제르가 위치한 서부 아프리카 지역 또는 사헬 지대에서 반프랑스 기류가 강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민중의 에너지를 받아안고 이끌기에는 지역 전반에서 혁명세력이나 노동자운동의 역량이 많이 취약했다. 그 빈자리를 군부 세력이 파고 들었다. 2020년 이후 사헬 지대를 관통하며 군부 쿠데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는데, 그 상당수가 프랑스 제국주의 축출을 요구하는 민심에서 쿠데타의 명분을 찾았다. 특히 말리(Mali)와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는 군부 쿠데타 이후 프랑스군을 철수시켰다. 말리에서는 대신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용병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이후 말리에서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눈에 띄는 조치들은 없었다. 대부분 과거 미군에 의해 육성된 장군들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배분파들간의 알력다툼일 뿐이었고, 프랑스와 러시아의 차이는 지배분파들이 결탁하는 제국주의 세력의 변화를 뜻할 뿐이었다. 2020-2022년 사이 발생한 쿠데타. (S) 성공 (F) 실패 African coups in the COVID-19 era: A current history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os.2023.1077945/full) 니제르에서도 2021년 3월 쿠데타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그동안 니제르는 사헬 지대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 최근에 쿠데타로 친러 세력들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사헬 지대에는 서방에 큰 골치거리가 있었으니, 2010년대를 지나면서 사헬 지대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각종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본거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과 서방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납치와 살해가 끊이지 않았고, 테러단체 소탕을 명분으로 지금도 프랑스군 1,600명, 미군 1,100명, 이탈리아군 300명이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다. 이렇게 니제르에 주둔한 서방 군대는 말리에 들어선 바그너 용병그룹에 맞서면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제어하는 역할 또한 하고 있었다. 그런 니제르에서 ‘반프랑스, 친러시아’를 공공연히 표방하는 쿠데타가 일어났으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 세력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를 대신해서 나선 것은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였다. ECOWAS는 서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의장국인 나이지리아가 면적은 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6%, GDP의 77%를 차지하며 압도적 지위에 있다. 7월 30일 ECOWAS는 니제르에게 경제제재를 단행하면서 일주일 안에 정권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군사개입도 고려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니제르에 대한 어떤 군사개입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8월 2일 니제르 군부가 ECOWAS의 제재를 비난하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4일에는 프랑스와 군사협정을 파기하며 프랑스군에게 철군을 요구했다. 원래 친서방이었던 기니도 외부 세력의 내정간섭에 반발하며 니제르 지지를 표명했다.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니제르 군부 요인이 말리를 방문해 바그너그룹과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참고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니제르 쿠데타 규탄에 동참한 반면,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서 쿠데타 지지를 표명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상원이 대통령의 니제르 군사개입 요청에 반대하며 외교적인 해결방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헌법은 위기상황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해외에 군을 동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두 편으로 갈라진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 (ECOWAS) 8월 6일 최후통첩 시한이 완료됐다. 니제르 군부는 “영공 폐쇄”를 발표했다. 나이지리아는 니제르에 공급해 오던 전력송출을 중단했고, 니제르 전기의 70%가 끊겼다. 8월 10일 긴급회의를 가진 ECOWAS는 11일 “니제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신속대응군’ 파견 준비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후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며 여러 차원의 대화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서방 제국주의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확인된다. 미국이 국무부 차관대행을 니제르에 파견해 쿠데타 군부와 대화를 시도한 반면, 프랑스는 군사적 해법에 훨씬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일단 니제르 군대가 33,000명에 불과한 반면, 나이지리아만 230,000명의 군대를 갖고 있어서 전력 규모는 서방 측이 크게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서는가, 또한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 전반에 팽배한 반서방 분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말리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과 니제르에 주둔 중인 서방 군대가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개입하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일단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서방과 러시아 제국주의가 벌이는 또 하나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사헬 지대의 동쪽 끝 수단에서는 2021년 10월 쿠데타가 성공한 이후 내분이 일어나서, 올해 4월 15일부터 이집트의 지원을 받는 (친서방) 정부군과 바그너그룹의 지원을 받는 (친러) 신속지원군 사이의 내전이 벌써 네 달째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니제르를 둘러싼 전쟁까지 터진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세력들 간의 대리전이 점점 더 지구 곳곳으로 확대돼 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쿠데타 군부가 겉으로는 ‘프랑스 축출’을 내걸며 반제국주의 행세를 하더라도, 지배계급의 일파인 그들을 통해, 또한 또 하나의 제국주의 세력인 러시아를 통해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쿠데타 군부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세워 올리는 정부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또한 쿠데타 군부를 끌어내릴 권리는 제국주의 세력이나 그 하수인이 아니라 오로지 니제르 노동자·민중에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장한다. 니제르에 대한 제국주의 군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제국주의 세력과 자본가 지배분파들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니제르와 아프리카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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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한일외교 - 제국주의 전쟁책동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이 답이다!사진: 연합뉴스 “굶어 죽을지언정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한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가 3월 13일 국회 외교위원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모금에 기초한 제3자 재단의 위자료 대리변제’라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해법을 단호히 거부하며 한 말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한국 대법원이 2018년 강제노동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위자료 배상을 확정 판결했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이를 거부해 왔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강제노동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명시했듯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은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제국주의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간 식민지 노동자들이 겪은 참혹한 현실에 대해, 또한 기나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조차 받을 수 없었던 사실에 대해, 시대를 거슬러 솟구치는 분노를 가눌 수 없다. 다시 격화하는 제국주의 패권투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로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외친다. “일본 전범기업은 강제노동 피해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대리변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식민지배 부당성에 눈감는 굴욕적인 한일외교 중단하라! 3월 6일 굴욕적인 대리변제 해법을 내놓은 윤석열은 3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굴욕 외교의 기조를 이어갔다. 일본 총리는 식민지배의 부당성에 관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위자료를 대리변제하는 재단이 추후 일본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마저 단호하게 부인했다.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나 독도 영유권에 관해서도 주장을 펼쳤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이번 정상회담이 상당히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전개되었음을 시사한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굴욕외교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끓어 넘친다.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들에게는 그토록 공격적인 윤석열이 일본 총리에게 보인 비굴함은 정말 역겹기 그지없다. 식민지배의 통한을 다시 한 번 짓이긴 윤석열의 굴욕외교는 머지않아 노동자·민중에게 철퇴를 맞을 것이다. 사진: EPA ‘민족의 자존심’, 그 양면성 그런데 우리가 ‘민족의 자존심’을 외치는 것은 늘 정당한 일일까? 제국주의 침탈과 억압에 맞서는 한 ‘민족의 자존심’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일제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규탄하고 다시는 민족의 자주성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한 ‘민족의 자존심’은 정당하다. 그러나 다른 민족을 차별하거나 고통에 빠뜨리면서 ‘민족의 자존심’을 말한다면 그것은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억압하는 민족의 자존심은 차별과 강탈로 점철된 더 나쁜 세상을 만드는 반동의 힘이다.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종종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더 고된 일을 강요당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적 차별은 외면하면서 ‘민족의 자존심’을 외친다면 결코 정당한 것일 수 없다. 해외에 나가 있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노동탄압과 환경파괴로 지탄받는데, 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민족의 자존심’을 외친다면 그 또한 결코 정당한 것일 수 없다. 한편 지배계급은 다른 국가와의 대결 구도를 조성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계급지배를 정당화하고 노동자·민중을 통제·동원하는 수단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숱하게 사용해 왔다. 일찍이 이를 간파한 노동자들은 그래서 이렇게 외쳤다. “노동자에겐 조국이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민족적 억압 아래 있을 때에는 노동자들이 민족해방 투쟁에 앞장서면서 이를 자본가들에 맞선 계급투쟁과 결합시키되, 민족적 억압을 벗어났을 때에는 더 이상 자기 민족에 얽매이지 말고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라는 뜻이었다. 굴욕적인 한일외교의 본질 윤석열 정부가 이토록 굴욕적인 한일외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은 국민의힘이 가진 이른바 ‘토착왜구’로서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한일관계의 경색이 2012년 대통령 이명박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부터 시작됐음을 고려한다면, 민주당의 설명은 석연치 않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세계정세 변화에 대응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한다. 훨씬 더 일리 있는 설명이다. 2012년 8월 이명박의 독도 방문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국이 급격하게 부상하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사건이었다.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핑계로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고 2015년 9월 박근혜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은 해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은 2015년 하반기 한국 정부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꿔놓았는데, 이는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2016년 7월 한미 간 사드배치 합의로 구체화했다. 한국 정부의 사드배치는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보복을 초래했지만,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우선하면서도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최종 실행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강력한 무역분쟁을 펼치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 여지를 갖고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동원하는 데서 서투른 까닭이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한국에 터무니없는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숨통을 열어줬다. 이런 조건 위에서 2018년 강제징용 대법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고, 그에 대해 2019년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도 지소미아 중단 등의 맞불 대응에 나섰다. 상황은 2021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 등장 이후, 특히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변했다.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거의 죽어가던) 나토의 완전한 복원으로 결실을 보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중국을 견제·포위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미국 뒤로 철저하게 줄서기)를 압박하고 나섰다. 윤석열의 굴욕적인 한일외교는 바로 중국·러시아·북한을 상대로 미국·일본·한국 군사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압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적 한미 전쟁훈련이 재개되고 한미일 군사훈련이 강화돼 온 것과 굴욕적 한일외교는 정확히 동전의 양면이다. 2022년 6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사진: AFP 전쟁책동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 민주당은 ‘한미동맹은 괜찮지만 한미일동맹은 안 된다’고 말한다. 한미일동맹은 북중러동맹을 불러냄으로써 한반도·동북아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국·일본·한국의 군사동맹과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동맹이 맞부딪치는 상황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심각한 전쟁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특히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미·중 패권대결의 정점으로 부상한 지금 그러한 대치전선의 가시화는 동북아시아 전반에 매우 심각한 긴장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거나 감추고 있는 것은 한미일동맹이 한미동맹의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을 중심에 놓고 한국을 묶어세우는 게 지금 미국의 명확한 정책이다. 이를 방해하는 과거사 따위는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 아래서 일어난 일들은, 민주당 또한 한미동맹에 철저히 복종하려는 세력임을 생각한다면, 민주당 정부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전개됐을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같은 단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인류를 얼마나 끔찍한 처지로 내몰았는지를 말해주는 단면들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일본·한국과 중국·러시아·북한이 상호 군사적 대치전선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전쟁으로 우리를 다시 몰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 대치 전선에는 어떤 진보적 세력도 없다. 다양한 모습과 발전단계를 가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 패권 열망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을 뿐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시 한 번 인류를 대량파괴와 대량학살로 내몰아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굴욕적인 한일외교 앞에서 우리가 진정 분노할 것은 일부러 전쟁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모든 자본가 지배세력들의 저 잔인한 욕망이다.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하루라도 빨리 제국주의 전쟁책동과 전쟁위기에 맞서 일본·중국·북한·대만·러시아·미국 등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과 함께 국제적 단결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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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개악 반대 총파업 톺아보기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한 달 남짓, 마크롱 정권의 연금개악 추진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총파업 시위 소식이 우리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100만을 훌쩍 넘어선 거대한 총파업이 며칠이 멀다 하고 몇 차례씩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파업과 더불어 에너지산업 노동자들의 ‘로빈 후드 작전’ 이야기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전기요금 폭등으로 허덕이는 가난한 민중들에게 ‘미터기를 조작해’ 전기를 무료로 공급해 주겠다면서, 이것은 “불법이지만 도덕적인 행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연금개악의 핵심은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상향하는 것이다.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기여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 시위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연금개악이 진행돼 왔지만, 이번 연금개악은 여러 모로 2010년 연금개악과 비교된다. 이번과 비슷하게 연금수령 개시연령이 60세에서 62세로 상향됐으며, 그에 맞서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 시위가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총파업은 이미 2010년 투쟁을 넘어서고 있다. 2010년에는 (경찰집계 참가자수가 100만을 넘어서는) 대규모 투쟁으로 불붙기까지 연금개악 쟁점화로부터 6개월여가 걸렸던 반면, 이번에는 2023년 1월 10일 연금개악안 발표 이후 불과 9일 만에 열린 첫 총파업 시위부터 대규모 투쟁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1월 31일 2차 시위 참가자수 127만(경찰집계 기준)은 2010년 최대치였던 10월 12일 123만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오늘날 프랑스 노동자운동을 주도하는 철도·정유·전기·가스·교사 등 공공부문 전반은 이번 투쟁에서도 높은 참여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침체돼 있는 민간부문에서도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이를테면 어느 항공산업 하청업체의 경우 과거 총파업들에는 노동자 200명 가운데 5명 정도만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90명 정도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번 총파업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양상은 중소도시 노동자들의 대규모 참여다. 198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총파업들은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와 달리 중소도시들에서는 노동자운동과 좌파 정치가 전반적으로 허약했고 극우세력이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그런데 이번 총파업에서는 중소도시들에서 전체 주민의 20~30%가 총파업 시위에 나서는 일이 프랑스 전역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1월 19일 16만이 거주하는 그르노블에서는 3만 5천 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2월 16일 3천 명이 거주하는 무띠에에서는 1천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물론 220만 인구를 가진 파리에서 40~50만 명이 꾸준히 참가하는 등 이번에도 총파업을 주도하는 것은 대도시다.) 한편 르펜이 이끄는 극우파는 압도적인 여론 때문에 형식적으로 반대는 하고 있지만, 파업과 시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투쟁은 중소도시의 노동자계급이 극우파와 관계를 단절하고 노동자운동의 한 부분으로 새롭게 정립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2월 16일 프랑스 남동부의 소도시 무띠에에서 벌어진 총파업 시위 총파업에 거대한 동력이 붙은 이유 현지 여론조사 결과는 전체 프랑스인들 가운데 60~65% 정도가 연금개악에 반대함을 드러낸다. 노동자들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반대율이 90%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대한 동력이 이번 총파업에 붙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연금을 받기까지 “2년 더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노령연금은 프랑스에서 사회복지의 근간으로 간주된다. 흔히 프랑스 노동자들은 ‘5주간의 여름휴가’를 바라보며 1년을 일하고, ‘노령연금으로 뒷받침되는 안락한 노후’를 바라보며 평생을 일한다는 말이 있다. 모두 프랑스 노동자들이 숱한 혁명과 계급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들이다. (연금이 너무 허술해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이 참 씁쓸하다.) 연금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아래로부터 뜨겁게 밀려 올라오자 전국단위 8개 노총 모두가 2010년 투쟁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 공동행보에 나섰다. 그동안 여러 차례 친정부 입장을 취해 왔던 민주노동연맹(CFDT)조차 “지난 30년 동안 최악의 연금개악”이라는 일성과 함께 ‘노총연대’에 동참했다. 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요소로서 노동의 의미가 재평가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자부심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점, 2022년 인플레이션에 맞서 광범한 임금투쟁이 펼쳐지면서 수많은 젊은 노동자가 생애 첫 파업을 경험한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대로 가면 연금에 큰 적자가 난다’는 것이 연금개악을 추진하는 마크롱 정권의 명분이지만, 팬데믹 기간 자본가들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어 놓고서 연금적자는 노동자들에게 다 전가하려 하는 정부의 이중성도 분노에 불을 지폈다. 연금개악에 대한 분노가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에너지 부족, 공공서비스 불만족 같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느끼는 온갖 사회적 고통이나 불만들과 버무려진 것도 큰 요인이다. 그래서 실제 총파업 시위에서는 연금개악 문제를 넘어서서 훨씬 광범한 분노들이 표출된다. 연금수령 개시연령 상향으로 특히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블루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거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제조업·택배·청소·의료 등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기존에도 기대수명이 더 짧았고 그래서 연금수령 기간도 더 짧았던 터인데, 이제 2년을 더 일하라 하니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얘기냐”며 거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야간 노동, 중량물 운반, 독극물 노출 등 고강도 착취에 대한 강력한 분노도 역시 표출되고 있다. 시위에는 연금을 이미 수령중인 은퇴자들과 더불어 나이 어린 대학생과 고등학생들도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연금개악 법안의 처리 전망 2010년에 연금개악을 밀어붙였던 사르코지 정권과 달리 지금 마크롱 정권은 (제1세력이긴 하지만) 의회 과반수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제2세력인 좌파 ‘생태사회신인민연합’(NUPES)과 제3세력인 극우파 ‘국민결집’(RN)은 연금개악에 반대한다. 제4세력인 우파 ‘공화주의자’(LR)는 연금개악에 긍정적인데, 만일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제1세력인 마크롱 정권의 ‘함께’(Ensemble)와 합쳐 과반수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화주의자’는 연금개악 표결에 찬성했을 때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마크롱 정권이 ‘공화주의자’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이 정부에게 비상입법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그로부터 24시간 이내에 불신임 당하지 않으면) 의회 표결을 생략한 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이 방법이 사용돼 왔다. 이를테면 2016년 사회당 정권이 노동법 개악안을 강행할 때 이 방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후 사회당의 지지기반이 충격적으로 붕괴한 것처럼, 위험부담이 많은 방법이기도 하다. 마크롱은 어떤 식으로든 이번만큼은 반드시 연금개악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첫 번째 임기 때 연금개악을 일차 추진했으나 강력한 총파업으로 고전하다가 코로나를 핑계로 물러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할 때도, 연금개악은 마크롱의 주요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앞선 정권들이 노조의 반대 때문에 연금을 제대로 손보지 못하면서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 마크롱이 줄기차게 떠들어온 논지다. 마크롱은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고, 실제로 이번에도 물러섰다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하원에서 2월 6일부터 18일까지 토론을 벌인 데 이어, 3월 2일부터는 상원 토론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3월 하순경이면 표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화주의자’의 태도에 따라 비상입법권의 발동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향한 전망과 과제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의 후안 칭고는 “198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 전개된 어떤 운동도 이렇게 강력하게 출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2010년 연금개악 반대 투쟁 때도 열두 번의 강력한 총파업 시위를 펼쳤지만, 의회에서 개악안이 통과됐을 때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패배했다. 지금 전개되는 운동의 약점과 한계도 분명하다. 전국단위 8개 노총 모두의 연대가 실현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그 대신 언제라도 정부와 타협하며 뛰쳐나갈 수 있는 민주노동연맹(CFDT)이 노총연대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CFDT의 깃발과 조끼는 거리 시위대 속에서도 3분의 1 가까운 규모를 차지하는데, 공공연히 계급협조주의를 표방하는 CFDT는 이번 투쟁에서도 의회 협상에 압력을 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노총연대가 주도하는 총파업 시위들은 대규모이긴 하되 과격하지는 않게 노동자들의 불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 상황은 마크롱 정권의 첫 번째 임기 때 펼쳐졌던 상황들과 대비된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2016년 사회당 정권의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 이후 마크롱 정권의 첫 번째 임기를 관통하며 상당히 격렬한 계급투쟁을 전개했다. 2017~18년 철도노조 파업, 2018~19년 노란조끼 운동, 2019~20년 공공부문 중심의 연금개악 반대 파업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 이 투쟁들은 이번 투쟁보다 규모는 더 작았지만 훨씬 격렬하고 급진적인 양상을 보였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노조관료들의 통제를 상당 수준 극복하면서 아래로부터 주도성과 역동성을 발전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투쟁의 전망은 노총연대가 주도하는 하루짜리 총파업 시위를 넘어서서 아래로부터 강력한 역동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이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의회 내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상관없이, 또한 비상입법권이 발동되는가에 상관없이, 오로지 생산과 사회를 마비시키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할 때만 ‘연금개악 완전 철회’라는 노동자들의 의지를 관철시킬 길이 열릴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9년 투쟁의 경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2019년 공공부문 중심의 연금개악 반대 파업이 펼쳐졌을 때 파리교통공단(RATP) 노동자들은 노조관료들의 소극성을 뛰어넘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무기한 총파업을 요구하고 스스로 조직해 나갔다. 이 흐름은 국영철도로도 확산됐고 50년 만에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우며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끝에, 결국 마크롱 정권이 뒤로 물러서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 이번 투쟁이 갖고 있는 거대한 규모는 무기한 총파업 운동이 2019년보다 훨씬 멀리 뻗어나갈 가능성 또한 보여준다. 2019년의 무기한 총파업 운동은 격렬하긴 했지만 운수부문에 한정됐다. 다른 조직노동자들은 일부가 며칠짜리 파업 정도에 머물렀고, 대다수 미조직 불안정노동자들에게는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투쟁에서는 훨씬 다양한 노동자들이 거대한 규모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큰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와 관련, <연속혁명>의 후안 칭고는 1995년 연금개악 반대파업 때의 (개악안을 철회시켜 냈던) 성공적인 경험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당시 총파업에서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은 지인들의 작업장을 직접 찾아가 총파업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전술로 파업을 확산시켜 나갔다. 이 전술은 무작위 대중에게 리플렛을 배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고 하는데, 특히 5인 이상이 집단적으로 방문했을 때 종종 직접적인 결과를 끌어낼 정도로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사업장마다 현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총회를 기반으로 작동하면서 파업에 활력이 넘쳤다고 한다.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더 강력한 행동을 요구하는 상황에 떠밀리면서, 노총연대 지도부는 ‘정부와 의회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3월 7일에는 프랑스 전체를 마비시키겠다’고 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무기한 총파업이 아니라 하루 총파업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2월 7일 노동총동맹(CGT)에 속한 전기·정유·철도·항만 노동자들은 노총연대가 주도하는 하루 총파업 시위를 넘어서서 (무기한 총파업을 준비하는 성격으로) 48시간 파업을 전개했다. 파리교통공단의 노조합동위원회와 CGT 철도지부는 3월 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유 노동자들도 비슷한 계획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아래로부터 주도성을 갖고 무기한 총파업을 역동적으로 건설해 나갈 때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 길이 열릴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모든 부문 속으로 다가가며 무기한 총파업을 널리 확산시킬 때 단지 연금개악 철회를 넘어서서 다양한 공세적 요구를 관철시킬 길이 열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속혁명>을 비롯한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60세부터 (중노동 부문은 55세부터) 모든 노동자들에게 풍족한 연금 지급 △물가인상에 맞선 대규모 임금인상과 물가임금연동제 실시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의 생산통제 △불안정노동 철폐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교육·의료·주거 환경 개선 △반이민법 폐지 등의 요구를 이번 투쟁 속에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만일 이번 투쟁에서 프랑스 노동자들이 마크롱을 패퇴시킬 수 있다면, 세계 곳곳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록적 인플레이션으로 다시 한 번 ‘위기와 전쟁의 시대’가 시작된 상황에서, 세계 노동자계급 또한 ‘혁명의 시대’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노동자계급의 역사적인 투쟁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응원의 마음을 함께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