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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독일 공공교통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의 의미, 한계, 과제다음 멈출 곳: 교통전환 #우리는함께간다 / 사진: Dustin Hirschfeld 다시,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만남 올해 초부터 지난 4월까지, 독일 공공교통-운수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진행했다. 1월, 철도기관사노조(GDL) 노동자들이 5일간 파업을 벌였고1), 2월에는 철도와 버스·트램 등 통합서비스노조(Ver.di) 소속 공공교통노동자 9만여 명이 독일 전역에서 파업에 나섰다. 2월 1일과 2일에는 공공교통노동자들과 항공보안직 노동자들이 24시간 경고파업을 벌였다. 버스·트램 등 공공교통노동자들은 2월 29일 48시간 파업을 전개했고, 3월 1일 기후행동의날을 맞아 독일 130여 지역에서 기후활동가들과 함께 행진했다. 교섭 진척이 없는 상당수 지역에서는 4월에도 파업이 진행되었다. 투쟁을 통해, 3월 26일 철도기관사노조와 국영철도회사 도이체반이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2월 말에서 4월에 걸쳐 다수 지역 버스·트램 노동자들이 지역공공교통 단체협약(Tarifvertrag Nahverkehr, TV-N)을 체결했다. 1) 애초 계획은 6일이었으나 5일 만에 마무리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독일 교통-운수노동자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임금인상,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휴식시간 연장, 유급휴가 확대 등 노동조건 개선, 둘째 독일 공공교통 수송능력 배가를 위한 대대적 투자다. 이는 2023년 3월 독일 공공교통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mega strike)'에 이어지는 흐름으로, 작년 통합서비스노조(Ver.di)와 철도운수노조(EVG) 소속 공공교통노동자 파업에는 40만 명 이상이 참여해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교통-운수노동자 파업으로 기록되었다.2) 2023년 공동투쟁 당시 독일 경영자총연합회(BDA)의 ‘투쟁이 정치파업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비난과 마찬가지로, 독일 경총은 2024년 파업에 대해서도 ‘정치적 행동주의로 선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2) 2023년 파업의 주요 요구는 10.5% 임금인상이었다. 독일 공공교통노동자들은 왜 싸우는가? 독일 공공교통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베를린교통공사(BVG) 버스노동자들의 경우, 한 노선 운행을 마무리할 때 단 4분의 '턴어라운드' 시간만 주어진다. 이에 종점에서의 휴식시간을 최소 10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또한, 버스노동자들은 근무 마무리 후 다음 근무까지 휴식시간을 11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법에 따라 모든 독일 노동자는 교대근무 사이 최소 11시간 휴식을 보장받는데, 도시 외곽 기종점으로 출퇴근하는 버스·철도노동자들은, 이동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수 노동자가 퇴근에 1시간 30분, 다시 출근에 1시간 30분을 쓴다. 8시간 안에 먹고, 자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삶이 온전할 리 없다. 그간 국가와 자본의 공공교통 민영화 공세와 투자 축소로, 독일 교통체계는 부실해졌고, 더 위험해졌다. 독일 공공교통체계의 부실은 악명 높은데, 기차도 연착과 취소가 일상화되어 있어 2024년 3월 기준으로 국영철도회사 도이체반의 장거리 열차 (유명한 ICE와 IC) 중 67.6%만 정시에 운행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럴진대,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고통받는 것은 당연하다. 2023년 2월 25일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15%에 불과한 대중교통 비중은 2030년 24%, 2045년 47%로 3배 이상 늘어야 한다. 독일 운수회사협회(VDV)에 따르면, 운송부문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교통-운수노동자 11만 명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독일 정부도 2030년까지 공공교통 이용률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열악한 교통노동자 임금·노동조건으로 인력충원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운수부문의 이직률과 평균연령은 독일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통합서비스노조(Ver.di)가 발표한 공공교통부문 고용분석에 따르면, 현재 인력의 절반가량이 6년 내 정년퇴직하거나 퇴사할 공산이 높다. 노조에 따르면 “버스는 늦고, 버스노동자는 정기휴식을 취하지 못하며, 여유인력이 없어 이틀간 야간근무를 마친 노동자가 곧바로 출근해야 할 정도이고, 트램 운전사가 아프면 열차 자체가 결행해야 할 정도”다. 공공교통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3) 이렇듯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공공교통 확대를 위한 노동자 투쟁과 기후정의운동의 목표는 하나다. 3) 에너지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2022년에 9유로티켓을 도입해 한시적으로 지역 및 지방 공공교통을 9유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후속 정책인 49유로티켓은 2023년 초에 시행되었지만, 특히, 공공교통체계가 열악한 지방의 경우 자동차 통행량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함께 간다! - 기후를 보호하는 것은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사진: Motte Wirfahrenzusammen flickr “우리는 함께 간다”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140만 명 이상이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여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25만 명에 불과하다. 독일 기후운동은 위축되어 왔고, 유럽 전역에서 확대되는 ‘그린래시(기후운동에 대한 백래시)’는 기후운동 위축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일 기후운동의 주된 투쟁 방식이었던 가두시위로는 한계가 분명했고, 새로운 전망이 필요했다. 이에 독일 기후운동은 2020년 이후 노동운동과의 결합과정을 확대해왔다. 당시 공공교통노동자들은 기후운동가들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간 ‘마지막 세대(letze generation)’ 등 독일 직접행동주의 기후운동그룹의 예술품 훼손과 접착제 시위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일부는 그런 반감에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후운동과 노조운동은 지속적 연대로 신뢰를 쌓아갔다. “우리는 함께 간다” (we ride together, wir fahren zusammen)라는 슬로건으로 두 운동의 목표가 다르지 않음을 드러냈다. 겪어온 과정도, 쓰는 용어도 달랐던 두 운동은 계속 접점을 만들어왔다. 2023년과 2024년의 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은 그 결과다. 물론, 그 발전 정도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독일 공공교통노동자 모두가 기후정의 투사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공교통노동자들의 기후정의파업은 기후운동이 계급투쟁이어야 한다는 의식을, 또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체제에 맞선 정치투쟁을 확대해야 한다는 계급의식을 확대할 계기다. 독일 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는 목적의식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독일 노동자투쟁 확대 배경 최근 독일 노동자투쟁은 확대 추세다. 투쟁 확대에 따라 노동조합조직률도 상승하고 있는데, 2023년 독일노동조합연맹 8개 산별노조 중 5개 산별노조에서 조합원이 늘었고, 젊은 조합원 비율도 늘어났다. 노동자투쟁 확대의 주요 배경은 고물가 지속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 그리고 이와 연동된 요인으로서 세계화의 균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자본주의의 위기다. 지속되는 고물가에 따라, 독일노동자 실질임금은 무려 4년째 감소하고 있다(2020년 1.2% 감소, 2021년 정체, 2022년 4% 감소, 2023년 0.1% 감소).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들여오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사건이 상징하듯, 유럽국 중 러시아·중국과 가장 밀접했던 독일 자본주의는 러우전쟁 이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삭감에 노동자 민중이 고통받는 지금에도, 독일 정부는 급격한 군비 확대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2022년 2월 24일은 유럽 대륙의 역사에 '시대전환'이 될 날입니다. 세계는 더 이상 이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사흘 뒤인 2022년 2월 2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연설이다. 숄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독일의 방위 정책을 대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1천억 유로 규모 특별방위기금을 만들고, 나토 가이드라인에 맞춰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군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1992년 이후 최초로 나토의 각국 방위비 가이드라인인 GDP 대비 2%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조차 시작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 대비 2% 방위비 기준은 천장이 아닌 바닥이 되어야 한다" -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의 말이다. 이러한 군비 증가는 사회보장지출 축소와 억압체제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교통-운수노동자파업 참여자들 역시 급격한 국방예산 확대에 대비되는 공공투자 낙후를 지적하며, 열악한 공공교통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 공공교통 투자를 요구했다. 이렇듯 2024년 독일 공공교통노동자 투쟁은 임금삭감에 맞선 투쟁, 기후위기에 맞선 투쟁, 전쟁과 군비증가에 맞선 투쟁을 하나로 집약한 반체제 정치투쟁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직은 ‘가능성’이다. 다음을 보자. 한계와 과제 - 팔레스타인 연대를 둘러싼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독일 운동의 분열 의미 있는 진전이었으나, 한계도 분명하다. 관련,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와 관련한 국제 기후운동과 독일 기후운동의 분열을 살펴보자. "점령, 토지강탈, 정착촌, 콘크리트벽, 아파르트헤이트, … 우리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와 강도로 나타나는 이 교과서적인 식민주의를 해체해 IPCC의 생존가능 시나리오를 보장할 것입니다 … 이것은 대량학살입니다” - 2023년 10월 19일, 미래를위한금요일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억압적 국가테러에 항의하는 날"의 일환으로 10월 20일 금요일 전 세계 총파업을 촉구했다.4) 4) △모든 노동자와 학생은 금요일에 쉬고 총파업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업체는 10월 20일 금요일에는 영업하지 마세요. △모든 시민은 이날 국제연대의 상징을 착용해주세요 … 이날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테러에 항의하는 날입니다. 2023.10.19. <미래를위한금요일 인터내셔널>의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촉구 게시물 왜 기후운동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 미래를위한금요일(FFF)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식민점령 아래 기후정의는 없다.", ”기후정의의 핵심은 모든 사회적 불의와 억압에 반대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억압도 포함된다.“ 이렇듯 미래를위한금요일 국제조직과 각국 지부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해 왔다. 그러나 독일지부는 예외다. 미래를위한금요일 국제조직과 그레타 툰베리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규탄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입장을 밝힌 후, 슈테피 렘케 환경부장관(녹색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툰베리와 미래를위한금요일 국제조직을 비난했다.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는 국제조직과 툰베리의 입장이 일방적이라고 비판하며 국제 기후정의운동과 거리를 두어왔다. 뮌헨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활동가들이 기후시위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전 세계 유대인들과 연대하며, 하마스의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 “소수가 허위정보와 반유대주의를 전파하고자 네트워크를 악용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래를위한금요일 글로벌SNS를 허위정보와 혐오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독일지부는 미래를위한금요일 글로벌 SNS와 교류하지 않을 것이다." -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 대표이자 녹색당 정치인인 루이자 노이바우어의 말이다. 2023년 11월 30일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도, 각국 기후정의활동가들은 화석연료 단체, 기업, 정부수반들의 이스라엘 전쟁범죄 연루를 규탄하며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했으나, 독일 기후운동 대표단은 해당 투쟁에 참석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지 않는 독일 기후운동, 특히 그 상층부는 그 운동의 정치적 지향뿐만 아니라 자신이 내건 본령인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서도 오류 그 자체다. 한 영국·미국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에 따르면, 가자지구 대량학살 한달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글로벌사우스 20개국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 이렇듯 전쟁과 군비 확대는 그 자체로 반노동적, 반기후적, 반사회적이다. 독일정부가 급격한 군비 확대에 나선 지금,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은 국제 반제반전운동의 일원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FFF 독일지부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학살을 지원하는 독일정부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독일 노조운동도 마찬가지다. 독일노동조합연맹도, 통합서비스노조도 이스라엘 지지를 밝혔을 뿐이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연대가 독일정부에 맞선 반제 반전운동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흐름은 3월 1일 노조-기후운동 공동파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3월 1일 베를린 공동파업 집회에서, 공공교통 저임금체제에 관해 재무부·교통부 장관(둘 다 독일자민당 소속이다) 규탄 발언이 쏟아졌으나, 녹색당을 포함한 독일 연립정부 전체에 대한 규탄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FF 성원들이 급진적 반자본주의 구호를 현장 곳곳에 내걸었지만, 무대에서는 급진주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계속되는 대량학살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이라는 주제는 무시되었다. 투쟁은 온건했고, 참가자는 투쟁의 의미와 잠재력에 비해 낮았다. 즉, 2024년 독일 공공교통노동자-기후운동은 2023년 ‘거대한 파업’에 이어지는 연대투쟁을 흐름을 형성하고 있기는 하나, 이 정치적 의미를 더욱 발전시키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독일이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가 전년보다 10배나 늘 정도로 (수출 218건 중 185건이 하마스의 공격이 있었던 10월 7일 이후 이루어졌다) 독일 정부의 학살 지원이 노골적인 상황에서, 제국주의와 전쟁에 맞선 투쟁이라는 중대 과제를 도외시하는 운동은 국가-자본에 종속되고, 길들여질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 전쟁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노동운동-기후정의운동-반제반전운동의 목표는 하나여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체제에 맞선 정치투쟁’이라는 목표 아래 국가-자본과 독립적으로 각 운동의 연대를 추동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연대 과정에서 드러난 독일 노동자계급의 과제도, 심화하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위기에도 새해 벽두부터 ‘핵기반 한미일동맹 강화’와 ‘K-방산 전략산업화’를 외치며 국가 자체를 전쟁기지로 만들어가는 정부와 자본에 맞선 한국 노동자계급의 과제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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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공급망감시법 무력화, 자본주의는 오늘도 파국으로 향한다독일 리자(Riesa) 항구에서 홍수에 침수된 컨테이너. 사진: 로이터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둔 공급망감시법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즉 유럽연합공급망감시법이 3월 15일 유럽연합 이사회(각료 이사회)에서 통과되었다. 유럽연합 이사회 통과에 따라, 법안은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1).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함께 2050년까지 유럽 기후중립을 달성한다는 EU그린딜 계획을 구성하는 중요 법안인데, 법안은 유럽연합 대기업의 공급망 내 강제노동, 아동노동, 삼림벌채 등 노동권 탄압과 환경오염 행위를 규제한다.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의무 등 법안 관련 내용을 매년 공시해야 한다. EU 각국은 기업의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할 감독기관을 지정하며, 감독기관은 조사를 통해 규정 미준수 기업에 순매출액의 5%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1) 유럽연합 입법절차는 △유럽연합 시민을 대표하는 유럽 의회 △유럽연합 정부를 대표하는 유럽연합 이사회 △유럽연합의 종합적 이익을 대표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세 주요 기관의 합의 과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대기업 규제에 있어 진일보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실제 과정은 자본의 승리를 드러낸다. 법안 주요 내용은 이번 유럽연합 이사회 부의와 통과 과정에서 심각하게 후퇴했는데, 이는 세계 각국에서 확대되는 그린래시와 기후운동 퇴조를 반영한다. 그간 ‘ESG 경영’, ‘그린뉴딜’ 등 녹색 분칠에 바쁘던 국가와 자본은 이제 그 분칠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기후-환경정책에 반격하고 있다. 자본의 승리, 공급망감시법 축소 조정 경과를 보자. 작년 12월 유럽연합 이사회와 유럽연합 의회의 합의 후, 세부 조정을 거쳐 올해 1월 30일 공개된 공급망감시법 최종 초안은 유럽연합 이사회 표결을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이미 12월 합의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당면 규제에서 제외된 터였다. 그러나 독일이 2월 유럽연합 이사회 투표에서 법안에 기권하겠다고 밝힌 후, 여러 EU 국가가 줄줄이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독일 연립정부(사민·녹색·자민당 연립정부, 신호등 연정) 구성원인 자유민주당(FDP)이 자본가 단체들과 함께 ‘과도한 관료주의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독일 입장을 법안 반대로 돌려놓았고, 프랑스는 법안이 적용될 기업의 고용 규모를 초안의 10배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부 역시, 별개 법안인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법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실제 의도로 공급망감시법에 반대하며 법안 사이의 거래를 시도했다. 이렇듯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자본의 이윤 축소 우려를 앞세우며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고, 결국 초안은 부결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월 28일 법안 표결에서 독일·이탈리아·핀란드·오스트리아·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헝가리·리투아니아·룩셈부르크·몰타·슬로바키아·키프로스 등 13개국이 기권했고, 스웨덴은 법안에 반대했다.2) 2) 유럽연합 이사회 의결을 위해서는 △회원국 55%(15개국) 찬성에 더해 △찬성 회원국들의 인구가 유럽연합 인구의 65%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반대할 경우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2월 유럽연합 이사회 부결 후, 법안은 대폭적 축소 조정을 거쳐 3월 15일 27개 EU국 중 17개국 지지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법안 무력화의 핵심은 ‘대기업’ 정의를 훨씬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초안이 명시한 고용인원 500명 이상, 순매출액 1억 5천만 유로 이상 기업에 공급망감시법을 적용한다는 기준은, 고용인원이 1천명 이상(초안의 2배)인 동시에 순매출액이 4억 5천만 유로 이상인 기업(초안의 3배)에 적용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했다. 결과적으로 법안이 규제하는 기업 수는 기존의 1/3로 줄어 전체 유럽기업의 0.05%에 불과하다.3) 다국적기업연구센터(SOMO) 추산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은 5,421개에 그치며 이는 2023년 12월 유럽연합 의회·집행위원회·이사회 잠정합의 기준에 따른 16,389개에서 67%나 감소한 수치다. 3) 여기서 알 수 있는 지점은 2023년 12월 합의안을 기준으로 해도 규제대상 기업은 전체 유럽 기업의 0.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안이 적용되는 기업 규모 기준 다음으로 큰 반대에 부딪힌 내용은 법안 미준수 기업에 대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권한이었는데, 애초 법안에 포함되어 있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법안 미준수 기업을 고소할 수 있다’는 민사책임 조항도 삭제되었다. 공급망 전반에 대한 법안의 강제력도 대폭 축소되었다. 3월 15일 통과된 법안은 “회사를 위해 또는 회사를 대신하여 활동을 수행하는” 사업 파트너에게만 적용된다. 공급망 하단부터 상단까지 복잡다단한 생산의 그물망을 강제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공급망 감시’ 법안인 것이다. 또한, 고위험산업 규제조항, 즉 ‘인권 또는 환경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임업, 석유산업, 채굴업 등)은 고용인원이나 매출액이 법 적용 기준에 못미쳐도 규제 대상으로 놓았던 기존 규정도 삭제되었다. 제품 폐기, 해체, 재활용까지 포괄하던 내용(다운스트림 규제) 역시 삭제되었다. 규제력이 즉각 발휘되는 것도 아니다. △고용인원 5천 명, 매출액 15억 유로 기업은 3년 후부터 적용되며, △고용인원 3천 명, 매출액 9억 유로 기업은 4년 후, △고용인원 1천 명, 매출액 4억 5천만 유로 기업은 5년 후에야 규제를 적용받는다. 현 상황은 세계 기후운동의 퇴조 속에 그린워싱 흉내조차 거추장스러워진 자본과 국가의 노골적 행보를 드러낸다. 유럽 열강의 행보가 드러내는 것 - 국가와 자본은 기후파국을 앞당기고 있을 뿐이다 공급망감시법을 무력화한 유럽 열강, 독일은 그 중에서도 선두에 있다. 독일은 2월 28일 표결에 이어 3월 15일 표결에서도 기권했다. 이렇듯 독일의 태도는 일관적인데, 이는 공급망감시법에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감시법 표결 이틀 전인 3월 13일, 독일은 ‘강제노동 규제방침(Forced Labor Regulation, FLR)’ 표결에서도 헝가리, 라트비아와 함께 기권했다(법안은 27개국 중 24개국 지지로 유럽연합이사회에서 통과되었으며, 공급망감시법과 마찬가지로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공급망감시법 무력화에 앞장선 독일의 입장은, 독일 공급망이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독일 산업의 중국·러시아 의존성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럽 국가가 독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독일 화학기업 BASF, 자동차기업 폭스바겐 등은 신장위구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는 ‘서방’이 중국의 강제노동 수용소라고 극렬 비판하는 지역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애초 공급망감시법 자체에 서방의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 견제 의도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도 분명하다. 중국은 EU공급망감시법에 반대함은 물론,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에 맞서 반간첩법을 대폭 강화하는 등, 중국 내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유출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법안 무력화에 나선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의 입장은 중국 견제로 심화될 공급망의 균열이 결과적으로 자국 자본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될 상황에 기인한다.4) 이렇듯 공급망감시법 축소 조정 과정은, 법이 내세우는 ‘보다 환경친화적인 공급망’, ‘노동권을 확대하는 공급망’이라는 명분의 허울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제 국가와 자본은 파국을 피하려는 시늉조차 내지 않는다. 자본축적이라는 대전제 앞에, 자본과 국가는 ‘ESG경영’이라는 허울조차 벗어던지고 있다.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 후 법안이 실제 적용될 3년 뒤까지의 시간 동안, 유럽 자본은 교묘한 기업분할과 다단계 하도급 확대를 비롯해 규제 회피를 위한 각급 조치를 취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4) 실제로 법안 반대 최선두에 선 독일과 중국의 산업 연관은 여전히 긴밀함은 물론 더욱 강화되는 양상까지 있는데, 2023년 중국으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FDI)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독일은 대중국 직접투자를 사상 최대치로 늘리기도 했다. 공급망감시법의 현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파국을 막을 수 없음을, 특히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가 기후파국을 앞당기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민중의 생산통제는 생존의 문제다. 이윤을 위한 생산체제를 끝내기 위해,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를 지역과 현장으로 확대하자. 산업과 생산은 노동자 민중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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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정당과 단절하기 위해,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전면화하는 야권연대, 개량주의·의회주의·몰계급적 정치세력화의 필연적 결과 2월 13일, 진보당은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가 정당과 함께 당을 만들고, 강령과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세워 노동자 민중의 지지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다. 2월 17일, 녹색정의당은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불참을 결정했으나 민주당과의 정책연합 및 지역구 후보 연대 등을 폭넓게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민주당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중앙당 차원의 지역구 연대 협상중단을 밝히면서도 지역 협의는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중앙당 협상을 중단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녹색정의당과의 사전협의 없이 비례대표의석 축소를 결정한 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비례대표 의석을 그대로 두었다면 계속 연대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위성정당 창당이건 지역구 후보단일화건,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과 자본가 정당의 연대연합이 전면화하는 현 상황은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어떤 이념, 주체, 수단에 의거해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요구한다.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야권연대 - 개량주의·의회주의 노동자정당의 국민정당화는 필연이다 우선, ‘민주노총 주도 단일정당 건설’이라는 2023년 9월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그 정치방침을 함께 만든 정치세력들의 ‘민주당 연대’라는 외견상 모순적인 행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민주노총 주도 노동자 단일정당은 바람직하나, 민주당과의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좌: 2024년 2월 21일. 우: 2012년 3월 10일 사실, 현 국면 전면화하는 ‘민주노총 지지 진보정당’과 자본가 정치세력의 연대는 새롭지 않은 일이다. 잠시 민주노동당을 돌아보자.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1996-97 총파업을 계기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나선 결과로 만들어졌다.1) 노동자계급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총파업의 힘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수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극복을 목표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계급투쟁의 성과를 어떤 식으로건 일정히 반영한다. 1) 1997년 7월 24일, 민주노총 제6차 임시대의원대회의의 관련 결의는 다음과 같다. <1. 민주노총은 제 민주세력과 함께 1997년 대선에 국민후보를 추대, 이를 위한 선거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인적 물적 역량을 동원키로 결의한다. 2. 민주노총은 대중적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자가 적극 참여하고 각계각층의 민주적이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귀결은 거듭된 보수야당과의 선거연대에 이은 민주당 계열 분파와의 합당을 통한 통합진보당 창당이었다(‘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만남’).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지방선거 이래 야권연대가 노골화했고(반MB 야권연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는 극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부터 중앙정부까지 ‘공동정부 구성’이 음양으로 운위되었다. 이는 민주노동당 내부 갈등에 이은 분당을 재통합하는 과정과 맞물렸는데, 이를 종합하면 <진보대통합→야권연대→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전망이었다. 즉, 전략은 야권연대를 통한 연립정부 구성이고, 이에 종속되는 전술이 진보대통합이었던 셈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넘어 ‘민주당과의 공동집권’까지 운위되는 상황에서, 2010년경까지 유지되던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은 소위 통진당 사태와 함께 스스로 폐기되었다. 이후 선거철이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집단 입당원서를 들고 민주당에 투항해도 징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왔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통해 ‘노동자가 만든 진보정당’의 국민정당(catch-all party)화를, 또한 민주당과의 연대를 부추기고 보조했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연대,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가 민주노동당 노선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그 노선의 결과라는 점이다. 즉,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는 몰계급적 정치세력화, 사민주의-의회주의 정치세력화의 필연적 결과였고 민주노동당 강령은 이미 이런 지향을 명시하고 있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중소기업 중심경제 지향을 명시하는 등2) ‘사민주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2) 이런 점에서 2007년 당시 논란을 낳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의 “민주노동당과 중소기업이 동지적 관계를 가지기를 원한다”는 발언은 민주노동당 강령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을 보자.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하여 시장을 활용하는 경제체제… 사회적 소유는 국가적 소유, 공공적 소유, 협동조합 소유, 민주적 참여기업 등을 포괄 … 민주적 참여기업이란 해당 기업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다수 국민이 지배적인 지분을 가지고 소유의 주체로서 기업의 경영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장된 기업” “중소기업에게 사적·개인적 사업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고유 영역의 설정, 중소기업 금융지원의 확대 및 어음제도의 폐지 등 모든 정책을 강구한다. 나아가 노동자 소유기업 등 협동조합적 소유에 기초한 중소기업의 창업을 장려한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내분 끝에 출범한 진보신당은 어떠했나? “재벌 주도의 대기업 소유·지배 구조를 해체하여 노동자가 경영을 주도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안 기업 형태로 전환한다. … 중소기업을 지원할 금융 및 기술혁신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 구조를 갖춘 중소기업들을 육성하여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한다.”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12. 재벌의 소유 경영의 독점 해소 등을 통해 독점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해체하고,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근절, 대형 유통점 규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 육성함으로써,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내수 중소기업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한다. 13. 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서민 전담 금융기관을 설립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확대한다. 사회주의와 노동자혁명을 철 지난 이야기로 치부하며 자본주의 체제의 미미한 개량과 의회주의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의 귀결은 야권연대 끝에 자본가 세력과의 창당, 통합진보당이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화는 이미 잠재된 것이었고, ‘노선을 바꾸지 않고 노동자계급과 함께 우직하게 전진하는 민주노동당’은 형용모순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보다 훨씬 좌익적이었던 서유럽 개량주의 노동자당, 나아가 의회를 통한 이행을 목표한 유로코뮤니즘 정당들의 국민정당화 과정을 민주노동당은 보다 단기간에, 그리고 더욱 뻔뻔하게 밟았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2023년 9월 민주노총 정치-선거방침과, 위성정당 참여 및 지역구 선거연대로 노골화하는 ‘민주노총 지지정당’과 민주당과의 연대는 일견 모순이나 동전의 양면이다. 2010년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가 양자를 구성하는 동전의 양면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중 전략은 야권연대-연립정부 구성이고, 전술은 진보대통합이었다. 현재로 보면 전략은 반윤석열 인민전선이고, 전술은 민주노총 주도 단일 연합정당 건설이다(물론 현 민주노총 집행부에 단일정당을 실현할 권위와 실력이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2012년 8월 24일 김영훈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사진: 노동과 세계 양날개론은 무엇을 결과했는가 기실 민주노동당 이후 ‘진성 노동자 당’의 유일한 모델은 양날개론, 즉 ‘산별노조의 경제투쟁과 사민주의 단일정당의 정치투쟁’이라는 역할분담론으로 굳어졌다. ‘조합원은 노동조합이 만든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배타적 지지방침’을 통해 양날개론이 노동조합에 강제 관철되었다. 진보정당은 그렇게 집중한 자원을 지렛대로 자본가 정당과 연대연합을 행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이라는 지향이 대놓고 운위되었으며, 이는 피아의 구분선 자체를 지우며 노동자정치의 가능성 그 자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회의로 이어졌다. 현시기 운위되는 ‘민주노총 주도 단일정당 건설론’ 역시 양날개론에 근거한다. 어떻게 양날개론을 극복할 것인가. 이를 위해 산별노조의 경제투쟁과 의회주의 진보정당의 정치투쟁이라는 역할분담론이 낳은 효과를 살펴보자. 첫째, 양날개론은 현장에서 정치를 추방한다. 역할분담론에 따라 현장은 경제의 공간, 의회는 정치의 공간이 된다. 노동현장의 과제는 임단협의 수행, 재정과 투표의 조직, 의회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물리력 동원으로 한정된다(의회협상력 강화를 위한 노동조합 동원, 2023년 9월 민주노총 정치방침 맥락상 ‘광장정치’라는 단어가 이를 표현한다). 곧, 현장은 의회정당을 위해 돈과 사람을 대는 저수지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필연적으로 현장정치활동은 빈다. 둘째, 공동화된 현장의 계급투쟁과 계급정치를 조합주의, 타협주의가 채운다. 양날개론이 의회진출을 현장정치보다 훨씬 중요한 임무로 상정하는 순간, 현장이야 어떻게 되건 현장의 돈과 표를 집중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이 피해자가 된다. 그 적나라한 사례 중 하나가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과정에서 ‘진보정치’가 작동한 방식이다. 계급투쟁을 진압하는 중재정치의 이면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는 ‘이념’이 존재했음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찬물'은 '25일 투쟁' 후반기에 나온 야4당 중재안이다. 중재안의 핵심은 '점거농성을 푼 후 교섭하자'였다. 정규직화에 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이들에게 이 중재안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담긴 것이 아니었다. 투쟁을 줄곧 가로막고 심지어 "협박"까지 한 이경훈 당시 현대자동차지부장이 주장해온 방안을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인 것일 뿐이었다. 야4당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포함돼 있었다.” - 「자본가는 피를 빨고 진보정당은 표를 빨았다」, 프레시안 2012년 5월29일 셋째, 배타적 지지방침, 즉 강제 단결이다. 산별노조-단일정당 모델에 근거해 현장의 정치적 역할을 돈과 표로 한정하면, 현장은 각 당의 노선차와 정세에 대한 각 당의 입장차를 알 필요도, 자기 입장을 가질 필요도 없다. 즉, 현장의 무관심에 근거한 동원적 단결의 유도가 바로 배타적 지지방침이다. ‘아, 잘 모르겠으니까 하나로 만들어와!’, 물론 이는 가장 본능적인 정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관한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설문조사에서 ‘단일 진보정당 건설’이 늘 압도적인 요구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운동이 현 상태를 지양하는 것이라면, 정치세력은 이런 정서를 강제 단결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서와 싸워야 한다. 바로 지금, 사회주의 노동자 정치의 정립을 위하여 노조 주도 의회주의 당일정당 건설론이 반복되는 이유, 또한 이와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야권연대와 연립정부 건설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사회주의 정치운동과 전투적 노동운동 세력이 ‘사회주의 이념에 근거한 노동자 계급정치’의 가능성을 실천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노동자계급의 권력의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화하는 야권연대가 사민주의와 의회주의의 필연적 결과, 자본가계급과의 동맹을 통한 연립정부 구성을 추구하는 몰계급적 정치세력화의 필연적 결과라면, 그 해소는 사회주의 노동자계급 투쟁정당의 실물화, 혹은 그를 향한 자원과 의지가 모이고 있음을 실천으로 입증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전면화하는 지금, 노동자계급을 사회주의 정치투쟁 주체로 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민주노총을 전 계급적 투쟁기관으로 세워야 한다 현 국면 민주노총 주도 당 건설이 한계적이라면,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조합의 투쟁과 정치가 전 계급의 고통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여전히 계급투쟁과 계급정치의 중요한 자원이라면, 또한 사회주의 계급정치의 발전이 민주노조운동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면, 사회주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조합을 전 계급의 투쟁기관으로 세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계급적 재구축은 단지 전투적 노조운동만의 과제가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투쟁으로 세력이 된다. 노동자계급은 정치투쟁으로 정치세력이 된다. 전체 계급을 향한 운동이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주요한 매개는 노동조합이다. 즉, 노동자계급을 권력의 주체로 형성하는 과정은 노동조합의 계급적 재구축과 뗄 수 없다. 사회주의 노동자 투쟁정당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계급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한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노조운동, 여성-저임금노동자-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노조운동, 국가와 자본이 만든 기후위기에 맞서는 노조운동, 제국주의 전쟁위협에 맞서는 노조운동을 세워야 한다. 이는 계급 전체를 조직하는 과정의 일부다. 아래는 2023년 5월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다. 2022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정규직 사업장 노동자가 100원을 받을 때, 30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43.7원을 받는다(시간당 임금액을 보면 평균치가 체감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치운동과 민주노조운동 모두의 과제다. 둘째, 위기와 전쟁의 시대,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 자기해방이념으로서 사회주의를 세워야 한다 전면화하는 위기와 제국주의 열강투쟁의 시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어색할 것 없는 정세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를 전쟁과 착취, 수탈과 억압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 자기해방이념으로 세워야 한다. 특히, 격화하는 열강투쟁과 전쟁위기 속에서 사회주의를 모종의 ‘진영론’(campism)으로 여기는 경향을 청산해야 한다. 지금, 운동진영 한편에는 미국 주도 세계질서 불가피론(소위 규칙기반 세계질서론)을 운위하는 진영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북중러 블록을 모종의 반제-사회주의-민주기지로 여기는 진영론자들도 있다. 기실 이들의 존재야말로 위기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제국주의 진영 간 투쟁이 전면화하는 지금, 특정 블록의 존재와 행위를 정의로운 것, 불가피한 것으로 대중 앞에 해석하고 제시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한낱 응원가로 만든다. ‘혼란보다는 미국 주도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낫다’는 ‘규칙기반 세계질서론’은 사실상 한미일 지배계급의 사상을 운동진영 내에서 대리하고 있다. 이런 주장 그 어디에도 계급투쟁의 자리는 없다. 북중러 블록을 대안으로 삼는 진영도 마찬가지다. 당장 북한의 핵 보유를 평화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착적인데, 이런 주장은 극우파 주장의 거울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이 ‘핵 기반 한미동맹’을 운위하고,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새롭지도 않을 만큼 일상화하는 지금에도 한국 대중은 반제반전투쟁에,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에 냉소적이다. 이런 상황은 이념에 근거한 대중적 정치투쟁의 부재를 드러내며, 또한 그 절실한 필요를 드러낸다. 오도된 진영론을 청산하고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 자기해방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를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셋째, ‘인민의 호민관으로서 노동자계급’, 그 오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전방위적 정치활동이 필요하다 당면 민주주의 혁명의 과제를 부르주아에게 내맡기지 말고, 노동자계급이 당면 민주주의 혁명을 주도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고, 모든 억압에 앞장서서 맞서야 한다고,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총체적 인식은 바로 그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레닌은 말했다. 그 주장처럼, 노동자계급은 모든 억압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해석하며 그 억압을 철폐하는 투쟁의 선두에 서야 한다.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는 바로 그 과정과 함께 형성된다. 사회주의 운동을, 그리고 노동자계급을 인민의 호민관으로 세우려는 적극적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억압을 철폐하는 투쟁, 기후위기에 맞선 투쟁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자기 과제로 세우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물론 이 과정은 라클라우나 무페를 비롯한 급진민주주의 좌익포퓰리즘 이론가들의 ‘등가적 연대’ 노선, 혹은 포데모스식 정치노선과 판이하게 다르다. 넷째, 정세에 조응하는 전 계급적 연대투쟁을 제기하며 현장분회운동을 확대하자 노동의 공간이 곧 투쟁의 공간이고, 정치의 공간이어야 한다. 물론, 그간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주요 노선이었던 현장분회(세포)의 경우, 단지 구획하는 것으로 분회운동이 확대는커녕 유지조차 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절실히 경험해왔다. 사실 이런 경험과 교훈은 역사적이기도 하다. 1925년 그람시의 진단을 보자. “전전(戰前)의 러시아에서는 유럽에서의 제2인터내셔널 시기 전체를 특징지었던 거대한 노동자 조직들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당이 노동계급의 모든 결정적 이해들의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은 단지 일반적인 이론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조직과 투쟁의 실제적 정언명령이었다. 공장과 가두의 세포들은 보다 나은 노동조건을 위한 노조의 투쟁에서 그리고 짜리즘의 타도를 위한 정치투쟁 모두에서 대중들을 이끌었다. 반면 서유럽에서는, 노동계급의 노조조직과 정치조직 간의 분할이 더욱 심화되었다. 노조 진영에서는 개량주의자들과 평화주의적 경향이 급속도로 힘을 얻고 있었다 ― 또는, 환언하면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하였다. … 대중기관들이 노조활동에 국한하지 말고 자본주의와 그 정치 체제에 대한 전체 투쟁의 일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 확실히 우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은 러시아 볼셰비키가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왜냐하면 우리는 파시스트 국가의 반동적 세력뿐만 아니라 노조 내의 개량주의자들의 반동적 세력과도 전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 그람시, 당의 조직적 기반 (1925.8.15.) 오늘날 사회주의 정치운동이 조직하고자 하는 상당수 일터에는 이미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이 있다. 사업장 현안 대부분이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결정에 따라 집행되는 상황에서, 정치조직 활동가는 노동조합과 현장 활동가조직에서 활동하며 해당 공간을 이끌고 조직하고자 노력한다. 노조-현장조직 외부에서 추상적 선전활동에 그치지 않고자 한다면, 활동가는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의 결정과 질서를 존중하며 내부에서 활동하게 된다. 주요 난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노동조합과 활동가조직이 제반 투쟁현안을 결정하는 상황이기에, 사회주의 정치분회가 현장투쟁을 매개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분회가 일상적 현장투쟁 조직기능을 포괄하고자 할 경우, 현장분회는 활동가 조직과 경합하게 되며, 이는 많은 경우 양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 실제로 각급 활동가조직은 정파의 의도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그것이 대중을 모아 일상 투쟁을 조직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장분회의 공개 정치운동은 일상적 현장투쟁보다 의식적인 싸움을 제기하는 것, 사업장을 넘어 지역과 산업, 나아가 전체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현 정세를 해설하고 정치투쟁 과제를 제시하는 것, 전 계급의 연대를 추동하는 것에 집중된다. 그렇기에 당연히도, 사회주의 현장분회의 활동은 각급 현장활동가조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준비를 요한다. 분할된 노동자계급의 상황 상, 노동자계급의 단결·연대투쟁에 관한 주장은 ‘공자님 말씀’이라는 주변의 냉대를 견디는 강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과제는 그 ‘강단’을 집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즉 개별 활동가의 자질이 아닌 정치조직 전체의 활동 결과로써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장분회의 구성과 확대는 해당 현장 활동가만의 몫이 결코 아니다. 당면 사회주의 현장분회 구성과 활동 확대를 촉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 정세 그 자체다. 자본주의 위기심화 정세는 생존권 쟁취투쟁과 사회주의 정치투쟁의 간극을 상대적으로 좁히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당면 과제는, 의식적 노력으로 생존권 쟁취투쟁과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맞선 투쟁을 잇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산에 대응하는 노동자투쟁 혹은 기간산업 재편에 대응하는 노동자투쟁의 경우 해당 노동자들의 정치적 준비가 곧 해당 노동자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서기 위한 선결조건이기도 하다. 관련한 다른 예를 들자면, 통계상 파산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모든 산업과 기업에 동일한 속도로 다가오지 않는다. 모든 위기가 그러하듯, 현 위기도 불균등한 속도로 다가온다. 중소기업부터 파산이 증가하는 상황은,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정규직·대사업장 노동자의 위기에 대한 체감 격차 심화로 이어진다. 대다수 노동자가 생존권 위기를 느낄 때에도, 대사업장 정규직노동자는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 정치세력과 전투적 노동운동세력의 당면 과제는 사업장과 고용형태를 넘어선 연대의식을 확대하기 위한 부단한 사업의 제안과 그 계획의 집행이다. 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생존권쟁취 정치투쟁을 제기하며 현장정치활동의 공간과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강령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득해 낼 조직적 실천에 착수해야 한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노동자 정당’의 가능성은 실물화할 것이다.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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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7]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실질임금 2년째 삭감, 최저임금투쟁은 2024년 더욱 중요하다. 사진: 노동과 세계 연일 노동탄압 의지를 밝히고 있음에도, 정권의 자원은 취약하다. 외식비와 식료품지출 등에서 실질임금 삭감은 쉽게 체감되고 있고, 69시간제 도입시도 등은 이미 여론의 역풍을 맞았음에도 정권은 노동시간 연장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권이 내세워온 법치주의 강조와 공정성 담론은 노조법, 쌍특검법, 간호법, 방송3법, 양곡관리법 등 8회에 이르는 거부권 행사에 따라 그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음은 물론, 여권 균열 조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권 주도 친기업 노조 양성을 통한 민주노총 고립화 시도 역시 별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불사’를 외치는 극우화의 중요 원인은 이러한 정권의 취약성이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은 현 정세에 대응하는 투쟁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12월 27일 노동부 발표 「현장 노사관계 안정의 핵심은 노사법치 확립」에 따르면, 2023년 노동손실일수1)는 330,726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다. 정부에 따르면, “철도공사에서 임금인상 등에 대한 분쟁으로 파업이 발생하는 등 노사교섭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통해 교섭에 물꼬를 트면서 2023년 임금협약을 원만히 마무리했다. 서울시 등 지역버스의 사전조정,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의 사전・사후 조정 등 여러 사례들을 통해 실력행사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이 노동현장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관된 법치를 기반으로 원칙대로 대응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나타난 것이다.” 1) (파업참가자수×파업시간)÷8시간.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 기준. 노동자 민중운동은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과 함께, 윤석열 퇴진투쟁을 아래로부터 조직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투쟁과 아래로부터의 노조법 2·3조 쟁취투쟁 확대를 비롯해 이주노동자, 소수자, 여성에 대한 억압과 혐오에 맞선 투쟁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노동자계급을 제국주의 전쟁위기에 맞서는 투쟁 주체로, 민주적 권리를 확대하는 투쟁 주체로 세우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 엄중한 상황임에도, 민주노총 2024년 사업계획(안)은 안이하다. 2024년 사업계획(안)은 ‘총선 승리’ 목표가 부각되어 있을 뿐 투쟁계획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히, 최저임금투쟁계획과 노조법 2-3조 투쟁계획은 매우 뒤늦게, 그것도 상층 캠페인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다음 과제를 제시한다. 1. 국가와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선 생존권쟁취 정치투쟁 확대 엄중한 정세이나 주체 역량은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6월 총파업을 제기하며 현장과 지역의 태세를 구축하고, 분노와 긴장을 조직하는 과정 자체가 정세의 엄혹함과 주체 역량의 괴리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윤석열 퇴진 △노동운동 탄압 분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조법 2·3조 개정을 중심 요구로 엄중한 정세에 맞서는 노동자 총파업을 제기하자. 3월 여성파업투쟁, 4월 총선대응 결집투쟁, 5월 노동절 국면 비정규직-최저임금노동자투쟁을 6월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흐름으로 만들자. 지역과 현장에서 토론회와 교육, 설명회를 진행하며 엄중한 정세에 대응하는 투쟁을 준비하자. 2. 여성 노동자 권리확대를 위한 여성파업 투쟁 확대 자본주의 위기에 따라 여성과 소수자,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확대는 국제적 흐름이다. 현 정세에서, 2024년 3.8여성파업은 여성 노동자 권리를 확대하고 차별과 혐오를 일소하는 중요한 투쟁 계기다. 성별 임금격차 철폐와 최저임금 인상, 돌봄 사회화와 임신중지권 쟁취 등 요구와 함께,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철폐하는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결집한 저임금 불안정노동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2024년 최저임금 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주체, 돌봄사회화 투쟁주체를 확대해야 한다. 3. 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을 향하여 –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비용전가에 맞선 산업국유화-노동자통제투쟁 확대 정의로운전환을위한태안화력노동자모임 등 10개 충남 노동운동-기후정의운동 단체의 제안으로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이’이 준비되고 있다. 3월 30일 태안 1차 행진을 시작으로 투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충남노동자행진은 노동자 기후정의운동 주체를 확대하고, 기후정의운동을 지역과 현장으로 확대하는 계기다. 발전노동자 중심으로 준비를 시작했으나 금속노동자, 교통부문노동자 등 주체를 확대하며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국가와 자본에 맞선 투쟁을 확대하며 지역 연대투쟁 흐름을 구축해야 한다. 충남을 중심으로 한 투쟁이나, 전국 차원에서 결합하며 흐름을 확대하며 기후위기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투쟁, 산업전환 비용전가에 맞선 계급투쟁을 각 지역에서 확대해야 한다. 이는 2024년 상반기의, 또한 9월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다. 아울러 발전산업을 넘어 버스와 철도 등 기후의제 관련성이 높은 노동조합 단위로 기후정의운동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23년 9월 철도파업과 연계하려는 시도 이후, 해당 흐름은 일상적 노동자 기후정의사업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버스준공영제 아래 사모펀드 자본의 버스산업 진출이 확대되는 지금, 버스완전공영제 쟁취 투쟁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는 기후정의 계급투쟁 확대의 중요한 계기일 것이다. 4. 제국주의 전쟁위협에 맞선 반제반전 연대투쟁 확대 일터와 지역으로 반제반전 연대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우선, 제국주의 패권투쟁의 위험을 올곧게 해설하고, 반제반전 국제주의 연대투쟁을 노동운동의 과제로 제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 곳곳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흐름에 따라, 미국 주도 다국적군 파병 요청 등이 중요 사안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투쟁 흐름을 지역과 현장으로 확대하며 정세에 대응하자. 전쟁위기 심화에 따른 군비경쟁은 노동자 민중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OECD 평균지출비중의 60%가량에 지나지 않는 한국 사회복지예산 감축압박을 심화한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쟁취 투쟁과 제국주의 전쟁위협에 맞선 투쟁은 하나임을 구체적으로 설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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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6]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생존권 위기 심화 앞서 밝혔듯, 생존권 위기는 국제적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2월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2022년 0.2% 감소에 이어 2년째 감소했다. 2023년 가구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분기 증가율 0.0%, 2분기 3.9% 감소, 3분기 0.2% 증가에 그쳤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0개월째 전체 평균보다 높고, 가공식품은 24개월째 높다. 세계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식량가 상승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상황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정치투쟁이 절실하다. 출처: 고용노동부 2. 노동개악과 노동탄압 정부는 집권 이후 일관된 노동개악 의지를 밝혔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명시된 노동개악 추진 방향은 그간 정부 노동개악안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는데, 이는 자본입장에서 보아도 정부가 요란할 뿐 무능함을 드러내는 단면이자, 다수의석 확보가 정권에게 그만큼 절실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4년 상반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 마련 △직무성과급제 확대와 해당 조치 시행기업에 대한 재정인센티브 신설 △2024년 상반기 주 52시간제 무력화와 노동시간 확대개악 추진 의지를 주요 노동정책 방향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 경사노위 복귀를 반영하듯 해당 절차에 있어 노사정 대화를 명시하고 있다. 경총은 회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회적 대화에서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주제로 '노사간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노조법 개선'을 가장 많이(54.0%) 꼽았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와 △사업장점거 전면금지 등을 포괄한다. 민주노총 탄압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정권은 신년사에 ‘카르텔 타파’를 밝혔을1) 뿐만 아니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노사법치’를 명시하며 ‘불법 노조전임자 운영 등 불법・부당행위를 근절’,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입니다.” 공안탄압 역시 예상할 수 있다. 그간 정권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하며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했고, 국정원은 소위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민주노총을 친북집단으로 몰았다. 현 한반도 위기 심화에 따라, 공안탄압의 빈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공산이 높다. 종합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 마련으로 표현되는 △귀족노조 공세를 통한 정규직 임금통제와 고용의 유연화 시도 △주 52시간 내 1일 연장노동 한도를 무력화한 대법원 판결과 경사노위를 매개로 한 노동시간 확대개악 시도 △점거파업 금지 등 파업권 억압 시도 △회계공시 압박과 노조전임자 축소공세 등 노조 길들이기 공세가 예상된다. 2023년 10월 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3. 출생률 급감 등 사회재생산 위기 출생률 1 미만 국가는 OECD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며, 이 추세는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2023년 12월 14일 통계청 발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저임금 불안정노동 일반화, 여성비정규직 확대, 성별임금격차 확대, 소위 경력단절에 따른 여성의 노동력시장 퇴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시장화, 사회보장제도의 절대적 부족 등 한국 자본주의는 낳지 않을 권리와 낳을 권리 모두를 보장하지 않으며, 출생률 급감은 그 결과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정책은 현 위기를 대하는 정부의 모순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는 혐오와 차별을 조장해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노동력 재생산 위기에 대응해 이주노동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비전문취업비자(E-9) 기준 정부 외국인 노동자 신규도입 규모는 2021년 5만 2천 명에서 2022년 6만 9천 명, 2023년 12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2024년에는 도입 규모를 16만 5천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관련 대책은 정부의 무능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도 강제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자본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실업급여 수령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스스로 노동력 재생산 위기를 조장하면서도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정부와 자본의 모습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야는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지만, 각 대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본가 정치세력은 현 위기에 대응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대책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의 구축이 아니라 이미 아이를 낳은 가구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집중되어 있을 뿐이고, 국민의힘이 내놓은 대책은 육아휴직 확대를 매개로 한 기업지원책일 뿐이다. 국가와 자본은 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출처: 통계청 4.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명분 핵발전과 전력산업 민영화 확대, 노동자 민중을 위한 기후정책 후퇴 국가의 핵발전 육성이 노골적이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원전 신규 일감을 발주할 계획이며, 곧 발표할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실무안은 원전 비중 확대와 신규원전 건설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삼성·대우·GS·한화·대림·금호 등 원전시공 건설자본에 대한 부양계획이기도 한데, 국내 건설시장 포화에 따른 건설자본의 위기를 핵발전으로 부양하겠다는 반동적 계획의 일환이다. 2036년까지 화력발전소 28기 폐쇄 계획에 따라, 고용문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3년 1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23년 27.1%(40.2GW)에서 2030년 16.0%(31.7GW), 2036년11.3%(27.1GW)로 발전용량과 비중 모두 감소한다. 그러나 노동자 고용보장 대책은 없다. 2023년 10월 통과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전지원법은 고용노동부 산하 전문위원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며, 일각의 대책 요구 역시 노동자 비례성 확대 등 거버넌스 확대 차원에서만 논의되고 있다. 투쟁의 부재 속에,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상응하는 민간 LNG발전 확대로 자본의 이윤 확대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1월 9일 국회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을 의결했는데, 법안 33조 ‘도시가스 처분에 관한 특례'는 에너지자본의 제3자 가스 판매를 허용한다. 즉, 2005년 노무현 정부시절 가스 직도입 허용 후 에너지 자본은 그간 천연가스를 민간발전사와 산업체의 자가소비를 위해서만 수입할 수 있었는데, 이번 법안으로 천연가스 수입-도매-소매 산업에 전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또한 ’가스위원회 설치 법안‘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에너지 자본의 산업장악력 확대를 위한 경로다. 정권과 자본의 행보는 기후정의운동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조심스러운 진단이나, 현재 한국 기후정의운동은 급속한 대중화 이후 일정한 정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24기후정의행진, 2023년 414기후정의파업,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의 흐름은 상승세라고 보기는 힘든데, 이는 단지 참여자 수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9월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 흐름이 ‘행사’ 성격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기후정의운동이 거리에서 일터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평가는 다음을 명시하고 있다. “9월 행동이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 참여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운동의 흐름이나 투쟁의 현장'보다는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확인됨” “그리고 9월 행동이 이에 그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과제로 '정의로운 전환-파업' 실물화와 같은 싸움 또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뾰족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경험과 투쟁들을 소수 인원이더라도 비상행동이나 동맹의 기후운동 주체들이 함께 경험하고 기획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 관련, 민주노총은 기후정의운동 현장화를 위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923기후정의행진에서 민주노총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해내지 못했고, 기후특위 역시 상층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2) 핵발전 확대와 전력산업 민영화에 맞서는 투쟁, 산업전환 총고용 보장과 전환과정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아래로부터 확대해야 한다. 2) 관련, 923 기후정의행진 민주노총 부스는 대나무칫솔과 비누 등을 나누어주었는데 이는 민주노총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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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5]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사진: 뉴스1 1. 한미일-북중러 동맹의 투쟁 격화, 고조하는 한반도 전쟁위기 1월 1일, 윤석열 신년사는 다음과 같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핵 기반의 한미 군사동맹을 새롭게 구축하였습니다. …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입니다. … 안보의 기반 위에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함과 아울러,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광물, 소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력을 확실하게 갖추겠습니다. …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핵 기반 군사동맹’을 입에 담은 윤석열의 신년사처럼, 전쟁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인도·태평양 수역 현상변경 반대’를 명시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이며, 오커스와 쿼드에 이은 또 하나의 대중국 포위망이다. 협정문이 명시한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결의에 따른 북중러와의 군사 대립 확대는 자명하며, 이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핵심 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열강의 대리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무대로 미중의 대리전 가능성이 높아가는 정세다. 한국 자본주의는 격화하는 열강의 투쟁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 2023년 12월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2023년 방위산업 수출계약액은 14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이었던 수출 대상국은 2023년 12개로 늘었다(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2023년 12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유럽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전쟁기지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선택지를 제시했다. 한국법은 교전지역 무기수출을 금지한다. 미 국방부는 한국을 설득할 수 있다면, 41일 안에 155mm 포탄 약 33만 발을 항공과 해상으로 수송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 한국 측은 간접지원이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연초부터 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미의 ‘확장억제체제 완성’ 입장에 따라, 억제력을 제공할 무기, 즉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를 감쌀 것이고, 사드 등 대 북중러 미사일 방어체계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전략자산은 42년 만의 핵탑재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항 입항을 비롯해 2023년에만 17번이나 전개되었다. 2022년 전략자산 전개 횟수가 5번이었음을 감안하면, 한반도 전쟁위기는 실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위기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은 2023년 7월 한미핵협의그룹(NCG) 출범에 대해 담화문 발표는 물론,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답했다.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강순남 국방상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마찬가지로, 7월 20일 미 전략핵잠수함(SSBN) 부산 기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북중러 동맹 강화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진전된 중러 경제공조와 마찬가지로,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공조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10월부터 북한에서 러시아로 가는 화물열차 통행량이 급증한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이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공급을 시사한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발표되었듯, 북은 군수물자 공급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개발 협력’, 즉 핵능력 고도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2023년 12월 31일, 북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공표했다.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김정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2. 구조적 위기 심화 1) 미중 투쟁 한복판, 위기의 한국경제 2023년 한국 무역수지는 99조 8천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경상수지는 500억 달러 흑자). 상품수출은 6,327억 달러로 전년보다 7.4% 줄었고, 수입은 전년보다 12% 줄어 6,427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수출이 급감해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 중국 무역적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 이에 반해 미국 수출은 2023년 5.4% 상승해 45억 달러(약 60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 제국주의 투쟁 격화에 따라, 안보와 경제가 직결되는 상황이다. 앞서 밝혔듯, 각국 보호주의 산업정책과 공급망 재구축 시도에 따른 공급과잉은 구조적이며, 이는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를 잠식하고 있다. 한국 주요 산업으로 부상한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미 중국과의 경쟁 격화에 따른 공급과잉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은 2008-2009년 국면보다 훨씬 높음은 물론 IMF 위기 국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자산회전율의 추세적 저하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제조업 재고율(1996-2023, 좌). 한국 제조업 총자산회전율(2015-2023, 우) 한국 생산자물가지수(2007-2023, 좌). 한국 공급물가지수(2007-2023, 우) 한국 자본은 곤혹스럽다. 기존 시장이 막혀 재고율이 올라가고 자본회수도 어려운 와중에, 자재와 부품수급 비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자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은 이전보다 잘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더 비싸게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다. 이윤축적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 기업파산 급증과 PF 부채위기 수출 감소에 더해 기업 파산도 급증 추세다. 2023년 11월까지 법인파산 신청건수는 1,508건, 파산비율은 0.18%로 파산건수와 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에 따라 기업 이윤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2023년 10월 25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산업 평균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348.57%로 전년(487.9%)보다 139.3%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2.3%로, 전년보다 1.8% 늘어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했고, 이것이 기업파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 부동산 PF 위기는 이를 집약해 드러낸다. 1월 15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2022년 동기 연체율(건설업 1.77%, 부동산업 1.55%)과 비교해 3배 안팎으로 뛰었다. 지속되는 건설·부동산산업 위기는 건설노조 공안탄압의 중요 토대이며, 위기 지속에 따라 타 산업 노동조합으로도 확대될 공산이 높다. 회사채와 어음 금리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급등해 지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미국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한국 자본주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윤축적의 위기 앞에,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어음금리(2022-2024년 초, 좌). 회사채금리(2022-2024년 초, 우)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상황에 맞춰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 확대한다고 한다. 레고랜드 사태에 심하게 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고심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에서 드러난 이렇다 할 대주주 책임도 없는 자본 구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피해자 선 구제’에 대한 정권의 단호한 거부와 그 자체로 대비된다. 정권이 말하는 ‘공정성’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제반 조치가 드러내고 있다. 3. 2024년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반공투사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 정부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함께 이념전쟁에 열 올리고 있을 뿐,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나,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권은 급속한 권력누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역으로, 이런 정권의 정당성 위기가 급격한 공안통치 확대로 이어질 공산도 높다. 정부가 1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현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과 난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가 내놓은 R&D 세액공제 확대, 비수도권 개발 부담금 완화, 소비증가분 추가 소득공제, 국외 과일 30만 톤 신속 수입, 영세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은 죄다 단기 정책들일 뿐이다. 이런저런 규제완화 등 판에 박은 자본 지원조치 이외, 정부에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역시 모순 그 자체다. 2023년 60조에 가까운 세수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 인하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 등 자본구제에 앞장서고 있으나 노동자 민중에게는 사회복지예산 감축 등 궁핍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예산 7조 원을 감축하는 등 모순적인 행보는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높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등 모호하나 분명한 방향을 담아 국민연금 개악을 예고했는데, 이 역시 생존권 위기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촉발할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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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4] 전쟁위기 확산[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24.02.17.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사진: getty images) 오슬로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진행 중인 분쟁은 55건이며, 평균 8-11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평균 7년간 지속된 33건의 분쟁에 비해 많이 증가한 수치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거주하며, 2023년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의 수는 1억 8천만 명에 달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1.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열강의 균열 장기화하는 러우전쟁 앞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유럽과 미국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은 10월 20일 우크라이나 610억 달러, 이스라엘 143억 달러 지원을 포함한 안보예산 1,050억 달러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 반대로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우선 처리되었다(이는 결국 2월 13일 처리되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헝가리의 반대와 독일의 예산 전용에 대한 위헌 판정 문제로 2023년 12월 현재 보류 상태다(이후 2월 1일 500억 유로 지원에 합의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2023년 2분기 4.9%, 3분기에는 5.5%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는 2023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2.2%, 2024년 성장률을 1.1%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중동 분쟁으로 서방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 60불 가격상한제 등 제재조차 온전히 관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의 부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와 당선 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시 나토 탈퇴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미국 헤게모니의 심대한 균열을 드러낸다. 중국은 러시아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그간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사실상 러시아 지지 입장 등을 밝혀온 경과에서 볼 때 북중러 블록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를 증명하듯, 러시아가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는 2022년보다 46% 이상 늘어 사상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서방의 러시아 금융제재 이후 러-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급증해, 양국 무역거래 시 위안화 결제비율은 80%, 러시아 외환거래 중 위안화 비중은 2023년 7월 기준 44%에 달한다. 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불러온 중동위기 극우파 네타냐후, 네타냐후보다 더한 극우파에 잠식된 이스라엘 정부는 2만을 훌쩍 넘는 사망자를 내고서도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역학으로 볼 때, 현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네타냐후 정부는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사법재편에 대한 이스라엘 내 대중적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권고조차 무시한 채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확대된 전선을 제어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 부패한 팔레스타인 정부는 대표성은커녕 존재감조차 없다. 이란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나, 중동 위기가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에 기반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목전에 두던 관계정상화 협정은 무력화되었다.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일방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도 불가능해졌다. 2023년 3월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이란과 사우디 관계정상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함께, 중동 전역에서 전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홍해(아랍과 아프리카 사이)와 호르무즈해협(이란과 오만 및 아랍에미리트 사이)에서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예멘반군 ‘후티’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경고와 함께 2023년 11월부터 홍해를 경유하는 상선을 30여 차례 공격했고, 이란은 1월 11일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미국은 20여 개 국가를 모아 다국적 함대를 결성했고, 1월 11일에는 예멘 30여 곳을 폭격했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송로인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 3할을 포함한 세계 해상 상품무역량 12%가 이 경로를 통과한다(홍해 좌남단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기지가 10km도 되지 않은 거리를 두고 들어서 있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무역로가 차단되었고, 희망봉 우회로로 컨테이너를 운송함에 따라 해상물류비가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이란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다. 세계 석유 소비량 20%와 LNG 소비량 20%가 매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이란·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이라크가 생산하는 원유 대부분, 최대 LNG 수출국 카타르가 생산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수출된다. 현 사태는 원유가격과 물류비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폭증하는 군비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억압 심화 러우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비가 급증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2년 세계 군비 지출이 8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2조 2,40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유럽 군비 증가율은 13%로 가장 급격히 증가했다. 아래는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해) 당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2%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나토국가가 3개에 불과했음에 반해, 2023년에는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지출하는 국가가 11개로 급증했음을 드러낸다. 국방비 증가는 사회복지예산 비중 축소를 동반한다. 2022년 키프로스, 불가리아,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모든 EU국가에서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비증강과 재도입된 EU재정준칙 아래1), 사회보장예산 비중 축소 추세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1)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를 넘는 국가는 연 1%, 부채비율 60-90%인 국가는 0.5%씩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 국방예산 GDP 2% 가이드라인을 넘긴 나토회원국이 급증했다(좌).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거의 모든 유럽국가에서 감소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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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3]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2023년 12월 3일, 유럽 12개국 극우정당 지도자들이 이탈리아에서 만났다. (사진: AFP) 1.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확대 확산하는 위기와 전쟁을 토대로, 극우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제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2023년 12월 18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 500개 평균에 따르면, 트럼프는 바이든을 2.2% 차로 이기고 있다. 2023년 12월 11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주요 경합주에서도 바이든보다 우위에 있다. 4년 전 바이든이 약 1만 2천표 차로 이긴 조지아주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5% 앞서는 것으로, 2020년 바이든이 약 15만 5천표 차이로 이긴 미시간주에서도 10%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임은 물론이다.1) 1) 2023년 7월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과 친공화당 유권자 중 69%가 바이든이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밝히는 주요 계획(아젠다 47)은 노숙자를 도시 외곽캠프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 공립학교 교사에게 ‘애국적 가치’ 수용을 요구한다는 계획,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불공정 무역국’에 대해 이를 더 인상한다는 계획, 불법 이민자 망명 신청 중 멕시코 체류, 불법 이민자 자녀 시민권 자동부여 중단, 국제원조 수천억 달러 삭감과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나토 탈퇴 검토 등을 망라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러시아의 승리 인정을 뜻하는데, 이는 미국 헤게모니의 더욱 큰 균열을 부르며 열강의 쟁투를 더욱 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유럽 전역 극우파 부상, 균열하는 유럽연합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가 부상하고 있다. 2023년 12월 3일, 유럽 12개국 극우정당들이 이탈리아에서 회합을 열고 반이민정책 강화와 산업보호를 위한 기후정책 축소를 결의했다.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중도우파와 사회당에 이어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 그룹이 되는 것” - 이 회합을 주최한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의 발언이다. “유럽이 아프리카의 ‘5성급 숙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 프랑스 국민전선 당수 조르당 바르델라의 발언이다. 이렇듯 유럽 극우파는 △지정학적 위기 △난민-이주민 유입 확대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 △신자유주의 이후 취약해진 유럽 사회안전망과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토대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유럽을 휘감고 있으며, 현 흐름이 확대될 경우 유럽연합 자체가 균열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는 10년 전 '유로화 반대'를 내걸며 창당한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 기후·에너지위기, 이민자에 대한 불만을 토대로 지지율 2위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당 전략가인 비욘 회케의 ‘참다운 유럽이 살기 위해 이 유럽연합이 죽어야 한다’는 2023년 7월 당대회 선언이 압축하듯, 독일을위한대안의 주요 노선은 기후변화 부정, 이민자 반대, ‘미국으로부터의 해방’, 친러-친중 노선을 추구한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이 부상하고 있으며, 202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프랑스는 2022년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에 이어 극우가 집권한 주요국이 될 것이다. 북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는 이민 반대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2022년 2당 지위에 올랐다. 2023년 핀란드 총선에서는 이민에 반대하는 핀란드인당이 2당 지위에 올랐다. 2023년 11월 22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PVV)이 150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하며 1당으로 급부상했고, 헝가리에서는 극우 오르반 정부가 4선 연임에 성공했다. 3.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밀레이 정부 등장 2023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을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라고 부르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집권했다. 밀레이는 집권하자마자 소위 ‘충격요법’과 ‘메가 대통령령’을 내놓았는데, 이는 페소화 54% 평가절하2),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대대적 노동권 탄압, 공공사업 축소와 민영화 매각 등을 포괄한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대자본가들의 갈채를 받은 1월 16일 밀레이의 다보스포럼 연설은 현 극우파가 추구하는 바를 여실히 드러낸다. “서구의 가치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사회주의와 빈곤으로 이어지는 가치관에 동조해 서방이 위험에 처했다”, “국제기구가 ‘집단주의’, ‘급진페미니즘’, ‘잔혹한 환경의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2) IMF 부총재 기타 고피나스는 이를 밀레이 정부의 '대담한' 조치라고 추켜세웠다. 세계 전역 극우세력 확대는 상황은 자본주의 위기의 반영이자, 위기를 격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1차 대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기존 헤게모니의 균열과 함께 격화하는 열강의 투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4. 이민자, 여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 ‘백인이 아이를 낳아서 유색인종 이민을 막아야 한다’ - 이민자,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공세는 번성하는 극우파의 공통 가치지향이다. 출생률 저하와 노동력 부족에 따라 미국과 유럽 극우파는 임신중지권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고,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구정책에 입각한 여성 통제를 강화되고 있다. 한편, 각국이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유색인종 이민자 혐오공세를 강화하는데, 이는 나치독일이 한편에서는 임신중지를 엄격히 금지하며 출산장려 인구정책을 펴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손의 출산을 금지’하는 우생학에 근거해 대대적 강제불임시술을 자행한 역사와 마찬가지다. 관련, 최근 유럽 극우가 대중을 조직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소위 ‘거대한 대체 이론’인데, 이는 권력자들이 더 많은 자녀를 낳는 아프리카와 중동 이민자들을 유럽에 유입시켜 백인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EU 27개 회원국 모두에서 출생률은 인구유지 출생률(대체출산율, 2.1명)을 밑돌며, 이는 체제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재생산 권리를 공격한 결과다. 신자유주의 이후 축소된 사회보장체계와 심화하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토대로, 혐오가 번성하고 있다. 이민자, 여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연대가 절실하다. ‘신, 가족, 조국’을 슬로건으로 집권한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에게 출생률은 ‘백인의 인종적 생존’에 관한 문제다. 2022년 멜로니는 동성결합 반대론자이자 임신중지권 반대론자를 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33년까지 신생아 수를 연간 5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가족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출생률이 감소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가족주의 때문이다. 국가 사회보장 체계가 빈약한 결과, 가족에게 재생산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다. 출생률 저하는 그 결과이나, 극우파는 여성을 출산 도구로 놓으며 가족주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멜로니의 이념적 동지, 헝가리 오르반 정부는 혐오 공세를 펴는 유럽 극우의 또 다른 구심이다. 최근 4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정부는 2015년부터 2년 주기로 ‘부다페스트 인구정상회의’를 열며 성소수자 억압과 함께 극우적 정상가족주의를 확대하고 있는데, 2023년 인구정상회의에서 오르반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헝가리는 가족을 지원하는 강력한 요새다“, "우리에게는 정치노선 변화가 필요하다. 가능한 한 많은 유럽국가에서 가족친화적이고 보수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민자 혐오 조장에 있어, 현시기 극우는 기존보다 훨씬 세련된 논리를 구사하는데, ‘이민자 급증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극우가 노동자계급 내 세력을 확대한 주요 배경이다(미국도 마찬가지다). 또한, 여성의 권리를 명분으로 이민자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파도 확대되고 있다. 마린 르펜과 조르자 맬로니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친 여성’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기도 한다. AfD 공동대표이자 연방의회대표인 알리체 바이델은 여성이자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자유주의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맞선 투쟁의 필요를 드러낸다. 왼쪽부터 알리체 바이델(독일을위한대안), 마린 르펜(프랑스 국민연합), 조르자 멜로니(이탈리아의형제들). 일러스트: guardian 5. 그린래시(greenlash)와 핵발전 확대, 기후위기 대응 퇴조 ”생태 광신주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7월,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정치집회에 대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연대사다. 미국, 유럽, 남미를 막론하고 극우파는 기후위기 대응책을 공격하고 있다. 소위 ‘그린래시’, 즉 기후·환경정책에 대한 백래시다.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생존권 위기, 전쟁위기 확대에 따른 에너지가 상승 등을 조건으로, 극우파는 기후·환경정책을 공격하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효율이 낮은 자동차나 난방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노동자 민중에게 교통비나 연료비 상승은 큰 부담이다. 생존권 위기의 고통과 분노를 극우가 조직하는 지금, 생태적 전환은 대중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일찍이 이를 드러낸 사건이 2018년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다.3) 녹색자본을 위해 대중에게 전환 비용을 전가하는 시장주의 기후대책과의 적극적 논쟁이 필요하다. 3) 2018년 마크롱 정부는 2019년 1월 유류세 재인상을 발표했는데, 이미 1년간 유류세 23%, 일반 가솔린 유류세 15%가 인상된 뒤였다. 마크롱은 대선 공약으로 유류세 등 ‘탄소세’ 강화를 내건 바 있고, 대중은 가중되는 고통에 분노했다. 심지어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부자감세를 밀어붙였다. 사회연대세, 이른바 ‘부유세’를 부동산 중심으로 축소하며 호화 요트와 슈퍼카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인세도 깎은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에 찬 노동자 민중이 뛰쳐나온 것이다. 즉, 노란조끼 운동은 기후·환경대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전환의 비용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자본과 국가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독일 정당지지율 2위를 달리는 ‘독일을위한대안’은 기후위기가 인간활동의 결과임을 부정한다. 이 극우정당을 급부상시킨 주동력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선동과 ‘히트펌프’ 의무화 반대다. 2023년 9월 독일 연방의회는 석유-가스난방 단계적 폐지 법안을 의결했는데, ‘건물에너지법(GEG, 일명 난방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신규설치 난방시설이 최소 65% 이상의 재생에너지로 가동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보일러보다 설치비용이 상당히 비싸다.4) 베를린은 소득수준에 따라 신규 히트펌프 비용의 최대 70% 환급을 약속했으나, 침체하는 경제 속에서 고통받는 대중의 불만은 높다. 결국 정부는 특정 조건에서 가스 및 석유난방 기구 신규설치를 계속 허용하는 것으로 법안을 수정했다. 4) 히트펌프 설치 비용은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최소 9천 유로에서 최대 12만 유로까지 다양하다. 독일을위한대안은 추정치 상단을 부각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농민의 이익'을 앞세운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2023년 3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상원 1당이 됐다. 질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가축을 1/3 줄이라는 정부에 반대하는 대중이 결집한 것이다. 영국은 기업 100곳에 북해 석유·가스 시추를 허용했고, 프랑스는 환경규제가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유럽연합 환경규제 일시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심화하는 경제위기와 지정학과 경제의 직결 속에, 환경정책이 퇴조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소, 2023.12.29. 2023년 12월 2일,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미일을 비롯한 22개국이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기후변화 대응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핵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2023년 4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독일에서 역시, 극우파 부상과 함께 핵발전 회귀 여론이 확대될 공산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정책 퇴조는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COP28 회의가 열린 두바이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으나 그 규모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세계 기후운동 대중화 계기였던 ‘미래를위한금요일(FFF)’ 운동도 정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를 통한 생태적 계급투쟁으로 정체를 극복해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노동자들의 거대한 기후정의 파업(mega strike) 사례를 보자. ”미래를위한금요일(FFF)의 정체성은 매주 대규모 시위에 기반했다. 팬데믹이 닥쳤을 때 단체는 더 이상 같은 규모와 빈도로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모을 수 없었다. FFF는 자전거, 온라인 시위, 예술 캠페인으로 시위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이전의 대규모 집회와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이미 FFF 참가자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복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학교파업은 이제 주류가 되어 뉴스 가치를 잃었다. 팬데믹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자 FFF시위는 재개되었지만, 더 이상 매주 열리지는 않았다. … 2023년부터 '미래를위한금요일' 운동은 새로운 전략을 따랐다. 최근 FFF는 독일 통합서비스노조가 조직한 파업에서 대중교통 노동자들과 힘을 합쳤다.“ (원문) "동맹 구상은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의 전략적 공백으로부터 나왔다. 기후운동은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더 넓은 사회 영역에 호소하지 못해왔다. '체제를 바꾸자(체제전환, system change)'라는 슬로건은 모든 사람 입에 오르내렸지만, 실제로는 시민불복종이라는 상징적 행동이나 정치적 결정권자를 겨냥한 대규모 시위에 머물렀다. 2020년, 동맹은 기후정의 투쟁에 더 많은 노동계급을 적극 참여시키고, 기후투쟁의 한 형태로서 노동자 파업의 위력을 더하고자 기후 문제를 일터로 가져오고자 했다. … 3월 3일 노동자파업과 기후파업 동시 진행은 노동조합원들과 기후활동가들이 수년간 다리를 만들어 온 결과다. 2020년 초부터 여러 지역 기후운동가들은 대중교통노동자 파업을 지원했다." (원문) 독일 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mega strike)' 사진: Sven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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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2]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시도와 러우전쟁, 미국의 호황과 유럽의 침체 2023년 12월 발표된 미국 3분기 GDP성장률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환산 4.9%(전 분기 대비 약 1.2%)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성장률 구성요소를 분해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부지출 확대, 이에 상응하는 민간투자 확대 등이 중요 요소로 드러난다. 즉, 보호주의 산업정책이 미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1) 1) 미국 3분기 성장률의 가장 큰 요소는 소비지출인데, 저축액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신용카드 부채가 이를 상쇄했다. 아래 그래프가 드러내듯, 미국 제조업 설비투자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이후 급증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FDI) 역시 급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된 2022년 8월부터 2023년 말까지, 총 980억 달러에 달하는 142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이 중 가장 많은 수가 한국 기업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보호주의 산업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2023년 6월 독일 경제부장관 로베르트 하벡의 말을 잠시 옮겨 보자.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인들은 반도체를 원하고, 태양광산업을 원하고, 수소산업을 원하고, 전기분해장치를 원한다”,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면 핵심 산업은 그들이 가지게 되고 우리는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잔인한 현실이다.” 유럽 자본이 자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입되는 현실 앞에, 유럽 각국은 그들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하거나, 여력이 없으면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후 미국 제조업설비투자 급증 추이(좌)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다(우) G7 국가 2023년 성장률 전망치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나 홀로 호황’이다. 보호주의 산업정책 확대와 함께 주요국 성장률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며, 특히 유럽의 정체가 뚜렷하다. 유로존 3분기 GDP는 0.1% 감소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국도 3분기 실질성장률 0%, 2023년 성장률 전망치 0.5%로 겨우 역성장을 면하는 수준이다. G7 국가 2023년 실질성장률 전망 (OECD. 2023.11.29.) 미국 2.4% 일본 1.7% 캐나다 1.2% 프랑스 0.9% 이탈리아 0.7% 유로존 평균 0.6% 영국 0.5% 독일 - 0.1% 유럽의 침체 뒤에,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러우전쟁이 있다. 유럽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고, 유럽 산업자본은 미국 경쟁사보다 에너지 비용을 서너 배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 특히, 독일경제의 추락은 극적이다. 독일은 2분기 성장률 0%, 3분기 성장률 -0.1% 등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간 유로존에서 러시아, 중국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독일경제의 침체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통합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를, 또한 이를 재구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드러낸다. 반면, 미국은 전쟁특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대러시아 제재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에 따라, 유럽은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수출이 급증했고, 급기야 사상 최초로 석유가 2023년 미국 수출액 1위 품목이 될 전망이다. (2023년 9월 기준 원유 생산량 국가별 순위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라크, 중국,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다. 미국의 석유는 OPEC+ 감산에 따른 물가상승 동인을 상쇄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원유수출 급증 추이 (출처: 미 에너지정보국) 이렇듯,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전쟁의 피로감은 미국과 유럽의 균열을 부르는 주요 갈등 축이다. 러우전쟁은 미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유럽의 불만을 ‘지금은 전시’라는 명분으로 억누르는 기제이나, 유럽의 침체가 길어질 경우 미국의 수탈적 행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2. 미중 투쟁과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난항 많은 기관은 공급망 병목 완화와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을 미국 경기 ‘연착륙’ 주요 근거로 든다. 실제로 팬데믹 정점이 지나며 물류비용은 일정히 하락했으나, 이를 전체 공급망 안정화로 보기는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중국의 유럽연합과 미국 등 대 서방 수출량은 중국 전체 수출량의 45%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초의 약 54%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대신 미국이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은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는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공급망의 형성을 뜻하는가? 그렇지 않다. 공급망은 더 복잡해졌고, 불투명해졌으며, 비싸지고 있다. 중국 자본은 역시 미국의 공급망 이전 시도에 조응해 동남아 등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네트워크 데이터상 글로벌가치사슬(GVC)이 길어지고 있다. 기업 간 평균 거리는 2021년 9.67개에서 2023년 10.03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 공급업체와 미국 고객사를 잇는 공급망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9.18에서 10.11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관계 다변화를 함의하는 ‘네트워크 밀도’는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 공급업체 평균 고객기업 수를 나타내는 Out-degree는 2021년 2.49에서 2023년 2.45로 소폭 하락했으며, 각 기업이 물품을 받는 평균 공급업체 수를 측정하는 in-degree 역시 2021년 2.25개에서 2023년 2.23개로 하락했다. 공급자기업과 수요자기업 사이의 거리가 길어졌다 (BIS.2023.10.) 이렇듯 세계 자본주의 공급망은 길어지고 있으나, 미국 의도대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 공급업체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진영 기업들이 중국을 제외한 비상공급경로를 구축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말뿐임을 시사한다. 열강은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고자 하나, 그 결과는 길어졌을 뿐 다각화되지 못한 공급망이다. 이는 그 자체가 물가인상의 동인이자, 생산의 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요인이다. 미국은 공급망 재구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자국 기업의 피해와 미국 인민의 생존권 악화로 귀결해 바이든 정부 재선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2) 디커플링이건 디리스킹이건, 공급망 재구축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2) 그 단면이 2023년 11월 중국 공급망 엑스포였다. 테슬라, 인텔, 퀄컴, HP, 엑슨모빌, 비자 등 참여 기업 면면은 미국의 난항을 드러낸다. "세계경제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해졌지만,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미국의 능력은 약해졌다. 냉전 시대 미국은 적국과의 경제교류를 제한하려 했고,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미국은 이를 촉진하려 했다. 이제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 미국 관리들이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제인 상호의존성과 씨름해야 한다. 냉전 시대에는 제조 물류는 정부가 아닌 민간 산업의 영역이었다. 오늘날 미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함에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4개 영역에 걸쳐 공급망 검토를 시행했으며 정부 부서가 관련 공급망에 대한 위험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는 불완전한 상업 데이터베이스와 민간기업이 공개를 매우 꺼리는 불완전하고 비표준화된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공급망 취약점을 파악하는 데 한계적인 경우가 많다. 공급업체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문 링크) 3. 중국자본주의의 현재 1) 부채위기 중국은 리오프닝에 따른 초기 추진력이 사라지고 최근 부동산 부문에서 위기가 터져 나오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25-30%가량을 차지해온 건설·부동산업이 과잉축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속에서, 현 중국 부채위기 심화는 미국 주도 금리인상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즉, 미국의 금리인상에는 중국의 부채위기 폭발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3) 이에, 중국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3) 중국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달러와 유로 등 외화표시 미결제 대외부채는 총 9조 7,766억 위안(1조 3,530억 달러 상당)으로 미결제 대외부채의 56%를 차지한다. 물론 이는 LGVF 등 위기 진원지에 대한 집계를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상승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차입비용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파급효과는 부채부담을 크게 악화시켜 부채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일부 신흥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와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정책은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와 매우 일치하며, 글로벌 개발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는 새로운 중요 동력이다." (원문 링크) 성장률 저하, 청년실업 확대, 지방정부 부채위기 등에 더해 최근 중국 경제의 뇌관을 구성하는 부동산 부문 부채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헝다와 비구이위안 사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는 3,25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국가부채보다 많은 금액이다.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부채는 1,900억 달러로 부채 규모는 에버그란데가 훨씬 크나, 컨트리가든이 개입한 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이 더 많아, 컨트리가든의 파산은 지방정부 부채위기 폭발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또한, 중국은 10년 전 원대하게 착수한 자본수출 계획, 즉 일대일로의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철도와 공항 등 거대 인프라사업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수출이 이윤을 남기기는커녕 화려하나 실익이 없는 사업, 소위 ‘흰코끼리 프로젝트’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있다. ‘흰코끼리 프로젝트’가 집약하는 중국경제의 심각한 불균형은 중국공산당 통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방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부채의 함정'을 설치해, 별생각 없이 중국 자금을 지원받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개도국들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대출을 받은 국가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해당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소유권 등 중국 측에 유리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불만이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경우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후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함반토타 항구에 대한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고의로 그런 함정을 설치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행들은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대출해 줌으로써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은 대출받은 국가들이 침몰하게 놔두기보다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그룹인 에이드데이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은행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850억 달러의 구제금융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2010년에는 중국의 해외 대출금 총액 중 구제금융 대출액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2022년에는 그 비율이 6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2) 중국을 떠나는 서방, 자본유출 위험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9.4% 줄었다. 심지어 3분기에는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았는데, 11월 초 공개된 3분기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FDI는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 순유출은 중국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초의 일이다. 패권투쟁 격화에 더해, 미중 금리차에 따른 자본이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벌어진 일이다. 해외직접투자 감소와 유출에 더해, 외환유출 징조도 있다. 2023년 9월, 10월 모두 외환유출을 기록했는데, 9월 유출액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이었다. 물론 중국은 3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에 단기간에 외환위기가 닥칠 공산은 낮으나, 자본유출 지속가능성은 분명한 위험으로 남아있다. 3) 공급망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부상하는 브릭스 블록 그러나 중국경제가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GDP 대비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약 22%로 G7국가 평균 중앙정부 부채비율의 약 1/8에 불과하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위기, 대략 60조 위안(약 1경 1천조 원)으로 추정되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부채위기4)가 가중되고 있으나, 최근 달러 표시 LGFV 채권가격 급등은 중국정부가 위기를 일정히 관리해내고 있음을 뜻한다. IMF는 2023년 중국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5.4%로 상향 조정했고, 주택시장 부채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산업생산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산업부가가치 생산량은 2023년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6.8%, 전월 대비 0.52% 늘었다. 설비가동률은 4분기 75.9%로 3분기 75.6%, 2분기 74.5%, 1분기 74.3%로 추세적으로 늘었다. 4) 중국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벌이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파산 위기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봉쇄 압박에 대응해 소위 ‘홍색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동남아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피하고, 애플ᅠ등 대자본의 공급망 이전에 조응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의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특히, 중국은 최근 ‘중국 대체제’로 부각되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수입시장 점유율 27.67%를 기록한 중국은 2022년 35.1%를 기록하며 무역전쟁ᅠ전보다 10%p가량ᅠ점유율을 높였다. 2023년 11월 누계 중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어, 유입된 외국자본의 30%를 점했다. 2023년 8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 역시 1억 4,400만 달러 규모 베트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브릭스를 통해 우방을 규합하고 있다. 2023년 8월 브릭스는 기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더해, 사우디·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아르헨티나를 가입국으로 초청했다(아르헨티나는 밀레이 집권 이후 가입을 철회했고, 사우디는 가입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위안화 국제화 시도 역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과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상품무역 시 위안화 결제액은 2020년 중반 이후 매월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23년 위안화 결제비중 성장세는 가파른데, 2023년 1월 1.9%에서 10월 3.6%로 증가했다. 아직 달러(47.25%)와 유로(23.36%)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이미 중국은 자국 상품·서비스 무역액의 거의 30%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첫 위안화 대출 협정을 맺고, 중국-브라질 교역 시 위안화-헤알화 거래에 합의하는 등,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맞선 중국 행보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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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1]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고물가 지속 2023년 10월 IMF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2년 3.5%에서 2023년 3%, 2024년 2.9%로 둔화할 전망이다. 11월 OECD 역시 2023년 2.9%, 2024년 2.7%를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물가의 추세적 하락, 낮은 실업률과 함께 '연착륙' 시나리오가 대두하나 유로존은 독일과 영국 등 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은 상당 부분 에너지와 식량가격 하락에 근거한다. 물론 식량가격지수는 10월 기준 120 이상으로 여전히 높으며 쌀가격은 지속적 상승세다. 2022년 폭등세에 비해 진정되기는 했으나, 에너지가도 여전히 높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의 경우 2023년 상반기까지 7,850억 유로(약 1,10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기업과 가계에 투입하는 등 이미 막대한 출혈을 치렀다. 가스 의존도가 높던 네덜란드 전기료는 무려 953% 폭등하기도 했다.1) 원유생산 1위국이자 LNG 수출 1위국으로 뛰어오른 미국 주도 공급확대로 에너지 가격은 일정하게 하락했으나, 전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확산하는 현 정세 속에서 에너지 가격은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 2023년 6월 이후 OPEC+의 감산 역시 잠재하는 에너지 가격 불안의 한 조건을 구성한다. 최근 중동지역 위기 심화와 함께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운송에 차질이 계속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유럽의 에너지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1) EU는 2022년 에너지 공동구매 등을 위해 ‘유럽에너지플랫폼’을 출범하고 2023년 말 4회차 거래를 진행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에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거나 더디게 하락하는 추세다. 유로존과 일본에서는 높은 근원물가의 유지, 혹은 지속적 상승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물가의 장기지속적 성격을 드러낸다. IMF 역시 높은 근원물가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이며, OECD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현 국면 인플레이션은 생산과정 자체의 차질에서 비롯되기에 쉽게 진정시키기 어렵다. 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다. 아래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과 유럽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다. 자본가들은 몇 년 전보다 상품을 훨씬 비싸게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독과점 기업,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자본의 공급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원인이다. 미국(좌)과 유럽(우)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 (2015-2023) 2.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보호주의 심화 고물가를 지속시키는 중요 요인, 보호주의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세계무역 성장률은 2022년 5.1%에서 2023년 0.9%로 하락 후 2024년 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2000-19년 평균성장률 4.9%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무역장벽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2022년 세계 각국은 3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무역제한조치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는 2019년 당시 1천개 미만이었다(2023.10. IMF 경제전망). 보호주의는 이전보다 싸게 만들 수도 없는 상품이 쌓이는 상황,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이어진다. 아래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에서 드러나듯, 주요국 재고자산이 쌓이고 있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와 부품재고 확보 시도 역시 재고 축적의 원인이며, 이는 자본회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2023년 12월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글로벌 대형 제조업체 4,353곳 재고자산 규모는 2조 1,237억달러(약 2,788조원)에 달해, 2019년 12월 말보다 28% 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비롯한 보호주의 입법, 유럽의회의 핵심원자재법(CRMA)의 승인에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승인 등 열강의 보호주의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EU에서는 2022년부터 대당 평균 6,000유로를 지급한다. 이러한 보호주의는 과잉생산과 중복투자, 곧 과잉축적의 원인이자 그 해소를 둘러싼 제국주의 투쟁 격화의 원인이다. 2007-2023년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 3. 고금리의 후과: 늘어나는 기업파산과 부채부담 상대적 호조에도, 미국 경제는 불안하다. 2023년 10월 26일 미국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기업파산은 9월 말까지 연 17,051건으로 늘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증가했으며, 대기업 파산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금리 국면에 빚을 내고, 팬데믹 시기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쉬운 자금조달 시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상 전인 2021년 기준, 미국 중소기업은 전체 수입 6%를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반면, 대기업은 2% 정도로 알려졌다(골드만삭스). 고금리에 따라 중소기업부터 벌어지는 기업파산 증가는 당연하다. 유럽에서도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 기업파산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 부채상환 비용 증가, 팬데믹 지원 축소, 그리고 높은 에너지 비용이 꼽힌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에서는 10월 파산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늘었다. 덴마크, 스웨덴, 영국, 스페인, 핀란드, 노르웨이 기업파산율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직후 파산율보다 높다. 또한,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미국 포함 주요국 정부의 부채 관리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2020년 3,450억 달러에서 2023년 6,590억 달러(약 900조 원)로 3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국채이자 지급비용보다 더 큰 정부지출 영역은 사회보장, 메디케어, 국방뿐이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초까지 EU 각국은 매우 낮은 금리로 빚을 냈고, 심지어 10년 미만 만기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시장은 저금리 지속을 예상했기에, 유럽연합 집행위가 추정한 2021~27년 장기예산계획 전체에 대한 누적 이자비용은 149억 유로에 불과했다. 값싼 자금조달 시기는 지나갔다. 미 국채 이자비용은 2023년 6,590억 달러에 달하며(좌), 이는 메디케이드, 아동복지 지출, 퇴역군인 복지지출보다 높다(우). 4.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미국 물가상승률은 2022년 여름 최고치에서 상당히 낮아졌으나 물가하락을 체감할 수 없다는 대중의 불만은 광범위하다. 물가상승률 하락이 물가하락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가격 상승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76%가 미국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74%는 식품가격 상승이 가계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오직 14%만이 바이든 정부 집권 후 더 잘 살게 되었다고 답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넓으며, 그 핵심에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공급망 문제가 있다. 2023년 11월 27일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 회복위원회’를 출범하고, 공급망 강화를 위한 30여 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한 국방물자생산법 활용(미국은 심각한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관계부처 공급망 데이터 공유 등을 포함한다. 위원회 출범과 함께, 바이든은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에 경고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으로 기업폭리(mark-up)를 짚은 것으로 재선 전망이 어두운 바이든의 선거운동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UAW 파업을 지지한 맥락도 이에 있다. 통계가 드러내듯, 주요 권역에서 실질임금 감소가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 실질임금은 2020년 이후 감소 추이가 뚜렷하며, 2022년 1분기에서 2023년 1분기 사이, 유럽 24개국 중 22개국에서 시간당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OECD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생존권 쟁취 투쟁이 2024년 주요 과제가 될 것임을 뜻한다. 미국 실질중위임금 추이(좌). 주요국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우) [유럽 시간당 실질임금 변화율 (2022년 1분기-2023년 1분기)] 헝가리 -15.6% 리투아니아 -4.9% 프랑스 -1.8% 라트비아 -13.4% 덴마크 -4.4% 스위스 -1.4% 체코 -10.4% 오스트리아 -4.3% 스페인 -1.2% 스웨덴 -8.4% 포르투갈 -3.5% 그리스 -1.2% 핀란드 -7.8% 독일 -3.3% 룩셈부르크 -0.8% 슬로바키아 -7.6% 영국 -2.9% 네델란드 +0.4% 이탈리아 -7.3% 아이슬란드 -2.9% 벨기에 +2.9% 폴란드 -7% 슬로베니아 -2.8% 에스토니아 -5.8% 노르웨이 -2.4% 치솟는 생활비와 불평등이 각국 계급투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미국 파업손실일수는 740만일 이상으로 2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노동자 임금과 경영진 보수 사이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노동운동이 확대되고 있으며, 노동운동 지지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이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