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성공적인 출발, 충남노동자행진: 계급투쟁과 기후정의운동은 더 연결되어야 한다지난 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충남행진)>에 1,000여 명이 모였다. 근래 태안에서 열린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쟁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1월 충남행진 제안자 모임에서 언급된 숫자는 300 남짓이었다. 발전 현장에서 150명을 조직하고, 지역에서 그 정도의 숫자를 조직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지난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충남행진의 설계는 지역에서 노동자 기후운동의 첫발을 떼 보는 데 맞춰져 있었다. 그러던 1월 20일, 충남행진 1차 전체회의에서 호기롭게 목표를 1,000명으로 올려잡았다. 충남을 넘어, 충남행진에 함께하는 전국적, 계급적 연대를 조직하자는 취지다. 인구 3만이 안 되는 태안에서 1천 명 규모의 투쟁이 가능할까. 준비팀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3월 30일까지의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 달, 전국 각지에서 충남행진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연대를 준비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기후활동가들은 물론, 다양한 지역과 업종의 노동자들도 충남행진에 참여했다. 충남행진이 이들을 조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노동자가 앞장서는 기후정의행진이 시작됐다 충남행진은 한국에서 노동자가 제안하고 주도한 첫 번째 기후정의행진이다. 충남행진을 제안한 주체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모임(정태모)을 비롯한 태안의 발전노동자들이었다. 특히 내년 12월 태안 1, 2호기 폐쇄로 고용위기에 직면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 충남행진의 제안서에는 ▲정부의 시혜가 아닌 투쟁으로 정의로운 전환 ▲단 한 명의 해고 없는 정의로운 전환 쟁취 ▲아래로부터 조직하고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투쟁 ▲노동자가 앞장서는 기후정의운동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투쟁으로 생존권과 정의로운 전환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태안 발전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존권 투쟁을 기후정의운동으로 연결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석탄발전소 폐쇄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민간 LNG 발전소로 대체할 뿐,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보장하지 않았다. 기후파괴에 앞장섰던 것은 정부와 에너지 자본이었으나,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발전노동자들은 여기에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총고용 보장과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했다. 민영화된 에너지 산업은 기후위기도, 고용위기도 해결할 수 없으며,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유화와 민주적 통제가 생존을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충남행진은 이 요구를 정식화하고 전국적인 연대를 건설한 첫 번째 투쟁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남행진은 한국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기후정의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 운동이 사회적 지지와 헤게모니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노동자 생존권 투쟁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만, 최근 노동운동의 상태는 광범위한 민중의 지지를 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기후정의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모든 민중을 위한 투쟁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단적으로, 충남행진에 함께한 환경단체 가운데에는 지난해 414 기후정의파업에서 이탈했던 단체가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기후-환경운동에서 얼마나 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기후정의운동은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통해 구체적인 투쟁의 현장과 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9월 기후행동은 한편으로는 광범한 민중의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투쟁이 아닌 하루의 행사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이는 무엇보다 자기 현장에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갈 주체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충남행진은 바로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기후정의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투쟁이었다. 특히 발전노동자들은 임박한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운동의 과제는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어야 한다.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을 기후정의투쟁으로 규정하면서 운동을 진전시켜야 한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이분법을 넘어, 함께 현장을 정치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 충남행진은 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 운동의 상태를 정직하게 드러낸 계기였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는 발전소 폐쇄가 곧 생존의 위기로 연결되는 반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보장되어 있다.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라는 충남행진의 슬로건은 발전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지 않은 바, 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다. 그나마 참여한 정규직 노동자 역시 2002년 발전 파업을 경험한 세대가 다수였던 반면,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 물론 이는 발전소뿐 아니라 한국 노동운동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정규직 입사시험을 통과한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연대투쟁은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충남행진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생존권 투쟁을 넘어선 정치·연대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관료적 동원질서를 넘어 현장을 정치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민간 LNG 발전으로의 전환과 국가책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중 무엇이 더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에너지전환과 총고용을 보장하는 에너지전환 중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들과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 현장을 조직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노동조합의 과제다. 어쩌면 노조 바깥의 활동가들이 직접 노동자를 조직한다는 것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330 충남행진을 준비하면서, 추진위원회의 사업은 발전 현장을 조직하기보다 외부 연대를 조직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그러나 기후파국이 현실화되는 지금, 기후정의운동 역시 노동자를 기후정의운동으로 조직하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독일 메가 스트라이크(거대한 파업)의 사례를 보자.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3년간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매진했고, 그 결과 작년과 올해 연달아 노동자 기후파업을 실현했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 역시 현장에 더 밀착해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 기후활동가들이 나서서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선전하고 조직해야 한다. 다양한 업종에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에 착수하자 충남행진의 중심 제안 주체는 분명 발전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330 당일에는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도 대오에 함께했다. 특히 본무대 발언자와 행진 연설자 중 3명은 금속사업 노동자였다. 이들의 발언은 금속산업 기후정의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저희는 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내연기관차가 없어지더라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동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함께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한쪽에서는 자본가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쫓겨나 삶의 낭떠러지로 떠밀려 죽어 나가는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자본과 정권은 산업전환과정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등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합니다. 저희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가 사는 방식의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입니다.” 금속산업 노동자들의 기후정의운동은 발전노동자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 전환을 앞두고 자본은 그 비용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금속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금속 자본과 싸워야 한다. 총고용 보장-비정규직 철폐-생활임금 쟁취-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그 비용과 책임을 기후위기-비정규직 양산 주범인 금속 자본에 물어야 한다. 이는 동시에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이기도 하다. 탄소배출 대부분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바, 노동시간 단축은 기후정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노동자는 오히려 물량 확대와 잔업, 특근을 선호할 수 있다. 이는 대다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임금이 작업량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물량에 무관한 생활임금 보장, 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함께 요구할 때, 기후정의도 가능하고 노동해방도 가능하다. 충남행진이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업장을 넘나들며 금속 자본과 함께 싸우기 위한 연대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충남행진에 참여했던 금속노동자들과 함께,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충남지역 금속사업장으로 가져가야 한다. 산업국유화와 노동자 산업통제의 전망 하에,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확대해나가자 330 충남노동자행진이 성공으로 끝났지만, 총고용 보장 없는 발전소 폐쇄는 현재진행형이다. 에너지 산업이 지금처럼 민간 자본에 잠식당했다면, 총고용 보장이든 재생에너지 전환이든 그저 자본과 정부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재생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통한 노동자민중의 통제를 전제할 때 가능하다. 산업국유화-노동자 산업통제 전망 하에 지역과 현장에서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당장 2025년 태안 1, 2호기 폐쇄, 2026년 하동 1호기 등 석탄발전소 폐쇄가 임박했다. 싸워야 한다. 하동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5월 말 최초의 파업투쟁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투쟁이 곧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며,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이 함께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충남지역 역시 태안 1, 2호기 폐쇄까지의 투쟁 계획을 준비하고, 2-3차 행진 등을 통해 발전노동자 조직 강화와 계급적 연대 확대를 시도해야 한다. 발전뿐 아니라 공공교통, 금속 등 다른 부문으로도 기후정의운동을 뻗어나가야 한다. 금속부문의 경우 산업전환에 따른 구조조정과 고용위기가 임박한 사업장을 발굴하고, 그곳을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으로 조직해나가야 한다. 충남행진이 3월 30일 하루의 행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확대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
[우리의 투쟁] 기후파국의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 노동자 산업통제로 기후정의 실현하자!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
[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3]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 노동자 기후파업을 위하여 현장투쟁과 기후정의운동을 연결하자 메가스트라이크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자본을 압도할 힘은 노동자계급의 조직된 힘이다. 지금 기후정의운동에 필요한 것은 각 산업 현장에서 자기 요구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싸움을 만들어 나갈 노동자계급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정태모(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모임)는 한국에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운동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태모는 총고용보장-비정규직 철폐-노동권보장이라는 요구를 에너지산업 국유화-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와 접목했고, 2022년부터 발전소 안팎에서 끊임없이 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정태모는 충남노동자행진을 제안하는 등 기후정의운동의 주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정태모 같은 사례가 여러 업종과 현장으로 확산돼야 한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대다수 노동자계급에게 기후정의는 낯설다. 그러하기에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 모두 노동 현장의 투쟁을 기후정의운동과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과 현장에서 노동자 통제를 지향하는 투쟁이라면 거기서부터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노동안전보건 투쟁 영역에서 노동자 현장통제권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위험 상황 시의 노동자 작업중지권이나 휴게시간 보장,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기후재난 상황에서 현장통제권 투쟁은 그 자체로 기후정의운동이 될 수 있다. 기후정의는 당분간 지속될 기후재난에서 인간이 존엄하게 살 권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폭염, 혹한과 같은 기후재난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극한기후 시 작업중지권 보장, 실내 냉난방기-옥외 노동시간 단축 및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시간과 노동환경을 자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현장통제권 쟁취 운동은 동시에 기후정의운동일 수밖에 없다. 기후재난,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한 노동자 현장통제권이 기후정의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해, 업종을 뛰어넘는 계급투쟁을 준비하자 발전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총노동 차원의 산업전환 대응은 무기력하다. 민주노총은 아직 기후정의운동에서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금속노조의 경우 산업전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요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산업전환법’ 통과를 위한 활동을 벌여 오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계급투쟁 대신 ‘사회적 대화’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가능하다는 환상일 뿐만 아니라, 그조차 상층기구의 논의일 뿐 현장을 조직하는 요구는 아니다. 사회적 대화기구든, 산업전환 일자리 심의위원회든, 이윤에 균열을 내지 않는 수준의 노동자 참여라면 정부와 자본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노동자는 기후위기 주범,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계급투쟁으로 물어야 한다. 금속노동자들은 산업전환 계급투쟁을 위한 자기 요구부터 세워야 한다. 전기차-수소차 전환으로 인해 내연기관 부품사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이 예고된 지 오래다. 이는 단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친환경 전환을 요구받는 조선-철강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산업전환 비용을 가장 열악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한다. 지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자본가와의 대화와 거버넌스가 아니다. 자본에 맞서 자기 요구를 관철할 힘, 계급투쟁이다.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 기후위기-비정규직양산 주범 금속산업 자본에 대한 징벌이다 금속산업 재벌은 기후위기 주범이다. 그것도 다단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윤을 쌓아올린 기후악당이다. 금속노동자의 기후정의는 바로 금속산업 재벌을 징벌하는 것이다. 금속노동자의 요구는 △금속산업 재벌이윤 환수 △물량과 무관한 생활임금 보장 △금속산업 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파산부품사 공영화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 철폐 △노조파괴-비정규직양산 총수 일가 구속처벌과 경영권 박탈 등이 되어야 한다. 물론 위 요구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싸움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완성차 원청노동자, 하청노동자, 부품사 노동자의 연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장 단위, 업종 단위를 뛰어넘는 투쟁을 준비하지 않을 때, 산업전환 대응은 자칫 ‘우리 작업장 물량 확보하기’로 전락하기 쉽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감을 정규직이 빼앗는 아귀다툼은 민주노조운동도 아니고 기후정의운동도 아니다. 충남노동자행진의 의미: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확산하자 충남노동자행진은 한국 최초로 노동자가 제안한 기후정의운동이다. 2019년 9·21 기후위기비상행동부터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까지, 그간 한국의 대규모 기후시위에서 노동자의 역할은 대개 집회에 하루 참여하는 것에 그쳤다. 예컨대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민주노총 부스는 참여자들에게 대나무 칫솔과 비누 등을 나누어주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됐다. 9·24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며 탄생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모임’은 기후정의운동을 현장 투쟁으로 발전시켜 왔다. 아무리 기후정의가 중요하다고 한들 자신의 일터를 폐쇄하라는 것은 결코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발전 노동자들이 노조가 ‘발전소 폐쇄’에 동의해도 되겠냐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태모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이 상호 대립하는 문제가 아님을 명백히 했다. 그 결과 이들이 제안한 충남노동자행진에 전국의 노동자와 기후활동가들이 화답하고 있다. 충남노동자행진은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이 모여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자기 현장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1차 충남노동자행진은 발전노동자들이 제안하고 주도한 기후정의운동이다. 그러나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발전노동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산업전환을 앞둔 금속노동자, 사모펀드에 장악당한 준공영제 버스노동자, 노동자 현장통제권 쟁취를 요구하는 모든 노동자가 기후정의운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들 모두가 충남노동자행진에 모여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자기 현장으로 가져갈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충남노동자행진을 통해 사업장-업종을 넘나드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나가자. 2. 노동자 민중의 대안 –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그렇다면 기후정의 계급투쟁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계급투쟁은 기후위기를 끝내기 위한 노동자민중의 대안을 향해야 한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 민중의 대안으로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제안한다. 기간산업 산업국유화: 자본의 소유를 그대로 둔 채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이윤생산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모두 개별자본이 결정한다. 개별자본은 경쟁자를 제치고 이윤만 획득할 수 있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기후재앙을 앞두고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는 일,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폭력적인 해고를 서슴지 않는 일, 에너지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는 일 등이 그래서 벌어진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개별자본이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의 근원은 단 하나다. 자본이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자기 마음대로 써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생산수단은 개별 자본가들이 땀 흘려 만든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이야말로 저들이 가진 거대한 부의 진정한 원천이었다. 더구나 대자본가들은 정경유착, 불법 탈세 등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사회적 부를 사유화해 왔으며, 경제위기를 맞을 때면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왜 한 줌 대자본가들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전체 사회가 희생해야 하는가? 정작 공적자금을 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는데도 말이다. 기후재앙 시대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간산업에서 즉각적으로 자본의 소유권을 몰수하고 이를 국유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에너지산업을 국유화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전면화하고 노동자 민중의 필요와 계획에 따른 에너지 생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인 에너지의 생산마저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악용한다. 한국에서 전체 발전의 30%는 민간자본 발전사가 담당한다. 천연가스 직수입을 악용해서 엄청난 돈을 버는 SK, GS 등 재벌 발전사도 그중 일부다. 한국전력공사는 재벌 발전사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비싼 값에 전기를 구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적자를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결한다. 더욱이 저들은 안정적 이윤생산을 위해서라면 위험천만한 핵발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제어하자면 에너지산업의 각종 소유권을 몰수하고 국유화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제철, 조선 등의 제조 분야,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 분야 등 탄소 배출량이 높은 각종 기간산업 역시 국유화해야 한다. 이들 기간산업에서도 경쟁의 압력에 놓인 개별자본은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윤 획득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간산업의 재벌은 그동안 비정규직·사내하청 확대 등으로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한 것을 넘어, 중소기업, 소상인 등 광범위한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며 천문학적인 이윤을 벌어왔다. 기간산업의 국유화는 해당 분야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생활 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재벌의 문어발식 수탈을 막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기간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맞춘 계획적 생산을 도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가 기후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 노동자 산업통제를 넘어 민주적 계획경제로! 국유화된 기간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실질적 통제가 있을 때만, 해당 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는 계획적 생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속의 공기업들이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해고 등 악랄한 착취와 억압을 자행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해 왔다.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더라도 이것이 단지 기업의 경영권을 민간 자본가에서 국가 관료의 탈을 쓴 자본가에게 양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국유화는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게 된다. 국유화된 기간산업은 철저하게 노동자들이 자주적·민주적으로 통제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기간산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넘치게 발휘해 해당 산업의 생산체계를 사회 전체의 필요를 위해 합리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기간산업 노동자들로 구성된 산업통제위원회는 이윤 생산에만 도움이 될 뿐 기후위기 대응에는 무의미한 낭비적 생산분야를 즉각 폐지할 것이며,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수렴하여 전기, 대중교통 등 필수 공공서비스 요금을 체계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간산업의 국유화 및 노동자 통제의 경험은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수단이다. 노동자 통제를 통해 노동자계급은 민주적 계획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이것은 기생충에 불과한 한 줌 자본가계급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윤 대신 사회적 필요를 위한 합리적 경제체제를 건설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손에 쥔 것을 결단코 놓지 않으려는 자본가계급의 저항에 맞서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단호한 정치적 조치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
[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2]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에 참여한 시위자들(출처: LeftVoice) 1. 독일의 메가스트라이크: 자본이 두려워한 노동자 기후파업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 2020년 독일의 기후운동가들은 중대한 고민에 봉착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 운동이 전략적 공백과 퇴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금요일 기후파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후 운동 내에서 ‘체제전환(System change)’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실제로는 시민 불복종이라는 상징적인 행동, 혹은 정치 결정권자를 향한 몇 차례 집회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운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호응 역시 줄어들던 추세였다. 기후운동이 쇠퇴하던 중에 독일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이 연합한 소위 ‘신호등’ 연방정부가 2021년 출범해 전형적인 녹색자본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연방정부는 기후운동의 상승기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지만, 그 대신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긴축 생태’ 정책을 펼쳤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후 에너지 위기가 증폭되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동력을 상실했다.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과이 늘어나고 군수산업 생산이 확대되는 등 퇴보가 이어졌다. 기후정의운동이 짧은 시간이나마 쌓아온 성과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었다. 기후활동가들이 새롭게 시선을 향한 곳은 바로 노동운동이었다. 이들은 기후정의운동에 더 많은 노동계급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기후 문제를 노동자들의 일터로 가져가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첫 시도로 기후활동가들은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 부문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급여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청년층의 유입은 줄어들고 퇴직률이 높아 이미 수만 명의 운전자가 부족한 가운데, 교통요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으며, 특히 농촌 지역의 여객 운송 시스템은 점점 더 축소되고 있었다. 이는 1990년 이래 지속된 공공부문 민영화의 결과다. 1990년대 이후 연방정부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자유화하면서 인력 감축, 업무강도 강화, 불안정한 고용, 소득 감소, 노동조합 약화 등 각종 긴축 조치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 공기업이었던 ‘도이체반’도 1994년에 민간 기업으로 전환되고, 철도 여객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1996년 이후 대부분 민간 공급업체로 넘어갔다. 민영화의 여파 속에서 조직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단체와 소속으로 분열되는 등 투쟁의 구심점을 모아내지 못한 채 결속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은 침체하던 두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2020년 지역 대중교통 단체교섭에 연대하며, 파업 당일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공서비스노조(Ver.di)의 투쟁을 방문하고 지원했다. FFF는 교통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자 “#wirfahrenzusammen (#WeDriveTogether) 2020”라는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승객들로부터 연대 성명서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했으며,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조직했다. 심지어 활동가들이 직접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나서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물론 초창기에 기후 파업은 대다수 대중교통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이지 않았다. 공동의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조직이나 연대체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중교통 노동자들 다수는 기후 의제에 회의적이었다. 파업에 연대하는 기후활동가들은 때때로 자신들을 소위 ‘기후 끈끈이(Klimaklebern)*’ 와 동일시하는 왜곡된 시선과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이루어진 연대의 결실로 일부 운송노동자들이 기후정의운동을 자신들의 운동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2020년 파업을 계기로 여러 도시에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동맹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의 단체들이 설립되었고, 2024년 현재 6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1,000명의 활동가들이 #wirfahrenzusammen 캠페인에 참여하여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몸에 접착제를 바르고 도로를 점거하거나 미술품을 훼손하는 등의 직접행동 전술을 취하는 기후운동가들을 향한 멸칭. 주로 이러한 방식의 직접행동을 주도해온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를 가리킴. 독일 메가 스트라이크: “운송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2023년 3월 3일,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후파업에 맞춰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공공서비스노조는 전국적으로 지역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6개 연방 주에서 경고 파업을 벌였다. 그 결과 최소 30개 도시의 20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다. 독일 고용주 연맹(BDA)의 CEO 슈테펜 캄페터는 “노조가 정치파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파업을 비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것은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노동조합은 운송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등 경제적 요구를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사회적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후정의운동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해 실제 파업이라는 물리적 힘을 확보하고 자본가들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3월 27일, 파업은 이제 전체 운송부문으로 확대됐다. 대중교통 종사자뿐만 아니라 항공, 철도, 수상 운송 종사자들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독일 최대 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전국에서 장거리 열차 운행이 멈췄고, 베를린에서는 도시고속철도 운행이 끊기고, 독일 최대 항구인 함부르크 항도 마비됐다. 한 언론의 표현처럼 독일 안의 “모든 바퀴가 멈췄다(All wheels stand still!).” 대규모 파업에 놀란 사측은 27개월 동안 5% 임금인상과 일시금 2,500 유로(약 350만 원) 지급을 제안했다. 독일 내무장관 낸시 패저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매년 14억 유로(약 1조 9천억 원)가 추가로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자가용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운송노동자들의 파업은 기후활동가와 민중으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버스, 트램, 지하철이 멈춰 서게 됩니다. 대중교통 노동자의 높은 임금은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고 절박한 인력 부족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는 결국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기후 파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다른 기후 운동가들이 이 파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녹색당을 포함한 독일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조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2. 프랑스 토탈(Total) 정유공장 파업 토탈의 그린워싱: 노동자 민중의 피눈물로 만든 “석유 제로” 2021년 1월 4일, 프랑스 그랑퓌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석유·가스부문 거대 다국적기업인 토탈(Total)의 정유공장 폐쇄에 맞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위원회를 통해 아래로부터 자주적으로 조직된 파업은 45일 이상 전개됐다. 정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며 철도, 경제, 원자력발전소 노동자, 교사, 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이루어진 계급적 동맹이 건설됐고,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강렬한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기후·환경운동 단체들도 토탈 정유공장 파업을 지지하는 데 앞장섰다. 그랑퓌 정유공장 파업의 배경에는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 토탈은 정유공장 여러 곳을 폐쇄하면서 그랑퓌에서 200개, 관련 하청업체에서 500개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그랑퓌 지역의 고용 대부분은 토탈 정유공장에 의존하고 있었다. 일자리가 없는 농촌 지역에서 정유공장 폐쇄는 노동자들을 실업과 노동조건이 훨씬 열악한 최저임금 일자리로 내모는 일이었다. 한편 토탈이 자국의 정유공장을 폐쇄하는 진정한 목적은 다른 국가로 정유공장을 옮기는 것이었다. 공장 이전 예정지들은 원유매장지에서 가깝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환경기준이 느슨한 아프리카 국가 등이었다. 실제로 토탈이 추진하고 있는 우간다 틸렝가 석유 시추 프로젝트와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EACOP) 건설 사업은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1,443㎞ 길이의 송유관이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주요 생태계 보전지역을 가로지르면서 국립공원이 파괴되고, 1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토지를 빼앗긴 채 강제 이주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은 기후위기의 고통을 가장 열약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정책이었다. 그린워싱에 맞선 동맹과 토론: 노동자 통제만이 친환경 전환의 유일한 경로다 토탈 그랑퓌 노동자들은 토탈의 그린워싱에 맞서 일자리를 위한 투쟁과 환경을 위한 투쟁을 묶어내는 광범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토탈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수년 전 정리해고가 관철됐던 라메드 정유공장 노동자들과 만나 소통하고, ‘지구의 친구들’, ‘그린피스’ 등 기후·환경운동 단체와 10월에 접촉했다. 기후·환경운동가들은 화석연료 자본과 맞서는 투쟁에 매우 흥분했고, 이를 계기로 형성된 노동자와 기후운동의 결합은 파업의 큰 동력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도 에너지·산업 전환에 관한 토론을 이어 나가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다국적기업의 손으로 친환경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노동자들이 공장의 통제권을 장악하면 오염을 덜 일으킬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윤 본위의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이라면 생태적 한계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존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와 환경 문제 두 가지 모두, 그 해답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우리에겐 노하우, 즉 실질적인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 손으로 장비들이 작동하게 만들죠. 그래서 만일 우리가 통제권을 쥔다면, 우리는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운영할 거예요. 환경은 바로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건 토탈의 CEO, 패트릭 푸야네와 정반대 편에 있는 거죠.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윤 기계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요.” 3. 계급투쟁이 기후정의운동을 구원했다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통한 기후운동의 반등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자본을 강제할 힘과 실제 변화까지는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와 직접행동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며 기후정의운동은 서서히 정체했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했듯, 기후위기 주범인 SK가 오히려 9월 기후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은 미약한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와 프랑스 토탈 노동자투쟁의 사례는 노동운동과 결합하는 것이 기후운동이 반등하는 방법임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 주범인 자본과 맞서 싸울 힘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과 직접 대립하는 유일한 계급이자, 이윤 창출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춘 유일한 계급이다. 자본가들이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파업을 ‘정치파업’이라며 경계한 이유다. 기후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갖는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과의 만남을 기후운동의 과제로 메가스트라이크 사례에서 기후활동가들은 노동조합 조직을 자기 과제로 삼고 파업을 준비했다. 예컨대 이들은 대중교통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채택하고 노동자를 조직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기후정의라는 정당성과 사회적 지지를 부여함으로써, 기후운동을 낯설어하던 노동자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꿔냈다. 이는 기후정의파업이 실제 노동자파업이 되도록 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한국의 노동자 기후파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후정의운동 역시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FFF 독일지부 역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다년간의 조직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유기적 결합을 만들었음을 기억하자.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
[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1] 그린래시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29일, 영국 런던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기후정의운동의 급격한 성장과 정체 우리는 2018년의 그레타 툰베리를 기억한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던 툰베리가 시작한 결석시위는 1년 만에 152개국 1,600개 지역의 동맹휴학으로 확산했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을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은 피부로 느꼈고, 툰베리는 그들의 슬픔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툰베리와 청소년들의 결석시위는 양식 있는 자유주의자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갈수록 파괴적이고 빈번해지는 폭염,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난 역시 사람들을 움직였다. 2010년대 말,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시위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2020년과 함께 시작한 코로나19 위기는 기후시위를 더욱 발전시켰다.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더 심각한 보건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기후위기는 단순한 생태파괴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의 한 축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거리의 기후시위는 더욱 커져갔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2021년 11월, 100여 개 나라에서 ‘기후정의 세계 행동의 날’ 시위가 열렸다. 특히 COP26 회의장 앞에만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탈석탄과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갈수록 불어나는 기후시위 앞에 국가와 자본도 ‘그린뉴딜’, ‘탄소중립’, ESG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거리의 시위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기후정의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COP28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거부했고, 폐막 이틀 뒤 의장은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간 한미일 등 22개국은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을 발표했고, 작년 4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독일에서도 핵발전 회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 100곳에 북해 석유·가스 시추를 신규 허용했다. 프랑스는 환경규제가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유럽연합 환경규제의 일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요국 그린래시(greenlash) 사례> 국가 내용 그린 래시 확대 스웨덴 203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 우세(찬성 42% 반대 47%) 독일 2024년부터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 사용금지법안 채택 후 과도한 기후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지지율 상승(2위, 22%) 네덜란드 2019년 도입된 가축농가질소규제배출 비판 정당인 농민시민운동(BBB) 지지율 10%대로 상승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아젠다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상승 탄소 중립 후퇴 EU ‘기업 지속가능성 주의 지침’ 대상에서 금융기업 제외 논의 시작 신규 배기가스 규제안인 ‘유로 7’을 현행 ‘유로 6’으로 유지 스웨덴 2024년 기후 대책 관련 예산(약 2.6억 크로나) 삭감, 유류세 감면 등을 통한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 부담 경감, 신규 원자로 10기 건설 계획 발표 등 탈원전 기조 철회 영국 휘발유 및 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 연기(2030년→2035년) 기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석탄화력발전 규제 등 에너지전환조치 완화 2024년 「글로벌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소, 2023.12.29. 자본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ESG의 퇴조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ESG 펀드에서 50억 달러(약 6조 6,7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례 없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최근 기업 경영진의 ESG 언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ESG’가 언급된 횟수는 202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자본의 ‘그린워싱’을 비판했으나, 자본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워싱’조차 하지 않는다. 거리의 기후시위 역시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을 거부한 지난해 COP28 회의장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그 규모와 위세는 불과 2년 전의 COP26과 비교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초창기 대규모 시위는 기후위기에 분노를 표출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분노의 표출만으로는 국가와 자본의 변화를 강제하지 못했다. 시위의 효능감과 동원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새로운 운동으로 떠올랐던 기후시위가 어느덧 낡고 진부한 것이 된 것이다. 그 빈틈으로 극우의 기후·환경운동에 대한 반발, 이른바 ‘그린래시(greenlash, green+backlash의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2023년은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기후정의운동은 식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국가와 자본의 그린래시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성장한 기후시위에 자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우선 진단해야 한다. 이제 관점을 바꿔 전지적 ‘자본’의 시점에서 기후운동의 성장을 돌이켜 보자. 기후위기와 함께 성장한 녹색자본 2018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기후시위에 대해 국가와 자본은 ‘녹색자본 축적 전략’으로 대응했다. 단적인 예가 ‘그린뉴딜’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자본은 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차 전환을 내세우며 기후위기 해결사로 등장했다. 심지어 ‘좌파적’ 버전의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그룹(DSA) 소속 하원의원이던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019년 2월 7일 “그린뉴딜을 위한 연방정부의 의무를 인식한다”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의 골자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만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의 주창자들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화석연료 산업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그 근거는 부실했고, 녹색자본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린뉴딜의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렌을 보자. 워렌은 그린뉴딜 참여 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직접투자와 전략적 지원으로 수출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첫째, 타국의 녹색전환을 지원하고, 둘째, 자국 녹색산업의 해외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공적자금으로 녹색자본을 육성해 해외시장 장악에 나서자는 것으로, 이는 일종의 ‘녹색제국주의’다. 심지어 버니 샌더스조차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선 몰수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지만, 재생에너지 등 녹색자본에는 별다른 제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그린워싱과 ESG 열풍은 녹색전환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자본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거리의 기후시위가 성장할수록 녹색자본이 함께 성장했고 국가는 이들을 지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전기·수소차 확산을 위해 5년간 20조 3천억 원 지원을 계획했다. 물론 그 수혜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든 현대차 그룹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기술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 등 재벌에게 61조 1천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의 교훈: 녹색은 비싸고 탄소는 싸다 그러나 녹색이윤의 꿈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쳤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한 계기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자본은 공급망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유럽-미국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22년 유럽과 미국에 ‘에너지 위기’라는 공포가 휩쓸었다. 2021년 12월 1kJ당 3.63 달러이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022년 8월엔 9.33 달러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중에겐 빈곤으로 나타나고, 자본에겐 생산원가 상승, 즉 이윤율 저하로 나타난다. 마침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시작됐다. 이제 자본은 ‘그린워싱’을 할 여력조차 없다. 이윤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핵과 석탄은 대수가 아니다. 비싸고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대신 값싸고 항구적인 석탄발전으로 전 세계가 회귀하기 시작했다. 가스 공급의 15%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네덜란드는 이미 2022년에 석탄발전 생산 상한선을 해제했고 이탈리아도 석탄발전 확대를 선언했다. COP28의 화석연료 퇴출 거부는 그 연장선이다. 핵발전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1월 31일 국제에너지기구(IAEA)에서 각국 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선택하거나 그 사용을 지원하는 국가들은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석유와 가스의 비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SG가 퇴조하는 이유 역시 ESG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S&P500)의 주식이 20% 증가하는 동안, 글로벌 청정에너지 관련 주식은 20% 감소했다. 핀란드의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후 테마 펀드들이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국가와 자본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존권 위기의 책임을 기후·환경운동에 돌리고 있다. “생태 광신주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7월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정치집회에 대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연대사다. 지배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신음하는 대중에게 “이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기후활동가들 때문”이라고 호도한다. “기후위기 책임을 함께 분담하자”며 대중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는 일부 시장주의적 환경운동의 행위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극우파는 기후·환경운동을 비난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그린래시에 나서고 있다. 안타깝지만, 지금 자본과 국가에게 거리에서 열리는 기후시위는 대수롭지 않다. 한국 기후정의운동이 마주한 갈림길 한국 역시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등장은 한국에서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민중에게 큰 자극이었다. 2019년 고등학생들의 금요 결석시위에 뒤이어 같은 해 9월, 최초의 대규모 기후시위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됐다. 이 흐름은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으로 발전했으며, 그 내용 역시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문제의식이 깊어졌다. 이는 2023년 4·14 기후정의파업에서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반대를 내걸게 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기후정의행진이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비슷한 정체 내지 하강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참가자 수의 정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SK에코플랜트(건설)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했다. 이는 기후정의행진이 정부와 자본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2019년 기후정의행동 이후 만 4년이 흐른 지금, 단순히 9월 하루 거리에 모여 요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 거리 행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을 넘어, 자본과 정권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
[이슈페이퍼] 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을 시작하자!
-
고립과 은둔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청년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사진: gettyimages 히키코모리. 오랜 시간(6개월 이상) 집에만 틀어박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일본 후생성은 2001년 히키코모리의 기준을 위와 같이 제시했다. 2003년 일본 히키코모리 인구는 120만 명이었고, 그중 30%가 노동 가능 인구의 중추인 30대 청년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2023년, 여기 한국에서 고립, 은둔 청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무조정실 주관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이 전국에 약 54만명으로 추정된다. 여성(72.3%)이 남성(27.7%)보다 약 3배 정도 많았고, 이들 중 75.4%는 자살 생각을, 26.7%는 실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가 청년들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고립, 은둔 청년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고립, 은둔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왜 여성이 더 많이 고립되고 있을까. 삶의 위기에서 기댈 곳 없는 청년들 먼저 고립과 은둔의 정의를 살펴보자.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적 고립을 “정서적 교감을 포함한 도움이 필요한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재한 상태”,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즉, 사회적 관계와 지지체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은둔 상태는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외출을 제한하면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단, 임신, 출산, 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이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 즉, 은둔 상태는 사회적 고립뿐 아니라 공간적·물리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1). 1) 김성아, 「고립·은둔 청년의 현황과 지원방안」, 2023.05. 고립·은둔은 청년들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한다. 앞서 적었듯 자살 생각이 있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이 다수다. 그 밖에도 미래 희망이 없고(66.3%), 타인 시선이 두렵고(62.0%), 대인 접촉 회피(47.8%), 지인 대면 두려움(44.2%)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절반 정도(45.6%)는 용기를 내어 일상생활 복귀를 시도했으나 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복귀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7.2%)과 번아웃(25.0%), 기존 고립·은둔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22.9%)였다. 이렇듯 고립·은둔 생활은 정신적으로 치명적일 뿐 아니라,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고립·은둔 생활 기간은 1년-3년(26.3%)이 가장 많고, 10년 이상(6.1%)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모두를 비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그렇다면 어떤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가 되고 있을까. 연령대로 보면 25세-29세(37.7%)와 30-34세(32.4%)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의 학력을 보면 대학원 이상(5.6%)과 대학교 졸업(75.4%), 고졸(18.2%), 중졸 이하(0.8%)로 전체 청년의 학력 비율과 유사하다. 즉 고립·은둔 청년 다수는 생애주기 상 학업을 마친 후 취업을 준비할 시기에 있다.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시기 역시 20대(60.5%)가 가장 많다. 취업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사자들이 말하는 고립·은둔의 원인 역시 취업 및 직업 관련(24.1%)이 가장 많았다.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물었더니, 마찬가지로 취업 및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실제 구직단념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구직단념)’ 청년은 2016년 24.9만 명에서 2022년 7월 36만, 2023년 7월 40.2만으로 증가했다. 우울·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사회적 고립)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 역시 2019년 21.8%에서 2021년 30.6%, 2023년에는 31.6%로 증가했다. 경제적 고립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자. 15세-29세 최종학교 졸업자 452.1만 명 중 미취업자는 126.1만 명이다. 미취업자 중 절반 이상(53.8%)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졌으며, 4명 중 1명(25.4%) 꼴로 아예 취업 시험 준비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 졸업 후에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지내거나,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취업난은 개인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한편 취업·연애·결혼2) 등에 성공한 일부 또래 청년과의 비교와 박탈감으로 자연스럽게 기존에 맺고 있던 사회적 관계가 감소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양질의 일자리 감소, 심화하는 경쟁이 청년들에게 한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을, 다른 한편에서는 고립과 은둔을 강요하고 있다. 2)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30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을 못 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인 청년들은 결혼 의향이 낮았지만, 공공기관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인 경우에는 결혼 의향이 높았다. 관련 내용은 <전진 기사: 자본주의가 강요한 정신질환, 각자도생 대신 집단적 변혁을!>를 참고하라 가사·돌봄의 덫, 3배 더 고립된 여성 한편,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72.3%)는 여성으로,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는 첫째,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는 것과 둘째, 여성의 경우 거의 모든 생애주기에서 가사·돌봄 의무가 부과된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미혼 청년들 가운데서도 ‘딸’과 ‘아들’에게 기대하는 가사·돌봄 노동은 차원이 다르다. 아래 그림은 성별/생애단계 유형별 하루평균 가사노동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출처: 이진숙·이윤석, 「성인이행기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여성연구』 Vol. 98, 2018. 가족과 함께 사는 미혼 청년 중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85.7분)이 남성(27.4분)보다 3배 이상 길다. 이는 가정 내에서도 아들이 아닌 딸에게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성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지만, 여성에게 집은 또 하나의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돌봄 역시 많은 경우 ‘딸’들의 몫이다. 심지어 결혼 이후 남성의 가사노동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자녀가 없는 경우)하는 반면, 여성의 가사노동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여성은 전 생애를 통틀어 자기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다. 여성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실제 2022년 한국 우울증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성별/연령집단은 20대 여성(12.1%)이다. 전체 연령으로 보더라도 여성(67만4천555명)이 남성(32만6천189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렇듯 청년 여성은 집안에서는 가사·돌봄, 사회적으로는 취업·결혼·출산 등을 요구받고 있다. 개별 여성이 이상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회적 단절뿐이다.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에야 여성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관계의 단절은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고립과 은둔이 아닌 가사·돌봄 사회화 등을 위한 연대와 투쟁이다. 오래된 미래 일본의 경고에도, 너무나 안일한 윤 정부 다시 히키코모리의 원조, 일본의 상황을 보자.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아동 및 청년층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만 15세부터 69세에 해당하는 일본 국민 중 146만 명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특징은 히키코모리 연령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주목받았던 1980~90년대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이지메(왕따) 등의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것이 히키코모리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청소년기부터 히키코모리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사회활동 없이 장기간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연금수령 세대인 부모(80대)가 중장년층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50대)를 부양하는 이른바 ‘8050 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 중 40대가 약 40%를 차지하고, 정년퇴직 이후 일거리가 사라진 60세 이상도 25%를 초과했다. 심지어 70대 부모가 4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살해하거나, 히키코모리 당사자가 친족을 살해하는 등 끔찍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히키코모리, 고립·은둔 상태는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장기간 지속되기 쉬우며, 개인과 그 가족 모두의 삶을 파괴한다. 더 늦기 전에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청년들이 고립·은둔에 빠지는 여건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공개한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 지원방안은 ▲고립·은둔 조기 발굴 ▲전담지원체계 구축 ▲학령기, 취업, 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 중 전담지원체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즉, 지원사업 대부분이 자조모임, 관계복원 등 대인기술 향상에 맞춰져 있다. 그나마 취업 지원 사업의 경우(청년도전지원사업), 구직단념청년이 구직 활동에 참여할 경우 참여수당(최대 300만원)을 지원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고립·은둔 청년은 단순히 ‘관계를 만들 줄 몰라서’ 고립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애초부터 구직을 단념한 것은 더욱 아니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의 심화,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의 의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립·은둔 청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재생산 사회화, 노동자계급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저출생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못한 상태다. 당장 ‘청년 문제’는 대개 수도권, 명문대 출신, 정규직, 남성 청년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를테면 명문대, 정규직 청년들의 ‘공정성’ 담론, 여성 혐오 같은 것들이다. 이른바 엘리트 청년의 삶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청년들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자괴감에 빠뜨리고, 사회적 관심조차 주고 있지 않다. 그런 사이 고립·은둔 청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운동사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보장을 통해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취업·입시 경쟁을 해소해야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은 스스로부터 자기를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나서길 꺼리게 된다. 물론 이는 자본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청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립·은둔에 빠지고 있다. 이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입시경쟁 등을 철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여성에게 부과되는 가사·돌봄 등 재생산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 2-30대 여성이 ‘딸’이라는 이유로 가사와 돌봄 노동을 부과받고 있다. 당장 가정에서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것은 아들이 아니라 딸과 며느리의 몫이다. 그리고 이는 원래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노동이다. 그 외의 가사·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산노동을 전면적으로 사회화하고, 가사·돌봄을 비롯한 성별 분업을 철폐해야 한다. 셋째, 청년들의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자본주의는 청년들을 노동력 상품으로써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게 한다. 연대와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 혐오와 고립이 확산하고 있다.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물론 이는 단순 ‘자조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아니다. 진정한 연대는 함께 세상을 바꾸는 운동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존엄을 짓밟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고립이 아닌 연대를 실현할 필수조건이다. 넷째, 노동자계급이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한다. 당장 고립·은둔 청년의 다수는 노동자계급의 가족 또는 일부다. 물론, 노동자들이 개별 가구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적이다. 그러나 앞서 제기했던 과제, 노동시간 단축-양질의 일자리 확대-가사·돌봄 사회화는 노동자계급의 힘으로만 실현가능하다. 이 요구를 노동자계급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고,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청년들도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
석유자본에 백기투항한 COP28, 파국에 맞서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을 조직하자바이든도, 시진핑도 COP28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 DPA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거부했다. 지난 13일 두바이에서 채택한 최종 합의문에는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고 적혀있다. 2년 전 COP26에서 합의한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보다 더 후퇴한 표현이다. 덕분에 당장 화석연료 자본이 생산을 늘려도 합의 위반이 아니다. 실제로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부터 화석연료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그것도 COP28 폐막 이틀 만에 말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이다. COP28 의장 “화석연료에 더 많은 투자를” COP 회의장에는 언제나 석유자본과 핵자본 로비스트가 득실거렸다. 심지어 이번 COP28에는 대놓고 UAE 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은 개회 전 한 행사에서 “(1.5도 제한을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발언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이나 할 법한 얘기를 할 정도로 그는 석유자본의 이해에 충실하다. 의장을 배출한 석유자본가들은 합의문에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했다. COP26에서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한 이후, COP27은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단계적 퇴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의장에 화석연료 자본을 대변하는 총 636명의 로비스트가 참석했고, 화석연료에 대한 합의는 불발됐다(전진 기사 “COP27에서 확인된 것 : 자본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참고). 논의는 COP28로 넘어왔고, 세계 2위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 합의문 초안에는 ‘퇴출’ 대신 ‘소비와 생산의 감소’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얼마나, 언제까지 감소하겠다는 목표조차 없는 무기력한 문구다. 당장 수몰 위기에 놓인 태평양 국가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산유국들은 10년 내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진다’는 문구를 최종 합의문에 넣었다. 화석연료로부터 ‘어떻게’ 멀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미 기후파국에 접어들었음에도 ‘10년’이나 더 기다리라고 하는 화석연료 자본에 COP28이 굴복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7년간 1,500억 달러(한화 약 200조) 규모의 투자 계획을 COP28 폐막 불과 이틀 뒤에 발표한 것이다. COP28 의장국이 행동에 나섰으니 다른 산유국도 마음 편히 석유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 COP28은 실상 기후위기 해결이 아닌, 석유자본 이윤 확대를 위해 모인 회의였던 셈이다. 기후파국으로 질주하는 COP, 이것이 자본주의의 실체다 이렇듯 COP28은 석유자본의 요구 앞에 무기력하다. 이는 비단 올해에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본주의의 실체다. 자본주의에서 제국주의 전쟁, 에너지 위기, 석유자본의 이윤 앞에 ‘기후위기’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당장 이번 COP28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 정상, 바이든과 시진핑이 불참했다. COP는 강제력이 없고, 불참 국가에 대한 제재나 처벌도 없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올해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경험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일제히 화석연료로의 회귀를 외치기 시작했다. “에너지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지 마라. 자국 내에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러우 전쟁과 공급망 위기가 가져다준 교훈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자국 내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화석연료뿐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한 달간 북해에 27곳의 신규 유전 개발을 허가했다.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량은 2020년 302TWh에서 2022년 332TWh로 10% 이상 늘었고, 영국도 164TWh에서 176TWh로 7% 이상 늘었으며, 프랑스도 56TWh에서 69TWh로 20% 이상 증가했다. COP28에서 ‘화석연료 퇴출’이 거부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심지어 손실과 피해기금(Loss and damage fund) 조차 난도질당했다. 지난해 COP27에서 기후위기 피해국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진통 끝에 합의되었다. 물론 구체적인 보상 범위와 규모는 논의되지 않았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위기 피해복구를 위해 연간 1천억 달러의 기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COP28에서 확인된 기금은 약 8억 달러(0.8%)에 그쳤다. 특히 미국은 겨우 1,750만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전쟁과 학살 지원에는 아낌이 없지만, 기후위기 피해국을 지원할 돈은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 기후위기 해결을 맡기는 것은 이렇듯 허망하다. 지구를 구할 유일한 희망,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에 나서자 한편 COP28 회의가 열린 두바이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그런데 그 규모는 최근 수년간 COP 앞에서 열린 시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UAE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인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또한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정체를 반영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그레타 툰베리 등장에 이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와 함께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초기 몇 차례의 대규모 거리시위나 직접행동 외에, 자본을 힘으로 강제하거나 실제 변화를 이룬 사례는 많지 않다. 지금, 자본이 기후정의운동을 두려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운동의 동력은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반전의 실마리가 나타났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기후파업이 성사된 것이다. 독일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노동자계급의 참여가 기후정의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퇴사율이 높았다. 또한 도서 지역에는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열악했다. 독일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2020년부터 대중교통 노동자의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라며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3년 3월 3일, 세계 기후파업에 맞추어 독일 최소 30개 도시,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비롯해 20만 명 이상이 파업에 나섰다. 독일 고용주 연맹(BDA)의 CEO 슈테펜 캄페터는 파업에 대해 “노조가 정치파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자본이 두려워할 만한 기후파업을 조직해 낸 것이다. 같은 달 27일에는 대중교통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운송노동자의 파업인 메가스트라이크(Mega strike)로 확대됐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참여가 기후정의운동을 반등시킬 수 있는 경로임을 보여준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의 이윤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기후정의운동에 가장 절실한 ‘자본에 대한 강제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물론,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에게 기후정의운동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발전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은 분명 확산하고 있다.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 이후 에너지 산업 국유화와 해고 없는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발전노동자들이 등장했다.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자본의 책임을 묻고 해고 없는 산업전환을 쟁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야 한다. 내년 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둔 충남 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시작된다. 이것만으로도 연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자본주의가 가속하는 기후위기,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막아내자.
-
일을 멈추자, 자본이 만든 폭염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역사상 가장 더운 날, 일주일 만에 세 번 경신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가 측정한 종전 지구 최고 온도는 2016년 8월 평균온도인 16.92도였다. 이 기록은 지난 7월 3일 지구 평균온도가 17.01도에 도달해 7년 만에 깨졌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인 7월 4일, 평균온도가 17.18도에 도달하면서 하루 만에 최고기록이 경신됐다. 이틀 뒤인 7월 6일, 평균온도는 17.23도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일주일 만에 세 번이나 경신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기록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레온 시몬스 NCEP 기후연구원은 외신을 통해 향후 1.5년 안에 일일, 월간, 연간 기록이 모두 현재 기록을 깰 것이라고 설명했다1). 올여름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인 동시에,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만 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3주 일주일에만 온열 질환으로 1만 1천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최고기온이 43도를 초과하는 날이 19일 연속 이어졌다.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응급실 대란을 겪고 있다2).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전염병 대유행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무더위에 죽기 전에 일을 멈추자! 세계 각지 노동자 기후파업 코로나19가 그랬듯, 폭염의 피해도 아래로 흐른다. 온열 질환은 노인과 빈곤층, 그리고 냉방을 이용하기 어려운 옥외 노동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실제 밀라노에서 배달노동자, 피렌체에서 야외 청소노동자가 폭염으로 사망했고, 한국에서도 코스트코 노동자가 카트를 운반하다 사망했다. “질식할 것 같은 더위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최고기온 47도를 기록한 이탈리아 남부 배터리 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노동조합의 성명 내용이다. 무더위에도 작업을 강요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마그네티 마렐리 노조는 8시간 파업을 경고했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등 유적지 노동자들은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시간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45도 이상의 날씨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폭염 시 작업중지를 요구했다. 41.8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로마의 환경미화원들도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일을 강요당할 경우 퇴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로마와 나폴리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모든 시내버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에어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노동자들도 무더위 대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지난해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싸웠던 쿠팡 노동자들은 지난 8월 1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일 경우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시간당 15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일 물류센터의 체감온도가 35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은 하루 총 20분 남짓이었다. 체감온도 35도, 습도 85도에 달하는 사우나 같은 현장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휴식권은 기후재난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다. 8월 1일 쿠팡노동자 파업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내는 노동자 생산통제운동이 기후정의다 노동자에게는 위험할 때 일을 멈추거나 쉴 온전한 권리가 없다. 작업현장을 자본이 지배하기 떄문이다. 맑스가 적었듯이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산과정의 지휘자가 된다. 즉 자본은 산업 차원에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는 물론 작업장 내에서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도 결정한다. 자본은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자를 혹사하고자 하며, 그것을 관철할 힘이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 휴게시간을 줄이고 에어컨을 켜지 않을 힘이 자본에 있다. 지금,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자본의 독재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생산이므로, 기후정의는 노동자 산업통제와 민주적 계획경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산업 국유화, 공공교통 확대를 위한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는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의 당면 과제다. 노동자 통제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을 관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장 안에서도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낼 계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온전한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노동시간 단축, 냉난방 보장 등 노동자 통제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일상이 된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노동자 통제가 기후정의다. 올여름 어김없이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해야 함을 드러내야 한다. 9.23에 자기 현장과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요구를 들고 참여하자. 전진은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자기 요구를 드러내는 노동자 주도 기후정의행진을 제안한다. 관성적인 집회 참여를 넘어, 실제 자기 현장의 싸움을 만드는 과정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자. 1)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0613 2) https://edition.cnn.com/2023/07/17/weather/southwest-us-arizona-record-heat/index.html
-
[팟캐스트] 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 사회주의를향한 책읽기모임 4회차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4번째 책 읽기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인종적 수탈, 돌봄과 재생산 위기,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자체에 있음을 얘기하는 『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낸시 프레이저 저, 장석준 역)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기후, 돌봄, 정치의 위기나 인종적 혐오가 심화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주변부 인종·여성·자연을 수탈함으로서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히죠. 따라서 위기와 혐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주의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위기와 혐오는 오늘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인데다가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심각하지요. 그렇다면 낸시 프레이저의 주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발제: 고근형(사회주의를향한전진 기후정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