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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중단하라!’ 이스라엘 규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세계 곳곳에서 분출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무차별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며 “연료, 전기, 물, 식량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0일 현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137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70%가 어린이, 여성, 노인이다.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했는데, 이는 15분마다 1명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지켜보며 아랍 민중들 사이에 거대한 분노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17일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500여 명의 사망자를 내자, 서안지구, 레바논, 요르단, 예멘,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튀니지 등 아랍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나왔다. 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로마, 파리, 브뤼셀, 베를린, 뉴욕, 워싱턴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국가들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8일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으로 만나본다. 아라비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예멘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려 크고 작은 팔레스타인 깃발들을 휘두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렸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는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8만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피범벅이 된 인형을 들고 나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는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튀르키예의 미군기지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막는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 튀니지에서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 수천 명이 모여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무조건적 지지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암살자다!”, “프랑스 대사는 꺼져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흰 천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상징물로 집단학살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서안지구 점령을 반대하는 유대계 미국인들 수백 명은 18일 “유대인으로서 말한다. 지금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미국 의사당을 점거했다가 300여 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16일에는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17일 이스라엘이 병원을 공습하고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하자 시위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이다. 16일 런던에서는 15만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리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주말에는 이집트와 캐나다 등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예고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22일 오후 2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춰라!’는 제목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린다.2023-10-21 | 조회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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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UAW 파업지금 벌어지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노동자투쟁 가운데서 가장 야심차고 전투적인 투쟁 가운데 하나다. 이 파업은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노동자계급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니얼 알폰소 (2023년 10월 2일) 이번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파업이다. 완성차업체 빅3(지엠, 포드, 스텔란티스) 모두를 상대로 한 파업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일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계급을 중심 무대에 세웠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향후 양당 지배체제와 계급투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파업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파업의 정치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 체제의 위기 미국은 2008년의 경제 붕괴와 연관된 “유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의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중대하게 실패할 때 유기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을 뜻했다. 대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대기업과 은행을 구제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은 집을 잃고 위기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오바마 정부는 노조를 공격하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대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했다. 경제가 공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헤게모니 위기와 추가 경제위기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여러 부문은 서로 다른 방식과 리듬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출생지 시비 운동(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자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티파티(오바마 정부의 확장재정을 반대하는 보수주의 운동)는 위기에 대한 첫 번째 대응들이었다. 2014년에는 마이클 브라운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응하여 수천 명의 시위대가 미주리주 퍼거슨의 거리로 나가 브라운을 위한 정의를 요구했다. 퍼거슨 시위로 표출된 엄청난 분노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가 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는 미국 정치를 격렬한 시기로 밀어넣었다.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불도저처럼 돌진하며 상대 후보들을 무너뜨렸다. 트럼프의 인기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직면한 위기의 표현이었다. 트럼프는 생활여건 악화로 화가 난 중간계급과 노동자계급의 폐부를 찌르면서 이민자와 정치권을 비난했다. 동시에 버니 샌더스는 “억만장자 계급”을 비난하고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옹호하는 한편,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고 공립대학을 무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신자유주의 지지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보여준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좌절감과 맞물리면서,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둘러싼 열기가 너무 강렬하고 광범위하였기 때문에, 민주당은 예비선거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거대한 조직을 움직여야 했다. 클린턴은 러스트벨트 주들에서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번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도 그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수십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와 그에 따른 탈산업화 때문에 좌절한 사람들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공화당을 뒤집어 놓았다. 트럼프주의는 신자유주의 위기의 책임을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돌리기 위해 자본가계급, 중간계급, 노동자계급 일부의 편견을 활용했으며, 금융자본을 옹호하면서 우익 무장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 모든 과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제국주의와 양당 지배체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중국을 미국 제국주의의 주요 위협으로 부상시켰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주요 은행들이 도산하는 등 불안정한 서구의 단면을 보여준 반면, 중국 GDP는 매년 7~8%씩 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 대한 정책을 더욱 야심차게 전개할 수 있었고,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칩과 리튬 배터리 제조와 같은 중요한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와 매파적인 대중국 외교 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일환으로 미국의 친환경 전환과 재산업화를 주도하는 반면, 트럼프는 화석연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빅3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친환경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파업은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로의 산업전환이라는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전환으로 노동자계급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중국에 대응한다면서 잔인한 노동조건을 정당화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자들의 관행에 적응할 수도 있다. 또는 영구적인 방어 전략에 입각한 협상을 목표로 산업전환을 둘러싼 교섭 테이블에 앉기 위해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방법도 있다. 노동자계급이 생산수단을 직접 장악하고서 지구와 노동자계급, 그리고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조율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은 양당 지배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의사당 습격 이후 공화당 의원 147명은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6일 뒤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약 절반이 바이든이 선거를 도둑질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지배체제의 대응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부터 마이크 펜스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양당 지배체제는 몇 달 동안 미국의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중기적으로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대가를 치렀다. 사법부의 “보나파르트화”가 강력한 예이다. 항상 자본가계급의 기관이었던 사법부는 이제 노골적으로 민주당 또는 공화당의 편을 들면서 훨씬 더 명백하게 당파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한 정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당파적인 역할을 시도하면서 양당 지배체제 속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체제 속에서의 계급투쟁 2008년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격렬했던 계급투쟁의 순간은 2020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었다. 수백만 명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경찰 폐지 등 여러 요구를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계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자신의 일터에서 운동의 요구를 함께 내걸고 동참했다. 이를테면 항만 노동자들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했다. 당연히 2020년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투쟁의 중심은 거리였고, 작업장과의 명확한 연결이나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조직화로부터 움터 나오는 힘은 없었다. 운동의 대다수 참여자에게 그러한 문제들은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단점만 보고 “빵과 버터” 요구를 내세우지 않는 운동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흑인이 주도한 억압에 맞선 투쟁은 (역사적 순간마다 전 세계에서 터져 나왔던 모든 종류의 계급투쟁들과 함께) 노동자운동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팬데믹이 야기한 의식의 변화가 더해져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노동자운동이 만들어졌다. 노동자계급은 미국의 정치에서 점점 더 큰 존재감을 갖는 주체가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파업의 증가를 볼 수 있었다: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아리조나 등 공화당 지지 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교사파업 물결과 2019년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부터 2021년 10월의 파업물결이 만들어낸 신조어 스타라이크토버(Striketober), 새로운 노동자 세대의 출현, 아마존 노조 조직화 투쟁, 스타벅스 노조 조직화 투쟁까지. 올해 우리는 계급투쟁의 강풍이 휘몰아친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이제 가을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전히 파업 중인 가운데, 148일 동안 지속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임금 인상, (드라마가 히트할 경우) 추가보상금 26% 인상, (매우 중요하게도) 인공지능이 작가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쟁취했다. 한편, UPS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임금 인상, 다중등급제(tiers, 비정규직제) 폐지 등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현장을 조직했다. 화물운송노조 UPS지부의 잠정합의는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었고, 물류창고 노동자와 배달운전 노동자 사이의 깊은 분열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계약보다는 훨씬 나은 계약이었으며, UPS 노동자들이 압력을 조직한 결과였다.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 현장조직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하라’(UAWD: Unite All Workers for Democracy)의 회원이자 지도자 중 한 명인 숀 페인은 자동차 노동자들의 높은 기대와 지난 시기의 양보에 대한 분노의 결과로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노동자들은 ‘집행부 간부회의’(AC: Administration Caucus)가 수십 년 동안 노조지도부를 장악하고서 양보를 거듭해 온 것에 질렸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1인 1표 직선제(미국에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방식)로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또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시직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다중등급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지도부를 원했다. 페인은 이러한 현장 노동자들의 압력에 부응하면서 UAWD를 자동차 노동자들의 선명한 지도부로 세울 수 있었고, 또한 미국 전역의 선진노동자들에게 모범사례로, 노동자계급의 다른 부문들에 대한 잠재적인 지도부로 위치 지울 수 있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내건 요구들은 매우 진보적이다. 여기에는 단체협약 기간 4년 동안 40% 임금 인상(지난 4년 동안 경영진 보수인상률과 동일 수치), 다중등급제 폐지,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공장폐쇄에 파업으로 맞설 권리 보장 등이 포함된다. 40% 임금인상은 출발점이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노조는 30%대 중반의 임금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주 40시간 임금으로 주 32시간 노동 요구는 아마도 가장 야심 찬 것으로 노동자들의 높은 열망을 표현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다른 노동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워라밸)을 화두로 던져주었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추가 공격 말고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번 파업은 바로 그 점을 노동자들이 보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는 바이든은 무노조 저임금 전기차 공장 건설을 위해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이 문을 닫아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은 자동차 제조업에서의 노동조건을 위한 투쟁에서 첫 번째 전투이다. 이번 파업의 정치적, 이념적 배경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의 뒤집어 놓은 거울과도 같다. 파업 첫날인 9월 15일, 모든 뉴스 네트워크가 페인의 연설을 다뤘는데, 이 연설은 뉴스의 분위기를 결정지었다. 현재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는 한 영상에서, CNN의 한 기자가 지엠의 CEO에게 경영진의 보수는 40%가 인상된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에게 제시한 인상액이 공정한지 물었다. 할 말이 없었던 CEO는 초점을 흐리면서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페인은 노조가 경제를 방해하는 게 아니다,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 즉 “억만장자 계급”의 경제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에서 이 새로운 순간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단순히 더 나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2012년 시카고 교사 파업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떠오르는 더 넓은 지평을 가진 노동자운동의 분명한 선구자였다.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적 잠재력을 열어나가는 변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파업에서 나타난 다중등급제에 대한 공격, 2012년 시카고와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오클라호마에서 교사들이 벌인 “공동선”을 위한 투쟁 등이 전형적이다. 신자유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협상과 파업이 대부분 더 나은 임금에 그리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양보 수준의 조정에 국한돼 있었다. 누구보다 바로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 지금까지 파업의 역학 관계 9월 15일에 시작된 파업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 공장 모두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빅3에서 각각 한 공장씩 세 개의 공장을 멈추는 것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노조는 파업의 리듬을 통제할 수 있었다.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반복적으로 획득되어야 한다. 이 전술은 회사들이 파업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또한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주민 모두가 파업이 확대될지 또 어디로 확대될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하게 만들면서 파업이 매주 전국 뉴스에 오르내리도록 만든다. 파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 후, 노조는 지엠과 스텔란티스의 38개 공장과 배송센터로 파업을 확대하여 총 18,000명이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에는 포드와 협상이 진전된 상태였다. 포드를 남겨두고 지엠과 스텔란티스에만 파업을 확대한 것은 노조가 더 나은 안을 제시하는 회사에 보상을 하겠다는 신호였다. 지난 29일에는 포드와 지엠에서 파업이 확대되어 7,000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파업에 참여했다. 페인은 라이브 스트림에서 이번에는 스텔란티스가 진전된 안을 내놨기 때문에 포드 대신 스텔란티스가 파업확대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 전략의 가장 영리한 측면 중 하나는 강력하고 진보적인 요구와 빅3가 거둔 이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어적 입장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지난 15~20년 동안 회사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동안 노동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만일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이러한 방어적 입장에만 머물렀다면 파업은 약화되었을 것이다. 노조의 전략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장들은 파업 첫날부터 수천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현장에서 괴롭힘을 강화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사기가 여전히 높고 특히 파업이 확대된 이후 더욱 그렇지만, 하향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파업의 특성상 사기가 저하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파업 초기에 노동자들은 어느 공장이 왜 파업에 들어가는지 알지 못해 불만을 표출했다. 파업의 확대는 주로 회사의 보복과 파업의 지리적 확대로 인해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이 정도 규모의 파업을 조정하려면 다양한 층위의 자동차 노동자를 통합하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 노력을 펼치면서 광범위한 지역사회 및 전국 수준에서 대중적 지지를 조직해야 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작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레프트보이스가 말해 왔듯이, 이번 파업은 아래로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평조합원들이야말로 지역사회를 설득하고 파업에 참여시키는 방법, 공장 내 세력 관계(파업을 지지하는 사람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노동자들이 파업을 어디까지 할 의향이 있는지, 파업의 단점이 무엇인지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측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노조는 현장 및 지역에서 파업위원회를 조직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파업위원회에는 해고노동자들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며, 파업위원회를 통해 노동자들은 파업에 대해 그리고 다음 단계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업위원회는 10년 이상 빅3의 부품을 조립해 온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자동차 생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파업을 다른 공장으로 확대하고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조직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파업위원회는 지역 파업위원회에 파견할 대표를 선출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파업을 더욱 조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평조합원들과 긴밀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맺는 전국 파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평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국 파업위원회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현상: 전투적이고 개량적인 노조관료주의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높은 열망에 의해 추동되면서, 또한 전통적인 노조 관료주의가 이에 대응하고 적응하려는 도전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UPS에서 “파업 준비” 캠페인을 조직한 사라 넬슨과 숀 오브라이언 같은 인물이 포함된다. 현재로서는 숀 페인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UAWD가 가장 첨예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개량적 노조관료주의는 진보적인 요구와 능숙한 전술을 갖춘 전투적인 리더십으로, 노동자계급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인 노사협조주의(business unionism)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노사협조주의가 오로지 계급 화해에 몰두하는 반면 페인은 자주 계급적 노선을 강조한다. CEO와 악수하며 교섭하는 대신, 페인은 노동자와 악수했다. 노동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그는 노조가 방해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아니라 억만장자의 경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관료주의다. 이번 파업은 그 준비부터 일상적인 업무, 파업 확대 여부, 장소와 시기 등 모든 것이 노동자의 의미 있는 참여 없이 위에서 조직되고 결정된다. 비록 페인 역시 오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결정사항이나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이는 평조합원들의 참여나 의견 수렴에 입각해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평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총회, 토론, 의사결정 같은 조직적 측면의 문제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이것은 양당 지배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어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평을 그 안에 가둬두려는 보다 광범위한 전략과 관련이 있다. 이 새로운 노조관료주의는 민주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16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노동자계급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페인은 지금까지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26일 바이든이 피켓라인에 함께 한 것을 칭찬했다. 이것은 그가 지난주 트럼프의 파업 관련 발언과 27일 비노조 공장 방문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노조는 바이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선거 때와는 뚜렷하게 다르게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그렇게 하려고 한다. 파업과 재편성 양당 지배체제는 최근 계급투쟁 속에서 직접 행동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의회는 철도 노동자들이 잠정합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올해 바이든 정부는 UPS 협상에 직접 관여했지만, 바이든은 개인적으로 가능한 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불가능했다. 바이든은 노동자들이 “공정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고, 빅3에 대해서는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파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파업에 직접 관여하도록 파견되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27일 또 다른 당내경선 예비 토론을 건너뛰고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자들에게 연설하기로 결정하자, 바이든은 26일 피켓라인에 동참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유기적 위기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트럼프가 노동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바이든이 피켓라인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두 후보가 전기차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는 모습, 파업을 지지하며 주먹을 치켜든 노동자들의 모습이 몽타주처럼 찍힐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2024년 대선의 승자는 많은 부분 지금 결정되고 있다. 내년 11월에 누가 승리하든 결정적인 주에서 승리하는 자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계급이 미국 정치의 중심 무대에 서는 또 다른 방법이다. 재편성(realignment, 혹은 재정렬)은 부분적으로 주민의 광범한 부분이 하나 또는 일련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한 결과로 일어난다. 1930년대에 민주당은 체제 내 세력관계를 유리하게 만들어 뉴딜정책을 통과시키고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새롭게 떠오르던 산별노조의 관료제와 연합했다. 루즈벨트의 당은 노동자계급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 준비는 민주당과 노조관료제를 더욱 단결시켰다. (주별 권리를 강조했던) 딕시크래트 세력은 민권운동이 민주당을 변화시키자 민주당을 떠나 악명 높은 “남부전략” 속에서 공화당에 결합했다. 이 모든 것이 “재편성”의 과정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당은 노동자계급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점점 더 교외 중산층 표심에 집중했다. 빅3에게 구제자금을 제공하는 등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러한 탈편성(dealignment, 혹은 탈정렬)을 활용하여 공화당의 이전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공화당과 노동자계급의 관계를 설정했다. 2016년 트럼프의 승리는 격전지 주에서 노동자들의 불만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2016년 이후 세력을 확장한 자코뱅과 DSA는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의 방향을 노동자계급 쪽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해 왔으며, 이는 당이 빵과 버터 같은 “범계급적인” 요구에만 집중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좌파 노조관료제의 출현과 발전은 이러한 전략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계급 행동주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투적 언어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며, 이는 이미 자코뱅의 페이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보다 전투적인 개량주의(즉 사회민주주의 스타일의 “사회주의”) 시기에 들어선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전반적인 전략적 목표는 노동자들의 좌절감과 전투성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여 민주당이 “사회주의”(일명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어줄 사회민주주의적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제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정치의 문제는 이게 공상에 입각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잘 알다시피, 민주당은 금융자본의 정당이며, 미국 자본가계급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 썩어빠진 양당 지배체제의 주춧돌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승리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즉 파업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노동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아직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데 사용된다면, 노동자계급은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신 이번 파업이 양당 지배체제에 믿음을 두지 않고 평조합원들을 자기 운명의 주체로 조직해 낸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조직적 독립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나 트럼프주의와의 동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정치적 창의력을 발휘해 계급투쟁으로 단결하는 데 달려 있다.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uaw-strike-is-the-most-important-strike-in-decades/2023-10-18 | 조회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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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FT그룹 성명: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그룹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면서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2023년 10월 10일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조직 하마스가 이끄는 민병대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 영토 침공을 단행했다. 약 5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수백 명의 대원들이 가자지구 인근 마을을 공격했다. 이 군사 작전으로 1백 명 이상의 인질이 납치되었고, 음악 축제에 참석한 젊은이, 키부츠에 거주하는 가족, 군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약 1천 명이 사망했다. 10월 8일, 극우파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번 공격에 대응하여 “길고 어려운 전쟁”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자지구 접경 마을에 대한 군사적 퇴거를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2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연료, 각종 생필품 공급을 차단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으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은 네타냐후가 말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한이나 중단 없이 계속될 공격 단계”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군대가 “모든 힘”을 사용해 가자지구를 “잔해더미”로 만들어버릴 거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의 모든 건물과 의료시설을 폭격했다. 하마스 민병대의 작전 중심지로 추정하는 다른 지점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단행한 첫 48시간 동안 이미 최소 7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다. 새로운 공격 단계에는 더 치명적인 새로운 공격이 포함될 것이며,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제 레바논으로 확산되었고, 미 제국주의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의 행동은 이슬람 지하드나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같은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과 같이 수행됐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병대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행동에 기초한 “알 아크사 폭풍” 작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에게 굴욕감을 안겼으며, 정보보안 기구의 위기와 취약성을 드러냈다. 네타냐후는 즉각 “전시 상태” 선포로 대응했다. 또한 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결속을 강화하도록, 그럼으로써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던 자신의 정부에 대한 반동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지지를 재건하도록 강요했다. 여러 부패 혐의에 직면한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간신히 버티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행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 정부의 극우 정당과 종교 정당들의 지지만을 받고 있으며, 군과 예비군의 고위층들로부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외부의 적에 맞서 “국가적 단결”을 재건함으로써 그는 당분간 결속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그의 정부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감안할 때 이 단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동맹인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의 정책에 부분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던 미국과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가장 가혹한 피해를 겪을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유럽연합의 주요 제국주의 국가인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포함한 모든 부르주아 정당이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철저한 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1948년 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바탕으로 설립된 이래, 이스라엘은 전쟁과 전쟁을 거듭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영토 대부분을 빼앗았으며, 이들을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둘러싸인 두 개의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서 잔인하게 억압해 왔다. 2014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거대한 절벽” 작전을 전개하여 2,31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계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네타냐후 정부가 날마다 저지르는 살인과 고문, 그리고 온갖 학대에 눈을 감고 있다. 이른바 이 세계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억압에 대해 언급할 때, 억압받는 사람들의 폭력을 억압하는 자들의 폭력과 동일시한다. 진정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은 75년 동안 자신들의 영토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말살하려는 정책을 겪어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새로운 학살을 승인하고 있다. 혼란에 빠진 세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격화는 세계가 거대한 긴장과 지정학적 변화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주 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계정상화 합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에 의해 추진돼 왔는데,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정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어떤 중대한 양보도 포함하지 않은 이 합의는, 2020년 트럼프가 추진했던 “아브라함 협정”에서처럼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지위의 전환점을 의미했을 것이다.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지난해 뉴욕에서 이 협정에 대해 함께 연설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왕정 간의 잠재적 관계 완화는 중국이 추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잠재적 관계 복원 발표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제 사우디 왕정과의 합의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로 인해 크게 복잡해졌다. 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맞서는 주요 강국인 이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최근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하여” 일요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자 미 국방부는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대한 비판을 보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대규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포함한 함정과 군용기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의 무제한 지원 계획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예산에 대한 논의,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논의의 결과로 정부가 마비될 수도 있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기의 여파로 이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가 자기 당 의원들의 발의로 하원의장직에서 축출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와 분쟁의 지역적 확대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나토 대 러시아·중국 간의 긴장 고조로 인해 이미 발작적인 국제 정세에 불안정을 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하마스의 전략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는 오랫동안 종말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세는 압바스를 더욱 부적합한 위치로 내몰았고 점령군과 협력하는 그의 정책을 폭로했다.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등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의 행동은 이스라엘 우파연합 정부와 시온주의자 정착민들의 탄압과 도발 강화에 대한 반발로 팔레스타인의 “제3 인티파다”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제기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당한 영토에서 매일 같이 암살, 탄압, 가옥 철거, 자의적 체포,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영구적인 2등 시민의 지위로 내몰려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축하받았다. 억압자에 맞선 저항,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거하고 싶어 하는 저항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무장 침투는 이스라엘 국가라는 “골리앗”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라는 “다윗”에 의해 약화된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동 전역의 아랍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들 또한 제국주의 세력의 억압에 고통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학살적인 이스라엘 국가의 공격에 저항할 권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의 점령에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테러주의로 비난하는 위선을 규탄한다. 그러나 군 시설과 민간인을 모두 공격한 하마스 민병대의 행동은 네타냐후와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쟁 선포를 쉽게 정당화할 수 있도록 활용되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도록 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거부한다. 우리는 투쟁에서 필수적인 팔레스타인 주민들, 이스라엘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 그리고 시온주의 및 그 범죄적 정책에 반대하는 유대인 노동자계급 부문 간의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그리고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차별정책에 대한 규탄을 중심으로 구축돼야 할) 단결을 방해하는 하마스의 방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스라엘 영토 전역에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의 강령과 전략을 공유하지 않는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가 추진한 “두 국가” 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입증된 만큼이나 하마스의 제안 역시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타도하라! 아랍인과 유대인이 함께 사는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는 숨길 수 없으며, 오랫동안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비난받아 왔다. 유대인 역사가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국가가 “점증하는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스라엘 점령지 인권정보센터(B'Tselem)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군대 또는 경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약 5,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갇혀 있다. 네타냐후와 극우 정부 아래서 이러한 범죄는 새로운 규모에 이르렀는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점령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을 상대로도 저질러지고 있다. 극우 정부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추방하고 서안지구를 합병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70년 이상 계속해서 싸워온 식민지 억압이다. 이를 바탕으로 BDS(보이콧과 투자 철회 그리고 제재)와 같은 국제적인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를 거부하는 유대인 출신 단체와 개인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의 실패와 이스라엘 극우파의 새로운 공세에 직면한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유대인 노동자계급과 함께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의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운동처럼) 최근 몇 년간 제국주의와 자국 정부에 맞서 독자적인 투쟁을 시작한 중동 전역의 청년운동, 노동자운동, 페미니스트운동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 힘은 이스라엘 경찰국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국주의 세력에 능히 맞설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온주의 국가를 해체해야만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며, 중동 사회주의 연방으로 나아갈 전망을 가진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는 제국주의를 포함해 모든 억압과 착취의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가만이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과 아랍인·유대인의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임무는 이 지역 전체의 노동자계급과 농민들에 의해 수행돼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대중과 (그 정부가 시온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정상화했거나 정상화하려고 하는) 아랍 대중 간의 단결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에 대한 모든 비난을 억누르기 위한 “반유대주의”라는 거짓 비난에 맞서, 우리는 네타냐후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여 시위할 권리를 옹호한다.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에 속한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지지하기 위해 단결된 행동과 시위를 조직하자고 호소한다. 폭격과 이스라엘의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더 깊은 불행에 빠뜨리는 모든 제재, 봉쇄, 대량 보복 조치를 중단하라!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라! 이스라엘과의 모든 정치적·군사적 협정을 파기하라!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declaration-stop-israels-airstrikes-and-military-intervention-against-the-palestinian-people/2023-10-14 | 조회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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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사전결의대회] 기후정의 실현의 유일한 길, 노동자 민중의 권력입니다923 기후정의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923기후정의행진 학생참가단과 함께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위한 923 사전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전진 국제연대위원회 양동민 동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주의를향한전진 국제연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양동민입니다. 짧게 한 가지만 강조하고 내려가겠습니다. 동지들, 기후위기는 모든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죠. 기후위기는 이미 불평등한 자본주의 세상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듭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2015년 이후 올해 난민 숫자가 가장 많습니다. 이탈리아 지중해 최남단에 있는 람페두사라는 섬이 있는데요. 북아프리카에서 올해에만 12만 명이 전쟁과 빈곤, 기후재난을 피해, 튀니지에서 보트 하나에 몸을 의지해 이 람페두사섬에 도착합니다. 많은 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습니다. 최근에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대홍수로 2만 명 넘는 사람이 죽었다 합니다. 모로코에서도 지진으로 3천 명이 죽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진 이후 더 많은 모로코 여성들이 강제결혼과 성폭력에 더 노출되고, 리비아에서 2만 명의 임산부가 의료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중해 폭풍이라는 폭풍 다니엘의 영향 때문이라는데, 그리스, 튀르키예, 불가리아도 같은 태풍을 맞고 몇십 명이 사망하긴 했지만, 리비아처럼 2만 명이 죽지는 않았습니다. 관리가 안 되던 댐이 무너져서 벌어진 참사인데, 이는 20년 동안 댐을 보수하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려주지도 않은 정부의 무능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능한 리비아 정부를 만든 게 누구입니까?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왜 전쟁과 빈곤에 허덕이고 있나요? 영국,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지금도 그들을 수탈하고, 정치적 주권을 박탈한 결과입니다. 그러고서 이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기들이 탄소를 배출해 만들어 낸 기후위기 때문에, 수탈과 억압 때문에 생존의 터를 잃어버린 난민들이 찾아오자 난민들을 돌려보내고, 섬에 상륙하지도 못하게 해 보트 위에서 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같은 극우파 정부만이 아니라, 이른바 좌파라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에 ‘포데모스’, 유명했죠? 지금 집권 중인 스페인 포데모스 정부도 이탈리아 극우파랑 이민 문제에 있어 협력할 것이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멕시코에서, 과테말라에서, 수탈과 억압, 기후재난을 피해 오는 난민들을 죽이고, 가두고, 차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어떤가요. 방글라데시는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방글라데시의 민중들이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미 세상은 기후위기라는 말로 부족하고, 세계의 어떤 지역들은 이미 기후재난, 기후재앙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사태가 이리 될 때까지 이 자본주의 국가의 지도자란 놈들은 그저 어떻게 더 많은 개발을 하고, 아르헨티나 후후이 광산에서 리튬을 추출해 더 빠른 핸드폰을 더 많이 만들어서 경쟁국을 쓰러뜨릴까 라는 고민밖에 안 하고 있습니다. 9월 20일 유엔 기후목표정상회의에 미국도 중국도 다 불참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도 불참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귀결점은, 역사가 보여주죠, 다시 한번 미중 간 패권대결이라는 제국주의 국가 간의 충돌이 전쟁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합의를 하고서, 소성리 주민들을 탄압하면서, 또 베트남 붕앙에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미얀마에 가스전을 개발하면서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본주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우리 미래를, 우리 세상을 맡겨둘 수 없습니다. 기후정의 실현은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무책임한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고서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그게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고, 그게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입니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기후정의 계급투쟁으로! 자본주의 끝장내자! 자본주의 끝장내고! 기후정의 실현하자!2023-09-29 | 조회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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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교훈: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가* 본 내용은 프랑스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의 활동가 아르쑤르(Arthur) 동지와 전진이 7월 16일 온라인 토론을 진행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ᅠ 지난 12일~13일 전진에서 준비한 정치캠프에 참여했다. 나는 대학교에서 노학연대 활동을 하며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세션 중 특히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유럽정치에 관한 수업을 들었기에 더 관심이 갔다. 특히나 프랑스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라니! 이런 일은 흔치 않겠다 싶어 신청했다. ᅠ 프랑스에서 지난 몇 달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일을 뽑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문제였을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1월 10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더 일하다 죽어라"라는 내용의 연금개악안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나는 "도대체 정년을 늘리는 게 왜 문제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한국의 많은 노동자는 정년이 늘어나는 일을 반가워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미 더 일하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일하라고 한다면? 이것이 프랑스 노동자계급이 처한 문제였다.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만들어 낸 사회적 성과였다. 지금 정부가 그것을 건드리는 것이다. ᅠ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흐름 2023년 1월 10일, 마크롱 정부는 연금개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노총들의 연합인 '노총연합'은 하루 총파업 집회를 소집하여 1월부터 2월까지 총 5일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총연합이 진행한 총파업 집회는 파업일을 멀찍이 떨어뜨리는 방식이었고, 이것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노동자들은 알았다. 노동자계급은 투쟁의 강도를 더 높이기를 열망했고, 이에 압력을 받은 노조 지도부는 3월 7일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날 열린 총파업 집회는 노총연합의 CGT 추산 약 350만 명가량이 참여한 집회였다. 동시에 철도, 항만, 에너지, 쓰레기 수거, 정유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파업참가자들이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갱신파업의 형태로 무기한 파업이 한 달가량 진행되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거세지는 와중, 마크롱 정부의 입지는 의회에서도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의회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마크롱 정당은 결국 3월 16일 의회 표결 없이 법안 통과를 선언하는 긴급명령권(헌법 49.3조)을 발동했다. 이에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약 10일간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어서 3월 20일 프랑스 의회에서는 불신임투표가 진행되었지만 과반인 287표에 비해 9표가 부족해 투표는 부결되었고, 이는 강력한 퇴진 시위로 이어졌다. 불신임투표가 부결되자 마크롱 정부는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하고,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갱신파업을 공격했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반(反)민주적인 마크롱 정부에 대한 명백한 정치투쟁이었다. 아르쑤르 동지는 이 시기를 '준혁명적 순간(pre-revolutionary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투쟁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뉴스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쉽게도 연금개악은 진행되었다. ᅠ 연금개악 반대투쟁은 왜 실패하게 되었을까? 연금개악은 왜 진행될 수 있었을까? 이 문제에는 너무 많은 요인이 작동했다(아르쑤르 동지가 전제했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지연되어 다른 제국주의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과격해진 자본가계급, 마크롱 정부의 성격과 프랑스 포퓰리즘으로 인한 극우의 부상, 연합되지 못한 여러 의제 등등…). 아르쑤르 동지는 그중 특히 노조관료주의에 빠진 노총연합과 프랑스 좌파정당들을 비판하고, 총파업 네트워크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앞서 소개했던 노총연합은 프랑스에 있는 전국 단위 노총 8개의 연합이다. 이 중에는 'CGT'와 '솔리데아'같이 좌파적 입장으로 평가받는 노총도 있는 반면, 친정부·친우파 성향으로 평가되는 CFDT와 같은 노총도 함께 연합을 이루고 있다.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8개의 노총이 연금개악 반대라는 하나의 의제에 모인 것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 자체가 한계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노총연합은 정부가 연금개악안을 발표한 뒤부터 적극적인 태도로 투쟁에 임하지 않았다. 1~2월까지 총파업 집회를 2주 간격으로 진행하는 등 관성적인 태도로 총파업에 임했다. 연금개악 반대라는 단일 의제로 모인 노총연합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계급에 대하여 "너무 많은 요구 사항으로 운동을 분산하지 말라"고 답했다. 노총연합은 자신들의 총파업을 마크롱 정부에 대한 3월 20일 불신임투표와 분리하기 위하여 일부러 3월 23일로 총파업 시위를 소집했다. 3월 20일 불신임투표가 부결되고 마크롱 정권이 실시한 업무복귀명령에 대하여 그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관료주의야말로 자본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고 아르쑤르 동지는 평가했다. 다소 과한 주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운동 방식에서 노총연합의 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좌파계열 정당 역시 투쟁 회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불복하는 프랑스(LFI)는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세력으로 기존 프랑스 좌파 정당을 대표했던 사회당이 몰락한 뒤 부상하게 된 정당이다. LFI는 의회 안에서의 입법저지 투쟁을 펼치기는 했지만 의석 90석을 보유하고 있는 좌파계열 정당이 '준혁명적 순간'에 행동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었다. 이들은 특히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를 정당과 노동조합이 분할하여 맡는 '양날개론'을 지지하며 노총연합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보냈다. 극좌파1) 계열에 속하는 LO와 NPA는 패배주의와 수동성에 갇혀 지금은 상황이 어려우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할 뿐이었다. 보다 명확한 정세 판단은 중요하다. 정세를 판단하지 못하고, 무작정 뛰어드는 지도부는 무능하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도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이들은 더 무능하다. ᅠ 노총연합과 좌파 계열 정당의 투쟁 회피적인 입장에도 효과적인 총파업을 통해 '과격해진 자본가들'을 압박하여 승리를 쟁취하려는 '총파업 네트워크'의 활동이 있었다. 아르쑤르 동지가 속한 '연속혁명' 역시 여기에 참여하여 무기한 총파업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우선 이들은 노총연합에서는 의제화 하기 거부했던 임금 문제를 연금 문제와 결합했다. '연금개악 반대'와 '인금인상 요구'의 결합은 무기한 파업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이들은 노총연합에 끌려다니지 않고, 정권의 탄압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3월 20일 이후 실시된 업무복귀명령에 맞서,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정유공장에 250명을 집결시켜 경찰이 치워버린 파업 대오를 다시 세웠다. 총파업 네트워크는 파업 전략 역시 노총연합에게 맡기지 않았다. 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노동자들의 투표에 맡겼다. 대신 처음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아닌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갱신파업' 전술을 선택했다. 노총연합이 아닌, 노동자가 직접 파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게 되었다. 1) 발제자는 좌파와 극좌파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의 맥락에서 좌파는 개량적 정치, 극좌파는 혁명적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교훈: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가" - 이 세션의 제목이다. 이 세션을 듣고 바로 든 질문, '지금 민주노조는 어떤가요?'. 현장에서 차마 질문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옆 테이블에 있던 한 동지는 이마를 짚기도 했다. 8월 19일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결국 관성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빠진 프랑스의 노동운동은 길을 찾지 못했다. 프랑스의 3월 중반부터 10일간을 '준혁명적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분기점이었다는 것과 '순간(moment)'을 '상황(situation)'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프랑스와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옳은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관성적으로 외치는 정권퇴진 구호 이외에 그 대안이 보이지도 않는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들의 진입을 막는 모습에도 가만히 있는 총연맹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곤 했다.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꿔야 한다. 자본에 맞서는 일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할 때 가능하다. 거대한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혁명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일이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혁명의 '순간'을 '상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을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이다.2023-08-21 | 조회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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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 아프리카에서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터지는가?서부 아프리카에 니제르(Niger)라는 나라가 있다. 한국의 열세 배 면적에 2천 4백만 인구를 가진 나라다. 국토의 북쪽은 사하라 사막이고, 나머지는 사헬(Sahel) 지대, 즉 사하라 사막과 사바나(열대초원) 사이에 자리한 건조지대다. 사람이 아예 살 수 없는 사하라 사막과 달리, 사헬에서는 어느 정도 거주와 경작이 가능하다. 지난 7월 26일 니제르에서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 대통령 경호대가 대통령을 감금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이 새로운 지도자를 자처하며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에 취임했다. 헌법의 정지와 모든 헌법기관의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니제르에서 쿠데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쿠데타가 잦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니제르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2021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7번 이상의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 그런데 이번 쿠데타는 세계의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이 쿠데타가 몰고 올 국제적 파장 때문이다. 특히 니제르와 주변 국가들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발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쿠데타 직후부터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7월 30일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프랑스 대사관 출입문에 불을 지르고 프랑스 국기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프랑스는 떠나라!”는 구호와 함께 “러시아 만세”, “푸틴 만세”를 외쳤다. 7월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에 나선 시민들. “니제르 만세, 러시아 만세!”, “프랑스는 떠나라!”, “외국 군대 철수하라!” (출처:Reuters) 니제르 민중들이 반프랑스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간명하다. 니제르는 주변 나라들과 함께 1891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겪었는데,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수탈이 계속됐다. 니제르의 자연환경은 척박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데, 특히 우라늄은 세계 매장량의 7%, 채굴량의 5%를 차지한다. 프랑스가 핵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의 15%, 유럽연합 전체가 사용하는 우라늄의 20%를 니제르가 공급한다. 그런데 프랑스 기업들이 니제르 정부의 협조 아래 대량의 우라늄을 헐값에 채굴해 가는 동안 니제르는 여전히 전기공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세계 최빈국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니제르 민중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을 프랑스의 ‘부패한 허수아비들’로 보는 건 너무 자연스럽다. ‘프랑스는 떠나라’는 외침도,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군대 철수하라’는 외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여기에 러시아와 푸틴이 등장하는가? 그 실마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아프리카도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비슷하게 한동안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주로 무기수출 분야에 집중됐고, 2020년 아프리카에 48억 달러의 무기를 수출하며 40%라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주로 해외직접투자(FDI)에 집중됐고, 2021년 133억 달러를 투자하며 16%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영향력 퇴조와 맞물리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국주의 세력관계가 재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오랜 시간 프랑스와 영국 등 미국과 결탁한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수탈당해 온 아프리카 민중들은 이러한 세력관계 재편이 불러온 힘의 공백을 활용해서 ‘서방 제국주의 축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니제르가 위치한 서부 아프리카 지역 또는 사헬 지대에서 반프랑스 기류가 강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민중의 에너지를 받아안고 이끌기에는 지역 전반에서 혁명세력이나 노동자운동의 역량이 많이 취약했다. 그 빈자리를 군부 세력이 파고 들었다. 2020년 이후 사헬 지대를 관통하며 군부 쿠데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는데, 그 상당수가 프랑스 제국주의 축출을 요구하는 민심에서 쿠데타의 명분을 찾았다. 특히 말리(Mali)와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는 군부 쿠데타 이후 프랑스군을 철수시켰다. 말리에서는 대신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용병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이후 말리에서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눈에 띄는 조치들은 없었다. 대부분 과거 미군에 의해 육성된 장군들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배분파들간의 알력다툼일 뿐이었고, 프랑스와 러시아의 차이는 지배분파들이 결탁하는 제국주의 세력의 변화를 뜻할 뿐이었다. 2020-2022년 사이 발생한 쿠데타. (S) 성공 (F) 실패 African coups in the COVID-19 era: A current history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os.2023.1077945/full) 니제르에서도 2021년 3월 쿠데타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그동안 니제르는 사헬 지대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 최근에 쿠데타로 친러 세력들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사헬 지대에는 서방에 큰 골치거리가 있었으니, 2010년대를 지나면서 사헬 지대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각종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본거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과 서방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납치와 살해가 끊이지 않았고, 테러단체 소탕을 명분으로 지금도 프랑스군 1,600명, 미군 1,100명, 이탈리아군 300명이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다. 이렇게 니제르에 주둔한 서방 군대는 말리에 들어선 바그너 용병그룹에 맞서면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제어하는 역할 또한 하고 있었다. 그런 니제르에서 ‘반프랑스, 친러시아’를 공공연히 표방하는 쿠데타가 일어났으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 세력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를 대신해서 나선 것은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였다. ECOWAS는 서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의장국인 나이지리아가 면적은 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6%, GDP의 77%를 차지하며 압도적 지위에 있다. 7월 30일 ECOWAS는 니제르에게 경제제재를 단행하면서 일주일 안에 정권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군사개입도 고려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니제르에 대한 어떤 군사개입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8월 2일 니제르 군부가 ECOWAS의 제재를 비난하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4일에는 프랑스와 군사협정을 파기하며 프랑스군에게 철군을 요구했다. 원래 친서방이었던 기니도 외부 세력의 내정간섭에 반발하며 니제르 지지를 표명했다.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니제르 군부 요인이 말리를 방문해 바그너그룹과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참고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니제르 쿠데타 규탄에 동참한 반면,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서 쿠데타 지지를 표명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상원이 대통령의 니제르 군사개입 요청에 반대하며 외교적인 해결방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헌법은 위기상황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해외에 군을 동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두 편으로 갈라진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 (ECOWAS) 8월 6일 최후통첩 시한이 완료됐다. 니제르 군부는 “영공 폐쇄”를 발표했다. 나이지리아는 니제르에 공급해 오던 전력송출을 중단했고, 니제르 전기의 70%가 끊겼다. 8월 10일 긴급회의를 가진 ECOWAS는 11일 “니제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신속대응군’ 파견 준비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후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며 여러 차원의 대화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서방 제국주의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확인된다. 미국이 국무부 차관대행을 니제르에 파견해 쿠데타 군부와 대화를 시도한 반면, 프랑스는 군사적 해법에 훨씬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일단 니제르 군대가 33,000명에 불과한 반면, 나이지리아만 230,000명의 군대를 갖고 있어서 전력 규모는 서방 측이 크게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서는가, 또한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 전반에 팽배한 반서방 분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말리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과 니제르에 주둔 중인 서방 군대가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개입하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일단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서방과 러시아 제국주의가 벌이는 또 하나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사헬 지대의 동쪽 끝 수단에서는 2021년 10월 쿠데타가 성공한 이후 내분이 일어나서, 올해 4월 15일부터 이집트의 지원을 받는 (친서방) 정부군과 바그너그룹의 지원을 받는 (친러) 신속지원군 사이의 내전이 벌써 네 달째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니제르를 둘러싼 전쟁까지 터진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세력들 간의 대리전이 점점 더 지구 곳곳으로 확대돼 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쿠데타 군부가 겉으로는 ‘프랑스 축출’을 내걸며 반제국주의 행세를 하더라도, 지배계급의 일파인 그들을 통해, 또한 또 하나의 제국주의 세력인 러시아를 통해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쿠데타 군부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세워 올리는 정부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또한 쿠데타 군부를 끌어내릴 권리는 제국주의 세력이나 그 하수인이 아니라 오로지 니제르 노동자·민중에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장한다. 니제르에 대한 제국주의 군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제국주의 세력과 자본가 지배분파들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니제르와 아프리카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지지한다!2023-08-16 | 조회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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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멈추자, 자본이 만든 폭염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역사상 가장 더운 날, 일주일 만에 세 번 경신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가 측정한 종전 지구 최고 온도는 2016년 8월 평균온도인 16.92도였다. 이 기록은 지난 7월 3일 지구 평균온도가 17.01도에 도달해 7년 만에 깨졌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인 7월 4일, 평균온도가 17.18도에 도달하면서 하루 만에 최고기록이 경신됐다. 이틀 뒤인 7월 6일, 평균온도는 17.23도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일주일 만에 세 번이나 경신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기록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레온 시몬스 NCEP 기후연구원은 외신을 통해 향후 1.5년 안에 일일, 월간, 연간 기록이 모두 현재 기록을 깰 것이라고 설명했다1). 올여름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인 동시에,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만 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3주 일주일에만 온열 질환으로 1만 1천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최고기온이 43도를 초과하는 날이 19일 연속 이어졌다.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응급실 대란을 겪고 있다2).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전염병 대유행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무더위에 죽기 전에 일을 멈추자! 세계 각지 노동자 기후파업 코로나19가 그랬듯, 폭염의 피해도 아래로 흐른다. 온열 질환은 노인과 빈곤층, 그리고 냉방을 이용하기 어려운 옥외 노동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실제 밀라노에서 배달노동자, 피렌체에서 야외 청소노동자가 폭염으로 사망했고, 한국에서도 코스트코 노동자가 카트를 운반하다 사망했다. “질식할 것 같은 더위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최고기온 47도를 기록한 이탈리아 남부 배터리 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노동조합의 성명 내용이다. 무더위에도 작업을 강요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마그네티 마렐리 노조는 8시간 파업을 경고했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등 유적지 노동자들은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시간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45도 이상의 날씨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폭염 시 작업중지를 요구했다. 41.8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로마의 환경미화원들도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일을 강요당할 경우 퇴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로마와 나폴리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모든 시내버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에어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노동자들도 무더위 대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지난해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싸웠던 쿠팡 노동자들은 지난 8월 1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일 경우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시간당 15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일 물류센터의 체감온도가 35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은 하루 총 20분 남짓이었다. 체감온도 35도, 습도 85도에 달하는 사우나 같은 현장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휴식권은 기후재난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다. 8월 1일 쿠팡노동자 파업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내는 노동자 생산통제운동이 기후정의다 노동자에게는 위험할 때 일을 멈추거나 쉴 온전한 권리가 없다. 작업현장을 자본이 지배하기 떄문이다. 맑스가 적었듯이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산과정의 지휘자가 된다. 즉 자본은 산업 차원에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는 물론 작업장 내에서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도 결정한다. 자본은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자를 혹사하고자 하며, 그것을 관철할 힘이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 휴게시간을 줄이고 에어컨을 켜지 않을 힘이 자본에 있다. 지금,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자본의 독재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생산이므로, 기후정의는 노동자 산업통제와 민주적 계획경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산업 국유화, 공공교통 확대를 위한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는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의 당면 과제다. 노동자 통제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을 관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장 안에서도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낼 계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온전한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노동시간 단축, 냉난방 보장 등 노동자 통제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일상이 된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노동자 통제가 기후정의다. 올여름 어김없이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해야 함을 드러내야 한다. 9.23에 자기 현장과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요구를 들고 참여하자. 전진은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자기 요구를 드러내는 노동자 주도 기후정의행진을 제안한다. 관성적인 집회 참여를 넘어, 실제 자기 현장의 싸움을 만드는 과정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자. 1)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0613 2) https://edition.cnn.com/2023/07/17/weather/southwest-us-arizona-record-heat/index.html2023-08-09 | 조회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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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첫 번째 프라이드가 ‘항쟁’이었다면 이번 프라이드는 ‘파업’이다레바 랜더스(Reba Landers) 2023년 7월 1일 올 6월, 스타벅스는 노동자들에게 프라이드(퀴어문화축제)에 맞춘 매장 꾸미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다. 노동자들은 성소수자 친화적 기업이라고 자처해 온 스타벅스의 위선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조합이 있는 150여 개 매장에서 파업을 벌였다. 스타벅스는 고객과 노동자 모두에게 성소수자 친화적 기업으로 스스로를 내세워 온 오랜 역사가 있다. 프라이드의 달(6월, 성소수자 축제기간)을 맞아 매장 꾸미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프라이드 상품을 판매했으며, 심지어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인 트랜스젠더 의료 혜택도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 6월, 스타벅스는 프라이드의 달을 기념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으며, 프라이드의 달이 시작되자마자 매장 내 성소수자(LGBTQ+) 장식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다. 스타벅스노동조합(SBWU)은 이러한 반퀴어 정책 변경이 성소수자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며, 노조와의 교섭이 아닌 사용자가 위에서 강제적으로 지시한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로 고용주를 전미노동위원회(NLRB)에 고발했다. 스타벅스 본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제기하면서 노조가 스타벅스의 명예를 훼손하고 프라이드를 지지해온 스타벅스의 ‘오랜 역사’를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노동자들은 국가기관을 신뢰하며 전미노동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통상 수개월이 걸리고 객관적이지 않으며, 전미노동위원회는 종종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그래서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오클라호마에서 필라델피아, 뉴욕에 이르기까지 전국 150여 개 지점에서 파업에 나서는 전투적인 방식을 택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역사상 최악의 입법 공격이 벌어지는 와중에, 스타벅스의 반성소수자 행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서 성소수자 이슈는 아마도 투표에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극우파는 유권자 기반을 결집하고 중도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더 많은 중도파 유권자를 잃을까 봐 의미 있는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그저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보이는 적당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들도 비슷하다. 과거 스타벅스는 성소수자 노동자와 고객을 말로는 지지했지만, 이는 단지 그 지지로 이익을 얻을 때나, 성소수자 이슈가 덜 분열적일 때, 그들이 더 좋은 기업으로 보일 수 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타겟’, ‘버드라이트’ 등 대기업들이 성소수자 커뮤니티 지원을 이유로 비난받은 올해 프라이드 분위기에서 스타벅스의 무지개 장식은 끔찍한 홍보 실패작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쁘게는 이윤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윤이기에, 올해 스타벅스가 강력한 탄압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과거에 얼마나 많은 무지개 깃발을 휘날렸든 간에 기업들은 결코 돈 몇 푼보다 특별히 억압받는 사람들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행동과 말 사이의 이러한 위선적 차이는 기업과 정치인들이 자신의 부와 권력에만 관심이 있을 뿐 노동자계급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가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장들과 정치인들은 노동자를 배려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집단 파업은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전미노동위원회가 내리는 솜방망이 처벌을 바라며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고, 길고 지루한 교섭 과정을 통해 미미한 이득을 얻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으며,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을 방치하지 않았다. 시카고의 한 스타벅스 조합원은 인터뷰에서 “결국 기업에 중요한 것은 자본뿐이다. (…) 우리는 이 아름답고 활기찬 커뮤니티가 돈벌이 수단이나 교환권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사장들이 자신의 요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힘을 이해했으며, 자신의 일을 중단했다. 모든 분야, 모든 지역 노동자가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노동자계급이나 특별히 억압받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으며, 기업은 오직 이윤을 보호할 뿐이라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자들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노동력과 다수로서 노동자의 규모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일터에 출근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멈추고 기업의 이윤도 멈춘다. 스타벅스 노동자 파업과 같은 대중파업은 사측의 이윤축적을 중단시킴은 물론,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구축한다. 또한 민주당이나 공화당과 독립적으로 노동자를 조직해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정치인들의 악의적 공격에 맞서 싸울 수 있음을 입증한다. 우리는 이러한 투쟁의 기세를 유지해야 한다. 스타벅스노동조합 파업은 노동운동이 성소수자 해방에 있어 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노조만 이런 투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성소수자 동료를 위해 작업거부와 작업중지를 조직해야 하고, 학교 내 성소수자 동맹은 휴업을 조직해야 하며, 독립적인 지역조직들은 민주당이나 기업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계급적 독립성과 전투성으로 이러한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 제도나 정치인, 기업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해방을 위한 노동자계급 운동이 필요하며, 우리가 함께 조직해 이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프라이드는 항쟁이었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그리고 모든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을 위해 함께 항쟁하고, 파업하고, 조직하자. 스타벅스 노동자처럼 싸움을 조직하자. 노동자계급의 힘과 반자본주의적 전망으로, 억압으로 이윤을 쌓는 이 체제 전체를 무너뜨리는 투쟁을 조직하자.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first-pride-was-a-riot-this-pride-is-a-strike-starbucks-workers-shut-down-over-150-stores/2023-07-04 | 조회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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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제국주의 진영에 밀착하는 윤석열 정부, 지금 당장 국제연대를 조직하자사진: 대통령실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다. G7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제국주의 진영의 국제기구다. 20일 발표된 G7 공동성명은 이들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위선자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예컨대 저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이 궁극적 목표’라 밝혔지만 정작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2022년 기준 1,744기). 또 G7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떠벌리지만, G7 회원국 이탈리아의 정상은 파시스트 멜로니 총리다. 멜로니는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자국에서 난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중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들이 “빈곤 감소와 기후 및 자연 위기 해결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했다고 떠드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러시아 제재와 중국 견제 문제였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7개 회원국 외에도,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코모로연방(아프리카), 쿡제도(태평양) 등 8개 초청국이 참여했다. 이것은 중국‧러시아에 맞서 서방 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며,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G7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기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에 관한 G7 지도자들의 성명’도 발표됐는데, 여기서 G7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재정적, 인도적, 군사적, 외교적 지원을 필요한 만큼 제공”할 것이며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세력을 추가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G7 회의 개최 직전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미국산 F-16 같은 4세대 첨단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기만 대주면 이번에 상실한 영토의 수복을 넘어 2014년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젤렌스키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상의 사실은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갈수록 제국주의 대리전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을 간과한 채, 러시아 침공의 부당성을 규탄한다며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 진영을 편드는 잘못된 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좌파를 자임하는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무”라며, 윤석열이 지난 4월 19일 ‘조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전쟁은 단지 다른 수단의 개입에 의한 정치적 관계의 계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수용해, “어떠한 전쟁도 주어진 시기에 관련 강대국들의 – 그리고 이들 나라 내부의 각 계급들의 – 정치의 계속(레닌, <제2인터내셔널의 붕괴>)”이라고 이해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쟁 발발 이전 나토의 동진으로 상징되는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이 전쟁 원인의 절반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러시아와 서방의 패권 경쟁이야말로 전쟁의 근본 원인이었다. 설령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난다 해도(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이지만),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이에 결탁한 우크라이나 지배계급이 권력을 되찾는 방식을 통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궁극적인 평화를 실현할 수 없다. 이에 관해서라면 미소 대리전 성격을 띠었던 1950~53년 한국전쟁 종전 이후, 미제국주의의 전초기지가 된 남한에서 노동자 민중이 군사독재 체제의 야만적 탄압을 받았음을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물론 러시아 제국주의는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주의의 패배는 핵심적으로 자국 노동자계급의 성장과 대중적 반전 투쟁의 전개 여부에 달려 있다. 제국주의 전쟁에서 노동자들의 임무는 자국 지배계급에 반대하는 국제연대를 건설하는 것이지, 서로 대립하는 제국주의 진영 중 그나마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미중 패권경쟁 이것은 미중 쟁투에 대한 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G7은 공동성명에서 “우리의 정책 접근은 중국을 해하거나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 관계 분리)” 대신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감소)”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표현에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 균형적 관계를 모색하려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다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7은 대만 문제에서는 기존과 다르지 않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공동성명에서 G7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지지하고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연히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20일 중국 외교부는 “주요 7개국들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수호한다고 매번 말하면서 ‘대만 독립 반대’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대만 독립’ 세력을 묵인하고 지지하는 것”이라며,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미국과 서방 진영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진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에 기반한 비민주적 통치체제로 구별한 뒤, 그래도 후자보다는 전자가 낫지 않냐는 식으로 정치적 태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물론 노동자계급 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민주적 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민주적인 국가라 할지라도 그 헌법에 노동자를 향해 군대를 출동시킬 가능성,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 등을 자본가계급에게 보장하는 단서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지 않은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레닌,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 패권 쟁투를 벌이는 제국주의 진영 사이의 비본질적 차이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제국주의 자본가계급 사이에 놓인 본질적 적대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자본가계급의 어느 한 분파에 의탁하는 방식으로, 노동자계급 운동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미제국주의 진영의 선봉이 된 윤석열 정부 노동자계급이 견지해야 할 국제주의 원칙은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미중 제국주의 양강이 벌이는 패권전쟁의 실제 전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활적 원칙이 된다. 즉 대만독립을 둘러싼 미중전쟁이 현실이 될 경우 미중 모두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남북 지배계급의 적대적 대립이 변수로 끼어들면 동아시아 노동자 민중의 안위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노회한 부르주아 계급의 두뇌들마저 잇따라 경고를 보내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도 중국과 대립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한국 자본주의가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상대적 안정을 얻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윤석열 정부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미제국주의 진영에 밀착하는 일에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라는 기상천외한 해법까지 내놓았던 윤석열 정부는, 더 나아가 미국의 도청 묵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용인 등 한미일 삼각 동맹의 강화를 위해서는 양잿물도 마시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같잖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한미일이 ‘자유와 민주주의’란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 표현으로는 모자랐는지,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이번 G7 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심리적 G8 국가 반열에 올랐다”는 21세기 버전 소중화(小中華)론을 내세웠다. 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국뽕’ 정서를 자극하고, 나아가 대중의 반중 혐오정서를 십분 활용해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계급단결의식을 흐트러뜨릴 것이 뻔하다. 국제주의 노동자계급 연대운동, 지금 당장! 동아시아 노동자계급 국제연대의 수준이 아직 높지 않음은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것은 제국주의 양 진영 모두와 단호히 결별하고 자국의 지배계급에 맞선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국제주의자들의 주장을 마치 무기력한 양비론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다른 대안은 없다. 자국의 지배계급에 결연히 맞서며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실현하는 것만이 위기의 시대로 접어드는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다. 바로 지금 당장, 이를 향한 실천을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전면적 위기의 시대가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날과 그때를 알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25:13)”2023-05-23 | 조회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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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파르트헤이트 아래 민주주의는 없다사진: Photo: Ohad Zwigenberg/AP 건국 75주년이 된 지금,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거대한 시위가 이스라엘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결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고,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도 없다. - 너새니얼 플라킨, 사데우스 그린 2023년 5월 15일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은 75년 역사상 가장 큰 내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십만 명이 텔아비브, 예루살렘 및 기타 도시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거리에 나섰다. 총파업으로 공항이 하루 동안 폐쇄되었고, 예비군들은 근무 신고를 거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내전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운동은 정부의 ‘사법개혁’ 계획에 대응해 시작됐다. ‘사법개혁’이란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연합 파트너들이 대법원을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Knesset)의 직접적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법원의 반대를 넘어 그들의 우익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사법부의 독립,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한다. 제국주의 매파이자 시온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인 미국의 논평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사법개혁이 “우리가 알던 이스라엘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프리드먼은 자칭 “유대인 국가”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송해왔다. 그러나 독립된 법관으로 상징되는 “법치(法治)”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역설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위한 이 운동은 여러 측면에서 역설적이다. 핵심 요구는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기관인 대법원이 (앞으로도 - 옮긴이) 민주적 통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이 늘 주장해 왔듯이, “독립적인”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법관을 민주적 통제에서 독립시키는 것은, 법관이 지배계급에 의존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미국 대법원은 그 극적인 실례를 지금 보여주고 있는데, 판사들은 유권자와 멀어질수록 우익 억만장자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프리드먼이 지적했듯이, 이스라엘 법원이 민주적 의사결정의 성가신 간섭 없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것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은 주로 투자자들, 즉 자본가들이다. ‘천년왕국’ 광신자들로 구성된 현 정부에 비하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몇 밀리미터 왼쪽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법복(法服)을 입은 판사들이 자유주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 역시 반대다. 최근 몇십 년에 걸쳐 이스라엘 사회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왔다. 대법원은 몇십 년 전에 있었던 힘의 균형을 대변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자유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불과 2년 전에 이 “민주적” 법원은 이스라엘이 모든 시민이 아니라 “유대인의 국가”임을 선언하는 ‘유대민족 국가법(State of the Jewish People)’을 승인했다. 여러 친제국주의적 인권 단체가 지적하듯이, 한 민족에게만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이런 종류의 민족 분리정책에는 명칭이 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그것이다. 피터 베이나트는 <뉴욕타임즈>에서 “유대인 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라는 개념은 현실에서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베이나트는 “민주주의란 인민에 의한 정부를 말한다. 유대인 국가는 유대인에 의한 정부일 뿐이다.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 유대인이 인민의 절반을 구성할 뿐인 나라에서, 두 번째 원칙(유대인 국가)은 첫 번째(민주주의 국가)를 집어삼킨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시민들, 즉 완전한 시민권을 가진 약 700만 명의 유대인들과 기껏해야 이등 시민으로서 이스라엘 여권을 가진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아가 사실상 아무런 권리도 없는 수십만 명의 이민자가 있다. 또 다른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지구라는 야외 감옥에 살면서 이스라엘 미사일에 의해 정기적으로 살해되고 있다. 30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영토가 분할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군사 점령하에 살고 있다. 1948년과 1967년의 시온주의 강제 이주 전쟁으로 쫓겨난 약 4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살고 있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기본 요구는 팔레스타인인이 자신의 출신 도시와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2007년 “동등한 투표권”이 “이스라엘 국가의 종말”을 뜻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국가에서 전 수장(首長)의 주목할 만한 자백이다. 즉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 원칙이 이스라엘 국가의 근본적 성격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시온주의 오늘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부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공격하고, 여성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파시스트 민병대를 무장시키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강화하는 것을 올바르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민주적이지 않은 국가기관인 대법원에 유권자 다수의 결정(현 정부 – 옮긴이)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가장 확실한 민주적 해법은 민족과 관계없이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팔레스타인인에게 민주적 권리를 확대하는 것은 시온주의 국가 자체를 약화시킬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원칙과 시온주의 원칙은 상반된다. 1948년 이후 이스라엘은 오른쪽으로 거대한 선회를 해왔다. 시온주의 국가의 건국자들은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자이자 무신론자로 여겼다. 처음 수십 년 동안은 좌파 정당들이 크네세트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자유주의적 합의는 무너져 내렸고, 가장 최근의 선거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 ‘아보다(Avoda)’는 단 4석에 그쳤다. 또 좌파 정당 ‘메레츠(Meretz)’는 의회에 입성조차 하지 못했다. 과거 유대인 무신론자들이 세웠던 나라는 극우 종교 광신도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자유주의 시온주의가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애도하지만, 자유주의는 언제나 환상이었다.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 1860~1904, 오스트리아 제국의 유대계 언론인, 시온주의의 주창자 – 옮긴이)로 돌아가 보면, 시온주의 운동의 목표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라 없는 민족을 위한, 민족이 없는 나라”를 발견한 것처럼 가장하고 싶어 했지만, 유대인 국가를 세우려면 원주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이 1948년에 벌어진 일이다.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 – 옮긴이) 기간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자유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심지어 스스로를 마팜 마르크스주의자(마팜은 히브리어 약자로, 통합노동자당을 뜻한다 – 옮긴이)라 불렀던 이들까지 시온주의의 모든 세력이 이 범죄에 가담했다. “좌파” 시온주의는 언제나 환상이었다. 그들은 집단 농장(키부츠)을 기반으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원주민을 축출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런 게 있다면 반동적 “사회주의”에 불과하다.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국가는 언제나 더욱 반동적인 형태의 유대인 정체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극우 이데올로기는 헤르츨과 벤 구리온(Ben Gurion, 1886~1973, 시온주의자, 이스라엘 초대 총리 – 옮긴이)이 시작한 일의 궁극적 결과다. 비록 그들은 사악하고, 냉소적이며, 파시스트적인 후손들을 보면 분명히 경악하겠지만 말이다. “자유주의” 시온주의는 식민주의 정책과 민족 청소를 실행하면서 언제나 인도주의적 문구를 늘어놓았다. 이 거짓 담론은 세계 제국주의 패권국가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서 중요했다. 미국 국무부에게 이스라엘은 미국이 중동을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불침항모(不沈航母)다. 제국주의자들은 자기 졸개들이 인도주의적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스라엘 파시스트들은 인권 구호를 기꺼이 내다 버릴 만큼 충분히 강해졌다고 느낀다. 그들은 시온주의 국가가 무엇에 기반해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무력으로 보장되는 유대인 우월주의가 그것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우리가 항상 알고 있던 바로 그 이스라엘이다. 계급 적대감 이스라엘 국가는 항상 자본주의 사회였지만, 초기에는 강력한 조합주의적 요소와 심지어 사회주의적 문구도 존재했다. 키부츠 외에도 히스타드루트(Histadrut) 노동자 연맹은 노동조합이자 주요 고용주 역할을 하는 거대한 조합주의 조직으로 운영되었다. 이스라엘 유대인 대중은 팔레스타인인을 수탈하고 착취해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고, 유대인들 사이 부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빼앗은 토지가 많을수록, 이스라엘 사회는 더 많은 식량을 재배하고 판매하고 소비할 수 있었다. 75년 동안 이스라엘 국가에서는 조합주의 구조가 약화되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됐다. 한때 두 번째로 큰 고용주이자 노동자 대다수를 “대변하던” 히스타드루트는 완전히 사라졌다. 1980년대부터 이스라엘 자본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공세를 펼쳤다. 긴축정책과 자유시장 경제가 부상하면서, 이스라엘 노동자들은 계급 경계를 따라 점차 양극화되었다. 2011년 이스라엘 텐트 시위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2021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유대인의 17%가 빈곤율 이하로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이 지적했듯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선진국 중 최악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상위 10%의 임금 노동자가 가장 가난한 계층보다 약 15배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 여권을 소유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우 빈곤율이 훨씬 높은데, 그들은 이스라엘 유대인보다 약 50% 적게 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대중의 지속적인 빈곤과 불평등 심화는 시온주의가 현재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 중 하나다. 유대인 노동자들은 유대인 우월주의 체제에서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주류 정당들에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줄고 있다. 대략 70명의 이스라엘 억만장자가 부를 바탕으로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1인당 억만장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사기가 저하되고, 분노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주의 지도력을 갖지 못한 많은 이스라엘인은 정치적으로 우경화했다. 팔레스타인인을 시온주의 국가의 결점을 감추는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것과 유사하다. 수십 년 동안 생활 수준이 저하되면서 상당수 미국 백인이 이민자, 흑인, 성소수자, 기타 소수자를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유대인 노동자들은 권력을 쥔 억만장자 계급보다는 팔레스타인 노동자계급의 형제자매들과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시온주의 운동을 향한 투쟁 미국 노동자계급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유대인 노동자계급은 수십 년 동안 인종주의적, 민족주의적 세뇌에 중독돼왔다. 제국주의 군사 보조금은 이스라엘의 영구적인 전쟁 경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이스라엘인은 이웃 국가와 벌어지는 끝없는 분쟁 때문에 거의 이익을 얻지 못한다. 이스라엘 노동자들이 군사주의, 민족 청소, 빈곤, 문화적 적대감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투쟁에 연대해야만 한다. 최근 시위운동에서 드러난 매우 진보적 발전 중 하나는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연합’의 결성이다. 이 깃발 아래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의 활동가들이 시위에 참여한다. 소수이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장군, 스파이, 우익 정치인이 이끄는 “민주주의” 운동 속에서, 반(反)시온주의 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과 공산주의 깃발을 흔들며 유대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용감한 활동은 전 세계 사회주의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들이 시위대의 소수를 차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인, 사회주의자, 성소수자 등은 저항 행동을 할 때 언어적, 물리적 공격의 위협에 맞닥뜨린다. 공격은 극우 정부 지지자뿐만 아니라 경찰, 심지어 시위 주최자들로부터 행해진다. 반(反)시온주의 운동은 이스라엘에서 소수의 견해로 남아 있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진정한 반제국주의 운동이 소수의 견해로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팔레스타인인과 반(反)시온주의 좌파들이 지금의 “민주주의” 시위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 시위는 이스라엘 국기로 가득하고, 부르주아계급의 주요 부문, 심지어 보안 기구의 요소들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평등, 그리고 사회주의 어린 시절부터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가 너무 강력해 박해를 피하려면 유대인의 민족국가가 필요하다고 배운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시온주의 국가의 범죄와 동일시하게 만들어 반유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이스라엘 국가 밖에서 살고 있으며 갈수록 더 많은 유대인 청년이 시온주의와 그 범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지역의 민중은 끝이 없어 보이는 전쟁과 증오의 순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천년왕국’ 세력은 세계 자체가 수천 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성경의 천지창조설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는 고작 수천 년이다 – 옮긴이) 다른 종교 종파 사이의 분쟁이 영원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결과로, 불과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관점이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의 모든 개인이 정치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세기 동안 제국주의 열강은 이 지역의 광대한 자원을 무자비하게 착취해왔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제국주의 기업을 몰수하고 이 부를 민중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반동적 독재 정권을 세우고,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종교와 민족을 이용해 온 주류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 이것은 오로지 혁명적 수단과 사회주의 전망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가는 오직 배타적 민족국가가,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가 기록된 반유대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민중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시온주의의 역사는 그 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정착 식민주의(settler-colonial) 정책은 유대인을 끊임없는 위협에 처하게 한다. 유대인들은 자기 주변 수억 명 사람들과 영원한 분쟁을 겪으며 거대한 벙커에서 살아야 한다고 듣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최대 백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인들이 외국 여권을 취득했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큰 신뢰 표시는 아니다. 유대인 혁명가들이 수세대에 걸쳐 주장했듯이, 반유대주의를 끝장내는 진정한 방법은 세계혁명을 통해 계급사회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온주의라는 반동적 민족주의 사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스라엘 노동자들은 종종 그 지역의 노동자계급 형제자매들에 비해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민주주의” 시위가 주변 국가의 노동자와 억압받는 민중들 사이에서 거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중동에서 계급투쟁이 상승할 때마다 적어도 이스라엘 노동자 중 소수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져다줄 사회주의 변혁을 위해 전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것은 1968년 이후 이스라엘 신좌파가 정확히 보여준 일이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투쟁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노동자들이 시온주의에서 벗어나 그 투쟁을 지지하도록,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전 세계의 트로츠키주의자들은 민족과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항상 싸워왔다.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res-no-democracy-under-apartheid/2023-05-20 | 조회 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