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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이스라엘의 선박을 막아선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의 호소에 응답하려 했던 노동자들의 실천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지난 기사에 이어, 2014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한 항만봉쇄캠페인인 ‘블락 더 보트’(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운동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BTB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해운회사인 Zim의 화물운송을 막는 캠페인 운동이다. 지금껏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튀니지 등 여러 국가의 부두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선박과 화물의 선적 및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송을 거부하는 행동을 해왔다. 각 나라의 무기수송 거부 운동의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주목했던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랍 자원 및 조직화 센터의 주도 아래 2014년과 2021년에 주되게 펼쳐졌던 Block the Boat 운동이었다. 2023년 11월 3일, 시위대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서 ‘케이프 오를랜도’ 화물선 출항을 지연시켰다. (사진: AROC #FreePalestine X 계정) 2014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서 시작된 BTB 운동은 그 이전 남아공과 스웨덴에서 벌어졌던 연대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2008~09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던 당시, BDS운동은 항만노동자들에게 이스라엘 선박의 취급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응답해 2009년 남아공 더반 지역에서 SATAWU(South African Transport and Allied Workers Union)노동조합이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거부했다. 이어 2010년에도 스웨덴 항만노동조합이 가자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오가는 500톤 이상의 수출입 물품을 봉쇄했다. 이런 행동에 영감을 받아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도 2014년에 BTB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BTB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항만노동자들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Block the Boat 운동의 조직가들은 2014년에 몇 달 동안 서부항만노조(ILWU)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공간)에 교대근무가 이뤄지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때마다 매일 찾아가 유인물을 뿌리며 많은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항만노동자들과 팔레스타인 국제연대의 대의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전세계 경제에서 항만산업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미국 항만노조가 가지고 있는 ‘노동귀족’(labor aristocracy)적 성격 등은 더욱 어려운 요인이었다. 2014년 BTB 운동의 조직가였던 Chmaine Chua는 위에 언급한 같은 웨비나에서, 항만노동자들과 관계를 맺는 작업이 다년 간의 끈질긴 헌신을 필요로 하며, 상호적인 연대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직접 옮겨보려 한다.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언제나 연대행동을 하는 전통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활동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과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더디게 진행되는 정치적 교육이었습니다. … 접촉(outreach)을 하기 위해, 우리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존재했던 관계망을 최대한 깊이 빨아들였습니다. 2014년에 제가 LA에서 (BTB운동에) 관여할 때 몇 달동안 직업소개소에서 유인물을 뿌렸구요. 우리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교대시간 때마다 직업소개소로 달려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항만노동자들은 실제로, 매우 시오니즘적이거나, 국수주의적(nationalist) 담론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 피켓팅 활동을 지지하는 건 실제로 해상운송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이고, 이는 ‘국민경제(national economy)’에 피해를 줄 것이니까요. 이는 단연컨대 가장 흔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할게요”라고 반응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 이 모든 작업들은 매우 더디고, 의식적인 접촉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 ‘뉴욕 레이버 포 팔레스타인(Labor for Palestine)’에 속한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항만노동자들과) ‘교류’(outreach)하기위한 활동에 헌신적이었습니다. 국제선원협회(ILA)는 (항만노동자들이 교대를 위해 모이는) 직업소개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교류작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클럽, 식당을 찾아가고 항구에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즉 이런 (방법들을) 찾기위해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시간을 헌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선언협회(ILA)는 미국 동부의 항만노동조합이다.) 이러한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로, 2014년에 오클랜드 항구에서는 성공적인 BTB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ZIM 선박이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021년에 ZIM 선박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BTB 캠페인을 재차 전개했다, 이런 꾸준한 국제연대의 조직 경험이 쌓여 2023년 10월 7일 이후에도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공, 벨기에, 튀니지 항만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의 무기운송을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었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전미교사연맹(AFT),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AFL-CIO) 등이 휴전요구에 동참하게 하는 등 관료적이고 친-이스라엘적이던 노동조합들을 재편하는 내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미교사연맹과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의 성명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하마스 규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과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들이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도록 만든 것은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UAW 지도부가 이전에 비해 전투적으로 재편된 것은 사실이나, 최근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는 배신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25일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들) 소속 조합원들이 UAW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할 때 항의행동을 하다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전투적 재편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UAW가 ‘UAW와 이스라엘의 공모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와 한국 제조업 간의 연관성에 대한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한 운동의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HD현대건설기계가 굴착기 수출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사회운동의 오랜 캠페인을 통해 폭로되었다.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 벨기에 운송노조 등이 대이스라엘 무기선적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듯이, 현대계열사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HD현대건설기계의 대이스라엘 거래행위에 맞선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 전반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계열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2024년 1월 23일, 현대굴착기가 헤브론 남부 라세이페르 마을을 부수고 있다. (사진: youth of sumud 인스타그램) 한화오션 등 방산업체 노동자들은 군수물자 생산을 거부할 수 있고, 운송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물자가 세계 여러 전쟁지역으로 운송돼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모든 산업의 노동조합은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결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동자의 파업과 행동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을 촉발할 것이며, 더 큰 파업과 더 광범위한 시위로 이어질 강력한 계기점을 형성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재난과 이에 대처하는 자본가들의 무책임함, 여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심화, 급증하는 동아시아 전쟁위기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익숙한 옛 방식인 야만의 시대를 호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 모든 야만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정치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과연 변화가 있을지 막막함부터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동귀족’이자 노사협조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미국 UAW가 전투적인 지도부로 재편되고, 오랜 신자유주의 지배의 상징인 이중임금제 폐지에 이어 이번 성명을 통해 ‘전쟁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게 된 사례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전투적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대에 보여주고 있다. 비록 돌멩이로 철로 된 성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끈질기고 목적의식적으로 제조업과 운송, 공공부문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한국의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반전평화운동의 대의로 설득하는 일을 지속하자. 또 작더라도 소중한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사례를 만들고, 그 힘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되게 하자.2024-03-06 | 조회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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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 심의과정에서 폐기됐다. 극우 대통령의 등장에 위축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간 노동자·민중이 거둔 첫 승리다. (참고: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옴니버스 법안, 빈껍데기로 전락하자 자진 철회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곧바로 일련의 ‘충격요법’ 조치들을 단행했다. 12월 12일에는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이 담긴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했다. 12월 20일에는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면서 옴니버스 법안의 절반 정도를 포기하고 300여 개 조항으로 추려냈다. 2월 2일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찬반투표가 가결됐을 때, 밀레이 정부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2월 6일 옴니버스 법안의 각 조항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공기업 사유화 등 핵심 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면서 옴니버스 법안은 빈껍데기가 되어갔다. 결국 집권 자유진보당(Libertad Avanza)이 법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이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게 이해될 때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옴니버스 법안이 폐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정부가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의 압력으로 하원의원 다수가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밀레이의 패배는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개혁을 하나의 거대 법안에 담아내려 했던 게 실패 요인’이며 ‘밀레이 정부가 정치 전략을 재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을 해외 언론들에 전했다. JP 모건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페레이라는 “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전례 없는 사건인데, 정부가 첫 번째 입법을 거부당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우 대통령에 맞선 첫 전투 -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그런데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가한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 직후부터 ‘충격요법’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취임 10일 차인 12월 20일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발동을 건 것은 노동조합총연맹 공식 지도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가 ‘공세를 완화하기 위한 교섭테이블 모색’이나 ‘다음 선거를 통한 심판’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등 좌파전선(FIT-U)에 결집한 혁명적 좌파 정치세력이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를 추동해 2만 명의 도심 시위를 조직해 내면서 투쟁의 물꼬를 텄다. 아래로부터 촉발된 도심 시위는 밀레이 정부의 도로점거 시위 금지령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매일 같이 이어졌다. 밤에는 각 지역마다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벌이면서 2001년 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총파업을 소집하라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밀려오자, 마침내 12월 28일 최대 노총 CGT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24일 3대 노총이 주도하고 150만 명이 참여한 위력적인 총파업이 전개됐다. 총파업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여성조직, 문화단체, 사회단체, 은퇴자 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연일 폭염 속에서도 의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난사하고 때때로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밤에는 다시 각 지역마다 집회를 열고 카세롤라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상당수 지역 집회는 참가자들이 민주적 토론을 진행하는 자발적 총회 형식을 띠었다. 노동조합총연맹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결정타를 날릴 잠재적 가능성으로 밀레이 정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좌파전선 소속 하원의원 다섯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들은 매일 가두시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면서, 가두시위가 가하는 압력을 의회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시위대 맨 앞에서 최루탄을 뒤집어쓴 뒤 의회로 달려가 “누가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지 대중 앞에 다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257명의 하원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중투쟁과 그 압력을 의회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좌파전선 의원단의 활약은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다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밀레이 정부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 (PTS, 좌파전선 소속)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은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치른 첫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경제위기가 잦은가? 2024년 1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월 대비 20.6%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4.2% 상승이다. 물가가 공식 수치로 5%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250%를 훌쩍 넘겨 버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가가 ‘아르헨티나’ 얘기라고 하면 으레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냐?’ 하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졌고 그래서 한때는 선진국 소리까지 들었다지만 포퓰리즘의 퍼주는 정치를 하다가 경제가 망해버린 대표적인 나라.’ 그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이미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이 보인다. 경제가 그렇게 망가졌다는데도 그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였고, 뒤이은 비정규직화였다. 그렇게 해서 구축된 고강도 초과착취 시스템 덕분에 삼성·현대·SK·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그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노동귀족’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약진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또 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언제까지고 약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 있다면, 바로 ‘불균등발전의 법칙’이다. 어떤 기업, 어떤 국가도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다시 어떻게 될까? ‘노동귀족’ 소리를 듣던 정규직의 삶은?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은? 2001년 아르헨티나는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거대한 규모의 민중항쟁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고, 그 뒤로 들어선 임시대통령이 2주일 사이에 세 명이나 줄줄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결국 자본가 정치세력들 가운데 가장 덜 공격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페론주의 좌파,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키르치네르주의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대다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에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종속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라는 걸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수준을 대폭 강화해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 조성된 계급역관계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에 지친 대중은 누군가 어떤 마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우인사 밀레이를 선택했다. 밀레이가 부리려는 마법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에서 밀레이는 패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밀레이를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는 옴니버스 법안을 비롯한 그의 ‘충격요법’을 실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밀레이를 지지한다고 한다. 밀레이가 마법을 부려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마법이 나의 권리를 박탈하는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이겠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노동자·민중에게도 아주 고통스럽다. 자본의 위기 전가를 어느 정도 막아낼 힘은 있지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힘은 아직 없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 의원단을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의원단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이 수만 명의 대중투쟁을 직접 주도해 나갈 정도의 힘은 있지만, 아직 거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력은 페론주의 세력에게 강고하게 장악돼 있다. 어쨌든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그저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막아낼 정도의 힘을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나라다. 또 하나.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여성파업을 조직해 낸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는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라는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기괴한 극우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별난 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밀어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던지는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닐 것이다.2024-03-02 | 조회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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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7차 울산긴급행동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2-19 | 조회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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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응답하려는 각국의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126일이 지난 오늘까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로 가자지구에서 최소한 2만 8천여명이 살해됐다. 이 중 12,150명이 아동이고, 8,300명이 여성이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대량학살을 멈추기 위해,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와 강제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이 전세계 노동자민중에게 이스라엘의 무장을 중단시켜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 요청에 응답해왔고, 응답하고 있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0월 7일 이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순 이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와 로테르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마르세유, 뉴질랜드, 캐나다 오타와, 요르단 암만, 바레인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거리시위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긴급요청을 보낸 이후, 이에 응답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과 봉쇄 행동, 집회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4개 노조와 2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항만노동자들, 유럽 항만노동자 협의회(EDC)와 연계된 항만노동자들도 무기운반을 중단했다. 벨기에에선 운송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무기를 항공기로 운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운송회사 Zim의 선박화물 이동을 봉쇄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BAE 시스템즈 공장 입구를 막았고,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백린탄 생산에 연계된 ICL-Iberia에 항의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해밀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의 무기공장 4곳을 폐쇄했다. 1억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도의 12개 노조 연맹은 팔레스타인 연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이 노동 허가를 취소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0만 명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100s of dockworkers & human rights activists block the port of Genoa, Italy, with a march to offices of Israeli shipping company ZIM, pledging to block arms shipments and calling to stop Israel's #GazaGenocide.#CeasefireNow#StopArmingIsrael#DismantleApartheid pic.twitter.com/WVlb41lGNs — BDS movement (@BDSmovement) November 10, 2023 (11월 10일, 항만노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Israel assassina, @ICLiberia patrocina!" Com a resposta a @WorkersinPales1 ens hem concentrat amb la Taula Sindical de Catalunya fora les oficines de ICL-Iberia al Port de BCN per denunciar el rol de l'empresa en el genocidi contra el poble palestí a Gaza!#StopArmingIsrael pic.twitter.com/4HwrN5i8zv — ProuComplicitat #AturemElGenocidi (@proucomplicitat) November 9, 2023 (11월 9일, 카탈루냐 노동자들이 항만에 있는 ICL-Iberia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고, 노사협조주의적이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 빅3 자본에 맞서 파업을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1일, UAW는 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휴전을 요구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 나아가 집행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이스라엘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관계를 연구하고, 미국 노동자들이 전쟁에서 평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 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UAWD라는 현장조직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할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UAWD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BDS(*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연루를 없애기 위한 비폭력 운동)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BDS를 UAW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 또한 UAWD는 UAW 조합원과 지도부들을 위한 철저한 대중 교육 활동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BDS, 팔레스타인 해방, UAW의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의 역사, UAW 집행부의 공모에 대한 아랍 및 흑인 노동자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를 다루는 하나 이상의 교육 행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 행사 및 기타 조직화를 위한 홍보를 통해 UAWD는 제조업 노동자, 특히 영향을 받는 무기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interest)을 분석하여 작업 현장에서 BDS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다. … UAWD는 ‘투자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그룹 설립’을 위한 UAW의 선언을 지지하며, UAW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의 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일반 조합원들’을 실무그룹에 초대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UAW 지도부는 이후 2024년 1월 25일 바이든의 재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즉각적인 휴전과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면서,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고 있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이에 대의원대회와 비슷한 위상을 지닌 CAP라는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을 할 때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현장조직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을 비롯한 평조합원들은 UAW지도부의 바이든 지지선언 철회를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은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을 수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24년 1월 7일 금속노조 위원장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부터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1일 출판노조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거나 이스라엘 기관과 연루된 책을 만들지 않겠다”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알리고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겠다” 등 구체적인 결의를 밝혔다. 1월 7일에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한국의 편향적인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편 울산에서는 지난 1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해 여러 지역활동가들이 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강연회 당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이스라엘 굴착기 수출로 전쟁범죄에 공모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지역 노동, 사회단체들이 합세하여 울산에서는 2주마다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선전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도 지난 1월 1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고진수 지부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동아시아 전쟁위기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가, 함께 그 운동을 조직해나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이 모든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고 소중한 한걸음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한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Labor for Palestine이라는 캐나다 노동단체 활동가는, “노동자 대 노동자 연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역할” 웨비나 행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은 이제 성명 발표를 넘어 성명을 실제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과제를 밝혔다. 이와 비교한다면 아직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가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 오늘날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등에 대한 각 단위노조의 간담회와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동의에 기반한 성명서와 작은 캠페인부터 조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노동자가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조차 자본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필요로 하는데, 얼핏 내 문제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조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쉬운 지름길은 없어보였지만, 고무적인 변화가 감자처럼 땅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최대한 많은 노동자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 기사에서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했던 미국 ‘Blcok the Boat 운동’ 사례에 대해 자세히 다뤄 보겠다.2024-02-10 | 조회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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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6차 울산긴급행동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2-10 | 조회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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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알리고 연대를 조직하겠습니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1-31 | 조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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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오늘부터 우리가 노동조합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조직해갑시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1-31 | 조회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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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1월 24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참여하는 12시간 총파업이 전개됐다. 대선 과정에서 온갖 기괴한 공약들을 내세웠던 극우 인사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45일 만이었다. 노동자총동맹(CGT), 자치노동자연합(CTA-A), 노동자연합(CTA-T) 등 3대 노총이 주도한 이날 총파업에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대중경제노동자연합(UTEP), 사회운동 단체들, 문화단체들, 스포츠단체들, 좌파 정당 및 정치조직들까지 광범하게 참여했다. 우파 정권 시절인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다시 조직된 이날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 정책들을 철회하라는 것, 특히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극우 정권의 초긴축 공격에 맞서 100년 넘게 투쟁으로 쌓아 올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1월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총파업 시위대 (사진:CTA-A) 밀레이 극우정권의 출범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은 물가상승률이 150~180%에 이르러 임금의 실질 구매력이 턱도 없이 깎여나가고 빈곤율이 40%를 넘어서는 파국적 상황에서 펼쳐졌다. 밀레이는 자국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겠다는 허황된 물가안정 대책과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 발린 약속으로,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상당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특권층’의 한 축인 전통적인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은 밀레이는 강력한 우파 세력을 품에 안은 극우정권을 탄생시켰다.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우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을 치안부·재무부·국방부 등 요직 장관에 임명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1차 투표 때 3위를 했던 빠뜨리샤 불리치가 치안부 장관이 됐다. 동시에 18개 부처 가운데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사회개발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 9개를 폐지했다. 밀레이는 자신의 초긴축 정책이 불러올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겨냥해서 취임 연설에서부터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에게는 사회보조금 수령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협박했다. 치안부 장관은 시위 주최 단체에게 경찰의 진압 경비를 부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12일, 밀레이는 ‘경제비상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GDP 5% 수준인 재정적자를 0%로 만들겠다며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의 나머지 모든 항목 동결을 발표했다. 또한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자국 페소화를 달러화 대비 54% 평가절하했다.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12월 20일, 밀레이는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한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12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메가 대통령령’은 노동권 관련해서 △미등록 고용에 대한 벌금·처벌 폐지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필수부문(의료·교육·수도·가스·전기·항공·통신 등)은 파업시 75% 업무유지 △중요부문(운송·식품가공·물류·광산·우편 등)은 파업시 50% 업무유지 △파업 도중 작업장점거·출입봉쇄·기물파손하면 해고 △사업장 단위 조합비 자동공제를 개별 동의로 변경 △기존에 노조가 운영하던 조합원 의료보험에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임대차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시행돼 오던 임대차 기간 3년 보장과 임대료 인상 제한 폐지 △미국 달러로 임대료 납부 요구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도 폐지했다. 리튬채굴 등을 위한 외국인 토지매입도 전면 허용했다. ‘메가 대통령령’은 1994년부터 실행돼 온 헌법상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인데, 그동안 하나의 대통령령으로 이렇게 수많은 법률을 무력화하고 정책을 변경한 경우는 없었다. ‘메가 대통령령’은 상하 양원 모두 거부하거나 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는 한 효력이 유지된다. 현재까지 1월 3일 연방노동항소법원이 △수습 기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해고시 보상 삭감 △출산휴가 축소 등에 대해서만 시행 중단을 판결한 상태다. 공화당을 포함한 밀레이 세력은 하원의 경우 257석 가운데 79석만을 갖고 있지만 상원의 경우 72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만 본다면 ‘메가 대통령령’의 대부분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27일, 밀레이는 광범한 영역에 걸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워낙 그 내용이 많아 현지에서도 온전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에는 △국내외 미신고 자산 등록시 중과세 면제 △비례대표제 폐지와 소선거구제 도입 △치안부 장관에게 시위제한 명령권 부여 △‘불법’ 시위에 대한 징역형 대폭 상향 △법률에서 ‘젠더 폭력’ 표현을 ‘가족 간 폭력’으로 대체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을 2025년까지 대통령에게 이양 등이 포함돼 있다.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메가 대통령령’과 결합된 ‘옴니버스 법안’을 “노동자계급이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과 성과들을 다 쓸어버리려는 공격”이자 “시위와 파업의 권리마저 제한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충격요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려는 듯, 밀레이는 연말을 맞으며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 5천 명의 계약연장을 거부하여 전격 해고했다. 초긴축 정책의 계급적 본질 밀레이는 획기적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지만, 그의 취임 이후 오히려 물가가 더욱 급등했다.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페소화 평가절하,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 폐지 등 물가의 고삐를 푸는 조치들을 줄줄이 취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취임 이후 며칠 만에 휘발유 가격이 60%, 식료품 가격이 50% 급등했다. 12월 물가가 전월 대비 25.5% 치솟으면서 2023년 전체 물가상승률이 211.4%를 기록했다. 교통보조금 삭감이 적용되는 1월부터는 대중교통 요금이 3배로 폭등했다. 12월 20일 ‘메가 대통령령’과 함께 가격통제가 사라지자, 바로 다음날 보험사들의 의료보험료가 일괄 40% 인상됐고, 30일 만에 식품·의약품·연료 가격이 100% 상승했다. 그 사이 임금의 구매력은 2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에게서 자본가계급에게로 그만큼의 소득이전이 발생했음을 뜻했다. 밀레이는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그의 정권은 ‘특권층’을 중추로 하여 구성됐고, 그의 ‘충격요법’ 정책들은 자본가계급에게 보내는 선물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제 금융자본과 광산·석유 대자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리튬 자원에 눈독을 들여 온 일론 머스크는 마음껏 리튬을 채굴해 갈 기회가 열리려 하자 밀레이를 크게 칭송하고 있다. 밀레이는 가자지구 학살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수시로 이스라엘 국기를 자기 몸에 휘두르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학살정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권과, 2019년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권의 뒤를 따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도 공언한다. 반면 자신이 ‘공산주의’로 규정해 온 중국과 브라질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는 가입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밀레이가 보여준 일련의 정책들에 흡족해 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10일 아르헨티나에 47억 달러 추가대출을 결정했다. 이는 2018년 아르헨티나와 체결했던 총 440억 달러 대출프로그램의 일환인데, 한동안 동결돼 있던 추가대출을 재개하면서 일부 조기대출까지 덧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출금에는 2024년 말까지 GDP 2% 수준의 재정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가혹한 조건이 붙어 있다. 밀레이 정권은 △한시적 수출입세 인상 △에너지·교통보조금 축소 △주 정부와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사회기반시설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와 같은 대출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피땀을 갈아 넣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저항의 물꼬를 트다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쟁이 시작된 날은 12월 20일이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 그리고 ‘좌파전선’1)이 함께 주최하는 시위가 열려 2만 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이 도로점거 시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엄벌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이날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며 차도로 나아간 뒤 대통령궁 앞에 위치한 ‘5월 광장’을 장악하고 새벽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밀레이가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5월 광장과 의회 앞으로 몰려나와 새벽까지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전개했다. 비슷한 상황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여러 지역과 지방 대도시들에서도 전개됐다. 경찰은 어떻게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1) ‘좌파전선’(FIT-U)은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노동자당(PO),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 등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로 구성된 공동 선거기구이자 공동 투쟁체이다. ‘좌파전선’은 혁명적 강령과 대중투쟁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섯 명의 하원 의원을 갖고 있다. 의회에서 혁명적 입장을 제기하는 이 의원들은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받고 나머지 급여를 투쟁기금으로 내며, 투쟁현장에서 최선두에 선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들을 의회에서 제거하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좌파전선’은 2023년 하반기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2.7%와 3.3%를 득표했다. 이후 매일같이 간호사, 타이어산업 노동자, 실업자, 공무원 등이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최대 노총 CGT와 좀 더 전투적인 CTA에게 총파업에 나서라는 호소와 압력이 빗발쳤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을 발표한 12월 27일 CGT 주최로 시위가 열렸다. 원래 CGT 지도부는 ‘메가 대통령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을 향해 인도로 행진하는 작은 시위를 계획했는데, 2만 명이 몰려나와 법원 앞 광장과 차도를 가득 메워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밀린 CGT는 결국 다음날 다른 노총들과 함께 1월 24일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파업 계획이 발표되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 정부 취임 18일 만에 ‘역사상 가장 빠른 반정부 파업’을 발표했다”면서 비판에 나섰다. 자본가단체들은 “밀레이 정권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레이 정권은 “나는 파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총파업을 좌절시키려는 캠페인에 나섰다. 반면 좌파전선과 전투적인 노조들은 모든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 속에서,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총파업을 조직해 나가자고 결의하고 호소했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보여준 총파업 150만 명이 참여한 1월 24일의 총파업은 누가 이 세상이 굴러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노동자들은 수도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도로점거 시위를 엄벌하겠다는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의 엄포를 묵사발 냈다. 밀레이 정권의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을 반드시 분쇄하겠다는 요구를 앞세우고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지역조직들, 좌파조직들이 함께 행진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노동조합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 등으로 구성된 10만 명 이상의 군중이 의회 광장 주변으로 운집하면서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는 조종사들을 필두로 항공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300편이 넘는 비행편이 모두 취소됐다. 항공노동자들은 밀레이가 추진하는 국영항공사의 사유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 트럭기사, 인쇄, 은행 부문도 파업에 강하게 동참했다. 버스와 지하철은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수도를 둘러싼 광역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에서는 제조업 파업이 힘차게 펼쳐졌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파업이 매우 강력했다. 90초마다 차량을 생산하던 도요타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다. 포드에서도 생산이 마비됐다. 폭스바겐은 휴가 중이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금속부문과 식료부문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7시간을 추가해 19시간 파업을 벌였다. 통신사 건물도 거의 텅 비었고, 병원은 응급실만 운영됐다. 그러나 이날 총파업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이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나서면서 파업의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버스와 지하철이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갔다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위 규모도 훨씬 늘릴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 안에서 계급투쟁 노선 활동가들이 더 강력한 파업을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전개했지만, 파업 시점을 바꿔내지 못했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 노조 지도부가 보여준 이러한 어정쩡한 자세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일부였다. 페론주의(키르치네르주의) 세력과 노조관료들 아르헨티나는 공식 경제에 포괄된 노동자들의 40% 정도가 조직돼 있을 정도로 노동조합의 규모가 큰 나라다. 1930년에 결성된 최대 노총 CGT의 조합원 수는 오늘날 700만에 이른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이끄는 노조관료들은 1940년대 페론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그 한 축을 구성해 왔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페론주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흔히 비난받는데, 임금 인상, 단체교섭권 보호, 주택 개량, 사회보험 시행 등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개량적 조치들을 취하긴 했지만, 엄연히 자본주의 착취·억압 체제를 수호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었다. 페론주의의 일부가 된 노조관료들은 정권으로부터 약간의 개량을 얻어오는 대가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을 억눌렀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친 뒤, 1990년대에 정권을 잡은 페론주의 우파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을 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의료보험과 연금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유화와 노동유연화를 수용했다. 그러나 점점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생존권이 파탄나자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수십 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결국 2001년 거대한 경제위기가 터졌고, 강력하게 성장한 실업자운동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민중항쟁이 폭발하면서 2주일 사이에 네 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이후 자본가권력의 통치위기 상황을 수습한 뒤 최근까지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한 게 페론주의 좌파에 해당하는 키르치네르주의였다.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다시금 키르치네르주의를 떠받치는 하위 파트너로 역할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이 전임 우파 정권의 대규모 임금·연금 개악을 복원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도, 노조관료들은 한 번도 총파업을 조직하지 않았다. 키르치네르주의는 개량을 안겨줄 것 같은 언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어정쩡한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거짓말과 모순으로 점철된 정치적 위선,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깊이 빠져든 부패, 물가폭등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에 대한 광범한 실망과 분노가 2023년 대선을 앞두고 폭발했다. 극우인사 밀레이가 깜짝 부상하고 집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키르치네르주의가 계속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분명히 그들 또한 IMF와 협력하며 긴축 정책을 실시했을 것이다. 물론 좀 더 유연하게, 특히 노조관료들과 협상하는 방식을 취했겠지만, 그 본질은 밀레이 정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1월 24일 총파업이 벌어질 때까지,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에 대해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의 실세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침묵했다. 대선후보였던 세르히오 마사는 밀레이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키르치네르주의 정치인들은 총파업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밀레이의 초긴축 정책이 총파업과 거리시위 같은 대중투쟁에 의해 분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본가정부의 정책을 대중투쟁으로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 원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물꼬를 의회와 법원에서의 말다툼으로 돌리는 것이고, 차악으로서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며, 결국 4년 뒤 선거에서 재집권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과 방식으로 총파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문제는 총파업을 공식적으로 이끄는 노조관료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페론주의에 빠져 있고 키르치네르주의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했지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밀레이 정권에 맞서 전면전에 나설 생각이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망은 의회와 법원이 대신해서 밀레이 정권의 독주를 막아주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만큼만 투쟁하면 된다는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의 본심은 버스와 지하철의 어정쩡한 파업으로도 나타났지만, 1월 24일 총파업 이후 투쟁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아래로부터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그러한 노조관료들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을 비롯한 좌파전선은 총파업 계획이 발표된 이후 노조관료들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노조관료들이 의식적으로 토론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좌파전선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장들과 전투적인 노동조합들 속에서 대중적 토론을 제기하고 조직해 나갔다. 나아가 지역 단위로 조합원, 미조직 노동자, 특수고용, 실업자, 여성, 학생, 그밖에 공세에 맞닥뜨린 모든 민중을 포괄하여 토론 모임을 갖고 카세롤라조와 집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중회의’라는 지역조직들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필두로 여러 지역에서 건설해 나가고 있다. 좌파전선은 일회성 총파업을 넘어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을 완전 분쇄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방향을 제기했다. 또한 △자본의 위기전가 반대 △IMF와의 합의 거부 △고용·임금·연금의 방어 △살인적인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연금과 특수고용소득의 긴급 인상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등 모든 긴축정책의 즉각 폐기 △모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폐쇄·정리해고 공장에 대한 노동자 자주관리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에 대한 가격통제 △식료품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모든 기업의 몰수와 노동자통제 등과 같은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강령을 모든 모임과 집회에서 제기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의 명확한 전망을 내걸고 아래로부터 건설되는 자주적인 투쟁역량이 얼마나 강력하게 성장하는가, 그래서 이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노조관료들을 압박해 내고 나아가 압도해 내는가야말로 향후 투쟁의 전망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과 노동자의 반격 1월 17일, 밀레이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기조의 연설을 하고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는 “서방 세계가 집단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 잔인할 정도의 환경 보호 등 사회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에 사로잡혀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자유시장경제만이 기아와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핏대를 올렸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과 환대는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이 오늘날 세계 계급투쟁에서 갖는 의미를 함축해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칠레에서 1973년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는 칠레를 세계 최초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칠레에서 실현가능성이 입증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후 19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본격화했고, 199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얼핏 보기에,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200%가 넘어가는 ‘예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나온 ‘예외적인’ 정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오늘날 세계경제 전반이 통제 불가능한 금융대공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서 먼저 불거져 나온 전조증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레이의 언행은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오늘날 그 못지않게 기괴하고 극단적인 극우인사들이 줄줄이 집권하는 상황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같은 자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밀레이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인도의 모디, 이탈리아의 멜로니,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같은 자들도 그 실질적 면모에서는 그리 밀리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맹렬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 극우정권이 밀레이 정권만큼 극단적인 초긴축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을 침몰시켜 나간다면, 지금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를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일 수 있지 않을까? 지구를 덮치게 된 기후재난이 파키스탄의 홍수에서 그칠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휘감게 된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파탄과 극우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결코 아르헨티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선 아르헨티나 노동자계급의 투쟁 또한 그만큼 세계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2024-01-31 |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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