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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와 억압에 맞선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계속된다 _ 2023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 후기앉아서 전화만 받는다고? 콜센터 노동자는 편히 앉아서 전화응대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관리자의 감시와 통제,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업무 안내와 상담, 여러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의 핵심 업무와 서비스 상담을 맡는 콜센터 노동자의 수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상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지난 11월 1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2월부터 3차례 강도 높은 파업을 벌였고 같은 해 10월 정규직 채용 합의를 쟁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합의안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본부 광장에서 천막농성에 나섰고, 쟁의대책위원회 대표자 11명은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11월 8일, 오후 2시부터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사업장 고객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결의대회를 열었다.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본부 앞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노동자, 국세청 콜센터 노동자 등 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직접고용 정규직화! 생활임금 보장! 건강권 쟁취! 2023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울려 퍼진 주요 구호는 △실적 압박 중단! 콜센터 노동자 저임금구조 해결! △콜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폭언, 성희롱 문제, 감정노동 보호 대책 마련하라!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쉴 권리 보장하라! △콜센터 노동자 노조할 권리! 노동3권 보장하라!였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2024 3‧8 여성파업 11월 8일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활동가들이 여성파업을 알렸다.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윤석열 정권과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2024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해 파업을 조직하고자 한다. 조직위원회는 여성파업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고, 여성해방과 모든 노동자의 해방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2023년 11월 초 현재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에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노동당 여성위(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여성노동조합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대희(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오영주(녹색당원) △감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이영미(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열무(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정아(빵과장미,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류후남 등 총 20개 단체와 7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빵과장미의 할말많’ 현실을,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여성 노동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 11월 9일 저녁 7시 30분부터 ‘빵과장미의 할말많’이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주최로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빵과장미의 할말많’은 이번이 세 번째 시간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 콜센터 노동의 성격, 실태, 산재 현황을 살펴보는 순서, 자유토론 등으로 이어진다. 참가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많은 동지들의 참여를 바란다. 빵과장미의 할말많3: 콜센터노동 참여신청2023-11-09 | 조회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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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4 투쟁 넷째 날, 은수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넷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지회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은수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12년 6월 20일, 은수 씨가 국가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그 당시 콜 잘 받는다는 선배는 하루에 200콜도 넘게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은수 씨는 콜 수를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은 숫자를 올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20-30콜만 받았다. 관리자는 가끔 은수 씨를 불러서 콜 수를 높이라며 압박했지만, 은수 씨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다. 은수 씨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국민들의 건강보험을 최전선에서 책임진다는 자부심, 정확한 정보를 공들여 전달하는 상담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2019년 12월 21일, 노동조합 설립 총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전국의 동료가 모인 자리에서 깃발이 순서대로 들어오고 휘날리는 걸 보며 은수 씨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느껴지는 건 동료애였다. 각 센터의 관리자는 상담사들을 갈라치기했다. ‘다른 센터에 비해 우리 센터가 돈을 많이 준다’는 거짓말은 경인 1, 2, 3센터가 상담사들에게 서로 했던 거짓말이었다. 12개의 센터는 전국 순위를 서로 잘 받기 위해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 상대로 만들었다. 그러나 상담 노동자들은 힘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우린 동료가 되었고 동지가 되었다. 고객센터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다른 센터 상담사들에게 동료애를 느꼈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2023년 11월 4일,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총파업 투쟁 넷째 날이다. 경인지회 집행부는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농성장에서 나와서 적당한 곳을 찾았다. 둘러앉아 논의를 시작했다. 한참 회의 중인데 텔레그램이 울렸다. ‘조합원들 모두 모이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아, 뭔가 이상하다. 경찰 아니면 공단에서 들어오려고 하는구나’ 전속력으로 달렸다. 정확한 상황을 공유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다 같이 뛰었다. 도착했을 땐 이미 경찰과 조합원이 길게 서서 대치한 상태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경인지회 조합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함께 섰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은수 씨는 바로 깨달았다. ‘11월 8일 때문이야. 그날 결의대회를 한다니까 경찰들이 이러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경찰이 결의대회 날을 우려해서 차 벽을 세운다며 잔뜩 왔고 조합원 텐트에 손댔다고 했다. 은수 씨는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이 들었다. 어제 확대 간부만 남고 조합원들이 흩어지는 걸 보며 은수 씨는 걱정이 많았다. ‘조합원들이 갑자기 많이 빠지면 바로 밀고 들어오는 거 아냐?’ 밤새 걱정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싸우고 있는데 은수 씨 바로 뒤에서 조합원 한 명이 쓰러졌다. 긴장 가득한 상황 탓에 과호흡이 온 것이다. 급히 119에 전화했고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런데 경찰이 구급대원을 막아섰다. 조합원과 연대자는 경찰에게 빨리 비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경찰 뒤로 공단 직원들이 보였다. 웃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상황 자체가 기이했다. 구급대원을 막는 민중의 지팡이, 박수 치며 웃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원들. 심지어 ‘단식자 한 분이 이상하대요’라고 누군가 말하는 게 들렸다. 순간 경인지회장, 부지회장의 얼굴이 떠오르며 머리가 핑 돌았다. 당황스럽고 겁이 났다.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악을 쓰며 비키라고, 구급대원이 들어오게 하라고, 쓰러진 사람이 나갈 수 있게 하라며 싸웠다. 은수 씨도 함께였다. 한 경찰은 껌을 씹으며 그런 조합원들을 비웃었다. 경찰서장이라고 밝힌 사람은 딴소리만 했다. 겨우 구급대원이 들어오고 쓰러진 두 사람을 데려갔다. 몸에 이상이 생긴 단식자는 부산지회장이었다. 얼굴색과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걱정스러웠다. 경찰과의 마찰이 끝나고 이은영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아무한테도 빌어서 이길 생각 없습니다. 그 누구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승리하겠습니다’는 말이 들렸다. 다들 잠시 쉬라고 해서 흩어지는데 눈물이 났다. 펑펑 울었다. 자책감이 너무 심했다. 경인지회 농성 담당 기간이라 돌아간 경인 조합원은 딱히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원주에 온 인원 자체가 적은 거 같았다. ‘투쟁 준비할 때 내가 조합원들을 더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 인원이 더 많이 왔으면 경찰이 이러지 못했을 텐데.’ 내 잘못 같았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누구에게, 왜 미안한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휘몰아치는 시간이 끝난 후, 은수 씨는 경인지회 텔레그램 방에 연락을 돌렸다. 상황을 공유하고 강한 말투로 원주로 와달라고 했다. 어떤 조합원은 당장 출발했고 어떤 조합원은 밤에 출발해서 온다고 했다. 또 어떤 조합원은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정대로 월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은수 씨는 지금 솔직히, 조합원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우리 일인데, 함께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원망스러운 마음도 조금은 있다. 은수 씨는 투쟁 넷째 날인 오늘을 ‘자책의 날’이라고 정리했다. 오늘 많이 자책했고 많이 욱했다. 은수 씨는 함께하는 최선의 투쟁을 하고 싶다.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만약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 조합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은수 씨는 최선을 다하는 투쟁을 다함께 하고 싶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넷째 날, 약간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진 약간은 혼란스러운 날이다.2023-11-05 | 조회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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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3 투쟁 셋째 날, 보라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셋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소속기관 전환보다 더 큰 꿈을 갖고 원주에 왔다는 심보라 조합원의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2014년 12월 23일, 보라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보라 씨는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인종, 국경, 나이, 성별이 다 없고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세상을 바랐다. 어릴 적 보았던 동화책이 영향을 준 건지 그 꿈을 항상 갖고 살았다. 보라 씨의 아이는 몸이 아팠다. 다른 아이들은 같은 병을 갖고 있어도 크면서 저절로 나아진다는데 보라 씨의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계속 몸이 불편하고 큰 병원에 다녀야 했다. 보라 씨는 아이를 돌보고 함께 있는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우면서 빨간 날엔 쉬는 직장을 가져야 했다. 그게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였다. 보라 씨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한 콜당 1분 30초 안에 상담을 끝내야 했다. 그 당시엔 지금보다 더 많은 콜을 받도록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보라 씨는 하루에 240콜도 받은 적 있다. 관리자는 1시간 점심시간 중 30분만 밥 먹고 30분은 콜을 받으라고 당당히 말했다. 가끔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할 때면 보라 씨는 급히 연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미리 신청 안 해서 못 씁니다’, ‘지금 콜 많은데 꼭 가야 해요?’라며 보라 씨를 막았다. 그러나 보라 씨는 “저는 지금 가야 해서 갈 겁니다. 만약 연차 쓰는 게 절대 안 될 일이면 차라리 자르세요”라며 나갔다. 관리자는 보라 씨의 성격을 알게 된 후로 강하게 붙잡진 않았다. 그러나 보라 씨만 긴급한 상황에 처하는 건 아니었다. 가끔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관리자는 소위 말하는 ‘강약약강’이었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관리자는 더욱 강하게 붙잡았다. 보라 씨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12월, 노동조합 설립 총회가 열렸다. 육아휴직 기간이었지만 보라 씨도 참석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있었다. 설레고 벅찼다. 1997년, 서울 거리를 가득 메우던 노동자를 떠올렸다. 그즈음 대학생 집회에서 풍물패 일원으로 북을 쳤던 자신을 떠올렸다. 떠오른 기억은 보라 씨의 마음을 ‘툭’ 건드렸다. ‘와, 이 인원이면 못 할 게 없겠어’ 생각했다. 2021년 2월과 7월, 노동조합은 ‘직접고용 쟁취’를 구호로 걸고 원주로 향했다. 보라 씨는 ‘조합이 가면, 조합원은 당연히 가는 거지’라며 망설임 없이 함께했다. 보라 씨는 노동조합을 신뢰하고 믿는다. 노동조합이 생긴 후로 동료들이 점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관리자에게 대놓고 따지진 못할지라도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을 노동조합에 상의하는 수준까진 사람들이 변한 것이다. 2023년 11월도 ‘조합이 가면 조합원은 당연히 간다’는 생각으로 보라 씨는 원주행을 택했다. 투쟁 둘째 날, 조합원 토론 시간이 있었다. 보라 씨는 필요하면 자신이 삭발이라도 하겠다며 결의를 드러냈다. 사실 보라 씨가 이런 결의를 가질 수 있는 건 ‘소속기관 전환’이 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보라 씨는 투쟁이란 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꼭 전환해내고 싶지만, 만약 못 할지라도 이 투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만만치 않은 싸움을 한다면, 하청업체가 바뀌어도 노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단단한 조합이 될 것이다. 일단 노동조합이 굳건하기만 하면 언젠가 반드시 소속기관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라 씨에겐 이번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더 큰 목표다. 2023년 11월 3일, 투쟁 셋째 날이다. 보라 씨는 하루 종일 고민이 많았다. 저녁이면 확대간부만 남고 평조합원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흩어진다. 곧 다들 돌아올 거지만, 주말은 확대간부와 연대의 힘만으로 이곳을 지켜야 한다. 보라 씨는 더 높고 강한 수준의 투쟁을 하기 위해선 우선 이곳을 주말 동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컸다. 저녁 8시, 약 600명의 조합원이 버스에 올랐다. 보라 씨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는 조합원들이 미운 마음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아냐. 이런 생각하면 안 돼. 동지들도 사정이 있어서 가는 건데 마음 무거울 거야’라며 감정을 떨쳐냈다. 보라 씨는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사람들의 몫까지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또 다잡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가 와서 천막을 보수하고 비닐 작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다. 보라 씨에게 투쟁 셋째 날은 ‘마음을 더 다잡을 수 있었던 날’이다. 보라 씨는 어릴 적 꿈을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길 바란다. 그 꿈을 이루는 길에 소속기관 전환이 도움이 된다면 망설임 없이 강한 투쟁도 할 수 있다. 또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으로 가까이 가게 되었을 때, 다른 노동자에게 아낌없이 연대하고 싶다. 연대함으로써 그들도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하고 싶다. 보라 씨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해서 세상이 바뀐 거야’라며 약간은 우쭐하게 말해 보고 싶다.2023-11-04 | 조회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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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가자, 여성파업!”“역행하는 시대, 여성파업으로 돌파하자! 투쟁!” 지난 11월 1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 피켓과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한목소리로 외치는 힘찬 구호에 바삐 걷던 행인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본다. 그 고개 너머, 마이크를 붙든 발언자들의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진다.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 현장이다. 앞선 9월 초, 2024 여성파업 준비를 위한 초동모임이 꾸려졌다. 이후 10월 1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1차 모집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모인 조직위는 단체 20개, 개인 7명으로, 곧 2차 모집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1차 조직위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2024 여성파업이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지는 기념적인 날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은희 동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2024 여성파업 진행 경과 및 향후 계획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를 맡은 빵과장미 정서영 동지는 9월 초동모임 결성부터 10월 조직위 발족까지 경과를 보고한 후 향후 계획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11월부터 여성파업 참여노조 및 단체 워크샵과 ‘찾아가는 여성파업’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서영 동지는 “워크샵은 여성파업 참여 당사자로서 여성파업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며,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여성 다수 사업장의 노조 혹은 단체에 직접 찾아가서 여성파업을 설명하고 조직하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2월 6일에는 여성파업의 취지와 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여성파업 대토론회’가 열리며, 12월부터 2월까지는 여성 노동자가 직접 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픈마이크도 진행된다. 여러 조직사업을 디딤돌 삼아 2024년 3.8 여성의 날, 마침내 여성파업 본대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이다. 발표 후에는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오름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활동가는 현 정부의 고용평등상담실 일방적 폐지를 고발하며, 여성파업으로 함께 힘을 합치자고 외쳤다. 그는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비롯해 성폭력피해자·청소년·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2024년도 예산을 폐기 및 대폭 삭감했다”며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법인세·종부세 등 ‘부자 절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목을 죄며 우리 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공공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97년 외환위기 당시 여성차별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2000년 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여성임금, 2018년 미투 정국 직장 내 성희롱 고발 폭발적 증가 등의 여성노동 현실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이런 역할을 하는 상담실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부가 여성노동의 현실을 외면하고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고, 2024년 정부 예산 및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에 나선 정부에 여성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3.8 여성파업으로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원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올해 3월 8일 있었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소개하며 단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지부 조합원들과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 동지는 지난겨울 덕성여대에 있었다”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엔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로 모여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덕성여대 투쟁을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모였다. 성별화된 착취, 차별, 폭력을 이야기하고 맞서 싸우기 위해서다. 더 많은 동지,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내년 여성의 날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다. 덕성에서 함께 투쟁한 것처럼, 우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도 꼭 함께 싸우겠다”고 투쟁을 결의했다.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여성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수십 년간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며 KEC의 승급 성차별 사례를 고발했다. 그는 “나는 반도체 구미공단 KEC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부터 차별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급이 되지 않았다”라며 “KEC는 생산직 직급이 J1, J2, J3, S4, S5 순으로 직급이 높아지며, 그에 따라 임금도 높아진다. 여성은 입사의 직급이 J1부터 시작하며 남성은 J2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근속 30년이 되어도 승급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잘해도,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J3에서 멈춰 있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넣기 전인 2019년까지 수십 년간 S등급으로 승격이 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분노스러운 현실을 전했다. 이어서 “평균적으로 남성은 5년 정도면 승급되고, 여성들은 10년이 넘어도 승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도 크게 나게 된다. 연봉은 수천만 원 차이가 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에는 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에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임금에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렇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제는 우리 여성들이 일어나서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후세대도 우리같이 억울하게 차별받지 않고 조금이나마 평등한 나라에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 그는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행동 없이 어떤 것도 변화 없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 여성들 스스로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용기를 내어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4년 전 사회서비스원에 합격했던 요양보호사의 사례를 통해 돌봄노동의 열악한 처우 및 사회서비스원 축소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84%가 재가 노동자이고, 이들 대부분은 영세한 민간센터에 고용되어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시급제로 일하고 있어 매달 수입이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이용자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바로 해고자 신세가 된다. 그래서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나 성희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은 좀 달랐다. 완전월급제에 이용자가 자신을 해고한다고 실업자 신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서비스원 입사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그 꿈의 직장을 다니던 김춘심 님이 올해 6월 사실상 해고인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왜일까. 황정일 대표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월급을 받고, 병가도 자주 쓰고 있다며 예산을 142억 원 삭감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월급제가 아닌 기본급과 성과급제로 바꿔야 하고, 병가도 제한을 두겠다고 한다. 모든 게 역행이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를 만들고 지탱해온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이 파업으로 함께하길 바란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장애인활동지원사뿐 아니라 엄마·아내·딸의 이름으로 가족 안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면서, 노동에 대한 인정도 받지 못하고 감정노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할 장도 없이 혼자 골병드는 여성들 말이다. 노동을 하지만 노동이라고 존중받지 못하고, 파업권은커녕 최소한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여성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을 통해 가족과 사회와 세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여성들이 2024년 3월 8일 함께 노동을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며 발언을 마쳤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성대리기사가 겪는 성차별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여성대리기사들과 함께 대리기사업계 성차별을 어떻게 없앨까 고민하고 있다”며 “대리기사들은 여러 이유로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기사가 운전한다고 하면 바꾸길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 또는 노골적으로 대리운전 연결업체에서 ‘남성전용 콜’을 만들어 손님과 연결되는 것조차 막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여성들은 운전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갇힌 분들이 있다. 운전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다”며 “대리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라 건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남성전용 콜이 있으면 일거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에서의 성차별이다. 이렇듯 성차별은 여성의 노동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고정관념이 여성 노동권 침해의 원인이 됨을 말했다. 또한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성희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희롱을 예방하기보단 사전에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기사를 아예 안 쓰기도 한다. 이른바 펜스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얼마 전 여성대리기사모임에서 아이슬란드의 1975년 여성파업과 최근 다시 개최된 여성파업을 공부했다”며 “우리는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성평등을 요구하며 ‘24시간 파업’에 90%가 참여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여성들은 일터에 나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사·돌봄 노동도 거부하고 함께 거리에 모였다. 하루 동안 일하고 밥하고 아이 돌보는 걸 거부한 결과 여성의 임금 등 노동조건은 나아졌고, OECD국가 중 성평등이 1위인 나라가 되었다. 여성대리기사들 모두 열광하며 한국에도 그러한 여성파업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여성파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체제의 효과적인 노동착취를 위해 가부장제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많은 여성이 보고 겪었다. 상위 1%를 위한 자본주의적 체제는 가부장체제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어떤 방해와 공격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을 멈추고 함께 여성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멈춤으로써 이 체제가 누구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다. 함께 실천하겠다”고 발언을 맺었다. 마지막 발언을 맡은 학생사회주의자연대 이정현 동지는 사회주의자 학생의 관점으로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고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처음 자취 시작 후 느낀 청소의 곤란함을 이야기하면서 “이건 물론 가사노동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경험에서 느낀 바는 이제까지 저를 돌봐주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 같은 것보다 더욱 나아간다”며 “이것은 이제까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가정 내의 여성에게 사회의 한 기능을 전적으로 할당하고 은폐했다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나는 나 혼자서 더러운 집에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여성 임금노동자분들은 어떠한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은 통계적으로 더욱 많은 가사노동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 급여노동자와 여성 가사노동자의 역할을 나누고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했다. 남성 급여노동자의 노동량이 많아지는 데 비례해서 가사노동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되고,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장기적인 노동력 생산과 생활 수준을 보장할 의무를 여성들에게 전가했다”고 말하는 한편,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역할 분담마저 무너지고 여성에게는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두 가지 부담이 함께 씌워진다는 비판을 가했다. 그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여전히 여성의 모든 노동을 부정하기 위해 철저하게 결탁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임금노동을 일시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청소업 등의 분야를 비숙련 노동이라며 임금을 깎으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까지 무급으로 부과한다”며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노동은 자본주의적 논리를 통해 평가절하되어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여성을 다시 가정에 귀속시킨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서로가 서로에게 체제를 유지할 동력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다. 우리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모두에 맞서 착취의 결합을 깨트리고 각각을 깨부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함께 여성파업에 나서야 함을 외쳤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는 결의에 찬 단단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이 목소리에 대한 메아리가, 2024년 3월 8일, 광장을 가득 채운 여성들의 함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본다.2023-11-04 | 조회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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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질긴 우리가 끝내 승리한다! 세종호텔 투쟁승리 문화제11월 2일, 세종호텔 부당해고 행정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투쟁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세종호텔 정문 앞 인도로는 수많은 관광객이 지나가고, 차도에는 세종호텔 투숙객을 태운 셔틀버스가 정차합니다. 명동은 활기를 다시 찾았고 세종호텔도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익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경영악화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내쫒은 세종호텔은 이런 사실에도 아랑곳않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행정소송 결과가 어떻게 되든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습니다. 많은 복직투쟁이 기나긴 소송과 법적 다툼의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복직투쟁의 승패를 끝내 결정한 것은 투쟁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2일 문화제 역시 답답하고 편파적인 행정, 사법 절차에 기대는 대신, 투쟁을 통해 모두가 한날 한시에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서로의 의지를 노동조합과 연대단위가 함께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법과 제도는 여태껏 그것이 절실한 세종호텔 노동자가 아닌, 사학재단, 호텔, 유통업 등 온갖 분야의 기득권을 차지한 주명건의 손을 들어왔습니다. 지노위, 중노위의 외면, 중구청의 행정폭력을 견뎌온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이번 행정소송 이후로도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철회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 사진: 명숙, 김나혜, 최종현2023-11-03 |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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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기다릴만큼 기다렸고, 버틸만큼 버텼습니다" 단식에 나선 11명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쟁대위원들11월 1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원주 공단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공단이 쳐놓은 펜스를 뚫고 앞마당에 농성장을 차린 700여명의 조합원들은 총파업 결의대회를 힘차게 진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쟁대위원 11명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공단은 소속기관 전환시 NCS 시험을 치고, 선별전환하겠다며 해고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놔두고 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쟁대위원들은 단식에 돌입합니다. 자본의 갈라치기에 맞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단식투쟁에 나서는 동지들을 우리의 연대로 함께 지켜냅시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의 투쟁 승리를 위해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가열차게 투쟁하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보장하라! 자본의 현장통제 그만! 노동조건 개선하라! 해고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하자!2023-11-03 | 조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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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저희 아이에게 서사원 어린이집이 꼭 필요합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어린이집 운영중단을 철회하라!그동안 서사원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400명이 넘는 아동에 대해 돌봄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서사원은 송파든든어린이집을 민간에 넘기는 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어린이집도 민간에 넘기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10월 30일 파업 출정식에서 응암든든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학부모 오민주 님은, 서사원 어린이집 폐쇄로 발생한 돌봄공백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육교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보육교사들의 일터가 사라지는 일이고, 또한 아이들의 돌봄을 시장에 내맡겨 돌봄공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서사원 보육교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어린이집 운영중단 계획을 철회시켜, 돌봄공공성을 지키고자 서사원지부 돌봄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공공돌봄을 지키려는 서사원지부 노동자들과 학부모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겠습니다. 서사원은 어린이집 운영중단 계획을 철회하라! 서사원은 어린이집을 지속운영하라! 공공보육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관련기사 보기: [인터뷰] 공공돌봄 위해 7번째 파업 나서는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장2023-11-03 |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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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열사의 염원이다, 택시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 택시완전월급제 시행하라!"2023년 11월 2일(목) 오후 2시, 서울시청 동편광장에서 방영환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200여명 노동자들은 노동착취, 노조탄압으로 더이상 숨쉴 수 없도록 벼랑끝으로 몰아간 해성운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울시와 노동부를 향해 거친 분노를 거리가득 쏟아냈습니다.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가 택시 완전월급제 및 최저임금제 불이행에 항거해 분신하신 후 한 달이 지났고 안타깝게도 돌아가신지 26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자본과 정부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사는 주 40시간을 일하고도 100만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납금제 폐지, 완전월급제 시행으로 법을 지켜라!" "정당한 노조활동도 방해하며 욕설, 폭행으로 인격모독, 인권침해까지 일삼는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을 처벌해 달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수차례 해왔습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회사는 무시했고,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감독 직무를 유기했습니다. 노동청은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을 지키지 않은 회사를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총 책임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신한 기사가 소속된 회사는 법률적으로 위반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며 국정감사에서 망언까지 내뱉었습니다. 열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며 자본과 정부는 공범입니다. 방영환 열사 유족은 “장례를 치루지 못해 49제도 지낼 수 없어 편히, 온전히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아버지 한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 후 유족을 포함한 면담단이 서울고용노동청장 면담을 진행했지만, 의미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함께한 노동자들은 헛상여를 고용노동청으로 보내는 퍼포먼스를 실시했지만,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방해받고 무산되어 거센 항의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청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판정하고, 동훈그룹 택시사업장 관리감독을 실시해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열사의 유언을 이룰 수 있도록, 열사의 한을 풀기 위해, 더이상 노동자 짓누르고 억압하며 죽음으로 내모는 자본의 악질, 악덕 만행이 사라질 수 있게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택시지부는 저녁부터 서울고용노동남부지청 주차장에서 농성을 시작합니다. 많은 동지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 완전월급제 이행하라! #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하라! # 책임자를 처벌하라!2023-11-03 |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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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2 "내일의 투쟁을 위해 준비한 날" 투쟁 둘째 날, 경자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둘째 날은 서울3센터 소속이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가 처음 생길 때부터 함께한 이경자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23년 11월 2일, 경자 씨가 원주 투쟁 이틀 차를 맞이했다. 경자 씨는 내년 5월 27일이면 정년이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무려 1기로 입사한 상담사다. 경자 씨는 이번 투쟁을 앞두고 함께할지 솔직히 고민했다. ‘반년만 있으면 정년인데 굳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주변에선 ‘가만히 있다가 정년 맞으면 되는데 왜 돈 쓰고 체력 쓰고 시간 쓰냐’, ‘너는 또라X냐? 어차피 안 될 텐데 왜 정년 앞두고 그런 걸 하려고 해’라는 말이 쏟아졌다. 정말 그럴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후배들과 함께 원주행을 선택했다. 경자 씨는 올해로 18년차 상담사다. 그러나 중간에 하청업체가 두 번 바뀌면서 지금 업체는 경자 씨를 8년차 상담사라고 하고 있다. ‘내 10년을 누가 가져가버렸나’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은 자신이 일한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도록 하고 싶었다. 어제, 경자 씨는 차벽과 펜스를 보면서 ‘못 들어가겠네. 여기 길바닥에서 자야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 ‘밀어!’, ‘뛰어!’라고 소리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펜스에 붙었다. 경자 씨도 함께 펜스를 밀었다. 펜스를 넘어가면서 경자 씨는 희열을 느꼈다. 공단 건물 앞에 다같이 앉았을 땐 예전과 우리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예전엔 우왕좌왕하더니 이제 우리 실력이 늘었군’ 생각했다. 경자 씨는 밤에 천막과 1인용 텐트가 잔뜩 깔린 걸 보고 생각했다. ‘춥게 자는 사람은 없겠네. 이 정도면 5성급 호텔이다.’ 새벽 3시에 잠시 천막에서 나와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경자 씨가 새벽에 나와 찍은 농성장 사진 아침에 눈을 떴다. 오전 9시 30분, 경찰은 자진 해산하라며 경고 방송을 했다. 혼란스러웠다. 안 그래도 어제 잔뜩 와주었던 연대 동지들이 대부분 돌아간 터였다. 숫자가 다소 줄었는데 혹여나 경찰이나 공단 직원들이 밀고 들어올까봐 걱정이 됐다. 다소 허둥대고 있었는데, 김금영 지회장이 텔레그램을 보내주었다. ‘괜찮아요. 다들 동요하지 마세요.’ 경자 씨는 김금영 지회장을 믿는다. 지회장이 괜찮다고 하면 분명 괜찮을 거다. 경자 씨는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을 하면서는 ‘우리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앰프 소리는 작았고 구호를 외치는 우리는 약간 버벅이는 거 같았다. 오전에 다같이 텐트와 천막을 정비하고 청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자 씨는 청소를 하면서도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제 잘 뚫고 들어왔는데 왜 청소를 하지? 시간 아깝다. 차라리 이 시간에 행진을 하거나 삼보일배라도 하면 좋겠다.’ 다른 아쉬움도 있었다. 단식자들이 자꾸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선전전을 함께하는 거였다. ‘단식자들 왜 자꾸 돌아다녀? 식사도 안 하고 돌아다니다가 다치면 어떡해.’ 단식자들은 오전 10시 30분쯤 하얀색 몸자보를 맞춰 입었다. 굳은 마음으로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을 동지들이 안타까웠다. 경자 씨는 속으로 ‘어쩌면 나도 마지막 수단이 단식일 때, 단식까지 할 수 있으려나?’ 슬그머니 생각하기도 했다. 저녁 7시, 문화제를 했다.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경자 씨는 역시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공단 마당에 천막을 치고 즐거운 문화제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건 이미 2년 전에 했던 투쟁인 것이다. 공단도 겪었던 투쟁이다. 경자 씨는 공단이 겪어보지 못한 수준 높은 투쟁을 하고 싶다. 경자 씨는 더 크고 강한 투쟁을 원한다. 경자 씨에게 오늘의 투쟁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경자 씨는 후배들이 소속기관으로 전환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날을 기다리고 원한다. 그날을 만드는 선배이고 싶다. 경자 씨에게 오늘의 투쟁을 한 줄로 말해달라고 했다. 경자 씨는 ‘내일의 투쟁을 위해 준비한 날’이라고 했다. 경자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보통 간부나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강한 투쟁을 꺼릴 거라고 생각한다.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힘들어서 그만두려 할 거라고, 특히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면 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동자는 예상보다 강하고 단단하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둘째 날, 강하고 단단한 경자 씨를 만족시키기엔 다소 아쉬운 날이었다. =11월 1일 저녁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이경자 조합원2023-11-03 | 조회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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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1 "공단을 기선 제압한 투쟁이요" 투쟁 첫째 날, 소라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첫날은 서울2센터 소속이며 11년차 상담사인 신소라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23년 11월 1일, 소라 씨와 약 700여 명의 조합원이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 도착했다. 사진제공=신소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올해 8월쯤, 소라 씨는 또다시 투쟁이 시작될 거란 이야길 들었다. 조모임에서 조장 언니가 말해주었다. 소라 씨는 이전 투쟁을 모두 함께했기에,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투쟁에 들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돈 걱정’이었다. 파업은 무노동 무임금이기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는 시간이었다. 당장 카드값도 있을 테고 은행 이자도 내야 하는데 또 투쟁에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솔직히 ‘아, 이전 투쟁들은 다 했는데 이번만 좀 빠지면 안 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소라 씨는 이번에도 투쟁에 함께하기로 했다. 원래 소라 씨는 긍정적이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소라 씨는 이전 투쟁들이 작은 성과를 얻는 수준에서 그쳤을 때도 ‘이건 정말 어려운 거야. 한 번에 되는 게 신기한 거지’라며 긍정적으로 투쟁을 평가하곤 했다. 이번 투쟁도 마찬가지다.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은 소라 씨에게 약간 설레는 시간이었다. 침낭을 새로 사면서 여행가는 기분도 들었다. ‘기왕 하기로 결정한 거니까 즐기면서 가자.’ 오늘 원주행 버스를 타고 오면서 소라 씨는 긴장했다. ‘이번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했다. 공단의 태도는 어떨지, 정규직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들었다.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낮 12시, 펜스를 뚫고 700여 명이 다함께 공단 부지로 진입했다. 소라 씨는 팔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경찰이 진입을 막으려 하고 동지들은 그런 경찰을 막았다. 다같이 펜스를 밀어서 넘어뜨리고 진입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가니까 소라 씨도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러다 연행되는 거 아냐?’ 불안했지만 몸은 동지들과 함께였다. 첫 펜스를 넘은 후 두 번째 펜스가 있었다. 이번엔 경찰과 공단 직원의 숫자가 조금 더 많았다. 소라 씨는 앞에 나서진 못하고 뒤에서 쳐다보며 ‘어쩌지’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펜스가 뚫렸을 땐, 언니들과 함께 뛰어 들어갔다. 공단 정문 앞에 도착했고 모두 그 앞에 앉았다. 수백 명이 앉으니 떨리던 팔다리는 진정되었고 점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이렇게 넓었나?’ 올 때마다 공단이 펜스와 차 벽으로 막아놓아서 이 넓은 곳에 제대로 들어온 건 거의 처음이었다. ‘아니, 별것도 없는데 여기가 뭐라고 그동안 막았지?’ 생각했다. 곧 공단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왔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우릴 쳐다봤다. ‘얘네 하나도 안 변했네’ 싶으면서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땅, 내 땅 나눠서 땅따먹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지? 여기 공공기관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네 우리가 여자라서 펜스 못 넘을 줄 알았지? 우리 이 정도야’ 쿵쾅거리던 심장은 어디로 갔는지, 통쾌함이 느껴졌다. 오후 2시, 문화제가 시작됐다. 문화제의 발언과 공연은 좋았지만, 맨 마지막에 쟁의대책위원 11명이 단식한다는 선포는 당황스러웠다. ‘이번엔 삭발이나 단식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어’라는 김금영 지회장의 말을 스치듯이 들은 적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몇 명이나,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진 않았다. ‘11명이나 한다니, 우리 지회장도 함께라니’ 소라 씨는 지긋지긋한 서러움을 느꼈다. 오후 7시, 저녁 문화제가 이어졌다. 즐거웠다. 특별히 서럽지도, 통쾌하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오늘 하루가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 즐거웠다. 즐거운 투쟁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라 씨에게 ‘다른 건 다 생각하지 마시고요, 오늘 우리가 한 투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소라 씨는 ‘공단을 기선 제압한 투쟁이요’라고 정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첫째 날, 만족스러운 투쟁의 시작이다. =이은영 지부장을 포함한 11명의 쟁의대책위원들이 단식을 시작했다.2023-11-02 | 조회 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