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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기후정의" 슬로건을 걸고 파업에 나서야 합니다[편집자 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이 태안과 창원에서 열렸다. 올해 말 폐쇄되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59개의 발전소 중 28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걸고 정부와 원청자본에 맞선 기후정의파업에 나서자는 발전노조 서부본부 이재백 동지의 발언을 싣는다.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발전노조 서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재백입니다. 반갑습니다! 투쟁! 작년 330 충남노동자 행진에 이어서 1년 만에 이곳 태안에서 노동자시민대행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태안에서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오늘 오신 동지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합니다. 작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었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5년 내에 1년 정도는 2도씨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천호 박사가 ‘2도씨는 파국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말했는데, 그 위험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올 12월부터 태안화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폐쇄가 시작되지만, 대책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와 발전소 노동자 해고 문제는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자 문제를 포기한다고 해서 기후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후문제를 포기한다고 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실 둘은 공동의 목표, 공동의 상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입니다. 자본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후정책 때문에 기후위기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고 노동자 문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후정책과 노동자 대책의 키를 쥔 정부을 움직이지 않는 한, 기후위기도, 발전소 노동자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법을 알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공공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건설하고 발전소에서 해고되는 노동자를 고용하면 됩니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주도해야 합니다. 민간이 주도하면 건설도 더디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민간 자본은 이윤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도중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또 민간이 주도하면 최소한의 인력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것입니다. 공공이 주도해야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건설할 수 있고, 적정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뻔한 방법을 압니다.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이윤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노동자 민중이 투쟁해야 합니다. 2023년 3월에 독일에서 운수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습니다. 20만 운수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언론의 표현처럼 ‘모든 바퀴가 멈춘 파업’이었습니다. 이 파업은 기후파업으로 불렸습니다. 기후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 성공시킨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기후활동가들은 시민들과 노동자 지지모임을 만들고, 파업연대 서명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파업을 주저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설득해 파업에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내건 슬로건이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였습니다. 운수노동자의 처우가 매우 열악했고,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떠났습니다. 정부는 이를 핑계로 대중교통을 줄였고, 대신 고속도로를 열심히 건설했습니다. 당연히 개인 자가용 이용이 늘 수밖에 없었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를 심화했습니다.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운 독일노동자와 기후활동가들의 판단이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싸워야 합니다. 발전소 노동자들은 8월 경고파업 그리고 11월 파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노조간부가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여러 활동가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조직해야 힘 있는 파업, 정부정책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는 파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가꾸기에 불과하다“는 치코 멘데스의 말처럼, 자본과 노동자가 윈윈하는 기후운동은 없습니다. 자본의 탐욕을 꺾지 않으면 기후위기도 막지 못하고, 노동자 대량해고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힘차게 투쟁해서 기후위기 막고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 쟁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민중 하나되어 정의로운 전환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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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맹파업 40주년 역사기행]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정치적 연대파업, 그 현장속으로[카드뉴스] "구로동맹파업" 40주년 기념 역사기행 사회주의를향한전진 x 학생사회주의자연대 x 스튜디오R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정치적 연대파업, 지역노동자 연대파업 - 구로동맹파업이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연대와 파업은 물론 기본적 생존권 요구 투쟁마저 모두 불법이었던 시절이었지만, 노동자들은 개별 사업장의 경제적 요구를 뛰어넘어 정치적 요구를 걸고 싸웠습니다. 그 감동적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실제 참여했던 선배 노동자의 얘기도 직접 들어봅시다. 역사의 현장, 감동의 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연대 정신을 이야기 나눠 봅시다. 일시 : 2025년 6월 15일 오후 1시부터 신청요건 : 구로동맹파업에 관심 있는 누구나 신청링크: https://forms.gle/uEEfRLdFGpL43s1M7 문의 : 010-5028-0986 (유지원), 010-2449-7332 (이용덕), 010-6209-6953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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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은 사라지고 언어성폭력만 남은 대선, 젠더평등을 향한 투쟁에 노동자가 나서자!사진: 연합뉴스 젠더평등 세상, 광장의 요구는 어디에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맞은 조기 대선에서 우리는 다시 윤석열을 마주하고 있다. 광장 안팎에서 노동자 민중은 성평등한 사회를 열망했지만, 성평등 공약은 사라졌다. 심지어 이준석 후보는 5월 27일 TV토론회에서 모든 노동자 민중을 향해 언어 성폭력까지 자행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자본가정당 3곳의 지지율이 90%를 넘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권을 낳은 ‘중도보수’ 민주당의 지지율 45%, 윤석열 비상계엄을 옹호한 국민의힘과 극우 파시즘적 혐오선동을 거듭하는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도합 45%가 넘는다. 윤석열을 파면시킨 노동자 민중의 절규를 담은 정치를 찾을 수 없는 대선이다. 광장의 요구를 이어받아 사회대변혁을 주도하며 젠더1)차별에도 투쟁으로 맞서야 할 민주노총은, 자본가정당과 선조차 긋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민주당 지지 안건을 제출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산별, 가맹 노조가 자본가정당인 민주당 지지 입장을 밝히거나 정책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과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운동의 기본원칙을 송두리째 내팽개치는 퇴행이 벌어지고 있다. 1) 젠더 (Gender) : 생물학적인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지칭한다. 흔히 여성답다 (여리고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혹은 남성답다(강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고 하는 인식이 성별에 따른 신체적·유전학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체제 내에서 학습된 성 역할이 분리되어 고착된 사회 문화적 결과라는 점에서 제기된 용어로서 광범위하게 성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심화하는 위기에 놓인 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더 맹렬히 공격하며,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억압을 강화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자본가 정당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을 견지하고 싸우는 것은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유주의 세력의 허울뿐인 약속은 대중의 환멸을 낳고, 결과적으로 극우세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압도적 지지와 함께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결과가 윤석열 정권 탄생이라는 점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 그 민주당과 연대하는 민주노총이라는 현실 앞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광장의 결의, 젠더차별 없는 평등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나? 우리는 어떤 길을 어떻게 열 것인가? 사진: 민주노총 극심한 젠더 차별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열망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로 등장해 ‘비상계엄’으로 끝났다. 퇴진 광장에는 2030 여성과 성소수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힘차게 깃발을 펄럭였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며 차별의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증언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반도체특별법 폐기 투쟁 등에 앞장서며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향한 외침을 더욱 확대했다. 이런 투쟁의 토대는 한국 자본주의 그 자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노인빈곤률과 고령여성 빈곤률 모두 가장 높은 국가다.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생률은 가장 낮은 국가다. 성소수자 권리는 최하위권이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젠더 불평등과 노동자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그대로다. 그러나 조기 대선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암담하기만 하다. 여성, 성소수자, 성평등이 사라지고 언어성폭력까지 일어난 대선 조기 대선에서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젠더 불평등과 2030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민중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했다. 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여성 의제와 젠더평등을 공약으로 담지 않고 남성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입을 닫았다. 혐오선동으로 연명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 1호로 걸고,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공약을 내세워 청년 미조직 대중을 혐오정치로 규합하고 있다. 심지어 이준석 후보는 5월 27일 3차 TV토론 생방송에서 공개적 언어성폭력을 자행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대통령을 몰아냈더니 대통령 후보가 젠더갈등, 여성험오를 부추기다 못해 모든 노동자 민중을 향해 TV방송으로 언어성폭력을 가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국민의힘 인사 다수는 이를 두둔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자본가정당 후보들은 아무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지금은 어렵다’고 답변했고 김문수 후보는 TV조선 방송연설에서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취업특혜’라고 말했다. 이준석은 ‘전과자도 차별하면 안 되느냐’며 조롱하듯 차별금지법 반대입장을 밝혔다. 물론 어떤 전과는 다른 법률에 따라 취업제한 등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에서 별도 규율하지 않았음에도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차별금지법의 취지다. 이들은 대선에서 한국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평등 해소는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듯 언어성폭력까지 일으키며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지배계급은 노동착취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젠더 불평등을 해소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저항력을 약화하기 위해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분열공세를 강화할 뿐이다. 대선에서 젠더평등이 사라지기까지 박근혜 탄핵 뒤 치러진 19대 대선부터 흐름을 한번 돌아보자.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입을 모아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2) 성별 임금격차 해소, 여성 대표성 확대, 젠더폭력 방지, 일·생활 양립 등 성평등을 위한 정책 등 성평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2)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2017년 2월 16일), “제게 성평등은 체화된 부분이다. 집에서 '밥 줘'라는 말을 한 번도 못해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17년 4월 24일), “여성에 대한 모든 정책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에 충실하냐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2017년 4월 25일), “제 삶이 페미니스트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권리가 획기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2017년 2월 23일) 하지만 압도적 지지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선언과 달리, 쇠퇴기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늘어났으며(통계청: 2017년 32.9% → 2021년 36.3%),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자산 불평등 심화는 여성과 청년 등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은 껍데기뿐이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한국은 OECD 성별 임금격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연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은 7.2%로 역대 정부 중 뒤에서 두 번째였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7.4%보다 낮았다. 게다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박근혜 정부조차 시도하지 않은 조치로, 기본급 외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투쟁 자체를 무력화했다.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자리 상황판'을 요란하게 전시했지만, 자본 편에 선 문재인 정부는 여성에게건 남성에게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었다. 사진: 공무원노조 문재인 정부 하에서 늘어난 것은 여성 고위공무원, 공기업 여성 임원들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 10%, 여성 공공기관 임원 비율 20%를 달성한다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자 확대'를 내세웠고, 실제로 여성 대표자는 늘어났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착취자와 여성억압자를 만드는 것이 어떤 평등을 담보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비호하며 전 국가적 2차 가해를 자행하기도 했다. 켜켜이 쌓인 청년층의 분노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던 민주당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껍데기뿐인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로, 여성·소수자·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선동으로 이끌렸다. 무엇보다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의 분노를 체제에 대한 투쟁으로 이끌지 못했고, 기층의 분노는 윤석열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혐오정치를 앞세워 등장할 토대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광장의 주인으로 행세했다. 민주당 의존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이 이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광장은 내란 진압은 물론 ‘차별금지,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요구했지만,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 노동자운동은 내란 진압을 민주당과 헌재에 의탁한 채 위력적 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투쟁을 확대하지 못한 결과는 민주당의 ‘중도보수’ 선언이다. 민주당은 광장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진하고 있고, 우리는 여성과 성소수자가 지워진 대선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가정당과의 단절, 차별금지법 제정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유일하게 그동안 젠더차별을 없애기 위해 투쟁해온 이들과 광장의 목소리를 담아 자신을 ‘페미니스트 대통령 후보’라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성평등부서(현 여성가족부) 강화’, ‘낙태죄 대체입법과 임신중지권 보장’, ‘비동의 강간죄 도입’, ‘포괄적 성교육 도입’,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노동자를 포함한 지원 확대’ 등을 제기했다. 물론 의회주의로는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바꿀 수 없다. 작은 젠더평등 확대조치조차 노동자 민중의 투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그러나 그 투쟁의 시작이 자본가정당과의 단절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지향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며, 성평등 확대를 제기하는 권영국 후보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 투항은 젠더평등 포기와 같다 그러나 노동자운동 내 진보당 지지세력과 노사협조주의 세력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민주당이 자본가 살리기를 강조하고, 차별금지법조차 걷어찬 이 마당에도 말이다. 구조적 젠더차별,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지 않는 정치가 어떻게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을 외면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퀴어퍼레이드에 민주노총의 깃발을 휘날릴 것인가? 노동조합의 무지개 깃발은 그저 시늉이었던가? 민주당과 한편에 서서 확대되는 혐오정치에 맞설 수는 없다. 끝내 비상계엄을 통한 극우 파시즘체제 구축 시도로까지 이어진 혐오정치는, 여성의 유연근무제 확대나 육아휴직수당 인상과 같은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미봉책으로는 결코 청산되지 않는다. 초저출생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별 임금격차는 그 무력함을 이미 입증했다. 민주당 지지는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뿐만 아니라 젠더차별에 맞선 노동자투쟁을 포기하는 행위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여성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으로부터의 일탈이자, 광장의 열망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젠더평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동자 투쟁을 확대하자 우리는 수많은 여성과 성소수자, 미조직 노동자, 민중이 평등을 열망하고 있음을 목도했다. 5월 27일 한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발표한 여성노동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8%가 ‘성평등 노동 실현이 자신의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평등사회 실현’을 차기 정부에 요구하는 1순위 과제로 꼽았다. 28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들에게 계엄은 오래전에 도착한 현실이었다”며 성평등 노동실현 민주노총 5대 요구안3)을 발표했다. 3) '성평등 노동실현을 위한 5대 요구'는 ①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②성별임금격차 해소(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실질임금 인상 ③채용 성차별 근절 ④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 ⑤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등이다. 사진: 보건의료노조 자본가계급은 대선 이후 체제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더 노골적으로 전가하며 평등의 기반을 허물려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이에 대응하는 실천으로 희망의 길을 열어야 한다. 평등은 자본가계급과 맞서 싸우지 않고 진전될 수 없다. 사업장 울타리 안에 갇혀 노동자 정치세력화뿐 아니라 젠더 불평등에 무관심했던 과거를 딛고 노동자답게 싸우는 길로 가자. 혐오와 차별의 일소, 젠더 평등, 계급 단결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향해 나아가자. 가부장적 자본주의 안경을 벗고 젠더평등한 노동자의 관점으로 노동조합과 일터, 사회를 부단히 돌아보고 바꿔가자. 여성이 주로 일하는 직종의 저임금을 이대로 둘 것인지, 여성 노동자 차별에 맞선 싸움을 어떻게 모두의 투쟁으로 만들 것인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독당하며, 화장실과 탈의실조차 편히 사용할 수 없는 고통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 노동현장과 노동조합 내 가부장적·성차별적 언어나 문화를 어떻게 손볼지 토론하고 투쟁 과제로 끌어올리자. 최저임금, 노동기본권, 차별금지법, 공공돌봄, 임신중지권, 혼인평등 등 다양한 의제가 노동자운동의 과제다. 젠더차별 해소 투쟁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도 민주당에 대한 청원이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는 교육, 선전, 토론을 통해 현장 투쟁과 거리 투쟁을 결합하며 노동자의 힘을 발휘하자. 젠더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고통받는 모두가 노동자운동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계급투쟁의 길을 열자. 노동자가 페미니스트이며, 퀴어(성소수자)이자, 앨라이(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다! 젠더평등을 향한 노동자 투쟁, 차별금지법 쟁취를 위한 노동자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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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법 폐지' 외치는 대선, 오늘도 노동자는 일터에서 죽는다2025년 5월 15일, HD현대중공업이 HDC현대산업개발(주)에 발주한 사외방파제 헥사콘 설치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익사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인이 사망한 지 15일째인 5월 29일, 유족과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엄마, 나 절대 물에 안 들어가고. 텔레비전으로 보면 줄 잡아주고 하는 거, 엄마 봤지? 그거다." 이정제 노동자는 혹시라도 위험한 잠수일을 할까 걱정하던 모친을 안심시키던 현대산업개발 하청업체 ‘아진건설’ 소속 '잠수조공'이었다. 5월 15일, 회사는 잠수부가 아닌 그에게 전날 기상악화로 미뤄진 잠수작업을 지시했다. 테트라포드와 바지선을 연결하는 줄을 푸는 마지막 공정의 일이었다. 파도가 거세고 와류도 강했으나, 그는 잠수복만 입은 채 250톤급 바지선에서 내려 바다로 들어가야 했다. 어떠한 잠수장비도 없이, 마지막 숨을 들이쉬고 바다로 잠수했다. 그것이 이정제 노동자의 생애 마지막 숨이 되고 말았다. 현장에는 원청 안전관리자도, 작업지휘자도, 잠수부도, 감시인도 없었다. 관련 업무의 위험평가서 내용도, 바지선에 실린 잠수장비도, 잠수작업 시 2인1조 원칙도 없었다. 사측 관리자라면 이런 조건에서 바다로 잠수할 수 있었겠는가? 노동자를 죽여놓고도 현대산업개발과 아진건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청사는 처음에는 숨진 노동자를 탓하더니 이제는 동료 노동자 탓을 하고 있다. 아진건설 사장은 유족에게 ‘수심 1m도 안 된다’, ‘평소에 하던 일’이다, ‘밧줄은 밖에서 자르면 되는데 왜 바다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막말을 해대기도 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현대산업개발의 화환이 없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발주한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있다. 유족이 현대산업개발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자, 현중 경비대들이 유족과 빈소 주변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장면이 현대산업개발 원청 자본이 노동자를, 노동자의 생명을 대하는 모습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은 연락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현대라는 대기업 이름을 달고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자본은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사고 등 최근 5년간 18명의 노동자와 시민을 사망하게 만든 살인기업이다. 그런데도 작년에는 ‘한국의 경영대상’ ESG부문 대상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이 대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나? 자본이 자본에게 수여한 이 어처구니 없는 상은, 책임감도 죄책감도 없이 노동자를 죽인 것에 대한 치하인가?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유족은 현대산업개발과 아진건설에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아울러 '중대재해 처벌법 폐지'가 공공연히 외쳐지는 대선판을 규탄하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부산지방노동청에 HDC현대산업개발 법인과 정경구 사장, 아진건설 사장 등 5명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기자회견과 고발로 자본과 정부가 자행하는 살인을, 일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다단계 하청구조와 복잡다단한 생산의 그물망 속에서, 민주노조는 원청 자본의 책임을 요구하며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현장과 거리에서 더 힘차게 투쟁하자. 이정제 노동자를 죽게 만든 자본을 호되게 처벌하고, 노동자의 단결 투쟁으로 죽음의 외주화를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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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맞수는 이재명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함께 싸우는 청년학생이다이준석의 득세, 각종 캠퍼스에서의 학생운동 탄압, ‘탈정치화’까지 –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명백한 징조다 지난 27일 중계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를 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여성혐오적 발언이 사회적 화두에 올랐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함께 토론에 참가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선거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에게 특정한 성폭력 행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이런 얘기를 했다면 이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가”라 물어 장내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엄연히 언어 성폭력으로 진단될 수 있는 이 같은 발언에 온갖 문제제기가 뒤이었다. 이어 이준석 후보는 문제의 발언이 방송으로 송출된 지 거의 하루 만에 사과를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일까? 27일 당일 게시된 토론회 해당 부분 편집자료 중 가장 높은 조회수1)를 기록한 JTBC 영상2)을 보면, 댓글 여론은 각종 언론의 지적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 보고있는데<< 정작 아이들 등골 휘는 연금제도 만든 양당을 지지함”3), / “"우리 애들과 함께 보고있었는데...!!!" (연금과 세금,부동산 폭탄을 자녀에게 넘기며)”4), / “선택적 여성인권 잘 봤습니다”5), / “ㅡ확실히 낡은 기성세대가 물러나야겟다고 느낀게 범죄or희롱의 발얼을한사람(주: 발언을 한 사람)을 가해자 만드는게 아니라, 그말을 인용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어버림 더구나 우리 드럼통씨와 잉글랜드씨는 그에 답변을 못하셧죠? 더럽고 추악한말을 한사람은 누구인가 < 젊은세대포커스 어머 어떻게 대선토론에서 저런말을 할수가잇어<기성세대 포커스6)” 영상에 달린 약 15,000개 가량의 댓글 중 다수는 청년학생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며 이준석을 거의 기득권에 저항하는 청년 투사로 믿고 변호하고 있다. 물론 언어 성폭력에 대한 이들의 옹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극우 정서 이외에도 이들의 주장을 관통하는 궤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등골 휘는 연금제도”, “연금과 세금 폭탄”, “낡은 기성세대”, “선택적 여성인권”. 즉 기존 보수양당 정치의 폐단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다. 이를 부추기듯 다음 날 이준석은 자신의 노골적인 폭력 발언으로 인한 불편에 사과를 표한다면서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는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궤변을 끝내 덧붙였다. 이준석의 정치적 성장과 특히 청년 남성에 기반한 2030 청년층의 극우화는 그저 우연이 맞물린 결과일까? 더 살펴보자. 최근 또 다른 한 축에서 크게 논란이 된 것은 각종 대학에서 총학생회에 의해 행해진 학내 인권기구 및 자치단체 탄압이었다. 2025년 4월 6일 고려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는 학내 특기구에 대한 징계가 상정되었다. 내용은 문제적이라고 판단되는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에 대한 징계 상정의 건, 그리고 징계 수위를 통폐합으로 결정하는 건이었다. 안건 상정에 대한 근거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연대하는 것이 해당 기구의 의제 실현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여학생위원회가 왜 노동절 전야제의 공동주최를 맡느냐 등 비상식적이며 인권 탄압적인 질의에 기반하였으나 두 건 모두 전학대회 참석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이 부결되었고, 똑같은 달 10일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자교 생활도서관의 재인준이 부결되었다. 5월에는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이준석 후보 초청 강연에 대한 비판 대자보를 게재했다가 정경대 학생회에 의한 무차별적 비난에 노출되는 것도 모자라 전혀 연관 없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회의에서의 학소위 존폐 및 대체 기구 설립 필요성 논의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이 같은 학내 기구들에 대한 전면적 탄압은 각기 다른 대학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탄압을 가한 총학생회 내지는 학생 대표자 기구의 변명은 매번 똑같았다. “자치 기구의 과도한 정치 참여”7)가 문제이며, 이들은 “지나친 정치 이념을 견지하고 있는” 까닭에 “극단적인 워딩”8)을 사용하고, “외부 연대 활동”에 몰두하는 바람에 “학내 구성원을 위한 사업에 충실하지”9) 못하는 엄청난 문제를 자아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내 기구 탄압의 사례들의 시초가 모두 극우 정치의 선봉에 선 이준석 후보 초청 강연에 대한 비판(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노총과의 연대(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및 소수자인권위원회), 12·3 계엄 포고에 대한 ‘내란’ 표현의 직접적 표명(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도서관)이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공교롭게 느껴진다. 우리를 둘러싼 불안한, 그러나 명확한 징조를 하나하나 뜯어보아야 할 때다. 보수양당이 사실상 양당제를 유지하며 볼 대신 권력을 쥔 캐치볼 경기에 매진하는 동안 이준석은 극우 2030 청년학생층의 리더로 더욱 강력하게 성장해왔다. 이준석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들 - 일자리 부족, 연금제도의 몰락, 저출생, 전면적 불황 등을 기존 보수양당 정치의 문제로 지적하며 자신과 개혁신당을 그 대안으로 팔아치웠다. 약 2,119자에 불과한 개혁신당의 강령에서 자그마치 25번이나 등장하는 단어 ‘미래’의 존재로 익히 확인할 수 있듯. 이준석은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서 ‘청년’을 자처했으며 갈라치기식 정치에 기반한 언어로 하여금 그가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해 ‘기성세대’에 맞서고 있다고 신뢰하게 만들었다. 이준석의 전략 속에서 청년학생의 불안은 오직 더 신랄한 혐오를 통해서만 타개되었고, 청년학생의 공포는 그들 공포의 본질적 초래 원인을 거세하는 이준석의 편협한 사고관 속에서만 해석되었다. 계엄 포고 이후에도 운명의 파트너인 국민의힘을 버리지 못한 채 꾸준히 여야정협의를 추동하며 우유부단한 한계를 보여준 민주당의 이중성, 이른바 ‘우클릭’을 시도하며 주 52시간 노동유연화 및 반도체특별법 제정,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비동의간음죄 입법에 대한 의도적 침묵 등으로 당선 전부터 ‘소년공’이 아닌 ‘자본가’임을 확고히 한 이재명의 행보는 이러한 이준석의 날뜀에 투철한 발판을 제공할 뿐이었다. 이준석의 방식은 제대로 먹혀든 것처럼 보인다. 한국갤럽의 2025년 5월 20~22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이 거의 임박한 25년도 5월 4주차에 이준석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응답한 18~29세 응답자는 29%로 이재명 후보의 응답률인 31%와 고작 2% 차이를 보였다. 자신을 학생으로 분류한 응답자 가운데서는 이준석의 대통령 당선을 긍정하는 답이 자그마치 36%로 이재명 후보보다 14%나 앞섰다. 무당층이라 답한 응답자 가운데서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재명 후보와 단 1% 차이를 보이는 19%의 값을 도출했는데, 22대 총선 일주일 전 시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치적 무당층을 자임한 2030 청년이 무려 38%에 달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결과였다. 단순히 하늘에서 떨어진 난봉꾼 이준석의 문제인가? 아니다. 2030 청년학생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탓인가? 당연히 아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유독 이 세대에서만 고질적이며 불치병의 난제로 드러나는가? 장담하건대 아니다. 진짜 원인은 아무리 진보적인 얼굴을 가장해도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변혁으로 청년학생의 고통을 해소해줄 수 없는 보수양당의 이율배반적 본질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노후하면서 드러나는 온갖 고질적 문제를 금방이라도 해소해줄 것처럼 젊은 세대를 어르고 달래다가도 중요한 국면에서는 늘 배신해왔던 민주당과 국민의힘식 양당제가 종말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준석은 앞서 기술한 요인들을 착실히 섭취하고 자라난 중간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퇴진 이후 국면과 유사한 박근혜 퇴진 직후, 2017년에 치러진 19대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갤럽 조사상10)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을 향한 19~29세 응답자의 지지율은 거의 과반에 달하는 43%였다. 자신을 학생으로 분류한 응답자 가운데서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율은 가장 높은 27%에 달했다. 같은 조사상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가장 신뢰감이 가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변화와 쇄신을 가장 잘 실천할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29세 응답자들에게서 각각 36%, 26%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두 질문 모두 2위는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가 차지했다. 홍준표 전 국민의당 후보는 각 6%, 4%의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2017년만 하더라도 청년학생의 대부분은 촛불 정부를 자청한 민주당 정권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보여준 것은 자본가계급 정당의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본질적 무능이었다. 청년 실업률은 박근혜 정부 당시 최악을 기록했던 것보단 약간 나아졌을 뿐 전반적으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취임 약 7개월 차인 2017년 12월 16일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9.2%로 1년 전에 비해 상승했다. 더불어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 고용보조지표3은 21.4%에 달했다. 언론은 이를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백수’라는 뜻”으로 부연하기도 했다.11) 차별금지법 입법 검토 또한 사실상 유실되었고, 청년학생 성소수자의 존재는 부정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15일 제네바에서 열린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UPR)와 관련 토론을 통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제안한 성소수자 관련 22개 권고를 거부했다. 동일한 자리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거절된 권고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즉각적 입법과 낙태죄(임신중절을 불법화하는 법안)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다.12) ‘페미니스트 정부’라 불린 문재인이 안희정과 박원순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은 청년학생으로 하여금 이들의 성평등이 무엇인지 불신하게 만들었고, 2008년 이후 꾸준한 하락 경향을 보이던 소득분배 지표는 10년 만에 5.23배를 기록하며 역대급 빈익빈 부익부의 정세를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건설노조 공안탄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과 같이 최악의 행보를 거듭하며 “촛불 민주주의”,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듣기 좋은 수식은 종잇장처럼 무너졌다.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 없이 막 임기 첫해를 지난 2018년 4월 2주차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19~29세 응답자에게 75%라는 지지율을 획득한 문재인 정권이 퇴임을 1년 앞둔 21년도 5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세대의 응답자로 하여금 68%의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을 득했다는 점은 민주당 정권을 향한 청년학생 세대의 환희가 얼마나 큰 실망으로 뒤바뀌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따라서 뒤이은 정권인 윤석열 정부의 집권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기존 보수양당 정치의 서로를 향한 공허한 심판론에 청년학생층이 더 이상 환호하지 않으리라는 차가운 진실의 반영이었다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21대 대통령선거를 1주일 앞두고 진행된 MBC가 실행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후보가 11%라는 절대 낮지 않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제쳐 놓고 극한 정치적 대립과 편향을 조장하는 모든 정치적 언어와 이념, 행동들을 반대한다”는 개혁신당의 강령이 앞으로 우리 현실 속에서 무엇으로 재현될지를 공포스럽게 만든다. 단 하나는 확실해졌다. 만성화된 한국 자본주의, 나아가 세계 자본주의 쇠락이 자아낸 문제들에 청년학생들은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 더는 버틸 수 없는 고통에 그들은 이 모든 통증을 완화할 대답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불우하게도 만약 이준석과 같은 극우 정치인들이 그들에게 힘 있는 답을 먼저 제공한다면, 이 11%는 점차 늘어 다시 한번 우리 삶을 위협하는 파쇼의 형태로 재등장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역사의 장에서 청년학생을 비롯한 노동자민중이 맞이할 결말은 양자택일이다. 극우를 분쇄하거나, 과거 나치당과 파시스트당에서 그랬듯 분쇄되거나다. 이준석의 일취월장은 한국에서 역시 그러한 가능성이 단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환기한다. 퇴진 광장 속에서 왜 2030 청년학생들은 민주노총에 열광했는가 오늘날 2030 세대 사이에서 보수양당 정치는 과거에 가지고 있던 강력한 흡인력을 잃었다. 기득권 정치를 혁신할 새로운 주자로 등장한 이준석은 사회구조가 자아내는 고질적 문제들의 해결 방안으로 혐오와 갈라치기를 들이밀며 그 방안의 유효성과는 전혀 별개로 막대한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박근혜 퇴진 광장 내내 부르짖은 공정, 정의, 민주주의와 같은 단어가 정작 삶을 바꾸지 못한다고 여기게 된 2030세대의 청년들은 특히 남성 청년학생을 중심으로 빠르게 극우화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이준석을 보며 이주민 혐오,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로 자신의 이익을 사수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극우 청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막 새어 나오기 시작했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지금 대학교 과 잠바를 입은 ‘자유대학’ 청년학생들이 중국계 이민자 거리를 행진하며 이주민 노동자에게 테러를 가하는 나날에 살고 있고, 총학생회가 이준석 초청 강연과 간담회를 주도하며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학생 활동가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나날에 살고 있고, ‘탈정치화’된 동세대의 사이에서 심지어 계엄 포고에 대한 규탄 성명조차 특정 정당에의 반대나 지지를 표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나날에 살고 있다. 학생 대중을 대표하는 기구가 캠퍼스 내 진보적인 변화를 꾀하는 활동가들을 저지할 목적으로 학생운동이 ‘우리’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꺼내 드는 시대다. '과도한’ 좌파도 우파도 싫다는 탈정치적인 주장은 우익 논리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청년학생의 삶을 완전히 파괴하려 드는 내란세력에조차 제대로 저항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보수양당 간의 정권 교체나 경찰력의 무장 발동이 제2의 서부지법 폭동, 제2의 자유대학 이주민 테러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불가능해졌다.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의 전혀 반대편에 서기를 원하는 우익적 경향의 학생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연거푸 당선되는 인권 탄압적 학생 대표자의 존재는 지금 우리에게 객관적 현실이다. 그렇다면 캠퍼스 내 우경화를 촉진하는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만약 본질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들이 청년학생층의 극우화를 부추긴다면, 그것을 손 놓고 바라보는 방법밖에는 없을까? 대답은 지난 광장이 이미 보여주었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진정 권력에 맞서 싸울 수 있고 자본을 향해 강력한 저항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약간이나마 보여주었을 때 그 결과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값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퇴진 광장을 통해 민주노총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청년학생층에 다가섰다. 12월 3일 밤, 윤석열이 군용 헬기를 서울 상공에 띄우고 무장한 군부대와 경찰병력을 국회에 들이밀며 집결한 노동자와 민중을 위협할 때 국회 앞 농성장을 사수하고 있던 전국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의 노동자들의 존재부터 시작하며 돌아보자. “저항하라, 금속노조는 선봉에 선다”고 외친 금속노조의 성명은 이례적으로 엄청난 열광을 얻으며 SNS에서 전문이 공유된 여러 게시물마다 1만회 이상의 공유 수를 기록했다. 윤석열 탄핵에 도달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에서 내란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경찰과 맞서고, 경찰이 설치한 차벽이며 통제 라인에 맞서 길을 뚫어내는 노동자들은 광장에 나선 청년학생이 이전까지 살갗에 닿게 느끼지 못한 ‘자본과 권력에 맞선다’는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한 마디는 온갖 지면과 SNS 페이지를 통해 다시 인용되었다. 민주노총이 기획한 윤석열 퇴진 한강진 집회에는 추위를 불사하고 수많은 청년학생이 모였다. 자신을 20대, 30대의 누군가로 호명하는 자유발언이 밤새도록 줄을 이었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에서 모집한 ‘누구나지회’는 민주노조를 원하는 청년학생에 의해 전체 조합원 450여명의 규모로 늘어났다. 세종호텔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등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던 장기 투쟁 사업장에도 젊은 20-30대의 연대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생과는 얼핏 거리가 멀어 보이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투쟁에 어째서 연대하냐는 한 인터뷰 질문에 누군가는 “제가 혹여 정규직이 되더라도 하청노동자가, 비정규직이, 특수고용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면 제게도 안전하지 않은 환경일 것”13)이라며 연대활동에 나선 까닭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민주노조 운동의 본질에 청년학생들은 보수양당과는 다른, 민주노조만의 힘을 기대하며 속속들이 투쟁하는 노동자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몇 가지 사실을 증명하는데 가령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진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대안이 됐을 때, 그것을 아무리 미약하나마 증거로 내밀 수 있을 때 청년학생은 노동자계급 투쟁을 진지한 방향성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투철한 동맹군이 되리라는 점이다. 더욱 날카로운 캠퍼스에서의 활동으로 나아가자 현실적으로 캠퍼스 안팎의 청년학생들이 극우화되는 속도에 비해 저항이 조직되는 속도는 아직 느리다. 여러 가지 까닭이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만 오늘날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청년학생의 삶에 개입하지 못하는 원인도 있다. 내란세력과의 맞대결이라는 직접적 과제가 닥쳤을 때 조직 노동자 운동은 간신히 최소한의 역할을 해 냈지만, 나머지 과제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이나 기후정의 실현, 청년 실업 완화, 학벌주의 청산, 양극화 해소와 같이 청년학생이 진정 노동자계급 투쟁을 통해 자기 일상의 근본적 변혁을 기대할 수 있을법한 창구들에 지금의 민주노총은 과감하게 임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외려 그렇기에 더더욱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 전망에 기초한 계급 기반 노학연대의 재건이 시급하다. 21대 대선 방침 수립 논쟁에 부쳐 지금의 민주노총이 청년학생이 원하는 ‘대답’에 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건조한 현실로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이 계급투쟁의 잠재력에 대한 청년학생들의 신뢰마저 부정해야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왼손으로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을, 오른손으로는 캠퍼스 내의 학생 대중을 더욱 급진적이고 더욱 담대하게 연결할 학생운동이며 계급적 노학연대다. 혐오와 갈라치기의 목소리가 2030 청년의 천부적인 목소리가 아니듯 이준석의 정치도 ‘개혁’이 아니다. 이준석의 정치는 개혁을 참칭하며 자본주의 체제 아래 근원적 문제들로 몸살 앓는 청년학생의 고통을 자신에 대한 광신도적 지지로 뒤바꿔놓을, 그리곤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을 파시스트 정치인의 연극이다. 더 이상 ‘청년’이나 ‘학생’을 자칭하는 허위의 목소리에 넘어갈 필요는 없다. 당연히 언제까지나 최악 대신 차악을 택하라고 꼬드기는 민주당,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또 한 번의 계엄도 불사할 내란정당을 채택할 이유 역시 전무하다. 광장에서 우리가 맛본 미래는 노동자계급과 청년학생이 거리를 함께 행진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퇴진한 지금, 그 미래는 청년학생과 노동자민중의 단결로만 허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요구하는 청년학생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이자. 또 당면한 6월의 최저임금 투쟁에 △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 모든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 최저임금 대폭 인상 △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등의 구호로 연대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발전 노동자들의 투쟁이 기후위기를 저지하는 모든 노동자민중의 투쟁임을 피력하며 △ 기간산업 국유화 △ 총고용 보장되는 에너지 전환 등 이준석이 그토록 예찬하는 ‘미래세대’의 언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자. 더욱 예각화된 실천과 정치를 통해 고심하는 2030 동세대의 청년학생들에게는 노동자계급과의 연대투쟁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민주노총 안의 조직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들이 더욱 전투적인 계급투쟁으로 나설 때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함께할 청년학생층이 존재함을 보여주자. 닫히지 않을 광장이 노동자계급의 투쟁, 노동자계급과의 계급적 노학연대를 통해 마침내 모든 청년학생의 삶으로 퍼져나갈 수 있음을 말하자. ---- 1) (25년 5월 28일 20시 기준) 62만 3,329회 2) [현장영상] "젓가락을" 이준석 돌발 질문, 분위기 점점 싸해지더니.. #대선토론 / JTBC News, JTBC News, 25년 5월 27일 3) @Davea-iu6qy 4) @user-mb7mz8tr6g 5) @풍덕천불개미 6) @quard4012 7) 신하균 경희대학교 정경대 학생회장 발언 인용. “[뉴스] [보도] 사상 초유의 학생 자치 단체 간 갈등, 그 결말은?”, 변정현, 권효정 기자, 경희대학교 미디어센터, 2025년 5월 26일자. 8) “지나친 정치이념”~부터 ㄱ 한국외국어대학교 단과대 부학생회장, ㄴ 한국외국어대학교 단과대 학생회장 발언 인용. “‘내란수괴 윤석열’이 극단적 표현? 그래도 생활도서관은 계속된다”, 채윤태 기자, 한겨레21, 2025년 5월 3일자. 9) 고려대학교 제55대 총학생회 ‘바다’ 공식 입장 인용. “[단독] 설자리 잃은 대학 여성·소수자단체…고대 여학생위 재인준 부결”, 신윤하 기자, 뉴스1, 2025년 5월 7일자. 10)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257호 2017년 5월 1주(1~2일),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829 11) “[뉴스+] IMF 시절로 역주행하는 청년실업률…'혹독한 취업난'”, 이천종 기자, 세계일보, 2017년 12월 17일자. 12) “한국 정부는 낙태죄 폐지,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유엔 권고를 불수용했다”, 백승호 기자, 허프포스트, 2018년 3월 17일자. 13) “[고공농성 연대시민 인터뷰] 말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어”, 정소희 기자, 매일노동뉴스, 2025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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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지부 부경지회, 강력한 현장투쟁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막아내다!작업 거부 지난 5월 7일 한국마사회의 자회사인 ‘한국마사회시설관리’가 계약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수국나무 1만 주를 심으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1미터가 넘는 수국나무들을 굴삭기를 비롯한 전문 장비도 없이 심으라고 강요했다. 기존 업무 범위와 노동강도를 훨씬 뛰어넘는 일이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부경지회는 업무지시를 거부했다. 즉각적인 현장투쟁이었다. 온갖 협박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자, 회사는 “민형사상 책임이 따른다”고 협박했다. 회사는 계약직 15명 전 조합원에게 징계 협박 문서를 개별로 보냈다. 지회에도 징계 협박 공문을 보냈다. 원청인 한국마사회 관리자는 “수국이 죽으면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한국마사회지부는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에 질의를 보냈는데, 국토부는 수국 식재 사업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조경공사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 경우 등록된 조경사업장만이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 계약직 조합원들을 지켜내겠다! 법률적 판단은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이 가장 중요했다. 대부분 고령의 여성 노동자인 계약직 조합원들은 사측이 다시 계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다. 눈물을 흘리며 재계약 문제를 고민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지부나 지회 간부들도 처음에는 계약직 조합원 계약해지(해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지회는 현장을 믿었고, 중단없는 투쟁을 선택했다. 계약직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도 투쟁에 동참했다. 조경 담당 전체 조합원이 투쟁에 참여했다. 피켓팅을 시작했고 현수막을 부착했다. 마사회 부경지회 전체 노동자는 계약직이냐 상용직이냐를 떠나 하나로 단결했다. 동료가 계약해지를 당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마사회지부는 부경지회 투쟁을 위해 투쟁기금 1,000만원 지원과 마사회지부 전 지회 현수막 부착, 선전 활동을 결의했다. 노동자들의 힘에 놀란 사측은 5월 22일 작업 지시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다만, 뻔뻔하게도 이번 투쟁의 책임자를 징계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고, 만약 작업 지시를 재개하거나 징계를 자행한다면 투쟁을 확대할 것이다. 무늬만 정규직화, 자회사의 실상이 분명히 드러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으로 마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20년 마사회 자회사인 마사회시설관리 소속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임금과 노동조건은 용역·하청업체 시절 그대로다. 이번에도 한국마사회시설관리는 전문 공사업체를 쓰지 않고, 다시 말해 전문 인력과 전문 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시켜 아주 싼값에 식재 공사를 진행하려 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 했다. 마사회시설관리는 작년 6월 손톱 색깔과 귀걸이 길이, 머리 길이까지 통제하는 ‘표준응대메뉴얼’을 만들어 노동자를 통제했다. 이 매뉴얼은 노동자들의 항의와 지부의 대응으로 올 2월 폐기됐다. 과천지회에서는 근무평가제도를 이용해 지회장에게 근무평가 D등급을 내리는 탄압을 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저항에 부딪히고 나서야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공격의 배후에는 원청인 한국마사회가 있다. 원청은 자회사에게 쥐꼬리만큼의 시설 유지비만 던져주고, 모든 책임은 자회사에 떠넘겼다. 자회사는 용역 시절과 마찬가지로 인력 충원 없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급급하다. 노동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원청과의 투쟁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단결한 노동자들은 정의를 선택했고, 그들의 힘은 강하다. 이 투쟁을 바탕으로 마사회 노동자들이 더 멀리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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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원청과 국가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으로, 공공재생에너지와 총고용 보장 쟁취하자!"바로 지금, 자본주의에 맞선 기후정의 계급투쟁!" -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주최 사전집회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 자본주의가 만든 기후재난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돌아온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주로 남반구(글로벌 사우스)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과 위험으로 일터와 일상이 위협받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는 기후위기 그 자체를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비용 문제로 치부하며 비극을 가속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후위기를 빌미로 오직 이윤을 위한 산업전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책임과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이 대표적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5년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59개의 발전소 중 28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그렇게 수천 명의 노동자에게 ‘해고 통보’를 예고한 정부는, 고용보장 등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고용보장을 포괄한, 민영화와 외주화 저지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은 발전소의 중층적이고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 위험이 외주화되는 양상을 사회적으로 알려냈다. 자본과 국가는 이윤을 위해 다단계 고용구조를 만들었고, 원청 자본은 하청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되었다. 일터의 위험은 하청 노동자, 파견 노동자에게로 떠넘겨져 왔다. 불안정하고 위계화된 고용 형태는 발전소 폐쇄 국면을 맞아 더욱 극적으로 작동했다. 이미 폐쇄된 보령화력·호남화력·울산화력발전소 인력 재배치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전KPS와 1차 하청의 경우, 거의 타사업소로 재배치되었다. 그러나 2차 하청과 한전KPS 하청의 경우 재배치된 인원보다 계약해지된 인원이 더 많았다. 자회사 노동자들 역시 재배치와 더불어 정년퇴직과 계약해지가 이뤄졌는데, 퇴직과 해지는 모두 여성 청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1) 1) 전주희, 「발전소 폐쇄에 따른 차별적 고용위기의 실태와 문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 연구』, 사회공공연구원, 2022. 기후위기 시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고 한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과 물은 모두의 것’이라는 구호와는 정반대로,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자본을 위한 블루오션으로 왜곡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의 경우 초국적 금융자본과 국내외 대기업이 사업의 93%를 허가받은 상태다. 이 의미는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멈춘다는 것이다. 이윤을 위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안전하고 건강할 리도 없다. 재생에너지 사업자 다수가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 자영업자나 무급 가족종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모든’ 노동자가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재취업하더라도, 민간 자본이 장악한 재생에너지 산업 아래 다단계 고용구조가 유지된다면, 노동조건 하락과 고용 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가 산업전환 대응투쟁의 주체로서 민영화와 외주화를 저지해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석탄 화력은 멈춰도 노동자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이윤을 위해 안전도, 고용도, 책임도 내팽개치는 자본과 국가에 맞선 싸움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체제를 구축하자. 공공재생에너지 체제 아래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생산과 소유·분배 등 일련의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강제할 힘은, 단결한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만 나온다. 531 대행진을 시작으로, 진짜 사장 원청과 정부에 맞선 힘을 조직하자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노동자가 위험하게 일하다 아프거나 다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목도한다. 김용균의 죽음 앞에, 우리는 슬퍼하되 추모에만 그치지 말자고, 위험한 현장을 바꾸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자는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이 전국으로 퍼졌다. 그리고 발전소 폐쇄 국면, 발전소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관철해가는 주체가 되었다. 발전 노동자들과 기후정의운동은 2023년 4월 14일 세종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서, 2024년 3월 30일 태안 ‘충남 노동자 행진’에서, 5월 28~29일 부산 남부발전 하청노동자들인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파업투쟁에서 ‘총고용보장 · 정의로운 전환 · 공공재생에너지’를 함께 외쳤다. 그리고 올해 5월 31일,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 시민 대행진”(531대행진)을 조직하고 있다. 발전소 노동자와 더불어, 서울·인천·수원·대전·청주·천안아산·대구·부산·광주·강원 등의 지역에서 버스 참가단 역시 조직되고 있다. 531대행진 이후 발전노동자들은 8월 1차 경고 파업과 11월 2차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올해 9월 27일로 예정된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부각할 예정이다. 531대행진을 기점으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전산업 노동자들의 힘을 조직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계급투쟁이 에너지 전환의 상을 결정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돈벌이를 위해 지구도 파괴하고 노동자도 죽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발전산업을 비롯한 여러 기간산업에서 자본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산업설비를 국유화해야 한다. 다만, 노동자들의 실질적 통제가 전제될 때만, 해당 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는 계획적 생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산업통제 없는 국유화는, 단지 기업 경영권을 민간 자본가로부터 관료가 지배하는 국가 자본으로 양도하는 것에 불과하다.2) 에너지 전환은 현장 전문가인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힘에 기초한 전 민중적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낭비적 생산 분야는 폐지하면서 동시에 전기나 가스, 대중교통 등 필수재를 필요한 만큼 생산, 분배해야 한다. 2)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슈페이퍼 「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을 시작하자!」, 2024. 원청과 국가는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진짜 사장’이다. 그들은 그동안 민영화, 외주화로 누가 나의 사장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고, 다단계 고용구조 하단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들어왔다. 국가와 자본은 에너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비용을 민중에게 떠넘겨온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그렇기에 ‘정의로운 전환’ 투쟁의 대상은 정부와 원청이어야 한다.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은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적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 예정된 8월과 11월 파업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뾰족한 요구와 원칙을 선동하고, 함께 투쟁계획을 세우며 현장 안팎의 힘을 집결해 나가자. 민영화와 비정규직화가 아닌, 국유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기간산업에서 쟁취해 나가자. 기간산업은 자본의 블루오션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산업통제와 함께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의 거점이어야 한다. 2024년 330 충남노동자행진 531 대행진 참여버스 신청링크 https://bit.ly/531together 서울버스 참여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Hu9s-_fSX1qTSrs76GskX8y1xGNTahef-83tXlSPm8ph2xA/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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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을 만나다#1]‘경계에 애매하게 선 사람’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하는 사람, 진다를 만나다12.3 내란 이후,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는 많은 말벌동지들을 만났다.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많은 ‘말벌동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 노동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을까? 그 전에 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들은 왜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대오에 섰을까? 대선 시기에 들어서며, 광장에서 우리가 외쳤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중집에서 민주당 지지안건 통과를 시도했고, 이미 전현직 간부와 단위노조의 민주당 지지가 줄지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을 믿고 투쟁했던 말벌 동지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금도 고공투쟁중인 3개의 투쟁사업장을 비롯해 여러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고 있는 말벌동지들 중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필자가 첫 번째로 이야기를 나눈 ‘진다’ 동지와 처음 인연이 닿은 것은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부당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지혜복 동지가 다른 22명의 동지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강제연행된 2월 28일 이후였다. 그 뒤 3월 7일 윤석열 구속이 취소되었고, 옵티칼하이테크지회, 세종호텔지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A학교 공대위 등 단위들이 함께 광화문에 ‘투쟁사업장 농성장’을 차렸다. 진다 동지는 광화문 농성장에 매일 함께했다. 이후 대선시기 고공3주체 문제 즉각해결과 노동자의 요구를 확대하기 위한 ‘우리 삶을 바꾸는 노동자 공동행동’ 기획단에도 함께 참여하였고, 울산 이수기업의 2차 천막투쟁 때는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 함께 싸우기도 했다. 5월 16일, 세종호텔 농성장 인근에서 진다 동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5월 8일, 3개의 고공투쟁사업장이 함께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 진다 동지는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소식을 퍼나르기 위해 쉴 새 없이 휴대폰을 만지며 행진을 함께했다.) Q1. 12·3 내란사태 이전에도 사회의제나 활동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주로 어느 방면에서였나요? 집회에 참여해본 적이 있으셨나요? 혹은 아예 없으셨나요? 처음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나이가 어렸으면 이번이 처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박근혜 탄핵국면 때도 매주 집회 나왔어요. 그때 연극 뮤지컬 매니아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실 퀴어 정체성을 가지면 어떤 운동이랑 무관하게 살 수가 없어요. 지금도 문화제할 때도 문화제에 오는 모든 사람을 알진 못하잖아요. 예를 들어 A학교 공대위 집회할 때도 제 친구들이 자주 오는데 친구들은 되게 조용히 다녀요. 저 역시 그런 포지션으로 오래 있었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는. 연극 뮤지컬 쪽에서는 생각보다 요란하게 다녔어요. 그쪽이 판이 작아서도 있지만, 연극 뮤지컬계에 성폭력 가해자가 들어온다든지, 미투가 터진다든지 사건들이 많았으니까. 그럴 때 좀 더 목소리를 많이 내는 편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진 않았던 거 같아요. 조용하지만 계속 어딘가에 나오게 되는 이유가 뭐였어요? 열 받아서? 저는 얽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생각이 너무 많고, 겁도 많은데, 열 받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연극 뮤지컬 쪽에서 <모짜르트>라는 극으로 엠씨더맥스 이수가 복귀를 한다는 게 있었어요. 엠씨더맥스 이수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존스쿨(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육)을 받았거든요. 계속 방송에 못 나오는데 연극 뮤지컬은 좀 턱이 낮으니까 그쪽으로 넘어온다는 거죠. 그때 동네에 미성년자 감금 성매매 사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네에서 하교하는 학생들 지킨다고 ‘아버지회’도 만들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심각했던 사건이었다는 거죠. 이수가 얽혔던 사건도 미성년자 감금 성매매가 연관되어 있었는데, 버젓이 뮤지컬 쪽으로 복귀한다고 그러니까 열이 받아서 이수가 복귀하기 전까지의 기사를 쫙 다 정리해서 포스팅을 올렸고, 그게 엄청 리트윗을 탄 적이 있어요. 열 받으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불합리하다고 생각되고 열받는 일이 있으면 뭐라도 해야하는군요 ‘다 그러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다 그러진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래도 너무 많이는 얽히지 않으려 그래요. 지금 이렇게 얽혀버리고서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웃음). 왜냐하면 제가 감당 안 될 걸 아니까요. 감당 안 될 걸 아는데 너무 섣불리 뛰어드는 것도 좀 위험하다고 늘 생각해요. 그래서 선은 좀 지키려고 하죠. 근데 중간에서 얘길 듣다보면 선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고요. 12.3 내란 후 광장에는 언제 처음 나왔나요? 저 12.3 다음 날부터 나왔어요. 그 전에 이미 박근혜 탄핵국면을 경험했으니까 좀 더 쉽게 나왔죠.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고, 그냥 별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도 통과가 안 된 것도 있고, 여성문제도 통과 안 된 게 너무 많았었고, 해결이 안 된 게 너무 많았어요. 저는 퀴어랑 여성 쪽 집회에 조용하지만 꾸준히 다녔으니까 그건 알았죠. 처음에 저는 응원봉을 들었어요. 내란 다음 날, 누가 응원봉을 들고 나왔는데 그걸로 욕을 트위터 안에서 엄청 먹었어요. 지금은 응원봉 하면 박수받고 그러지만, 처음에는 안그랬어요. 팬들 사이에선 “왜 이 가수 상징에 정치색을 묻히냐”는 식의 얘기가 나왔죠. 팬이 아닌 사람들도 욕했어요. 아이돌 팬들은 욕을 그냥 많이 먹어요. 어린 여자아이들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욕을 많이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까지 달라붙어서 욕을 진짜 많이 먹고 있던 와중에, 제가 속한 팬덤의 익명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응원봉에 ‘파면’ 글자를 붙여서 나오면 좋겠다’ 라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리고 그날 제가 ‘백분토론’을 보다가 열 받아서 손으로 ‘파면’ 글자를 잘라서 응원봉에 붙이고 국회에 나갔죠. 근데 그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서, 이제 제가 욕을 먹는 신세가 됐죠.(웃음) (당시 진다 동지가 손수 제작한 응원봉) 그런데 반응이 약간 상반되긴 했어요. 욕을 왕창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다른 한편으론 응원봉에 ‘파면’이란 글자를 자기도 붙이고 나오고 싶은 분들도 있는 거예요. ‘한 사람이라도 더 붙이고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음 집회에는 여러 장을 뽑아서 응원봉 들고 있는 사람들한테 나눠준 적도 있었어요. 왜 응원봉을 들고 갔어요? 박근혜 탄핵정국 때도, 제 옆에는 응원봉 부대가 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박근혜 탄핵 때 여자들 안 나왔다고 누가 얘기하면 열받는다니까요.(웃음) 그 당시에는 연극, 뮤지컬 매니아로 나갔는데, 연극, 뮤지컬 매니아들은 깃발을 들고 나갔어요. 주로 레미제라블을 부르면서 연뮤덕 깃발 아래에 항상 있었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여자로 패싱되는 집단은 광장에 늘 있었죠. 물론 지금처럼 이렇게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늘 거기에 있었다는 걸 아니까 이번에도 응원봉 들고 나오는 게 당연했던 거죠. 박근혜 때는 내가 좋아했던 게 연극, 뮤지컬이었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게 아이돌이니까. ‘응원봉 들고 나간다고 문제가 되나’라고 생각했죠. 이후에 다행히 ‘탄핵’이란 글자를 붙이는 게 트렌드처럼 돼서 좋은 방향으로 간 거지, 앞에 얘기한 것처럼 초반에는 응원봉 들었다고 엄청 욕을 먹었어요. 저도 당사자니까, 트위터에 계속 인용으로 욕 먹고 있는 걸 실시간으로 자꾸 보게 되죠. 근데 욕 먹고 있으니까 더 악착같이 들고 나가게 되는 거죠. 그 이후 1월 한강진 투쟁 때는, “응원봉에 퀴어를 묻혔다” 해서 또 욕을 먹었어요. 당시에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에서 응원봉을 웹포스터에 썼는데요. 그에 대해 ‘퀴어를 묻히지 마라’는 식으로 얘기가 많이 돌았어요. 남태령 투쟁 이후 전농에서 무지개떡 돌린 것 가지고도 욕이 많이 올라왔었죠. 저에겐 지금 쓰는 진다라는 계정 외에 다른 계정이 하나 더 있는데, 그 계정을 그때 팠어요. 새 계정을 판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제 본 계정에는 올릴 수 없는 얘기지만, “화제가 됐던 그 응원봉 사진의 주인공이 나다. 그러니까 퀴어인 나다”라는 애기를 한 번쯤 하고 싶었거든요. 12월 21일 남태령에는 어떻게 가게 됐어요? 친구랑 그날 비상행동 집회 끝나고, 뒷풀이로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갔으니 당연히 트랙터가 넘어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뒷풀이를 갔었거든요. 그런데 트위터를 딱 켰는데, 여전히 트랙터가 막혀서 거기서 집회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랑 같이 남태령으로 갔죠. 막차까지 있을 생각이었는데 트랙터가 계속 빠지지 않으니까, 엄마한테 전화해서 “남태령인데 아침에 들어갈 것 같아”라 하고. 그날 운 좋게 담요부터 해서 짐을 진짜 바리바리 싸들고 갔어요. 제가 집회를 다니면서 어린이들에게 뭘 나눠주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요. ‘캐치티니핑 비타민c 영양제’가 한 줄에 천원씩 하거든요. 그걸 매번 큰 집회마다 5천원어치씩 사가지고 가서 나눠주곤 했어요. 그날도 광화문에서 나눠주려고 샀는데, 그날 따라 날이 추워 어린이들이 안 보여 티니핑 영양제가 많이 남았는데, 그걸 남태령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다녔어요. 그때는 발언이나 다른 걸 할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너무 추우니까 앉아서 계속 핫팩을 붙잡고, “이거 이상한 거 아닙니다. 어린이 영양제입니다”라며 사람들한테 티니핑만 나눠줬죠. 이전에는 여성과 퀴어 집회에 조용히 참여해왔다고 했잖아요. 근데 트랙터 상경투쟁은 농민들의 시위였잖아요. 그런데도 왜 가겠다고, 또 밤을 새서 있겠다고 생각을 한 건가요? 그런데 솔직히 얘기하면, 퀴어나 여성 의제도 제가 갔던 집회가 당장 제가 처한 어려움은 아니었어요. 제 정체성과 연관돼있으니 좀 더 관심을 가졌던 거지만요.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집회에도 갔지만, 그렇다고 제가 직접적인 불법촬영 폭력에 크게 노출된 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제가 퀴어로서 열 받아 하는 지점들은 보통 제 친구가 겪은 것이지 제가 직접적으로 겪은 건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집회에 나가는 거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나갔던 거라고 생각해요. 분류가 필요하니 여성과 퀴어 문제에 대한 집회에 나갔다고 했지만, 그거 말고도 큰 규모의 다른 집회도 나가곤 했었으니까요. 투쟁하는 노동자들하고 만난 건 언제가 처음이었어요? 12월인지 1월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겨울에 세종호텔 문화제 할 때요.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만 있다 왔어요. 그때 전병철 동지가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저도 카메라가 있으니까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어요. 보통 문화제에 온 사람은 많은데 사진은 많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올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날 집회 발언을 들으며,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느꼈어요. 그때만 해도 세종호텔 목요문화제에선 발언자가 다양했던 거 같아요. 세종호텔 집회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서 발언을 하는 분, 뭐 학생인 경우도 있고 어떤 뭐 다른 이슈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 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연대자들이 슬슬 오기 시작할 때였으니 발언이 더 다양했잖아요. (진다 동지가 처음 세종호텔 문화제에 참여해서 찍었던 사진) 그래서 지금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건, 연대자 발언이 많이 늘어나긴 했는데 연대자로서의 발언만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본인 얘기는 이미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연대자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가 되려 제 직업이나 이런 것들을 얘기하게 됐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세종호텔 문화제의 발언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적인 특성상 이야기를 모으는 습성도 있기 때문에 더 자주 가게 됐어요. 그러고 트위터에 제가 올린 글을 글우 동지가 보고 연락을 해가지고 자기 생일 파티를 거기서 하고 싶다는 거에요. 그러더니 고진수동지 고공에 올라가고 부터는 세종호텔에서 맨날 지내더라고요. (세종호텔 고진수 동지가 고공농성을 시작할 때 진다동지도 라이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Q2.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오고 난 후로 스스로 가장 변화했다고 느끼신 지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혹시 그것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정치적 입장과도 연관이 있다면, 조금만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사람을 정말 많이 알게 됐어요. 사실 이렇게까지 깊게 관여하지 않았으면, 지금 가볍게 와서, 가볍게 힘내라고 하고, 갔을 텐데. 어쩌다가 깊게 얽히게 됐고, 얽히다 보니까 외부 사람이 볼 때 답답한 부분을 마주하게 되니까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요. 저는 옛날에는 애매하게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온전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애매한 거리를 계속 유지를 할까. 그런데 요즘에는 그 애매하게 선 사람이 안으로 안 들어간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애매하게 서있는 사람들을 안으로 품지 못 한 게 문제가 아닌가? 우리의 동지라는 범위가, “이 사람이 왜 이만큼까지 안 오냐”가 아니라 “우리가 이만큼을 품어와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끔 해요.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이려면 바깥쪽으로 좀 더 얘기가 됐으면 좋겠는데, 막상 안에 들어왔을 때, 조직적인 결합도 너무너무 중요한데요. 그런데 내부적인 결합과 바깥쪽으로 얘기되는 것 두 개가 공존이 안 되는 느낌을 받을 때 좀 답답함을 느껴요. 그래서 바깥에도 사람들이 있다는 걸 계속 상기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깊게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친한 사람들이 당연히 더 잘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투쟁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은, 애매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 그 현장에 왔기 때문에 많이 모인 거잖아요. (고진수 동지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뒤) 비상행동 집회 끝나고 고진수 동지가 있는 데까지 행진해서 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매일 지금까지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비상행동 집회라는 자체가 애매하게 서 있는 사람들, 내가 이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몰라도, 연대하러 온 사람들까지 포함이 됐던거죠. 그 연대가 엄청 큰 영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이 투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침표가 찍어져야지 알겠지만, 그래도 마침표가 찍혔을 때 그 순간은 굉장히 인상 깊은 순간으로 남겠죠. 비상행동 집회가 끝나고 나서도 다 같이 와서 “고진수 힘내라”를 외쳤던 것, 애매한 사람들이 포용되는 순간이 저는 그때라고 생각해요. 질문이랑 좀 어긋나긴 하지만, 12월 2일 전에 나는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지금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때 되게 중요한 국면이라고 생각이 되고, 그래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됐어요. 운동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아니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하고...(웃음)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이만큼까지 얽혔는데, 나의 생업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예요. 모든 사람이 지금쯤은 그런 고민을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간 벌어놓은 자금이 약간이라도 있으니까 지금처럼 활동하는데,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바빠지면 이만큼 신경을 못 쓸 거고, 그럴 때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생각을 많이 해요. (2025년 3월 25일 전봉준투쟁단 2차 상경투쟁 때 진다 동지는 남태령에서 밤을 새며 자리를 지켰다. 노트북을 켜 일을 하며.) Q3. 윤석열 퇴진 광장 속에서도 대안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이끌리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서울에서 계속 스케줄이 있어서 거제에 내려가보진 못했어요. 거통고 동지들이 상경투쟁을 오고 나서 경비원들이 천막을 침탈하는 걸 라이브로 봤어요. 그 다음에 문화제를 했잖아요. 그때 갔었어요. 옵티칼은 조합원 동지들이 서울에 와서 오픈마이크로 발언을 하는 걸 자주 보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지혜복 선생님은, 2월 19일에 ‘서울시교육청 안에서 면담투쟁을 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라온 거예요. 그때 처음 갔어요. 그때 면담을 안 해준다고 해서, 며칠 동안 교육청 안에서 노숙하던 때였는데, 밤을 함께 보내지는 못하고 매일 막차를 타고 집에 갔어요. 그리고 희망텐트가 있던 2월 27일, 지혜복 선생님과 동지들이 연행되기 전날에, 몇몇 동지들 얼굴을 제가 아니까 다음 날 제가 도넛과 떡을 가져오겠다고 했어요. 그날 오전에 풀코스로 찾아서 교육청에 갈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근데 아침에 눈을 뜨니까 (사람들이 연행되면서) 난리나고, 저는 라이브 보고 있고. 그런데 주문한 떡이랑 도넛은 일단 찾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걸 찾아서 들고 종로경찰서 앞 기자회견을 갔어요. (지혜복, 이학수 즉각석방을 요구하며 3월 1일 성북경찰서 앞에 모였을 때도 진다 동지는 휴대폰 팻말을 들고 함께했다.) 그렇게 이 동지들을 처음 만나게 되셨군요. 네, 그런데 이 질문은 저한테 안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연초에 세월호 부스에 계속 있었고, 세월호 부스가 치워지기 전날까지 세월호 부스에서 계속 시간을 보냈거든요. 당시 다양한 부스를 방문하고 결합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노동자 이슈가 끼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자꾸 고공에 올라가니까 그러다 보니까...글우 동지도 갑자기 세종호텔 호랑이가 돼 있잖아요. 지혜복 선생님 문제도 노동자의 문제 하나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저는 2월에는 지혜복 선생님에게 연대하러 가는 횟수가 더 많았었어요. 그렇게 다양한 이슈에 결합을 했던 건데요. 지금은...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웃음) 사실 광화문의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농성장에 제가 오래 있어서 제가 노동자 이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여졌을 거 같은데요. 처음에 농성장이 차려지고 오픈마이크를 할 때는, 띄엄띄엄 다니곤 했어요. 그러다 평일 낮이나 이런 시간에 갈 때, 농성장이 비거나 운영상의 문제가 생기는 걸 마주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얘기를 안 하려다가, ‘이러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문제들을 얘기하다가, ‘그러면 평일 낮 시간은 내가 프리랜서니까 좀 커버를 같이는 쳐줄 수 있다. 메인으론 못 하지만’이라고 얘기를 드렸어요.. 그러다가 내부에 있는 문제들에 관여하게 되면서 오래 있게 되고… (진다동지는 거의 매일 광화문 투쟁사업장 농성장 테이블 앞을 지키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쉬지 않고 얘기를 건넸다.) 그런데 평일에 남는 시간에 다른 걸 할 수도 있잖아요. 왜 “평일에는 이 농성장에 있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거예요? 탄핵이 안 됐고 너무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어서.(*광화문 농성장은 윤석열 구속취소 후 차려졌다) 문제가 심각하게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거기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여러 서사 때문에 안면도 있었고, 당시에 제게 시간도 있었고. 이 정도의 시간을 쓰는 게 그렇게 부담은 아니었었으니까 하지 않았을까요? 엄청 커다란 이유를 갖고 하면 좋은데…나름 커다란 이유긴 했죠. ‘윤석열이 복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저는 이 농성장에 관심이 끊기지 않기를 바랐어요. 이야길 들으면서 이 문제들이 심각하다고 느꼈고요. 우리가 했던 오픈마이크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이진 않았잖아요. 근데 여기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일단은 그렇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한다고 내 일상이 엄청 크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니까. 농성장에서 평일 낮 시간에 내가 그 정도 시간을 쓴다고 해서 내 삶이 크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한 거 같아요. Q4. 결국 윤석열이 노동자민중의 이름으로 파면을 선고받았는데요. 윤석열 파면 광장도 일단락되며 퇴진 이후를 향해가는 사회대개혁의 광장이 새로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혹시 개인적으로 평가하시는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파면 이후 조직된 노동자 운동(민주노총)에 바라는 점 또는 조직된 운동(민주노총)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길이 있으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민주당에 대해서, 여의도에서는 이렇게까지 반감이 없었는데, 광장이 열리고 나서 제가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들이 있었어요. 제가 세월호 부스를 했잖아요. 세월호 부스는 민주당 의원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 곳이고. 민주여성 분들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오는 부스예요. 저는 그 안에 있었죠. 좀 괴리감이 있었어요. 비정규직 농성장에 오픈마이크를 들으러 앉아있는 나와, 세월호 부스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나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죠. 나에게 어떤 차이가 있다기보단,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차이가 생기는 게 좀 이상했어요. 나는 똑같은 사람이고,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둘 다 목소리를 내는데, 비정규직 농성장에 있는 나는 불만스러운 존재가 되고, 세월호 부스에 있는 나는 ‘세월호 부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제가 목소리가 워낙 크니까, ‘세월호 부스에서 서명받을 때 목소리 되게 크게 내던 사람’이라 하면 저인지 알거든요. 근데 그럴 땐 ‘좋은 일에 수고하는 사람’이 되고, 비정규직 농성장에서 제가 소리를 크게 지르면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저는 둘 다 똑같이 중요하고, 세월호 부스에서는 서명을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거고 비정규직 농성장에서는 선전물을 최대한 많이 나눠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것뿐인데.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한 생각이 좀 많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야5당이 사전 집회를 종종 크게 했잖아요. 그렇게까지 정당 목소리를 크게 들어줄 필요가 있었나. 개별 부스들이 많았는데, 그런 다양한 목소리들에게 무대를 주는 걸 사전집회로 하는 게 옳지 않았나란 생각도 있어요. 내란 이전에 민주당에 가졌던 생각과, 지금의 생각에 차이가 있어요?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었어서요. 먹고살다 보면 몇몇 이슈들 빼고는 잘 모를 때가 많아요. 그 전에도 민주당이 ‘나이브하게 군다’라는 생각은 있었지만요. 사실 민주당이랑 민주노총이랑 지금 같은 종류의 문제인 것 같은데, 너무 팬클럽화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되게 무섭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아이돌 좋아하고, 평생 어떤 동경의 대상이 있긴 했지만, 그 대상에 대한 비판이 없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저는 배우랑 알고 지낼 때도 배우가 아쉬운 것도 있으면 얘기하는 스타일이고. 근데 그런 비판이 더 활발하게 오가야 하는 집단이 정당이고, 민주노총인데. 민주당은 이번 내란으로 인해서 너무 팬클럽화 돼가고 있다고 봐요. 뭐, 국회 담을 넘었을 때 대단하긴 했죠. 쉽지는 않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너무 크게 우상화되면서 광장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팬클럽화가 단단하게 된 거 같아요. 그 결과가 이재명 대선 공약으로 나타났다고 보는데요. MBC에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겨서 저와 제 지인 분이 퀴어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MBC에서 이 내용이 크게 한번 보도된 적이 있는데, 그래서 대선공약에도 그런 게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민주당 대선 공약을 보면 굉장히 실망스럽죠. 그래서 좀 씁쓸해요. 공약이라는 건, 보통 안 지키잖아요. 사실 공약이란 건 ‘하는 척’만 해도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민주당이 ‘척’도 안 하는데, 과연 당선이 되고 나면 어떻게 될 거냐 라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반도체특별법 관련해 며칠 전에 토론회를 갔는데,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했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도표나 자료로 되게 설명을 잘해준 토론회였다고 생각했거든요. 민주당이 지금 밀고 있는 공약들이, 장밋빛 미래가 그려질 수 없는 미래를 끌어다가, ‘사람들이 어차피 잘 안 찾아볼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던져놓는 게 너무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 민주당에 대해 한마디만 더 하자면요. 광화문에 우리 농성장 진짜 눈에 잘 띄었잖아요. 지나칠 수가 없는 농성장이었어요. 그런데 그 농성장을 찾지 않고서, 민주당이 ‘연대시민’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싶어요. 솔직히 남태령에 있던 사람, 한강진에 있던 사람, 어디 있던 사람, 화제가 된 발언한 사람, 다 비정규직 농성장에 모였단 말이에요. 한강진에서 민주노총 트럭 올라가서 발언했던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고 자주 찾는 공간인데, 그런 공간에 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 자기 이익을 위해서 자꾸 ‘연대시민’을 호명하려 하니까 화가 나는 거죠. 민주노총에 대해서 아쉬웠던 건 없었나요?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님하고 간담회한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었는데요. 그때 가서 제가 불만을 많이 얘기했어요. 저는 당시 3개의 고공사업장 모두 인력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과연 이 문제를 민주노총이 지금 제대로 파악하면서 고공3사 문제를 메인으로 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좀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 벌어진 부당징계에 대해서 금속노조가 발언 안 하는 거에 매우 열받아 있었어요. 울산 이수기업 투쟁에 대해서도 불만을 얘기했어요. 천막설치 투쟁을 1차, 2차 했잖아요. (*진다 동지는 이수기업 2차 천막설치 투쟁에 함께 연대했다.) (구사대의 폭력만행이) 인터넷에도 쫙 퍼져서 제 친구들, 또 유흥희 동지한테도 괜찮냐고 따로 연락이 오기도 했고요. 당장 울산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연락을 했어요. 그런데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구사대의 폭력 사실을 몰랐냐는 거예요. 알았겠지. 알았으면, 구사대가 계속 깔려 있는 게 보이면 왔었어야죠.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면 왔었어야죠. 같이 대처를 했었어야죠. 그래야 자정에 그 난리를 안 피웠겠죠.(*2차 천막 설치 투쟁을 하고 난 뒤인 4월 19일 자정에 이수기업 퇴근선전전을 하려고 하자 구사대가 현수막을 침탈해가며 다시 한 번 폭력을 저질러 2명의 동지가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근데 안 온 거잖아요. 저는 금속노조 내부 사정이 뭔지는 모르겠고, 연대자로서 사람들이 버스를 조직해서 간 건데. 여기가 위험할 거 같아서 연대하러 간 사람들인데. 정규직 투쟁하는 데 가면 보호할 연대자고,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 가면 그냥 냅둬도 되는 연대자인가? 1차, 2차 천막설치투쟁 때 폭력사건이 계속 터지고, 라이브가 돌아가고, 이 상황을 모르지 않았는데도 방기하는 거, 정작 이렇게 내부에서 선을 그으면 그게 말이 되냐는 거죠. 그리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부당징계에 관해서, “금속노조는 왜 입장문을 안 내느냐”는 마음으로, 부당징계에 대한 연대서명을 받는 피켓을 노동절날 금속노조 대오 앞에서 들고 있었어요. 1열에서 “이걸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연대시민인) 내가 아니라 (조합원인) 여러분이다”라고 외쳤어요. 민주노조의 노동절 집회에서 이 사태가 이렇게 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말을 했죠. 뒷 대오에서는 많이들 QR코드를 찍어서 서명을 해줬어요. 그런데 1열에 있던 사람들은 다 금속노조 임원들이었다고요. 그 분들은 안 했거든요. 김진억 서울본부장님 만났을 때 그런 얘기들을 막 했죠. 그래도 김진억 본부장도 우리 희망텐트 할 때 반올림 동지들을 찾아와서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전삼노 사태에 대한 금속노조의 입장문이 나오긴 했는데 저는 너무 늦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5월 1일 노동절 대회에서 진다 동지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집행부는 부당징계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서명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이 사례를 보면, 민주노총이 내부적인 조직도 지금 안 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외부의 연대자는 팬클럽 같은 형식으로 끌고 온 걸로 보여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누구나지회 같은 시도는, 어떤 의미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노동자들에게 각각의 직업에 맞는 길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당연히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노동자가 연대자로만이 아니라, 앞으로 노동자로서 어떻게 길을 걸어갈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노조라는 곳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냥 들어올 수 있는 허들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실제로 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 또 진짜로 뭔가 도모할 때 잡아줄 수 있는 게 돼야 규모가 커지고 결집력이 있어지는 거지, 지금 같은 형태는 심하게 말하면 ‘광장이 열렸고, 이를 대표할 얼굴마담을 찾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어요. Q5. 최근 민주노총 중집에서의 대선방침 논의 이후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의 민주당과 정책협약 시도가 언론화되며 뜨거운 이슈가 되었는데요. 이 과정의 직전에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민주당 단일화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동지께서는 보수양당과 구분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잘 몰라요. 탄핵 초반에는 일단 민주당이 좀 더 잘 보이고, 민주당이 다음 선거 때 되겠거니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비상행동 같은 큰 행사가 아니라, 작은 곳에 있어 보니까 거기엔 민주당이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좀 더 열받았죠. 민주당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데. ‘비정규직 투쟁이나 지혜복 동지 투쟁 같은 현장에는 왜 민주당이 없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아니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이에요? (지혜복 동지 투쟁에서) 23명이 연행되고. 그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데, 한 명도 안 올 수가 있어요. 민주당이 프레임을 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윤석열과 이재명이 붙었을 때 표차이가 아주 조금 났는데, 그것 때문에 윤석열이 됐다.’(*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56%, 이재명 후보는 47.83%의 지지를 얻어 윤석열이 0.73%p 앞서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라는 프레임이요. 그런데, 저는 그 얘길 하고 싶어요. 민주당이 기독교계 표를 잃고 싶지 않아서 차별금지법 얘길 안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강진에 갔을 때 우리의 반대 쪽(내란옹호세력)에 있던 사람들이 동성애 반대를 외쳤죠. 우리 쪽에 있던 사람들이 동성에 반대를 외치지 않아요. 그러면 그들이 원하는 표는 어디에 있냐는 거예요. 이미 내란세력과 함께 있는 표인데, 그거를 신경 쓴다고 여기에 있는 수많은 (퀴어들의) 표를 뒤로 한다? 그거 되게 어리석은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정치하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좀 어리석다고 생각했어요. 아까 ‘지혜복 동지 투쟁에 왜 민주당 사람들이 한 명도 안 올까’ ‘의원들이 한 명도 안 올까, 이상하다’라고 얘기했잖아요. 제 입장에서 볼 때는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하게 느껴져요. 오히려 민주당이 그 투쟁에 온다면 ‘쟤가 여기 왜 왔지’ 싶고 이상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볼 때 민주당은 자기 권력을 잡기 위해서 움직이는 당이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당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노동자가 죽지 않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반도체 특별법 폐기하는’ 이런 목표 자체가 우리와 다른 당이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도 늘 안 하겠다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정말 어떤 압도적 민심 또는 투쟁으로 ‘이거를 안 하면 내가 권력에서 밀려나겠다’ 싶을 때라야 차별금지법 같은 걸 추진하는 거지, 절대 자기 가치에 따라 먼저 추구할 거라고 생각이 안 들어요. 그들은 우리와 다른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고, 우리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해야 된다, 그리고 그걸 못 하고 민주당에게 끌려다니는 만큼 우리 힘은 줄어드는 거다라고 생각해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하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민주당은 원래 그런 당이다’라는 걸 너무 전제로 깔면, 그 당이 그렇게 나이브하게 행동하는 데 힘을 실어준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동지들이랑 얘기할 때도 ‘그 당이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해요’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동의는 하지만, ‘그거 당연하지 않은 건데 걔네들이 나쁘게 행동을 해’라는 수사가 베이스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걔네는 원래 그런 애들이야”라고 해버리면, 민주당이 나쁘게 행동할 때 그냥 그게 다 이해가 돼버리는 거죠. 그 사람들은 원래 권력만 추구하는 집단이니까. 근데 저는 가끔은 그 안에서도 양심을 건드리면 나올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양심에 따라 민주당에서 나오는 방향도 있겠지만, 반대로 민주당 안에서 뭔가 얘기를 했을 때, 그 사람의 양심이 건드려져서 뭔가 옳은 것에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같은 경우에도 한국노총 소속이잖아요. 그런데 한기박 동지랑 다른 동지들이 잘못된 걸 바꿔보려고 노력을 했었던 거고, 그 안에서 민주노조를 외쳤었던 거고. 그런 것처럼 민주당이 잘못됐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얘네가 안 오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야”라기보다는, 그냥 안 오는 걸 계속 비판해야 되는 거죠. “너네가 지금 정치를 하겠다고 계속 나오는데, 왜 이 문제를 해결하러 안 오냐.” 저는 말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 눈치를 많이 보니까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는 당연히 필요하죠. 비판을 같이 갖고 가면서, 동시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되는 것도 맞고요. 그것이 사실 민주노동당으로 너무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다른 방향성의 정치세력화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국민의힘한테 ‘너네 이렇게 왜 안 해’라고 안 하잖아요. 저한테는 민주당도 똑같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건 맞죠. 하지만 민주당이 당선될 확률이 너무 높으니까 고민을 하는 거겠죠. 사실 안 될 확률이 높으면 이런 고민 안 할 텐데. 저는 민주당이 곧 권력을 잡을 텐데, 민주당하고 정확하게 각을 치고, 그들과 다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투쟁을 조직해야, 민주당이 당선 이후에 집행할 노동자에 대한 공격과 개악 정책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에게 ‘너네 그래도 좋은 애들이였잖아’라는 방식으로는 환상만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왜 민주당은 제대로 안 하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외부의 목소리가 잘 들렸으면 좋겠어요. Q6. 좋아요(웃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모두가 ‘사회대개혁’을 이야기해요. 윤석열 퇴진 이후를 그리는 상도 저마다 각기 조금씩은 다른 만큼, 그 디테일의 차이도 천차만별인데요.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을 말할 때, 동지께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 주세요. 이게 제일 어렵네요.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디즈니식 결말인데… 아무래도 당장에는 나의 이슈겠죠. 차별이 없는 세상이요. 차별이 없진 않아도, 차별이 없으려고 노력하는 세상. 누군가가 무언가에 문제가 있다고 했을 때, 그래서 피켓을 들고 서 있을 때,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요. 같이 서 있지는 못해도 적어도, 그게 매일 똑같은 풍경이어도 눈길을 한 번씩 줄 수 있는 세상이 사회대개혁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농성장이나 부스에 있으면서 느낀 건요. 우리가 변화를 외치면서도, 굉장히 무관심하구나. ‘(내가) 무관심했구나’도 있고 ‘(사람들이) 무관심하구나’도 있고요. (5월 14일, 지혜복 동지의 삭발식 날 진다 동지는 연대발언으로 함께했다.) Q7. 네,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동지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나 소감이 있다면, 남기지 말고 전부 들려 주세요. 남들이 봤을 때 되게 허황된 얘기들일 수 있잖아요. 저도 가끔 그렇게 느끼기는 하는데. 예를 들면 총파업이랄지. 광장에서 광야의 초인처럼 총파업을 외치긴 했죠.(웃음) 사실은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알아요. 저도 생업으로 글을 쓰다 보면, 어떤 점에서 타협을 하긴 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선도 있거든요. 타협하지 않아서 돈은 덜 벌고 시간은 더 씀에도 불구하고요. 신념적인 부분이잖아요. 전진을 보면, 뭔가 정답이 없는데 모여서 하고 있는 거 보면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좀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이상하지만 좋은 사람들. 여기까지 합시다. 좋은 사람들? 아니야 좋은 사람들은 판단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이상한 사람들로 할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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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사진: 한겨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깃발이 관료들의 발밑에서 무참히 짓이겨졌다. 자본가 정치와는 다른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노동자계급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됐다. 한국 노동자들도 일제 강점기부터 사회변혁을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고민했고, 자본가 지배계급의 정당과 다른 정당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자본가계급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숱한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지켜왔던 최소한의 뿌리마저 무참히 뽑으려 한다. 양경수 집행부는 4월 29일 ‘진보정당 및 진보정당과 연대 연합한 후보’ 지지 방침을 내세워 이재명 지지의 길을 열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사퇴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 진보정당 후보로 남게 됐다. 하지만, 5월 20일 중집에서는 권영국 후보 지지 결정도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6월 3일을 맞이하게 됐다. 이들의 심각한 죄악이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얼버무려진다면, 민주노총은 원칙도, 대의도, 규율도 없는 허깨비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 당장 중집 회의록을 낱낱이 공개하라! 양경수 집행부는 석고대죄하고 지금 당장 물러나라! 최악의 비겁함 민주노총 집행부가 ‘결론 없는 종결’, ‘지지 후보 없음’을 밀어붙인 이유는 권영국 후보에 대한 조직적 지지를 막고 실제로는 이재명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삼척동자도 진보정당과 연대 연합한 후보,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진보당이 굴욕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이재명이란 사실을 안다. 양경수 집행부는 비겁하게도 이재명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사퇴에 대한 반발로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몇몇 집행부가 사퇴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퇴 이유를 모르겠다’는 뻔뻔한 거짓말까지 늘어놓았다. 또한 이재명 지지는 2023년 9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당시 결정은 다음과 같다. “보수 양당체제 타파와 진보정치세력이 위력적인 대안 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한다. 보수 양당에는 당연히 민주당이 포함된다. 더구나 최근 이재명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헷갈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임기 3년에 불과한 집행부가, 대의원대회 하위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가 상위기구 결정을 뒤집을 권한이 있는가? 근본 경계선을 허물어 버리다! 이재명 지지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극우 보수세력뿐 아니라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과도 맞서며 고통 속에서도 지켜 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깃발을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시도다. 자본가 정치 대 노동자 정치라는 근본 경계선을 완전히 허물려는 시도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2024년 총선에서도 진보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반미 경력’을 내세우며 진보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 교체를 요구하자, 진보당은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역 차원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려고 했다. 진보정당의 ‘민주당 이중대’ 노선은 그 역사가 길다. 예를 들어 옛 민주노동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에 대한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반MB연대(반이명박 연대)를 추진했다. 정의당의 경우, 노동자 후보임을 내세웠던 여영국 후보조차 2019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몰두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조금도 폭로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자 운동을 민주당이라는 ‘자본가 정당’을 넘어 민주당 ‘자본가 정부’에까지 종속시키는 행위였다. 정의당 대표였던 이정미는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라고도 발언했다. 민주노동당과 그들의 뒤를 이은 몇몇 개량주의 정당은, 자본주의 체제와 정치 질서 안에서일지라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야권연대 노선을 줄기차게 고수하며, 노동자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갉아먹으며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순응을 선택했다. 선거 때 잠시 왼쪽을 바라보며 노동자에게 표를 구걸하곤 했지만, 그들의 민주당 추종 경향은 갈수록 강해졌다. 이제 노동자 정치의 퇴보는 진화를 거듭해 대선에서 자본가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라는 비극적 주장에까지 이르렀다. 자본가정당과 함께 내란세력 청산? 이재명은 윤석열 체포 이후 ”안타까운 일, 이제 민생과 경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퇴진 투쟁의 중요한 국면마다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졌고, 수시로 내란세력에게 기회를 줬다. 국민의힘과 함께 꾸린 여·야·정협의체가 대표적인 예다. 윤석을 퇴진 투쟁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세력은 노동자 민중이다. 착취와 억압, 차별과 소외에 짓눌려왔던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내란세력 척결과 함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변혁 요구를 간절히 외쳤다. “거통고 동지들이 서울에 온 지도 65일이 되었습니다. 우린 도대체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언제까지 반도체, 반도체가 그렇게 잘난 이 국가에서 반도체 때문에 죽는 노동자가 몇이나 더 나와야 우리는, 우리를 죽이는 위험 물질이 그게 도대체 뭔지라도 알 수 있게 되는 겁니까? 도대체 몇 명의 트랜스젠더가 더 죽어야 우리는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까? 도대체 몇 명의 발달장애인이 더 죽어야 감옥이 아닌 사회에서 살 수 있습니까?” - 3월 13일, 투쟁 3단위 공동주최 오픈 마이크에서 야생맘마먹음이보존협회(말벌 시민) 발언 일부 차별금지법 제정과 모든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도 거부하면서,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부자 감세 등으로 재벌과 가진 자들의 이익을 앞장세우는 민주당이 어떻게 광장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보수세력은 스스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극우 보수는 민주당 정부의 한계와 무능력으로부터 나오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그럼에도 노동자 운동이 거듭 추락한 민주당 정부와 공조한 결과는 무엇일까? 자본가 정치세력과 다른 왼쪽의 대안을 스스로 지움으로써, 민주당과 다른 대안을 찾는 대중을 극우 보수에 갖다 바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극우 준동의 뿌리는 쇠퇴하는 자본주의 자체다.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토해내는 실업과 불평등, 가난과 생활의 불안정성,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리며 대안을 찾고 있다. 절망적 상황에 놓인 수많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극우세력은 이런 정치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들은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어, 그들을 공격해야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이,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수호자인 민주당이 극우 준동의 토대를 없앨 수 있는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민주당 정부는 대중에게 쓰라린 환멸과 배신을 안겨 극우가 성장할 토대를 만들 뿐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하기 전까지는 극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자본가계급이 챙기는 이윤도 늘리면서 노동자계급의 고통도 완화하는 자본주의를 꿈꾼다. 노골적인 억압 대신, 사회적 합의나 타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들의 실체는 곧 폭로된다.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공격하지 않고 체제를 지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자본주의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자본가 정부가 쥔 위기 완화 수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격화하는 국제 경쟁, 과잉 생산과 이윤율 하락, 수요 부족이 모든 자본가 정부를 휘감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온건한 자본가 정부를 표방하다 노골적인 자본가 정부로 변모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재인은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의 힘을 의식하기라도 했다. 이재명은 윤석열을 탄핵한 응원봉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의 선언은 그런 뜻이다. 결국, 민주당을 통해서는 내란세력을 척결할 수도,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실현할 수도 없다. 유일한 길 우리는 민주노총 조합원 다수도 이재명에게 표를 던지려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자본주의 선거제도 자체가 대중의 눈과 귀를 거대 정당들에 고정시키고 있고, 노동자들의 열망을 실현할 다른 정치적 대안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열망은 노동자 정치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모아져야 한다. 느려 보이지만,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며 무엇보다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짓이겨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깃발을 다시 세우려면 지금까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봐왔듯 의회주의, 개량주의 정당은 노동자투쟁 및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 조직에 기반한 투쟁정당이 아니다. 이 당들은 현장에서 노동대중과 함께하며 노동자의식을 키우는 선전 선동활동과 과감한 실천활동 대신,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와 TV에서 이름을 알리며 인기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의회주의적 활동에 몰두해 왔다. 이 정당들은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모인 현장에 조직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조직의 기초를 지역구나 의회에 두었다. 지역구와 의회 활동 역시 민주당과의 연합 및 종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원들과 수많은 지지자는 단지 선거 때 표를 던지는 존재로 전락하곤 했다.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은 곁가지가 됐다. 노동조합과 노동자 운동 내에서 배신행위를 저지르는 정당 소속 관료들은, 당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거리낌 없이 활동한다. 진정 노동자들의 열망을 실현하려면 이런 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이윤 논리에 정면 도전하는 과감한 투쟁을 조직하는 당, 자본가계급에 확고히 맞서면서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철저히 관철해 나가는 진짜 노동자당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하고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가 떨쳐 일어서도록 조직하는 노동자당, 의회주의와 출세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선거와 의회를 철저히 노동자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혁명적 노동자당, 자본주의에 맞선 혁명적 강령에 근거해 노동자계급을 사회변혁으로 이끌 혁명적 노동자당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본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다. 다른 세상을 꿈꿔야만 한다. 다른 세상을 위한 진정한 도구를 찾아야 한다. 계급투쟁이 확장하고, 그 속에서 노동자의식과 자신감이 깨어날수록 진정한 노동자당 건설을 향한 노동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다.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잠재력은 빛났다. 이 잠재력은 적절한 때를 만나면 폭발할 것이다. 이 길을 가려면 가장 먼저 낡고 부패한 세력들, 계급투쟁을 감당할 수 없는 세력들과 단절해야 한다. 민주당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노동자 정치를 자본가 정당에 갖다 바치는 세력들과 단절해야 한다. 그들에게 어떠한 환상도 갖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양경수 집행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양경수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 자본가 정치와 노동자 정치의 근본 경계선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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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여성혐오 부추겨 온 극우 정치인의 무차별 언어성폭력, 이준석은 즉각 사퇴하라!5월 27일 밤, 6·3 대통령 선거 3차 TV 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공개적인 언어성폭력을 저질렀다. 성평등한 사회를 바라며 대선후보 토론 생방송을 지켜보았을 여성과 퀴어, 청소년, 아동을 비롯한 노동자민중은 이준석이 텔레비전에서 무작위 대중을 향해 퍼부은 무차별적 언어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비롯해 끔찍한 2차 피해를 입은 이들도 존재한다. 이는 극우적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에서 양산된 여성혐오적 언어를 전민중이 시청하는 공중파에서 퍼트린 반동적 폭력이다. 이번 대선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차별과 억압을 심화시킨 윤석열의 내란을 청년 여성과 퀴어들이 앞장 선 투쟁으로 심판하고서 이뤄지는 선거다. 이같은 대선에서 이 같이 끔찍한 언어성폭력이 자행됐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준석은 이것이 이재명 아들을 비판하는 의도라고 하나, 이는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여성혐오 정치인이, 여성 신체에 대한 끔찍한 폭력을 언어로 재현한 성폭력에 불과하다. 이준석에겐 여성에 대한 끔찍한 언어폭력을 공격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있었을 뿐, 공중파 대선토론에서 그러한 언어를 재현함으로 인해 피해받을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준석은 그동안 가장 앞장서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노동자 혐오를 부추키며 자본주의가 안긴 고통에 미래를 빼앗긴 청년들에게 극우 파시즘적 정서를 유포해왔다. 이준석은 20대 여성이 느끼는 성차별이 피해의식이라 말하며 허구적인 젠더갈등을 부채질했고,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을 맨 앞에서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전장연과 동덕여대의 정당한 투쟁을 서부지법 극우 폭력에 빗대며 비난한 인물이다. 이준석의 충격적인 언어성폭력에 대해 대중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우리는 이준석을 용인할 수 없다. 이제까지 이준석을 청년 정치인으로 용인해 온 자본가 정치가 이 참사를 만들었다. 이준석은 즉각 사퇴하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재발을 방지하라. 아울러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양산한 여성혐오 정치는 성평등을 향한 노동자민중의 단결된 계급투쟁을 통해서만 분쇄할 수 있다.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해 여성혐오 정치를 갈아엎자. 2025. 5. 28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