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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전환, 무엇을 요구하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2) - 자본을 위한 ‘산업’재편, 공장을 넘어 노동자 공동투쟁체제를 구축하자[편집자 주] 지난 5월 말 현대차 대의원대회에서는 ‘친환경차 배터리팩 및 PE 관련 부품 사내 전개’ 현장발의안이 의결되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자동차 안에서 만들자는 요구가 결정되자, 지역 부품사 노동자 다수가 해당 요구를 비판했다. 산업전환을 맞이하는 지금, 물량 확보를 둘러싼 노동계급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번 기사는 자동차산업 전환에 대한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대응 경과를 진단하고, 산업전환에 대한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올바른 요구와 대응방안은 무엇인가를 논한다. 2회차 기사는 주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대응 경과를 살핀다. 사진: 연합뉴스 해외공장을 우선 폐쇄하라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요구 2000년대 중반 현대차 자본의 세계화가 본격화되었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를 경유하며 공격적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고 해외공장을 증설했다. 자본은 해외투자 확대를 노사 심의·의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노조는 국내공장 고용 유지를 위해 해외공장 생산량을 규제하는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협약서를 맺어나갔다. 대표적 사례가 ‘해외공장 우선 폐쇄’ 단체협약 조항 신설이다. “회사는 세계 경제의 불황 등으로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어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의 우선 폐쇄를 원칙으로 한다.” 이는 그 실현 유무와 상관없이 노동자의 국제연대 정신과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항이다. 2010년 현대자동차 해외생산 비중은 51.1%에 달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이후에도 해외생산량은 늘어 2021년 기준 해외공장 생산량은 59.4%, 국내공장 생산량은 40.6%다. 해외생산 증가추세가 이어지자, 현대자동차지부는 2015년부터 단체협약에 ‘신차종 투입 시 국내공장 우선 투입’, ‘해외공장 신설과 증설, 신차종 투입 시 노사 심의·의결’ 조항을 개정·추가하기도 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사실 ‘해외공장 우선 폐쇄’를 명시한 단체협약 42조 8항은 거의 사문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되살아났다. 2018년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적용했고, 이 조치를 수입차 대상으로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하부영 집행부는 단체협약 42조 8항을 꺼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앨라배마공장이 우선 폐쇄될 수도 있다’라는 현대차지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현대자동차지부 성명에 불편한 심기를 담아 논평을 내자, 현대자동차지부는 ‘무역분쟁으로 앨라배마공장이 폐쇄되고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희생을 원치 않는다’라는 입장을 내면서 마무리되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바라볼 수 있으나, 이는 자본가들의 무역분쟁에 노동자들이 휩쓸릴 수 있음을 드러내는 전조였다. 2022년 전미자동차노조는 현대차 미국 부품 공급업체에서 발생한 아동착취 사건을 계기로 현대차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계기는 현대차의 아동착취이며 이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나, 그 근저에 있는 것이 무역분쟁임은 분명하다. 현대차지부와 전미자동차노조의 행보는 국가와 자본이 벌이는 분쟁에 노동자가 동원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2019년 현대자동차지부 선거에서는 이상수 후보가 ‘해외공장 유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해외공장 유턴’은 그 의미가 ‘해외공장 우선 폐쇄’와 같지는 않았다. 이는 물량이동 범위를 해외공장까지 확장하는 것을 뜻했다. 2021년 초에 이상수 집행부는 지부 소식지에 ‘쏘나타, 아반떼 국내공장 인소싱은 역사적 성과’라는 글을 실으며 ‘고용유지 방안은 해외공장 인소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수 집행부가 내세운 치적은 자본의 생산유연성 확대 계획에 복무한 것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울산 5공장 투싼 물량을 앨라배마공장으로 보내고, 덜 팔리는 쏘나타와 아반떼를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으로 가져오는 바꿔치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필자는 ‘실제로 해외공장 물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서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량 확보를 위해 ‘해외공장 인소싱’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대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의 모든 집행부는 매년 단체교섭에서 해외생산 규제를 요구한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지부의 행보는 금속노조의 산업전환 요구와 접근법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물량 분쟁은 단지 이역만리 노동자들과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응 축을 물량 확보로 잡는 순간, ‘생산량과 무관한 생존권 보장’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요구는 형해화된다. 현대자동차지부의 물량확보 경쟁은 해외공장 노동자와의 단결과 연대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내 각 공장의 물량확보 경쟁으로 이어져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분열을 심화한다. 현대차가 세운 무노조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에 대해 현대차지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다른 공장 생산을 노골적으로 막은 사례는 소위 ‘광주형 일자리’로 널리 알려진 광주글로벌모터스 사례다. 광주형일자리가 자동차산업 임금 하향평준화를 의도하고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은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의 취약한 고용·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수정되기는 했으나, 광주형일자리 투자협약 초안에는 ‘35만대 생산(약 5년)까지 임금·단체협약을 유보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2021년 신입사원 면접에서는 ‘노조가입 의사’, ‘노조활동 경력’, ‘파업 시 노조와 회사 중 어디에 설 것인지’를 묻는 등, 노골적인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다. 심지어 경사노위위원장 김문수가 “노조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천만원이 안 됩니다”라고 “감동 받을”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가 짓밟히는 공장이 광주글로벌모터스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광주 신설법인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노동조건 개선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2019년 3월 하부영 집행부는 현대자동차 자본과 ‘위탁생산 신설법인 관련 특별 고용안정 합의’를 맺었다. 요지는 ‘경차급 10만대 생산’, 그리고 ‘동일차종 양산금지’였다. 한마디로 ‘캐스퍼’ 같은 경차 이외의 물량은 광주 신설법인에 배정하지 말라는 요구, 그것도 10만대까지만 배정하라는 요구다.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신설법인 노동자 현대차지부로의 조직과 단체협약 동일적용 등 계급적 요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듯 하부영 집행부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을 그저 물량 확보를 둘러싼 경쟁자로 대했을 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에 속한 현대차 노동자들이, 같은 현대차 자본이 고용한 무노조사업장 노동자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혹여 자본이 이 공장에 많은 생산량을 배정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어 ‘물량’의 족쇄가 노동자를 옭아매는데 일조한 것이다. 이렇듯 현대자동차지부의 해외공장 생산 규제와 광주글로벌모터스 생산 규제 등 계속되는 물량확보 경쟁은, 이제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사이의 전기차 부품 확보 경쟁으로 표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2025 전략’ - 현대차지부가 무쟁의를 거듭할 때, 자본은 산업전환 전략을 관철했다 사실, 전기차가 소량 생산되던 시기에 현대자동차지부는 현대자동차에서 전기차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 산업전환을 좇아가기도 버거웠고 전기차 생산 전망도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전기차 생산과 핵심 부품 물량 확보가 쟁점으로 부상한 계기는 2019년 12월 ‘현대자동차 2025 전략’ 발표였다. 2025 전략에 의하면, 자본은 2025년까지 총 61조 1천억 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에 20조 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전기차 65만 대(기아차 포함 85만 대), 수소차 11만 대를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 5%, 세계 3위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총 3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원가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편으로 자본의 현장통제 강화, 다른 한편으로 정년퇴직인원 미충원과 촉탁비정규직 확대, 전기차 부품 외주생산, 조립공정 자동화와 공정축소, 서브라인 외주화, 원키트 부품공급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 2025 전략 중 즉, 현대차 자본은 전기차 생산 관련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었고 그 핵심은 두가지였다. 한편으로 핵심 부품을 현대모비스 등 비정규직 하청업체에서 생산해 단가를 낮추고, 다른 한편으로 무노조 위탁생산업체를 세우거나 한국노총 사업장에 물량을 배정해 노조에 방해받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25 전략에 따라 현대차 자본은 상시적 구조조정과 인원 축소로 나아갔다. 자본은 2021년 울산 1공장 아이오닉5 전기차 전용라인 협의에서 연료탱크 서열·피딩업무 외주화 및 범퍼 피딩업무 외주화를 관철했고, 울산 5공장 넥쏘 증량 협의에서는 범퍼 서브장 외주화를 관철했으며, 2022년 아산공장 아니오닉6 생산 협의에서는 엔진서브장, 프론트 서스펜션, ABS 외주화를 관철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무쟁의를 거듭하며 2025 전략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필요한 것은 부품사 노동자들을 포함한 전체 금속노동자들과의 연대체계를 구축하고 공동투쟁으로 자본의 전략에 대응하는 것이었으나, 현대차지부도 금속노조도 ‘공동결정법안’ 발의와 지역 노사정협의체제 참여 등 자본과의 합의주의 확대를 추구했을 뿐이다. 공동결정법안은 일견 자본의 경영권을 제어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본질은 기업의 발전과 물량에 근거한 고용유지 등 정반대 내용을 담고 있다. 아래 인터뷰는 2021년 금속노조가 발의한 ‘공동결정법’에 담긴 노사 합의주의를 그대로 드러낸다. “노조가 회사가 해야 할 일을 건드려야 한다. 자동차의 생산‧판매‧서비스까지 노사가 공동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좋지 않겠나. 이제 노조도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걸 하려면 우리 조합원들한테도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그 메시지가 바로 고용안정이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상수 지부장 인터뷰, <참여와 혁신>, 2020년 12월 12일) 전기차 물량 확보를 둘러싼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의 분열, 그 경과 산업재편 대응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노동자의 단결이다. 자본의 산업재편에 맞서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공동투쟁 태세를 구축하지 못한 결과, 노동자 사이에 물량 유치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배터리와 PE모듈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어떤 공장에서 생산할 것인가를 두고 자동차산업 노동자 사이 대립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이 양상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자. 2018~19년 7대 하부영 집행부는 현대자동차 자본의 2025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연구와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2019년 고용안정위원회 자문위원 활동 보고서’에는 전기차 신규 부품 인소싱 관련 “노조는 다음 모델부터 추진 고려. 회사는 부품업체 일자리의 내부화 반대(비용 증가 및 노사관계 부담)”로 정리돼 있다. 그리고 ‘부품 인소싱으로 부품사 일자리를 가져오는 것은 곤란함’이라는 의견이 달려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차에서 생산하자’는 요구가 아직 현대차지부 안에서 강력한 기조로 자리잡히지는 않은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차 내에서 생산하라’는 요구는 8대 이상수 집행부가 2020년 단체협약 별도 요구로 제기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런 요구가 등장한 배경은, 2020년 현대차 울산1공장 전기차 전용라인 공사 과정에서 PE모듈 생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동자 사이의 다툼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오닉5 PE모듈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를 두고 현대차 1공장 사업부와 울산현대모비스지회가 대립을 벌였다. 2020년 6월 초, 현대차 1공장 사업부 위원회는 아이오닉5 생산라인 공사와 관련해 △1공장 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일방적 외주화·자동화·모듈화 반대를 기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의장부 대의원회는 △현 모듈 유지, 신규모듈 사내유치 요구를 기조에 포함했다. 6월 3일에는 아이오닉5 모듈 관련 현대모비스 울산염포동공장을 실사했고, 염포동공장에서 PE모듈 생산이 확인되자 1공장 사업부위원회도 ‘PE 외주화 중단, PE모듈 사내 유치’를 요구했다. 당시 현대차 울산공장 현장조직 ‘현대차 공동행동’도 “전기차 전용라인 고용대책, 신규모듈 사내 조립이 답이다!”라며 ‘사내 모듈 쟁취’를 주장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전기차 전용라인 공사를 둘러싼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시기, 울산현대모비스지회가 ‘부품사 밥그릇을 빼앗는 귀족노조에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취지로 입장을 발행하며 ‘전기차 부품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물량 경쟁과 대립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 사이 물량 유치경쟁이 심화할 것임을 드러냈다. 그리고 2020년 7월, 현대자동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는 ‘전기차 전용플랫폼, 전기차 PE모듈, 전자장비 냉각모듈을 현대차에서 생산하라’는 요구와 함께 ‘향후 해외공장에서 추가 확대 생산계획이 있다면, 국내공장으로 돌려서 생산하라’는 요구가 현장발의로 통과됐다. 2020년 이상수 집행부부터 2023년 안현호 집행부까지,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차 내에서 만들라’는 요구는 날이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3년 단체협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배터리팩 및 PE모듈 관련 부품 사내 전개’ 별도요구가 결정되었고, 지역 부품사 노동자들의 비판과 우려가 높아졌다.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는 유인물을 통해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인소싱을 즉시 멈추라’라며 ‘전기차 서열 아이템·공정 인소싱 불가’를 주장했다.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산업 자본은 타국 자본가들과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이 다른 국가와 자본을 상대로 벌이는 산업전쟁에 노동자가 휘말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자본가들에게만 이롭다. 민주노조운동은 다른 나라 노동자와의 물량 경쟁을, 또한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 사이의 물량 경쟁을 거부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국내생산 축소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을 높일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그렇다고 “물량=고용, 물량=임금”이라는 자본의 논리 안에서 노동자끼리 경쟁한다면, 노동계급의 미래는 없다. 물량이 곧 고용이고 임금이라는 전제를 벗어나 계급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자. 물량이 곧 고용과 임금이라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자 자동차산업 노동자가 나아갈 길, 산업을 관통하는 공동투쟁체제 구축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이다 산업재편에 대응하는 노동자는 산업의 차원에서 사고해야 한다. 공장의 이해관계, 사업부의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본을 위한 산업재편에 균열을 내자. 공동투쟁체제를 구축하고, 산업재편을 계기로 장시간-저임금-비정규노동체제를 강화하려는 자본에 맞서 산업통제운동에 나서자. 금속노조와 자동차산업 조직노동자들은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자본과 정권을 상대로 계급적 요구를 걸고 총단결 총투쟁 전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금속노조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는 세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전기·수소차 전환과정에서 해고·폐업위기에 처하는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지키고자 함께 싸울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이 물량 유치경쟁을 멈추고 계급적으로 단결해야 한다. 셋째, 국제적으로 펼쳐지는 자본가들의 산업전쟁에 노동자 국제연대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이익, 자기 공장의 부분적 이익보다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앞세우자. 노동자 단결투쟁에 기초한 계급적 산업전환을 위해, 다음 요구를 제안한다 △ 자동차산업 노동자 공동투쟁체계 구축, 지역과 산업차원 노사정협의기구 참여중단 △ 자동차산업 노동자 물량 유치경쟁 중단 △ 자동차산업 37만 노동자 총고용 보장 △ 자동차산업 완성차와 부품사 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 자동차산업 노동시간 주 30시간으로의 단축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 해결 △ 자동차산업 국내노동자와 해외노동자의 국제연대 확대 생산물량 유치경쟁을 중단하고, 계급적 요구로 산업재편에 대응하자. 자본을 위한 산업재편에 맞서, 모든 자동차산업 노동자가 부서와 공장을 넘어 단결하자. 미래를 위해, 자동차산업 선진활동가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2023-07-01 | 조회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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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이 안 되면 힘으로 복직하겠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이하나 조합원의 이야기편집자 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일하다 해고된 3명의 노동자가 6개월 넘게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해고철회 투쟁을 하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이하나씨를 성공회대학교 학생인 이훈씨가 인터뷰했다. 2023년 6월 28일,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피켓팅을 하는 이하나씨를 만났다. 이하나씨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가 처음 문을 열던 날부터 약 3년간 일해온 상담노동자다. 그러나 작년 12월,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4명의 동료가 해고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애쓰다가 자신도 해고되었다. 이후 매일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피켓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하나씨가 어떻게 입사했고 어떤 일을 하다가 지금까지 왔는지를 인터뷰했다. 사진=전병철 2019년 9월, 하나씨가 용역업체를 통해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 입사했다. 당시 하나씨는 겁 많은 유기견을 입양했던 터라 낮에 같이 있어주기 위해 밤에 일하는 직장을 찾고 있었다. 운 좋게도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저축은행중앙회가 콜센터를 오픈하면서 상담노동자를 구했다. 주간, 오후, 심야로 팀이 나뉘어있었으니 심야에 지원하면 될 거 같았다. 심야조는 오후 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13시간의 장시간 노동이었으나, 하루를 일하면 이틀을 쉬는 3교대 근무였다. 이전에 하나씨는 카드사와 홈쇼핑의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가깝고, 강아지와 있는 시간도 확보하고, 해봤던 일이니 지원 안 할 이유가 없는 아주 좋은 직장이었다. 한국엔 총 79개의 저축은행이 있다. 저축은행마다 각자 고객센터가 있고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은행별 콜센터가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6시가 지나면 그들은 퇴근하고 모든 저축은행의 고객 전화는 모두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로 몰린다. 심야 시간임에도 은행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급한 사정이 있었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일도 있었지만 보이스피싱으로 수백만원부터 수억까지 송금한 사람들의 다급한 전화도 많았다. 상담사는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으면 우선 돈이 더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하고 돈을 받은 계좌는 정지시켜서 보이스피싱범이 해당 계좌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하나씨와 동료들은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그러나 업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상담 매뉴얼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고용된 상담사한테 모니터와 헤드폰 말곤 상담에 쓸 걸 준 게 없었다. 전화받는 도구를 줬으니 알아서 다 하라는 식이었다. 당시 ‘SB톡톡플러스’라는 은행 어플의 사용법을 묻는 것과 해당 어플에 오류가 생겼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달라는 문의가 가장 많았는데, 매뉴얼이 없는 상담사들은 ‘지금 어플에 문제가 생겨서 사용이 어려우니 조금 이따가 이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하나마나한 멘트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콜센터의 존재 의미가 갸우뚱해지는 상황 속에서 상담사들은 알아서 각자의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나씨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문의가 들어오면 모니터의 어디를 순서대로 눌러서 대응해야 하는지, 은행별 오류코드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알아서 정리했다. 어느 날, 오후조의 정금숙(가명)씨가 하나씨에게 말을 걸어왔다. “언니, 이거 언니가 만든 거예요?” “응 내가 알아보기 쉽게 대충 만든 건데 필요하면 보내줄까?” “네 고마워요” 금숙씨는 하나씨의 간단한 매뉴얼을 받아가고 약 한 달 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왔다. 거의 책 한 권 분량이었고 금숙씨와 하나씨는 사비로 복사, 제본까지 해서 주간, 오후, 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상담노동자가 볼 수 있도록 사무실에 비치했다. 상담사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일했으니 상담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자(매니저)의 갑질이 심각했다. 어느 날, 한 상담사가 매니저에게 ‘김매니저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매니저 성씨가 김(金)이라서, 그렇게 부른 거였다. 그런데 매니저는 그 호칭이 마음에 안 든다며, 심야팀의 휴식시간을 2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줄여버렸다. 한 상담사에게 민원이 들어왔을 땐 회사 공금으로 구매한 간식을 넣어두던 간식함에 자물쇠를 걸어버렸다.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 상담사가 있을 땐 해당 상담사가 속한 팀 전체에게 ‘앞으로 10분 일찍 출근하세요’라는 밑도 끝도 없는 지시를 했다. 민원이 들어온 전화엔 해당 민원이 정당한지 부당한지와 관계없이 고객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무조건 사과하라고 상담사들에게 강요했다. 이러한 부당한 강요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였으나, 사규에 ‘한 달에 3회 이상 민원을 받은 근로자는 회사가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노동자들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조건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하나씨도 이런 일들을 겪었는데, 쉬는 날 매니저가 전화를 해선 ‘동료가 어려운 콜을 받아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하나씨는 집이 가까우니까 회사에 가서 좀 도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쉬는 날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당연히 출근하기 싫었지만 이를 거부했다간 매니저가 팀 전체에게 패널티를 줄 게 뻔하니 하나씨는 거절하지도 못했다. 매니저는 자신의 한 줌 권력으로 약 17명의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매니저의 갑질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노동자 전원이 힘을 모았다. 매니저가 욕설, 막말한 카톡을 캡쳐하고 상황을 녹음했다. 다같이 증거를 모으니 순식간에 방대한 양이 모였다. 책도 만들 수 있는 분량이었다. 하나씨와 금숙씨는 이를 제본해서 당시 용역업체인 KS한국고용정보를 찾아갔다. 매니저를 교체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으면 노동청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틀 후 회사 전무와 인사과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만남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해당 매니저는 교체됐고 모든 상담노동자에겐 위로금이 지급됐다. 노동조합도 없었으나 노동자가 힘을 모아 만들어낸 일터의 변화였다. 개인으로선 찍소리 못 하고 착취당하던 노동자가 힘을 모으니 바꿔낼 수 있음을 모두가 느낀 순간이었다. 이후 교체된 매니저는 금방 개인적인 이유로 떠났고 세 번째 매니저가 들어왔다. 이번 매니저는 달랐다. 상담노동자를 보호하려 했고 갑질 매니저의 이상한 행태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악성민원인에게 강제로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고 출퇴근 시간과 휴식 시간도 온전히 보장받았다. 치사하게 간식함을 잠그지도 않았다. 그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명절수당도 챙겨서 들어왔다. 그리고 매니저는 상담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기꺼이 회사와 싸우는 사람이었다. 잘못한 게 없는 상담노동자가 왜 민원인에게 사과를 해야 하냐며, 바락바락 회사에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2022년 6월, 한 민원인이 화가 잔뜩 나서 직접 중앙회를 찾아왔다. 자신을 상담했던 노동자와 매니저가 나와서 자신에게 사과하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급히 매니저가 불려왔는데, 중앙회 직원은 매니저의 출입증을 뺏으며 ‘이럴 거면 내일부터 출근하지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는 직원에겐 ‘지금 업체에 전화해서 얘 당장 치우라고 해’라고 했다.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한 모욕적인 행동, 그게 해고 통보였다. 그렇게 매니저가 해고됐다. 하나씨와 동료들은 절차도 없이 눈 깜짝할 새 이루어진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상담노동자 대부분이 참여해서 이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작성했다. 그리고 새벽에 경비노동자의 눈을 피해 건물 이곳저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아침에 출근한 중앙회 직원들은 대자보를 다 떼어버렸지만 노동자들은 새벽에 다시 붙였다. 그렇게 붙이고 떼길 3일째 반복했을 때, 우연히 중앙회의 회장이 대자보를 봤다. 그렇게 해고 일주일만에 매니저는 복직했다.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현장을 바꿔낸 승리가 또다시 이뤄졌다. 상담노동자 대부분이 참여해 새벽에 매니저의 복직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 2022년 12월 27일 목요일, 용역업체가 KS한국고용정보에서 ‘효성 ITX’로 바뀐다며 고용승계를 위한 면담이 이루어졌다. 불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효성 ITX는 처음부터 ‘노동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100%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안심시켰고 노동자들은 다들 자신이 일을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잘하기 때문에 승계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씨도 비슷했다. 면담은 간단하고 화기애애했다. 회사 담당자는 직원들에게 간단한 신상과 고용승계를 원하는지 물었고 다들 웃으며 답했다. 하나씨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8시, 연차도 높고 일도 잘하는 노동자 4명에게 ‘효성 ITX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며 고용승계를 거절한다는 메일이 왔다. 해고였다. 메일이 온 건 12월 27일 목요일 오후 8시였다. 기존 계약은 12월 31일이 마지막이었으니, 노동자들이 반박할 수 있는 날은 12월 28일 금요일이 유일했다. 반박하고 싸울 시간을 안 주기 위한 노림수가 분명했다.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를 그냥 두고 볼 노동자들이 아니었다. 이미 두 번의 승리 경험이 있던 상담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22년 12월 28일 금요일, 6명의 고용승계 대상자가 4명의 해고대상자와 손을 잡았다. ‘4명이 해고되면 인원이 너무 줄어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가 정말로 해고한다면 우리도 계약하지 않겠습니다’라며 회사에게 화를 낸 것이다. 노동자들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상담노동자 총인원이 15명이었다. 그중 3명은 퇴사예정자였다. 그런데 4명을 추가로 해고하면 고작 8명이 남는 거였다. 동료가 억울하게 해고당하는 걸 막으려는 마음과 실제로 인원이 너무 줄어서 업무가 불가능한 사실이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만약 추가로 6명이 계약하지 않으면 고작 2명 남는다. 회사가 그러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씨도 충분히 해고를 철회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해고대상자 동료들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효성 ITX는 놀랍게도 업무 스케줄표에서 6명의 이름을 추가로 지웠다. 하나씨의 이름도 사라졌다. 순식간에 10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해고된 지 180일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희망연대본부 10명의 해고자는 피켓을 만들고 현수막을 걸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피켓팅을 한겨울에 하려니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순식간에 5명이 투쟁을 포기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2명이 더 포기했다. 해고 한 달 만에 10명은 3명이 됐다. 세 사람은 온갖 군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들을 받아달라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 두 군데와 사무금융노조를 두드렸고 무료노동상담 센터도 전부 돌아다녔다. 한국노총은 이미 해고됐으니 못 받아준다며 내쳤고 사무금융노조는 ‘저축은행중앙회 정규직 조합원들이 반대해서’ 못 받아준다며 거절했다. 무료노동상담을 해주던 사람들도 전부 ‘이건 못 이겨요. 안 돼요’라며 승리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힘들게 버텼는데 마음이 자꾸 무너졌다. 그러던 중 희망연대본부를 찾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조직국장님이 “내부에서 이야기해보고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하자 하나씨는 ‘아, 나가리구나. 이번에도 거절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망연대본부는 내부 논의 결과, 같이 하기로 했다며 가입하자고 했다. 동아줄이었다. 그때부터 기자회견, 결의대회, 투쟁문화제 등 생전 처음 해보는 것들을 할 수 있었다. 해고된 지 약 6개월이 지난 요즘, 하나씨는 미친 듯이 연대 다닌다. 투쟁하는 곳을 알면 부본부장님을 조르고 달달 볶는다. 데려가 달라고, 발언도 잡아달라고 한다. 동지들이 싸우는 곳에 연대 가서 몸으로 배운다. 그리고 연대를 요청한다. 우리 투쟁에 연대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연대의 힘으로 싸움을 이어나가고 승리하려 한다. 이하나씨와 다른 해고노동자들은 손을 잡아준 희망연대본부와 함께 투쟁을 하고있다. 사진=희망씨 김은선 국장 하나씨의 투쟁과 연대를 바라보며 솔직히 머릿속에 물음표가 뜬다. 사실 하나씨는 법적 투쟁이 어렵다. 다른 두 조합원은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해고를 당한 거지만 하나씨는 스스로 계약을 거부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해고 소송을 할 수 없다.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별개로 소송을 하는 한 법정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씨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중노위 접수할 때도 당사자에서 하나씨는 빠졌다. 그런데 하나씨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두 조합원에 대한 의리로 있는 게 아니라 자신도 복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씨가 법적으로 부당해고 인정받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어떻게 자신의 복직을 믿냐는 질문에 하나씨는 예상치 못한 답을 했다. “노동조합은 법으로만 싸우지 않으니까요. 법이 안 되면 힘으로 복직할 거예요.” 하나씨는 노동조합과 연대자의 힘으로 저축은행을 ‘박살’내서라도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일터, 그곳에서 이렇게 쫓겨날 순 없다. 반드시 돌아가 저축은행중앙회에게 자신이 옳고 당신들은 틀렸음을 증명해내겠다. 각오를 말하는 하나씨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2023-07-01 | 조회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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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자회사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투쟁으로 나아가자자회사는 덩치 큰 용역회사에 불과하다. 사진: 매일노동뉴스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허구 자회사는 계열사 중 종속기업에 해당한다. 자기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해 51%를 넘기면 대주주로 확정돼 경영권을 갖는다. 형식적으로는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인 회사이지만, 사실은 모회사에 완전히 종속된 기업이다. 자회사 설립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최근 가장 흔한 유형은 기존의 용역·하청업체를 자회사로 만들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특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불법파견’이 불거지면, 현행 법률 아래에서는 원청이 정규직화 의무를 피하기 어렵다. 자본이 이런 법률적 제약을 무력화하며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는 제도적 꼼수가 바로 자회사 설립이다. 기존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아니라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합법적 외양을 취하는 것이다. 그 뒤 자회사 전환에 응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해,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싹을 자르는 것이다. 이런 꼼수의 길을 연 것은 역설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였다. 소위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공공기관 중 70% 이상이 자회사로 전환한 유형이었고, 전환대상자가 1천 명 이상인 경우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가령 덩치 큰 용역업체에 불과한 자회사를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 집단해고를 조장했다. 자회사 전환 카드를 동원해 가스공사나 건강보험 자본의 정규직 전환 거부와 노조파괴를 부추기기도 했다. 자본가 정부가 앞장서자, 민간 대자본도 적극 가담했다. SK브로드밴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수리·상담 업무를 하던 하청노동자들은 2014년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를 결성했다. 노조 출범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SK 책임으로 직접고용·정규직 전환!’을 줄기차게 외치며 싸워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7월, SK브로드밴드는 직고용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분 100%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만들었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속을 자회사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민간기업 최초의 자회사 전환이었다. 수년간 원청의 사용자 책임과 직접고용을 요구한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에게, 자회사 행이 강요됐다. 이후 자회사 꼼수는 전면화되었다.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통합계열사’란 명목으로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였다. 가증스럽게도 현대모비스는 자회사 설립 목적이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에 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현대제철 자회사 추진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2021년 7월 6일, 현대제철 자본은 ‘현대ITC’ 설립을 발표하고 채용공고를 냈다. 채용조건은 불법파견 소송 취하와 부제소동의서 제출이었다. 동시에 현대제철은 14개 업체 ‘도급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자회사 채용공고에 응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 결국 자회사 설립 이유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에 대한 탄압임이 드러났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0일 넘게 파업투쟁을 벌였지만, 현대제철 자본은 자회사를 밀어붙였다. 현대제철 자회사 반대!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원청 대체근로, 국가가 장려하는 하청노동자 파업 파괴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자회사 전환의 본질과 함께, 자회사 전환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무력화하는 악법도 드러냈다. 그중 핵심이 바로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원청 대체근로 허용이다. 현행법상 파업대체인력 투입은 분명 불법이다. 그러나 노동부 행정해석은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노조 파업에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한다. 이것은 하청노조 파업을 무력화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고, 결국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승리하지 못한 채 종료해야만 했다. 이는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이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투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일이다. 현재 수많은 하청노조와 자회사 노조가 대규모 사업장에서 핵심 공정들을 담당하고 있고, 파업의 위력은 강력하다. 이를 무력화해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을 차단하는 장치가 바로 원청 대체근로 허용이다.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노조법이 원청 대체근로를 존속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자회사 꼼수를 박살 내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는 핵심 수단이다. 원청자본에 맞선 투쟁 없이, 그 어떤 개선도 없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사업장들에서 자회사 제도는 덩치만 큰 하청회사임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원청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계약조건은 자회사가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임금과 노동조건 모두를 규정한다. 자회사 경영권을 틀어쥔 원청에게 자회사와의 값싼 계약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이렇게, 원청은 자회사 노동자들을 기존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와 하등 다르지 않게 합법적으로 초과 착취한다. 자회사 전환을 수용케 하는 미끼로 잠시 작은 당근을 준 뒤, 끊이지 않는 착취 강화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자회사는 법적 고용관계와 실질적인 사용관계를 분리해 간접고용을 은폐하는 장치일 뿐이다. 자회사로 전환된 사업장에서도 원청자본과의 투쟁 없이는 아무런 개선도 일어날 수 없는 이유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원청 대체근로 금지’는 덩치 큰 하청회사에 지나지 않는 자회사 체제를 박살 내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기 위한 핵심 무기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이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217일 파업을 전개한 톨게이트 노동자들2023-06-29 | 조회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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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전환, 무엇을 요구하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1) -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물량경쟁 중단과 계급적 단결을 촉구한다[편집자 주] 지난 5월 말 현대차 대의원대회에서는 ‘친환경차 배터리팩 및 PE 관련 부품 사내 전개’ 현장발의안이 의결되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현대자동차 안에서 만들자는 요구가 결정되자, 지역 부품사 노동자 다수가 해당 요구를 비판했다. 산업전환을 맞이하는 지금, 물량 확보를 둘러싼 노동계급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번 기사는 자동차산업 전환에 대한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대응 경과를 진단하고, 산업전환에 대한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올바른 요구와 대응방안은 무엇인가를 논한다. 분량상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현대자동차 E-GMP 전기차 플랫폼 들어가며 한국 자동차산업은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늦어도 205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전기차 등으로 교체하는 전환에 따라, 자본가들과 정부, 자동차산업 연구자들은 20~40%의 부품이 사라질 것이며, 사라진 부품만큼 기존 고용인원도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품과 인원이 축소될지 단언할 수 없지만, 20% 내외로 예측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완성차와 부품사 공장 내부 구조변화와 공정 축소가 진행되고 있고, 완성차로 수직계열화된 1~4차 하위부품사의 아이템 축소, 직장폐쇄, 폐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내연기관차와 그 부품을 생산·서열·조립하는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현 상황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 글은 자동차산업 전환을 마주하는 금속노조의 요구와 대응을 살피고, 그 문제점을 비판할 것이다. 또한 지난 시기 자동차 생산의 세계화와 기술 고도화에 대응해온 현대자동차지부의 요구와 대책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금속노조 산업전환 요구안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금속노조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무엇에 주목하면서 어떤 요구와 목표로 산업전환을 주도적으로 실현할 것인지를 제시할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 시기 우리 활동을 되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여러 활동가와 함께 산업전환에 대응해온 우리의 책임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고 힘들지만, 지난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진지하게 토론함으로써 함께 해결방안을 찾기를 희망한다. 자본가 주도의 산업재편에 맞선 투쟁, 과거와 현재 자본가들은 생산성 향상, 이윤율 하락 만회, 다른 자본에 대한 경쟁우위 확보 등을 목적으로 생산구조재편을 줄기차게 추구해 왔다. 그것 중 하나가 설비의 자동화, 생산의 외주화, 부품의 모듈화였다. 이런 재편은 차량 조립, 부품 생산과 부품서열 등 자동차 산업의 전체 영역을 포괄해 이루어졌고, 노동자들에게는 일자리 축소와 외주화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설비의 자동화, 생산의 외주화, 부품의 모듈화로 인한 노동유연화와 고용 감소, 노동조건의 악화에 맞서 오랫동안 투쟁해 왔다. 자본의 공격에 직면한 선진활동가들은 징계해고, 구속 등 혹독한 탄압을 무릅쓰고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 현장권력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 그리고 이 투쟁에서 선진활동가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자동화와 외주화, 모듈화가 야기하는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투쟁하면서도, 외주화되는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본 원칙과 관점이 유지된 시기에, 민주노조는 이미 외주화된 공장 노동자들이 생산·조립하거나, 다른 공장에서 생산·조립이 예정된 물량을 자기 사업장으로 들여오는 행위를 금기로 여겼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물량 유치를 민주노조의 정신과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로 여겼기 때문이다. 즉, 이를 ‘물량 빼앗기’로 규정한 셈이다. 그래서 선진활동가들은 자본가들이 유도하는 물량 싸움의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토론했고, 사업장 안팎 노동자 단결을 사수하는 실천을 자부심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 이런 계급적·전투적인 연대 의식과 투쟁은 전노협 시절,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신이 유지되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영웅담으로 취급되고 있다. 돌아보자. 설비의 자동화, 생산의 외주화, 부품의 모듈화를 통해,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단지 더 많은 이윤만 얻은 것이 아니다. 자본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분할,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 분할에도 성공했다.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된 자본들의 지불능력 차이가 곧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실도 어느새 당연하게 취급되었다. 그 결과 현장 통제권은 자본가들에게 넘어갔고, 산별노조는 이름뿐인 것이 되었으며, 노동자들은 전면화한 경제적 조합주의 속에 각자도생을 추구해왔다. 이것이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운동이 처한 현실이다. 사진: 연합뉴스 필요한 것은 물량경쟁과 금속산업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완성차-부품사 노동자 공동투쟁이다 금속노조의 주력은 자동차산업이다. 2022년 금속노조 조합원 18만6천여 명 중 자동차산업 조합원은 13만4천여 명으로 약 72%에 달한다. 완성차와 부품사에 철강을 공급하는 제철산업 노동자 등을 포함하면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80%를 차지한다. 이런 비중을 감안할 때, 자동차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금속노조의 실천은 40만 명(2023년 1월 현재 완성차 151,391명, 부품사 234,717명)에 달하는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생존권과 금속노조의 전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4월, 금속노조는 ‘금속산업 전환 대응 관련, 당면 사업 방향과 요구’를 발표했다. 우선 금속노조는 자동차산업 전환 관련 당면 사업방향으로 두 가지 공동사업 목표를 세웠다. 이는 △부품사 완성차 공동 대응, 공동투쟁 모색 △노조 총괄 대응, 지부·지자체 대응, 사업장 대응의 유기적 집행을 통한 정의로운 산업전환 경로 확보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공동 대응과 공동투쟁 목표는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지부들의 경제적 조합주의와 공동투쟁 회피, 부품사 지회들의 완성차지부에 대한 불신에서 나오는 ‘공동투쟁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자동차산업 미조직 노동자의 생존권에 대한 무관심 등에서 비롯된다. 완성차-부품사 노동자들의 발전적 상호작용 부재에 따른 불신과 분열 위에서, 완성차지부와 지역지부들은 지역과 산업 수준의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몰두하고 있다. 5월 초 금속노조가 주관한 완성차와 부품사 간부 수련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완성차와 부품사 노조의 공동투쟁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다. 전기차 등 배터리팩과 PE 모듈(모터·인버터·감속기 등)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고, 물량 문제를 둘러싼 불신은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 울산지역에서 현대차지부, 현대중공업지부, 부품사지회 간부들의 단합행사가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도 완성차와 부품사의 공동투쟁, 울산지역 3개 지부 공동투쟁에 관한 구체적 고민은 없었다. 그런데도 ‘2030 울산 자동차산업 포럼’과 같은 노사정협의기구에는 각 지부 임원이 참여해 지방정부, 자본가단체 대표들과 ‘자동차산업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물론 현장조합원은 그 자리에서 어떤 논의와 주장이 오갔는지를 알 수 없다. 나중에 보수언론 기사를 통해 ‘노사 상생의 성과’라는 포장을 확인할 뿐이다. 현대차지부는 구조조정과 폐업에 직면한 부품사 노동자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공동대응 계획 수립에 소극적이다. 반대로 자본과의 협력에, 그리고 보수여야 관계자와 자본가단체를 포괄하는 노사정 대화에는 적극적이다. 그리고 노사정 대화가 대공장노조의 사회적 책임인양, 노사정 대화의 낙수효과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혜택이라도 돌아가는 것처럼 자족하는 것이 현대자동차지부의 모습이다. 2022년 현대자동차지부 대의원대회에는 단체협약 요구안 외 별도로 ‘고용안정 관련 요구’가 상정됐다. 해당 별도 요구에 포함된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미래 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참여 요구’는 대의원들의 특별한 반대 없이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등 전국 수준의 노사정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 지역과 산업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버젓이 가동되고 있다. 금속산업의 경우 금속노조 전북지부의 ‘상용차산업 노사정위원회’, 경주지부의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경북 지방주도형 투자일자리 상생협약’, 울산지부의 ‘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포럼’ 등이 가동되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사 노조의 공동투쟁이 사라진 자리에, 다양한 노사정 협조기구가 판치고 있다. 사진: 울산매일 국내 생산물량 확대 요구, 왜 문제인가 ‘2023년 금속노조 자동차산업 대정부·대국회 요구안’은 현대자동차 국내공장과 해외공장 노동자,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가로막는 내용이 다수 발견된다. 이 중 ‘국내 자동차산업 고용확대 및 미래차 전환 지원을 위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대책 마련’에 담긴 요구는 심각하다. 그 요구는 △자동차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한 완성차 국내 책임생산량 유지 △배터리, PE 모듈 등 미래차 핵심 부품 국내 생산시설 확충과 국내 의무생산 비율 50% 이상 유지 △국내 판매 완성차의 국내 생산부품 의무사용 비율제 도입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 적정임금제 도입이다. 그렇다면 이런 요구가 왜 문제인가. 자본은 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고, 더 안정적으로 핵심 원료와 부품을 확보하고, 더 많은 이윤을 축적하고자 해외 생산을 확대해왔다. 이런 자본의 전략에 맞서, 노동조합은 해외 생산량을 축소하고 국내 생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하는가? 아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라’는 요구는 노동자가 물량 확보를 둘러싼 국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 국내 생산 확대가 가장 중요한 요구로 걸리는 순간, 금속노조 산하 지부와 지회의 대응은 각자의 물량확보가 된다. 이는 물량과 무관한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 단축 등 계급적 요구에 기반한 공동투쟁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자본의 덫이다. 일례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현대자동차지부보다 오래전부터 미국 생산 유치를 요구해 왔다. 자국 내 생산 확대라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는 옳은가?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GM 사례를 보자. 글로벌 GM자본은 연쇄적 해외공장 폐쇄와 함께 미국 생산을 강화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GM 군산공장과 부평 2공장 폐쇄를 포함한 온갖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을 자행했다. 그리고 우리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이에 맞서 투쟁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듯 지구화된 생산 체제에서, 자국 중심 생산 요구는 종종 타국 노동자들의 물량을 뺏어오라는 요구로 드러난다. 2018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사진: 한겨레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GM 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던 공정을 ‘인소싱’하며 하청노동자들을 내쫓았다. 미국GM 생산 확대 → 한국GM 생산 축소 → 한국GM 정규직 고용유지를 위한 비정규직 우선 해고라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펼쳐졌다. ‘생산물량 유지’를 1차 요구로 잡는 순간, 물량과 무관한 생존권 보장은 허무맹랑한 요구로 치부될 뿐이다. 이에 따라 각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자 내부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속노조의 ‘국내 자동차산업 고용확대 및 미래차 전환 지원을 위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대책’에 제시된 요구안은 노동운동에 위험하다. 해외 생산 축소와 국내 생산 확대라는 요구는,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노조의 물량 경쟁으로 고스란히 반복된다. ‘우리부터 살려면 해외 물량을 가져와야 한다’라는 인식은, ‘우리 공장 노동자부터 살아야지’라는 인식, ‘정규직부터 살아야지’라는 인식과 다르지 않다. 자동차산업 전환에 대한 금속노조의 중심 대응이 ‘물량 확보’인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사실 이런 요구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다. 금속노조는 2010년 ‘해외 생산 비례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는 당시 현대자동차지부의 ‘국내 생산 비율 유지’라는 요구와 연결돼 있다. 2023년 금속노조 산업전환 요구 중 하나인 ‘완성차 국내 책임생산량 유지’는 표현만 다를 뿐, 그 본질은 2010년 해외 생산 비례제와 같다.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금속노조의 중심 요구가 물량 확보로 설정되는 상황은, 금속노조의 정책과 방향을 좌우해온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지부의 계급성과 연대성 상실, 경제적 조합주의와 해외 노동자에 대한 배타주의가 빚어낸 산물이다.2023-06-29 | 조회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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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정규직제도 폐지,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중요한지 증명하며 싸울 것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현제 지회장6월 23일 3차 원청교섭 요구투쟁 당시 발언하는 김현제 지회장 지난 20년 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철폐,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범죄자 구속 등을 요구하며 싸워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도 투쟁 중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이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6월 2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개(울산, 아산, 전주) 지회 간부와 조합원은 울산공장 정문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본관으로 향했다. 자본은 어김없이 경비들을 동원해 막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울산 북부경찰서 경찰은 노동자들이 항의하는 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노동자, 경비, 경찰이 뒤엉킨 속에서 비정규직 노조 간부의 두 팔을 뒤로 젖혀 쇠고랑을 채우고 강제 연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북부경찰서 앞 긴급 기자회견,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를 마친 노조 간부는 훈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형편없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의결되고, 5월 24일 본회의로 직회부되었다. 이후, 6월 15일 대법원은 자본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와 쌍용자동차 지부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민주당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위험성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판결을 내렸다. 노조법 2·3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온전히 개정되어야 함을 여실히 드러낸 판결이었다. 6월 19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김현제 지회장 동지를 만나 원청 사용자성 쟁취투쟁, 손배가압류 철폐투쟁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 지난 20년간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아왔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현황은? 지금 총 아홉 건이 있다. 최근 다섯 건에 대한 대법 판결이 있었다. 6월 29일 세 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여덟 건은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있었던 파업, 대체인력 저지 투쟁, 만장 투쟁 등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총액수는 대략 30억 원 정도다. ▷ 지난 6월 15일 손해배상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부는 환영 입장을 냈다. 얼핏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했다며 긍정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었다. 노조는 투쟁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청을 상대로 한 노동조합 투쟁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자본의 불법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자본에 맞선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원청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규정되고, 그렇기에 그들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불법으로 규정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이번 판결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내용은 하청노동자 단결을 막는다. 앞장서서 싸운 동지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만큼 더 잘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30%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6·20 울산대회 ▷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의결한 노조법 2·3조 민주당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견해는? 노조법 개정 투쟁이 이어진다고 얘기하는데, 현장에서는 노조법 개정 투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장투쟁을 조직하려는 노력 없이 국회 논의에 매몰되어 민주당 등 자본가 정당에 기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싸우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 개정안은 손해배상을 개인의 책임에 따라 청구하게 하는 안이지, 손배 금지·폐지가 아니다. 이것은 여전히 자본의 편에 선 개정안이다.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자본이 손해배상을 아예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자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런데도 자본에 손해를 끼치고, 자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법체계 자체의 모순이다. 파업은 자본의 생산과 업무를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는 것인데, 이런 당연한 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손해배상 청구다. ▷ 민주노총이 갈수록 민주당에 의존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손해배상 폐지와 직결된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노동자들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민주노총 강령에는 투쟁 정신이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강령도 있다. 노동자 투쟁에 기반해 정치세력화 해야 한다. 그러나 투쟁 없는 정치세력화만 얘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투쟁은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집회를 열고 구호만 외치고 끝난다. 잘못된 제도와 구조를 바꾸려고 투쟁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희생을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과거 역사에서 있었던 목숨 건 투쟁이 사라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투쟁하지 않고 자본가 정당에 의존하고 구걸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부끄럽다. 민주당은 고마움의 대상, 의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투쟁 대상이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대통합을 얘기하며 8월 임시대대에서 다루겠다고 한다. 지금의 정세에서 기가 차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란봉투법을 위해 진보정당 대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좀 더 비장한 각오로 투쟁하면 좋겠다.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를 정확하게 겨냥해 탄압하고 있다. 정권 퇴진 투쟁, 법 제정 투쟁은 거대양당을 뒤흔들어 압박할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총파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정말 진짜 총파업을 조직해 한국 사회를 멈출 수 있게 지도부가 기획하고 현장을 조직해 총파업 해봤으면 좋겠다. 7월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가 2시간 파업이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기분은 든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있다. 그 답은 공장 담벼락을 넘는 것에 있다. 현대자동차지부가 공장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담장 밖 정세에 대응하고, 부품사 노조와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공장 안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공장 밖 노동자와 노조는 다 무너지고 있는데, 공장 안만 잘 살아서 무엇이 남을 것인지, 이대로 가면 사회적 분노의 화살은 현대차 노동자들을 향할 것이다. 대공장 노조 본연의 역할, 사회적 책무를 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 3개 지회는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정문 앞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와 손해배상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등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과 연관되어 있는데, 앞으로 집행부의 투쟁계획은? 최근 대법 판결의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6월 29일 판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청을 상대한 투쟁은 불법’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올해 지회의 각오가 남다르다. 현대차 자본이 무려 19년 만에 형사처벌 받았다. 물론 솜방망이 처벌이지만, 자본은 이 처벌을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긴 세월 처절한 투쟁으로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올해 현대차 원청을 코너로 몰아서 원청 직접교섭 쟁취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불법이 아니라 자본이 불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본이 불법이라고 우겨도, 우리는 노동자 투쟁이 정의로움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당히 싸울 것이다. 특히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중요성을 알리고 투쟁할 것이다.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투쟁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손배 가압류를 두들겨 맞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정규직 제도 폐지,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을 벌이고, 이 싸움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 내는 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우선 현대차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파견법 제정 25년, 노조창립 20주년을 맞아서 비정규직 악법철폐,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비정규직 결의대회를 준비 중이다. 금속노조에도 제안할 계획이다. 금속노조가 함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전국의 비정규직 사업장, 투쟁사업장과 함께 규모 있는 투쟁을 만들어 가려 한다. 우리가 잘 싸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투쟁은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GM에서 현대자동차와 똑같은 2·3차 사내하청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경악했다. 우리가 책임감 있게 더 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2023-06-28 | 조회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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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원청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고 노동조건 개선하라한국 독점자본은 원하청 수직계열화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쌓는다. 하청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의 피땀이 다단계 하청구조를 타고 원청 대자본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다. 수십 년을 일해도 호봉승급분은커녕 최저시급이 전부인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주범이 바로 원청 대자본이다. 원청 대자본의 막대한 이윤은 최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노동자의 피땀으로 만들어진다. 최저임금투쟁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 총파업으로 ‘진짜 사장의 임금인상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투쟁하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이 ‘성과급’이라는 떡고물에 안주하지 않고 공급망 하단 노동자들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과 최저임금인상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 성과급에는 하청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 무노조사업장 노동자의 피와 땀과 눈물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원청을 상대로 다음 당면 투쟁을 전개하자. 조선하청노동자 생활임금과 4대 보험료, 원청이 지급하라 물량은 넘쳐나는데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는 노동현장이 조선소다. 다단계 하도급이 판치는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서 저임금을 감수해가며 일할 노동자가 많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 노동력 부족 문제는 자본과 국가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원청이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을 운영해도, 하청업체가 4대 보험을 급여에서 공제하고 횡령해도,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 위장폐업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 무법천지의 조선소에서 인력 부족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노동자에게 생활임금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자본과 국가가 내놓는 조선업 대책은 모순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7일(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체결식이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5사 원하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체결식에서 나온 대책은 왜 조선소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없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아래 대책에서 보이듯, 정부와 자본은 강제력도 실효성도 없는 공허한 말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① 원청은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임으로써 원하청 간 보상 수준의 격차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② 원하청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지급될 수 있도록 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여, 용접 등 특정 공정에 임금 체계 개편을 우선 적용하고, 정부는 지원방안을 병행하여 실효성을 제고한다. ③원하청은 에스크로 결제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도 예방한다. ④ 원하청은 상시적인 업무에 재하도급(물량팀)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재하도급을 프로젝트 협력사 등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⑤하청의 보험료 성실 납부를 전제로,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연체금의 면제, 체납처분 유예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2023년 3월 2일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상생협약’ 규탄 기자회견 조선소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청이 노동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기 떄문이다.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청이 기성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에 대한 대책으로 에스크로 계좌 활성화 대책을 살펴보자. 통계에서 드러나듯 조선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우조선의 임금체불액만 연평균 약 20억원에 달한다. 국가와 자본이 대책으로 내놓는 에스크로 결제는 원청이 하청에 기성금을 지급할 때 '인건비' 항목을 은행 등 제삼자 감시하에 묶인 계좌에 우선 이체하고, 하청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원청 확인 후 계좌에 묶였던 인건비가 하청에 지급되는 방식이다. ‘원청자본 → 에스크로 계좌 → 하청노동자’의 경로로 임금이 지급되기에, 임금체불을 일정히 예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에스크로 제도는 업체폐업으로 간단히 무력화된다. 특히 폐업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대지급금제도(체당금제도)와 반의사불벌 조항을 활용한 임금체불이 사용자의 권리마냥 일상화된 곳이 조선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에서 도산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지급한 임금(대지급금) 규모는 45억원을 웃돈다. 심지어 하청 자본가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체불임금 ‘할인’ 수단으로 악용한다. 체불임금 청구 민사소송은 노동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런 상황을 노려 체불임금 중 일부만 지급하고 처벌불원서나 고소취소장을 써달라고 노동자에게 요구한다.1) 체불되는 것은 임금뿐만이 아니다. 조선소 4대 보험 체납 사례 역시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하청업체들이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공제해놓고 이를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1년 말 기준 조선업 하청업체(2344개)의 4대 보험 체납액은 1,632억원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에스크로 계좌로 체납을 일부 예방할 수 있으나 하청업체가 폐업할 경우 에스크로는 무력하기 그지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에스크로 계좌 확대 적용을 넘어,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고, 원청이 4대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원청자본 → 에스크로 계좌 → 하청노동자’라는 경로를 거치게 된다면, 왜 ‘에스크로’라는 중간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조선하청 노동자도, 조선소 원하청 자본도 잘 안다. ‘에스크로’라는 중간 매개가 도입되는 이유는 실질적 고용관계를 부정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조선소에 일하러 올 노동자가 없다면서도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유지하고자 발버둥치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야 한다. 에스크로 확대적용을 넘어 원청에게 하청노동자 임금 직접 지불과 하청노동자의 4대 보험료 직접 납부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자. 플랫폼노동자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원청이 보장하라 2022년 12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순 중개와 알선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약 292만명,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좁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80만명으로 추정된다. 좁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불과 2년 전보다 4배로 늘었다. 2021년 12월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자의 순수입은 평균 125만2천원, 평균노동시간에 따라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 7,289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을 한참 밑돈다. 산업재해는 또 어떤가. 배달업종 산재가 급증하고 있으나 지금껏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조차 막혀왔던 것이 현실이다. 아래는 2022년 8월 ‘플랫폼노동 희망찾기’가 발표한 플랫폼노동자의 대정부 5대 요구다.2) 첫째, 플랫폼기업에 노동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기업들은 “우리는 중개만 할 뿐”이라며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정한다. 확실한 방법은 노조법 2조 사용자개념 확대이나 법 개정 이전이라도 ILO 결사의 협약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플랫폼기업과 노조 간 단체교섭을 촉진시킬 권한과 의무가 있다. 둘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플랫폼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낮은 수수료·운반료·기본단가는 결국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생활을 강요한다. 특히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분야의 최저임금제’라 불리듯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헌법에 적정임금 보장의 책임을 국가에 지우고 있는바 역시 고용노동부가 이 방법을 찾아내고 집행할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 셋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노사 공동으로 검증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노동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모든 것은 알고리즘이 알아서 결정한다.” 너무 뻔한 플랫폼기업들의 새빨간 거짓 변명이다.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은 취업규칙에 다름 아니다. 취업규칙은 모든 노동자가 언제든 열람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알고리즘 역시 노동자가 알기 쉽게 설명되어야 한다. 아울러 알고리즘이 취업규칙이라면 이를 검증하는 것은 근로감독에 해당하는바, 고용노동부가 플랫폼기업 알고리즘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넷째, 플랫폼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차별 없이 사회보험을 적용하라는 요구이다.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부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업종별 선택적 적용, 자기 부담 50% 등 차별이 온존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전속성 기준은 내년 7월 1일 자로 폐지되지만, 여전히 평범한 노동자들과 차별하는 지점은 사라져야 한다. 고용보험위원회, 산재보험및예방위원회를 운용하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다섯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시간 단축’의 요구가 플랫폼노동으로 오면 ‘쉴 권리’로 번역된다. 연간 유급휴가와 상병휴가가 보장되어야 하고, 웹툰작가들에게는 유급으로 연재를 쉴 권리인 ‘휴재권’을 부여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정에서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 플랫폼노동을 배제하기로 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플랫폼노동자에게 전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방향에 근거해, 2023년 3월 31일 플랫폼노동자들은 △일하는 매시간마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보장 △각각의 과업 또는 작업량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 보장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교섭증진 의무 이행과 최임제도 적용방안 마련을 요지로 최저임금제도 적용 요구안을 내걸었다. 4월 13일 ‘최저임금 사각지대 플랫폼노동 구하기 프로젝트’ 기자회견 사진: 한겨레 유통·판매 노동자의 쉴 권리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이 보장하라 정기휴무일은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고객, 입점업체 관리자, 백화점 관리자의 연락을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날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그럼에도 면세점과 주요 백화점들이 내세우는 영업방침은 ‘연중무휴’다. 이렇듯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은 유통·판매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2022년 10월부터 △5대 백화점에 노동자들의 건강권·휴식권 침해 우려에 대한 입장 표명과 △2023년 정기휴점 계획 공개를 요구하며 원청책임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입점업체’가 아니라 백화점·면세점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측 의무를 규정한다. 그러나 백화점·면세점 자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감정노동자 보호의무’에 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입점업체를 의미할 뿐이며, 정작 중요한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노동하는 공간이 백화점과 면세점임에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진짜 사장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렇듯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유통·판매노동자들에게도 명백하다. 1)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10231005001 2) 오민규, 「접속, 플랫폼월드~ 우리의 노동을 잇다」 http://workright.jinbo.net/xe/issue/784392023-06-26 | 조회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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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원청 책임으로 보장하라김용균의 죽음과 노조법 개정 “태안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과 피해자를 비롯한 운전원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서부발전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전제로 하여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중처벌조항 위반은 인정하기 어렵다.” 2022년 2월 10일, 사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형사책임은 사업주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며 전 서부발전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 1심 재판의 취지다. 2023년 2월 9일 2심 역시 서부발전 대표에게 마찬가지 취지로 무죄가 선고되었고, 심지어 1심에서 유죄였던 본부장도 무죄를 받았다. 서부발전을 김용균의 고용주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결은 노조법 2·3조를 노동자의 손으로 고쳐야 하는 이유를 드러낸다. 원청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고용의 외주화와 함께 죽음과 질병 또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리는 현실 속에서, 비정규 노동자가 희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청사용자 책임을 명문화하는 투쟁,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죽음과 질병의 원인이 원청 자본의 노동안전보건조치 미비에 있음을 인정받기 위한 계급투쟁이다. 역으로, 원청 자본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일터의 싸움은 ‘노조법 2·3조 개정’이라는 다소 어렵게 보이는 투쟁을 노동현장에서 대중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이다.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건설업, 조선업, 제철산업 등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의식적으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사진: 2023년 2월 9일 MBC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진짜 사장을 불러 세우자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지 않은 지금도 원청 자본에 노동안전 보장 의무를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조항들이 일부 있다. 김용균 1심 판결에서조차 다음과 같이 원청 자본의 의무를 일부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지만,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서부발전은 이 사건 컨베이어벨트를 비롯한 발전소 내부에 있는 설비의 소유자로서 설비에 관한 주요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설비 운전 및 운전원들의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 직접적 업무지시를 하고 감독을 하였으므로 운전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위와 같이 현행법이 원청 자본의 의무를 일부나마 규정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원청자본에 노동안전보건권 보장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장을 들여다보고 개선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현실을 바꾸는 것이 현장으로부터 이루어지는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의 과제다. 진짜 사장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제철 예를 보자.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2년 7월 발생한 2건의 사고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원·하청 TFT 구성을 요구했다. 원청 현대제철의 입장은 간단했다. 한 건의 사고는 교통사고로 조사대상조차 아니며, 다른 한 건의 사고에 대해서는 원청과 협력업체 대표·현장소장·안전관리자가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열었고,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사고조사위 참여주체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과거에 현대제철, 협력사, 원·하청노조 등 19명이 참여한 TFT가 운영됐던 전례가 있는데도 이제는 원·하청이 진행하는 TFT는 없다고 부정했다.1)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제철 원청은 2023년 3월 말부터 화재감시자를 비정규직 조합원이 담당할 것을 강요하며, 이를 거부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당일 작업을 취소시키고 해오던 주말 특근을 배정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전담 화재감시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현장을 유지할 책임을 하청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화재감시자 배치의무 하청에게 떠넘기는 현대제철 원청을 규탄한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통신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2022년부터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조는 현대중공업 자본에 함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협의를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사내하청지회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협의를 거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대중공업이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는 협력업체 바지사장에게 요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대중공업 원청조차 ‘안전작업 요구권’이라는 이름으로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 책임이 원청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형국이다. 현대중공업 원청 사측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안전작업 요구권 안내 링크를 보낸다. https://hse.hhi.co.kr/HSEinfo.aspx 현대중공업 원청의 ‘안전작업 요구권’ 안내 현대중공업도 간접적으로나마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 사례는 어떠한가. 2022년 12월 8일, 대우조선해양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단체협약안을 신설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은 원청 대우조선해양 자본 책임이 아니라 하청 사장 책임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단체협약 개악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조차 잇따라 원청 책임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금속노조는 해당 조항을 미승인 상태로 남겨두었으나, 이미 단협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법조항보다 못한 단체협약을 정규직 노조가 체결하는 상황, 이에 산별노조 차원의 어떤 교정조치도 행해지지 않는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화물연대도 마찬가지다. ‘거리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절규와 함께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요구하며 싸운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안전보건권은 노조법 2·3조 개정투쟁과 직결되어 있다. 화물노동자들이 다단계 물류운송구조 속에서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화물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규정된 결과, 원청인 화주는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저임금을 벌충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이 구조화되며, 이는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미국의 경우 화물기사의 90%는 월급 받는 노동자들이다. 그렇기에 노동시간 역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미국 NHTSA, ‘고속도로 안전교통국’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2) - 하루에 운전은 최장 11시간만 한다. 일도 대기와 식사시간까지 총 14시간 이상 시킬 수 없다. - 퇴근하면 1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최소 7시간은 침대에서 잘 수 있게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 7일 동안 60시간, 8일 동안 70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 어기면 회사는 최고 1,200만 원 벌금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규제가 가능한 이유는 화물노동자들이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분류되기 떄문이다. 화물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한 안전운임제의 상시화 전면화는 물론,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원청인 화주들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를 노동자에게 부여해야 하며, 종국에는 다단계 화물운송구조를 철폐해야 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과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의식적으로 연결하자 매년 2천여 명이 일하다 죽는다. 명백한 산재임에도 드러나지 않는 부상과 질병은 셀 수도 없이 많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은폐되는 산재는 전체 산재의 66.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3)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원청에 요구할 권리, 원청과 싸울 권리를 부여해야 일터의 죽음과 질병을 추방할 수 있다. 하청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없는 상황이 죽음을 낳는다. 바로 그렇기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한 일터의 투쟁은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고자 싸우고 있다. 문제는 현장의 노동안전보건권 쟁취투쟁과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의식적으로 연결하며 확대하는 것이다. 여태껏 하청노동자가 사망해도 원청은 ‘무재해 사업장’으로 포장되고4), 이를 통해 산재보험료 할인 혜택을 챙겨온 기가 막힌 현실은 잘 알려져 있다.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대기업 총 2,461곳에서 산재보험료 9,060억 1,000만원을 할인받았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은 진짜 사장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자 투쟁 없이 바뀌지 않는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은 하청노동자들의 교섭권에 기반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산업재해가 낮게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정부조차 2022년 11월 30일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OECD 수준으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해 ‘노동자 참여가 필수적인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예방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조차 노동자가 생산현장에 관해 발언할 권리가 있어야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은 이를 실현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자본의 독재가 산업재해를 만든다. 노동자 생산통제가 산재를 추방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현장투쟁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확대하자. 중대재해를 감축하고 싶다면 노조법 2·3조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 1) 최진일, 「죽음의 외주화 넘어설 노조법 개정」, 매일노동뉴스 2022.10.06. 2) https://premium.sbs.co.kr/article/NY8o7tsGba 3) 김정우,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산업노동연구』 27권. 2021. 4)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가 전 기업으로 확장된 것이 불과 작년이다.2023-06-20 |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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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왜 현장에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하자고 하는가?사진: 민주노총 경북본부 상층 주도 법 개정투쟁의 한계 – 민주당 개정안 비판 2022년 9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출범하고, 노조법 법률 개정안 국민동의청원이 1주일도 안 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발의됐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 피해 당사자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앞에서 수많은 기자회견과 집회, 농성, 문화제 등이 진행됐다. 해를 넘겨서까지 노조법 개정안 의결을 머뭇거리던 민주당은 이재명을 방어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리고 2월 21일 민주당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에서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배경에 20년 이상 계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손배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모든 노동자의 요구로 밀어 올린 지렛대였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이 중단된 직후인 7월 22~23일, TBS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대통령 국정운영과 정당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특이한 것은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라는 질문이 포함된 것이었다. 그만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였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2.8%가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에 동의했다. 2022년 7월 TBS 여론조사 결과 그렇게 노조법 2·3조 개정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했지만, 법률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이나 국회 논의 과정은 노동자들이 주도하지 못했다. 특히 ‘모든 손배가압류 철폐’라는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쟁의행위의 주체(노동조합), 목적(쟁의대상), 절차(사전조정), 방법(양태) 모두에서 정당해야 하는 현행 노동법 체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의존해 법을 개정하자는 논리가 작동하면, 노조법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은 민주당의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힘과 자본가단체들이 ‘황건적 보호법’, ‘민주노총 방탄법’,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요란하게 공세를 펼치자, “우리도 모든 파업에 손배를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합법파업임에도 개인에게 떨어지는 천문학적인 손배를 제한하자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밀렸다.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하던 초기, 손배 ‘금지’가 아니라 손배 ‘제한’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 방향은 노동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비정규직, 손배사업장 노동자들은 “우리는 손배를 금지하라고 했지, 제한해달라고 싸워온 적이 없다”, “합법파업, 불법파업을 구별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법률 개정 방향은 바뀌지 않았고, 노동조합 규모별로 손배청구 최고액을 정하는 조항만 삭제됐다. 심지어 민주당은 운동본부 개정안을 온전히 반영하지도 않았다. 2월 21일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의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5호의 쟁의대상을 확대했다. 3조 손해배상에 대해 3호를 신설해 신원보증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제한했다. 그러나 2조 1호 노동자 정의가 확대되지 않음으로써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는 소송과 투쟁의 길을 가야만 한다. 특히 3조에서 2호를 신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한다는 운동본부의 한 조항만을 가져왔다. 대우조선 원청 자본은 하청노동자 파업 이후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만약 3조 2호를 적용한다면, 가령 1도크 0.3평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작업을 직접적으로 방해한 유최안 하청노동자에게 10억, 1도크 끝장 농성에 나섰던 6명의 하청노동자에게 5억씩 손배를 청구하라는 것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노동조합 대표자라는 것 외에 직접적인 손해에 기여한 것이 미약하므로 1억을 청구하라는 것과 같다. 노동운동이 개별 귀책사유에 따라 손배를 청구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진: 금속노조 민주당은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노조법 2·3조를 이용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합의 처리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끌고,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며 운동본부의 개정안 중 부진정연대 책임을 완화하는 명목으로 개별 손배 청구를 명문화했다. 이는 민주당이 자본가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모든 손배가압류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조항으로도 노동조합의 골칫거리 간부들,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재명이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 보장법’이라 부르자고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법개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인가?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사회적 의제로 밀어 올린 주체가 20년 넘게 싸워온 노동자들이었듯, 현장 투쟁을 확대하고 모아내, 그 힘으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논의가 있기 전에 노동자 투쟁으로 성과를 만들어 온 과정이 있다. 2월 21일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명시된 사용자 정의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된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옮긴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문에 노동자의 요구가 정당함을 명시해 내고 있다. 2021년 6월 중노위는 CJ대한통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주와 함께 택배노동자들의 ‘공동사용자’ 지위임을 근거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했다. 2022년 4월에는 현대제철에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교섭의무를 부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그해 12월 대우조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정했다.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이 ‘노조법상 택배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으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4월에는 현대위아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피하고자 불법파견 소송취하를 전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회사로 채용하고,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를 전환배치한 사건에 대해 ‘현대위아는 사실상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으며 전환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 역시 눈에 띄는 결과물들을 만들어왔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배송기사, 학습지 교사, 코웨이 정수기 수리기사, 프리랜서 방송작가,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거나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아 왔다. 표에 명시된 사례들에서 드러나듯 노동자투쟁이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전선을 만들고 부각해 왔으며, 그 성과 역시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으로 원청사용자성 관련 주요 판결을 이끌어낸 2022년 사례 이처럼 법 개정은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업장에서 진짜 사장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기 위한 의제를 발굴하고 투쟁을 전개하는 것,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전개해야 할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이다.2023-06-14 | 조회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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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야, 너도 경단녀 될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김효성 조합원의 이야기편집자 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서울2센터 용역업체인 ‘유니에스’의 본사 앞에서 인센티브제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중인 서울2센터 조합원 김효성씨를 성공회대학교 학생인 이훈씨가 인터뷰했다. 2017년 가을, 효성씨가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전에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한 적도 있고 꽤 많은 월급을 주는 회사에서 일한 기간도 길었다. 그런데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났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되니, 엄마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효성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집안 살림을 했다. 5년이 지나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손이 좀 덜 간다고 느꼈다. 이젠 다시 직장을 다니고 싶었다. 효성씨는 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며 지원할 회사를 찾았다. 그런데 당황스러웠다. 대부분 나이 제한이 있었다. 당시 효성씨는 41살이었는데 대부분 40세 미만만 뽑았다. ‘여자 나이 40 넘어가면 일할 데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현실로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합격은커녕 지원할 수 있는 곳조차 찾을 수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도 나이 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더 찾아보니 또 다른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구직 공고엔 나이 제한이 없다고 나와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잘 읽어보니 건보고객센터가 서울에 3개나 있었는데 그중 1센터와 3센터는 나이 제한이 있고 2센터는 없었다.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었고 ‘40 넘은 경단녀’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었다. 그렇게 효성씨는 2센터를 담당하는 도급업체 ‘유니에스’에 지원서를 냈다. 곧 전화가 왔다. “여기 유니에스인데요. 지원하셨더라구요. 여기는 일이 많이 어려워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아요.” “일하다가 내가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들 수도 있어요. 할 수 있겠어요?” “네 할 수 있어요.” ▲ 영화 ‘다음소희’의 한 장면. 소희 옆에서 팀장이 전화를 같이 들으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상했다. 입사도 하기 전에 이렇게까지 겁을 주다니. ‘으쌰으쌰 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하진 못할망정 이렇게 겁주는 게 참 괴상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히 면접을 보고 이틀간 CS 교육을 받기 위해 선릉에 있는 유니에스 본사로 출근했다. 이후 당산에 위치한 서울 2센터로 투입되었고 약 3주간 수습기간이라며 선배들이 콜 받는 걸 옆에서 지켜보거나 드문 드문 선배와 같이 콜을 받으며 배웠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2017년 10월 30일, 효성씨는 유니에스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제대로 일한 지 얼마 안 된 초반이었다. 정신없이 전화를 받고 상담중이었는데 사내 메신저로 전체 채팅이 올라왔다. 팀장이 보낸 거였다. ‘지금 3명이 화장실 이석 중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좀 기다리세요’ 뭔가 이상했다. ‘3명이 화장실 갔으니까 나머지는 가지 말라고? 설마 아니겠지’ 그러나 ‘설마’는 사실이었고 효성씨는 화장실을 통제하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내가 다니는 회사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업무 강도가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효성씨는 입사하면서 ‘난 태어나서 한 번도 건보공단에 전화한 적 없는데, 다들 비슷하겠지. 전화가 와봤자 얼마나 오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화가 매일 폭주했다. 센터에 상담사가 총 100여명이었다. 그런데 첫 1년간 그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집중해서 아등바등, 죽기살기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봤자 하루 평균 60콜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에 120콜도 받고 160콜도 받는다는데, 그건 남의 나라 얘기였다. 회사 전체에 전산 화면과 나만 있는 것처럼 집중했다. 중간 중간 끼어드는 건 팀장과 멘토정도였다. 가끔 연차가 필요한 때가 있었다. 아이의 입학식, 졸업식, 체육대회, 소풍 같은 날들이었다. 하지만 학교가 행사를 하는 시기는 대부분 비슷했고 고객센터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가진 엄마가 많았다. 같은 날 연차를 쓰는 사람이 많으면 팀장은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를 하라고 했다. 내 연차 내가 쓰겠다는데 제비를 뽑아야 했다. 가끔은 운 좋게 이기기도 했지만 당연히 질 때도 있었다. 진 사람은 이긴 사람한테 가서 “저희 애가 이번에 졸업하는데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며 연차를 바꿔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그래도 안 될 땐 하는 수 없이 관리자에게 “그래도 저 연차 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팀장은 “점수 깎이는 거 알죠?”라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매달 점수가 있었다. 콜 수가 얼마나 되는지, QA 평점이 얼마나 되는지, 컴플레인 들어온 건 없는지, 지각한 적이 있는지 등으로 평가되는 점수였고 그걸 기반으로 매달 등급이 매겨지면 인센티브가 달라졌다. 최고 등급은 SS였고 최하는 D였는데, SS는 40만원, D는 0원의 인센티브가 나왔다. 내 연차를 내가 마음대로 쓰면 점수가 5점이나 깎였다. 다들 점수가 비슷해서 안 그래도 소수점에 따라 등급 2-3개가 훅 올라가고 내려갔다. 그렇게 연차를 쓴다는 건 그달 인센티브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인센티브 지급기준과 평가기준. 2019년 12월 21일, 노동조합이 생겼다. 멘토 언니가 오늘 노동조합 설명회가 있으니 퇴근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노동조합이 어떤 걸 하는지, 왜 필요한지 잘 몰랐지만 언니가 가자길래 간다고 했다. 당시 많은 동료가 노조에 가입했다. 효성씨도 다소 휩쓸리듯 가입했다. 하지만 탈퇴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 효성씨는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편이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려면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응원해줬어요”라고 말한다. 화장실을 허락받아서 가는 건 부당하다. 연차를 쓴 대가로 점수가 깎이는 건 부당하다. 교육도 별로 안 해주고 전화 받으라는 건 부당하다. 관리자가 상담노동자를 무시하는 것도 부당하다. 현장이 부당함으로 가득한데 부당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다소 진부한 노동조합의 구호가 효성씨에겐 노조를 하는 이유였다. 실제로 노동조합이 활동하면서 화장실을 갈 땐 눈치보지 않아도 괜찮아졌고 연차를 쓴다고 점수가 깎이지도 않게 바뀌었다. 2021년 여름, 노동조합은 원주로 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로비를 점거했다. 출퇴근 시간에 피켓팅을 했고 집회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직고용 투쟁이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뜨거운 여름에 아스팔트에 앉았고 로비 안에 있는 조합원에게 김밥과 물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과 싸웠다. 경찰차가 길을 막아서 뒤쪽 언덕도 저벅저벅 올랐다. 언론과 공단 직원이 킹덤의 좀비냐며 비아냥댔다. 효성씨도 원주를 여러 번 가서 함께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건 치열함이었다. 강렬한 기운이 자신과 조합원들에게서 보였다. 물론 공단 직원들의 눈빛도 만만치 않았다.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잖아. 원래 너네 꺼가 아닌데 왜 여기 와서 떼쓰는 거야. 우린 너희와 달라’ 효성씨는 사람이 말을 꼭 입으로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눈으로 충분히 그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피켓팅하는 효성씨를 그렇게 쳐다볼 땐 아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정규직이었어. 너희는 결혼하고 아기 낳으면서 경단녀 안 될 자신 있어? 나중에 너희도 경단녀 돼서 고객센터 입사하고 비정규직 될 수 있어. 너희가 언젠가 이 자리에 피켓 잡고 있을 수도 있어. 나도 너 같았고 너도 나 같아질 수 있어.’ ▲언덕을 넘어 공단 부지로 진입 시도하는 조합원들을 좀비로 묘사한 파이낸셜 뉴스 기사. 노사가 소속기관 전환에 합의하면서 노조의 파업도 끝났다. 돌아온 효성씨에게 한 비조합원은 시비조로 말했다. “효성아 수고했다. 근데 왜 너희가 좀비야?” 다 알면서 묻는 거였다. 그저 남의 아픔을 비웃으려 하는 질문이었다. 효성씨는 “우리가 맨날 살아나서 그런가 봐. 공단도 우릴 찍어누르고 정규직들도 우릴 찍어누르는데 우리가 자꾸 자꾸 살아나서 싸우니까 그런가봐. 우리가 그만큼 치열하게 싸워서 그래”라며 당차게 받아쳤다. 효성씨는 현장으로 돌아온 뒤 노조의 준법투쟁에 함께했다. 당시 효성씨도 ‘짬바’가 차면서 하루에 130콜을 받곤 했다. 그러나 비상식적인 콜 수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다같이 콜 수를 줄여서 받자는 움직임에 동참해서 하루 최대 60콜 정도로 줄였다. 효성씨가 입사 초반에 아등바등 받던 콜 수와 같은 숫자다. 하지만 달라진 건 효성씨의 마음이었다. 꼴랑 60콜 받는다고, 인센티브 못 받으면 어쩌냐고, 능력이 부족해서 어떡하냐고 조바심내던 때와는 달라졌다. 이제 당당한 노동자로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하겠다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지금 효성씨는 ‘인센티브 폐지’를 외치며 파업중이다. 인센티브라고 하면 월급을 온전히 주고 추가로 주는 돈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건보공단과 유니에스에선 그렇지 않다. 유니에스는 매달 노동자들의 월급을 지급할 때 산정액에서 8만원을 빼고 지급한다. 그 ‘8만원’들을 모아다가 SS등급부터 순서대로 ‘인센티브’라며 차등 지급하고 있다. 노동자들끼리 자신의 월급을 온전히 받고 싶으면 혹은 옆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돈을 뺏고 싶으면 경주마처럼 전화 받으라고 경쟁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 사라진 ‘8만원’들의 총액은 인센티브로 지급되는 총액과 같지 않다. 일부를 유니에스에서 가로챘다고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중간 탈취가 아니라면 그 차액이 어디로 갔는지 귀신도 곡할 노릇이다. 이 의심에 대해 유니에스는 한 번도 노동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조합은 수상한 인센티브 지급 구조 자체를 바꿔내기로 결심했다. 효성씨를 포함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매일 선릉역 8번 출구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인센티브 폐지하라’를 외친다. 많은 한국 여성이 겪는 삶을 효성씨도 살아왔다. 정규직으로 잘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레 경력이 단절되었고 재취업하려면 하청업체 비정규직밖에 없었다. 한가지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노동조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효성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효성씨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하는 투쟁이 수많은 경단녀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지난 여름 효성씨를 경멸했지만 언젠가 경단녀가 되어 구직 사이트 화면을 바라보며 한숨 쉴 공단의 여성 정규직들의 미래조차 효성씨가 바꿔내고 있음을. ▲김효성 씨를 포함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은 인센티브제 개악 철회를 위해 선릉역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다.2023-06-13 | 조회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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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와 인센티브제에 맞서 투쟁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인센티브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떠나 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조법 2,3조 개정, 용역회사 자회사 철폐투쟁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 동료의 억울함을 외면할 수 없어 시작된 투쟁* ** 2023년 6월 7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한 연대단위들이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서울 공덕역 인근, 서울서부지방법원 바로 맞은편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는 작년 말,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계약종료로 일자리를 잃은 3명의 노동자가 6개월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의 발단은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해고였다. 올해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 효성ITX는 애초 기존 상담노동자들을 100% 고용승계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4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참여와 혁신>에 보도된 지난 4월 기자회견 당시 이하나 해고노동자의 발언에 따르면, 효성ITX는 12월 26일과 27일, 계약만료를 3일 남겨두고서 단 10분의 면접을 통해 최장 3년 2개월을 일한 장기근속자들 4명에게 계약불가를 통보했다. 구체적인 채용 거절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현재 싸우고 있는 해고노동자 3명 중 서금호, 정금숙 씨가 해고됐다. 면접 때 해고된 4명의 노동자들은,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한 사람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이들’이었다. 이하나 조합원은 이것이 ‘명백한 표적해고’라고 말했다. 싸우고 있는 해고노동자 이하나 씨를 포함한 6명의 다른 노동자들은, 당시 면접으로 인한 계약종료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동료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볼 수 없었다. 그래서 효성ITX에게 고용승계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제기했다. 그러자 효성ITX는 문제를 제기한 6명의 상담사들과도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처음 면접에서 해고된 4명의 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가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부당하게 직위해제를 당하는 걸 두고볼 수 없어 용기를 냈던 노동자들이었다. 이후 해고된 6명의 노동자들은 동료가 부당하게 해고되는 걸 참고 있을 수가 없어 용기를 냈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의 투쟁은 동료노동자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외면할 수 없어 용기를 냈기 때문에 시작된 투쟁이었다. 해고될 당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없었다. 망설이다 무작정 피켓을 만들어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이전에 명동에서 일을 했던 이하나 조합원은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호텔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을 출근할 때마다 지켜봤으며, 그 모습을 떠올리며 피켓시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피켓 시위를 하던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노동조합을 발견했고, 그렇게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리고 지금까지 원직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6월 8일, 선릉역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결의대회에서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 이하나 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 상담노동자를 경쟁과 죽음으로 내모는 인센티브제를 폐지하라! 한편 선릉역 8번 출구의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전전을 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서울2센터의 조합원들로, 지난 6월 1일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전면파업을 하고 용역업체 ‘유니에스’의 ‘인센티브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선릉역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선전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하고 있다. 투쟁의 발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용역업체의 인센티브제 개악이다. 인센티브제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콜수’로 순위를 매겨서 SS부터 A,B,C 등 등급을 나누고 이 등급에 따라 차등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경쟁의 노예로 내모는 끔찍한 노무관리 수법이다. 인센티브제로 인해 상담사는 콜수 압박에 시달리고, 휴식시간 부족과 스트레스로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 인센티브제의 해악은 자살로 내몰린 콜센터 현장실습생을 다룬 영화 ‘다음소희’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덧붙여 인센티브제는 상담사들로 하여금 무조건 콜을 빨리 끊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을 때부터, 줄곧 인센티브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설령 인센티브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리더라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내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공공성 상담을 현장투쟁의 일환으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친절한 상담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5월 1일부터 생산성 강화를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변경하여 1인당 75건의 전화 응대건수라는 기준치를 신설했다. 이 기준은 행정관리인력과 각종 휴가자를 포함한 것으로, 실제 출근하는 상담인원을 기준으로 공단이 정한 평가점수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상담사가 1일 평균 101.4건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평가지표 변경과 짝을 맞춰, 서울2센터의 민간위탁을 맡고 있는 업체 ‘유니에스’는 5월부터 ‘1인당 평균 80콜 이상 받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가 80콜 이상 받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주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하며, 유니에스가 '도덕적 해이'를 언급한 것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8일,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유니에스 본사에 찾아가 새로운 ‘80콜 규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유니에스는 6월 12일 현재까지도 ‘80콜 규정’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6월 8일 교섭에 들어갔던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지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사측은 교섭자리에서 “농성하기 좋은 날씨이지 않냐”라면서 오히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전면파업을 2주 가까이 이어가며 오늘도 선릉역에서 투쟁중이다. 대표적인 저임금 불안정 여성 직종인 콜센터 산업*** ‘금융산업 외주화와 콜센터 노동의 변화’ 토론회를 요약한 <노동과세계>의 보도에 따르면 텔레마케터 산업 종사자는 정확한 산업조사는 없으나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45%가 직영, 47%가 아웃소싱업체이다. 자회사를 직영으로 포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외주화 규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외주화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저축은행중앙회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조합도, 근로기준법도 없이 조금만 사측의 눈밖에 나거나 또는 사측의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 해고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용기내어 투쟁하고 있는 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절박하고 중요하다. 저축은행중앙회 이하나 조합원은 6월 7일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진행된 투쟁문화제에서 “우리가 포기하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또 거리로 나오게 될 테니까 이번주까지만 버텨 보자, 이번달까지만 버텨보자 하며 이어온 투쟁이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온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김금영 지회장도 같은 날 발언에서 “수많은 상담사들이 우울증, 건강악화,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해고로 거리에 나앉는 이런 사태가 매일 같이 일어나 가슴이 아프다. 콜센터 산업종사자가 40만 명이라 하는데, 강산이 변해도 여성이 집중된 노동에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감정노동, 높은 이직률 같은 말이 따라붙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김금영 서울지회장이 6월 7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문화제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도록 만드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원청으로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오히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위탁운영사업과 관련한 인력채용 등은 효성ITX의 고유 권한으로 저축은행중앙회와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마치 귀하와 효성ITX 사이의 고용문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피켓을 사용했고,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 저축은행중앙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ITX 뒤에 숨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원청 저축은행중앙회의 파렴치한 태도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먼저 생산성 강화를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변경하고, 용역업체인 유니에스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공격하도록 만든 주범이지만, 뒷자리로 물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을 관망하고 있다. 애초에 용역업체가 인센티브제로 노동자들을 경쟁시켜 나눠주는 돈은 모두 상담사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직접인건비이다. 그런데 직접인건비 중 최저임금 수준을 제한 나머지 돈을 회사가 마음대로 인센티브제라는 기준을 세워 노동자들에게 차등분배하며 중간착취를 해왔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동자들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방치했다. 중간착취로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으로 내몰고 경쟁을 강요하기만 하는 자회사, 용역회사를 철폐시키고 원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만들자. 콜센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인센티브제 폐지를 위해 싸우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도, 노동조합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용기내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저축은행중앙회 해고노동자들도 본능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의 투쟁이 노동조합도 없이 유령처럼 떠도는 40만 콜센터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라는 것을. 이제 이 투쟁을 함께 사수하고 승리로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과제일 것이다. 원청인 저축은행중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책임을 지고 해고된 노동자를 원직복직시키고 인센티브제를 폐지하도록 민주노조 운동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진정으로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참조기사 *언제든 '짤릴 각오'해야만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laborplus.co.kr)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노동자 세 명의 바위치기 - 참여와혁신 (laborplus.co.kr) ***콜센터가 비핵심 업무? 이미 금융기관내 주요부서로 기능해 < 현장투쟁 < 산별/지역 < 기사본문 - 노동과세계 (kctu.org)2023-06-12 | 조회 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