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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기후붕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주 잘 작동한 결과입니다923 기후정의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923기후정의행진 학생참가단과 함께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위한 923 사전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전교조 유천초분회 정은경 동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살고 있는 교육노동자 정은경입니다. 저는 작년 9월 23일 금요일, 글로벌 기후파업이 있던 날 연가를 내고 청소년 기후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나와 그 자리에 섰던 것은 더 이상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학생들과 학교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며 '텀블러를 사용해요'와 같은 말로 마무리할 때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기후붕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주 잘 작동한 결과입니다. 자본주의는 자연환경·비인간동물·여성·청소년·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수탈로 성장합니다. 자본주의는 생명 간 협력과 공존의 시스템을 깨버리고 생명들을 경쟁과 죽임의 굴레로 몰고 갔습니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능력주의와 입시경쟁으로 학교 구성원들을 몰고가며 자본주의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9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남긴 학생의 죽음과 2023년 '업무폭탄과 학생난리로 버겁다'는 말을 남긴 교사의 죽음은 모두 자본주의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입니다. 교육을 경쟁으로 옥죄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버린 자본주의가 불러온 죽음입니다. 일제고사, 성과급제, 비정규일자리 등 학교 안으로 들어온 자본의 논리가 불러온 죽음입니다. 학생들은 성적이라는 틀에 가둬져 자본의 성장에 알맞은 부품이 되어야 했습니다. 교사와 보호자는 학생에게 성적을 압박하는 한편, 마찬가지로 자본의 성과라는 틀에 가둬져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학교 안 노동자 정원은 계속 줄어들고 남은 노동자에게 업무가 가중됩니다. 늘어난 업무는 학교 안 약한 고리, 여성 저경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밀려옵니다. 자본이 사회의 약한 고리로 재난을 떠미는 것처럼 말입니다. 업무폭탄으로 힘들어하는 동료 노동자, 불안정한 일자리로 생계를 걱정하는 동료 노동자, 악성 민원전화에 상처받는 동료 노동자, 폐암으로 고통받는 동료 노동자가 같은 학교 안에 있지만 어려움은 각자의 몫일 뿐입니다.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조립라인을 도입하여 생산성만 강조하면서 노동의 의미를 해체했던 것처럼 교육노동도 분업화되고 파편화되었고 학교민주주의는 무너졌습니다. 동료와 경쟁해서 동료를 밀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놓고 누구도 죽지 않길 바라는 건 모순 아닌가요? 매 순간 우리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기후재난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붕괴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는 성장과 경쟁을 강요하며, 나의 생존을 위해 동료를 밀어버리라고 합니다. 진짜 우리를 죽음으로 밀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요? 정부와 기업은 기후붕괴를 가속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고 신공항을 짓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의 자본가가 더 많은 부를 갖고 더 많은 편리함을 누리며 '성장'하기 위해 우리의 수많은 동료들이 생존의 위기 앞에 내몰려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육은 더 이상 자본주의식 성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경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구성원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여건과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동료를 신뢰하며 협력하고 연대하는 공동체,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학교여야 하고 우리 사회여야 합니다. 끊임없이 착취하고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살 수 없습니다. 거대하고 막막해 보이는 벽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는, 동지들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각자의 공간 밖으로 나와 동지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함께 외치는 것입니다. 죽음의 구조를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동료와 더 많은 인권과 더 많은 민주주의입니다.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세 번 따라 외쳐주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경쟁 성장 자본주의 멈춰!2023-09-26 | 조회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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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기후재앙 속 통신노동자들은 2중 3중의 고통으로 내몰릴 것입니다923 기후정의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923기후정의행진 학생참가단과 함께 <기후정의 계급투쟁을 위한 923 사전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정범채 동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인사드립니다. 저는 SK브로드밴드의 하청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강남지회장 정범채입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왔습니다. 저처럼 밖에서 일하는 통신회사 노동자들은 올여름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동료 중에는 작업복을 여러 벌 챙겨 땀이나 비로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일하기도 합니다. 어떤 동료는 무더운 날 갑자기 숨이 가쁘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서 119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도 무더위와 위험작업을 피해서 쉬라고, 노사 간 단체협약에도 관련 내용이 있으니 걱정 말고 쉬라고 합니다. 의외겠지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조가 없을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하라고 다그쳤지만, 지금은 ‘폭염이 예상되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쉴 때는 그늘에서 쉬라’고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하면, ‘여러분에게는 작업중지권이 있으니 위험한 상황에서는 모든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현장관리자나 본사 안전보건지원팀이 친절히 안내해줍니다. 그런데 폭염이나 폭우에, 태풍에 일을 안 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습니다. 특별히 일을 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꾸역꾸역 일을 합니다. 노조가 없을 때나 있을 때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다들 회사에 충성스러운 노예들이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통신회사에 만연한 실적급 임금체계가 노동자를 위험 속에서도 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본급은 적고 작업량에 따른 실적급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 노동자들은 폭염에도 태풍에도 폭설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매년 노사가 임금교섭을 하고 노동조합에서 고정급 월급제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끝끝내 자본은 실적급제를 고수합니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조합은 월급제를 핵심 요구로 했습니다. 월급제를 관철하기 위해 5년 만에 파업도 불사할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집중교섭을 하더니 실적급제는 그대로 두는 잠정합의안을 가져왔습니다. SK자본은 절대 실적급제를 포기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는 정면승부를 포기했습니다. 어떻게 우리 통신산업 노동자들이 날씨 걱정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이 고정급으로 지급되어야 합니다. SK를 비롯한 거대 통신자본은 전 국민을 상대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립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실적급의 노예로 살고 있습니다. 이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전 지구적 기후재앙 속에서 통신노동자들은 2중 3중의 고통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통신산업 노동자들이 완전월급제 공동요구로 단결해 자본의 착취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실적에 의한 임금체계를 없애야 노동자들이 ‘위험은 피해야 한다’, ‘더울 때 추울 때는 쉬어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 국민을 호갱으로 여기고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통신자본을 공영화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통신산업을 국유화해서, 민중의 고혈을 빠는 통신요금을 우리 손으로 통제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의 참여로 통신요금을 결정해 부담을 줄이고, 통신서비스를 오지 산간 취약지구로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도 더 보람을 갖고 일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자본의 탐욕을 끝장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제대로된 기후정의 실현이라 생각합니다. 지구에 자본이 있는 한, 노동자들은 병들고 다칠 것이고 지구도 죽어갈 것입니다. 자본을 끝장내고 노동자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에 동지들 힘차게 힘차게 투쟁합시다. 투쟁! 감사합니다.2023-09-26 | 조회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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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들노동자투쟁에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노동조합 중에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있다. 노조를 만들자마자 해고된 자신들의 복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동지들이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통상적인 ‘노동조합 투쟁’ 범위를 넘어선다. 수년째 사드 반대 투쟁이 벌어지는 소성리도 그중 하나다. 아사히 동지들의 연대 사례를 보면서, 노동자 운동이 사드 반대 투쟁 같은 정치쟁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 15차 범국민 평화행동 9월 2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사드철회평화회의 주최로 15차 범국민 평화행동 집회가 열렸다.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지배계급의 군사적 결속을 다지는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이를 규탄하듯 집회 무대에는 “사드 철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반대!” 구호가 크게 내걸렸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회원들도 이날 집회에 참여해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구호를 함께 외쳤다. 2017년 4월 26일 사드 장비가 처음 소성리에 반입된 이래 6년이 지나는 동안, 여러 반전 평화운동 단체, 종교단체, 학생단체, 정당 등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싸워왔다. 투쟁 현장에 나붙은 수많은 현수막을 보면 사드 철거, 평화, 민족자주 등 소성리 투쟁을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구한말 동학농민운동을 연상시키는 ‘척양척왜(斥洋斥倭)’ 같은 구호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구미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꾸준히 소성리 투쟁에 연대해 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날도 역시 아사히 동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구미에서 노동자 공동투쟁의 기풍을 살려가고 있는 KEC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동지들도 함께했다.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은 먹튀 자본 닛토덴코를 규탄하며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집회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서 서명에 동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처럼 민족주의 지향이 강한 노동자들이 사드 반대 투쟁에 참여하는 장면은 익숙한 편이지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같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계속 연대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아사히 동지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투쟁에 연대하게 됐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겪었는지 더 들어봤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지회장은 국가권력의 가공할 폭력을 첫 번째로 꼽았다. 9년째 투쟁 중인 아사히 노동자들 자신도 자본가들의 악랄한 작태만이 아니라 경찰과 법원을 앞세운 정권의 체계적인 탄압을 겪어왔다. 하지만 그것조차, 소성리 주민들이 겪어온 압도적인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지배자들이 떠들어대는 민주주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항하면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며 끌려 나왔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짓밟는 바로 그 국가권력이 이곳에선 주민들의 저항을 짓밟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아사히 노동자들은 소성리 투쟁에 연대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그 과정이 마냥 ‘자연스럽게’ 이뤄진 건 아니라고 한다. 차헌호 지회장은 ‘아주 의식적인 노력’이 투여됐다고 강조한다. 지회에서 꼼꼼하게 토론하고 교육을 배치하며 집단적 결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함께 전진하기 이와 같은 연대는 반대로 소성리 주민들이 노동자투쟁의 현실을 이해하고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했다. 주민들이 직접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결의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투쟁사업장공동투쟁’의 광화문 고공 농성장을 방문해 힘을 실어줬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한다.(관련 글) 정권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노조혐오 십자포화에 맞서 노동자투쟁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힐끗 보여준 듯하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조합원들만의 임금과 고용을 위한 편협한 요구를 넘어서지 않은 채 노동자 운동이 사회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을까? 억압받는 민중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소성리 주민들은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상황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사업장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더 넓은 시각으로 연대운동을 만들어가야 더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며, 더 힘차게 싸울 수 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바로 그 증거다. 방향을 분명하게 소성리 투쟁에 연대하는 노동자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한반도에서의 제국주의 경쟁과 전쟁 위기 고조는 노동자 민중 모두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15차 범국민 평화행동의 대표 구호가 선명하게 제기한 것처럼, 이 사안은 단지 특정 지역에서 사드 장비를 철수시키는 데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시도 자체를 꺾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시도에 제대로 맞서려면, 정치적 방향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토론이 노동자 운동 속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제국주의 패권에 맞선다는 정당한 명분 아래 한미일 군사동맹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맞은편에 제국주의 경쟁의 다른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지지하기까지 하는 그릇된 경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현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이런 시각으로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대중 속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맞선 투쟁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줄서기가 이뤄지고 있는 제국주의 패권 경쟁 자체에 맞선 투쟁이어야 한다. 경쟁자를 불리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세력권을 확대하려는 지배자들 간의 경쟁에서 우리는 누구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 실제 힘을 만들기 위해 그와 더불어 노동자 운동이 실제로 국제적인 연대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경험과 역량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지배계급이 군사동맹을 추진하며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면, 노동자계급은 국경을 넘어 ‘노동자계급끼리’ 손잡고 전쟁 반대 동맹을 추진해야 한다.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제국주의 열강 내부에서부터 체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조직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한국에서 한창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던 상황에서 아사히 본사를 겨냥한 일본 원정 투쟁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일본 놈들 때려잡자’는 식의 민족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이 투쟁을 지지하는 일본 노동자와 한국 노동자가 함께 손잡고 자본가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국제적, 계급적 연대였다. 또한 그렇게 연대했던 일본 노동자들이 반전 투쟁을 요구로 내걸고 실제로 그런 활동을 조직하는 모습이 아사히 동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운동에서 이런 경험은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이 ‘우리 민족끼리’나 ‘척양척왜’ 같은 협소한 민족주의 전망을 넘어 제국주의 경쟁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엎을 수 있는 노동자계급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데에서 승리의 전망을 찾아보자.2023-09-26 | 조회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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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고상할 수 없는 ‘사서(司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외침- 구청 앞 집회 참가자에게 경찰과 구청이 구청 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 용변이 너무 다급했던 참가자는 노상방뇨를 한다. 이때 경찰과 구청은 참가자에게 어떤 입장을 보일까? 해당 참가자를 연행할까? 물론 참가자가 노상방뇨를 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양천구청과 양천경찰은 양천구청 앞에서 연좌해 집회를 진행하는 참자가들에게 구청 내 출입은 물론 구청 내 화장실 사용조차 막았다. 양천구청 둘레는 경찰들이 지켜 섰고, 곳곳에 ‘위험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접근금지 테이프를 둘렀다. 하물며 사적 건물인 주유소조차도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는데 공공기관인 구청이 화장실 사용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공의 안녕보다 개인의, 특정 세력의 안녕을 지키려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15분 VS 48시간 “저는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도서관 사서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사서는 책에 둘러싸여 책을 보다가 이따금 이용자가 문의를 하면 답해 주면 되는 ‘꿀직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9월 19일에 열린 ‘양천구청의 노동자 폭력 진압 규탄 집회’에 참여한 노원구의 한 사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생각이 환상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천구청의 노동자 폭력 진압 규탄 집회’의 ‘노동자 폭력 진압’은 지난 9월 13일에 벌어졌다. 이날 양천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사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양천구청 1층 로비에서 평화롭게 연좌해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었다. 15분이 지나자 양천구청의 요구로 출동한 경찰들이 폭력을 휘두르며 노동자 10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노동자가 팔과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한 노동자는 뼈가 살을 찢고 나오기까지 했다. 경찰은 연행한 노동자들을 48시간 동안 구금했다. 연행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들이 병원 치료를 요구하자, 경찰은 수갑을 차야만 병원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수갑을 찬 채로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연행된 10명 중 1명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지부장이었는데 그는 양천서 정보과와 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주선한 교섭 자리에 참석하려고 이동하다가 연행됐다. 그런가 하면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러한 폭력사태는 묵과한 채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요구를 불법으로 몰며, 근거 없는 주장과 노조혐오를 담은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양천문화재단은 양천구의 출연기관으로, 공공도서관과 문화시설 등을 위탁 운영하고 양천구민에게 공공문화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천구는 양천문화재단의 지도감독기관이며, 양천구청장은 재단의 이사장을 임명하고, 양천구는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인사, 보수, 정원 등 노동조건의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꿀직업’일 수 없었던 사서 다른 자치구의 문화재단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처우도 열악한 편이지만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경우는 더하다. 대부분의 구립도서관 사서들은 책 대출과 반납 관련 업무, 책 관련 각종 문화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 업무는 기본으로 수행한다. 여기에 이용자들을 응대하는 서비스직 업무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면 업무로 인한 감정노동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악성 민원에도 시달린다. 인력이 부족해 청소 업무까지 맡다 보니 사서들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일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손목질환, 허리디스크 등의 질병을 앓기도 한다.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다. 임금인상률은 물가인상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몇 년을 일해도 월급은 제자리 수준이다. 노원문화재단 노동자들은 연 120%의 명절수당이라도 받지만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은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 노동조건과 처우가 이처럼 열악하다 보니 양천문화재단에서는 작년 한해 동안만 정원의 3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퇴사했다. 필리버스터, 쏟아지는 이야기들 ‘양천구청의 노동자 폭력 진압 규탄 집회’는 1부와 2부로 진행됐다. 1부는 집중집회와 필리버스터로, 2부는 투쟁문화제로 구성되었다. 필리버스터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전체 집회는 예정 시각보다 40여 분 늦게 마무리되었다. 집회에는 양천문화재단 노조 조합원들과 노원문화재단 노조 조합원들을 비롯해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 150여 명이 참여했다. 필리버스터 시간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는데 이번 일을 겪고보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성별,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처우를 모른 체하고 면담 요청마저 불응하는 기관의 태도를 보며 사명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도서관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서로 일해왔다. 구청도, 경찰도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신뢰를 주는 기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 노동자도 있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서사원 노동자들의 처지와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처지가 법적 사장과 현장의 사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미심쩍은 양천문화재단, 양천구청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과 양천구청 담당자, 양천문화재단 본부장과 영영관리팀장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면담에서 명절수당은 25%로 이야기되었고, 장기근속수당은 신설 가능성에 대해서만 구두로 이야기되었다. 노동자들은 그나마 양천구청과 양천문화재단 측이 면담에 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구두로만 정리된 내용으로 논의를 더 진전시킬 수 없으니, 문서로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장기근속수당을 포함해 노조 측 요구 중 반영 및 실행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그 이유 역시 문서로 정리해 주면 전체적인 내용을 총회에서 논의해 답변을 내놓겠다고 노조는 입장을 정리했다. 사측은 9월 21일까지는 문서를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면담 자리에서 양천구청은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노동자의 병가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규정 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더니, 규정을 찾아서 보여주자 “규정에는 ‘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 ‘해야 한다’라고 되어있지 않다”라고 말해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구청은 ‘우선 연차를 쓰고, 그래도 부족하면 그 때 병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는데, 이마저도 유급병가가 아니라 무급병가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이었다. 다친 노동자와 같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발언대에 나와 “오늘 아침부터 ‘다친 000 조합원의 병가처리가 통과되지 않으면 어떡하나’란 생각에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동료를 다치게 하고 책임도지지 않는 양천구청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다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해 확실한 답이 없다면, 사측이 노동조합과 교섭할 태도가 있다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다들 연대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즐겁게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날 오후 3시 집중집회부터 4시 필리버스터, 7시 문화제까지 쉬지 않고 진행된 일정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의 여러 단위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와 사회단체가 참여했다. 7시 문화제에는 특히 많은 단위들이 참여해 연대발언을 했다. 변선영 서울지부 광운대분회장은 5년 전 용역업체가 파산하며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투쟁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현재 새로운 용역업체에 의해서도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이라 소수노조의 위치에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쟁하려 한다는 광운대분회장은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발언중인 김윤숙 분회장 김윤숙 서울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 분회장은 자신 또한 경찰에 의해 연행된 경험, 수차례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오고 조사에 불려다니던 경험을 소개하며,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나의 집회할 권리와 노동조합할 권리를 이야기한다고 얘기해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리고 가장 힘들 때 무엇보다 옆에 있는 동료가 가장 큰 힘이 된다며,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정아 유천초 해고노동자는 발언 이후 '바위처럼' 몸짓을 통해 참가자들을 일으켜세웠다. 남정아 전교조 유천초분회 해고노동자는 강원도 교육감과의 면담약속을 받고 찾아갔다가 24시간 만에 강원도교육청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행정기관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며 착취하는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나리 서울지부 노원문화재단분회 부분회장은 ‘사서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양질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양천문화재단 사서 노동자들이 그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헌 서울지부 노원문화재단 분회장은 ‘도서관계가 여러분을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도 투쟁을 시작할 땐 우리만 바꾼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노원만큼 너무나 힘들고 열악한 곳이 많다는 걸 투쟁하고서야 알게 됐다’며, ‘다음에는 무릎을 꿇어서라도 다른 조합원들을 데리고 연대하러 오겠다’, ‘든든한 동료들이 있고,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연대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잊지 말고, 즐겁게 투쟁했으면 좋겠다’며 노원문화재단분회도 함께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중가수 이해규 동지가 문화제를 빛내주었다.2023-09-20 | 조회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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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간절함을 담아…‘오체투지 행진 이번이 몇 번째세요?’ 하마터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상처를 후벼 팔 수도 있을 질문을 세종호텔 조합원에게 던질 뻔했다. 다행히 그 질문이 막 목구멍을 넘으려는 순간 다시 삼킬 수 있었다. 9월 19일부터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오체투지 행진은 21일까지 이어진다. 세종호텔 사측은 민주노조를 지속적으로 탄압하다가 지난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 12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조합은 정상영업 제안을 전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신청하지도 않았다. 물론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아도 경영을 잘할 수 있을 만큼 자산이 충분했다. 2023년 9월 현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일상이 전처럼 회복됐고, 많은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서울을 찾고 있음에도 사측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호텔 등급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식음료 사업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의 자리를 외주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4성급이었던 세종호텔은 2023년 8월 9일 3성급으로 하락했다. 호텔업 등급평가기준에 따르면, 식음료업장이 2개 이상 설치‧운영되어야 4성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사측은 지난 4월 말부터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고 1층 식당 공간에 한해 식음료업장 1곳을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긴 상황이다. 19일,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부당한 정리해고를 사법부의 판결로나마 바로잡아지기를 바라며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131개 시민사회단체와 1,012명의 시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를 포함한 전문가들도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사실 세종호텔 조합원들이 오체투지 행진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사측의 수년 동안 계속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서 이미 2012년 초부터 로비점거파업, 선전전, 집회 등을 펼치며 싸움을 이어왔고 2015년에도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오체투지 행진’에 함께했다. 이후에도 다른 여러 사업장의 오체투지 행진을 같이했다. 19일에 이어 20일과 21일에 계속되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 일정은 아래와 같다. 마음 가득한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 ▲ 9월 20일(수요일) 10:00~12:00 신사역 6번 출구 → 한남오거리 13:30~17:30 한강진역 1번 출구 → 전쟁기념관 ▲ 9월 21일 (목요일) 11:00~12:10 전쟁기념관 → 숙대입구역 4번 출구 13:30~17:00 숙대입구역 4번 출구 → 세종호텔 18:00 투쟁 문화제(세종호텔 앞)2023-09-20 | 조회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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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천구청장 면담 요구하다 연행된 양천문화재단분회 사서 노동자들양천문화재단은 양천구의 출연기관으로, 공공도서관, 문화시설 등을 위탁 운영하고 양천구민들에게 공공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양천문화재단의 노동자들은 2022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2년 가까이 처우개선을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양천문화재단과 양천구청의 무책임으로 교섭이 끝내 결렬되었고, 노동쟁의조정도 중지되어 투쟁에 돌입했다. 양천문화재단분회는 지난 8월 9일, 8월 19~20일, 9월 13~14일 경고파업부터 전면파업까지 여러 차례 파업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노조의 최종 수정안에 대해 불수용 외에 그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양천문화재단은 ‘서울특별시 양천구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설립되었고, 예산은 양천구의 출연금으로 조성되며, 매 해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구청장에게 승인받아야 하고, 이를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재단의 이사장을 구청장이 임명하며, 현재 재단의 경영, 인사를 담당하는 본부장과 경영팀장은 구청에서 파견한 공무원이다. 따라서 양천구는 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인사, 보수, 정원 등 사실상 노동조건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교섭에서 양천문화재단 사용자는 “구청과의 협의 또는 승인 없이는 결정할 수 없다”라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그래서 양천문화재단분회는 구청장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구청은 노사간 협의할 사항이라며 성의 없는 답장만 보내왔고, 8월 2일 이후로는 면담을 요구한 날에 찾아가니 구청 문을 모두 폐쇄하고, 구청에 출입하려는 조합원들을 저지했다. 8월 9일 파업결의대회에서는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조합원 및 노동자들과 구청 공무원, 경찰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고, 9월 13일 두 번째 집회에서는 급기야 10명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9월 13일 14시 40분경, 경찰은 양천구청 1층 로비에서 평화롭게 연좌하여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 9명을 15분 만에 기습 연행했다. 그 과정에서 남성경찰이 여성을 연행하기까지 하며, 팔을 비틀고, 발목을 짓밟는 폭력행위가 있었다. 부상당한 여성노동자들이 병원 이송을 요청하자 경찰은 수갑을 차지 않고서는 병원에 갈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양천경찰서 정보과의 주선 및 양천구 행정지원국장의 추진으로 제안된 실무협의(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이성균 서울지부 지부장을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이 기습 연행하여 대화조차 무산되었다. 경찰이 주선한 교섭을 위해 이동하던 교섭위원을 경찰이 불법적으로 연행한 것이다. 무리한 연행으로 조합원 팔에 상처가 났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 와중에 이기재 구청장은 양천구청에서 벌어진 이러한 폭력사태는 묵과한 채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요구를 불법으로 몰며, 근거 없는 주장과 노조혐오를 담은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였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페이스북에 노조의 요구를 '불법행위', '떼쓰기'라 규정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9월 13일 저녁, 양천문화재단분회 조합원들은 양천구청 앞에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양천문화재단 도서관 운영팀의 임현아, 김선형, 정지숙 조합원을 만나 도서관 사서 노동자들의 노동과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Q. 양천문화재단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임현아: 양천문화재단분회 조합원 대부분이 양천구 구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을 받는 일부터, 책과 관련된 각종 문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 정도이고, 그 외에 이용자들을 응대하며 서비스직으로서의 업무도 하게 되죠. 또 도서관들이 다 너무 작다 보니까, 본래 저희는 사서직이라 책을 다루는 게 직무이지만, 필요에 의해 시설관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물 새는 데 있는지 체크하고, 화장실 변기도 청소하고, 그런 일까지 같이하고 있고요. 되게 복합적으로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사서의 일반적인 노동조건이 어떤가요? 임현아: 저희는 책을 다루는 나름 전문적인 직종인데, 인원이 너무 부족해서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다 맡아서 해야 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또 워낙 책들이 무겁기 때문에, 무거운 책들을 많이 옮기다 보면 손목 질환이나 허리 디스크가 생기기도 합니다. 김선형: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몸이 상하는데요. 일단 비염, 손목건초염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책을 나르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최저시급만도 못한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합니다. 여성이 많은 직종이라 그런지 수당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그런데도 저희에게 배당되는 업무량은 항상 늘어납니다. 문화 프로그램 기획에서 시작해, 데스크업무, 화장실 청소까지 업무가 배당되는데, 명절/근속수당도 못 받아가며 일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서 직무에 해당하는 일뿐 아니라 시설관리나 청소도 함께 맡아서 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공공도서관에는 시설관리나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없나요? 정지숙: 보통 사서라 하면 일반적으로 책 속에 파묻혀 사는 모습을 생각하시지만, 저희가 그렇지를 못해요. 저희는 책과 관련된,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저희의 직무라고 알고,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사서직을 택한 건데, 그 일에 집중하질 못해요. 예컨대 시설관리부터 청소하는 것까지, 도서관에 필요한 일을 저희가 다 그냥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지난 정부까지는 솔직히 노인 일자리라든가 그런 공공근로 등이 많이 지원됐었어요. 근데 정부가 바뀌면서, 좀 엉뚱하게 느껴지는 규정들을 만들어서 (공공근로를) 청소 인력으로 활용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놓았어요. 그 인력을 다른 쪽으로 보충해 주는 것도 아닌데, 청소는 해야 하니 결국에는 사서들이 청소까지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해맞이 역사도서관 같은 경우는 단독 건물이어서 시설관리 일자리가 있었어요. 있었는데…그 자리에 시설에 특화된 기술이 있는 분이 아니고 그냥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해 온 구청장 낙하산을 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있어도 무의미한 자리가 돼 버렸어요. 그래서 현재는 만능으로, 빈 업무들을 채워나가야 되는 게 사서의 직무가 돼버렸습니다. Q. 이용자들과 늘 대면하는 업무이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현아: 사서들이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성희롱을 겪는 경우도 있고, 여성이라고 얕잡아보는지 이용자가 말을 막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사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좀 심한 경우에는 민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가위를 꺼내 찌르려 하는 시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사람을 계속 상대하니까 감정노동은 기본이고, 도서관이 늦게까지 운영하다 보니 당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선형: 대면업무를 하다 보니 이용자의 악성 민원에 굉장히 취약한 편입니다. 이용자 폭언으로 인한 공황장애 등 대면 업무로 발생하는 정신적 피해는 거의 다 받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용자의 뒤에서 구청 등의 집단들이 부당한 요구를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성인지 감수성 도서들을 구청에서 일괄적으로 조사해 ‘빼라’고 지시하고, 다른 구에서는 도서관장이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어요. (관련기사 링크) 다른 시에서 학부모 단체들이 ‘이 책을 빼라’고 사서들에게 지속적으로 악성민원을 넣었고, 구청에서는 “이용자들 말을 들어줘야지” 라면서 사서들을 압박했습니다. 우리를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없는 느낌이에요. 저희는 어떤 책이건 다 소장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이용 가치가 있는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책을 빼버리라 하며 도서관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마비시켜버리는 게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개개인 사서들에게 굉장히 우울감을 주기도 하고, 공황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Q. 악성민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요 정지숙: 양천구에 온갖 민원들이 들어오잖아요. ‘구청장에게 바란다’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솔직히 그런 게시판에 들어온 도서관 관련 민원들은 결국 다 사서한테 와요. 구청장이 대답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어요. 이용자 중에는 “너희 세금 받아먹으면서 이런 것도 못 하냐” 그러며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희는 그래도 전혀 보호받지 못해요. ‘양천구청 직원이니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구청이 우리를 좀 보호해 주겠지’라는 믿음이 처음에는 있었는데, 몇 해 전 프로그램 관련 악성민원인 때문에 저는 감사과까지 갔었거든요. 그렇게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처우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과중한 업무를 해야 하는 게 자괴감이 드는 부분이죠. 이게 양천구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제가 감사과까지 가야 했던 게, 제가 기획한 문화 프로그램에 대해, “저 초청강사는 대학교수가 아니다” “도서관 환경이 지저분하다” “이것은 인문학 강의가 아니다” 등의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한 사람이 있었어요. 한 가지 민원에 대해 답변을 드리면 다른 쟁점을 잡아 다시 민원을 넣고, 그에 대해 다시 답변을 드리면 다시 앞의 쟁점으로 돌아와 또 반복민원을 넣으셨어요. 결국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임 선에서 해결이 안 돼서 총괄을 맡았던 저도 감사까지 가고 별별 일이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 담당하셨던 주임님도 그것 때문에 약간 처벌을 받으셨을 거예요. 프로그램 한번 잘해보려고 운영했다가, 억지스러운 반복민원이 제기되는데 이로부터 사서를 보호해주기는커녕 감사과까지 가야한다는 점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Q.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임현아: 저는 올해 2월에 입사했는데, 양천문화재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입사할 때부터 ‘노동조합에 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저희가 노동자로서 목소리를 낼 방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양천문화재단에 들어오자마자 다른 선생님들에게 노동조합이 있는지 물어보고,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가입했습니다. 이전에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근무했었는데, 그때는 계약직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거기도 양천문화재단처럼 비슷하게 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상황이었는데요. 도서관 위탁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승계 문제가 생겼고, 거기서 일하시던 분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파업을 하면서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를 봤거든요. 또 제 주변에서 노동조합이 있으나마나 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얘기도 들었고,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 있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지숙: 저는 양천문화재단이 위탁업무를 시작한 2019년 10월부터 근무한 1기 멤버였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생기자마자 가입했습니다. 노조 활동에 깊이 있게 관여하거나 운영위원회를 열심히 도왔다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요즘은 집회를 하면 할수록 ‘단합이 더 필요한 투쟁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자라고 있는 상황이에요. 김선형: 저는 올해 4월 입사로 (조합원 중에) 가장 최근에 입사한 편이에요. 저는 노원문화재단 도서관에서 5년 가까이 일을 했었는데요, 양천문화재단에는 현재 명절수당이 없는데, 노원문화재단에서는 연 120% 명절수당을 받았어요. 하지만 명절수당을 받았다고 해도, 사서라는 직군 자체가 처우가 되게 안 좋아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은 했었어요. 당시 ‘도서관을 바꾸는 토끼들’이라는 서울시 TF에도 참여했었는데, 그래도 사서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직접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7월에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정지숙: 김선형 조합원과 달리 저는 근속년수는 오래됐지만, 사서로서 일한 기간은 비슷해요. 대학에서 사서 관련 전공을 했지만, 졸업 후에는 IT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뒤늦게 전공을 살려서 사서 일을 시작한 케이스인데요. 졸업 후에 사서 일을 바로 하지 않았던 이유가, 사서라는 조직이 좀 답답하고 발전도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30대 후반에 뒤늦게 다시 사서 일을 하게 됐는데, 제가 20대에 대학 졸업할 당시에 느꼈던 사서 조직과 지금의 조직이 ‘정말 하나도 변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선배 사서들의 잘못이 아닐까’, ‘뭔가 변화를 주고,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똑같은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노조가 만들어져서 가입했고, 열심히 동참은 못 해도 협조를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선배 사서로서 우리가 먼저 만들어내지 못한 것들을 후배들이 열심히 해주니 우리가 박수 쳐주고 이끌어주고 그게 우리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부채감이 있어요. 저는 오로지 양천구에서만 근무했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친구들이 올 때마다 물어봐요. “다른 구 사서 조직도 이러니?” 물어보면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양천구가 정말 최악이고, 그래서 저희가 투쟁하지 않을 수 없었죠. Q. 현재 노동조합에서 ‘장기근속수당’과 ‘명절수당’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임현아: 일단은 그 두 부분이 제일 주된 문제예요. 지금 임금협상이 잘 안되고 있어서, 그 부분에 집중해서 말씀드리는 것도 있어요. 장기근속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승진제도가 거의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 저희 팀에서는 과장 1명, 대리 1명, 나머지 50여 명은 다 똑같은 주임급 팀원이에요. 과장과 대리 2명 빼고는 몇 년이 됐든 간에 다 직급이 똑같아요. 그런 부분이 좀 문제가 있죠. 김선형: 명절수당도 못 받아가며 일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노원문화재단에서 연 120% 명절수당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기관이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도 명절수당 받으면 부모님에게 선물을 해드리려고 계획을 짜뒀는데, 불효자식이 됐어요. 그리고 장기근속수당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가장 늦게 입사했는데, 먼저 일하신 분들이 저와 월급을 똑같이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더 많이 하셨고, 그동안의 노고가 있는데 그 노고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파요. Q. 그래서 오늘 낮에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러 왔는데, 조합원들을 포함해 10명이나 연행이 되었잖아요. 이 상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임현아: 명절수당은 원래는 아예 얘기가 없었는데 계속 저희가 선전전을 하고, 파업도 몇 번 하고 해서 지금 그나마 (교섭에서) 얘기가 나온 거예요. 저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그 얘기조차도 나오지 않았을 거라서, 오늘 여기 현장에 나온 것도, 당연하다 해야 하나, 감사하다 해야 하나,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희 집회 시작한 지 30분 만에 (조합원들이) 연행되셨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엄청 막 격렬한 몸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연행했다고 하더라고요. 연행하는 영상을 공유해줘서 봤는데, 6명밖에 안 되는데 정말 많은 인원이 둘러싸고서 발로 막 밟고, 거칠게 연행해서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어요. 조합원들이 괜찮으실지 걱정도 되고…저희 지부장님도 중간에 교섭을 다시 한다는 얘기를 하고서 교섭을 하러 나가시다가 이 자리에서(양천구청 정문 앞) 연행이 되셨고요. 김선형: 경찰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우리는 지금 교섭하러 가게 됐으니 ‘잘 다녀올게’ 하고 가다가 여기서 바로 연행됐어요. 경찰들도 그 말을 다 들었으니 당연히 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잡아가 버렸어요. 임현아: 그냥 너무 어이가 없었죠.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는 정당하게 저희 목소리를 내는 건데, 이렇게 불합리하게 사람을 끌고 가고 이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습니다. 김선형: 저희가 들어오면 같이 얘기하려고 먼저 들어가 계셨던 운영위원들이 있었거든요. 그분들은 정말 그 안에서 그냥 앉아서 기다린 것밖에 안 했는데, 갑자기 30분 만에…안 끌려나가려고 서로 이렇게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거를 풀겠다고 발로 밟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로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이 “공권력, 행정력 낭비다”라는 말을 해요. 저희 같은 일선 사서들은 이용자들 대면 업무하면서 이렇게까지 갈려나가는데, 여기 나오는 경찰들은 구청에서 내리는 지시 하나 때문에 다른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에 동원되지 못하고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모습이 ‘행정력 낭비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죠. 다 비슷비슷한 월급 받으면서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다른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참 안타깝기도 해요. 정지숙: 아마 솔직히 지금 인터뷰하시면서도 느끼겠지만, 저희가 서투를 거예요. 저 같은 경우도 솔직히 예전에 대학 때 최루탄 연기까지 맡아본 세대이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당사자가 되어서 투쟁한 건 처음이기 때문에, ‘노조 활동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는 거야’ ‘법이 어떻고’ ‘이게 불법이고’ 하는 그런 말들이 다 의아해요. 솔직히 뭐가 뭔지도 하나도 모르겠고 근데 이 상황이 좀 불합리하다는 건 그냥 잘 몰라도 느껴져요. 사서들이 정말 대대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왜 도서관협회는 사서 노조를 못 만들까요? 이게 왜 안 될까요? Q. 명절수당, 장기근속수당에 멈추지 않고 노동조합에서 바꿔나갈 것이 많을 것 같은데요. 또 어떤 현장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선형: 지금 재단에 계시는 팀장님이나 본부장님 같은 경우에는 구청에서 오신 분들이라 사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없고, 저희가 왜 이런 투쟁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으신 것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분들 대신에, 진짜 도서관이나 문화재단과 관련 있는 사람,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교체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단 업무가 공연문화팀, 도서관운영팀, 경영관리팀 세 가지인데요. 이 세 가지에 대한 직무 이해도를 충분히 갖고있는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대문구 같은 경우에는 노조 활동을 통해서 비정규직 선생님들이 다 정규직화됐대요. 저희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크거든요. 서대문구도 정규직화까지 2년 걸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정규직이어야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면서 좀 더 이 도서관에 애착이 생기고 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정규직 전환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정지숙: 김선형 조합원이 중요한 말을 다 해주었는데요. 솔직히 문화재단이라고 하나로 묶기에는 공연문화와 도서관이 굉장히 성격이 다른 분야이기도 해요. 근데 (대표들이) 너무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만 멋져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고요. 도서관이나 책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텐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행정을 해가는 게…도서관 사서까지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솔직히 정말 크게는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부터 바로 서야 되잖아요. 그 기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가 도서관일 수도 있는데 그걸 너무 경시하는 것 같아요. 특히 양천구의 상황이 더 안타까워요. 저희 이사장님이 와서 취임사로 하신 말씀 중에 “나는 도서관을 한 번인가 두 번밖에 안 가봤다, 나는 딴따라다”라고 얘기했어요. 취임사였나 첫 식사자리에서 직접 한 말이에요. ‘도서관에 제대로 안 가봤다’라는 말을, 도서관 직원이 대부분인 재단에 와서 부끄럽지도 않게 한다는 것이, 굉장히 좀…’왜 저런 사람이 이사장으로 왔지’란 생각이 들었죠. *필자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13일 양천문화재단 투쟁을 취재해 스튜디오 알에 보도한 영상을 함께 소개한다. — 이날 연행된 노동자들은 48시간 동안 경찰서에 구금됐다. 또한 경찰은, 폭력 연행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차지 않으면 병원에 갈 수 없다며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양천문화재단분회는 이기재 양천구청장에게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양천문화재단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은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을 자행한 양천경찰, 양천구청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9.15(금) 오전 11시에 진행하였고, 9월 19일(화) 15시부터 집중집회와 필리버스터, 문화공연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양천구청의 노동자 폭력 진압 규탄 집회] 일시 및 장소 : 9월 19일(화) 15시부터, 양천구청 정문 1부 : 집중집회(15시~16시), 구청장 면담(16시), 필리버스터 : 16시~17시 30분 2부 : 투쟁문화제(19시부터 쭈욱~) / 문화 공연 : 이해규 문화활동가2023-09-18 | 조회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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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였다 -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한다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지난 8월 29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다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판정을 받았고, 9월 6일 장기기증을 마친 후 생을 마감했다. 사진=충남노동자뉴스 길 고인은 2010년 30대 중반에 사내하청업체에 들어왔다. 연주공장 주상공정(제강공장에서 정련을 마친 용강1)을 연속주조기에 주입하기 위한 준비공정)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밀어붙이며 그가 다니던 업체를 폐업했고, 그가 일하던 공정은 자회사로 넘어갔다. 하루아침에 다른 업체, 다른 업무로 쫓겨가는 신세가 됐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1) 불순물이 제거된 쇳물 3개월간 대기했다. 자회사로 더 많은 공정을 넘긴 탓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냉연공장 롤샵(압연에 쓰일 롤을 연마 등으로 준비하는 공정)으로 전적되었다. 좀처럼 일이 손에 익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도 데면데면해졌다. 올해 3월, 고인이 다니던 업체가 또 폐업되고 다른 업체로 전적됐다. 3월 21일 천장크레인 수동운전 리모컨을 조작하다 설비 사고를 냈다. 회사에선 수천만원에서 수억 원을 보상해야 할 거라고 한다. 그 사고 이후 리모컨을 잡을 수가 없다. 동료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 같다. 주변에서 당분간 휴직을 권했다. 당장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이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3개월 정도 쉬면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자회사 강행이 노동자를 죽였다 2021년 현대제철은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였다. 불법적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을 덮으려는 조치였다. 자회사 ‘현대ITC’는 덩치 큰 용역회사에 불과했고 그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여전히 비정규직이었지만, 현대제철은 ‘자회사 정규직’이라고 포장했다. 현대제철은 14개 업체의 도급계약 종료를 통보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로 가라고 협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생산에 지장을 받는 핵심 공정을 자회사로 넘겼다. 비정규직지회 투쟁의 힘을 최대한 빼겠다는 심산이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총파업으로 저항했다. 현대제철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로부터, 그리고 전국 각지로부터 파업 대체인력을 모집해 투입했다. 246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53일 파업으로도 자회사 도입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하청업체가 맡았던 일자리 상당수를 자회사로 넘겼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회사로 넘어갔다. (운송·환경사를 제외하고) 자회사를 거부한 1,900여 노동자 중 940여 명이 일하던 공정이 자회사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천명에 가까운 인원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과 업무로 쫓겨가야 했다. 현대제철은 자회사로 넘길 공정을 먼저 선정한 다음, 남은 공정을 하청업체 몫으로 남겼다. 자회사가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2021년 9월 1일 이후, 자회사로의 전직을 거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력배치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일자리를 지키려면 자회사로 가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자회사로 넘어간 인원이 현대제철의 예상보다 적었다. 그러자 현대제철은 회유와 협박으로 현장을 들쑤셨다. 공정을 빼앗으려고 사람까지 바꿔치기하고, 자회사 인원이 어느 정도 차면 공정조정을 한다며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거기에 비정규직지회의 전 지도·집행부까지 동원됐다. 현대제철은 약 9개월간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열시키면서 자회사에 부족한 인원을 채워갔다. 자회사로 가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어가야 할 일자리는 ‘좁은문’이 됐다. 당장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들은 공장이나 집에서 기약 없이 대기하게 했다.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7~8개월이나 대기했다. 노동자들은 기약 없는 대기에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견디지 못한 수십 명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공장을 떠났다. 현대제철은 노동자들이 십수년간 공들여 해오던 일을 강탈하고, 동고동락하던 동료들과 강제로 헤어지게 하고, 수개월간 대기시키며 고용불안에 떨게 했다. 자회사 전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해보지 않은 일인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람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일 못한다고 잘리지는 않을까’ 등 극심한 심적 부담으로 고통받았다. 현대제철은 작년부터 원청이 맡아야 할 안전관리 업무를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부당한 방침을 강요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워크오더2)를 발행하지 않는 갑질까지 저지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병들게 하고, 극한 상황으로까지 내몰았다. 2) 원청에서 하청에 발행하는 작업지시서 현대제철 원하청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으로 불법적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을 덮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대제철 자본이 노동자를 죽였다. 노동자를 극한 선택으로 내몬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제철에 있다. 더는 노동자가 죽임 당해서는 안 된다. 현대제철은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에게 사죄하고 보상함은 물론, 자회사 설립 강행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탐욕으로 가득찬 정의선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뿐이다. 그래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등 돌리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모든 노동자가 단결해 함께 공장을 멈출 때, 파업을 이유로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할 때, 현장통제권이 노동자들의 손에 있을 때 노동자가 죽임 당하지 않는다. 현대제철 불법파견 철폐!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고인의 죽음 앞에 다시 투쟁을 결의하자. 사진=충남노동자뉴스 길2023-09-17 | 조회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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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폭력을 자행해도 보호받는데 왜 우리는 물 한 모금의 자유마저 빼앗겨야 합니까?[편집자 주] 9월 11일(월) 오전 11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단전, 단수 인권침해 규탄, 국가인권위원회 긴급 구제 신청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분 100%를 소유한 일본 닛토덴코 자본은 구미공장의 상수도를 막도록 구미시에 요청하고, 한전을 통해 단전을 시도했습니다. 일방적인 청산과 폐업통보로 노동자를 해고한 것으로 모자라, 노동자들의 전셋집에 가압류를 걸고, 이제는 단전단수를 통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닛토덴코 자본에 맞서 13명의 한국옵티칼 하이테크 노동자들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박정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여성부장의 발언을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사진=전병철 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12년 일한 박정혜입니다. 지금은 불타버린 공장을 지키며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조사무실에서 농성 중에 있습니다. 지난 9월 8일 오전 10시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합원들과 회의를 마친 후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때까지 화장실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바로 뒤에 화장실을 이용한 조합원이 물이 안 나온다고 했습니다. “무슨 소리고, 좀전까지 물 나왔는데” 하는 순간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회사가 단수를 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그건가 싶어 수도꼭지를 틀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리나케 상수도사업소에 연락을 했습니다. 회사가 단수를 신청해 물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일방적인 청산과 폐업 통보로 우리를 해고했던 회사가, 제가 사는 전셋집에 가압류까지 걸더니 이제는 우리가 거주하는 노조사무실에 단전단수까지 신청한 것입니다. 단전단수.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물 없이 살 수 있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날 수 있는지 당하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당장 물이 끊기니 불편함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만약 예기치 못한 불이라도 난다면 다 죽으라는 겁니까? 이건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짓이 아닙니다. 회사가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구는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결국 괴롭히기였습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람을 괴롭히는 것. 누군가를 괴롭혀 굴복시키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이게 내가 사는 세상이라니 소름이 끼칩니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얼 하는 곳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오늘 여기에 처음 와 봅니다. 낯설지만 이런 곳을 국가가 운영한다니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침해를 당한 이들을 구제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인권! 인간답게 살 권리라는 말이겠지요. 극한 전쟁 상태의 포로에게도, 교도소 재소자들에게도 물과 음식은 제공됩니다. 생명을 가진, 살아 숨쉬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인간의 생명이자 생존입니다. 회사가 물을 끊은 건, 살아 숨쉬는 우리의 숨통을 끊겠다는 신호였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수 십 년 한솥밥 먹으면서 일한 우리를 세상 밖으로 내던지는 행위였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공장폐업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난 노동자들에게는 인권이 없습니까? 공장을 재가동하라고 내 일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인권이 파괴돼도 괜찮습니까? 가진 자들은 불법을 일삼으며 폭력을 자행해도 보호받는데 왜 우리는 물 한 모금의 자유마저 빼앗겨야 합니까? 인권위원회에 호소드립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13명의 노동자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던져서라도 소중한 가족만은 지키고 싶은 간절함으로 하루를 버티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물 한 모금에 인권위원회를 찾는 이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배 고픈 사람 앞에서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습니다. 물을 끊어, 인간을 괴롭혀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에게 “그건 나쁜 짓이야. 멈춰라”고 해주십시오. 누구에게라도, 어떤 순간에도 인간의 존엄과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 당연한 상식이 통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전병철2023-09-14 | 조회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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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수요일마다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집회하는 까닭은?직업 면에서 흔히 떠올리는 교사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이는 여느 직장과 다르게 방학도 있고, 어른이 아닌 아이를 상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을 터라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노동 환경과 실태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게도, 아니 처참하게도 최근 이어지는 교사들의 죽음으로 불거지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수요일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집회하는 선생님들 교사인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은 한데 모아 ‘김남윤’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에 강원도특별자치도교육청(이하 강원도교육청)에 가면 집회를 하는 김남윤을 만날 수 있다. 김남윤은 강릉에 위치한 유천초등학교(이하 유천초)에서 교사로 일했다. 유천초는 2020년 3월, ‘강원도형 혁신학교’로 개교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지정이 취소됐다. 김남윤은 누구보다 유천초를 혁신학교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애를 썼다. 하지만 겉으로만 ‘혁신’을 부르짖을 뿐 변화가 필요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직원들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혁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강원도교육청은 오히려 김남윤을 표적 징계, 부당 징계했다. 이후 김남윤은 재판을 통해 부당한 처분을 바로잡으려 했고, 집회를 이어가는가 하면, 200일이 훨씬 넘는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남윤이 싸우는 동안 강원도교육감이 임기 만료로 민병희 교육감에서 신경호 교육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두 교육감 모두 면담 요청조차 꺼리고, 모르쇠 태세를 보이며, 스스로 김남윤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김남윤과 전교조 강원지부 유천초분회, 유천초공대위, 학부모, 노동자들은 함께 싸워 2020년 7월 1일 강원도교육청과 부당 징계와 전보에 대한 회복 조치 합의를 이끌었다. 그리고 김나혜와 윤용숙은 2023년 6월 13일, 행정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지금까지도 교사들의 복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은 ‘종합’대책 김남윤이 매주 이어가고 있는 수요 선전전이 있던 9월 13일 오전,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크게 △교육활동 침해 예방 △공정한 사안처리 및 교원 법률지원 강화 △피해교원과 침해 학생의 정상적인 학교 복귀 세 분야의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수요 선전전 발언 시간에 이청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발표된 종합대책으로 현재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하나라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종합대책이 교육 주체들의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여전히 극단적인 경쟁에만 내몰면서 온라인 소통 시스템을 갖추고 녹음기 및 변호사를 지원하는 게 종합대책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 역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학교가 전쟁터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마음 넉넉했던 수요 선전전 매주 수요일마다 김남윤은 강원도교육청 앞을 지키며 선전전을 계속한다. 어떤 날은 함께하는 연대자들이 많지만 또 어떤 날은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9월 13일 선전전에는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대자들이 함께했다. 교육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 저축은행콜센터중앙회 노동자, 자동차판매연대지회 노동자, 세종호텔지부 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세월호 학부모 유족 등 연대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김남윤 역시 다른 사업장, 다른 노동자들의 싸움에 열성을 다해 함께하기 때문이다. 한 연대자는 발언 시간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하나다!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많은 비로 기온이 부쩍 떨어진 날이었지만 수요 선전전을 함께한 모든 이들의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넉넉했다.2023-09-14 | 조회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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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힘은 강하다! 철도파업, 함께 싸워 승리하자!사진: 철도노조 9월 14일부터 4일간,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 ‘교육개악·연금개악·노동개악’을 3대 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대체인력 및 대체수송차량 투입, 불법 엄단 등을 내세우며 공격을 예고했다. 이미 연금개악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번 공방전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악 모두에 맞선 전투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무대다. 철도노조가 내건 3대 핵심 요구는 모두가 정당하며, 전체 노동자 민중의 공동 요구와 결부돼있다. KTX-SRT 통합, 민영화 분쇄 KTX-SRT 분리 운영은 경쟁체제 도입을 앞세운 자본가 정부의 철도 쪼개기에서 비롯됐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로 분리해 운영하는 이원체제는 수많은 문제점을 잉태해왔다. 분리운영에 따른 낭비는 철도 요금 인상의 빌미가 되었고, 철도 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하는 배경 중 하나였다. 가령 운전 분야를 제외한 여타 분야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오직 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SR은 외주용역화를 밀어붙였다. 고객센터 업무를 민간위탁했고, 신규 발주한 14편성의 차량정비업무를 로템에 위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외주용역화는 정부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SR 설립이 간접적 민영화임을 극명히 보여준다. 고객센터 업무와 정비 업무가 민간기업 운영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로가 ㈜SR의 실체다. 게다가 지속되는 적자 확대를 빌미로, 자본가 정부는 국민의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SR의 전면적인 민영화로 나아갈 것이다. 이는 철도공사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철도공사는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E'(아주 미흡)를 받았다. 잇따른 철도 사고와 함께, 부채가 2017년 14조 8,808억원에서 지난해 18조 6,608억원으로 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 확대는 역설적으로 철도공사가 공공성을 담당한 결과이다. 철도공사는 승객들이 많지 않지만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 노선들, 가령 무궁화호, 새마을 등을 운행한다. 이 분야들은 모두 적자여서, KTX 수입으로 철도공사가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반면 SR은 오직 고속철도만 운영해 철도 공공성에 하등 기여하지 않는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활용해, 자본가 정부는 철도공사 적자와 국민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민영화의 명분을 확대하고자 한다. 결국 SR과 철도공사로 이원화한 경쟁체제는 철도공사 적자 누적을 명분으로 철도공공성을 훼손하면서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이번 파업에서 철도노조가 내건 ‘KTX-SRT 통합’ 요구는 민영화 계획에 맞서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정당한 요구다. 이는 철도요금 인하와 적자 완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KTX-SRT 이원화에 따른 낭비만 없어도, 적자 폭은 크게 준다. 나아가 철도공공성 확대를 위해, 정부가 내세우는 ‘적자’ 논리 자체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 운영해야 하고, 따라서 자본주의 회계기준에서 적자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논점은 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인데, 그 핵심은 어느 ‘계급’이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다. 자본가 정부는 그 비용을 국민, 즉 노동자 민중과 철도 노동자들에게 청구하려 하는 반면, 철도노동자들과 노동자 민중은 그 비용을 자본가들과 가진자들에게 법인세 인상과 기업의 철도사용료 인상 등으로 청구하고자 한다는 것이 진정한 논점이다. 철도노동자들과 함께, 우리는 후자를 단호하게 지지한다. 사진: 철도노조 경쟁체제·직무급제 분쇄 윤석열 정부는 기만적인 경쟁체제를 확대할 방법만 찾는다. 소위 ‘국민 부담 경감’을 내세운 SR-철도공사 경쟁체제는 적자 타령과 함께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월 1일부터 전라선·동해선·경전선 SRT 3편성을 확대하고, 주중 경부선 SRT 운행 열차를 축소했다. 하루 2회 운영에 그쳐 실효성이 미미한 전라·동해·경전선에 SRT를 투입하고, 승객이 많은 수서~부산 운행을 줄여 불편을 가중하는 조치였다. 철도노조는 승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수서~부산 KTX 투입을 제안했지만, 경쟁체제 확대에 혈안인 정부는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KTX와 SRT는 동일한 차종이며, 지금도 SRT가 고장나면 KTX를 수서까지 운행한다. 수서에서 KTX를 SRT와 연결해 중련열차로 운행한다면1), 아주 간단하게 좌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철도노조의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는 상황은 KTX-SRT 경쟁체제를 확대하겠다는 강경한 의지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경쟁체제 확대로 철도산업 노동자들을 밑바닥으로 내몰고, 장기적으로 민영화 확대라는 자본가 정부의 목적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1) 중련운행. 두 개 이상의 열차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 명분으로 제시한, ‘국민 편익 향상’과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의 말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했던 이유가 국민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해서 도입을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경쟁 체제 유지가 목적으로 둔갑해 국민 불편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국민 불편 해소는 빈껍데기고, 본질은 경쟁체제 확대를 통한 노동자 공격이다. 실제로 SR 출범 이후 철도공사 적자가 (당연히) 확대되자, 정부는 적자를 이유로 인건비를 축소해왔다. 정부는 인건비 감축을 명분으로 연간 1,400여 명 정도의 추가 필요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고 증가와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임금인상 최소화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쟁취한 4조 2교대마저 제한적·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전한 4조 2교대 도입의 필수 전제인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인력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들이 투입되면서 잦은 사고가 발생해왔다. 철도사고는 2021년 48건에서, 2022년 66건으로 늘었다. 열차 궤도 이탈만 세 차례나 있었다. 최근 사고로 사망한 철도공사 직원만 4명이다. 특히 작년 오봉역 사망사고의 경우, 빈번한 중대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화물열차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고, 3인 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2인 1조로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인력부족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그런데 이 인재에 대해 정부의 대처는 적반하장이었다. 범인은 처벌되기는커녕 추가 살인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봉역 사고를 핑계로 철도공사에 3조 2교대로의 근무형태 환원을 명령했다. 이런 철면피한 범죄행각은 직무성과급제 도입으로 철도노조 내부로까지 경쟁체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핑곗거리는 같다. 철도공사는 경영손실과 정부의 강도 높은 혁신 요구에 따라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는데, 직무·성과 중심 직무급제 고도화를 핵심 추진방안으로 제시했다. 동일 직급이라도 직무난이도와 업무강도 등에 따라 급여 수준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급 이상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3급 이하의 전 직원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KTX-SRT 경쟁체제 도입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통해 경쟁체제를 전면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원자화시켜 노조를 약화하고, 노동자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 자본가들에게 헐값의 철도서비스를 선물하고, 민영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이다. 나아가서 철도 직무급제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직무급제 도입과 노동개악의 물꼬를 여는 것이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가 제기하는 “4조 2교대 완전 실현”, “인력충원”, “직무급제 철폐” 요구는 철도노조 사수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전체 노동자운동을 대변하는 요구다. 사진: 철도노조 정당한 투쟁, 파업의 파괴력을 끌어올리자! 철도노조는 정당한 투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러나 자본가 정부도 노동개악과 민영화를 중단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확대할 궁리만 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요구는 전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대변한다. 반면 자본가 정부의 요구는 자본가들과 가진자들의 요구를 대변한다. 반대 방향에서 두 계급의 열차가 달려오고 있다. 오직 전투의 결과만이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철도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력을 극대화해 승리의 길을 열어야 한다. 우선 투쟁 전면에 선 철도노동자들의 투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자본가 정부의 공격이다. 철도노조의 파업투쟁은 막대한 파괴력을 발휘해왔다. 이 파괴력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필수유지업무제도다. 66%가량의 운송율 유지를 전제로, 필수인력을 선정해 파업권을 박탈하고, 이것도 모자라 대체인력 투입까지 합법화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철도 파업의 허리를 절단하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이다. 이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부문 핵심사업장 노조들의 파업 위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수단이 되어왔고, 그 직격탄을 맞아 철도노조 파업이 발휘하는 힘은 상당히 약화되어왔다. 단 2-3일 파업만으로 철도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었던 철도파업은,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이후 장기파업으로 투쟁 효과를 누적시키지 않고서는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당장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모든 조합원이 함께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 없다면 말이다. 그 점에서 한시적 파업만으로 철도노동자들이 가진 힘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파업의 단기 효과를 사실상 좌우하는 운전 분야의 낮은 파업찬성률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운전 분야의 낮은 파업찬성률은 전 노조집행부 양보교섭의 결과다. 전 집행부는 대법원 판결로 인정받은 통상임금마저 포기했고, 이는 연봉총액 기준 3% 이상의 임금에 대한 영구적 삭감을 받아들이는 굴복이었다. 이것은 철도 파업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온 운전 분야의 투쟁력과 노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요인이었다. 역설적으로 전 집행부와 달리 투쟁의 길을 선택한 현 집행부가 단호한 결의를 증명한다면, 운전 분야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열의는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 차량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파업 찬성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운전 분야와 비교할 때, 이 노동자들의 파업 파괴력은 긴 파업을 통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운전 분야로 파업열기를 확대하고, 차량·운수·전기 노동자들의 파업 파괴력을 누적시키기 위해 보다 장기적인 투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파업 과정에서 파업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결의는 얼마든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정부와의 정면대결을 뜻하는 장기투쟁은 조합원 자신의 결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파업을 확대하는 전망을 토론하고,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파업과정에서 필요해 보인다. 그에 더해, 필수유지업무로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필수유지인력의 투쟁력을 결합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정부는 파업 파괴력을 약화하고자 대체인력 투입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유지인력 9,300명에 더해, 대체 기관사·군인력 포함 대략 6,000여 명의 대체인력 투입을 예고했다. 필수유지업무에 묶인 60% 이상의 조합원들이 태업과 대체인력 투입 저지 현장투쟁을 벌이며 철도노조으ㅇ 전체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으로 동강 난 파업의 허리를 이어내는 고리가 될 것이다. 파업을 준비하며 진행한 안전운행투쟁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이 가능성을 이미 증명했다. 서울차량지부·호남고속차량지부·부산고속차량지부·구로승무지부 등에서 벌어진 현장투쟁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철도법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태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가령 서울차량지부에서는 안전운행투쟁, 즉 태업을 공격하기 위해 관리자와 대체인력은 물론 철도경찰까지 투입되었지만, 조합원들은 끝까지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파업투쟁 과정에서 이런 투쟁의지를 모아 다양한 현장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면, 파업에 직접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전면적 투쟁과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태업·대체인력 저지투쟁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 이는 철도노동자들의 단결로 파업의 힘을 배가할 수단이 될 것이다. 사진: 철도노조 노동개악에 맞서 전선을 확장하자! 철도산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철도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는 결정적 무대다. 또한, 철도파업의 성패는 10월, 11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 기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도파업은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로 전진해야 한다. 돌아보자. 작년 화물연대 파업투쟁 당시, 연관산업인 철도노조의 연대투쟁은 미약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화물·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다. 철도와 함께 대도시 승객수송의 핵심축인 도시철도, 지하철, 버스노동자들도 철도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철도파업에 연대하는 화물·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준법투쟁 역시 적극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전면화하면, 공공부문 연대총파업을 비롯해 민주노총 총파업도 열어두어야 한다. 이런 계급적 연대투쟁을 능동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이 연관산업 노동자들과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연대를 독려하는 사업장 순회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민영화 중단,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연금개악 반대 등의 요구로 파업을 준비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과의 적극적인 연대행동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대행동은 이번 철도파업을 넘어, 공공운수노동자 공동파업과 노동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투쟁전선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다. 굳센 노동자 연대로 윤석열 정부에 맞선 노동자 투쟁전선을 열자. 노동자의 힘은 거대하다. 이 힘의 전면적 동원을 겁내지 말자! 사진: 철도노조2023-09-12 | 조회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