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신문 뉴스목록
-
[기고] 밀려나는 데 익숙해지고 싶진 않아요_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소현숙 동지 인터뷰2022년 10월 4일,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불이 났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 자본의 한국 자회사다. 불이 난 지 한 달 만에 회사는 화재보상금만 받고 공장을 청산하겠다고 노동자에게 문자로 통보했다. 130여 명의 노동자는 희망퇴직으로 떠났지만 11명의 노동자는 남아서 싸우고 있다. 11명의 노동자 중 언제나 조용하지만 단단한 소현숙 조직2부장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2006년 12월 4일, 현숙 씨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에 입사했다. 옵티칼은 모든 노동자가 방진복을 입고 일했는데, 몸에 열이 많은 현숙 씨에게 방진복은 쥐약이었다. 샤워를 몇 번씩 해도 퇴근할 때쯤 온몸에서 땀에 찌든 냄새가 났다. 자신에게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현숙 씨는 외관 검사 공정에서 일했다. 암실에서 이리저리 필름을 비춰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불량을 찾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은 익숙해졌고 점점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물량 압박이 심했다. ‘현숙 씨, 저 사람은 같은 시간에 이만큼 더 하는데? 현숙 씨는 왜 못해?’ 대놓고 핀잔도 자주 받았다. 물량 압박이 크니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쌓였다. 외관 검사를 한 지 4년쯤 되자, 눈이 뭔가 이상했다. 눈이 침침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경점을 찾았다. 그러나 금세 눈은 더 나빠졌고 안경점을 자주 들락거려야 했다. “눈이 점점 나빠지시는 거 같은데요”라며 걱정스러운 말도 들었다. 외관 검사를 한 지 12년이 지났을 무렵,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이 너무 시리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빛이 닿기만 하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보니 각막이 찢어졌다고 했다. 듣자마자 현숙 씨는 생각했다. ‘암실에서 불량 검사를 12시간씩 하니 눈에 무리가 왔구나.’ 의사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조심히 떠야 한다고 했다. 현숙 씨는 각막을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이석증까지 생겼다. 의사에게 원인을 물었으나 ‘각막 손상은 원래 원인 불명’이라는 답만 들었다. 산재로 인정받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현숙 씨는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2019년과 2020년, 희망퇴직이 이루어졌다. 노동자는 50명대로 줄었다. 외관 검사만 13년 했는데, 갑자기 회사는 청소도 시키고 다른 공정으로 보내며 여러 일을 같이 시켰다. 현숙 씨는 회사가 미웠지만 절대 스스로 나가진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미 희망퇴직으로 동료들이 나가는 걸 보면서 ‘절대 내 발로는 안 나가. 그렇게 내보내고 싶으면 잘라’라며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약간의 오기, 약간의 분노, 약간의 포기 등이 뒤범벅된 마음이었다. 2년쯤 지난 2022년 10월 4일, 공장에 불이 났고 한 달 만에 회사는 청산을 결정했다. 현숙 씨는 불이 나고 한 달 동안 한 번도 회사가 청산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청산하기엔 일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바쁜데 청산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본 순간 “이 개새X!” 욕이 튀어나왔다. 한 달 동안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더니 뒤로는 도망가려고 작업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화가 났다. 이튿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투쟁을 하기로 처음 결정했을 때, 현숙 씨는 생각했다. ‘나이가 적지 않으니 다른 일자리 찾기 힘들 거야.’, ‘그래도 여기선 정규직인데…….’, ‘여기가 내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숙 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2023년 8월, 태풍이 찾아왔을 때 현숙 씨는 기가 찼다. 갑자기 경찰이 거리에 쫙 깔렸다. 구미의 ‘높으신 양반들’이 찾아왔다. 공무원이 소속에 상관없이 잔뜩 왔다. 그들은 ‘태풍 때문에 안전을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숙 씨는 알고 있었다. 이미 전에도 바람이 많이 분 날도 있었고 비가 쏟아지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공장에 불이 난 후 처음 만난 건 태풍이 아니라 그들이었다. 그 후로 변호사, 노무사 등을 데리고 청산인이 직접 오기도 했고, 다소 작고 귀여운 크기의 굴착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처음엔 조금 긴장됐으나 현숙 씨는 이제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다. 딱히 위협적이란 생각은 안 한다. 2023년 12월 29일, 구미시청은 옵티칼 공장 철거 승인을 예고했다. 2024년 1월 8일 이후면 언제든지 승인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구미시청이 공장 철거를 승인하면, 회사는 진심으로 철거하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현숙 씨는 이 소식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투쟁이 점차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기든 지든 투쟁이 끝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현재 노동조합은 공장 철거에 대해 더욱 탄탄히 준비하고 여러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현숙 씨는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힘든 싸움이니까 어쩌면 포기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현숙 씨는 이 싸움의 끝을 보고 싶다. 현숙 씨는 해고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밀려나고 싶지 않다. 물론 투쟁을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다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또다시 밀려나리라 생각한다. 심지어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현숙 씨는 점점 밀려나고 또 밀려나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현숙 씨가 지키고 있는 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보다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2024-01-06 | 조회 465
-
이런 ‘먹튀기업’은 또 없었다! - 한국옵티칼 서울 지역 간담회 후기연말이 다가오면 무언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일어 더 바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들은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실제로 몸과 마음이 더욱 바쁘고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비정규직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들과 20여 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함께 자리한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은 “투쟁이 막히고 답답할 때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라며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서 최현환 한국옵티칼지회 지회장은 “승리를 향한 투쟁의 방향을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2022년 10월,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공장에 불이 나자, 닛토덴코는 공장 청산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지회는 화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한 달 만에 문자로 청산을 통보해 왔다.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이다. 한국옵티칼은 LG디스플레이에 편광필름을 납품해 왔으며, 총 220억 원을 투자해 2004년 문을 연 이후 18년이 지난 2021년까지 총 7조 7,1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재가 발생하자 한국옵티칼은 1,300억 원의 화재보험금도 챙겼다. 이 금액은 불탄 공장을 다시 세우고도 남는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동자들의 일터를 하루아침에 빼앗으며 노동자의 삶을 짓밟았다. 지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철거를 반대하며 공장을 지키고 있다. 공장 재건이 어렵다면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지만 이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사측은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12월 말 또는 1월 중에 재판부가 이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승인할 경우 공장 철거, 경매와 같은 강제집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이는 손배가압류처럼 노동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도 극단으로 모는 탄압이 될 수 있다. 차곡차곡 준비된 먹튀 닛토덴코는 구미의 한국옵티칼 외에 평택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평택 공장의 이름은 한국니토옵티칼(이하 니토옵티칼)이다. 한국옵티칼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왔다면 니토옵티칼은 삼성에 납품해왔다. 현재 니토옵티칼은 구미에서 생산했던 LG디스플레이의 물량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 9월에 30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그러면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한국옵티칼 조합원 11명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닛토덴코 입장에서는 한국옵티칼의 화재가 호재나 다름없었다.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가 생산 거점의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하자 한국옵티칼의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옵티칼은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닛토덴코는 영업실적이 나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금배당금을 늘렸다. 그러는 동안 이익잉여금은 줄었다. 1,000억 원대를 유지하던 이익잉여금은 2019년 이후 1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 정부와 구미시의 지원으로 그동안 이익을 챙길 만큼 챙긴 닛토덴코가 한국옵티칼을 언제든지 쉽게 청산할 수 있도록 몸집을 최대한 줄여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의 물량을 니토옵티칼로 이전할 수 있어서 더욱 쉽게 청산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LG디스플레이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납품업체의 생산 과정은 고객사(원청사)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공급망이 크게 불안정하게 변화된 상황에서 원청사의 공급망 관리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은 “한국옵티칼 청산은 닛토덴코의 명백한 위장 폐업”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의 투쟁을 천 명의 투쟁, 만 명의 투쟁으로 간담회에서는 현재 한국옵티칼지회의 상황을 공유하며 앞으로의 방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은희 동지는 "한국옵티칼 투쟁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천 명의 투쟁, 만 명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측이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을 공격하며 고발하고 있는데, 옵티칼 노동자만의 투쟁이 되지 않도록 나를 고발하라, 우리를 고발하라는 사회적 선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명숙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한국옵티칼이 화재를 핑계로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하며 먹튀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옵티칼의 경우 니토옵티칼이 있고 실제로 그곳에서 기존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먹튀기업과 다르다.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현숙 한국옵티칼지회 조합원은 “예전 같으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르는데 여러 동지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박정혜 조합원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방향이 말하고 나면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을 느낀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투쟁의 길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정답이랄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때로 그 길을 걷는 것이 더 고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소리가 있다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옵티칼지회의 발걸음에 발걸음을 얹어 주고 그 소리를 널리 알려주길 부탁드린다.2023-12-29 | 조회 460
-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 모두의 투쟁“건보고객센터지부의 투쟁은 지난 2019년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직접고용 투쟁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2015년 이후 입사자 버리면 지금 당장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지들의 손을 더 꼭 붙잡았고 더 가열 차게 싸웠습니다. 물론 그 길은 더 힘들고 춥고 질긴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모두 함께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의 음성은 쩌렁쩌렁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019년 6월부터 서울영업소 캐노피 고공농성과 함께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점거 농성을 비롯해 수백 번의 집회와 문화제, 행진 시위 끝에 승리했던 그날의 결기 그대로였다. 그는 건보 고객센터지부 동지들에게 그 결기를 남김없이 전하려는 듯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무섭게 할퀴고 가도 뜨거운 연대의 메시지를 계속 눌러 말했다. “우리는 약하지 않습니다.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시다. 우리가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저들에게 제대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오전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모두 비슷한 말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바로 “이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기도와 같은 마음이었다. 철석같이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공단에 또다시 거리에 선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누구에게나 정당한 싸움이었다. 더구나 건보고객센터가 대표적인 여성 일자리이기에 여성 노동자라면, 공단의 배신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누구에게나 다 자기 얘기였다. 1년 전 약속을 저버린 강원도교육감 때문에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유천초분회 부당징계자 남정아 교사 역시 그랬다. 그는 “2년 전, 온 세상에 공공연히 알리고 다짐한 사회적 합의, 약속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어찌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있겠습니까”라며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자기 일처럼 이해할 수 있다며 지지했다. 시험은 볼 만큼 봤다 사실 소속기관 전원 전환은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년 전 80여 일의 파업 투쟁을 통해 쟁취한 약속이다. 노조는 세 번의 파업 투쟁과 수많은 거리 시위 끝에 공단으로부터 소속기관 전환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공단은 합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자 그제야 안을 꺼내 들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제한경쟁 채용, 공개경쟁 채용’이라는 구조조정안이었다. 이경화 건보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장에 따르면, 공단의 구조조정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에 대한 것이다. 이 안은 서류전형으로 자격요건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면접과 인성검사를 통해 제한경쟁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17년이나 근무한 상담사도 자격검증이 필요하다. 둘째는 2017년 5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7일 입사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 건강보험상담 기초지식평가, 인성검사, 면접을 보고 채용 경로와 친인척 여부 등을 확인해 부정입사 여부를 점검하고 제한경쟁 채용하겠다는 안이다. 이 시기에 입사한 사무직은 건강보험 상담기초평가가 아닌 직업기초능력 평가를 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에 대해선 서류전형, 직업기초능력평가, 인성검사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은 신규입사자와 함께 공개경쟁 채용되며, 그동안의 근속을 경력으로 보고 가점을 준다고 할 뿐이다. 이러한 공단의 구조조정안에 이경화 경인지회장은 “우리 건강보험 상담사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업양성과정으로 진행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양성과정의 교육을 마치고 시험 보고 보고 또 보고, 공단사번 받고, 상담사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미 시험은 볼 만큼 봤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지금도 알바몬과 잡코리아 등 구인 사이트에 건강보험 상담사 구인광고가 올라가고 있다”라며 “단순상담, 협력사 정규직(이라고 구인하는데) 취업사기 아닙니까?”라고 제기했다. 2년 전 소속기관 전환을 약속하고도 이를 저버린 채 또 다른 상담사를 채용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불안정 고용형태를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도 ‘협력사 정규직’이라는 말을 버젓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천여 가지를 외워야 상담할 수 있는 업무를 생각하면 ‘단순상담’이라는 말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러니까 공단은 2년 전에 어떤 약속을 했든, 현대의 ‘화이트칼라 공장’이라는 콜센터 산업의 구조적인 본질, 그러니까 주로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은수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가 지적했듯, “콜센터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성희롱·성차별에 취약한 노동환경,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의 이중구조화, 고강도 노동 대비 저임금,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점 등 젠더화된 직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구나 “이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감정노동자보호법이 도입됐지만,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지키기에는 법의 실효성이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접고용된 이들은 원청에도 하청에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공단은 노동자들을 세 종류로 분류해 등급을 찍고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지만,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도, 2017년 5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7일 입사자도,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도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사실 이 구호는 2015년 이후 여성살해에 맞서 아르헨티나를 뒤흔든 수백만 규모의 '니 우나 메노스 운동(Ni Una Menos,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의 구호였다. 건보 고객센터는 전형적인 여성 일자리라는 점에서 니 우나 메노스 투쟁과 연결되어 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실 여성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쥐어짜고 박해하며 살해하는 신자유주의 아래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가 닮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콜센터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이해와 직결된다. 그래서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외침은 여성 노동자 모두의 구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 298명의 개인과 56개 단체의 외침이었다. 건보고객센터지부는 이제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원주 건강보험공단 본부까지 500리를 도보로 행진하고 있다. 최악의 혹한 속에서 물집 잡힌 발을 한 발 한 발 떼며 이미 절반 이상을 걸었다. 21일을 기준으로 전 조합원 전면 총파업 51일에, 이미 이은영 지부장은 35일 단식 끝에 쓰러지고, 조합원들은 릴레이 동조단식으로 16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 “우리는 법과 제도를, 그에 따른 처리지침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강보험의 첫인상이고 얼굴입니다. 그에 합당한 노동처우와 임금을 요구합니다”라는 이경화 경인지회장의 요구가 실현돼야 할 때다. 이날 선언은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가 제안했다. 조직위는 내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준비하며 최근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비롯해 설문조사 사업, 오픈 마이크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위에는 링크(https://bit.ly/2024womenstrike)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파업지지 여성노동자 선언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그대들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승리다! 지난 11월 1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이하 건보고객센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소속 기관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2021년 10월 소속기관 전환을 사회적으로 합의했음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간위탁 그대로이기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파업한 지 벌써 50일째(선언발표일인 12/21일 기준)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합의이행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상담노동자들이 하는 상담업무는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사람과 연관된 일상적이고 중요한 정보가 담긴 공공성이 있는 업무일 뿐 아니라 상시지속업무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처음부터 비정규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파견법이 제정되고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분야 대부분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고객센터를 외주화해 전화ᄋ인터넷 민원 상담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건보고객센터는 전국 7개 지역에 12개 민간 용역업체로 위탁 운영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12개의 민간업체와 번갈아 가며 근로계약을 맺으며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업체 변경으로 인해 근속연수가 반영되지 않고, 업체별로 서로 다른 복지정책과 노동조건이었으며 임금과 노동조건은 운에 맡기는 거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민연금공단ᄋ근로복지공단이 콜센터를 정규직 전환했지만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다. 건보고객센터ᅠ노동자들이ᅠ수행해ᅠ온ᅠ콜센터ᅠ상담노동은ᅠ대표적인ᅠ여성ᅠ저임금ᅠ불안정ᅠ노동이다. 10년을ᅠ일해도ᅠ언제나 ᅠ최저임금 수준인 220만 원이었으며, 인력 부족으로ᅠ화장실도 가지 못할ᅠ정도로ᅠ격무에ᅠ시달리고 있다. 공단은 2021년 90일이 넘는 노동자들의 파업 끝에 직접고용은 아니나, 소속기관 전환에 합의했다. 민간 용역업체에 떠맡겨온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공단은 어떤 합의 이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속기관으로 전환할 시 고객센터 인원의 41.3%에 해당하는 700명을 정리하고 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공단은 합의사항 이행은커녕 해고계획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2021년 합의한 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은 사회적 약속이다. 원주ᅠ건강보험공단ᅠ본부 앞에서는 목숨을 건 지부장의 단식농성이 있었고, 현재ᅠ릴레이 단식농성을 비롯해ᅠ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ᅠ있다. 전국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이 있는ᅠ원주로 와서 투쟁을 하고 매서운 겨울 바람과 빗속에서도 매일ᅠ집회를 하고ᅠ있다. 그러나 공단은 이은영 지부장이 35일간의 단식으로 쓰러질 때까지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비상식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까지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것인가! 우리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이고 노골적인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며 공단에 요구한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합의대로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전원을 소속기관에 전환 채용하라! 생활임금 쟁취하고, 노동조건 개선하자! 여성 노동자 단결해 여성억압, 성별임금 격차, 불안정노동 철폐하자! 2023년 12월 21일 298명의 개인과 56개 단체 등 선언 참가자 일동 단체: 202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고양여성민우회, 금속노조 kec지회,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 해결촉구 지원모임, 공공운수 대전지역일반지부, 공공운수노조 21센츄리시티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공공운수노조 환경부 국가하천관리지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구속노동자후원회, 극단고래,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녹색당,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디엘이앤씨 중대재해근절 및 고 강보경건설일용직하청노동자사망시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민주한전MCS지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서공단지역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물류창고화재참사 고 김형주님 유가족일동),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사람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풍당당 여성대리기사모임,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진보 3.0,진보당 여성-엄마당, 천주교예수회JPIC, 철도고객센터지부, 파리바게뜨노동자힘내라공동행동,플랫폼C,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제주여민회 (총 56개 단체) 개인 : 강남남,강미진,강수정,강한아,강호원,경원,고광완,고지연,고태은,구본경,권민경,권수정,권영국,권지수,권지은,권태성,권혜진,김가은,김경남,김경미,김그루,김금희,김기웅,김나연,김나은,김나혜,김다빈,김미경,김미랑,김미성,김미이,김미자,김민숙,김민정,김민준,김병수,김선철,김선호,김설,김성숙,김성애,김소라,김소현,김수연,김수원,김수현,김수현,김승화,김연순,김연희,김영태,김예린,김우주,김유리,김유주,김윤수,김윤영,김은희,김자아,김정남,김정대,김정대,김정심,김정우,김정우,김정희,김정희,김종련,김종환,김주영,김지혜,김현주,김혜란,김혜명,김혜선,김혜윤,김혜은,김혜진,깅순임,나경화,남영란,남정아,남지윤,남춘미,뎡야핑,도명화,레나,류남미,마미자,명숙,몽,문소홍,미류,밍갱,박광미,박근태,박금순,박내현,박단,박미경,박선미,박선영,박성혜,박세중,박소희,박수정,박순남,박신영,박완식,박은경,박은주,박은화,박조은,박주분,박창근,박현미,박현서,박현숙,박현주,박혜란,반효정,방경희,방미옥,방민서,방진,배서영,배소희,배예주,배우리,배진경,배태선,배현주,백선영,백승호,백종성,범현숙,새라,서경숙,서명숙,서범주,서재은,서정은,서지원,서춘미,서희경,선미선,설애정,설재환,성희령,손소희,손정미,송재연,송제경,송제경,송지영,숨,신경순,신상아,신용희,신유정,신효진,심청,심상호,안나,안소정,안종호,안지현,양동민,양수복,양희주,엔틸드,예진,오승희,오종연,오춘상,유경이,유경화,유설인,유영기,유효빈,유흥희,윤용숙,윤지영,은사자,이강규,이도한,이란화,이명실,이명환,이미선,이민아,이민자,이민주,이복음,이복주,이상림,이소연,이수미,이수빈,이수정,이수현,이숙견,이승주,이시영,이애진,이연화,이영진,이온,이원우,이윤주,이윤주,이인영,이재준,이지연,이지영,이지윤,이진이,이진희,이채은,이청우,이하나,이해성,이향춘,이현숙,이혜정,임병택,임영빈,임정순,임청미,장경희,장남희,장동준,장미정,장미화,장수지,장은희,장종수,장준호,전경희,전다정,전진,전희영,정경애,정고운,정난숙,정다빈,정명선,정명숙,정보라,정보영,정서영,정은숙,정은희,정이슬,정인아,정자현,정종순,정진수,정진희,정창수,정태연,정해경,정혜진,조귀제,조선영,조성애,조애진,조영은,조혜원,주성민,주현이,지수,지혜복,진다인,차미애,최명식,최민,최보근,최새봄,최수빈,최수정,최양예,최은아,최정숙,최정학,최종춘,하지연,한미경,한아람,함인희,허지희,혜원,홍은영,홍지원,홍희자,황서현,황세연,황태령 (총 298명의 개인)2023-12-22 | 조회 534
-
[우리의 투쟁] 청년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제, 중대재해처벌법 즉각 시행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3-12-12 | 조회 68
-
[우리의 투쟁]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투쟁 2주년, 복직없이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세종호텔은 정리해고 철회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3-12-10 | 조회 153
-
[우리의 투쟁]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 서울역 농성 돌입! 진짜사장 코레일이 자회사 차별 해결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3-12-05 | 조회 48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9 투쟁 24일 차, 기만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24일 차는 부산2센터 소속이며 지회 정책부장인 김기만 조합원의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2015년 4월, 기만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1년이 조금 넘었을 무렵 몸이 안 좋았다. 병원에선 한 달간 쉬어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 병가를 요청했는데 ‘그 정도 쉬려면 그만두셔야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기만 씨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만둘 때 이런저런 서류에 서명해야 했는데, 회사가 주는 거에 서명만 했다. 그러니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서명을 잘못했다고 했다. 약 4개월 후, 기만 씨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재입사했다. 3년 정도 더 일했다. 어느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노동조합을 만들 거라고 했다. 설명회를 하러 왔으니 모여달라고 했다. 기만 씨는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노동조합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설명회 다음 날, 기만 씨와 많은 상담사가 가입서를 바로 썼다. 2021년 여름, 치열한 직고용 투쟁이 ‘소속기관 전환’으로 마무리되고 다들 각자의 지역/지회로 돌아갔다. 기만 씨는 부산에서 생각했다. ‘쉽게 될 리가 없어. 분명 회사는 소속기관도 안 해주려 할 거야. 언젠가 다시 투쟁하게 될 거야.’ 기만 씨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2023년 11월 1일부터 파업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기만 씨는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예상했던 거라고 화가 안 나는 것도 아니었다. ‘저번에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고 소속기관을 말한 거야. 다 순 거짓말이었던 거야.’ 억울했다. 2023년 11월 24일, 기만 씨는 원주로 향했다. 부산에서 동대구까진 기차로, 동대구에서 원주까진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 날이 춥다. 부산도 원주도 한파가 찾아왔다. 기만 씨는 나름 옷을 따뜻하게 챙겨입었다. 기차를 타니 따뜻했다. 밖을 바라보니 햇살이 좋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기만 씨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세상은 평온해 보이고 오늘 기만 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힘들고 마음은 전쟁터다. ‘사람들은 우리 상황을 잘 모르겠지.’ 건보공단과 노동조합의 상황이 어딘가에 파묻혀있는 거 같았다. 원주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이었다. 조합원들과 이젠 익숙해진 일상을 함께 했다. 밥을 먹었고 선전전과 결의대회를 했다. 부산2센터 집행부와 중간중간 이야기도 조금 나눴지만 대부분 “이날 조합원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같은 업무적인 이야기였다. 사실 기만 씨는 공단에 대한 분노도 있고 투쟁이 길어진다는 걱정도 있지만, 머릿속에 가득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단식하는 은영 누나 걱정, 다른 하나는 조합원 조직에 대한 걱정이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이 점점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걱정이다. 가정이 있는 조합원은 농성하는 게 부담스럽단 걸 잘 알고 있다. 말을 꺼내기 어렵다. 하지만 투쟁을 포기할 순 없다.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다가가고 함께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투쟁 24일 차, 기만 씨는 오늘을 ‘은영 지부장님을 걱정한 날’이라고 정리했다. 이은영 지부장과 기만 씨는 같은 센터 소속이다.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닌지 몰라도 서로 반말하며 ‘누나’, ‘기만아’하는 사이다. 2년 전에 18일간 단식했던 은영 누나가 또 단식을 하고 그게 길어지는 걸 보며 걱정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24일 차, 익숙해진 투쟁과 평온한 날씨 속에서 마음이 전쟁터라서 아이러니했던 날이다.2023-11-26 | 조회 417
-
[우리의 투쟁] 달아달아 밝은 달아, 유천초 투쟁 밝혀주세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 이소연(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안녕하세요. 저는 빵과장미에서 활동하는 이소연입니다. 저는 오늘 지면을 빌려 교육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202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 서비스 자료의 여성교원비율에 의하면 초등학교는 77%, 중학교는 71%, 고등학교는 57%입니다. 이 중에서 관리직 여성교원 비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초등학교는 54%, 중학교는 36%, 고등학교는 19% 정도입니다. 교육 노동자의 대다수는 여성 노동자이며, 모순적이게도 관리직에서는 낮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의견이 교육 행정이나 관리의 측면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어떤 우연이나, 개개인의 갈등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교육 노동자들이 관리직 교원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급제한, 핵심업무배제 등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한국 사회에서 주요 요직은 남자가 맡아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교육계가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가사, 돌봄, 교육 등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기르는 재생산에 관련한 노동은 여성들이 맡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정, 대우는 그 중요성에 비해 한참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것이 가치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길을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교육 노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회의 가치체계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교육이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유지할 다음 세대를 만들어내는 것에 치중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성별이분법적인, 학벌주의, 학력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혁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에서 소위 ‘다르다’는 의견을 내고 주장하고 타협하지 않았다 하여 내리는 징계는 이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자본과 남성중심사회의 억압입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는 이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균열을 낼 것입니다. 내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파업에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하여 여/성소수자에 대한, 노동자에 대한 억압, 차별, 배제, 낙인을 부수고 나아갈 것입니다. 유천초 공대위에 함께하는 동지들과 끝까지 연대하며, 자본주의적인, 가부장적인 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해방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지식 나눔의 순간을 만끽할 것입니다. 달아달아 밝은달아 / 강~강~술~래 유천초 투쟁 밝혀주세 / 강~강~술~래 여기 모인 노동자들 / 강~강~술~래 모든탄압 이겨내네 / 강~강~술~래 여성억압 이겨내고 / 강~강~술~래 비정규직 철폐하네 / 강~강~술~래 자본에 맞서싸워 / 강~강~술~래 노동해방 이뤄내네 / 강~강~술~래 달아달아 밝은달아 / 강~강~술~래 유천초 투쟁 밝혀주세 / 강~강~술~래 강~강~술~래 / 강~강~술~래 (김경미 빵과장미 동지 개사)2023-11-26 | 조회 92
-
[우리의 투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해고없는 소속기관 전환 시행하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총파업 21일차 비정규직 이제그만 투쟁문화제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3-11-21 | 조회 47
-
“콜센터 노동자들은 어디에 이의제기해야 하나요?”사진: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는 토론회 참여자들 “아무도 생리휴가가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고객이 억지로 요구한 반성문인데도 관리자가 쓰게 했다. 제사 때문에 연차를 내자 고사리 산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했다. 취업규칙 같은 건 본 적도 없었다. 야간에는 휴게실이 없어서 바닥에서 쪽잠을 자다 콜이 울리면 다시 받아야 했다. 직원은 모두 여성이고 관리자만 남성이다.” 이번에도 여성 노동자들은 할 말이 많았다. 지난 9일,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에서 진행한 ‘할말많’ 토론회에서는 또다시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 온 차별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특히 작년 12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의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고용승계 약속을 어기고 4명을 부당해고한 원청과 하청 효성 ITX를 규탄하며 원직복직 투쟁과 단식 투쟁을 진행했던 이하나 동지와, 3월 14일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신용보증재단 콜센터 하청업체에서 파업 투쟁을 진행한 김민정, 임지연 동지가 참석해 콜센터 현장의 문제와 투쟁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또 최근 ‘해고 없는 전환’을 쟁취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전면파업까지, 여러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토론회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심하는 과정이었다. 이하나 동지가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측의 부당한 조치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민정 동지는 “생존권을 타인에게 맡길 수 없어서”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화이트칼라 공장’ 콜센터 산업은 배예주 빵과장미 동지가 설명했듯, “전자감시 기술이 결합된 ‘화이트칼라 공장(White-collar factory)’”이다. 예전 여성 저임금 직종이 ‘공순이’로 상징됐다면, 지금은 ‘콜순이’로 변화했으며, 노동조건은 여성 집중, 저임금, 고과(성과급), 비정규직·간접고용, 전자감시기술 등을 통한 노동통제와 감시, 숨 막히는 감정노동, 스트레스, 방광염, 높은 이직률 등으로 상징된다. 이러한 콜센터는 특히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시행된 뒤 파견, 도급 형태의 간접고용이 대다수인 대표 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간접고용이 지속될수록 노동조건 개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간접고용에 이어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하는 것은 성과급제다. 성과급제는 콜 수 등을 채우지 못했을 때 월급을 깎는 형식으로 운영되어 강력한 노동통제 제도로 기능한다. 이런 상황에서 콜 수를 채워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리를 이탈하는 것은 물론, 쉬는 시간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와 연관되어 문제가 된 것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권이다. ‘2023년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상지 통증, 허리 통증, 만성피로, 방광염 등의 증상 및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빵과장미 이영미 동지는 “2022년 업무관련 질병으로 인한 치료 경험 질문에 상지와 허리의 통증, 만성피로 비율이 70%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6배나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최근 늘어나는 플랫폼 기업 콜센터 노동조건은 더 열악하다. 플랫폼 기업 콜센터는 여러 하청업체 계약을 통해 경쟁을 부추기며 그런 경쟁 속에서 노동자 착취는 더 강해진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플랫폼 콜센터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대다수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192만 원에 불과해 콜센터 노동자 평균임금(235.8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휴가 및 이석 통제도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 차별과 억압의 집합소 이 때문에 콜센터는 여성 노동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집합소가 된다. 그러면 과연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노동자들은 “뭉쳐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나 동지는 동료들과 악의적인 규칙을 모아 회사에 개정하지 않으면 노동청에 가겠다고 항의했고, 때로는 회사 내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 복직 투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침묵하면 우리는 계속 착취당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콜센터를 위해서도 우리가 계속 싸우고 투쟁해야 다른 곳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보증재단 콜센터 김민정, 임지연 동지는 1초라도 늦으면 지각에, 무급 조기출근과 연장근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연차, 미흡한 보호조치를 비롯해 문제가 비일비재했지만,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뒤 싹 바뀌었다고 한다. 노조가 결성된 계기도 재단이 노동자들에게 거짓 선전과 함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반대를 종용하자 이에 공동대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민정, 임지연 동지는 “그럼에도 2년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재계약 문제나 낮은 상담 권한, 민간부문의 낮은 조직률은 여전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콜센터 노동자 투쟁은 그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긴 노동시간, 퇴근하고서도 이어지는 무급 가사·돌봄노동, 만성적인 통증 및 스트레스로 여성 노동자들이 조직적 행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인종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 없는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자본주의는 젠더와 인종 등을 매개로 노동자를 범주화하고 분할함으로써 착취를 더 강화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오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는 울림이 더 크다. 그리고 이미 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이 투쟁에 힘을 더하기 위해, 자본의 착취 구조를 면밀히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변혁적 페미니즘 지식 생산과 실천이 시작되어야 한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가 주도적으로 이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2023-11-21 | 조회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