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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노동’ 해방을 향해, 함께 연결되자한국이 수많은 국가를 제치고 30년 가까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부문이 있다. 바로 성별 임금격차다. 한국 여성들은 왜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내몰려야 하는 걸까. 현실을 바꿀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6월 3일 열린 여성 노동자 토론회 <왜 여성은 더 가난해?!>는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장이었다.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준비모임(이하 변여운넷 준비모임)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대면 진행됨과 동시에 유튜브로 생중계되며 온라인 참여도 이뤄졌다. 변여운넷 준비모임은 여성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가부장제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을 일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결성됐으며, 20여 명의 여성 노동자·학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변혁적 여성 네트워크, 왜 필요한가’, ‘여성 노동자가 말하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주제로 두 번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 저임금 실태를 살펴보고, 대항하는 운동을 도모하고자 열렸다. ‘여성 노동자 할말많’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활발한 논의가 펼쳐졌던 현장을 세세히 담아봤다. 저임금 일자리로 떠밀리는 여성들 1, 2부로 나뉜 토론회의 1부는 각자 현장 사례를 공유하며 여성 저임금 현주소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토론 참여자들은 나누고 싶은 사례를 요약하는 열쇳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토론장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 붙였고, 그 결과 다양한 열쇳말이 모였다. 그중 ‘경력단절’을 열쇳말로 적은 배예주 동지는 “연구자료에 따르면 여성 저임금이 평생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경력단절”이라는 점을 짚으며 “노동시장 속 여성 차별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결혼과 출산 시기다. 여성은 결혼·출산을 이유로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현재 유천초 부당징계 철회를 위해 투쟁 중인 남정아 동지는 ‘30분의 2’와 ‘98%’를 열쇳말로 적어 붙였다. 남정아 동지는 “유천초등학교는 교직원이 60명 정도다. 그중 30명이 교육공무직, 쉽게 말해 비정규직이며, 그 30명 중 남성은 단 2명이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교육공무직 98%가 여성”이라며 “교육공무직은 정규직 공무원이 받는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같은 교육공무직 안에서도 유형이 나뉘며 유형별 기본급이 다르다. 기본급 통일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교육공무직은 여성이 대부분일까. 남성들은 왜 덜 지원할까. 이유는 임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이 아닌 여성’에겐 적당하지만 ‘가장인 남성’이 받기엔 충분치 않은 임금 수준이기에 남성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 된 것”이라며 “학교 현장 안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이 나뉘고, 그 속에서 또 여성과 남성이 나뉜다. 다른 직종 안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차별이 있지 않을까.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현실”이라고 성별 직무분리 문제를 비판했다. ‘가장은 남성 몫, 여성 노동은 반찬값’으로 요약되는 남성생계부양모델은 여성의 불안정·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기능했다. 여성 다수 일자리의 처우가 열악하고 그 개선이 더뎌지는 원인엔 뿌리 깊은 성차별적 관념이 자리한 셈이다. 그러나 ‘남성 가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실재하는 여성 가장의 존재를 지운다는 점에서 큰 결함이 있다. 이는 토론회 1부에서 한부모가족에 대해 이야기한 배예주 동지의 발언을 통해 되짚을 수 있다. 배예주 동지는 “제 친구는 가난한 비혼 여성으로 살다가 결혼했다. 경제적 어려움, 주택 문제, 육아·출산 비용 등을 모두 각오하고 한 용기 있는 결혼이었지만 배우자가 암에 걸려 사별하게 되었다. 그렇게 가장이 되어 일을 하는데, 취업할 수 있는 일이 최저임금 일자리밖에는 없었다. 사회적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개별 가정이 어려운 상황을 다 떠맡아야 했었다”고 사례를 전하며 “한부모가족 특히 한부모 여성 가구의 현실은 곧 ‘계급 문제’로 이야기된다. 생존을 위해 노동해야 하는 문제와 함께, 가사·돌봄노동까지 두 가지 큰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한부모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여성 가구의 절반이 빈곤 상태에 있다. 또한 한부모가족 월 소득 평균은 389만원인데, 여성이 가장인 가구는 169만원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성 저임금과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여성이 하는 일’이라 더 낮은 임금 받는 현실 여성노동 가치 저평가와 그에 따른 저임금 사례도 터져 나왔다. 정은희 동지는 “여성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10년을 일해도 첫 월급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저평가된 여성노동의 대표적인 예는 돌봄직종이 아닐까. ‘돌보는 일=여성노동=사적이고 부차적인 노동’의 도식 속에 돌봄노동은 그 가치를 도둑질 맞는다. 병원 노동자 홍희자 동지는 “병원 내에선 온갖 비정규직 노동 조건을 찾아볼 수 있다. 간호보조나 간호조무사 들은 대부분 계약직에, 최저임금을 받는다. 특히 큰 병원에선 보조 역할 직종은 정규직을 뽑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며 “그나마 조건이 좀 좋으면 한 병원을 4년까진 다닐 수 있는데, 그것마저도 ‘2년은 파견, 2년은 계약직’ 이런 식이다. 심지어 이전에 근무했던 병원은 파견 이후 복직 투쟁을 통해 정규직이 된 사례 이후엔 절대 2년 이상 고용하지 않기도 했다”고 생생한 현장 사례를 전했다. 이어서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이전 경력은 전혀 월급에 반영되지 않는다. 늘 신입이다. 2년마다 경력이 계속 갱신되니 비정규직엔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무의미한 셈”이라며 “간호보조·간호조무사직뿐만 아니라 병원 청소 노동자분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용역업체에 소속돼 한 병원에서 2~30년씩 일하지만 월급은 사실상 사회초년생과 다를 바 없다. 병원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 역시 간접고용이기에 상황은 마찬가지다. 간병사들은 환자 개인과 1대1로 계약하는 특수고용직이어서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어쩌면 더욱 열악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24시간 내내 환자를 돌보면서도 엄청나게 적은 돈을 받는다. 노령의 여성이 고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한다는 현실 자체가 큰 문제”라고 발언하면서 병원이라는 공간 속 여성 노동자가 겪는 차별을 세세히 짚어냈다. 이러한 여성노동 평가 절하는 서로 다른 직군에서만이 아닌, 동일 직종 내 임금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배예주 동지는 “금속제조사업장인 KEC의 한 여성 노동자는 1988년 입사했는데, 같이 입사한 남성보다 임금이 적다”며 “여기엔 KEC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KEC는 임금 체계를 5단계로 나눈다. 여성은 입사하면 가장 낮은 급에서 시작하는데, 남성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급에서 시작한다. 또 여성에겐 인사고과 자체를 낮게 주기도 한다. 남성은 2, 3년 만에 쉽게 승급하는데 여성은 그렇지 않다. 남성보다 승진·승급이 어려운 구조를 계속 재생산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일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연봉으로 따지면 남성과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하며 구체적 사례를 전했다. 여성의 가난, 구조적 문제다 이날 1부에선 앞선 주제 외에 청소년·청년이 겪는 임금 차별과 부당대우, 여성이 육아휴직을 전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실 등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현장 사례를 들여다볼수록 여성이 겪는 저임금은 단순히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 자본주의 체제가 불러온 구조적 성차별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토론회 2부는 그 근본적 구조를 더 깊이 살피며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변여운넷 준비모임 구성원들이 발제를 맡았으며 총 5개의 주제가 다뤄졌다. 발제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생의 끝까지, 성차별 속에 살고 늙는다 첫 주제는 성차별로 인해 여성이 겪는 생애사적 영향이었다. 발제를 맡은 배예주 동지는 여성의 삶을 [아동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 네 단계로 나누어 시기별 차별구조를 짚어냈다. [아동기]는 ‘생계부양=남성/돌봄노동=여성’, ‘여자라면,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성차별적·가부장적 성별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는 시기다. [청년기]는 노동시장 진입을 앞두고 경쟁과 서열화에 치이는, 그야말로 ‘N포’의 시기다. 진로 선택을 요구받는 청소년 시절엔 ‘남자는 의사, 여자는 간호사’ 같은 성별화된 직업관념에 마주하고, 이는 성별 직종분리 공고화로 이어진다. 또한 ‘20세 미만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월평균 임금 85만원, 성별 임금격차는 75%’ 통계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부터 저평가된 여성노동과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어서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여성 청년은 구조적 성차별로 빚어진 불평등과 저임금으로 생존 및 미래 계획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곧 높은 여성 청년 자살률의 원인이 된다. [중년기]를 맞은 여성에겐 “육아나 직장이냐, 이것이 문제”인데, 결국 많은 여성이 가정으로 내몰리며 경력단절을 겪는다. 배예주 동지는 “중년기 기준점인 35세는 여성이 생애 최고의 임금을 찍는 나이다. 35세만큼 더 벌 수 없다는 것이다. 최고를 찍은 후에는 곤두박질친다”며 “35세~39세 구간 임금격차는 75.9%인데, 20년 후인 55세~59세 구간엔 55.4%로 남성 임금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경력단절로 인한 저임금 문제가 훅 다가오는 시기”라고 말했다. 경력단절 외에도 성별 직종분리, 유리천장, 단지 여자라서 등을 이유로 저임금을 겪는 중년기 여성은 가사노동 부담까지 떠안으며 고착화된 성차별 구조로 몸살을 앓는다. 이후 [노년기]에 이른 여성은 빈곤과 마주한다. “죽을 때까지 가난한 여성”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적은 연금이다. 저임금은 곧 ‘저연금’으로 이어진다 연금 100만 원 이상 수익자 대상 통계에서 여성이 받는 연금은 남성의 ‘30분의 1’이다. 적은 연금은 노년기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여기서도 여성 노인은 남성에 비해 한정적인 직종,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린다. 그렇게 60~64세 구간 성별 임금격차는 57.8%, 70세 이상이 되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39%에 그친다. 아동기부터 노년기까지, 구조적 성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현실을 되짚은 배예주 동지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지독한 성차별은 노동계급 여성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기며, 노동자 민중이 하나로 단결하지 못하게 분할한다. 이는 단지 이데올로기만으로 여성을 고통에 내모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생애를 관통해 물리적이고 총체적인 고통을 가한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쳤다. 한편 이날 발제에서 배예주 동지는 여성 저임금 문제를 여성 노동조합 조직률과 함께 놓고 살피기도 했다. 그는 “여성의 노조 가입률이 굉장히 낮다.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여성 조합원은 28%로 전체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노동조합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기존 노동조합 내에서도 젠더차별에 맞서는 저항의식 자체가 낮다. 사회적 불평등에 맞선 저항의 핵심 주체인 노동자계급이 구조적 젠더차별에 대항할 힘을 가지려면 여성 노동자 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생도 버거운데 출생까지 떠맡기다니 이어진 주제는 저출생 문제였다. 발제를 맡은 변주현 동지는 앞서 살펴본 성차별 구조 속 여성 생애에 대해 “다들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상하지 않느냐.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며 말문을 열었다.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은 결혼·출산으로 대를 잇기를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재생산은 곧 기업, 자본을 위한 노동력으로 이어진다. 현대적 노예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격차를 비롯한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사회적 복지망도 턱없이 부족하다. 빈곤 아동이 아사하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드러나는 것은 기업의 눈부신 성장뿐이다. 변주현 동지는 이런 현실 속, 여성 노동자의 불안정·저임금 노동조건은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 된다고 짚어냈다. 그는 “결혼은 어떻게든 하더라도, 자녀를 낳게 되면 그 자녀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대물림된다. 다들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여성 노동자의 빈곤 같은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출생률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여성에게 저출생 책임을 떠미는 사회의 오류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은희 동지는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며 자본가들이 그 위기를 기층 노동자와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런 현실이 저출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동에 낮은 값을 매기며 착취를 이어가는 자본이 곧 저출생의 원인인 것이다. 자본은 착취 강화로 위기를 모면한다 자본 성장을 위한 여성 착취의 역사는 뿌리 깊은데, 이를 이주영 동지의 발제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주영 동지는 한국의 자본주의 이행 역사 속에서 여성노동이 저평가된 구조를 분석해 비판했다. 1960년대와 70년대, 국가는 근대화론에 입각해 단계적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다. 그중 2단계였던 경공업 분야 수출주도산업 육성에는 수많은 여성의 노동력이 동원됐다.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상품이 저렴해야 했고, 이는 곧 저임금 노동을 통해 가능했다. 그렇게 섬유, 신발, 가발, 전자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수행했다. 실제 수출산업 부분 여성 노동자 비중은 70%를 웃돌았고, 그중 대부분은 10대, 20대 여성이었다. 국가는 ‘산업체부설학교제도’를 만들어 ‘공장에서 공부도 시켜준다’며 청년 여성의 노동을 강제하고 저임금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1960년대 자본주의가 막 자리 잡던 시기, 한국의 폭발적 경제 성장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혹독한 착취로 만들어졌다. 그러한 여성 저임금 일자리 형성엔 여성 노동을 ‘반찬값’ 노동, 부차적 노동으로 취급하며 여성 저임금을 ‘감수할 만한 것’으로 만든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도 한몫 했다. 한편 이 같은 성 불평등은 급속한 경제 성장기에 나타나는 계급 갈등을 무마해 주기도 했는데, 그 사회적 부담을 여성에게 고스란히 전가한 셈이다. 더불어 이주영 동지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Seguino의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신흥 공업국 중 성별 임금격차가 큰 국가일수록 성장 속도가 빨랐고, 1975년에서 95년 사이 한국은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이 평균 48.5%로 동아시아 9개 국가 중 가장 컸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분명 여성에 대한 초과착취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이주영 동지는 발제를 끝마치며 “현재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경제를 지탱하는 서비스 산업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데, 서비스 직종은 불안정·저임금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도 여성 노동을 평가절하하고 착취하며 경제 성장 토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본의 여성 초과착취가 현재진행형임을 짚기도 했다. 성별 직종분리, 노동자 단결 막는 자본 앞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여성 노동 저평가·여성 저임금의 배경이 된 역사를 살펴본 것에 이어, 성별 직종분리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정서영 동지는 그처럼 사회문화적 이념이 개인의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현실을 더 들여다봤다. 정서영 동지는 직업 선택에 사회문화적 규범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사회는 ‘섬세하고 수동적인 여성상/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남성상’을 기본값으로 삼고, 이 가부장적 이분법 틀에 갇힌 개인은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탐색하고 선택할 자유를 억압당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내면적·추상적인 영역뿐만 아닌, 보다 물리적·구체적인 영역에도 개입한다. 일례로 한국에 인정받는 여성 야구 선수 배출이 드문 이유는 남성 야구처럼 유년기부터 선수를 발굴·양성하는 제도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속 사업장의 경우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며, 이런 사업장에선 여성 휴게공간 등 여성을 위한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이는 곧 여성 기술직 유입을 가로막는 또 다른 조건이 된다. 이러한 직종분리 속에 여성은 대부분 서비스 직종, 돌봄 직종에 머물며 노동의 평가절하와 저임금을 겪는다. 남성 역시 신체적 부담이 큰 일자리에서 ‘가장이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는 말과 함께 과로를 견뎌낸다. 결국 자본은 불합리한 처우나 위험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노력은 뒷전으로 한 채,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여성/남성 노동 계급을 분할하고 단결을 저지하고 있는 셈이다. 돌봄노동은 모두의 몫이다 그런데 여성화된 노동, 즉 돌봄노동 혹은 가사노동은 도대체 왜 저평가 대상이 됐을까. 이소연 동지는 미국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의 저서 <보이지 않는 가슴>을 소개하면서 돌봄노동 저평가의 경제적·사회적 기원을 밝혀냈다. 낸시 폴브레는 출산이 가능하다는 생물학적 차이에서 성별 노동분업이 생기고, 이는 곧 여성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통제의 기틀이 된다고 말한다. 이 기틀을 토대로 자본주의는 가부장제 규범과 손을 잡고 여성에게 가족·공동체에 대한 이타주의를 주입함으로써 여성의 돌봄노동에 도덕적 가치를 덧씌운다. 겉으론 자본주의가 ‘노동력 제공 ↔ 임금 지급’ 등 계약 관계로 굴러가는 체제인 듯해도, 돌봄·가사노동 영역에선 도덕 규범적 강제와 ‘생산성 지우기’를 통해 여성 노동력을 무급으로 수탈하는 셈이다. ‘엄마라면, 아내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란 명목 아래 이뤄지는 수탈이다. 그러나 불이익이 커지면 사람들은 돌보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유교적 가부장제 아래 착취당해 온 역사 끝에 여성들의 ‘4B 운동’(비연애·비출산·비섹스·비혼)이 일었다. 이소연 동지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영영(young*2) 페미니스트’들은 ‘남성 되기’ 전략을 취했다고 생각한다. 돌봄·가사노동이 인정받지 못하고, 성차별에 시달리면서 꾸밈노동 등 여성성을 계속 생산해야 하니 차라리 남성 노동자 모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고위직 되기 등 능력주의에 편승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말 능력주의만이 길인 걸까. 자본주의 착취에 대항할 다른 방법은 없나. 이 물음에 이소연 동지는 ‘사회적 재생산 여성주의’로써 응답한다. 리스 보겔의 ‘사회적 재생산 여성주의’는 마르크스 자본론의 노동해방과, 가부장제 자본주의 속 여성해방을 통합적 관점으로 바라본 주장으로, 마르크스의 재생산 개념을 ‘사회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으로 다시 나누었다. 사회 생산은 전체 체제를 지속하기 위한 재생산이고, 사회적 재생산은 돌봄·가사노동이 이뤄내는 노동력의 재생산이다. 리스 보겔은 이 두 개념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자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여성해방을 위한 핵심 조건 두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생산 노동도 사회적 생산에 기여함을 인정하면서 민주주의적·계획적·의식적으로 재생산 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 둘째, 세대 재생산에서 여성 고유 역할에 기인하는 문제점에 대해 확실한 권리(모성휴가, 임신 기간 동안 쉬운 노동 등)를 보장해야 한다. 이날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적 재생산 여성주의를 제시한 이소연 동지는 “한국 사회는 굉장한 시설사회다. 장애인, 성판매여성, 탈가정청소년 등 소수자들을 ‘정상사회’에서 분리해 시설에 몰아넣는다. 여성화된 노동 역시도 ‘저평가되어도 되는’ 구획으로 분리됐고, 여성들을 그곳으로 내몰고 있다. 모두 함께 이를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모든 노동이 제 가치를 찾는 세상, 우리가 해나갈 투쟁 토론회 마지막 순서는 앞으로 어떤 투쟁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였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홍희자 동지는 현재 진행 중인 ‘5·6·7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함을 이야기했다. “여성 다수가 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으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여성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운을 띄운 홍희자 동지는 “현재의 낮은 임금 인상률은 엄청난 물가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여금 같은 이런저런 수당을 욱여넣다 보니 실질임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드러냈다. 그는 “자본가들은 월급을 적게 지급하기 위해 기본급 자체를 아예 낮춰버렸다. 초과근무가 잦은 직종의 경우 초과근무 임금을 기본급의 1.5배나 2배로 계산하는데, 기본급이 낮아지니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실질적으로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 이하가 된다”며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는 남성 16%, 여성은 35%가 넘는다. 여기서 구조적 성차별이 확실히 드러난다. 여성 정규직은 남성 비정규직보다도 적은 임금을 받는데, 자본가 입장에서 이러한 분리는 여성/남성, 비정규직/정규직, 대사업장/소사업장을 ‘갈라치기’ 하며 노동자 단결을 막는 데에 효과적”이라며 “여성 노동자가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서 남성 노동자들과 단결해 목소리 내야 한다. 약한 고리를 틀어쥐고 하나씩 끊어내려 하는 자본의 분할 통치에 맞서 단결 투쟁해야 한다”고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강력히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미 동지는 “200% 동의”로 응답하는 한편, 또 다른 제안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 완화로 여성 취업률이 늘었다고 하는데, 실제 살펴보면 시간제·기간제·단시간 노동이 많다. 그런데 언론은 가사·돌봄노동을 맡아야 하는 여성에겐 그런 불안정 노동이 적합하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일·가정 양립’을 여성에게만 미루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여성이 돌봄노동을 독박 전담해야 하는가. 왜 생산적인 부문엔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부수적인 일에 머물러야 하는가. 여성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여성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니라,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이 사회의 생산적 발전을 위해 노동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그러한 논의를 최저임금 투쟁과 함께 사회적으로 확산해 가자고 제안했다. 배예주 동지는 “여성 저임금에 맞서는 투쟁은 저평가받는 모든 노동 현실에 맞서는 투쟁”임을 되짚었다. 그는 “여성 노동자 차별에 맞서는 투쟁은 모든 젠더 차별에 맞서는 투쟁이며, 장애인 노동자 차별과 이주 노동자 차별에 맞서 싸우는 투쟁이고, 곧 모든 차별·억압에 맞서 싸우는 단결 투쟁을 의미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자본가계급이 주입하는 차별적 이데올로기에 제대로 맞서 싸워야 한다. 더욱 많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맞서서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을 하나씩 깨부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소연 동지는 “친구가 항공사에서 일을 하는데 전문대 졸업 후 바로 취직해서 지금 6년 차다. 그런데 그 회사에선 전문대 졸/대졸을 구분한다. 전문대 졸업의 경우 대졸 입사자보다 더 오래 일해도 대우를 못 받는다. 또 다른 친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데, 콜센터는 워낙 사람이 빨리 바뀌어서 조금만 오래 일해도 관리직으로 배치한다. 그런데 월급을 더 주지 않고 오히려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실질 월급은 더 삭감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20대인 제 또래에 일을 다니는 친구들은 주변에서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 쉽지 않다. 이런 친구들에게 노동권 문제를 알리고 함께 얘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쟁을 하나의 ‘힙한 문화’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도 함께 투쟁에 나서고 싶다”고 말하면서 투쟁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알리고,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노동’ 해방을 향해, 함께 연결되자 변여운넷 준비모임 3차 토론회 <여성은 왜 더 가난해?!>는 열띤 토론에 이은 굳은 결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생생한 현장 사례를 듣고, 문제를 직시하고, 대항할 방법을 모색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향해 한걸음 나아간 시간이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변여운넷 준비모임은 앞으로 토론회와 더불어 연대 투쟁이나 공동행동 등도 같이 펼쳐 갈 예정이다. 사회 변혁을 위한 연결망을 튼튼히 다져가려는 앞길에 ‘투쟁!’하며 함께 외치는 목소리들이 끝없이 보태지길 바라본다.2023-06-12 | 조회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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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왜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가?사진: 연합뉴스 자기 노동력을 매일 판매해야 생존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나 홀로 자본의 독재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입바른 소리를 내는 순간 자본가들은 즉각적으로 해고를 단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취업과 실업에 독재권을 행사하는 자본가들에 맞서자면,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집단으로서 사용자에 맞서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조합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본능적으로 만들어낸 단결의 무기이며, 자본의 전횡에서 노동자들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의 구심이다. 물론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지 않았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다른 노동자와 결합하거나 파업에 나서면 3개월의 징역 또는 2개월의 중노동형에 처했던 단결금지법을 1824년 폐지시킨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지키기 위해 고귀한 피를 흘렸다.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앞선 노동자들이 피로써 쟁취한 노동조합의 권리는 결코 반석 위에 놓인 탄탄한 권리가 아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훼손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계속해왔다. 오늘날 한국에서 그것은 ① 하청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봉쇄, ② 민사상 손배 가압류를 통한 노조 파괴로 구체화 되어있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은 노동조합을 분쇄하려는 자본의 공격에 맞서 노동조합을 방어하고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로 나아가려는 투쟁이다. 노조법 2조 – 하청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법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일체를 결정하는 자는 원청 자본가다.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이윤의 부스러기를 나눠 먹을 뿐인 하청 바지사장들이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누가 정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원청 자본가가 용역계약, 도급계약이라는 명목으로 하청 바지사장과 체결한 계약의 인건비 총액을 노동자 숫자로 나눈 것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누가 통제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하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원청의 생산일정과 작업물량에 맞춰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하청 노동자들의 해고는 누가 결정하는가? 원청 자본가다. 물량이 줄어들었다거나 노조가 생겼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에서 진짜 사장인 원청 자본가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상 책임을 단 하나라도 부담하는가?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 자본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나설 수 있는가? 모두 아니다. 원청 자본가는 자신은 하청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니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뻗댈 뿐이다. 이 터무니없는 간접고용 구조의 모순 앞에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의 책임을 요구하며 온몸을 내던졌다. 자본가 정부의 법원조차 “하청 근로자의 노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보유하는 원청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의 범위는 원청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서울행법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을 내놓게 된 이유다. '원청 사업주 CJ대한통운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해석하는 것이 노조법 입법 목적, 정의와 형평에 부합.' 사진: 전국택배노조 그러나 판결은 판결일 뿐이다. 원청 자본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 앞에서도 자본가들은 넘치는 돈을 소송 비용으로 쏟아부으며 시간 끌기로 일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 ‘노동자의 노동조건, 수행업무 또는 노동조합 활동에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를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상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대법원이 수차례에 걸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음에도 자본가들은 귀를 틀어막는다.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수년이 소요되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오라며 버티기 일쑤다. 스스로를 노동자로 호명하고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는 사실만큼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을 확증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해서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즉각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진: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노조법 3조 – 노조 파괴 금지법 파업으로 자본 이윤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말은, 평상시 자본의 이윤이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으로 창출된다는 진실을 뒤집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파업은 세상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거들먹거리던 자본가들이 실상은 한 줌 기생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명백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자본가들은 파업권을 무늬뿐인 권리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른바 ‘합법’ 파업의 범위를 좁혀 ‘불법’ 딱지를 붙인 다음, 천문학적인 민사상 손해배상을 걸어 노조를 파괴해온 수법이 그것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보자.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최저임금 인상 또는 물가 억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인상, 단체협약의 인정 및 경제정책의 변화(물가억제, 실업해소)를 요구하는 총파업은 정당하며 노동조합 단결체의 통상적인 활동 범위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이 점에 관해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명시적으로 “원청과의 단체교섭 성사를 위해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는 목적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이 아니며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ILO협약 위반”이라는 권고를 내렸음에도 자본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또 구조조정에 반대하거나 노동법‧단체협약 위반에 항의하는 파업이 불법인 것도 마찬가지다. 저들 마음대로 ‘불법’ 딱지를 붙이고 난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이어지는가? 노동자들이 한평생 구경할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했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5명에게 원청 대우조선 자본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야만적 현실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노동자 5명이 평생 벌어들일 임금을 모두 모아도 470억 원 배상이 가능하겠는가? 손배 청구의 목적은 노조 깨기에 불과하다.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에게만 선택적 손배 취하를 해온 자본가들의 관행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노조법 3조 개정은 툭하면 ‘불법’ 딱지를 붙이며 손배 가압류를 통해 노조를 깨려는 자본가들의 범죄적 시도를 박살내기 위한 것이다. 자본가들이 저들 맘대로 필요에 따라 갖다 붙이는 ‘합법’과 ‘불법’의 잣대를 집어치우고 ‘모든 파업권을 보장하라! 모든 손배 가압류를 금지하라!’는 요구를 현실화하는 투쟁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해 이윤을 얻어온 자본가가 ‘너희가 일하지 않아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떠드는 것 이상으로 뻔뻔한 일이 또 있을까? 쟁의행위의 정당성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손배 가압류를 통해 노조를 깨려는 시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노조법 3조를 개정해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은 단순한 법 개정 투쟁이 아니다. 노동3권을 빼앗겨왔던 하청 노동자,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함으로써 실질적인 노동계급 총단결 투쟁의 토대를 건설하는 투쟁이다. 살인적 손배 가압류로 노동조합을 분쇄해 온 자본가들의 범죄 행위를 중단시키고 파업할 권리가 모든 노동자의 정당한 무기임을 선언하는 투쟁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은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치세력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장 칸막이를 뛰어넘은 노동자 단결과 총파업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 총파업의 성과로 제대로 개정된 노조법 2‧3조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더 전면적인 계급적 연대를 촉진하는 유용한 무기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2023-06-10 |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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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용기를 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열사의 이름을 팔아 그 앞을 가로막은 대우조선지회!5월 31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1차 총궐기 사진: 거통고조선하청지회 1년 만에 다시 뭉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5월 31일 대우조선 민주광장 옆에 200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모여 원하청 차별 철폐, 한화오션 원청 직접교섭을 외쳤다.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였다.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를 진행하고, 한화오션 원청에 하청노동자 단체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의 요구안이 아니라 모든 하청노동자의 요구였다. 작년 6월, 노동자 한 명은 도크장 선박 위에서 0.3평 철창 속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6명은 블럭 난간에 올라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쳤다. 출구 없는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 질문을 던졌다. 실제 모든 권한은 원청에 있으면서 다단계 하도급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 속에, 하청노동자는 스스로를 철창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이 투쟁은 사회적 공감을 얻었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을 촉발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였다. 그리고 작년 연말 중앙노동위원회는 대우조선 원청이 하청지회와의 교섭을 회피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 판정했다.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주주총회를 끝으로 인수절차가 마무리됐다. 한화오션이 출범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화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 요구를 묵살했다. 하청노동자들의 교섭요구도 거부했다. 한화 인수 기념 선물세트도 하청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작년 파업 당시 정규직 어용, 구사대는 ‘하퀴벌레’, ‘박멸’ 등으로 표현하며 멸시와 조롱을 퍼붓고, 폭력을 서슴치 않았다. 윤석열 정권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겠다 협박했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 5명에게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럼에도 하청노동자들은 다시 용기를 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청노동자 스스로 단결과 투쟁을 통해서만 이 지긋지긋한 하청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청노동자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정규직이었다. 하청의 행진을 가로막은 정규직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는 5월 초부터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공유되고, 조선소 현장에 홍보됐다. 5월 중순에 현수막과 대자보가 곳곳에 부착됐다. 그러나 며칠 뒤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 일정을 모를 수 없는 정규직 대우조선지회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사 추모제를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조합원들에게는 5·31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를 위해 1시까지 집결하라고 홍보했다. 하청지회와 사전협의도 없는 일방 통보였다. 시간, 장소를 조정해 보자는 하청지회의 요청에도 대우조선지회는 막무가내였다. 5월 31일 하청지회가 총궐기 집회를 준비하려 하자 대우조선지회에서 막아섰다. 일부는 쌍욕을 포함한 막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조선하청지회는 예정된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민주광장 옆으로 장소를 옮겼다. 차량으로 벽이 만들어지고 한쪽에서는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임금인상, 손해배상 철회를 외치는 하청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고, 민주광장에서는 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이들이 염원한 세상을 만들자는 대우조선지회의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하청지회는 예정된대로 12시 45분경 총궐기 집회를 끝내고 한화오션 원청에 교섭 요구안 전달을 위해 행진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대우조선지회였다. 민주광장의 열사추모 행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 과정에서 대우조선지회 간부 한 명이 차량에 부딪혔다고 주장하며 사내 119를 불렀다. 해당 간부는 행진 차량 운전자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이후 이 사건은 하청지회 행진차량이 대우조선지회 상집간부를 밀어붙여 쓰러뜨린 것으로 왜곡됐다. “노노싸움을 유발시키지 말라”는 열사의 외침 대우조선에는 이석규, 이상모, 박진석, 박삼훈, 최대림 다섯 분의 열사가 있다. 박진석 열사는 1989년 5월 29일 오전 9시, 사측이 ‘상록회’라는 구사대를 결성하여 가입을 강요하자 분신하여 6월 4일 운명하셨다. 이상모 열사는 박진석 열사의 분신소식에 분노하며 같은 날 밤 10시 40분 경, 구사대 조직 결성 반대를 외치며 기숙사 옥상에서 분신했다. 그렇게 두 열사는 같은 날 “노노싸움을 유발시키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며 산화해 갔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노노싸움 유발하지 말라고! 자본이 만든 경계를 넘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 열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자는 이들이, 그 경계를 넘고자 몸부림치는 하청노동자들을 어찌 탄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열사들이 통곡할 일이다. 대우조선 정규직인 나는 예정된 대우조선지회 파업참여를 취소하고, 하청지회의 요구안 전달에 함께했다. 다음날인 6월 1일, 작년 하청노동자 파업 때 구사대로 나섰던 ‘우리연합’이라는 조직에서 “민주광장은 다섯 열사의 혼이 깃든 대우조선노동조합 역사의 상징”이라며 “민주광장에서의 하청지회 집회를 불허할 것을 조합에 강력히 요구”한다는 선전물을 배포했다. 6월 2일에는 “하청지회 사고차량 영구 출입금지 요청”을 하고, “차량을 운전한 하청지회 임원은 경남지부 운영위에 징계 요청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대의원 간담회 결과가 조합원들에게 전달되었다. 과연 누가 열사의 뜻을 계승하는가 구사대(救社隊), “회사를 구하기 위한 무리, 회사의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하는 업무 수행을 하는 자들”이라고 사전에 기록돼 있다. 작년 6월,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파업 투쟁을 깨뜨리기 위해 구사대가 가동되었다. 금속노조 탈퇴 총회도 진행되어 2/3를 넘지 않아 부결됐지만, 사실상 가결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런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금속노조는 징계는커녕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의 총궐기와 행진을 가로막은 행위에 대해 반성은커녕 차량을 운전한 하청지회 임원을 징계 요청할 계획을 밝히는 자들은 열사를 입에 올리지 말라. 과거 열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상록회’를 전신으로 하는 조직이 열사를 운운하고, 열사정신 계승을 떠드는 꼴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열사들은 대우조선 자본을 지킨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었다. 열사의 이름을 팔지 말라. ‘전태일다리에 서서’라는 투쟁가에는 “필요할 때 소환되어 이리로 저리로 휩쓸리다, 시멘트 바닥에 두 다리 잠긴 채, 움직일 수 없게 붙박이로 세워진 나에게 꽃을 주지 마라. 여기에 나는 없다”는 가사가 있다. 대우조선 정규직의 행태가 바로 이렇다. 대우조선 다섯 분의 열사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고, 열사의 이름을 팔아 행진을 가로막는 정규직의 옆이 아니라, 470억 손해배상 소송 등 온갖 탄압에도 하청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투쟁하는 하청지회 옆에 함께했을 것이다. 열사는 가장 낮은 곳에, 핍박받는 곳에, 죽어가는 곳에, 저항하는 곳곳에 살아 있다. 대우조선지회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작년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때 파업파괴에 나선 어용조직들을 방치하고, 금속노조 탈퇴 총회를 개최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한참이었던 작년 12월, 단체협약 실무회의록에 “사내 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산업 안전보건 주체는 협력회사 사업주다”라는 합의를 했다. 올 4월에는 “이주노동자 유입, 철저한 대비로 이탈 막아야”라는 제목의 선전물을 발행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여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악법이라 철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대우조선지회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서는 대신 이주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처럼 대우조선지회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민주노조 정신의 첫 번째는 전체 노동자 단결의 정신, 계급적 단결의 정신이다. 민주노조 정신 사수를 위해, 계급적 단결의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나서자.2023-06-09 | 조회 2,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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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진짜 사장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을 모아 노조법 2·3조를 다시 쓰자사진: 건설노조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 지난 5월 24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직회부 전, 법안은 지난 2월 21일 민주당 주도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였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높고, 민주노총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결정한 상황이다.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은 2023년 투쟁은 물론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중장기 전망에 있어 중대한 과제다. 그런 만큼 노동자 투쟁으로 꺼림칙한 부분 없이 제대로 다시 써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이 지역과 현장에서 확장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왜 중요한지, 어떤 투쟁으로 개정할 것인지, 개정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 준비된 노동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 현장에서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단지 상층 투쟁으로 여기고 있고, 구체 내용과 쟁점을 인지하는 노동자들은 소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법조문이 난해해서가 아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은 진짜 사장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강제하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뜻한다.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을 고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관통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 현장을 바꾸자는 의지를 모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간 비정규직 운동의 한 축을 형성한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지배적 양상이 법리 다툼으로 귀결되어가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2·3조 개정을 요구해 왔다. 그것이 노조법 2·3조를 바꾸는 쉬운 길이라서가 아니라, 어려워도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장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모아 총파업으로 법을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에 의해 법이 바뀐다고 해도 그 권리를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쪽짜리 개정안을 받아 들게 되거나, 개정안을 받아 들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과정 자체가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근거해야 한다. 양회동 열사의 죽음, 윤석열 정권에 맞선 투쟁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맞선 투쟁은 하나다 2022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탄압과 화물연대 탄압에 이어 현 건설노조 탄압까지, 윤석열 정부는 연일 노동조합과 전쟁을 벌여왔다. 제조업 하청노동자,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 - 모두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저임금, 고용불안, 산업재해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파견, 도급, 특수고용, 기간제, 단시간… 정권은 투쟁하는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를 찍어 눌러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유지함은 물론, 하반기 파견법 확대 개악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자 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확대해 모든 노동자를 저임금-비정규-장시간노동체제 속에 가두는 것이 정권의 과제다. 윤석열 퇴진투쟁,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청산하는 투쟁, 최저임금 인상투쟁이 하나인 이유다. 다단계 하도급 유지를 위한 노동탄압에 맞서, 양회동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열사의 유서에 담긴 ‘정권 퇴진’, ‘노조탄압 중단’, ‘다단계 고용구조 철폐’가 노동운동의 당면 투쟁 과제다. 고용불안·저임금·산업재해·장시간 노동을 낳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청산하는 싸움 - 그 첫걸음이 노조법 2·3조를 노동자의 손으로, 온전하게 다시 쓰는 것이다.2023-06-09 | 조회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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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한 총파업을 조직하자!사진: 민주노총 저임금에 고통 받는 절대다수의 미조직 노동자 2022년 9월 통계청 발표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규모별로 고용된 인원은 다음과 같다. 전체 노동자의 75%가 1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한다. 노동자 중 10%가 10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15%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한다. 사업장 규모별 임금 실태는 어떠한가. 2022년 2월 통계청 발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2월 전체 노동자의 평균소득 320만 원, 중위소득은 242만 원이다. 규모별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428만 원으로 중위소득은 물론 평균소득보다 훨씬 높고, 50~300인 사업장이 318만 원으로 평균소득과 유사하며, 50명 미만 사업장이 237만 원으로 중위소득과 유사하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의 격차는 노동자 사이 소득불평등이 심각함을 뜻한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 것은 노동자 사이의 계급적 단결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자본의 지불 능력과 노동조합 유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노동자 중 절대다수가 지불 능력이 없는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며, 또한 대부분 미조직 사업장에서 기본적 권리도 없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고통받고 있다. 2022년 12월 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46.3%, 100~299인 사업장 노동자의 10.4%, 30~99인 사업장 노동자의 1.6%,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0.2%가 노동조합에 속해있다. 2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과 노동권 행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것은 민주노조운동이 아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른바 ‘귀족노조’로 비난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가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이 불평등 해소를 자기 과제로 세우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권리의 옹호자로 나서지 못한다면, 최저임금·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의 분노가 민주노총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배계급은 노동자 분열과 불신의 깊은 골을 조직노동자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활용한다. 대규모 사업장 조직노동자가 총파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 이미 윤석열 정부와 자본은 저임금노동자의 고통과 분노를 활용해 민주노총에 대한 입체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2023년 초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있다고 호도하며 조직노동자들을 향해 칼을 뽑았다. 이들이 만든 상생임금위원회에서 주장하는 ‘호봉제 폐지’와 ‘직무·성과임금제 확대’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를 겨냥한 개량주의 세력의 ‘연대임금제’가 가세한다. 윤석열 정부와 개량주의 세력은 자본의 착취와 이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공세, 사회적 비난, 개량주의 세력의 압력이 강화되는 것은 계급적 단결과 연대투쟁을 외면하는 대규모 정규직 노동조합의 행보가 불러온 결과다. 원청 대자본의 막대한 이윤은 다단계 하청구조와 공급망 하단 부품사 노동자에 대한 초과 착취로 만들어진다. 경제위기와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다수의 최저임금·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을 외면하며 경제적 조합주의에 집착하는 행보를 멈춰야 한다. 10% 부유한 사람과 90% 가난한 사람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당장 코앞의 자기 이익만 탐닉한다면, 모든 고통은 최저임금·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의 삶을 짓누를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과 절망, 혐오와 분노의 화살은 대기업 노동자를 향해 쏟아질 것이다.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논쟁과 대립이 펼쳐지는 5~6월에 최저임금 30% 인상, 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에 나서자.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계급적 요구를 걸고 투쟁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자본의 ‘귀족노조’ 공세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현 정세에 대응하는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고통받는 최저임금·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전면에 걸고 총파업을 성사하는 것이다. 사진: 변백선 기자 현장과 지역 활동가들이 총파업 조직화의 주체로 일어서자 이미 최저임금 30% 인상 투쟁은 시작되었다. 문제는 전국적인 노동자 공동투쟁 전선을 치는 것이다. 최저임금 30% 인상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상향평준화해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투쟁은 최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 상대 생존권 투쟁을 대폭 확대하고, 400만에 달하는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의 길을 활짝 열 것이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안에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 투쟁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 요구들이 포함돼 있다. 바로 ▷현행 최저임금 결정 기준인 노동자 생계비를 노동자 가구 생계비로 개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원상회복 ▷최저임금 이하 저급사업장 도급(원청)인 책임 강화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업종)별 구분 폐지 ▷장애인 등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모든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적용 ▷자영업자와 영세기업 정부 지원이다. 최저임금 30% 인상과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은 조직노동자들, 특히 대기업 노조들이 총파업에 나서야할 정당성과 대의를 담은 요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한 총파업은 선언과 지침으로 조직될 수 없다. 현장과 지역에서 활동가들의 선도적인 총파업 선전 선동과 조직화가 선행되어야만 현실화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전국과 지역 차원에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최저임금 인상 투쟁 연석회의’ 등 투쟁기구를 구성 중이다. 현장과 지역 활동가, 현장조직, 노동자 모임들이 투쟁기구를 조직해 활동을 시작하자. 또한 각 지역 차원의 투쟁기구와 회의에 참여해 2023년 역사적 총파업을 조직하자. 한국 노동자들도 경제위기와 전쟁, 연금 개악과 물가 폭등에 맞서 투쟁하는 프랑스, 독일, 영국,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처럼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과 미래를 위한 투쟁에 과감하게 나서자. 이것이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강화와 확대, 노동해방과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 총파업. 사진: AFP2023-04-27 | 조회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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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 진짜 사장과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다최저임금 인상은 정말 일자리를 감소시키는가? 매년 최저임금 결정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선전이 되풀이된다. 2022년에도 전경련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최대 16.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고양이 쥐 걱정한다더니, 자본가들은 실업보다는 저임금 일자리가 노동자들에게 더 낫다며 훈장질이다. 그러나 저들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일자리는 이미 한참 전에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실상은 다르다. 2018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에도 당시 고용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없었거나 오히려 일자리가 늘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수두룩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효과로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비중)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자본가들은 틈만 나면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폭을 감당하지 못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늘어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의 최저임금 미만율 하락은 역설적으로 자본의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충분함을 뜻한다. 하청노동자와 알바노동자, ‘진짜 사장’의 임금인상 책임을 요구하자 한국 독점자본은 수직계열화된 원하청 구조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쌓는다. 독점자본은 납품단가 인하(CR, Cost Reduction) 등으로 하청노동자에 대한 최대한의 착취를 구조화한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하청노동자의 피땀이 원청 대자본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다. 진짜 사장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하도급 계약서 등 원하청 거래 관련 자료 일체가 공개되어야 하고,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자본가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 매출 80.5%를 본사로 재흡수, 편의점 산업이 드러내는 원청 대자본의 수탈 ‘진짜 사장’, 즉 원청 대자본의 책임을 묻는 과제는 금속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최저임금 업종인 편의점을 살펴보자. 산자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중 편의점 실태는 다음과 같다. 편의점 총 매출은 1인 가구 증가 등 요인에 따라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편의점 수가 더 급격하게 늘었으며(인구 1억 2천만 명에 달하는 일본 편의점 개수가 약 5만 5천개다), 편의점 유통자본의 약탈적 이윤축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의점 자본은 매월 점포 매출 약 70%를 상품원가 명목으로 흡수하며, 판매이익 약 35%를 본사로 흡수한다. 편의점당 매출을 약 5천만원이라고 할 때 무려 4,025만원(80.5%)이 본사로 빨려가는 구조다. 자영업자는 남은 975만원으로 임차료, 인건비, 전기료 등을 충당한다. 이런 약탈적 이윤축적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때문에 영세자영업자가 망한다는 주장은 파렴치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편의점 원청 대자본이 편의점 노동자 임금 절반을 지불해도 매출 6%에 불과 편의점 업계를 지배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2022년 영업이익은 도합 5,041억원에 달한다. 진짜 사장, 편의점 대자본의 이윤을 줄여야 한다. 상상해 보자. 만일 편의점 대자본이 편의점 노동자 임금 50%를 지불한다면 어떨까? 작년 6월 30일 편의점주협의회의 입장에 따르면, 2023년 최저임금으로 평일 2명, 주말 3명을 고용할 때 인건비는 591만원이라고 한다. 과장된 수치이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도 약 1,300억원에 불과하다. 월 2조 2천억원, 연간 26조원을 넘는 편의점 매출의 6% 남짓이다. 이제, 진짜 사장 책임을 묻자. 사진: 영화 <카트> 한계기업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한가?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자본가들의 엄살은 2023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실제로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은 2017년 3,111개에서 2021년 3,572개로 15% 급증했다. 얼핏 보면 이런 기업들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경제위기 국면에는 저임금 노동자 스스로가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는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정당하다. 인간으로서 생활조건을 방어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동원해 자본가 살리기에 나섰다. IMF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이자비용 79조원 포함 248조원에 달한다. 이것이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제 노동자 살리기에 나서라고, 그 재원은 독점자본의 초과이윤과 불로소득자 소득을 징발해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한계기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써야 한다. 또한 보건의료, 노인요양, 보육, 장애인 활동지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남는 게 없다’는 자본가들에게, ‘모든 기업에서 회계장부를 포함한 전체 영업비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2021년 기준 858,566개에 이르는 영리법인 중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는 외부감사대상 법인은 고작 33,250개, 3.8%에 불과하다. 또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라 하더라도 편법 상속, 심지어 노동자해고를 위한 회계 조작은 비일비재하다. 최저임금 수십, 수백 배를 챙기는 경영진 급여를 제한함은 물론 업무추진비, 접대비, 기밀비 명목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빼돌리는 자본가들의 기만을 드러내자. 역설적으로 경제위기는 모든 모순을 집약해 보여준다. 즉 자본의 이윤이 우선인가, 아니면 노동자들의 삶이 우선인가 하는 것 말이다. 사회는 충분한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지 이윤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사회적 노동생산물이 폐기된다. 이것이 경제위기의 실체다. 이 모순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살기 위한 요구가 자본의 질서와 양립할 수 없다면, 자본의 질서를 정면에서 공격해야 한다.2023-04-21 | 조회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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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초투쟁,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왜 ‘김남윤’을 연행했는가4월 3일 강원도교육청 규탄 기자회견. 사진: 유천초공대위 3월 28일 오후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김·남·윤) 교사를 비롯해 5인이 강원도교육청에서 사지를 들려 연행됐다. 김나혜, 윤용숙 교사는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했고, 모두 소지품을 챙길 틈도 없이 신발이나 양말이 벗겨진 채 끌려 나왔다. 김나혜 교사는 이 과정에서 바지가 벗겨져 맨살까지 드러났고, 안경도 날아갔으며, 땅에 머리도 찧었다. 심지어 남정아 교사에게는 수갑까지 채워 연행했다. 이들은 조사 뒤 풀려났지만, 사지를 찢어낼 듯 끌어내는 과정에서 수없이 할퀴어진 상처와 멍이 남았다. 그러나 경찰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했다. 결국 이들은 조사 뒤 인근 병원에 이송돼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퇴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마치 강력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처럼 교사들을 연행했지만, 이들은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을 평화롭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애초 교육감과 약속한 공식 일정이었다. 더구나 경찰은 김나혜 교사에게는 퇴거불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앞서 이들은 3월 27일 오후 신경호 교육감과 예정됐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비합리적 감사와 부당징계, 일방적인 혁신학교 취소 통보에 반발하며 255일간의 농성과 18일간의 단식을 단행했고 그 끝에 새로 취임한 신경호 교육감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후 신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일 유천초 사안에 대하여 유감 표명과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인사조치, 민형사상 고소·고발 철회 등을 합의했다. 또 구두합의를 통해 올 3월 1일 발령을 약속했다. 이후 강원도교육청은 신경호 교육감이 취임 첫날 전교조 유천초분회 농성을 전격 해결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이후 9개월이 지나도록 신경호 교육감은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제때 취하하지 않아 또 다른 징계 위협을 받기도 했고, 발령도 차일피일 미뤘다. 긴 농성과 단식으로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교사들이 치유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교사들은 병 휴직을 사용해야 했다. 오히려 교육감 측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유천초분회에 계속 양보를 요구했다. 1월 31일에는 징계를 받은 교사 3인 모두를 강릉지역으로 발령 내기 어렵다며 양해를 요구했다. 이에 유천초분회는 강릉이 아닌 인근이나 동해지역 발령을 받아들이겠다고 양보했다. 그러나 교육감 측은 다시 2월 27일에는 약속된 발령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월 10일까지 기다려 달라며 3월 11일로 발령 기한을 변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다시 3월 11일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유천초분회 교사들은 3월 16일 신경호 교육감을 면담하고 합의사항 이행을 요청했다. 당시 교육감은 ‘복직을 책임지지 못하면 사표를 쓰겠다’라며 3월 27일 면담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당일 강릉에서 춘천까지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간 교사들에게 교육청은 교육감이 자리에 없다며 면담 담당과 장소를 바꿔 통보했다. 모두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이에 교사들은 약속대로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대기했던 것이다. 그러자 교육청 직원들은 교육감을 호출하기는커녕 교육감실 문 앞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그중에는 앞서 부당징계를 당한 교사를 성추행하고 폭행한 직원까지 동원됐다. 교육청 직원들은 그나마 처음에는 바닥에 앉아있던 교사들에게 의사까지 가져다주었지만, 점점 태도를 바꿔 끝내 경찰을 호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기들이 문을 열어줬는데 어떻게 무단침입이 되는가”라며 돌아갈 만큼 교사들의 기다림은 정당한 것이었다. 결국 교육청 직원들은 교사들만 남기고 모두 퇴근해버렸고,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교육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을 찾은 것은 수십 명의 경찰들이었다. 끌려 나오는 윤용숙 교사. 사진: 유천초공대위 끌려 나오는 남정아 교사. 사진: 유천초공대위 윤용숙 교사가 경찰에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 유천초공대위 진보교육감은 부당징계, 보수교육감은 폭력연행 사주 애초 강릉 유천초등학교는 민병희 전 강원도교육감의 공약이자 핵심적인 교육정책으로 추진한 혁신학교였다. 강원도교육청은 그간 혁신학교 운동의 결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제 혁신학교의 성과는 순전히 현장 교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비상식적인 감사와 부당징계 그리고 혁신학교 취소였다. 강원도교육청은 불합리한 이유를 근거로 이 같은 징계조치를 밀어붙였다. 유천초공대위에 따르면, 유천초는 수업을 위한 비품 준비는커녕 공사도 덜 끝난 상황에서 개교했고, 이에 교사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이는 ‘불법적인 운영’을 강요한 것이 됐다. 학교 혁신을 위한 대화와 설득은 6~7급 행정직공무원에 대한 평교사의 ‘갑질’이 되었다. 심지어 성희롱 가해자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결과적으로 강원도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 성실의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부당 징계했으며, 또 출퇴근이 어려운 고성, 태백, 인제 등으로 부당 전보했다. 이 때문에 유천초분회가 255일간의 천막농성과 18일간의 단식투쟁을 강행했던 것이다. 신경호 교육감은 이러한 상황에서 취임 첫날 전격적으로 유천초분회와 합의하고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9개월간 교육청과 교육감은 발령 준비를 미뤄왔고, 최근에는 태도를 180도 바꿔 징계를 받은 교사에 대하여 2년 동안 발령을 정지하는 규정을 들며 합의사항을 번복하고 있다. 더구나 잘못된 보고서를 제출해 교육부가 이 사안에 징계와 인사조치는 정당하다며 교육감 합의서를 뒤집는 결정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애초 교육감은 3월 1일 발령을 약속하며 다 알아보고 가능하니까 합의한 것이며, 규정을 고쳐서라도 발령을 내겠다고 말해왔다. 내부적으로는 발령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자문도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경찰은 부당징계 피해자인 김남윤 교사를 연행한 꼴이다. 현재 유천초분회는 교사들이 폭력적으로 연행된 다음날인 3월 29일부터 강원도교육청에서 합의사항 이행과 폭력적인 강제 연행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남정아, 윤용숙 두 교사는 병원에서 퇴원한 4월 3일부터 농성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이에 업무 차질을 이유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교육청의 잘못은 되돌아보지도 않고, 강제연행되어 병원 신세까지 진 교사들이 여전히 밤이면 바들바들 떨어야 하는 차디찬 봄밤에 손바닥만 한 텐트에 의존해 밤을 보내고 있는데도 이런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더구나 교육청은 교사들이 농성을 시작하자 온수까지 차단했다. 평일 오후 선전전 그러나 김남윤 교사와 유천초분회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그동안 유천초분회의 투쟁에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과 세종호텔지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과 멀게는 소성리평화지킴이까지 다양한 현장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연대해왔다. 이들은 새롭게 유천초공대위를 결성하고 유천초분회의 승리를 위해 싸울 예정이다. 이들은 그 첫걸음으로 17일 12시 강원도교육청과 춘천경찰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22일 오후 2시에는 춘천 팔호광장에서 강원도교육청규탄결의대회가 열린다. 김남윤 교사는 제대로 된 혁신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 부당징계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합의사항 이행과 반인권적인 강제 연행을 규탄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참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한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싸워야 할 때다.2023-04-16 | 조회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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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산업전환에 여성 노동자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지난 2월 김미옥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사무장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 발언하고 있다. 4월 11일 기후정의파업에 나서는 금속 여성 노동자 김미옥. 그는 지난해 이란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일어난 여성들의 시위에 “여성, 삶, 자유”를 외치며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냈던 노동자다. 그런 그의 모습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사무장이자 대의원으로 참여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그는 울산지역본부가 4.14 기후정의파업 참가를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울산 노동자들이 앞장서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현대그룹 일가의 조선,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산업과 크고 작은 화학공장, 그리고 온갖 하청공장이 밀집한 울산은 쉴 새 없이 탄소를 뿜어내는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굴뚝이자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공장들에서 거대한 이윤을 뽑아내는 자본의 ‘글로리’다. 울산은 서울 다음으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이면서도 산재 사망률 1위에 지역별 근로소득 양극화 1위인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기와 건설 예정인 2기 외에도 부산, 월성, 신월성에 위치한 총 12기의 원전이 울산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고, 이 원전은 현대자본을 위해 오늘도 맹렬히 핵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울산이기에 김미옥 사무장은 노동자들이 기후위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면, 기후정의운동이란 곧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자를 잡아먹고 울산의 하늘과 바다와 개울을 더럽혔지만, 그 가장 밑바닥에는 성별임금격차 역시 1위라는 울산의 현실만큼이나 여성 노동자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김미옥 노동자의 삶과 노동이 말하는 이야기다. 김미옥 노동자는 여러 직종에서 일했다. 미포조선에서는 충분한 보호장비가 지급되지 않는 조건에서 도장 일을 했고, 화장실이 없어 일하다 간혹 노동자들이 보는 소변 등을 치워야 하기도 했다. 또 자동차 부품사 하청공장과 현대글로비스 하청공장에서는 조선업종과는 달리 여성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배려 받고 임금 등에서 차별이 없는 상태여서 때로는 오히려 남성 노동자가 역차별 받고 있다고 말하는 환경에서 일했다. 이러한 경험과 삶이 현대자본이 그에게 내어준 자리였다. “그러니 몸이 휘어지는 것이다” 처음 김미옥 노동자가 미포조선에 입사했을 때는 일 자체가 너무 험악해서 달리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일만 미친 듯이 했다. 6시 반에 출근해 7시 20분 회사 조회를 마친 뒤 각 배의 자기 공정으로 옮겨가 체조를 하고 8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30~40분은 공짜 노동을 해주는 셈이었다. 거기서는 특수도장(페인트 등 외관 작업)이라고 해서 탱크 안에서 일했다. 배 하나에 6~7개의 족장(비계)이 있는데, 따라다니며 일하는 것이었다. 도장하는 사람들은 까만 봉지 여유분을 많이 넣고 다녔다. 화장실이 급하면 비닐 2개를 놓고 볼일 보고 묶어 나오는 것이다. 놔뒀다가 까먹기도 했지만, 족장반 남성 노동자들은 소변을 그냥 봤다. 그러면 도장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일을 하기 위해 다 치웠다. 늦게까지 잔업을 해야 하는 날이면 차가운 도시락을 까먹었다.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많기는 했지만, 점차 그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 환경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잔인했다. 안전화나 보호장구부터 충분히 지급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요즘은 천국 만난 거다’라는 언니들이 많았다. 조선소 언니들이 오래 일하신 분들은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흔히 여성이 맡는 도장작업을 하면 자세가 비틀어진다. 단순히 페인트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까고 ‘빼빠’치고, 깨끗이 닦아내야 하는 일인데, 양손을 다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불균형적으로 일해야 한다. 그러니 몸이 휘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리 수술을 하고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시작해 재발한 언니도 있었다. 특수도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주되게 일하기도 했지만, 연이은 스프레이 작업은 남성 인원이 없으면 여성이 배치되곤 했다. 여성들은 줄잡이를 하고 싶지 않아도 찍소리 못하고 소장이 오더 주는 대로 해야 했다. 줄잡이는 남성 노동자가 스프레이를 하면 따라 들어가 커버링이라고 해서 신나로 닦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면 강렬한 냄새 때문에 눈물 콧물이 다 쏟아진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아무도 줄잡이를 하지 않으려고 해 대개 여성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진다. 김미옥 노동자 역시 줄잡이를 한 적이 많다. 일이 힘들어도 가장인 여성 노동자들도 많고, 돈벌이가 좀 되니까 떠날 생각들을 하지 못했다. 그 같은 노동조건에서 해마다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때로는 목숨까지 잃었다. 여성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미옥 노동자도 당시 허리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10킬로그램짜리 페인트도 부지기수로 들고 다녔다. 덕분에 목, 어깨, 허리 마디마디는 늘 파스 신세였다. 더구나 남성 노동자들이 족장을 다 치우고 나면 엄청난 공포감 속에서 일해야 했다. 사다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바로 미끄러질 수 있었다. 항상 긴장 상태에 있어서 일이 더 험했다. 김미옥 노동자는 이후 미포조선을 그만두고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현대중공업으로 이전했는데, 이곳에서 그라인드(연삭 작업) 공정 다음 순서인 청소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철가루가 눈에 들어가 치료받았고, 미끄럼에 넘어지면서 심하게 다쳐 수술도 받아야 했다. 중형선박부문 세계 1위 조선소로 발전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에서의 이야기다. 그렇게 힘들게 일했지만, 여성 노동자는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지지 못했다. 대부분 ‘이모님’이 되거나 ‘아줌마’가 된다. 그래도 여성 노동자들끼리는 재미있게 일했다. 끝나고 모임도 만들어 같이 저녁도 먹고, 힘든 일을 함께하기도 했고, 같이 어우러져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서로 알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이지’ 하면서 함께 버텼다. 이후 김미옥 노동자는 자동차 부품서열업체인 동진오토텍으로 이직해 잠시 피딩업무를 했다. 맨손으로 화물 상하차와 서열을 연계하는 공정인데, 누구나 기피하는 일이다. 차가 들어오면 무조건 움직여야 해 자기 시간을 가지기 어렵고 여름에는 많이 움직이니까 덥고 겨울에는 춥다. 하지만 김미옥 노동자는 조합원들과 같이 일하게 되어 재미가 났다. 한 공정의 노동자가 결근이라도 하면 가서 때워줘야 해 각 공정의 일을 다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사내 조합원뿐 아니라 화물 상하차 운수 노동자와도 돈독해졌다. 그렇지만 업체가 폐업하면서 이에 맞선 공장 정상화 투쟁이 벌어졌고, 또 이후 노조 사무장을 맡으면서 실제 현장의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여성 노동자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울산에도 여유가 있는 여성이 있지만, 대부분은 힘들다. 남편이 게임이나 노름에 빠져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여성 또는 이혼하고 혼자 아이 키우면서 사는 여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금속사업장이 그렇다. 그나마 조선소에서는 여성 업무가 정해져 있어 여성을 모집하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자동차 부문에서는 여성 비율이 낮거나 아예 없다. 실제로 금속사업장에는 여성 고용률이 극히 낮다. 단적으로, 창사 이래 현대차의 기술직군 여성 공채는 0명이며, 그나마 사내하청 업체 소속이었다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면서 정규직이 된 여성 300여 명이 일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여성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금속산업의 여성 배제는 해당 산업뿐 아니라 국내 성별 일자리 격차 전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금속산업 일자리 규모가 전 산업 총량의 12.3%를 차지하는 데 반해 여성 고용률은 5~10%에 그쳐, 여성 고용률이 하락하는 결정적 원인의 하나가 된다. 입직을 하더라도 업무는 성별화되어 있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문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화장실 수부터 극히 적다. 그러나 정규직 일자리에 여성은 한 줌일 뿐이지만, 하청 비정규직 일자리에는 많다. 여성 금속 노동자 조직률 또한 6%로 현저히 낮다. 울산지역의 젠더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이 몰려 울산 전 산업 중 제조업 비중은 61%나 되지만, 울산의 여성 고용률은 47.1%로 전국 최하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역별 성별 임금 격차 현황 및 시사점(2022)’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울산지역 내 시간당 평균 성별 임금 격차는 34.2%로 전국에서도 가장 높았다. 대표적인 여성 다수 일자리인 보건복지서비스업 임금 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울산이 88.3%로 가장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울산이 56.2%로 가장 높았고, 근속년수 성 격차는 여성이 남성보다 4.8년 짧아 전국에서 가장 컸다. 한편으로 울산은 경력단절된 기간이 9.9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길고 20년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15.9%로 가장 높았다. 그만큼 울산은 자본이 구조화한 성적 불평등이 그 어느 지역에서보다도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가 나서야 그래서 김미옥 사무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성적 계급적 현실과 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성을 기준으로 짜인 설비설계 속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도 성평등하게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여성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바꿔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더불어 여성 노동자들뿐 아니라 남성 노동자들도 이 문제를 자기 문제로 삼고 공동투쟁할 때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2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진행된 4.14 기후정의파업 선전전 지금 노조에서는 최소한 여성이 그만둔 자리에 여성을 채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남성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대부분 여성도 할 수 있고, 여성 노동자에게 힘든 일은 남성 노동자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더구나 자본이 산업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특히 여성 노동자를 일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장 중심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단결된 요구로 민주노조가 모두의 노동권을 위해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민주노조가 더 적극적으로 청년과 여성 노동자의 고민을 자기 의제로 세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대안 역시 금속 노동자들의 고민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노동자와 분리된 것만 같은 노동조합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기후위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산업을 통제해야 하며, 그것은 성평등한 산업통제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면, 기후정의운동이란 곧 계급투쟁이며 이의 목적이 ‘다양한 성별’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김미옥 사무장은 울산지역본부가 4.14 기후정의파업 참가를 조직하고 그에 앞서 기후위기에 관한 강연회를 열어 노동자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울산지역은 처음으로 현장 노동자, 노동당, 사회주의 조직들이 힘을 합해 4.14 기후정의파업 노동자 참가단을 구성해 세종시 집회에 참여한다.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는 울산지역본부 기후특위장을 맡고 있는 지회장의 제안과 운영위 논의를 거쳐 22명의 간부가 4.14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다.2023-04-14 | 조회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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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모임 이재백 동지[편집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모임(이하 정태모)’은 2022년 9월 기후정의행동 시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을 계기로 출범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태모 이재백 동지를 만나 그간 활동, 에너지 요금인상을 둘러싼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 내 논쟁, 발전산업 통합국유화를 주장하는 이유와 정의로운 전환을 보는 시각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태모는 2022년 9월 기후정의행동 당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노동자 공동선언’ 활동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태모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2022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설명해 달라. 석탄발전소 폐쇄가 예정되어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 진정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폐쇄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력용 집회가 아니라 발전소 노동자의 힘을 현장에서부터 끌어내고 넓혀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전소 내 모든 노동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정태모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출범 후 2주에 한 번 점심시간에 모여 기후위기에 관한 학습을 하고 실천과제를 토론했다. 또 매월 1회 정태모 소식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동자의 목소리 - 발전노동자>를 발행하고 출근선전전을 실천했다. 2월 초에는 태안화력노동자를 대상으로 토론회를 조직했고 24명의 동지가 참여해서 향후 활동에 대해 진지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3월 17일에는 태안 군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했다. 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고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군민 대상 설문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조파괴로 민주노총 발전산업노조가 소수노조가 된 이후, 활동가들은 현장 활동을 거의 전개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태모의 활동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정태모 내에는 여러 경향이 존재하며 추구하는 세부 목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단일한 지향을 가지는 활동가 모임이 아니라 원하청 노조별로 간부들이 모인 연대체 성격이다 보니, 서로의 입장과 방향 차이를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태모의 발전에 있어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초기인 만큼 발전 전망에 관해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414 기후정의 파업 조직위 내에서 전기 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을 통한 수요 감축론, 공기업 적자에 대한 입장차도 확인되었다. 이에 대한 정태모의 입장, 그리고 발전노동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 정태모 소식지 4호에서 밝힌 것처럼, 전기는 필수재 성격이다. 노동자 민중이 요금이 비싸서 냉난방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전의 적자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한다면, 이는 값싼 산업용 전기와 에너지 위기로 폭리를 쌓는 민간 발전자본 등 전기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어야 한다. 재벌과 민간발전이 누리는 부당한 혜택을 바로 잡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 인상을 논해서는 안 된다. 기후정의운동은 일부 선각자들의 운동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기후정의운동이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하는 대중운동을 지향한다면, 자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중에게 책임을 묻는 대책은 떠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 발전노조는 발전소 통합국유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에 관한 구체적 사업과 논의 내용이 있는가? 5개 발전공기업 통합 혹은 한전으로의 재통합은 2001년 발전사가 한전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한 임단협 요구다. 이를 제기하는 이유는 첫째로 발전소 재통합이 민영화, 그리고 ‘은밀한 민영화’에 저항하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발전소 매각 방침에 맞선 노동자 파업으로, 우리는 발전소가 통째로 팔리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국가와 자본은 발전산업을 서서히 잠식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소위 스텔스 민영화다. 겉으로는 공공부문 발전소인데, 속을 뜯어보면 민간자본이 발전소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분할된 발전공기업들은 발전소간 경쟁체제 속에서 이윤을 늘리기 위해 공정을 민간 자본에 외주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공기업은 껍데기만 남고, 사실상 민간 발전자본이 발전소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맞서 싸우자는 요구가 발전소 통합국유화다. 둘째, 현재와 같은 각 발전소 경쟁체제가 일터를 더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위에서 언급한 은밀한 민영화와 직결되어 있다. 김용균이 속했던 태안화력 외주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최대 주주는 ‘칼리스타’라는 사모펀드 회사였다. 태안화력 1~8호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최대 주주는 ‘한국자유총연맹’이었다. 외주 자본은 당연히 최대의 이윤을 올리려고 한다. 필연적으로 발전소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작업환경은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발전소를 조각조각 쪼갰고,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했다. 발전산업 경쟁체제 속에 각 발전공기업들에게는 단기 이윤이 지상목표가 된 결과 발전소는 더 위험한 곳이 된 것이다. 셋째로 발전소들이 쪼개지면서 정부 말처럼 산업이 ‘효율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낭비적 지출만 커졌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본사 관리인력이 늘었고 석탄 구매 등에 있어 한전 당시의 일괄 구매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한다. 5개 발전사가 경쟁해 구매하다 보니 석탄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입해야할 비용, 국가책임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할 자원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분할 매각이 노동자 파업과 전 민중적 반대로 중단된 후, 노동자들은 통합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일부 정권 차원의 논의로까지 검토된 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투쟁으로 쟁취해야할 목표이다. 운동진영 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경영참여와 민관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흐름이 상대적 다수인 것으로 보이며,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가 준비하는 법안 역시 이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거버넌스는 갈등이 우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노사민정이 제도적 틀 내에서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해결하자는 것인데, 지금 노동자가 어떤 것을 양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당장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을 보면, 정말 노골적으로 자본을 위한 산업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정부와 자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자는 것보다는 나으니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장노동자의 힘이 없는 상태로 노동자 대표가 참여한다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물론 때로 아주 부분적인 문제에 대해 자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조금 나은 결정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정권과 자본은 산업전환을 둘러싼 노동자 투쟁 전체를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협상 자리가 필요하다고 치자. 그런 협상 자리는 투쟁에 따라 얼마건 만들어진다. 투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완강한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면 제발 좀 보자고 갖가지 경로로 협상을 요청하는 것이 정부와 자본이다. 심지어 거버넌스 구성 자체도 노동자에게 불리하다. 노동자는 여러 부문의 대표 중 일부로 참여할 것이고 노동자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 속출할 것이다. 노동자는 거버너스 참여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 정부와 직접 교섭을 강제하여야 한다. 2022년 9월 당시 공동선언을 조직했다. 이번 414 기후정의파업 관련 정태모가 진행한 사업을 설명해달라. 발전노동자 414기후정의파업 참가선언을 했다. 3월 31일 기후정의동맹 집행부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414기후정의파업 참가 선언서를 작성했다. 4월 11일에는 발전노동자 414기후정의파업 참가선언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기자회견 당일 40여 명의 정태모 동지가 참여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고 마이크도 고장 나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힘 있게 414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이외에도 정태모와 같은 흐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소개 바란다. 2월 9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태안화력노동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여러 제안을 했고 그중 하나가 정태모와 같은 조직을 다른 발전소로 확산하자는 것이었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야 하는 만큼 전국 모든 발전소 원하청 노동자가 하나의 힘으로 싸워야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보령화력과 당진화력 등 태안 인근의 발전소부터 제안해 갈 계획이다.2023-04-13 | 조회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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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공공요금은 내리고! 최저임금은 올려라!이대로는 못살겠다! 비정규직 임금 올려! 진짜 사정이 책임져!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이 지난 11일 거제에서 전국 순회를 시작했습니다. 가스, 발전, 버스, 지하철 노동자들은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합니다. 에너지 위기의 비용은 공공에 부담을 떠넘기며 막대한 이윤을 축적해온 민간 에너지 기업과 재벌대기업이 져야합니다. 에너지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자본가들과 공범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공공요금 국가책임의 강화를 요구합니다. 그것이 노동자들이 이 사회를 어떻게 운영해나가야할지 답을 제시하는 첫 출발입니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비정규직 임금 올려! 진짜 사정이 책임져!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 전국 순회투쟁에 함께하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절규는 모든 비정규직의 외침이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전국순회투쟁의 첫 출발지로 대우조선을 간 이유입니다. 물가폭등 시대, 빼앗긴 임금 30% 인상을 내걸었던 요구는 비정규직 임금 대폭 올려, 최저임금 대폭 올려야한단 요구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 다단계 불법 하도급, 빈번한 산재 사망이란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나아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진짜 사용자 원청의 의무를 강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의 요구를 제기해야 합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과 순회투쟁에 함께합니다.2023-04-13 | 조회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