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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5[편집자 주] 2023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대량학살하고 있다. 히메나 베르가라의 이 글은 트로츠키의 연속혁명 이론에 입각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계급적·국제주의적 전략을 제시한다. 본 번역은 글의 분량상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전편 읽기]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1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2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3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4 2024년 10월 5일 집단학살 1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집중집회 연속혁명과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 미국 사회주의해방당(PSL)과의 토론을 위한 노트 팔레스타인 해방의 성격, 역학관계, 그리고 주체에 대한 논쟁은 20세기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과 민족해방운동 사이에서 벌어진 전략적 논의의 일부였다. 이는 동시에 트로츠키주의와 스탈린주의 간 논쟁의 중심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정치적 세대가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전 세계 피착취·피억압 민중의 해방투쟁을 재검토하는 지금, 이러한 논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사실상 지도하는 인사들이 제시하는 일국 수준의 정치노선은,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그들의 국제전략에 의해 규정되며, 또한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기초한다. 사회주의해방당(PSL)은 미국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내 주요 조직 중 하나다. 이 조직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직후부터 즉각 운동을 조직하였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이유로 탄압과 박해를 받아왔다. PSL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대한 정치적 방침은 전국적 대규모 거리 시위를 조직해 휴전을 요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에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조치를 촉구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집중되어왔다. 국제적으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결의안을 활용해 미국에 맞서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는 데 의존해왔다. 이는 식민지 및 반식민지 국가들, 그리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유리한 정책을 관철하는 데 있어 이러한 기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궁극적으로 PSL의 민족해방투쟁에 대한 일반적 관념과 부합한다. PSL의 조 타셰(Joe Tache)는 “팔레스타인 운동이 민족해방 투쟁인 이유 Why the Palestine Movement is a Struggle for National Liber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여러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혹행위는 유례없이 끔찍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식민 관계는 독특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민족이 민족적 억압을 받았다. 어떤 경우에는 민족적 억압이 한 국가의 국경 안에서 나타난다. 미국 내 흑인과 원주민에 대한 오랜 억압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경우 식민 세력이 식민지를 완전히 장악하면서도 식민지를 식민 지배국과 별개의 독립적 실체로 취급하는 사례도 있다. 식민주의 시대의 민족적 억압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주로 이런 형태를 취했다. 팔레스타인에는 두 역학관계가 혼재되어 있다. 이스라엘 국경 내에 거주하는 16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보유했음에도 시온주의 정권에 의해 체계적으로 억압받는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자(이스라엘 국경 내 팔레스타인인)의 경우, 이스라엘이 동등한 국적과 지위를 부정함으로써 제도화된 차별과 배제를 겪는 한편,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토지 강탈, 주택 철거, 이동 제한, 대규모 체포, 정치적 반대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억압에 시달린다.” 위 문단은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물론 이스라엘은 타셰가 묘사한 대로 내부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가진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이며, 일란 파페 등 다른 역사학자들도 이를 상세히 기술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의 예외성은 단지 '내부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타셰는 이스라엘의 이중적 성격, 즉 이스라엘은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이자 동시에 제국주의의 거점(enclave)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누락하고 있다. 2023년 11월 4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사진 : Celal Gunes / Anadolu via Getty Images) 이전 세기, 특히 19세기 식민열강과 달리 이스라엘의 식민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고자 주도한 세계질서 재편 시도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아랍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지역적 군사동맹을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아랍 지역의 자원을 차지하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아랍 지역에서 계급투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제국주의는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과 사실상 공생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 공생관계는 군사·정보·기술자원 공유에 기반할 뿐만 아니라, 미국 양당체제의 윤곽, 그리고 공공·민간 제국주의 기관들의 윤곽 자체를 형성해왔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에 관한 타셰의 글과 사회주의해방당(PSL)의 다른 글은 이스라엘과의 동맹에 있어 바이든과 미국 제국주의의 역할을 올바르게 규탄한다. 이들은 10월 7일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모든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의 예외적 성격을 제국주의적 거점이라는 관점에서 정의하지 않았으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의 국제적 차원을 지우고 있다. 이는 PSL이 팔레스타인의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그리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남아프리카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아파르트헤이트는 무너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타셰는 남아공과 팔레스타인을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비유한다. 비록 타셰가 이 두 사례 사이의 중요한 유사점을 지적하지만, 이 두 체제는 각 투쟁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 비교는 PSL이 민족해방과 제국주의 자체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경우, 타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즉 쇠퇴하는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와는 달리, 이스라엘이라는 인공적 국가를 창조한 제국주의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목적이 중동 지역에서 부상하던 미국 제국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이러한 전략적 목표는 제국주의적 억압에 맞서 싸우는 아랍 프롤레타리아의 투쟁을 억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치명적인 군사력을 지역에 세우는 것이었다. 이 측면을 간과하면, 이스라엘을 창조한 바로 그 체제를 문제 삼지 않고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타셰는 아래와 같이 썼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지원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유지하는 핵심 세력이다. 따라서 미국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특별한 책임이 있다. 이 운동의 역할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이념이나 전략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민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개월간의 대규모 시위, 가장 최근에는 미 공군 병사 아론 부시넬의 충격적인 희생이 보여주었듯이, 시온주의자들의 선전과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강조는 필자) PSL의 운동에 대한 관점은 바이든 행정부의 네타냐후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그들의 전략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조직하는 동시에, ‘언커미티드(Uncommitted)[1] 캠페인과 같은 움직임을 통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을 위협해 바이든에게 휴전을 명령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PSL은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본질과 시온주의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전략적으로 오해하고, 따라서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거대 양당제에 압력을 가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민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보다 관대한 정책을 채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미국 제국주의에 의존하며, 동시에 미국 제국주의 역시 시온주의 식민주의에 의존한다. 이는 두 국가가 이해관계 충돌을 전혀 겪지 않거나, 바이든이 네타냐후와 대립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는, 두 체제의 구조적 관계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미국 지배체제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전쟁에 끌어들이고, 그 전쟁 과정에서 이미 흔들리는 이스라엘의 지역 패권을 이스라엘 자신이 산산조각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떠한 의미에서, 미국의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실존적이다. 이 반동적인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패배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부르주아적 관점의 국제주의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관점을 발전시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제국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공동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은 아랍 노동자계급과 농민, 도시빈민 등 중동 전역의 피억압 민중이다. 2025년 4월 20일 모로코 탕헤르항에 이스라엘행으로 의심되는 전투기 부품을 실은 선박 입항에 항의하며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 : AFP)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 지역 민중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제국주의의 경제적·군사적 공세가 아랍 민중에게 안긴 모든 불만, 폭력, 절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그들의 정부가 행한 억압 또한 포함된다. 자본주의적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아랍 국가들은 그들이 아무리 제국주의에 부분적으로 반대하더라도 미국 패권의 균열을 피하고자 대중을 억눌러 왔다. 무엇보다 아랍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계획을 도입하며, 자본주의적 사회와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려 했다.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한 단계로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단순히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투쟁’으로 축소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PSL에게 있어서 이 ‘민족’의 계급적 성격은 불분명하며, 그들이 시온주의 국가의 해체를 명확히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국가가 이스라엘 국가와 공존할 수 있을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타셰는 가이아나 출신 역사학자 월터 로드니(Walter Rodney)를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썼다. “민족적 억압은 한 민족을 그들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배제한다. ‘역사로부터의 배제는 식민주의가 가져온 권력 상실의 논리적 귀결이다.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력은 역사에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보증이다. 식민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가장 수동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역사로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팔레스타인 사례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군홧발 아래 있는 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사회적·경제적 발전 문제를 온전히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주택, 병원이 언제든 폭격되거나 파괴될 위협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이 기반시설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문화적 발전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일상적인 이동과 기본적인 권리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의해 철저히 제한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들이 정치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팔레스타인 경제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이 개발과정을 시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PSL의 구성원들은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내 여러 조직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지도부와 기계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PSL 자신은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명확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즉, 그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마치 역사적 법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먼저 하나의 국민국가로 스스로를 구성해야 하며, 그 이후 남아공의 탈아파르트헤이트 시기처럼 경제적·문화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의 한계는 남아공의 사례에서 이미 명확히 드러난다. 그 나라는 여전히 제국주의의 멍에 아래 고통받고 있으며, 흑인 노동자계급에 대한 극단적 착취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상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실존하는 아랍 지도부의 정치적 강령, 입장, 전략의 맥락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경우, 이들은 명시적으로 투쟁을 벌이지만, (1967년에 설정된 국경을 암묵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존재 또한 사실상 인정하면서) 이란식 근본주의 국가, 즉 종교적 권위주의 체제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체제는 결국 자본주의적 계급 구조 위에 세워진 종교적 독재 정권일 뿐이다. 즉, PSL과 민족해방운동 지도부 모두에게 팔레스타인 해방은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존재론적 의미와 모순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저발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유일한 해결책은, 두 국가 체제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본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PSL은 명시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팔레스타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처럼 탈식민적 자본주의 국가를 세워 지역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정치적 지향은 앞서 설명한 스탈린주의 정책과 중요한 유사점을 가진다. 스탈린주의는 1920년대 말 공산당들로 하여금 ‘반제국주의 공동전선’(anti-imperialist united front) 전술을 추진하게 만들었다. 이는 부르주아 또는 소부르주아 민족해방운동 지도부와의 정치적, 때로는 군사적 협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한 의미에서 PSL의 반제국주의는, 미국 제국주의에 비판적으로 맞서는 한 그들의 계급적 성격에 상관없이 어떤 지도부나 국가라도 지지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국가들이 자국의 노동계급을 억압하고, 민족해방 투쟁을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우리가 제국주의를 단순한 대외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특정한 역사적 단계로 이해한다면, 제국주의를 철저히 쓸어버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사회주의 뿐이다. 트로츠키주의 분파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하마스를 포함한 그들의 저항운동이 식민점령에 맞서 군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그 조직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방법, 정치, 전략과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간에 PSL이 민족주의 지도부에 대해 무비판적인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태도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오로지 민족적 투쟁으로 이해하는 그들의 관점과 일관성을 이룬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시온주의 국가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 불명확하게 남긴 채)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으며 지역적 제국주의를 타도하지 않고도 점진적인 자본주의 발전의 고유한 리듬을 따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을 주도해야 할 세력이 (근본주의와 세속주의를 막론하고) 아랍 세계의 부르주아 및 소부르주아 지도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을 비판하려는 시도는 곧 ‘억압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 내 운동의 역할은 이러한 투쟁의 결과를 지도하려 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 즉 그들이 독립적인 역사적 발전 과정을 되찾고 집단적으로 미래를 형성할 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진정한 국제주의는 서로 다른 민족의 노동자들이 서로 존중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제국주의 국가에 사는 노동자들이 피억압 민족의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지시하려 든다면, 그것은 그 존중을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자신을 ‘세계의 경찰’로 자처하며, 미국 노동자들은 피억압 민족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선전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직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만 봉사하며, 우리의 운동을 해친다.” 이러한 고찰들에서 ‘반제국주의’나 ‘노동자계급’과 같은 개념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및 지역의 노동자, 무산 농민 대중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들 대중에게는 시온주의에 맞선 반제국주의적 정치와 동시에, 아랍 국가들이나 어떤 부르주아 국가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즉, 중동 전역의 프롤레타리아가 자국 정부들에 맞서 연대와 동맹을 발전시켜야 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레바논, 카타르, 이란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에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의존한다. 2025년 9월 2일 이집트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훈련 브라이트스타25에 참여한 미국, 이집트, 사우디라아라비아 군대. 군사훈련은 미국과 이집트가 공동 주관했다. 이런 유형의 ‘반제국주의’, 즉 계급적 관점이 아닌 ‘국가적’ 관점에서 기초한 반제국주의는 현 세계질서에 대한 PSL의 국제적 전망의 일부다. PSL에게 있어 중국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세력으로 비춰진다. 그들에게 중국은 ‘진보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관점은 PSL이 중국공산당을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China is not our enemy)’라는 글에서 중국공산당의 최근 당대회를 이렇게 묘사한다. “실제로,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다룬 사안들은 중국 인민의 복지에 깊이 관심을 가지며,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려는 집권당의 진지한 의지를 반영한다. 이러한 작업은 미국 상원 회의장이나 민주당-공화당 양당의 전국위원회 회의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진지함과 성실함으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PSL은 두 가지 사실을 완전히 누락한다. 첫째, 중국 사회는 오늘날 극도로 위계화된 계급 사회로 변모했으며, 사치스러운 부르주아지와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인종적 억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탄압을 당하고 있는 거대한 프롤레타리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둘째, 국제적 무대에서 중국은 점점 더 제국주의적 특성을 갖춰나가고 있으며, 반(半)식민지 세계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을 억압하고 수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은 또한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벌어진 계급투쟁의 현실을 무시한다. 중국의 노동자들과 청년들은 공장과 사회 전반에서 더 나은 생활조건을 요구하며 중국공산당의 정책에 맞서 싸워 왔다. PSL이 중국을 미국 지배의 ‘차악(lesser evil)’ 혹은 ‘대안’으로 여기는 태도는, 그들의 중국공산당의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열렬한 지지 속에서도 드러났다. 이 정책은 결국 노동자 민중의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계급투쟁을 촉발했다. 마찬가지로, PSL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 협상’ 노선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NATO에 대해 올바르게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는 ‘반미 블록’의 일원으로서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국제 노동자계급은 쇠퇴하는 미국 제국주의와 제국주의적 성격과 야망을 지닌 중국 국가 사이의 충돌 속에서 그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다. 우리에게는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군국주의적·호전적 경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해방을 포함한 모든 피억압 민중의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정치이다.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자브라 니콜라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연속혁명의 관점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의 계급적 역학을 요약한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적 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은 지역 내 모든 지배계급과 정권에 맞선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들 계급은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이며, 제국주의는 그들을 통해 지역을 지배한다. 그들의 정권은 이러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정치적 형태이다. 반제국주의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은 오직 빈농의 지지를 받는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으로서, 지주, 종교적 매판 계급, 신흥 부르주아지를 상대로 아랍 세계에서 시온주의에 맞서야만 가능하다. 아랍 동부[2]에서의 연속혁명은 해당 지역 전체를 기반으로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불균등 발전으로 인해, 혁명적 상황 혹은 준혁명적 상황은 서로 다른 시점과 장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투쟁은 반드시 전체 아랍 혁명의 일부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전 지역 대중투쟁이 직접적으로 결합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전략은 대중의 요구를 지역 전체의 문제로 통합해 ‘권력’의 문제를 아랍 동부 전체에서 제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만, 특정 시점에서 가장 진전된 투쟁들을 아랍 국가들의 군대, 시온주의 국가의 군대, 그리고 잠재적인 제국주의 개입으로부터 가능한 최대로 지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만, 어떤 한 나라에서의 권력 장악이 반동 세력들에 의해 분쇄되지 않고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 PSL이 제시하는 미래의 반제국주의 투쟁 전략은 매우 다른 그림을 그린다. 벤 베커(Ben Becker)는 PSL이 “노동자계급 속에서 반제국주의 정치의 토대를 세우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 국가들)와의 연대를 지향하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싸운다”고 썼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반제국주의 정치와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가 어떤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PSL과 큰 차이를 가진다. 우리에게 있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그 국내적·지역적 표현이건, 국제적 무대에서건 (특히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노동자계급, 빈민, 학생, 피억압 민중의 독립적 행동이 필요하다. 국내적·지역적 수준에서, 이러한 투쟁은 시온주의 국가에 맞선 반제국주의 투쟁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모든 정당한 요구, 특히 자결권 요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곧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인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다. 이 투쟁, 즉 시온주의 국가의 해체를 향한 투쟁은 오직 아랍 노동자계급과 함께하는 팔레스타인 대중이 주체가 되어, 그 투쟁을 주도하고 물질적·정치적 지원을 제공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이는 곧 아랍 프롤레타리아가 자국 정부에 맞서 봉기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하며, 이집트 같은 국가들에서 그 요구는 즉각적인 국경 개방이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젊은 세대와 노동자계급이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거대 양당제가 무기, 기술,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적 공격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벨기에의 노동자들이 무기 선적을 막았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미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거리에 나선 수십만의 대중들, 대학의 이스라엘 투자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는 대학생들의 정신을 받아 미국 노동운동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가자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실물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무기 수송을 차단하고, 전쟁 물자 생산을 거부하며, 제국주의 전쟁기구가 학살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 노동자계급이야말로 집단학살을 멈추고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에 맞서 실질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사회적 세력이다. 지역에서, 그리고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특히 미국에서 그러하다. 또한 국제 노동자계급은 피억압 민중, 농민, 도시빈민, 청년과의 동맹을 통해 시온주의 국가에 맞설 수 있다. 이러한 단결을 통해 단일하고, 세속적이며, 대중의 자기조직화에 기반한 다민족 국가를 건설할 힘을 가질 수 있다. 그 국가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해방된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이다. 그곳에서는 아랍인, 유대인, 그리고 중동의 문화적 다양성을 구성하는 모든 민족·종교 집단이 시오니즘과 제국주의의 멍에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투쟁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은 국제주의적 지지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그 구체적 형태는, 젠더·인종·종교적 억압의 토대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모든 토대를 허무는 사회 조직체제 안에서 지역 간 경제적·문화적 연대를 발전시키는 중동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다. 2025년 9월 말부터 이어지는 모로코 반정부 시위에 팔레스타인 연대 상징인 쿠피예를 두르고 참여한 시위자.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은 각국 민중의 자국 지배체제를 향한 분노와 연결되고 있다 (사진 : BBC)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1] (역자주) ‘지지후보 없음’, 2024년 미국 대선 및 민주당 당내 경선 진행 과정에서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친이스라엘적 행보를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지지 후보 없음'에 기표하자는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2] (역자주) 마그레브(해가 지는 땅)의 반의어로써 마슈리크(해가 뜨는 땅). 이라크, 레반트, 이집트, 수단, 아라비아반도에 이르는 아랍 동부 지역을 지칭한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다쳐도 참는 여성 노동자”, 여성 노동자 산재 5년 새 2배 급증1. “다쳐도 참는 여성 노동자”, 여성 노동자 산재 5년 새 2배 급증 여성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2만7천 건에서 최근 4만3천 건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수 역시 같은 기간 76명에서 3년 연속 100명을 넘겼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다쳐도 참는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눈에 못이 튀었는데, 병원 가서 산재 얘기 꺼내기가 무서웠어요. 다음 현장에 못 나갈까 봐요.” 목공 일을 하던 40대 여성 A씨는 한쪽 눈 시력을 잃고 각막 이식 끝에 시력을 회복했지만 또 다칠까 불안하다. 타워크레인 기사 김유림 노동자는 “다음 현장(고용)에 불이익이 갈까 봐, 꼬투리가 잡힐까 봐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에게는 안전장비조차 위험이 된다. “안전화가 커서 발이 헛돌고, 장갑이 커서 미끄러져요.” 철근 결속 일을 하는 B씨는 철근이 머리에 떨어져 다쳤지만, 사업주는 “조심하지 그랬냐”며 치료비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산재 신청은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여성 노동자는 안전장비도, 제도도, 시선도 맞지 않습니다. 다쳐도 참아야 하는 구조 자체가 폭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본은 여성 노동자의 안전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정부도 차별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동자 산재 증가는 일터에서 여성의 몸과 노동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는 성차별 구조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의 안전이 당연한 권리로 보장될 때,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64638_36799.html 2. 고용평등 정책, 노동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이관 … “행정력 담보 못 해” 여성계 우려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 업무 일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되자 여성계와 노동계가 여성고용정책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9일 성평등가족부의 조직 개편 세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고용노동부에서 이관한 여성고용 업무를 전담할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해 3실 체제로 재편됐다. 신설된 고용평등정책관 산하에는 고용평등총괄과와 경제활동촉진과, 경력이음지원과가 새로 구성되며, 이들은 기존 고용부가 담당하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성별근로공시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집단상담업무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에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성평등가족부는 고용노동부가 가진 행정집행 권한이 없는 부처”라며 “성평등가족부로 일부 업무 이관을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성평등노동정책 책임부처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놓아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성평등가족부의 고용 기능을 강화하려면 차별 시정과 감시·감독 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조직 개편의 주요 쟁점을 다룬 보고서 <어떤 성평등가족부가 필요한가-여성가족부 조직개편의 쟁점과 과제>에서 성평등가족부로의 조직개편 관련 성평등 기능을 강화하려면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차별 시정 기능을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계와 노동계가 반발하자 고용노동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9월 30일 공동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업무 이관은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주요 요소인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성평등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일·생활 균형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던 고용문화개선과에서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정책, 여성 근로자 보호,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관련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8136 3. 이탈리아 멜로니, 학교에 성평등 교육 없애는 극우정치 시도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새 교육입법안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평등교육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물론 사회적 여론은 국가가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고 학교에 남녀이분법으로 극우 정치를 주입하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멜로니 정부는 ‘가족 우선(family first)’과 ‘교육의 순수성 보호’라는 슬로건 아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젠더상대주의’로 명시된 성평등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부모의 “사전 거부권(opt-out)”을 확대해 성평등교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교육부 장관 지우세페 발디타라(Giuseppe Valditara)는 이 법이 성소수자 혐오 조장이나 포괄적 차별금지 교육 금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이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정 성평등 수업이나 표현만 제약되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존재가 부정당하는 사회로 후퇴하는 것이며 학교에서부터 평등의 가치가 탄압받고 정체성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로 끌려가는 것이다. 유럽성소수자청소년연합의 벨라 피츠패트릭은 이 조치를 “정치가 교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이건 단순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자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사총연맹의 마누엘라 칼자는 “부모의 사전 의견권을 강제하는 건 학교 자율성을 파괴하는 폭력”이라며 “정부가 집착하는 ‘젠더 이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성평등 교육 금지 시도에 가장 불안한 건 학생과 그 가족들이다. 11세 트랜스젠더 딸을 둔 클라우디아는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아이는 태어난 성별로만 학교에 갈 수 있는데 딸은 ‘그러면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숫자로 법을 만들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5/10/04/italy-schools-lgbtq-legislation-gender/?utm_source=chatgpt.com 4.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소규모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 폐기물을 처리하는 노동은 도시의 위생과 안전을 지탱하는 필수 기반이다. 그러나 이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안전 사각지대 속에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조사에 따르면, 재활용업체 절반 이상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이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망에서도 벗어나 있고, 안전 교육·휴게실·샤워실 같은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한 현장 노동자는 “매일 지뢰밭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긴장감 속에 버틴다”고 호소했다. 설문조사에서 노동자들이 꼽은 주요 위험은 분진(62.5%), 악취(58.2%), 더위·추위(49.4%)였다. 무엇보다 응답자 전원이 베임·찔림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깨진 유리, 주삿바늘, 날카로운 캔 조각이 섞여 있고, 음식물 부패로 인한 세균과 곰팡이, 유해가스가 뒤섞인다. 여름엔 40도에 가까운 더위, 겨울엔 찬바람 속에서 장시간 일하며 근골격계·호흡기 질환은 흔한 직업병이 됐다.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장 개선을 넘어 국가·지자체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처리 노동 전 단계에 걸친 보호구 및 안전기준 마련, 폐기물처리시설 안전성 평가 및 현장 감독 강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도입,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지자체 직접 운영 및 직고용 전환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16 5. 윤 정부가 없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졸속’ 직영화로 오히려 상담 질 하락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으로 4억 5,000만 원을 편성하며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되살리기로 했으나, 여성노동단체들은 “반토막·형식적 복원”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모인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전국네트워크’(고평넷)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평등상담실을 제대로 복원‧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고용평등상담의 질이 나빠진 것은 윤석열 정부가 기존 사업방식을 민간위탁에서 직영체제로 ‘졸속’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상담과 지원에 경험이 많은 전문성이 높은 단체들이 위탁사업을 수행해 왔음에도 정부는 2024년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직영화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민간위탁 시절(19개)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점, 정부 직접 운영이다 보니 신분 노출 우려 등이 커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에 민간위탁 병행을 위한 소요예산 4억 5천만 원을 반영한 상태다. 이는 2023년 기준 12억 1,500만 원 규모였던 예산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토막 예산’으로 그마저도 몇 개 지역에서만 선별적으로 고용평등상담실을 재개하겠다는 ‘형식적 복원’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22060.html 6. 반(反)트랜스 레즈비언 언론인 바리 바이스, 미국 CBS 뉴스 편집장으로 임명 [사진] 야후 신문 미국의 레즈비언 언론인 바리 바이스가 지상파 방송사 CBS 뉴스의 새 편집장으로 임명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이스의 과거 친이스라엘적 발언과 반(反)트랜스퀴어적 태도가 다시 주목받으며, 그의 극우적 성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CBS의 실질적 소유주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바리 바이스가 설립한 독립 언론사 『더 프리 프레스(The Free Press)』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리 바이스는 2020년 뉴욕 타임스 재직 중 사표를 내며 “이념적 순응이 강요되는 분위기”를 비판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더 프리 프레스』를 창립해, 스스로를 “(진보 미디어에 대한) 이단적 사상가들의 피난처이자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매체”로 규정해 왔다. 이번 임명은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의 60분 간담회 통편집 사건 이후 벌어진 CBS의 이미지 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 CBS는 해당 인터뷰를 통편집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했으며, 이후 CBS가 이른바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바리 바이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인종학살을 전면 옹호하는 발언, 트랜스젠더 포괄 의료 정책이 “청소년에게 성전환을 강요한다”는 주장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이러한 극우적 발언들로 인해 비판이 이어지는 한편,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두고 “강렬하게 친이스라엘적이며 자랑스러운 ‘문화 전사’”(《인디펜던트》), “미국 우파의 잇(it, 매력적이고 주목받는 이를 수식하는 말) 레즈비언”(《크라이시스 매거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다만 후자의 평가는, 여성애적 성향을 가진 바리 바이스가 우파의 상징으로 부상함으로써 가부장적 가족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불만스럽게 표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CBS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인사로 언론 노동자들 사이의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조 기사> https://www.advocate.com/news/bari-weiss-cbs-news-chief -
[발언]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구사대폭력 행사한 현대차를 특별근로감독하라![편집자 주] 지난 3, 4월 현대차는 울산공장 앞에서 구사대를 동원해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 동지들을 폭력적으로 해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구사대 폭력을 방조하여 사실상 이에 공조했습니다. 더구나 불법파견을 방치해 온 고용노동부는 이번에도 현대차의 폭력을 방관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 특별근로감독 촉구 1,120명 청원인,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을 비롯한 연대단체들이 10월 14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 현대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자리에 당시 구사대 폭력의 증인이자 피해 당사자로 선 박수연 동지의 발언을 전합니다. [사진]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저는 3월 13일과 4월 18일에 제가 목격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 갔던 날로부터 어느새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날 저는 구사대라는 게 뭔지 약간 알게 되었습니다. 공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라도 다치면 큰일이니까 충돌이 생길 것 같으면 무조건 빠져라’, ‘아예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폭력 사태는 사실상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폭력을 동원한 현대그룹의 노동자 탄압은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한 듯이 자행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현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예견된 폭력을 막아 세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3월 13일에는 200여 명, 4월 18일에는 500여 명의 구사대가 있었습니다. 수백 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모여 있는 게 딱 군대다 싶었습니다. 그들은 사유재산인 천막을 힘으로 부수고 강탈하고, 심지어는 트럭에 싣고 도망갔습니다. 집회 참가자를 밀치고 밟고 주먹질하고 머리채를 잡고, 물건들을 찢고 걷어차고, 우리가 카메라를 들면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 쓰러진 사람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제가 목격한 ‘구사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반년이 지났지만 곱씹을수록 생생합니다. 어쩌면 저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나 경악했던 것도, 새벽에 쳐들어와서 물건을 죄다 부숴놓고는 쌍욕을 하며 돌아가는 모습에 지금 화내야 할 게 누군데, 황망해졌던 것도, 수백 명이 얽히고설킨 와중에 넘어진 동지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구사대고 경찰이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도, 그나마 저는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보니 무릎이 멍투성이라 깜짝 놀랐던 것도 말입니다. 구사대, 말 그대로 회사를 지키는 조직입니다. 그들이 지키는 현대그룹은 돈 좀 더 만져보겠다고 이십여 년씩 바쳐서 일한 사람을 소모품처럼 내다 버리고, 저들 듣기 싫은 말 한다고 폭력으로 짓밟는 회사입니다. 과연 이게 지킬 가치가 있는 모습입니까? ‘우리는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존재한다’라고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적어놓는 현대차, 그들이 말하는 ‘인간’에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고, 그들이 ‘옳다’라고 여기는 일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일’인가 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광장의 힘으로,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정부입니다. 그러나 여당은 첫 국정감사 증인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총수 정의선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철회했습니다. 제가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건 3월 13일, 천막을 뺏기고 공장 정문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멈춰있는 민주주의, 진보하지 않는 민주주의 역시 그럴 것입니다. 저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지난겨울 광장을 지켰던 시민으로서, 또 양심과 윤리를 아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노동자로서, 현대자동차 구사대 폭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하겠습니다. -
[투쟁브리핑 3화] 기후파괴와 학살 종식 위한 기후정의행진, 오요안나 유가족 단식투쟁 MBC와 합의, A학교 농성장 강제철거 협박 등지난 2주간의 투쟁소식과 주요 발언을 전하는 스튜디오 알 투쟁브리핑입니다. 9월 27일(토)~10월 10일(금) 기후정의행진, 고 오요안나 유가족 단식투쟁 MBC와 합의, A학교 농성 강제철거 협박, 세종호텔 3차 교섭, 이수기업 투쟁 100일, 팔레스타인 휴전협상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927 기후정의행진 지난 9월 27일,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권리와 생태친환경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습니다. 본무대 발언 중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학살이 곧 지구의 파괴임을 역설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 가스전 수탈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해, 한국정부와 기업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음을 규탄했습니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한나님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한나입니다. 1945년, 한국 사회가 해방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일본 식민지로 남아있었다면 우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사고실험을 해보자는 게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잔혹한 현실을 얘기하려는 겁니다. 78년간의 식민지배는 지금 인류 역사상 본 적 없는 종류의 집단학살로 이어졌습니다. 2년간 가자지구 집단학살의 충격적인 수준의 인명피해에 더해, 이스라엘은 생태학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초토화하고, 동물을 살해하고, 수천 년 된 올리브 나무를 뿌리채 뽑고, 토양과 공기를 폭탄으로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가자지구를 우리 눈앞에서 불모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 절반 크기인 가자지구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투하된 모든 폭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폭탄을 쏟아부었습니다.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는 데는 3,1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겁니다. 이 집단학살의 주범들이 기후파괴 주범들과 완전히 같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서방 강대국들은 그린워싱 기술을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라며 우리를 가르치려 듭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구를 파괴하는 집단학살에 무기를 댑니다. 군사 부문을 국가로 친다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순위 4위를 차지합니다. 군사주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적인 기후정의란 없습니다. 집단학살은 자본주의 원리를 충실히 따릅니다. 집단학살 첫 달에 이스라엘 정부는 여러 기업에 가스탐사권을 발행해 204억 원을 달하는 수익을 챙겼습니다. 가스탐사권을 획득한 기업 중 하나가 다나페트롤륨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기업이죠. 그런데 이 회사를 100% 소유한 기업이 바로 한국석유공사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사회가 이제 식민지배자들과 함께 자원을 수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우리 민중들의 손에도 피를 묻히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함께,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저항합시다.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기후정의를 함께 이뤄냅시다." 또 이날 반올림에서는 정부에서 통과시키려하는 반도체특별법 반대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는데요.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짓겠다는 메가클러스터를 위해서는 엄청난 전기와 물이 필요하고, 반도체 산업으로 또 엄청난 오염물질이 생산됩니다. 그리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는 유해화학물질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인데요. 기후정의실현은 코스피 5천을 위해 미래의 쌀 반도체를 키우겠다는 이재명 정부에 맞서지 않고서는, 나아가 세계적으로 기후파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도체와 AI산업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올림 권영은 동지의 발언을 함께 듣겠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권영은입니다. 삼성 반도체에서 21년을 일하다 희귀질환에 걸린 정향숙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반도체에서 일하는 게 좋았어요. 자부심도 있었고, 아이 옷도 마음껏 사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프고 보니, 마음이 복잡해요.” 수백 명의 반도체 노동자들이 병을 얻어 반올림을 찾아왔습니다. 반도체에는 노동자들의 질병과 죽음이 있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산업을 위해 매년 50만 톤이 넘는 유해화학물질을 쓰고, 수천 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연간 백만 톤의 폐기물 처리는 더 취약한 하청 노동자들이 떠맡습니다. 또 엄청난 전기와 하루 수십만 톤의 물을 쓰며 지역 생태계와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을 지원하고, 조세 감면 등 특혜를 쏟아붓습니다. 부정의한 산업으로 환경은 파괴되고, 주민과 노동자의 삶은 무너져도 외면합니다. 여러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반도체 재벌 특혜가 정부·기업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조차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반도체 산업뿐만이 아닙니다. AI산업 육성,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댐, 4대강 사업 등 곳곳에서 불평등한 성장 중심 개발이 강행됩니다. 함께 맞섭시다. 함께 외칩시다. 재벌 대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우선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참고로 반올림 주최로 공간 채비에서 10월 28일 낮 12시에 반도체 15명의 직업병 피해자의 이야기가 담긴 구술 기록집 출간 기념회가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시면 된다고 하니 참고바랍니다. 2. 고 오요안나님 유가족 MBC와 합의 다음 소식입니다. 추석을 앞둔 10월 5일, MBC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분의 죽음 이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오셨던 오요안나 분의 어머니 장연미 동지께서 단식 28일 차, MBC와의 교섭을 통해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투쟁을 이어가며 고 오요안나 님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받는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해당 구조를 바꾸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오셨는데요. 농성장을 함께 지키며 방송국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목소리 내고 있는 엔딩크레딧 활동가 김세정 동지가 지난 29일 착취없는 MBC 2차 촛불문화제에 했던 발언과, MBC 합의 이후 농성장에서 진행된 추석 차례에서 해당 싸움의 의미를 나눠주신 교섭 위원 중 한 분인 김유경 동지와 장연미 동지의 발언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김세정) 안녕하세요. 엔딩크레딧 활동가 김세정입니다. 먹고 사는 일로는 노무사 일을 하고, 요즘은 단식 농성장 지킴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날이 지나갑니다. 농성장의 하루는 긴 듯하면서도 금방 갑니다. 농성장을 정돈하고, 조문객을 맞고, 하루 세 번 선전전도 하고, 중간중간 회의를 하거나 서면 작업을 하며 이리저리 바쁩니다. 개인적으로 저와 어머님은 호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어머님과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틈틈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농성장을 만들고 지키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 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구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으로, 기상캐스터를 정규직화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요안나의 죽음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쉽게 쓰고 버리는, 방송국 생태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MBC는 지난주에 있었던 2차 교섭에서,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만 포기하면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했습니다. ‘조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라는, 사실상 교섭을 거부하겠다는 뜻입니다. 기상캐스터를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타협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저쪽을 보면 엔딩크레딧에서 만든 <방송 비정규직 투쟁사> 현수막이 있습니다. 그간 꾸준히 이어진 다종다양한 직종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결정처럼, MBC에 소속되어 MBC의 이름을 달고 MBC의 지시에 따라 일한 노동자를 MBC 소속 근로자로 인정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정규직을 사용할 업무에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사용해온 잘못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입니다. MBC는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고용 공정성’을 들먹였습니다. MBC가 주장하는 ‘고용 공정성’의 진짜 의미는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계속해서 구별하겠다는 것입니다. 안정되고 안전한 일자리를 모두가 아니라 선택된 일부에게만 선심 쓰듯 허락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를 통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불평등의 선을 긋고 갈라치기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직군을 만드는 것으로는 공정한 고용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차별하고 간단하게 치워버린 그간의 악행을 반성하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MBC는 어떤 노동자의 고용도 공정하게 할 수 없습니다. MBC는 기상캐스터 4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방송사 취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한다고도 했습니다. MBC는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을 운운할 자격이 없습니다. 기만입니다. MBC는 그 수를 다 파악한 적도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오요안나들의 꿈과 열정을 착취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 오요안나, FD, AD, PD 오요안나, 리포터 오요안나, 아나운서 오요안나, CG와 그래픽 디자이너 오요안나가 이 순간에도 정규직 공채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지금 이렇게 빛나는 MBC의 톱니바퀴, 장작으로 쓰고 버려집니다.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가 아니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MBC, 노동자를 함부로 쓰고 쉽게 버리는 MBC, 질 나쁜 위험한 일자리를 끊임없이 양산하는 MBC입니다. 우리는 MBC가 고인과 유족에게 무례를 범하면서까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기상캐스터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MBC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MBC의 오요안나 투쟁을 시작으로 모든 방송사, 모든 직종이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톱니바퀴가 없으면, 장작이 없으면 비정규직을 갈아 불을 밝히는 MBC는 무너집니다. 이 추모제를 보고 듣는 방송 노동자들에게 간절히 바랍니다. 오요안나와 함께 MBC를, 방송사를 바꿉시다. 곧 추석 명절입니다. 곡기를 끊은 채 자식을 위한 차례상을 만들어야 하는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곳을 함께 지키는 이들, 오요안나의 삶을, 열정을, 아픔을, 죽음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거부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MBC 계속 붙어봅시다!" * (김유경) 교섭 위원으로 참석을 했었고요. 사실 어제 교섭장 가기 전에 어머님이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다는 연락을 받고 무거운 마음으로 교섭에 입했었는데 어머님이 마지막에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게 저는 평생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다시 제자리를 찾은 거다, 말씀해주신 거 너무 감사했고요. 이 시점부터 다시 방송국 비정규직 투쟁,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끝난 상황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어 너무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 (장연미) 여기 모인 단체 여러분 너무 감사하고요. 저 혼자였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여러분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다 힘이 되어주셔서 와서 주무시기도 하시고 진짜 작은 일 하나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해주셔서 제가 해낼 수 있고 여기까지 오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타결이 될 때 저는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너무 옆에서 고생하셨는데 너무 미안했고요. 그래서 빨리 타결이 돼서 그냥 해결이 되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다, 노무사님이 너무 힘들게 구상하고 계신 걸 알았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제가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했습니다. 그래서 잘 해결된 거 같습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는 15일 MBC는 고인에 대한 사과, 명예사원증 수여, 재발방지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 약속과 함께, 유족 측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기존의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내용은 기존 기상캐스터들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송국 내 비정규직 투쟁은 시작일 뿐입니다. MBC가 유족과 합의한 내용을 잘 지키는 나가는지 함께 지켜보고, 앞으로도 용기 내 목소리 내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바꿔나갑시다. 3. A학교 학부모 지지 발언, 강제철거 협박 다음 소식입니다. 9월 30일, A학교에서 성폭력 사안을 공익제보했다는 이유로 부당해임된 지혜복 교사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이 중 A학교 관련 학부모님의 발언을 대독하는 시간 또한 가졌는데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A학교 관련 학부모님의 발언을 대독하겠습니다. 대독하신 분은 최서연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큰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평화롭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내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동네 친구에게 이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진심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동네 친구의 둘째 아이도 후에 이 학교에 들어왔는데 저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뭐 이런 학교가 다 있냐 왜 이리 엉망이냐”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인식차도 그렇고, 남학생들의 성희롱적인 외모평가, 외모 등급을 매기는 행태가 매우 심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3대 1이라는 차에도 저는 특별한 인식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는 어려움을 저는 왜 몰랐을까요. 저희 아이는 남학생이고 친구의 아이는 저희 아이보다 두 살 어린 여학생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 친구는 “거봐 내가 뭐랬냐”고 말하더군요. 그 친구의 말을 흘려들었던 것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2024년 추운 겨울부터 계절이 벌써 두 번이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지혜복 선생님은 여전히 차갑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있습니다. 등을 푹신한 바닥에 눕히고 쉬는 것,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차 마시는 것, 그 편안한 삶을 몰라서일까요? 학부모와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끝나지 않은 채 증폭되기만 하는 이 사건에 점점 숨이 막혀갔습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이젠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조용히 참겠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건의 진행 상황을 더 이상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초 피해학생 학부모들은 가해 학생이라 하더라도 아직 어리고 배워야 할 나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커나갈 아이들이기에 처벌보다는 잘못된 말과 행동을 깨닫고 재발이 되지 않는 걸 원했습니다. 처음만 하더라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사안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육청에서 한참 회복적 생활교육 강조했는데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바로 잡혔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점점 더 커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간의 조치는 적절하지 않았음이 증명됩니다. 사건이 질질 끌리면서 피해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몸을 낮추고 드러나길 원치 않게 되었습니다. 사건 얘기를 꺼내는 것에도 진절머리를 칩니다. 저는 이 사건이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첫 번째로 최초 제기된 문제를 모르쇠, 가정교육 탓, 코로나 탓만 하며 학부모들의 건의를 찍어누른 전임 학교장님이 있습니다. 사건 초기 교장실로 직접 찾아간 학부모에게 ‘본인은 이 일과 관련된 사항을 잘 모른다’고, ‘학교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평화로워야 하는 학교가 이만한 사안으로 들쑤셔지니 불편했을 겁니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전에 근무했던 지역교육지원청의 기준까지 들이밀어 평소 눈엣가시같던 교사를 이런저런 절차와 핑계로 전보 조치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 사건과 전보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저에겐 인과관계로 보였습니다. 2023년 2학기 지혜복 선생님을 향한 집단적 가해에 한 번이라도 대처했다면 제 생각은 달랐을 겁니다. 전보와 함께 학교의 잡음을 진정시키려 했겠지만 오히려 사건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현 상황에 대한 그분의 지분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학습권 침해라는 결과까지 빚어질 거라 예상은 했을까요? 그러곤 부임 1년 반 만에 다른 학교로 전근해 면책을 받으신 게 되었는데, 아마 본인도 명예롭지 못할 겁니다. 두 번째는 시스템입니다. 1학기에 제기된 문제가 방학 동안과 2학기 내내 뭉개지며 시간만 흐르고 있을 때, 여학생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렸고 지혜복 교사는 어떤 보호도 없이 통제되지 않는 남학생들의 야유를 견뎌야했습니다. 시스템이 문제 해결이 가능한 시간에 작동되지 않는 게 절차 탓일지, 아니면 애초 시스템에 의지하지 말아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덕분에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며 피해 학생들과 그 주변 여학생들 마음에는 물리적 변화를 넘어 화학적 변화가 왔습니다. 마음은 꺾이다 못해 굳어버렸습니다.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습니다. 남학생들은 단체로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되는 듯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혜복 선생님은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사건 전까지 여학생, 남학생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자주 찾아가 마음을 기댔던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그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흘려보낸 것이 가장 뼈아픈 지점입니다. 그 시간이 피해 학생들과 그 주변 아이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었는지, 지혜복 선생님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시간이었는지, 관련 학부모들 또한 얼마나 살얼음 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겪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최초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들이 본인들의 말과 행동이 바르지 않음을 알고 사과하게 했다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타인에게 무례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습니다. 뉴스에도 나오고 600일을 투쟁했다지만 자녀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도 이 사건을 접하지 못한 다수의 학부모는 여전히 모릅니다. 학생들은 학폭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았으나, 절차에 매몰돼 끝까지 사과를 받지 못한 피해 학생은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말도 꺼내기 싫어합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지혜복 선생님은 아이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려 한 공익제보자라 생각합니다 공익제보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이 공익제보자로 인정되고 학교로 돌아가는 소식만으로도 피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제보가 옳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 한 번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선생님은 편안한 집에서 지내시다 내년에 학교로 복귀하시고, 피해 학생, 학부모들의 마음도 자유로워지길 소망합니다." 이어서, 10월 6일 꿀잠에서 진행한 투쟁사업장 거리차례 중 A학교 농성장 차례 때 지혜복 교사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한 두 분 씩 시교육청 정문을 들어오시는 동지들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오늘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이렇게 귀한 시간 내어서 동시들께서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와 주신 걸로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가나다순입니다, 대표자 동지들도, 다른 동지들도 이렇게 자리해주셔서 깜짝 놀랐는데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특히 정성스럽게 음식을 마련하시느라고 꿀잠에 동지들과 그리고 꿀잘 모여서 함께 만들어서 차례상 준비해주신 모든 동지들 감사하고요. 여기 보이는 정성과 그리고 간절함 그리고 비가 와서 지금 보이진 않겠지만 저기에 보름달이 뜰 겁니다. 보름달의 기운도 받고 그래서 반드시 저는 A학교로 돌아갈 거라 믿습니다. 특히 또 꿀잠 동지들이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많은 동지들이 승리했는데요. 드디어 꿀잠 동지들도 차례상을 서울시교육청 앞에 차려주셨기 때문에 더욱더 승리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A학교의 투쟁, 학교에서부터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고 더 나아가 사회 속에 평범한 세상을 건설하려고 하는 발걸음 속에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하나의 디딤돌을 놓는 그런 투쟁으로 놓여지길 바랍니다. 저는 A학교로 오늘 여기 모여주신 동지들의 간절함 받아서 정성 받아서 차례로 지내면서 갈 것입니다. A학교로 들어가는 것은 첫 단추입니다. A학교 들어가서 보다 근본적으로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동지들과 함께 그 길 끝까지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얼마전에 A학교 농성장을 집단적으로 찾아와서, 강제로 계고장을 붙이면서 10월 20일까지 농성장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갔는데요. 10월 20일 오후 6시 이후부터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하니까요, 이날부터 많은 연대가 필요하겠습니다. 4. 기아차 / 세종호텔 연대발언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10월 1일,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7차 연대 선전전과 첫 결의대회가 진행됐습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세종호텔 오세인 대표와 세종호텔지부의 3차 교섭이 진행됐는데요. 각자의 현장을 지키고 있어 마음을 보태지 못한 동지들이 대독 발언과 전화 발언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박경희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투쟁! 저는 청소노동자 입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는 노동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기피하는 직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곳에서 청결하게 청소하여 여러분들께 행복을 선사하는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청소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당업무 지시를 거부 하였고 보광 사측의 인권유린. 노동탄압에 맞서 5개월째 투쟁중입니다. 사측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동탄압을 하더니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는 이유로 중징계, 해고를 했습니다. 평소 보광 바지사장은 "너 그만둬, 너 그만둬"를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올해 초에는 10명이 넘는 조합원을 강제전환 배치를 강행하였습니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조합원 전부를 해고 조치하겠다는 협박도 하는 말 그대로 법 위에 존재하는 인간처럼 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장 곳곳에서 보광 바지 뒤에는 기아자동차 사장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광 바지사장은 업체 대표실에서 관리자가 노동자를 성추행을 하는데도 실실 웃으면서 보고 있는 만행을 저지르고 했습니다. 기아자동차 사장의 대단한 뒷배의 힘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합니다. 저는 대단한 뒷배를 가진 보광바지사장에게 경고 하겠습니다. 기아공장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추잡한 계략은 집어치우고 당장 부당징계 철회하라고 경고하겠습니다. 노동자는 밟으면 밟을수록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다져서 더욱더 강고한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한다는걸 명심하길 다시 한번 더 강조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투쟁조합원 다섯 명은 흔들림 없이 끝까지 투쟁하여 연대해주시는 동지들과 아낌없이 응원, 지지해 주시는 동지들께 승리로써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구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부당해고 없는세상 투쟁으로 쟁취하자! 비정규직 없는세상 투쟁으로 쟁취하자!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하자!" * "231일차 고공농성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지부장 고진수입니다. 다시 한번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투쟁! 세종호텔, 세종대학교가 운영하는 수익사업체입니다. 우리 이동우 동지가 2012년 세종호텔에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방문했을 당시, 함께 연대투쟁 했을 당시에 세종호텔에는 270명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고, 노동조합은 비록 두 개로 갈라졌지만 어찌 됐든 파업을 통해서 비정규직 4명의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그런 투쟁에 많은 연대 동지들의 힘으로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10년 동안 소수노조로 현장에서 교섭권과 단체 행동권을 완전히 박탈당한 채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과정에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어용노조가 노동자들의 온갖 노동조건들을 뒤로, 다 자본가에게 갖다 바치면서 10년 동안 100명이 넘는 정규직들이 떠나가고 주차, 객실 청소, 시설, 할 것 없이 하나씩 부서들이 외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코로나까지 견디면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버텨왔지만 끝내 코로나를 핑계로 8년 만에 교섭권을 되찾고, 10차례 교섭을 진행하던 중 교섭단원 집행부 포함해서 12명의 민주노조 조합원들만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이제 남은 호텔의 정규직은 10년 만에 21명밖에 남지 않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도 사내에서 40여 명이 되지 않는 그런 일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법부와 노동위원회는 이 모든 해고가 코로나 때 잠시 힘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1년 만에 세종호텔은 그 이전의 어떠한 시기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300개가 넘는 객실을 청소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이제 고용조건이 모두 하청으로 바뀌어서 우리는 이전에 하루에 열다섯 방 이상은, 열세 방 이상은 치우지 않겠다라고 매번 싸우면서 지켜왔었던 현장의 그런 업무 방식들이, 지금은 스무개가 넘는 객실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5분의 1로 줄고, 자본은 10년 동안 발생한 그 수익으로 다른 자회사의 지분을 늘리거나 또 다른 호텔을 짓겠다는 명분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그러한 시기였습니다. 지금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은 실질적으로 객실을 청소하는 노동입니다. 그 노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호텔 자본들은 가장 먼저 객실 어텐던트를 외주화하는 데에 힘을 쏟았습니다. 세종호텔도 그 업무를 지키기 위해서 투쟁했지만 힘이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10년을 싸우면서 현장에서, 일터에서 부당한 짓이나 그리고 그런 어용 노동자들의 말도 안 되는 정말 노동자들의 같은 계급성을 배반하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지탄하면서 인간답게 살아왔습니다. 지금 보광에 해고당하고 징계를 당한 우리 노동자들, 기아자동차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그런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눈 앞의 자기 임금과 자신만의 노동 조건만을 개선하기 위해 조합주의에 빠져있을 지금의 시기에 현장에서 다시 7, 8년 만에 투쟁을 만들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다"라는 인간을 선언하는, 노동권을 주장하는 이 투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많은 노동자들에게 다시 일깨워주는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지 사장들 넘쳐납니다 어용 노동자들, 어용 간부들, 지금도 정당한 노동자들의 현장의 요구를 직장 괴롭힘이라는 그런 말로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자본에게 칼만 쥐어주는 이러한 행태들이 반복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현장의 투쟁들이 많이 죽어있고,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상관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생각들이 너무 뿌리 박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종호텔 투쟁도 힘들게 지금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한시도 일터에서 이 민주노조의 필요성을 잊은 적이 없고, 그리고 비록 지금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가 너무나 자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우리들은 많이 힘에 부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질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고 꼭 해야만 하는 투쟁이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어용들에 대한 그리고 현장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하는 동지들이 지금 그 현장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 또한 정부도, 국회도, 정치권도 지들이 싼 똥 정리해고, 비정규직, 모든 악법들 하나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중간에서 거간꾼의 노릇만 하고 있는데 하나도 고맙지 않습니다. 지들이 만들어 놓은 그러한 틀 깨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그나마 앞으로 우리들이 사는 삶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그 명분 하나로 싸웁시다. 현장에서 그 많은 노동자들이 동지들의 투쟁의 진정한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더 깨우쳐 갈 때까지 우리 투쟁은 이어질 것이고 단결과 연대로 부당해고 반드시 철회시키고 일터로 돌아가는 투쟁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투쟁! 감사합니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8차 연대 선전전은 10월 15일에 진행될 예정이며, 격주 수요일마다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연대모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식이 안내되고 있으니, 해당 계정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종호텔의 3차 교섭이 10월 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세종호텔 사측은 이번에도 해고자 복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교섭을 이어가던 중, 세종호텔 사측은 일방적으로 교섭 자리를 떠났고, 교섭단은 오세인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다음날까지 교섭장을 지켰습니다. 사측의 무례한 행태가 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100여 명의 동지들이 노동청 앞을 지키며 밤을 세웠지만 오세인 대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동지가 추석 때는 가족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박 2일에 걸쳐 교섭장을 지킨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허지희 동지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동지들 반갑습니다. 세종호텔 해고자 허지희입니다. 22년에 거통고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라고 스스로의 몸을 가두고 투쟁을 했을 때 고진수 동지가 자기 집으로 자기를 데리러 픽업을 하러 오래요. 그래서 저도 의도치 않게 고진수 동지 집 근처로 가봤거든요. 정말 시골 마을에 논을 지나가요. 논을 지나가고 논길을 지나가면 정자가 나와요. 시골에 가면 큰 나무에 정자 있잖아요. 거기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까 지민주 가수님이 '노을' 불러주셨는데, 고진수 동지가 그 노래 부를 때 많은 동지들이 속으로 많이 울었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추석 때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 반드시 고진수 동지를 그 고향 논길에 보내주고 싶다,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명절 전에 이렇게 긴 연휴 전에 긴 연휴에 고진수 동지가 혼자 홀로 고공에 있지 않게 집중교섭을 해보자, 라고 사측에 요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저희가 요구하고 고용노동청에서 계속 역할을 해주어서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계속 요구했고, 오늘 아침에도 계속 집중교섭하자고 오늘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요구를 했습니다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제 교섭에서 저는 사측이 절대 위로금을 던지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두고두고 괴롭히고 놀릴 거잖아요. 지금 복직하고 일하겠다는 사람한테 어디 돈 몇 푼을 던져 그런 건 창피해서 못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더라고요. 정말 모욕적이었습니다. 우리 3년 10개월의 투쟁을 그런 모욕적인 몇 푼의 돈으로 해결하자고 나오는 것에 너무나 분노했습니다. 우리가 일하자고 그랬지 누가 그런 해결을 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조합원들도 마찬가지고 고진수 동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에게 정말 치욕적이었습니다. 교섭이 저한테는 많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힘이 듭니다. 사측의 뻔뻔한 태도에도 하나 하나 다 욕을 해주고 싶습니다. 안에서 가장 큰 응원은 조합원방에 올라 글이었습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달라고,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공공기관에서 버티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10시까지 나가라, 12시까지 나가라 계속 압박이 들어옵니다. 사측은 불러도 대답도 없습니다. 그럴 때 가장 힘이 됐던 게 조합원님들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하는 말씀이셨고 그 말로 버틸 수 있었고 SNS에서 밖에서 동지들이 함께 해주고 계시고, 6층에 소리가 안 들리더라고요. 복도는 소리가 들리는데, 여러분이 저희와 함께 계셔주시고 있다는 거 그거 믿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고된 4년 동안 3년 10개월 동안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노동자는 투쟁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 거 왜 일할 때는 모를까요? 저희는 아직 싸울 힘이 있고,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안이 나왔지만 분명히 사측에서 안을 냈다는 건 복직안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추석, 고진수 동지가 외롭지 않게 함께 해주시면 너무 좋겠고요. 저희도 아직 싸울 힘이 있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복직할 때까지 반드시, 저희 일터로 돌아갈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고진수를 땅으로 해고자를 일터로! 고진수를 땅으로 해고자를 일터로!" 세종호텔 공대위와 조합원은 세종호텔 사측에 지난 10월 10일을 4차 교섭 날짜로 요구했지만 이 역시 결렬되었습니다. 다음 교섭에는 더 큰 연대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5. 이수기업 해고1년 투쟁문화제 다음 소식입니다. 10월 2일,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이수기업 정리해고 1년 투쟁문화제가 진행됐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시비를 은폐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이수기업을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0년 간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초과착취하면서 천문학적인 이윤을 벌어들여왔는데요. 이미 여러차례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형사처분을 받았음에도, 지금껏 불법파견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6천 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와 7천 여명의 촉탁직을 사용하며 비정규직 제도로 노동자를 차별하고 초과착취하고 있습니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은 이러한 구조에 맞서 고용승계라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날 연대시민 첨예 동지가 데이식스의 ‘예뻤어’를 개사해서 이수기업 동지들에게 연대하는 노래를 불렀는데요. 이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초코파이 한 개와 카스타드 한 개를 먹었다고 절도죄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을 들어보셨습니까? 회사에서 초코파이 탕비실에 놓여있는 거 그거 한 개 먹었다고 절도죄,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이 모든 것은 노조 가입자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대해서 제가 좀 개사를 해서 노래를 써 봤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는 무대 중에 가장 큰 무대인 것 같은데요, 정말 영광입니다. -- 우리가 맞을 때 법은 멀었고 주먹은 가까운 것 같아 노동자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 헌법 제 33조 정말 하루도 빠짐없는 현대차 노조파괴 뉴스 탕비실 초코파이 한 개 절도죄가 말이 되냐고 생각이나 말해보는 거야 때렸어 노조원에 손배, 집회 사회본 시민도 손배 다, 다, 저승에도 따라갈 손배 때렸어 전날 새로 뽑은 카본 깃대 … 다, 다, 경찰도 편드는 구사대가 때렸어 탕비실 초코파이 카스타드 안 먹는 노동자가 어디 있어? (있어요?) 형사에게는 노조원의 초코파이 내란보다 나쁜가봐 남친에게 맞아 죽은 한국여자 작년 182명 미수살해 374명 윤석열은 옷만 벗어도 맘 아파 못 잡던 그대 노조 노동자만 잡은 거야 때렸어 어젠 세종호텔 연대시민, 서면시장 허진희, 태경 다, 다, 집회결사의 자유 헌법 21조 놔뒀어 차금법, 비동간, 교제폭력, 박정혜, 고진수, 지혜복 다, 다, 이수기업 1년을 놔뒀어 -- 불법파견 인정하고 원직복직 이행하라!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노조 탄압 중단하라! 감사합니다." 다가올 10월 24일 오후 2시에는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탄압 현대·기아차 자본규탄 결의대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해고된지 1년이 된 10월 1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들도 부당업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와 정직이라는 탄압을 받았는데요.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이수기업 해고자 일동,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함께 이날 집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6.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2년, 휴전협상 타결과 가자 선단운동, 이탈리아 총파업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10월 4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날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야핑 동지가 전해주신 지난 2주간의 정세보고를 듣겠습니다. 제목은 ‘트럼프 20항 휴전안과 하마스의 응답’입니다. "지난 2주간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어제 오늘 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서, 휴전 소식만 자세히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위임을 받아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하마스가,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을 일부 수용했고, 트럼프가 곧바로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 폭격을 멈춰야 한다”고 자신이 소유한 소셜 미디어에 올렸거든요. 이스라엘도 트럼프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일치하는 이스라엘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과 그의 팀과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물론 이스라엘은 언제나처럼 집단학살은 계속 하고 있고, 특히 트럼프가 메시지를 올린 직후 가자시티의 시각장애인 지원 센터를 바로 폭격하고, 휴전이 될 지 모른다는 희망감에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우선 앞선 상황부터 말씀 드리면, 하마스는 8월 18일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요구한 휴전 조건의 98%에 이미 공식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9월 9일,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수도 도하를 폭격해 하마스 협상단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협상단 암살은 실패했고, 카타르 공무원 한 명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습니다. 9/12에는 유엔 총회에서 프랑스와 사우디가 주도해 온 “뉴욕 선언”이 채택됐습니다. 관련해서 존재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 서구 식민주의 국가들 사이에 완전 유행처럼 퍼졌는데요. 이것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계속 하도록 연막의 역할을 한다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랍 국가의 군대로 구성된 국제군을 가자에 파견하고, 하마스는 무기를 내려놓아 팔레스타인의 자위권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의 충실한 하수인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권력을 넘겨, 장기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가 공존하라는 선언이 통과됐습니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뉴욕 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하마스라며 반발했습니다. 9/27 국제지명수배범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77개국 이상이 항의하며 불참하고 퇴장하는 가운데 텅 빈 홀을 향해 연설을 했는데요, 여기서 또다시 2023년 10월 7일에 하마스가 이스라엘 아기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는 기존의 거짓말에 더해 “부모님의 눈앞에서” 불태웠다는 거짓말을 추가했습니다. 여담으로 이걸 모든 친이스라엘 서구 언론 – 뉴욕 타임즈, bbc, 가디언, 로이터, AP통신 등이 발언 전문을 제공한답시고 거짓말에 대한 정정 없이 내보냈습니다. 참고로 당일 살해된 아기는 한 명으로 엄마 품안에서 총격으로 살해됐고요, 흔적도 없이 불타 죽은 이스라엘 여아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탱크에 살해됐다는 것이 이스라엘 자체 조사 결과 밝혀져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 9/30 트럼프는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휴전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엔 모든 이스라엘 포로는 석방하되 팔레스타인 포로는 극히 일부만 석방하고, 구호품을 받으려던 주민 수천명을 살해한 가짜 인도주의 재단(GHF)을 계속 운영하고, 유럽과 아랍 정부와 협의해 설립한 기구에 토니 블레어를 수장으로 임명해 식민 통치하게 하고, 하마스 및 모든 저항 세력을 무장 해제시키고, 이들이 다시는 이스라엘 식민자들에 저항할 수 없도록 아랍 정부와 미국이 설립한 외국 점령군(“안정화군”)을 파견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불법 영토 병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없고, 이스라엘 하수인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조차 외국 식민 정부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온전히 이스라엘 입장에서 씌여졌는데도, 이스라엘의 주장과 모순되는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2005년 이후 가자지구를 군사점령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는데 여기서는 점령 상태를 인정했고요, 이스라엘이 가자에 억류된 이스라엘 포로 살해에 일조했다는 것도 암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하마스더러 무장 해제에 더해 터널도 직접 파괴하라고 요구하는데요.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이 인류사에 전례 없는 폭탄을 쏟아부어 집단학살을 자행했는데도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패배시키지 못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에요. 가자지구에서 긴급히 이뤄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 휴전안을 지지하는 사람은 8%에 불과했고, 18%는 반대하고, 25%는 강력히 반대하고, 41%는 수정안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20항 휴전안을 발표한 같은 시각,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은 카타르를 다시는 폭격하지 않겠다며 사과했고, 카타르는 이에 만족한다면서 다시 휴전 중재국으로 역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와 회의 후 이 휴전안에 사우디, 투르키예, 요르단, 카타르 등이 찬성한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9/31에 이 국가들은 애초에 트럼프가 보여줬던 것과 내용이 바뀌었다면서, 네타냐후가 마지막 순간에 개입해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우선하는 문서로 바뀌었다고 반발은 했습니다. 바뀐 부분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직접적으로 연결한 점과 나아가 이스라엘에 전체 과정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함으로써 언제든 집단학살을 재개할 수 있게 보장해 준 점입니다. 그리고나서 트럼프는 워싱턴 시간으로 일요일 오후 6시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아무도 본 적 없는 지옥”을 열어주겠다고 하마스에 최후통첩처럼 선언습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지금 집중 공격 중인 가자 시티에 폭발물로 가득 찬 원격 조종 로봇을 보내고 갇혀 있는 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이주할 “마지막 기회”라고 발표했고, 오늘 새벽, 하마스가 휴전안을 일부 수용한다는 응답을 한 것입니다.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교환 공식에 따라 생존자와 시신을 포함한 모든 포로를 석방하고, 독립적인 기술 관료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기구에 가자지구의 행정권을 이양하는 것을 승인한다는 그동안 거듭 천명한 같은 입장을 보냈고요. 덧붙여 “가자 지구의 미래와 팔레스타인 인민의 정당한 권리와 관련된 다른 사안들은” 하마스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민중의 논의와 입장이 필요하고, 또 관련 국제법과 결의안에 기반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결국 식민자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의지에 따른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가 수립되고 이 독립 국가의 군대가 생길 때까지 국제법상 보장된 무장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고,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속적인 평화에의 의지가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폭격을 멈추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물론 이 집단학살을 멈추게 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애초 10월 7일에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결행한 목표가 이스라엘 식민 감옥에 수감된 독립운동가 5천명을 석방한다는 거였는데, 석방 최우선 순위에 있던 파타나 PFLP 같은 다른 정파 소속의 민족 지도자들은 영영 석방될 것 같지 않고, 이스라엘이 무단 감금한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와 주민들은 현재 약 1만 5천명으로 작전 결행 전보다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번호로만 적어놓은 채 냉동해 놓은 수백 구의 시신들을 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동기에 대해서는,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이 하마스의 응답 발표 전에 미리 전화해서 약간 설득을 해놨다거나,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 내부가 이스라엘을 두고 엄청나게 분열하고 있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통해 원래의 목표를 쟁취하는 것이라거나, 흐름이 바뀌고 있어서 어차피 집단학살을 끝낼 때가 오고 있는데 이렇게 편승해서 노벨 평화상을 타려 한다거나 등등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만 공통적인 인식은 트럼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포로만 돌려받고 집단학살을 바로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전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지금 더더욱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이탈리아의 총파업이 한국에서도 많이 화제가 됐는데요. 우리도 더 많은 활동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발언 이후 휴전이 결정되었는데요. 하지만 뎡야핑 동지는 팔레스타인 1단계 휴전이 발효되었어도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앞서도 이스라엘이 포로만 돌려받고 집단학살을 재개해 왔고, 지금도 그러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총파업이 벌어졌는데요, 이는 가자로 구호품을 싣고 가다 현재는 나포된 글로벌 수무드 선단 운동에 연대하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해초’님이 이와 유사한 천개의 매들린 호에 탑승했다가 나포되어 한국으로 돌아오셨는데요. 우리 또한 한국에서 더 많은 활동을 만들어, 종국에는 이스라엘로의 무기수출과 모든 공모를 끝장내라고 요구하는 총파업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27일 나폴리에서 출발한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 호 배에는 한국의 활동가 해초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배들은 오늘 오전 현지 시각으로는 새벽, 모두 이스라엘 군에 나포되었고, 활동가들은 구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번째 발언으로는 개척자들의 송 님이 현재 해초가 타고있는 배와 선단 상황을 이야기해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해초와 한국의 평화항해를 하고 있는 ‘요나스 웨일’이라는 배를 함께 운용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소피아라고 합니다. 상황 설명부터 먼저 드리겠습니다. 해초는 올해 9월 17일 출국해서 프랑스로 이동하였습니다. 시칠리아에서 훈련하며 준비를 하였고, 원래는 9월 24일 출항 예정이었지만, 9월 27일 아홉 대의 세일링 요트로 함께 출항하였습니다. 10월에는 콘시언스 호가 합류하며 10월 7일 숨고르기를 하였습니다. 하마스와 한 패라는 오해 불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10월 8일 동쪽으로 항해를 시작하였습니다. 오전 10시 가자 전방 230KM 해역을 항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오후 12시 현재 해초와 알라 알 나자르 호는 나포되었습니다. 배들은 아쉬돗 항으로 불법 견인되었고, 그들이 말하는 불법이었습니다, 선원들은 이스라엘에 있는 수감시설로 이송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감된 선원들은 자진 추방을 요청할 것인지, 아니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추방당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어디로 추방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현지에서는 한국대사관이 해초의 신변보호를 위한 대응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법적 대응을 위해서는 Thousand of a Madeleine to Gaza라는 팀의 이스라엘 현지의 아달라 법무센터를 통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전해들었습니다. 선원들이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해상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모든 경로를 통해 이를 알리고 우리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불법체포를 지탄하고 해초를 조속히 석방하도록 촉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개척자들’과 ‘요나스 웨일’은 앞으로도 더 많은 해초들을 가자항해에 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자까지 평화의 항해를 위한 선단을 조직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신속히 석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중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이메일 플랫폼을 출범합니다. ‘라이즈4’라는 이름의 이 플랫폼은 체포 시점에 온라인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친구, 가족, 그리고 활동가 단체들과 이 플랫폼을 널리 공유하여 정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석방하고 배를 돌려보내고 집단학살과 반인류 범죄에 대한 그들의 적극적인 가담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링크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배의 체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즉시 며칠 전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얼굴 인식 카메라 영상을 공개할 것입니다. 이런 영상과 사진은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되어야 합니다. 많은 국가에서 체포 다음날 집단학살에 연루된 장소에 대한 집회, 시위 또는 봉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혼자 있지 마세요. 가자지구의 대량 학살 앞에서 마음이 아픈 모든 사람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합시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생애 가장 위대한 저항과 연대운동 중 하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습니다. 이 운동은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수백 명이 가자지구를 향하는 함대에 탑승했고 수천 명이 이를 조직했으며 수백만 명이 팔레스타인과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얻을 때까지 시위하며 행동하고 싸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지금 여기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항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 이상으로, 지난 2주간 스튜디오 알에서 함께 연대하고 취재했던 투쟁현장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동지여러분, 고맙습니다. 투쟁! -
[기고] 기후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지난 9월 27일,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권리와 생태친환경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한편 쿠팡은 물류센터 산업을 대폭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과잉생산과 낭비를 유발하고, 24시간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노동자들을 야간노동과 과로에 시달리게 하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센터 내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물류센터 산업에서의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온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이날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참여했다. 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과 스튜디오 알이 함께 준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 정동헌 지회장과 최효 사무장으로부터 쿠팡에서의 기후정의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튜디오 알 영상인터뷰 내용을 지면기사로 함께 전합니다. 고태은(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동헌(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저는 공공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지부 쿠팡물류센터 지회장 맡고 있는 정동헌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쿠팡 동탄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4년 4개월 정도 일한 것 같네요. 최효(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저는 쿠팡물류센터 지회 사무장 최효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태은: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동지들을 모셨는데요. 쿠팡과 기후위기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최효: 일단 쿠팡의 목표가 전국민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건데요. 그렇게 하려면 더 많은 상품을 로켓 배송 품목으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촘촘한 물류망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하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 물류센터도 공격적으로 많이 짓고, 물류센터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도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윤을 많이 축적하려면 물류센터를 쉬지 않고 24시간 돌려야 하기 때문에 쿠팡에는 야간노동이 굉장히 활성화가 돼 있어요. 소비자에게도 빠르고 저렴한 그리고 간편한 소비가 가능하다고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사실 불필요한 소비도 많이 촉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잉생산과 쿠팡은 뗄래야 뗄 수가 없기 때문에 기후 위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태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어떤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정동헌: 우리 시민들이 쓰시는 로켓 배송을 위해서 거진 뭐 주야 나눠가지고 밤낮 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 현장이고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현장입니다. 휴게 시간도 제대로 없는 현장이고, 그런 곳에서 로켓 배송을 위해 무거운 물건들도 나르고, 고강도의 노동도 하고 그런 현장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고태은: 아무래도 그런 현장에서 일하시다 보면 기후변화나 이런 것들을 크게 체감하실 것 같아요. 정동헌: 네, 그렇죠. 제가 21년도 4월에 입사를 했는데 그때가 코로나 때였어요. 그래서 센터에서 확진자들 여럿 발생하면 실제로 센터 셧다운되는 것도 몇 번 경험을 했었고, 그때 한여름에 마스크 끼고 더위에 쩔어가면서 일을 했었고, 그 즈음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희가 매년 여름에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현장에 에어컨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일부 센터만 있고 하니까 선풍기만 돌아가는 그런 곳이었으니까,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에어컨 설치해라", "냉방장치 설치해라"를 요구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22년도에 저희가 에어컨 끌고 잠실 본사에서 동탄센터까지 행진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해 여름에, 그 전에 산업안전보건규칙의 폭염 가이드라인이 실외 노동자들한테만 적용이 됐던 게 실내 노동자들한테도 적용될 수 있게 개정이 되는 성과도 있었고, 그러면서 저희가 계속 매년 여름마다 여름 집중투쟁이라 해서 폭염 때마다 열심히 투쟁을 해왔는데요, 그리고 건설 노동자들,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서 만들어낸 성과로 작년 9월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이 되어가지고, 폭염, 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장, 사업주들의 보건조치 의무가 의무화되는 그런 성과도 있었고, 올해 여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이 됐어요. 현장에서 갑자기 시행이 되다 보니까 덜거덕거리는 그런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폭염의 현장에서 한 번, 두 번이라도 더 쉴 수 있는, 그런 성과들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 더더욱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그 현장을 바꿔내는 투쟁, 저희는 처음에 그게 저희 노동 환경 개선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보니까,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로서, 그리고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그러니까 저희도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고민이 좀 들긴 들더라고요. 고태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사실 현장을 바꾸는 운동들을 굉장히 많이 해오셨잖아요. 동헌 동지가 앞에서 설명을 좀 해주셨었는데, 이러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운동이 기후정의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효: 일단 쿠팡의 기만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회사인데 아마존처럼 똑같이 하려고 로켓 배송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물류 과정을 압축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근데 이게 쿠팡은 "생태계를 위한 것이다"라고 홍보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쿠팡은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매년 여름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고, 사실 작년에도 폭우 속에서 배송하시다가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신 노동자가 계셨는데...그것에 대해서는 꼭꼭 감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고, 또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류센터, 그리고 야간 노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은폐한 채, "우리는 물류 과정을 압축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기업이다"라고 말을 하고 있어서, 이 또한 역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쿠팡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셨는데, 이 중 3분이 캠프 물류센터에서 한여름에 일하시다가 사망하셨고, 나머지 한 분이 아까 말씀드린 경북 경산에서, 일용직 배송노동자였어요. 그분이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셨는데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셨다고 해요. 이 공통점은 폭염과 폭우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 자체가 법적으로 부재했다는 점이에요. 폭염과 폭우를 무릅쓰고, 그리고 2급 발암물질이라고 불리는 야간 노동을 무릅쓰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이유는 다 먹고 살기 위해서인데요. 건강한 일자리가 없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사회와 이 기후위기가 서로 악영향을 주고 있고, 서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덜 일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기후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고태은: 오늘 9.27 기후정의 행진이 있었잖아요. 이 행진 발언 섭외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요?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후정의행진 본대회에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쿠팡풀필먼트 지부가 발언자로 섭외된 것을 비판하는 입장을 낸바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기후악당 기업인 쿠팡과 타협해 적극적인 친자본적 행보를 보이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소속의 지부를 본대회 발언에 세우는 것은 쿠팡의 그린워싱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점이었다. 실제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장은 지난 7월 11일, 한 기자회견에서 쿠팡을 언급하며 “주7일 배송 사업을 하면서도 충분한 인력 충원, 백업 시스템, 분류 전담 인력 직고용으로 노동자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의 의지와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면 노동자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말했다. 둘째는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쿠팡물류센터 현장에서 조직적 실체가 불분명하고, 해당 조직의 기후정의 관련 실천은 올해 폭염 시기를 포함하여 전혀 없다는 점, 이러한 조건에서 폭염 시기 고통받는 전체 물류노동자를 대표하는 발언의 위상을 갖는 927 기후정의행진 본대회 발언을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한다면, 자본과 권력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의 실현이라는 927 기후정의행진의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동헌: 한국노총 소속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발언자로 섭외가 되는 과정 속에서 저희가 인지를 하고 지회 차원의 입장을 제출을 했어요. 기후정의행진의 목적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돼야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단순히 피해 당사자가 아닌 기후정의운동을 위한 활동,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는 자리가 됐었어야 되는데, 그런 취지에서 좀 벗어난 발언자 섭외가 아니었냐라는 저희는, 조직위에 그런 문제 제기를 했었고요. 이후에 입장에서도 밝혔지만, 이후 조직위 평가 과정, 그 다음에 내년에도 기후정의행진이 있을 거니까, 내년에 발언자 섭외 과정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고려가 돼서 기후정의운동의 취지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고태은: 저는 물류센터, 특히나 쿠팡에서 일하시는 동지들께서 어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데, 올해 행진의 발언에 서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언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더라도, 저는 충분히 동지들의 운동으로서 기후운동을 계속 해오셨고 앞으로도 해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최효: 쿠팡과의 투쟁이 사실 폭염과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조 설립 이후부터 계속 여름에 굉장히 바쁘게 보냈고,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세우는 일이 사실 쿠팡 투쟁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그런 현장의 노력과 실천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언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런 행진 같은 행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대표성을 줄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 생겼으면 좋겠고, 이번에 저희가 낸 이런 입장문 등을 통해서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토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 논의에 저희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때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 폭우 때 무리한 작업지시로 사망한 경산의 쿠팡배송노동자를 추모하며, 작업중지권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고태은: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기후정의행진에 여러... 사전에 일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기후정의행진 같이 하셨는데 소감이 어떤지 좀 여쭤보고 싶어요. 최효: 행진을 하다가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들이 그 네타냐후 사진을 적극적으로 감싸면서 신발을 던지지 못하게 퍼포먼스를 방해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나 화가 났는데, 권력의 질서에 분열을 내는 거는 그만큼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우리가 자본을 상대하는 일을 하려면 이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는 거고, 폭염과 폭우 속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이 권력의 질서에 순응하기 굉장히 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태은: 앞으로 기후정의를 위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지 같은 걸 좀 듣고 싶은데요. 정동헌: 올해 어떻게든 산업안전보건규칙 바뀌면서 그나마 폭염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한 번, 두 번 더 쉴 수 있었지만은, 그래도 현장에서 많은 꼼수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기사 보니까 건설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다음에 쿠팡 같은 경우는 온도계를 냉풍기 밑에 놔두는 그런 갖가지 꼼수들이 나왔는데, 저는 내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쿠팡물류센터 내 온도계 위치를 향해 냉풍기가 틀어져있다.) 내년에 어찌 됐든 법 시행된 지 1년 넘어가는 시기니까, 내년 여름은 확실하게 현장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 넘어가면 휴게 시간이 의무적으로 부여될 수 있게 좀 더 확실하게 현장에서 투쟁해 볼 생각이고... 그런 질문 많이 받았어요. "35도 넘으면은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도 법정 휴게시간은) 똑같지 않냐." 아 그러니까 이게 또 보니까 (법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을 해가지고, 진짜 뭐 35도 심하면은 뭐 대구 같은데 현장 내 체감온도가 37도도 찍히고 하거든요. 진짜 뭐 작업중지권이나 그런 이제 폭염, 진짜 사람이 죽을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중지권, 요런 것들이 포함된 새로운 산안법, 더 강화된 산안법 개정투쟁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아닐까,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고태은: 앞으로 1년간도 또 기후위기에 최전선에 있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대해보고 같이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효: 결국에는 이 사회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한데, 모순적이게도 이 사회의 모순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 더 열악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이 사람들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더 함께하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다 같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기후 행진 때에도 또 1년 열심히 보낸 투쟁의 성과를 가지고 또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기후위기가 지속되는 이상 저희는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기후위기와의 전쟁을 치를 것 같은데요. 변함없는 자세로 현장에서 기후위기와 맞서는 노동자들을 선명하게 대변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모아내는 역할을 쿠팡지회가 하겠습니다. 고태은: 네, 감사합니다. -
[기고]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경과와 전망> 정세집담회 후기927기후정의행진을 일주일가량 앞둔 9월 19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책선전위원회가 주최하고 백종성 동지가 발제를 맡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경과와 전망> 정세집담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사전 배부된 발제문을 훑어보던 중 “탈성장론에는 자본주의와 싸울 방법이 없다”라는 소제목이 눈에 박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일상의 위태로움과 기후위기 담론의 확산에 응답하듯 한국 사회운동 진영은 2022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을 출범시켰고, 자본주의 성장체제가 기후재난과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기조 아래 기후정의행진을 조직했으며, 체제비판적 연구자들은 ‘탈성장’, ‘생태적 레닌주의’, ‘제국적 생활양식’, ‘커먼즈’ 등 다채로운 개념들을 대항 담론으로 생성‧유통해 왔다. 이러한 최근 몇 년의 흐름은 침체된 노동‧사회운동에 ‘기후정의’라는 새로운 동력을 제시하며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 한편, 대안을 자처하는 무수한 언어의 물살 속에서 우리를 표류하게 만들기도 한 것 같다. 이번 정세집담회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그 힘을 믿는 방법을 잊어 온 우리의 강력한 무기, ‘계급투쟁’을 기후정의 실천의 핵심 동력으로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백종성 동지의 발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첫째, 기후위기는 명백한 자본주의의 문제이고, 따라서 계급적 문제이며, 자본주의 체제는 이 파국적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놀랍게도 인류 출현 이래 30년 전까지 배출된 양보다 훨씬 많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7도, 한반도 포함 중위도 지역은 4도 이상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기후위기 논의들을 ‘사기’로 일축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선포했다. 가장 부유한 상위 1%와 하위 10%의 백 배가 넘는 탄소배출량 격차를, 폭우나 더위의 위험이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경험되고 책임까지 전가됨을 사람들은 이미 알거나 감지한다. 이러한 정세에서 계급은 누락시켜도 그만인 변수가 아니라 원인, 효과, 대안 모든 측면에서 핵심이다. 그렇다면 좌파들은 위기의 원인과 효과로서의 자본주의라는 조건에 기반하여 대안을 구축해 왔는가? 여기에 발제의 두 번째 파트는 아니라고 답한다. 가령, 좌파적 탈성장론은 자본주의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짚고 생산과 소비에 대한 민주적‧계획적 통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와 일정한 접점이 있다. 하지만 사이토 고헤이나 제이슨 히켈과 같은 논자들은 계급투쟁 대신 커먼즈 확대나 제국적 생활양식의 극복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계급투쟁이라는 동력과 이행경로가 부재한 대안들은 윤리적 소비 담론과 그린워싱을 비판함에도 결국 ‘소비의 억제’라는 또 다른 개인 도덕주의로 귀결되거나, 자본과 국가권력의 승인과 원조에 의존하면서 착한 사람들의 섬을 짓는 일에 머무른다. 이행경로의 모호함은 단지 운동 수위의 문제라기보다 운동 좌표 상실의 문제다. 예를 들어 2023년 상반기 기후정의운동에서 일부 환경운동 진영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철회 요구를 비롯한 ‘에너지 기본권’ 주장이 기후위기‧탈탄소 시대에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에너지 요금 전반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민중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 같은 주장은 부지불식간에 발전산업 자본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대중을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규제되어야 할 상품 소비자로 규정하며 시장주의와 공조한다. 이와 달리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를 낳은 체제와 노동자 민중을 궁핍하게 만드는 체제는 결국 같은 체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백종성 동지는 강조했다. 발제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기후정의 계급투쟁이 전개되어 온 국내외 사례를 살피고, 앞으로 조직해야 할 운동의 방향을 짚었다. 1970년대 영국 군수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이 무기 생산을 거부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생산품 계획서를 공개한 사례, 2018년 캐나다 GM 오샤와 공장에서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이 함께 사회적 필요를 중심으로 생산 전환 요구를 조직한 사례, 독일 공공운수노동자들이 기후운동과 접점을 만들며 2023년과 2024년 전개한 노동자 기후정의파업(메가 스트라이크), 프랑스 토탈 정유공장의 공장 폐쇄와 그린워싱에 “다국적 자본의 손에 친환경 전환을 맡길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단체들이 파업과 공동 행동에 나선 사례, 2024년 한국하동화력발전소 폐쇄에 맞서 발전HPS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 파업 사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과정은 이번 정세집담회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빨아먹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노동자들이 기꺼이 동의하는 이유는, 이데올로기에 속아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화해하는 것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지처럼 눈앞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터에서부터 운동사회까지 팽배한 이 정치적 체념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메커니즘이라면, 체념을 흔들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드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쌓고 알려내야 한다. 청송군에서 2023년부터 군 내 모든 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전환으로 버스 이용률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이번 집담회를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진짠가 싶어서 검색도 했다). 공적자금으로 교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 대신, 발제의 제안처럼 대중교통 완전공영제를 쟁취하여 노동자 민중의 통제에 둠으로써 효율적으로 노선을 재편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아닐까? 927기후정의행진이 끝나고 참여자들과 이상한 심심함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부스 짐을 창고로 나르며 위화감 속에서 지난 정세집담회를 떠올렸다. 우리는 내란과 탄핵이라는 격동의 정세를 겪고도 고작 보수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그쳤다. 행진을 했으되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겠다는 이 허무한 감각이 축적되어 냉소주의로 번지기 전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번 행진의 6대 요구안은 정말로, 어떠한 투쟁을 통해 실현 가능한가? 발제에서 제안된 특정 부문 사업장 외에 무수한 이들이 몸담은 불안정 노동과 재/생산 노동의 현장 사안을 기후정의 의제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가 분할통치로 쪼개진 세계를 통합하여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한때는 좋았다. 선배들이 알려 준 정답과 결말을 큰 소리로 뱉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고 내가 세상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때는, 사회주의 운동진영이 반복하는 거대서사와 관성화된 분석이 게으르고 투박하고 오만하다고도 느꼈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한데 이를 쫓는 노력을 방기하는 관념론 같았다. 지금 사회주의는 무엇을 상상하게 하는가? 누구나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운동 속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기후정의운동과 만나게 하기. 노동자들의 현장통제권 확보 투쟁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집단학살을 중단토록 하기. 이 세계가 노동하고 돌보는 사람들을 통해 지탱되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하기. 다른 원리로 운용되는 세계는 가능하다고, 방법은 이미 실행되어 왔다고, 두터운 체념을 뚫으며 설득하는 사회주의가 이제는 그저 반갑다. -
[2025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 (11월 28일~30일)[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5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 - 일시ㅣ11월 28일(금) ~ 30일(일) - 장소ㅣ금속노조 4층 / 민주노총 15층 - 문의ㅣ 010-2956-1917 백종성 - 참여신청ㅣhttps://forms.gle/NSvZmL1n8QwHC2iG6 2025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은 3개의 메인세션과 4개의 선택세션으로 구성된 정치포럼입니다. 다양한 강의와 토론을 통해 변혁적 전망을 모색합니다. -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저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지속해 온 집단학살은 전 세계를 끝없는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저질러 온 전쟁범죄는 1948년 이후 77년째 계속되는 불법점령과 강탈의 역사 속에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잔인무도함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이 열렸다. 많은 나라에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러 나라의 대학생들이 캠퍼스 점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만으로는 이스라엘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옹호하는 현실도 바꿀 수 없었다. 유엔도 무기력했다. 여러 차례의 휴전 요구에 덧붙여 2024년 9월 18일에는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1년 이내에 중단하라는 결의까지 유엔총회에서 통과됐지만, 이스라엘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유엔총회 결의와 상관없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이 지속되고, 또한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강제력 있는 결의는 미국이 거부권을 거듭 행사하며 차단하는 까닭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전쟁범죄에 대한 세계 여론이 워낙 악화되면서 각국 정부의 대응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이를테면 9월 21일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9월 22일에는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했다. 이로써 유엔에 가입한 193개 국가 가운데 15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게 됐다.[1]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의 존재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9월 26일 유엔 연설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을 불법점령하고 강탈하며 집단학살하는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그대로 놔둔 채 외교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만을 말하는 것, 즉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은 현실에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공허한 해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2] 지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 각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연계와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철저히 고립·약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각국 정부에 강제하고 나아가 실력으로 관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세력은 바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각국의 노동자운동 전반이 오랜 침체와 후퇴에 시달려 온 까닭에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최근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이 그 진원지가 됐다. ‘수무드 선단을 공격한다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이 불붙인 9/22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8월 31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해안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글로벌 수무드 선단’ 출항식이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열렸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은 지난 6월 마들린 호가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되면서 이루지 못한 과제를 더 거대한 규모에서 실현하기 위해 추진된 국제 프로젝트였다.[3] 수무드 선단의 주된 출발지는 지중해 반대편에 자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44개국에서 온 350여 명이 20척의 배를 타고 (날씨 때문에 다음날) 출항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도 4척의 배가 출항했다.[4] 수무드 선단의 출항을 보기 위해 제노바 항구에 4만 명이 집결한 자리에서 풀뿌리 노동조합 결집체인 USB에 소속된 제노바 항만노동자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수무드 선단 동지들과 연락이 20분이라도 끊기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제노바 항구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컨테이너가 매년 1만 3천에서 1만 4천 개씩 선적되는데, 수무드 선단이 가자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못 하나도 이스라엘로 가지 못하게 막겠다."[5] 9월 8일부터 공해상을 지나는 수무드 선단에 대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 이에 USB 소속 항만노동자들은 9월 22일 이탈리아 주요 항구를 모두 봉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기로 결의하고 이탈리아 전체 노동자·민중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의 재무장’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자체를 마비시키는 게 투쟁의 목표가 됐다. 9월 22일 ‘모든 것을 봉쇄하라’(Blocchiamo Tutto)는 슬로건 아래 제노바, 베네치아, 트리에스테, 리보르노, 라벤나, 살레르노, 라스페치아 등 이탈리아의 모든 주요 항구가 봉쇄됐다.[6] 대중교통의 90%, 철도의 50%가 마비됐다. 교사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해 일부 지역에선 파업참가자가 70%에 이르렀다. 총파업과 함께, 65개 도시에서 50만 명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 USB는 조합원 25만에 불과한 작은 노총이지만, 520만 조합원을 가진 이탈리아 최대 노총 CGIL의 평조합원 상당수가 총파업에 동참한 까닭이었다.[7] 학생들도 대거 동참했다. 이날 로마에서는 10만 명이 거리행진을 갖고 테르미니 기차역을 봉쇄했다. 동부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해 모든 도시교통을 마비시켰다. 라사피엔자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이스라엘 대학과의 교류협력 중단을 요구하며 점거투쟁에 돌입했다. 밀라노에서는 5만 명의 시위대가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점거하려고 하면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M4 지하철노선이 한동안 중단됐다. 나폴리에서는 1만 명이 중앙 기차역을 봉쇄했다. 시위대가 출입통제선을 돌파하여 승강장까지 점거했다. 토리노에서는 1만 명이 기차역과 철로를 점거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불태웠다. 항구가 봉쇄된 제노바에서는 2만 명이 팔레스타인 깃발 수백 개를 앞세우고 항구부터 도심까지 행진했다. 피렌체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출입구를 봉쇄한 뒤 항공군수업체 레오나르도 본사 앞으로 행진했다. 볼로냐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입구와 시내 중심가 도로를 점거한 뒤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의 강의를 중단시켰다.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불길 이탈리아 노동자들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패배와 후퇴만을 거듭해 왔고, 패배적인 타협에 갇히면서 자신의 힘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항만노동자들이 파업과 계급투쟁의 전통을 되살려내자 그 파장이 이탈리아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9월 22일 이후 매일같이 이탈리아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이탈리아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집회, 도로봉쇄, 대학점거 등이 계속됐다. 군비증강 반대, 긴축 반대도 중요한 이슈로 제기됐다. 9월 23일 밤 10여 척의 수무드 선단을 상대로 이스라엘 드론이 섬광탄 공격을 가했다. 24일 USB는 “수무드 선단 공격에 맞서 26일부터 전국 100개 광장에 대한 무기한 점거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CGIL도 “수무드 선단에 대한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멜로니 정부조차 수무드 선단에 승선 중인 이탈리아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구축함 파견을 지시했다.[8] 9월 22일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벌인 총파업의 충격파는 지중해를 접한 다른 나라 항만노동자들에게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등 지중해를 둘러싼 각국의 항만노동자들이 모여 국제적인 공동파업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집단학살과 전쟁에 반대하고,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 재무장에 반대한다”, “다가오는 유럽의 전쟁을 멈춰 세우기 위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 공동파업을 추진하자는 결의안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통과시켰다.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모로코와 튀르키예 항만노동자들도 결의안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국제 공동파업을 벌일 날짜는 각 국가 노조별로 결의안에 대한 승인절차를 거친 뒤에 정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 국제 공동파업으로 추진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제회의 이후 제노바 항구에서 5만 명이 결집한 시위가 열렸다.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어떤 것도 선적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항만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가 도크를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외쳤다. “항만노동자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무기운송을 차단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한 18세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계급이 경제를 마비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의 노동자로서 이것을 확실하게 배웠다.” 이날 제노바 항구 시위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주변 아파트 창가에서는 시위를 지지하며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왔고, 발코니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건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은 ‘27일 밤 제노바 항구 전체가 팔레스타인 깃발 색깔로 뒤덮였다’고 묘사했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시위> 한편 스페인 노동총동맹(CGT) 소속 마드리드 금속노조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제노바 항만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10월 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1일 선언했다. 이것은 10월 15일 스페인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자는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많은 노조들이 15일 총파업 동참을 선언하고 있는데, 대규모 노조들 중심으로 2시간 총파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바스크 지역 노조들은 24시간 총파업을, 갈리시아, 카탈루냐, 안달루시아 등의 지역 노조들은 4시간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이탈리아 총파업의 파장과 연결된 또 하나의 사건은 9월 27일 독일 베를린의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였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모든 기성 정당과 언론이 이스라엘을 엄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되풀이했다. 여론조사에서는 80%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정당하지 않고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운송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상황임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하면 유럽 어느 나라보다 심하게 탄압받았다. 그러나 이날 ‘가자를 위해 함께’ 시위에 10만 명이 참여하면서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이 전개됐다. <9월 27일 베를린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그동안 독일에서는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구호를 외치면 경찰이 ‘불법’이라며 무조건 체포했지만, 이날은 거대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던 언론들도 이날은 시위대의 목소리를 내보내며 한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베를린 집회가 5만 명이 모였던 6월 집회보다 훨씬 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좌파당의 입장 선회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원래 좌파당은 다른 기성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친이스라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전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당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 2월 총선을 전후해서 극우 부상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좌파당에 몰려든 수만 명의 청년세대 신입당원들이 지도부에게 강력한 압력을 행사했다. 좌파당 지도부는 물가문제에만 집중하면서 팔레스타인이나 재무장 등의 이슈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아래로부터 청년세대가 가하는 압력에 밀려 결국 이번 베를린 집회를 공동 주최하게 됐다. 좌파당 지도부는 연단에 올라 쏟아지는 야유를 받은 뒤 ‘너무 오래 침묵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평조합원 교사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자신의 노조들(교육과학노조 GEW와 공공서비스노조 ver.di)이 시위에 함께하도록 만들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들도 이날 집회에 적극 참여하고 발언했다. 한 18세 이스라엘 청년은 징집을 거부했다고 한 달 동안 독방에 갇힌 경험을 이야기하며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파업·봉쇄·제재를 조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와 바이올린 연주자도 집회의 공동 조직자에 포함됐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는 긴급 시위와 총파업 한편 10월 1일 저녁부터 3일 오전까지 글로벌 수무드 선단 42척이 모두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나포되면서 유럽과 세계 곳곳으로 투쟁이 뜨겁게 확산됐다. 1일 저녁 이탈리아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CGIL과 USB가 3일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로마의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긴급 집회가 열려 역과 주변 도로가 마비됐다. 지하철역도 여러 개 폐쇄됐다. 제노바에서는 항구 앞에서 밤 10시에 긴급 집회가 열렸다. 나폴리에서는 중앙기차역이 점거됐다. 토리노에서는 밤 9시 30분에 긴급 집회가 열려 기차역이 봉쇄됐다. <10월 1일 저녁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을 점거한 시위대> <10월 1일 밤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 2일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주도하는 긴축 반대 총파업과 시위가 40만 명의 참여 속에 열렸는데,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레스타인 연대와 이스라엘 규탄이 특히 대학생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핵심 이슈가 됐다. 파리 북역의 철도노동자들이 총회를 열고 역을 봉쇄했고,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의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일 오전 아일랜드에서는 더블린의 항만노동자들이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항구 일부를 마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11명이 체포됐다. 2일 오후 터키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45척의 배가 가자를 향해 새로 출발했다. 2일 오후와 저녁에 스페인, 독일, 스웨덴, 튀니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다양한 항의 집회와 시위가 전개됐다. 3일 이탈리아에서는 CGIL과 USB가 주도하는 총파업이 전개되어 교통과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됐다. 100개가 넘는 도시들에서 2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나섰다. 로마에서만 3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0월 3일 로마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사진-AP)> 이스라엘의 가자 불법 봉쇄를 뚫고 인도적 지원물품을 직접 전달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프로젝트에 이어 ‘천 개의 마들린’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9월 27일부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등에서 새로운 배들이 출항했는데, 10월 4일 현재 11척이 가자 해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멈춰 세우기 위해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운동으로 나아가자! 끝없이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자본가계급은 약탈과 전쟁·학살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군비확장은 이미 직접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앞으로 전체 인류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필사적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저지투쟁’에 동참하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라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이곳 한국에서도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여덟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며, 특히 한화시스템즈는 이스라엘 무기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하는 굴착기는 오랜 시간 서안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자지구 앞바다를 약탈하는 이스라엘의 가스유전 개발에 영국계 자회사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이스라엘 대학들과 교류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의 노동자계급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깃발을 치켜올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합류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다.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 노동자운동의 현 상황에서는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노동자투쟁의 확산은 한국에서도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이 울산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공식 결의를 바탕으로 글로비스울산지회, 현중하청지회,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현대차 열사회 등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과 노동정치단체들의 꾸준한 참여 속에 격주 팔레스타인 연대집회를 지속해 온 것은 한국 노동자들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확산시켜 갈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전국 곳곳의 단위 현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급 노조의 공식기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토론을 조직하고 규탄 입장을 발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에 참여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조직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에 떨쳐나선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공유해 나가자. 이스라엘의 저 잔인무도한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지 못한 2년을 맞이하면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노동자운동을 새롭게 결의해 보자. [후주] [1] G7 국가들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완고하게 거부해 왔지만, 이번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아직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20 국가들 가운데 아직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는 위 4개국과 한국의 5개국만 남았다. 한편 9월 12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의 이행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압도적 다수인 142개국이 찬성했고 한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10개국만이 반대했다. 12개국은 기권했다. [2] 결국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 대신 무슬림·유대인·기독교인·무신론자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요르단 강과 지중해 사이에 수립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중동 지역에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극복하는 전망은 사실상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극복하는 전망과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3]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7개국 12명이 승선한 마들린 호는 분유, 밀가루, 쌀, 기저귀, 의료키트, 목발 등 가자지구에 전달할 인도적 지원물품을 싣고 6월 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출항했으나 9일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됨으로써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4]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출발한 수무드 선단은 최종적으로 57개국 462명을 태운 42척의 배로 구성됐다. [5]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었다. 2019년에는 전쟁 중인 예멘으로 가는 무기 선적을 거부했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로 무기를 운반한다고 의심되는 모든 선박에 대한 선적 거부를 선언했다. 2025년 6월과 8월에도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수품 선적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다. [6] ‘모든 것을 봉쇄하라’는 슬로건은 9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린 같은 이름(Bloquons Tout)의 긴축반대 시위에서 가져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파업·시위가 상호 높은 교감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 CGIL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 19일 비슷한 요구를 내걸고 공공서비스 부문은 제외한 채 지역·부문별로 2시간에서 4시간의 총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CGIL 평조합원 상당수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했고, 자신의 지도부에게 수천 통의 항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강력한 항의를 보냈다. [8] 이탈리아 구축함은 9월 30일 수무드 선단이 가자지구 해안에 근접하자 호위를 중단했다.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발언] 한국과 미국 정부가 조장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편집자 주] 9월 30일, 금속노조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 울산이주민센터는 <울산 출입국사무소 이주노동자 반인권적 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9월 16일 울산 자동차 부품공장 '모팜'에서 벌어진 폭력적 이주노동자 단속을 규탄하는 자리였습니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 투쟁을 호소하는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김미옥 동지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동지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지회장 김미옥입니다. 투쟁! 2004년 8월 17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바로 '고용허가제'가 제정됐습니다. 지난 21년간 고용허가제에 족쇄가 채워진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억압당해 왔습니다. 일하는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본가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폭력이 난무합니다. 또한 사업장과 숙소, 거리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단속, 연행, 추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참혹한 인간사냥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간사냥을 당장 중단하고 모든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공존하며 자유롭게 일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9월 16일 모듈화 산업단지 '모팜' 현장에서 벌인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은 무엇을 말합니까?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가혹한 노동 탄압을 바로 지금,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당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과 소위 민주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은 가혹하게 탄압당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죽고 부상당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때에 '모팜'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단속 추방을 묵과한다면, 그것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정주노동자에 대한 위협과 탄압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빤합니다.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울산 '모팜' 현장에서 벌인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은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 벌인 한국 노동자 단속 구금과 똑같은 사태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단속 구금에는 우려와 분노를 표하면서, 한국 이재명 정부의 단속 추방에는 침묵하는 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조장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가로막는 극우 민족주의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또한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정부의 인간사냥을 끝장내기 위해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로 맞설 것입니다. 더 나아가 머나먼 곳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을 찾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공존하며 협력과 연대가 살아 숨 쉬는 노동해방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폭력적인 인간사냥과 단속 추방을 즉각 중단하고 울산 노동자 시민에게 정중히 사과하십시오! -
온전한 발전산업 통합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향해 전진하자!발전사 통합 흐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셀 수 없다”며 대대적 통폐합 지시를 내렸고, 이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재차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전·에너지 부문이 통폐합 대상 공기업 1순위로 거론되었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TF가 구성될 예정이다. 발전산업 현장의 관심과 혼란을 의식한 듯, 발전사의 새로운 주무부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통합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발전사에 ‘승진 보류 및 조직개편 시 협의’하라는 정부 지시가 내려간 점을 고려할 때, 통합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산업 분할 체제, 이제는 끝낼 때다 분할된 발전사는 진즉에 통합했어야 했다. 사실 2001년 발전회사가 한전에서 분사된 것부터가 잘못이다. 매각을 위해 6개 회사로 졸솔적으로 쪼개진 발전회사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노동자들이 우려한 대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연료구매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연료비는 전력 생산에 드는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발전 산업이 분리되기 전에는 한국전력이 연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분사 이후 각 발전 회사가 따로 연료를 구매하면서 협상력이 약해졌고, 연료 가격도 오르게 되었다. 발전 회사들 사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연탄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이에 더해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유연탄을 구매하다 보니, 선박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체선료’(배가 하역을 기다리는 동안 선주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실제로 200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 비해 2008년에는 체선 일수가 3배 이상 증가했고, 체선료도 12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발전사들이 따로 연료를 사면서 발생한 구매 비효율과 운송 지연으로 인해, 유연탄 구매 비용만 해도 매년 5,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필요한 전력거래시장 개설과 관리조직의 중복적 비대화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에 전가되었다. 이제 발전사 통합은 전력산업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고, 기형적 경쟁으로 촉발된 많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여야 한다. 무엇보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고,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요구와 역행한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발전사 통합은 발전노동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발전 5사의 온전한 통합이 아니라, ‘화력발전 2개와 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개편하는 소위 ‘2+1방식’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청’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통합, 특히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재생에너지 부문을 통합하지 않는다면, 발전공기업은 석탄공사처럼 사양산업 신세로 전락해 결국 없어질 것이 뻔하다. 보다 본질적으로, 현 흐름상 재생에너지 부문을 분리하려는 속셈은 국가 주도로 민간자본의 재생에너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기획일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PPA(기업 자체의 전력구매계약), 각종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해상풍력 컨소시엄 사업 등으로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민간자본의 진출을 추동해왔다. 새로운 조직 역시 민간자본 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 흐름 역시 그러하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민간에게 넘어가며, 공기업은 사양산업만 떠안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발전산업 전체를 통합하고, 포괄적 계획에 근거한 과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윤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 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재생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이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전환은 멈춘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오로지 자본이 이익을 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 역시 이런 흐름 안에 있어,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은 기후위기 대응과도,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도 동떨어져 있다. 사진: 발전노조 발전사 통합과 함께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시나리오에 따른 인력감축 및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발전산업 분할체제로 만들어진 한전 본사의 중복된 관리업무 등에 대한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현장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설비를 유지·보수·감독하는 인력에 대한 감축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효율과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아래 인력감축과 재배치를 시도할 것이며 그 모델은 민자발전이 될 공산이 크다. SK와 남동발전이 공동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고성그린파워 1·2호기의 총 발전용량은 2GW로. 태안화력 9·10호기와 같지만 교대근무 1개조 인원은 2명이 적다. 같은 용량의 중부발전 신보령 1·2호기 전체 인원은 250여 명인 반면, 고성그린파워는 190여 명이다. 인력감축을 검토하는 기획재정부 행보가 드러내듯,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과 함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공산이 크다. 맞서 싸워야 한다. 5개로 나눠진 발전사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그저 정부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구상하는 통합은, 기후위기 대응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은 노동자 구조조정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사 통합,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쟁취하자 한판 투쟁을 준비하자. 설마 하다가는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수 있다. 현 정권의 노동자를 대하는 기본 태도는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은 직무급제 도입을 예고했다. 개정된 노동법 2·3조 역시 노동자 정의 확대와 손배가압류 금지 등 그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을뿐더러, 개정 노동법의 해석과 적용범위를 좌우할 매뉴얼 제작에 있어서도 연일 자본의 요구를 청취하며 노동자 투쟁을 억제하고자 한다. 노동자의 동맹군은 같은 노동자다. 석탄발전소 폐쇄로 가장 고통 받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공동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박살내자. 발전사 통합은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전환의 계기여야 한다. 노동자 투쟁으로 올바른 발전사 통합을 쟁취하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사진: 노동과 세계
